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격리 절차: 재단은 2002년도 배포되었던 SCP-442-KO의 상징물들에 대해 항밈 처리를 하며, 대한축구협회와 공조해 상징물들을 전부 교체한다. 서포터즈 붉은 악마의 최초 결성자들에게 기억 소거제를 처방한다.
SCP-442-KO는 제04K기지 대형 특수 격리실에 격리한다. SCP-442-KO는 모래와 돌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격리실은 전 구역을 철제로 제작한다. 대상이 지속적으로 협조적일 경우 격주에 한 번 축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SCP-442-KO는 대체로 온순하나 주기에 따라 폭력성이 변화한다. 따라서 시기에 따른 유동적인 격리 강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래 표를 참고하라.
단계 | 시기 | 격리 절차 |
1단계 | 매년 6~8월 | 3인의 D계급 인원이 교대로 감시한다. |
2단계 | 8월~5월 | 6인 이상의 D계급 인원과 무장한 3인의 보안 인원이 3교대로 감시한다. 비상시 격리 전문 기동특무부대를 호출한다. |
3단계 | 매년 5월 말 | 격리실 주변의 고압 전류를 활성화한다. 격리실 인원을 2단계의 3배로 확충한다. 근접전 및 대형개체사살 경험이 있는 보안인원을 투입한다. |
SCP-442-KO의 접근 및 실험 권한은 3등급 이상 인원에 한한다. 허가 없이 SCP-442-KO와 신체적 접촉을 한 인원은 D계급 인원으로 강등한다.
설명: SCP-442-KO는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 지하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당시 SCP-442-KO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를 통해 생명약동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SCP-442-KO의 신장은 3.66m이며, 여섯 개의 팔과 네 개의 눈, 붉은 피부, 소와 흡사한 형태의 하반신을 가졌다. SCP-442-KO는 스스로를 중국 출신의 요괴 신 치우라고 주장하나, SCP-442-KO의 변칙성과 관련 문헌을 참고해 볼때 이는 확인 불가능한 주장이다.
SCP-442-KO는 현실조정체로, 접촉한 대상에게 계약을 통해 신체적 능력과 공격성을 향상시키는 변칙성을 가지고 있다. SCP-442-KO와 접촉할 경우 대상은 두통, 극심한 분노, 발작과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접촉이 끝나면 증상은 대부분 호전되나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 영구적인 공황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계약의 성립은 SCP-442-KO의 인정을 받아야 성립된다. 다음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팀 닥터 방우빈 박사의 SCP-442-KO 조우 기록이다. 방우빈 박사는 2006년 자살했다.
…월드컵은 단기 결전이기 때문에 피로 회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체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나와 스태프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동원했다. 그리고 대부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배합한 칵테일 주사는 말하자면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감독의 반대가 심했다. 도핑 테스트에 결코 걸리지 않는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히딩크는 요지부동이었다. 답답했다. 지금 이 기회가 아니라면 대체 언제 한국이 다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로운 수단을 강구했다. 미신의 영역도 가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비웃었지만 나를 따른 선수도 한명 있었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어하던 베테랑 선수였다. 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선수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중략)
██은 20년 넘게 소식이 끊겼던 의대 시절 후배였다. 처음엔 ██의 말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그 존재를 직접 마주하게 되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는 고개를 까마득히 들어 올려야 했다. 감당 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한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선수는 달랐다. 그는 절박했다. 어린 후배들에게 기회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괴물에게 손을 뻗을 용기를 준 것 같았다.
스스로를 치우라 부르는 괴물은 물고기 같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선수를 보았다. 괴물의 몸이 선수에게 닫는 순간 선수는 눈을 까 뒤집으며 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벤치 멤버로 내려가게 만든 후배를 저주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평소 예의가 바르고 후배를 아끼기로 유명했다. 나는 그제서야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선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갔으나 괴물은 나를 보지도 않은 채 팔 하나로 나를 제압했다. 그리고 나는 선수가 왜 발작을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충동이 마음 속을 뒤흔들었다. 아직도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안의 열등감과 분노를 자극했다는 것만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었다. 단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내 뇌를 울렸던 괴물의 비웃는 듯한 한 마디였다.
