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3930
등급: 없음(N/A)
특수 격리 절차: SCP-3930에 배정된 인력들은 러시아 우신스크 근교에 설치된 S5-C9 교두보를 감시하면서 현장 사령부의 명령에 따른다. SCP-3930에 배정된 인력들은 해당 교두보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SCP-3930은 실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 SCP-3930은 실존하지 않는다.
본 파일의 나머지 내용은 등급 5/3930 제한 기밀사항이다.
적절한 인증서가 없는 접근은 금지합니다.
파일 관리관의 공고: 본 파일에 접근이 허용되는 살아있는 사람은 오로지 일곱 명 뿐이다.
수정된 특수 격리 절차: 현재 진행 중인 SCP-3930의 격리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SCP-3930에 배정된 모든 인력이(본 파일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된 인력은 제외) SCP-3930은 실존하지 않으며, 실존한 적도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SCP-3930에 배정된 인력이 SCP-3930의 실존을 주장할 경우, 다른 업무로 재배정하고 철저한 정신감정을 받아 SCP-3930이 실존하지 않음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실히 한다. 정신감정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임 3930 연구지도관의 소관으로 넘겨져 살처분된다.
SCP-3930에 배정된 모든 인력은, 설사 어떤 언어나 배열이 그 내용으로써 SCP-3930의 실존을 암시한다 하더라도, SCP-3930은 실존하지 않음을 이해해야 한다.
SCP-3930은 발견된 그 위치에 격리되어 있다. SCP-3930을 격리하고 있는 일대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금지된다. SCP-3930 주위로 지정된 교두보의 크기는 대략 직경 1 킬로미터이다. SCP-3930에 접근하려는 의도로 이 교두보를 드나들려는 모든 비인가자는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한다. 본 파일에 대한 접근이 허용된 일곱 명은 SCP-3930의 격리와 SCP-3930에 배정된 인력들의 관리에 대한 총체적 집행권한을 갖는다.
SCP-3930의 한결같은 실존부정이 곧 SCP-3930의 격리 절차이다.
설명: SCP-3930은 러시아 우신스크 근교의 반경 1 킬로미터 교두영역 안에 위치한 정적 공허다. 이 영역은 1970년대에 소련 과학자들이 지정했다. SCP-3930은 빛이나 소리를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으며, 형태나 질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 SCP-3930은 통과될 수 없고, 상호작용될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도 조작될 수 없고, 차원이 없다.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광범한 검사를 통하여, 재단의 연구원들은 SCP-3930이라고 불리는 영역 안에는 절대적으로 아무 것도 실존하지 않음을 99.999% 정확도로 증명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CP-3930에 노출된 사람은 예외 없이 이 공간이 주변 지역과 비슷한 식물상 및 동물상으로 가득차 있으며, 이 비실존 공간 속 어딘가에 무슨 건조물도 하나 있다고 주장하게 된다. 사람들이 SCP-3930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으나,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어 있다(상세 내용은 부록 3930.3 참조). SCP-3930은 통과되거나 상호작용될 수 없기 때문에(왜냐하면 애초에 SCP-3930은 실존하는 무언가가 아니므로), 현존하는 물체나 생물들은 SCP-3930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SCP-3930에 접근하려 하는 사람은 어찌되었든 다른 관측자들에게 그 접근을 하는 것으로 인지된다. 사람이 SCP-3930의 실존하지 않는 “경계”를 지나가는 순간, 그 사람은 실존하기를 그만둔다. 하지만 외부의 관찰자는 SCP-3930을 통과한 사람을 얼마간 계속 인지한다. 이는 그 사람이 더 이상 인지되지 않을 때까지 계속된다.
요약하자면,
- SCP-3930은 실존하지(exist) 않는다.
- SCP-3930은 물리적 위치, 시간상의 시점, 특이점, 진공, 외부차원 공간, 메타구조 따위의 설명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런 설명 가능한 것들의 필요조건은 실존(existence)인데, SCP-3930은 실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 SCP-3930은 인지되는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 SCP-3930은 실존하지 않기 때문에, 실존하는 무언가를 포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SCP-3930을 통과하거나 진입하는 모든 것은 SCP-3930의 비실존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바, 실존하기를 그만둔다.
- 상술한 모든 내용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들은 SCP-3930을 인식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SCP-3930에 의해 비실존이 되는 것들 역시 유사한 인지가능성을 갖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인지기능이 있는 존재(being)들이 인식하는 SCP-3930의 어떤 성질들이 SCP-3930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의 수, 그리고 그 성질들이 인지됨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수에 의해 유의미하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부록 3930.3 참조
마지막으로, 인간의 인식이 SCP-3930의 인식된 성질에 미치는 영향은 기억소거를 통해 취소될 수 없으며, 심지어 사망을 통해서도 취소되지 않는다. SCP-3930의 인식되는 성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밝혀진 수단은, SCP-3930을 인식한 사람이 SCP-3930 속으로 들어가서 비실존하게 되는 것이 유일하다. 이것이 SCP-3930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지 않지만, 대략 31일 동안 차츰 취소되며 다시 안정화된다. 이 공허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SCP-3930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의 최대 수는 10명이다. 그 중 7명은 격리 절차에 언급되어 있고, 2명은 실험 목적으로 배당되며, 1명은 민간인이 연루될 경우에 대비해 비워둔다.
