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94-KO
일련번호: SCP-394-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394-KO는 제145K기지 지하 2층 안전 등급 개체 보관실에 격리한다. SCP-394-KO-A에게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할 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D계급 인원을 이용한다. 그 외 인원이 실험 목적으로 SCP-394-KO를 사용해 SCP-394-KO-A와 접촉하고자 할 시 3등급 이상 인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SCP-394-KO-A의 선호에 따라 D계급 인원 식단이 예산 범위 내에서 일부 조정되고 있다.
설명: SCP-394-KO는 사슴, 다람쥐, 포도 등의 조형이 장식된 적색 사암 재질 찻주전자이다. SCP-394-KO의 뚜껑은 몸체와 완전히 접합되어 있어 분리되지 않는다. 개체의 안에는 항상 일정량의 뜨거운 커피가 들어 있으며, 주전자의 주둥이 부분을 통해 이 커피를 따라내어 마실 수 있다. 인간이 이를 마시면 커피는 음용량만큼 다시 자체적으로 충당된다. 한편, 주둥이 부분을 통해 다른 물질을 넣자 주입한 물질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라지면서 실패했다.
SCP-394-KO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일시적으로 미각을 상실하고, 그 대신 미각 외의 다른 감각, 즉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무작위로 증강된다. 실험 결과, 감각에 변화가 찾아오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였다. 피영향자는 미각을 느끼지 못함에도 식욕이 약간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되는데, 이때 피영향자의 평소 기호와 상관없이 최대한 다양하고 특이한 음식을 섭취하려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이 영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때 다시 SCP-394-KO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영향이 사라진 뒤에 커피를 재차 섭취할 시에는 동일한 변화가 다시금 나타난다.
커피를 섭취할 때마다 약 10%의 확률1로 섭취자는 특정 독립체(SCP-394-KO-A로 지정)와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의사소통은 SCP-394-KO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의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섭취자 외 주변 인물 역시 SCP-394-KO-A의 소리를 인지할 수 있다. SCP-394-KO-A는 자신이 다른 차원에 기거하는 악마이며, 약 300년 전부터 SCP-394-KO를 매개체로 인간들과 교류를 이어왔다고 주장한다.
부록 1: SCP-394-KO-A 면담 기록
아래는 SCP-394-KO-A와 D-14589가 진행한 면담 기록이다. SCP-394-KO-A를 마신 D계급 인원 옆에 악마학과 신회석 연구원이 동석해 지시를 내리면서 기록을 녹취했다. 이 면담은 우연히 최초 실험 도중 SCP-394-KO-A가 확인된 이후로, 장시간 면담의 필요성을 제기한 악마학과 측에서 실시한 접촉 시도이다.
비고: SCP-394-KO-A가 말을 걸어올 때까지 D-14589는 면담 시작 이전까지 27번 커피를 마셔야 했다. 중간중간에 잠시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가지긴 했으나, 실험은 이미 18시간 넘게 연속으로 진행된 상태다.
[기록 시작]
D-14589: 또 마시라는 대로 마셨는데, 아니 그것보다 대체 몇 번째 마시게 하는 거야. 말이 걸려 올 거라 하지 않았나?
SCP-394-KO-A: 이봐.
이때 D-14589와 신회석 연구원은 모두 SCP-394-KO-A의 말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은 이후 면담 시 사용한 녹음기로 이루어졌다.
D-14589: 커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속 이럴 거야? 아니 나야 일개 시다바리라지만, 연구원 나리도 힘들잖아?
SCP-394-KO-A: 이봐!
신회석 연구원: 어라, 방금 무슨 소리가-
D-14589: 그리고 신기한 것도 한두 번이지. 아까는 피부에 닿는 모든 게 간질간질 느껴져서 소름이 쫙 돋았다고! 초음파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는 또 어떻고! 이건 미친 짓이야, 이런 건 때려치고 우리 그냥-
SCP-394-KO-A: 야!!!!
D-14589와 신 연구원이 모두 놀란 듯해 보인다.
D-14589: 우왓. 아니, 어디서 말을 걸어오는 거래?
SCP-394-KO-A: 드디어 여기를 봐주는구나?
D-14589: [주변을 둘러본다.] 안 보이는데?
SCP-394-KO-A: 에이씨, 말이 그렇단 거지…. 아무튼, 저번에 멍청해 보이던 놈2보단 상판이 나아 보이는구만. 다시 말하지만 난 네들이 말하는 악마다!
D-14589: 오… 그러면 막 입에서 불도 뿜고 날아다니기도 하는 건가? 두근거리는데!
SCP-394-KO-A: ……좀 더 극적인 반응은 없나? 막, 무섭다든가. 아니 그리고, 날 수는 있지만 불은 못 뿜는다. 대체 누가 그런 선입견을 심어주고 다니는 거야?
D-14589: 악마는 본 적 없지만 괴물딱지 같은 건 이미 숱하게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걸랑. 그나저나 불을 못 쓴다고?