나약하군.
그 말을 끝으로 난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괴물과 선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선수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훨씬 활기차진 모습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나는 그 일이 있은 후 팀닥터를 그만두었다. 그때 이후로 그 선수는 다른 팀 동료들에게도 의식을 권한 것 같았다. 2002년, 온 국민이 환호했을 때 나는 차마 축구를 볼 수 없었다.
2002년의 기적이 내 덕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여전히 축구계에서는 그 괴물을 수호신 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결코 신이 아니다. 강한 자에게만 힘을 주는 악마다.
분석 결과 SCP-442-KO는 축구를 전쟁의 일환으로 인식한다. 대상에게 축구 선수는 전장의 병사이고 감독은 장수이다.
현재 전 세계에 SCP-442-KO의 변칙성의 영향을 받은 대상은 116명으로 추산되며 전원 축구선수이다. SCP-442-KO가 재단에 격리된 이후 대상은 급격한 신체 능력 저하를 경험했다. 해당 대상들은 현재 113명이 은퇴했으며 3명이 현역 축구 선수로 활동 중이다. SCP-442-KO의 영향을 받은 대상에게는 전원 기억 소거제가 처방되었다.
부록:
면담 기록 442-KO
이지윤 박사: 안녕하세요.
SCP-442-KO: 안녀엉. 예쁜 아가씨. 이제 치우를 그만 괴롭히면 안될까? 예전처럼 막 힘을 쓰지 않고 정말 필요한 선수한테만 힘을 줄게. 그리고 1년에 한번만 유럽에 보내주면 더 좋고. 내 평생 소원이 챔스 직관이라는 거 알잖아?
이지윤 박사: 안됩니다. SCP-442-KO 당신에게 힘을 받은 축구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포악해지고, 전신의 장기가 급속도로 노화되는 것이 관찰되었어요.
SCP-442-KO: 치우는 치우라는 멋진 이름이 있어. (한숨) 그리고 그건 그 아이들의 선택이야. 치우는 바라는 걸 이뤄줄 뿐이라구. 재단은 그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거야?
이지윤 박사: 재단은 인류의 정상성을 유지하는 곳이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곳이 아닙니다.
SCP-442-KO: 어려운 말 하지 마. 치우는 축구의 신이야.
이지윤 박사: …전쟁의 신이지 않습니까. 언제부터 축구의 신이셨다고.
SCP-442-KO: 뭐, 처음에는 치우도 축구에 별로 관심 없었어. 내가 살던 곳이 축구를 별로 못하기도 했고. 재미도 별로 없더라고. 소꿉놀이도 아니고 정강이 좀 걷어찼다고 퇴장시키는게 맘에 안 들었었지. 하지만 이제 축구가 제일 재미있어.
…치우가 축구선수를 돕기 시작한 것은 삼대천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후였어. 그 아이들이 소개해준 축구선수들 몸에 잠재된 힘이 일반인들이랑은 꽤 차이가 나더라고.
이지윤 박사: EVE 에너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생명력은 신체적 능력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SCP-442-KO: 아, 총량을 말하는 게 아니야. 뭐라고 해야 할까. 상성이 잘 맞는 느낌이었어. 힘을 보다 효율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은 전장에 있을 때 이후로는 느껴본 적이 없었지. 축구선수들은 전사들이야.
이지윤 박사: 신앙의 종류에 따라 생명에너지의 흡수 효율이 달라진다라…흥미롭네요. 하지만 전쟁은 요즘도 일어납니다. 굳이 전쟁이 아닌 축구를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SCP-442-KO: 흐흐. 요즘 시대에 전쟁에서 나같은 놈을 믿는 사람은 없다구. 특히 총이라는 물건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내 힘이란 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되어버렸고. 안 그래도 중국에는 날 미워하는 신들이 많아. 여기로 건너오길 잘 했지.
이지윤 박사: 어떤 방식으로 힘을 주는 건지 설명하세요. 그리고 성격이 포악해지는 이유는 무엇이죠?
