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452-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452-KO는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서의 확산을 막는 것으로 격리절차를 행한다. SCP-452-KO에 의해 사망한 인원은 다른 방식을 통한 자살이라는 역정보를 살포한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원은 SCP-452-KO와의 접촉을 금지시킨다.
설명: SCP-452-KO는 거울을 활용한 변칙적인 자살 방식이다. SCP-452-KO에 의해 사망하는 인원들은 준비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를 제외하고 어떠한 외상도 남지 않으며,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극도로 활성화되어 고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사망한 인원들의 사인은 모두 심장마비이나, SCP-452-KO가 정확하게 어떠한 방식으로 대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는 불명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은 SCP-452-KO가 일종의 동작 재해라는 것이다.
SCP-452-KO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 거울을 수직으로 세운다.
- 양 손바닥에 칼을 살짝 찌르거나 갈라 피를 낸다.
- 거울에 뺨, 가슴, 발목이 닿도록 몸을 밀착시킨다. 다른 부위가 추가적으로 닿아도 상관 없으나, 이 세 부위는 무조건 접촉하고 있어야 한다. 이 상태를 30초 유지한다.
- 팔을 어깨넓이로 벌린 다음 손바닥을 거울에 댄다. 이후 30초간 팔을 위로 올리면서 거울에 핏자국을 남긴다. 이후 30초간 아래로 내리면서 또 다른 핏자국을 남긴다.
- [데이터 말소]. 이러한 몸의 배열은 시각적 인지 재해 효과를 일으킨다.
- [데이터 말소]. 이 상태에서 몸이 내는 소리는 청각적 인지 재해 효과를 일으킨다.
SCP-452-KO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 사태가 많이 발견됨에 따라 재단이 조사를 하던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자살자의 컴퓨터에 공통적으로 SCP-452-KO를 하는 방법이 적힌 메모장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인터넷 추적을 통해 SCP-452-KO가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티를 포착할 수 있었다. SCP-452-KO를 게재한 첫 작성자도 SCP-452-KO를 통해 자살하였다.
최초 게시물을 확인한 결과, 위와 같은 순서 외에도 SCP-452-KO를 두 명이 동시에 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관련된 실험은 이미 SCP-452-KO의 과정을 실험하는 데에 많은 인명이 소모되었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에서 거부되어 행해지지 않았다. 다만 2024년 4월 4일, 이상이 연구원과 김여정 연구원이 SCP-452-KO를 통한 동반자살을 기도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 결과가 확인되었다.
두 인원이 SCP-452-KO를 행할 경우, 두 인원의 몸이 하나로 융합됨과 동시에 사망하지 않게 된다. 육체 뿐 아니라 인격 자체도 두 인격의 특징을 모두 보이는 새로운 인격이 탄생한다. 이러한 융합은 거울의 반사상에서도 영향을 준다. 우선 이로 인해 생성된 거울상은 현실과는 달리 더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띄고는 있으나, 몇몇 부속지가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등 비변칙적인 인간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 때 반사상은 현실의 융합체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움직임과 인격을 가진다. 현실의 융합체가 입이 없으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과 달리, 반사상 속의 융합체는 현실의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다. 이것이 SCP-452-KO의 특징인지, 이상이 연구원과 김여정 연구원의 사례에서만 나타난 것인지는 불명이다.
부록: 사건 기록 452-KO
다음은 이상이 연구원과 김여정 연구원이 융합된 이후 발생한 일련의 면담 기록 및 사건 기록 두 가지이다. 융합체 자체는 입과 사지가 존재하지 않아 상호작용이 불가능했으나, 반사상이 현실과 상호작용이 가능함에 따라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이 반사상의 인격을 편의상 '이상이&김여정'으로 지칭한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면담기록
<기록 시작>
(면담자로 들어온 스완 요원이 융합체를 바라본다. 긴 침묵.)
스완 요원: 뭐 어쩌라고요?
지휘실: 대화를 해보라는 거지.
스완 요원: 뭔 말을 해야 대화를 하든가 말든가 하죠. 이건 그냥… 덩어리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그냥 살덩어리! 그나마 눈이 달려있는 건 보이긴 하네요. 근데 뭐 다른 게 보여야 말을 걸든가 말든가 할테죠?
지휘실: 귀는 있을 수도 있어 말조심해.
스완 요원: 눈이 달려 있으면 제대로 봐요, 다른 신체 부위가 보이—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눈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스완 요원과 지휘부 모두 침묵한다.
스완 요원: 방금 누가 한 소리?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여깁니다. 격리실 바닥이요. 격리실을 윤이 나게 닦아놓은 게 도움이 됐군요.
스완 요원이 바닥을 바라본다. 융합체의 반사상이 융합체와는 달리 희미하게 사람 형상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스완 요원: 반사상을 통해 대화하는 건가?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거울을 활용한 변칙을 사용했으니까요.
스완 요원: 여기 거울 좀 가져와주세요.
(중략, 이 사이에 거울이 들어왔고 스완 요원과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눴다.)
