SCP-477-KO 최초 면담 기록
면담자: 한진석 박사
면담 대상: SCP-477-KO
<기록 시작>
한진석 박사: 안녕하십니까, 연나윤 씨?
SCP-477-KO: 아뇨. 안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할 말 없으니 그만 돌아가시죠.
한진석 박사: 아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SCP-477-KO: 당신네가 나한테 물어볼 거야 뻔하지 않겠어요? 내가 속해 있는 곳, 구성원 명단, 본부 위치 뭐 그런 거 아닙니까?
한진석 박사: 부정할 순 없겠군요. 하지만 그 외에도 질문이 아주 많답니다.
SCP-477-KO: 아, 됐어요. 뭐가 됐든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으니 빨리 나가 주시죠?
한진석 박사: 이서진 박사님을 아십니까?
SCP-477-KO: …뭐?
한진석 박사: 아, 못 들으셨습니까? 그럼 다시 말씀해 드리죠. SCP 재단 제47K기지 소속 이서진 박사를 아십니까?
SCP-477-KO: 하! 이제는 인질을 잡으시는 겁니까?
한진석 박사: 그럴 리가요. 단지 단순한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일 뿐입니다. 하지만 대화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시는지에 따라 바뀔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묻죠. 이서진 박사를 아십니까?
SCP-477-KO: (한숨) 네, 알고 있습니다.
한진석 박사: 알고 있으시군요. 그럼 무슨 관계입니까?
SCP-477-KO: 다 알면서 물어보는 악취미가 있으신가 보네요,
한진석 박사: 형식적인 절차입니다. 저라고 아는 걸 또 물어 보는 게 즐겁진 않으니 협조해주시죠.
SCP-477-KO: 연인 사이입니다.
한진석 박사: 이서진 박사가 이 기지에서 근무한다는 걸 알고도 습격하신 겁니까?
SCP-477-KO: 그래요… 알고 있었습니다. 위원회의 방침상 사적인 이유로 표적을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한진석 박사: 위원회요? 무슨 위원회죠?
SCP-477-KO: 정식 명칭은 초상인권위원회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조직이죠.
한진석 박사: 초상인권위원회라, 처음 듣는 이름이로군요.
SCP-477-KO: 아마 그럴 겁니다. 대외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한진석 박사: 위원회가 이곳을 습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SCP-477-KO: 위원회는 모든 초상 세계의 인간, 그러니까 당신네 말로 인간형 SCP들의 인권을 위해 움직입니다.
한진석 박사: 재단도 윤리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 있습니다만-
SCP-477-KO: 농담하는 거죠?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변칙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감금하고 내보내 주지도 않는 게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거라고요?
한진석 박사: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지극히 합리적인 절차입니다.
SCP-477-KO: 합리적 절차요? 내가 여기서 들은 말 중에서 두 번째로 황당한 개소리인 것 같군요.
한진석 박사: 폭발물이나 전염성 병원체 같은 위험물을 격리하는 이유는 잘 아실 텐데요?
SCP-477-KO: 지금 그 사람들이 폭발물이나 전염성 병원체와 동급이라는 겁니까?
한진석 박사: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가령 부식성 액체를 생성하는 능력이라거나, 뭐 그런 것들이 위험하지 않다고는 하지 않으시겠죠?
SCP-477-KO: 그렇게 따질 거면 가정집에 널려 있는 식초와 락스 같은 거나 수거하시죠.
한진석 박사: 말이 안 되는 말을 하고 계시는 건 아시죠?
SCP-477-KO: 그 말이 안 되는 일을 하는 게 당신네고요.
(몇 분간 침묵)
한진석 박사: 좋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다음에 뵐 때는 생각이 바뀌시면 좋겠습니다.
SCP-477-KO: 그럴 일 없습니다.
<기록 종료>
이서진 박사 최초 면담 기록
면담자: 한진석 박사
면담 대상: 이서진 박사
<기록 시작>
한진석 박사: 안녕하십니까. 이서진 박사님.
이서진 박사: (한숨) 안녕하진 못합니다.
한진석 박사: 그렇습니까. 유감이로군요.
이서진 박사: 안부나 주고받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SCP-477-KO 때문입니까?
한진석 박사: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아시다시피 박사님께서 SCP-477-KO, 그러니까 연나윤 씨와 연인 관계라는 점 때문에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서진 박사: 그래요. 나도 놀랐습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더니.