SCP-442-KO: 으응…별거 없어. 치우와 몸을 맞대면 계약이 시작돼. 힘을 원하냐고 묻고 동의를 거쳐. 이 과정이 없으면 성립 자체가 안돼. 치우만 뭐라할 게 아니라는 거야. 성격이 포악해지는 건, 원래 치우의 성격이 그래서야. 전쟁에서 포악한 성격은 오히려 축복이라고. 치우는 그걸 축복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지운 박사: 일부 선수들은 시합 도중에 상대를 폭행하거나 이를 통해 물어버리는 등 광기에 가까운 행동을 취했습니다.
SCP-442-KO: 치우는 인간들이 말하는 광기의 기준이 뭔지 잘 몰라. 치우는 인간의 부러진 발목을 고치지는 못해 하지만 치우는 발목이 부러진 채로 계속 축구를 뛰게 할 수는 있어. 그게 광기야? 어떤 사람들은 그걸 투혼이라 부르던데. (웃음) 아무튼, 치우는 그들의 폐활량과 체력, 하체 근력을 올려 주고, 수명을 받아가지. 너도 치우의 몸을 가지고 실험해 봤으니 이 몸의 다리가 소의 힘과 말의 속도를 갖추었다는 걸 알겠지? 가끔 치우의 돌 머리를 받아가려는 이상한 놈들도 있었고. 그러다가 치우를 숭배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 삼대천 짓이었어.
이지윤 박사: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SCP-442-KO: 삼대천은 치우를 오래 잡아두고 싶었고,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니고 있으면 치우에게 힘이 오는 물건을 사람들에게 배포했지. 그건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어. 매일 몇만, 아니 수백, 수천만 명이 치우를 기리는 사진을 들고 박수를 치고 어깨동무를 하고…그런 원시적인 의식은 2000년 전쯤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이지윤 박사: 어떤 원리로 SCP-442-KO가 힘을 받게 된 거죠? 그들이 응원하는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들이잖아요.
SCP-442-KO: 정확한 원리는 치우도 몰라. 고대 시대에서도 춤을 추는 의식을 힘으로 변화시키는 건 제사장의 몫이지 치우의 몫이 아니었거든? 추측 하자면 그때 선수들 중 일부가 치우의 사도였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그 덕에 치우는 전성기 때의 힘을 얻었고, 한명씩에게만 힘을 줬던 때와 달리 무수한 선수들에게 축복을 걸어줬지. 치우와 삼대천이 그때의 기적을 만든 셈이야.
이지윤 박사: 삼대천은 당신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SCP-442-KO: 나도 알아! (한숨) 치우는 바보가 아니야. 아마 치우도 모르게 도박이나 거래 같은 걸로 치우에게 들인 거 이상으로 돈을 많이 벌었겠지. 하지만 그때 이후로 치우는 오랜만에 신의 힘을 얻었어. 물론 부작용은 있지. 그 녀석들이 치우를 이렇게 붉게 만들어버렸어. 원래는 멋진 갈색 피부였는데…그래도 힘을 얻었으니까 걔들은 치우의 은인이야.
이지윤 박사: 그렇게 까지 해서 숭배를 받고 싶으셨습니까? 그건 진짜 당신을 숭배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SCP-442-KO: 넌 인간이라 신성을 얻을 때의 전능감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지. (웃음) 숭배는 뭐가 되었던 받으면 받을 수록 좋은 거야. 얼마나 많은 숭배를 받느냐에 따라 치우는 신이 될 수도, 동물보다 약할 수도 있어. 치우는 소멸되기 싫어. 치우의 오랜 친우였던 공공이랑 형천은 소식이 끊겼어. 어딘가에서 빌빌대고 있거나 소멸되었겠지. 4년에 한두번 뿐일지라도 수천만명에게 숭배받는 호사를 누리는 놈은 얼마 안돼. 재단 너희들이 치우를 다시 약하게 만들어 버렸지만…너희들이 아무리 지워도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월드컵의 기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치우는 소멸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