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페리압시스1
객체 등급: 햇빛, 밝지 않음
특수 격리 절차: 교차 사태는 마리아나 해구의 10 심도할당구역에서 발생하며, 그 중심점은 STYGIA 전초기지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들의 주변 시야에 위치한다. 교차 사태나 페리압시스의 물리적 격리는 존재론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차를 관찰하는 데 시간조정은 필요하지 않다. 발생시점은 그저 알려져 있다.
페리압시스가 도달하면, 인원들은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좋다.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설명: 페리압시스는 의미론적으로 초현실적인 초물체이다. 여느 정신이 쫓기에는 불빛이 너무 많아서, 정량화를 통한 심도 있는 설명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세부사항은 페리압시스를 목도할 때의 감각적 이미지와 시냅스적 혼란만을 통하여 전달될 수 있다.
교차 사태는 페리압시스가 도달하는 시간을 일컫는다. 객체는 물질성을 한계짓는 바다를 끊임없이 뛰어넘어, 개념 앞에 물러서서 여태까지 존재한 그 행동을 묘사하는 손에 의해 던져진다. 태엽장치처럼 대상의 가속도는 점차 줄어들며, 표면장력이 사라질 때까지 느려지고 또 느려져서 우리의 어두운 현실성 안으로 퍼진다. 그리하여 그것은 꽃핀다. 우주의 꽃잎을 향해 퍼지는 광활한, 만화경같은 풍경이 우리의 뉴런과 난생 배워본 적 없는 감각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우리의 기억에 무지개를 그린다.2
이는 펼쳐지기 시작하면 곧 떠난다. 그 하강은 방해받지 않고 계속해서 이루어지며, 우리의 인식을 벗어나 우리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존재의 계층 속으로 사라진다. 그것은 사라진다.
우리는 다음에 올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 우주의 계층은 우리의 분석 도구 너머에 있으며, 현재까지 그들의 사건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은하 너머에 위치한 행성의 날씨를 예측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천상의 힘과 빠른 흐름에 의해 객체는 조류를 거슬러 오른다는 것이다. 가속도는 주어졌다. 그것은 하늘에 원호를 그리며, 표면을 흘낏 바라보고, 움직임을 생략하며 나아간다. 태엽장치처럼 주기는 반복된다. 태엽장치처럼 우리는 다시 이를 목격한다.
우리 현실의 존재들과는 달리, 페리압시스는 일관성있는 정체성을 갖지 않는다. 하나의 존재에 얽매이는 대신 페리압시스는 동시에 수백 가지 존재일 수 있으며, 존재에 대한 우리의 기준에는 모순되나 모든 것이 일체로 비추어진다. 이 정체성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 누군가의 별자리로부터 떨어진 별.
- 우주가 탄생할 때 생겨난 일련의 인과율, 끝내 끝맺어짐.
- 사지가 꼬이는 흐름, 심해 속의 파도, 새로운 팔과 새 손가락이 뻗어나는 관절의 부서짐, 물리적 접촉의 희귀한 경험에 도달한다.
- 엄마를 찾는 미아
- 현란한 빛깔의 떨어진 페인트 조각.
- 긁힌 유리공예와 그슬린 그림들로 이어진 성당.
- 온기가 사라져가는 불씨에 그을린, 흐려지고 희미한 어린 시절의 기억 슬라이드 쇼.
- 우리 존재를 통과하며 무차별적으로 휘몰아치는 고차원적 폭풍의 형성. 폭풍이 지나치며 마리아나의 바다에 번개가 친다.
- 어두운 복도를 찍은 100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흐릿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촬영되었음을 알 수 있지만, 복도 끝의 문은 촬영자로부터 일정하게 고정된 위치에 놓여진 것으로 보인다.
- 우주에서 가장 밝은 플라즈마, 흐려진다.
- 일천 장의 답장 없는 편지들.
- 서로 층을 지어 강렬한 특이점으로 폭발하는 은하와 성단들.
- 셀 수 없이 많은 응답없는 울음들.
- 무언가 거대한 것으로부터 벗겨내진 피부.3
- 향수.
- 갈망.
- 신.4
제의 혹은 그 외의 수단을 통해 객체에게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페리압시스는 주의를 요하지 않는다. 페리압시스는 숭배를 원하지 않는다. 페리압시스는 고독을 향한 무조건적인 갈망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무시되길 원한다.
소통할 힘이 없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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