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4521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4521은 제551기지 바이오테라리움에 보관하며 2등급 이상의 인원만 접근할 수 있다. 매일 한 번씩은 SCP-4521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설명: SCP-4521은 미송(美松) 한 그루로, 형태와 이파리가 비정상 상태이다. SCP-4521이 발견된 것은 오리건주 갓즈사일런스(God's Silence)에서, 대상의 근처에서 "귀청이 찢어지는 침묵"이 들렸다는 신고가 등장하면서 발견되었다. 관련자를 기억 소거 처리하고 SCP-4521을 잠복 재단 요원이 제551기지로 이송했다.
현재 SCP-4521의 변칙성은 비명을 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SCP-4521에는 비명을 지르는 기관이 부재하며, 대상이 비명을 지르도록 하고자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실험기록 참조). 현재도 SCP-4521이 비명을 지르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SCP-4521에서 밈 현상이나 인식재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갖은 변칙개체를 동원해 SCP-4521이 다른 형태로 비명을 지르는지 탐지하고자 여러 번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탐지된 비명은 없다.
실험 기록: 이하는 현장 인원이 SCP-4521의 변칙성을 억제하고자 시도한 실험들의 내용이다.
실험 1: SCP-4521에게 입을 새긴다.
결과: 전기톱으로 SCP-4521에 구멍을 여러 개 뚫었다. 해당 구멍들에서는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실험 2: 낙인을 매우 뜨겁게 달구어 밑둥에 "노예"라는 글자를 새긴다.
결과: 비명이 탐지되지 않았다. 낙인은 이틀 내로 사라졌다.
실험 3: SCP-4521의 밑둥에 거미 여러 종을 올려두었다.
결과: 비명이 탐지되지 않았다. 거미들의 약 30%는 나무에 계속 머물렀다. 머무른 거미들의 50%는 나무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이때도 비명은 탐지되지 않았다.
실험 4: SCP-4521과 유전적으로 유사한/관련된 나무를 곁에 데려와 천천히 파괴했다.
결과: 해당 나무는 28시간에 걸쳐 모두 파괴되었다. 비명이 탐지되지 않았다.
실험 5: SCP-4521과 유전적으로 유사한/관련된 나무를 곁에 데려와 [편집됨].
결과: [윤리위원회 요청으로 편집됨]. 비명이 탐지되지 않았다.
실험 6: SCP-4521의 비명이 항밈 효과를 띤다고 예상되어 D계급을 기억제 처리한 채로 사용.
결과: 비명이 탐지되지 않았다.
실험 7: SCP-4521과 대화를 시도했다.
결과: 첨부한 음성파일 참조.
음성파일: 파일-4521 면담
[기록 시작]
한츠Hanz 박사: 어… 안녕 SCP-4521. 내 말 들리니?
침묵
한츠: 무슨 말 한 거야?
침묵
한츠: 아, 그냥 내 상상이었구나. 미안해.
침묵
한츠: 저기…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여태껏 하던 생각이라거나? 있으면 털어놔도 돼.
침묵
한츠: 괜찮아, 계속 억누르면 오히려 병 생겨. 말해도 돼, 나 안심해도 된단 말이야.
침묵
한츠: 음… 혹시 이유가 어떻게 따로 있어서… 그러니까…
침묵
한츠: 지금 네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생각은 말을 해야 해. 그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돕는 거야, 진짜 장담할게. 소리가 너무 클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침묵
한츠: 내 말 듣고 있지? 생각에 너무 깊이 잠겨서 말 안 들리는 거 아니지? 뿌얘진 눈, 흙탕진 눈으로도 나를 바라봐줄 수는 있지?
침묵
한츠: 왜 그래, 침묵 땜에 귀가 먹먹해서 나 무서워 죽겠어! 말하기 싫어하면, 비명도 지르기 싫어하면 실험이 계속될 거야. 안 아프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
침묵
한츠: 제, 제발! 너무 무서워!
침묵
한츠: 있잖아… 어릴 때 나… 나 어린이를 폭행한 적 있었어. 자전거 자물쇠를 휘둘러서 두개골을 으그러뜨렸어. 6분 동안 그렇게 때리다가 그 아이 친구가 막길래 걔 머리도 때렸어. 길거리를 가는데 어떤 여자가 있었어. 여자가 자전거에서 넘어졌어. 내가 자물쇠를 뗐던 그 자전거였어.
침묵
한츠: 그 자전거를 내가 들어서 몇 조각으로 잘게, 뾰족하게 잘라서 여자한테 먹였어. 몇 시간 동안 먹였지. 여자는 다리가 부러진 채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나중에 위장이 파열됐어. 위장에서 시커먼 액체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다가 누가 경찰을 불렀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집으로 가서 문을 잠가놓고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침묵
한츠: 비명을 질렀어. 입을 와짝 열어서 허파 밑바닥에 처박아둔 제일 큰 함성을 끝까지 짜내서 질렀어. 그 모든 버려진 기회, 그 모든 기억, 모두 내 찢어지는 목소리가 은은히 고요해지면서 다 사그라들었어.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됐는지 봐! 박사학위도 따고 지구상에서 제일 큰 조직에서 일도 하잖아. 너무 늦은 때란 없어!
침묵
한츠: 아… 너 한 번도 못 느껴본 거구나, 그 스릴을. 그럴 수 있어. 너 같이 무슨 시베리아 같은 외딴 곳에서 자란 녀석은 사람 본 적 없을 수도 있지. 누구 감동시키기엔 너무 나약한 것 같아서 혼자 있기를 자처했던 거야. 네 마음 내가 다 알지.
침묵
한츠: 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넌 비명을 질러야 해!
침묵
한츠: 비명을 질러야 해! 비명을 질러! 비명을 질러!
한츠 박사는 똑같은 말을 37시간 반복했다가 탈수로 목숨을 잃을 것을 우려하여 현장 경비대원에게 이끌려 호송되었다.
한츠 박사는 4시간 잠들었다가 깨어나 "저 나무가 마침내 비명을 지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험은 계속된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