SCP-394-KO-A: 아니 원래 못 쓰는 게 아니라… 아무튼, 이 몸에게는 그까짓 불똥 좀 쏘아대는 것보다 더욱 대단한 권능이 있다!
D-14589: 오오, 위대하신, 음, 이름이 뭔지 모르네. 위대하신… 악마님의 권능을 꼭 이 두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D-14589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SCP-394-KO-A는 이러한 태도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공손해진 말투를 기뻐하는 듯 크게 웃는다. D-14589는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에 대한 이유로 "오랜만에 타격감 좋은 놈이 걸린 것 같아서"라고 면담 이후 진술했다.
SCP-394-KO-A: 그래, 진작 그리 나왔어야지! 지금까지 네놈이 느낀 오만 이상한 느낌! 그게 바로 다 내 힘이다! 신경을 뒤죽박죽, 감각도 내 마음껏 뒤틀어 댈 수 있다. 어때, 경외심이 솟아오르지 않나?
D-14589: 아, 그 간질간질하고, 귀에서 이명 겁나게 나대고, 눈에서 빔이 나오는 그런 것들이요?
SCP-394-KO-A: 그리 간단한 단어로 일축하지 마라! 이게 얼마나 고차원적인 기작을 거치는…
D-14589: 됐고, 뭐 다른 건 없나?
SCP-394-KO-A: …갑자기 말이 짧아지지 않았나?
D-14589: [흐느적거리던 몸을 꼿꼿이 세운다.] 기분 탓입니다. 악마님의 힘을 직접 볼 수 있단 생각에 정신이 살짝 나가버려서. [조그마한 웃음] 그래서, 다른 건 더 없습니까?
SCP-394-KO-A: [눈에 띄게 말을 더듬는다.] 아, 아니이… 그러니까 그게…
D-14589: 뭐죠?
SCP-394-KO-A: 내 말 좀 들어봐. 금세기 들어서 신 놈들이건 악마들이건 갈수록 먹고 살기조차 팍팍해지고 있단 말이야. 신이든 우리든 오랫동안 신비주의를 고수하면서 신앙심이랑 부정적 감정을 수급해 왔어.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잖아?
신 연구원이 D-14589에게 손짓한다. D-14589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SCP-394-KO를 신 연구원에게 건네고 뒤로 물러난다.
신회석 연구원: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그 얘길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SCP-394-KO-A: 그으러니까… 과거에 아무리 대단한 놈이었든, 인간들이 지나치게 잘나가게 된 지금에 와서는 변화할 필요가 있었단 거지. 아예 쫄딱 망해서 겨우겨우 벌어먹고 사는 놈도 있고. 그 잘난 그리스, 로마 쪽 신들도 방법을 바꿔서 버티고 있잖아. 악마도 예외는 아니지. 더군다나 2, 30년쯤 전에는 악마들이 와르르 폭망하는 사건까지 있었어서 신들보다 더 힘들거든…
신회석 연구원: 분명 그렇죠. 당신도 그에 맞춰 적응했다, 이런 뜻입니까?
SCP-394-KO-A: [돌연 신난 듯 빠르게 말을 이어감] 그럼! 이런 시대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놈만이 살아남지! 내 얼마 남지 않은 권능을 이용해 끝내주는 체험을 시켜주는 대신에, 니들이 먹는 음식을 나도 조금 공양받는 약식 계약이라고 할까. 웬 찻주전자에 우연히 갇히고서 급조한 것치고는 제법 잘됐단 말이야!
신 연구원과 D-14589는 10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내 찻주전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SCP-394-KO-A: 무, 뭐냐. 그 측은하다는 듯한 눈빛은?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신회석 연구원: 아, 아니, 잠시 놀란 것뿐입니다. 그럼, 지금은 예전의 힘을 거의 다 잃으신 채로 음식만 먹고 계신 겁니까?
SCP-394-KO-A: 음! 이 시대는 지루하지 않단 말이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음식을 가만히 누워서 맛볼 수 있으니까. 예전 시대에도 유감은 없지. 참, 그런데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신회석 연구원: 무엇입니까?
SCP-394-KO-A: 저번에 입이 화- 해지는 초록색과 달달한 갈색이 뒤섞인 무언가는 먹지 말거라.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신회석 연구원: …잘 알겠습니다.
[기록 종료]
후속 조사 결과, SCP-394-KO-A가 미각을 가져간 대가로 피영향자의 다른 감각을 강화할 때, SCP-394-KO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생명약동에너지 (EVE)가 항상 비슷한 양만큼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미루어 보아 SCP-394-KO-A가 "약식 계약"으로 음식을 공양받아 회복하는 EVE의 양과, 계약의 대가로 지불하는 EVE의 양은 거의 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추정된다.
SCP-394-KO-A가 음식을 다량 섭취하고 "예전의 권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악마학과 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악마학과에서는 음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SCP-394-KO-A에게서 악마의 역사 및 각종 정보를 알아내고 있다. 정보의 신뢰성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시점에선 그 이득이 위험성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고 판단되어 현재 격리 절차가 유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