한진석 박사: 이미 말씀하셨지만, 형식이니만큼 한 번 더 묻겠습니다. 연나윤 씨가 변칙성을 가지고 초상인권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이서진 박사: 방금 말했듯이 조금도 몰랐습니다. 3시간 전에 처음 안 사실입니다.
한진석 박사: 솔직히 믿기 어렵군요. 재단의 박사 정도나 되시는 분이 7년이 넘도록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서진 박사: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나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직도 머리에 충격이 남아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한진석 박사: 일단은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서진 박사: 뭘 말입니까?
한진석 박사: 다 아실 텐데요. 업무에 영향이 가지 않겠습니까?
이서진 박사: 글쎄요. 아마 평소랑 같을 겁니다. 단지 케테르급 변칙 개체 하나가 기지에 추가됐을 뿐이고, 우연히 제 연인일 뿐입니다.
한진석 박사: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이서진 박사: (머뭇거리며) 미안합니다. 진심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누구라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진석 박사: 저는 박사님과 SCP-477-KO가 같은 기지에 있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서진 박사: 그래요. (한숨)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평소랑 같다고요? 말도 안 되죠. 그냥…그냥 해 본 말입니다.
한진석 박사: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이서진 박사: 음, 그런 것 같군요.
한진석 박사: 그렇습니까. 오늘 면담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서진 박사: 잠시만요. 이제 나윤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진석 박사: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서진 박사: …그래요. 아주 잘 알죠. 알기 싫을 만큼.
SCP-477-KO와 이서진 박사의 관계가 격리에 줄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SCP-477-KO의 타 기지 이동이나 이서진 박사의 타 기지 전출 중 하나를 실행할 것을 제안함.-한진석 박사
승인함. 추후 회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기지 이사관 김도향
<기록 종료>
SCP-477-KO 2차 면담 기록
면담자: 한진석 박사
면담 대상: SCP-477-KO
<기록 시작>
한진석 박사: 오랜만입니다. 연나윤 씨.
SCP-477-KO: 오랜만이라, 겨우 일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에요. 그보다 이 거추장스러운 헬멧 좀 벗겨 주시죠?
한진석 박사: 힘들겠군요. 그건 격리 절차에 필수적인 요소라서 말입니다.
SCP-477-KO: 당신네 그 잘난 윤리위원회는 이런 것도 승인해 주나요?
한진석 박사: 그것이 격리에 필수적이라면 마땅히요.
SCP-477-KO: 도대체 뭐가 '윤리' 위원회라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한진석 박사: 지난 일 주일간 3번이나 격리 파기 시도를 하신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경비원들에게 상처도 입히셨었죠?
SCP-477-KO: 그럼 빨리 풀어 주든가 해 주세요. 저도 나름 바쁜 몸이라고요.
한진석 박사: 잡설은 여기까지 하죠. 저는 오늘 정보를 얻으려고 온 겁니다.
SCP-477-KO: 저번에 말할 만큼은 다 말한 것 같습니다만.
한진석 박사: '초상인권위원회'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들은 말하지 않으셨죠.
SCP-477-KO: 당신들 정보력이면 그 정도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닐 텐데요. 지난 일 주일간 조사해 본 것 아닌가요?
한진석 박사: 글쎄요, 저희도 알 수 없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죠.
SCP-477-KO: 그런 부분은 나도 모르는 것일 텐데요.
한진석 박사: 그러고 보니 요청 사항이 두 가지 있으셨죠. 구속구의 해방과…이서진 박사와의 면담을 요청하셨더군요?
SCP-477-KO: …뭘 물어보려는 거죠?
한진석 박사: 상임위원들과 위원회장, 이들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SCP-477-KO: 대답하면, 제 요구 사항들을 들어주시는 건가요?
한진석 박사: 첫 번째는 어렵습니다만, 두 번째 사항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CP-477-KO: (침묵) 저도 자세히 알진 못하고 초상인권위원회를 이끄신다는 것과 신입을 받아들일 때 상임위원들과의 면담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요.
한진석 박사: 직접 면담을 통해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고요?
SCP-477-KO: 그런 말은 안 했지만, 아마 그럴 거예요. 저도 그렇게 들어갔으니까요.
한진석 박사: 아는 것은 그게 전부입니까?
SCP-477-KO: 그래요.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예요. 약속은 지켜 주실 건가요?
한진석 박사: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SCP-477-KO: 확답은 아니네요.
한진석 박사: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약속은 애매하게 흘려 두는 게 좋죠.