(거울에 비친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단순한 눈이 달린 살덩어리인 융합체와 다르게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귀가 있는 부분에 손이 자라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평범한 양복을 입고 있으나, 다리가 팔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길어져있는 등, 두 사람의 신체가 합쳐진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거울 바닥에 다리를 옹송그리고 앉아있다.)
스완 요원: 간단한 사실 관계부터 파악해보죠. SCP-452-KO를 활용해서 자살시도를 하다가 잘 안되신 건가요? 아니면 상층부 몰래 두 명이서 자살 시도를 진행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전자에 가깝습니다. 정신 감정 기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예전부터 저는 위험군이었으니까요. 제가 둘이었을 때 서로 동반자살을 하자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죠. 시도가 잘못되면 평생동안 그 상처를 안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스완 요원: 그래서 SCP-452-KO를 사용했던 건가요?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그렇습니다.
스완 요원: 둘이서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그런 거 아니고요?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그러면 오히려 정식으로 재단에 실험 신청서를 내고 진행했을 겁니다. 저희는 행복하게 죽고 싶었을 뿐입니다.
스완 요원: 거울 밖으로 나오실 순 있습니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마음만 먹으면 다른 반사상으로 건너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 덩어리가 비춰지지 않는 반사상으로도 갈 수 있을 것도 같고요.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당장은, 그럴 의지가 없어요.
스완 요원: 둘이 합쳐지는 변칙성은 뇌에 자극을 주는 기존의 변칙성과 이질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짐작가는 부분이 있습니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딱히 없습니다. 저희가 연구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니까요. 앞으로 다른 사례가 있다면 알기 쉽겠지만, 허가되지 않겠지요.
(스완 요원이 면담 질문을 정리해둔 메모지에 몇 가지 질문을 지운다.)
스완 요원: 어떻게, 다시 둘로 돌아가기를 원하십니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이대로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죽고 싶을 뿐입니다.
스완 요원: (한숨) 앞으로 재단에 격리되면서 거울은 여기에 계속 둘 겁니다. 추가로 원하시는 거 있습니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제가 그냥 죽도록 둘 수는 없는 겁니까?
스완 요원: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신 이상 감수해야하는 일 아닐까요? 죽음에 그만한 각오도 없었으면서.
(침묵)
스완 요원: 좋습니다. 초기 면담은 여기까지 하죠.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묻지 않으십니까?
스완 요원: 무엇을요?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제가 죽고 싶어하는 이유 말입니다.
스완 요원: (어깨를 으쓱한다.) 굳이요? 당장은 살지 않았습니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대답하지 않는다.)
스완 요원: 더 하실 얘기는 없죠? 앞으로 자주 보자구요, 우리.
<기록 종료>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격리실 CCTV 녹화 기록
<기록 시작>
(스완 요원과의 면담 이후, 약 48시간 동안 이상이&김여정 연구원과 덩어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육체적 사망을 막기 위해 영양 주사를 놓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재생력 실험을 위해 조직 몇 개를 절단하기는 했으나, 눈에 띄는 재생력은 보이지 않았다.)
(몇몇 실험이 진행된 그 날 저녁, 12시가 된 걸 확인한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이 일어선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일 거야.
(덩어리가 움찔한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죽고자 할 용기가 아직도 없는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은 당연한 거고, 삶이라는 요소는 그 징벌인 거겠지. 삶이라는 지옥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거야.
(덩어리가 눈에 띄게 진동한다. 덩어리가 조금씩 거울을 향해 다가간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넌 나와 다른 존재이지, 그저 죽기만 바라면서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버린 비참한 사람.
(침묵)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난, 모르겠어. 죽지도 못하고 그저 의미없이 거울 속에 있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사실상 사회적으론 죽은 상태가 맞지만, 그걸로 만족해야하는 걸까?
(덩어리가 거울에 닿는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이 덩어리를 바라본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며칠 전에 그 요원이 하는 말이 생각나. 죽음에 각오도 없었으면서, 일단은 살아있는 사람. 하지만 난 지금 사람의 도리도 다하고 있지 않아. 이건 어딘가 잘못되었어.
(덩어리가 말을 하려는듯이 살덩어리 한 쪽을 여닫는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살아있다면 살아가야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이던 간에.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의 등이 불룩해진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너와 나의 공통점은 고통스러워했단 거야. 난 거기에 넘어선 게 아니야, 그저 체념하고 삶을 받아들인 거지. 너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의 등에 손으로 된 날개가 자라난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 죽기 전까지 날아야하는 새. 마지막 한 번이라도 날아야만 해.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이 거울을 빠져나와 격리실 바닥으로 이동해 걸어간다. 덩어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후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재단 기지 및 연구원들이 개인적으로 구비해둔 거울 속에서 나타나서 재단 업무를 수행하였다. 기지 지도부는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이 이동할 수 있는 거울을 한정해두고,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그 즉시 격리 파기를 발효하는 것을 통해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을 통제하고 있다.
덩어리는 현재에도 연명 조치를 받고 있다. 이상이&김여정 연구원은 여전히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나, 주기적인 심리 상담 외에는 추가적인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