SCP-477-KO: (작은 목소리로) 지랄하네.
한진석 박사: 뭐라고요?
SCP-477-KO: 아뇨. 잘 가시라고요.
한진석 박사: 예. 그러면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죠.
SCP-477-KO: 저기, 우리가 또 볼 일이 있나요?
한진석 박사: 아마 없지 싶습니다.
SCP-477-KO: 그럼 어서 꺼지세요. 거짓말쟁이 씨.
한진석 박사: (고소를 흘린다) 안녕히 계십시오. SCP-477-KO.
SCP-477-KO에게서 더 유용한 정보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임. 격리의 안전성을 위해 약물을 사용한 SCP-477-KO의 가사 상태 유지를 제안함. -한진석 박사
보류함. 추후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 -기지 이사관 김도향
<기록 종료>
이서진 박사 2차 면담 기록
면담자: 한진석 박사
면담 대상: 이서진 박사
<기록 시작>
한진석 박사: 안녕하십니-
이서진 박사: (책상을 내려친다) 뭐 안녕하냐고? 이 [욕설 검열됨]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같은 박사 달았다고 네가 눈에 뵈는 게 없지?
한진석 박사: 좀 당황스럽군요. 제가 남에게 욕을 들을 만한 일은 한 적이 없는데.
이서진 박사: 욕을 들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한진석 박사: 예.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티 잡힐 일은 한 적 없습니다만.
이서진 박사: 나 전출 보내라고 제안 올리고, 아가리 놀려서 약속 안 지키고, 멀쩡히 눈뜨고 있는 사람 식물인간 만들자는 새끼가 할 말인가?
한진석 박사: 신입 연구원도 아니고, 아실 만큼 아시는 분이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좀 진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서진 박사: …하, 뻔뻔함도 이 정도면 진심으로 느껴지는데, 어디 변명이나 한번 늘어 놓아 보시겠습니까?
한진석 박사: 그러죠. 첫 번째로 이서진 박사님에 대한 전출 요청은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연인이 SCP로 규정당하고 구금되어 있는데, 심지어 같은 기지에 있다? 어느 누가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서진 박사: 변명은 그럴 듯하시군요. 사실은 평소에 마음에 안 들던 박사 한 명 보내버리려고 핑계를 찾은 것 아닙니까?
한진석 박사: 제안서를 보셨으면 아실 테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SCP-477-KO의 이동 혹은 박사님의 전출을 제안한 것이지 박사님을 무조건 전출시키자는 제안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이서진 박사: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처맞는 말. 계속해 보시죠.
한진석 박사: 두 번째로, 제가 무슨 약속을 안 지켰다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저는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검토'만을 약속했고, 긍정적인 검토 끝에 어렵겠다는 결론이 나왔을 뿐입니다.
이서진 박사: 아가리 놀리는 솜씨가 예술이시군요. 박사가 아니라 사기꾼이 천직 같은데, 지금이라도 바꾸시죠?
한진석 박사: 좋을 대로 생각하시지요. 사실을 말씀드려도 받아들이시지 못하니 통탄할 따름입니다.
이서진 박사: 마지막 변명이나 해 보시죠. 사기꾼 나으리.
한진석 박사: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SCP-477-KO의 가사 상태화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사실 당연한 조치가 아닙니까?
이서진 박사: 당연하다, 라. 인권이 뭔지는 아십니까?
한진석 박사: 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입니다. 기지 외벽 손상, 내부 격리실 손상 및 SCP-███-KO와 SCP-███-KO의 탈주, 현장 요원 및 기동특무부대원들의 중상, 제가 보기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진 박사: …제기랄.
한진석 박사: 아 그리고, 뵌 김에 소식 하나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서진 박사: 절대 좋은 소식은 아닐 거 같은데.
한진석 박사: 맞을 겁니다. 이서진 박사님의 92K기지 전출 및 SCP-477-KO의 격리 절차 개정이 승인되었거든요.
이서진 박사: 결국 승인을 받아 오셨구먼 [욕설 검열됨] 것아.
한진석 박사: 심기가 영 불편해 보이시니 이만 가 보도록 하죠. 아, 인수인계는 모레까지 끝내 주시면 됩니다.
이서진 박사: 빨리 꺼지십쇼.
한진석 박사: (조소를 흘림) 안녕히 가십시오. 이서진 박사님. 즐거웠습니다.
이서진 박사: 예, 다시는 보지 맙시다. [욕설 검열됨] 같은 새끼야.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