부록 3930.1: 발견 경위
SCP-3930의 최초 발견에 관한 기록은 소련 정보공동체의 해체 과정에서 소실되었다. 하지만 SCP-3930이 SCP-3930과 상호작용하려 시도한, 더이상 실존하지 않게 된 사람에게 발견되는 일이 한 번 이상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소련이 망할 때가 다 되어서도 SCP-3930은 어용 과학자들 및 연구원들에게만 알려져 있었으며, GRU "P" 부서 직원들은 아무도 SCP-3930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소련 과학자들이 SCP-3930의 성질도 알고 있었다면, 그것은 계획된 것이었을 것이다.
본 격리 절차가 수립되기 전에 SCP-3930의 실존을 인식했던 사람들의 수는 불명이나, 기록들을 살펴보면 소련 과학자들이 이 변칙성을 격리하고 또 연구하는 데 있어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SCP-3930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상당한 인명손실이 있었으며, 이는 SCP-3930에 관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재단 공작원들이 SCP-3930을 발견했을 당시 소련측 연구진은 극소수만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SCP-3930으로 사라졌다.
SCP-3930의 현 격리 절차 역시 불행한 인명손실을 대가로 완성될 수 있었다. 여기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부록 3930.3을 참조할 것.
부록 3930.2: 탐사 기록
이전까지 정립된 SCP-3930에 관한 이해에 따르면 SCP-3930 안으로의 탐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부의 관찰자는 SCP-3930 속으로 들어가는(그리고 그리함으로써 실존하기를 그만두는) 사람을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로부터 음성도 수신받을 수 있다. SCP-3930 주변에서는 음성 및 영상 기록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디오카메라는 실존하지 않는 것을 촬영할 수 없으며, SCP-3930의 영상은 SCP-3930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변칙적 시각인지 변칙성에 종속적이다. 녹음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요약하자면, 모든 음성 및 영상장치는 SCP-3930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작동을 그만두지만, 관찰자는 그것들이 계속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심지어 이 모순점을 알게 될 경우1에도 그러하다.
이하 내용은 3930/7/42가 자기가 인식한 대로 작성한 음성 기록이다. 본 내용이 기록되는 동안 3930/7/4는 마이크로폰을 통해 이야기했고, 그 대답을 인식했으며, 인식한 대답을 녹음장치에 대고 반복했다. 즉슨, 다음 내용은 3930/7/4가 다른 인간과 이야기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그 다른 인간은 녹음 시점에 이미 실존하지 않는 사람이며, 모든 내용은 3930/7/4가 혼자 이야기한 것이다. 이 과정은 3930/3/3이 지켜보면서 인식된 대답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이후 녹취록 작성을 보조했다.
[녹취록 시작]
3930/7/4: 좋다, D-124. 이제 앞으로 걸어가도록.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 이야기해 보겠나?
D-124: 나무요. 숲이네요.
3930/7/4: 동물은 보이나?
D-124: 아뇨.
3930/7/4: 그렇군. 계속 앞으로 가도록.
침묵.
3930/7/4: 지금 자네는 변칙성의 경계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무언가 보이는 게 있나?
D-124: 아뇨. 그냥-
이 시점에서 D-124는 SCP-3930 속으로 사라졌고, 실존하기를 그만두었다. 그의 무전기가 작동을 중단한 것은 음성기록장치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러나 3930/7/4와 3930/3/3 둘 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D-124: -나무에 덤불에 그런 것들 뿐인데요.
3930/7/4: 계속 앞으로 가게.
침묵.
D-124: 어, 잠깐만요. 여기 공터에 뭔가 있는데요. 무슨 건물 같은 거요.
3930/7/4: 자세히 설명해 보겠나?
D-124: 네, 그러니까… 낮은 건물인데요. 무슨… 아파트 건물 같네요. 잡초가 무성한 게,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나봐요.
3930/7/4: 그 구조물의 크기는 어느 정도지?
D-124: 어, 모르겠는데요. 아마… 한 100 피트 정도? 옆에 문이 여섯 개 달려 있구요, 뒤쪽은 구부러져 있는 거 같아요.
3930/7/4: 계속 앞으로 가게.
D-124: 그럽죠.
침묵.
D-124: 그런데요, 뭔가 있는 거 같은 게요. 무슨 소리가 들려요. 근데 엄청 조용하구요. 좀전까지만 해도 바람 소리나 풀섶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이나 풀섶 소리가 분명히 아니에요.
3930/7/4: 어떤 소리이지?
D-124: (멈춤) 솔직히, 모르겠어요. 희미해요.
3930/7/4: 알았다. 뭔가 새로운 게 있으면 보고하도록.
침묵.
D-124: 좋아요. 건물 앞까지 왔어요. 무슨 아파트 건물이 분명한 거 같네요. 벽은 흰 색에 문짝들은 갈색. 나무 문이네요. 그리고 에… 여기 다른 건물도 있는 거 같은데요, 무슨 사무실인가?
3930/7/4: 그 문들 한번 열어 보겠나.
D-124: 해 볼게요. 잠시만요. (멈춤) 이건 잠겼네요. (멈춤) 이것도요. 잠시만요. (멈춤)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안에 뭐가 보일까 해서 말이죠. 그런데 어… 그냥 깜깜한데요. 커튼 너머를 볼 수가 없어요.
3930/7/4: 문이나 계속 확인하게.
D-124: 넵. (멈춤) 어 하나 열렸다. 어디 보자. (멈춤) 분명히, 음, 분명히 여기 아무도 안 산 지 꽤 된 거 같구요. 캄캄하고, 먼지구덩이인데. 침실은 하나 있는 거 같고요. 가구도 얼마 없고, 의자 몇 개에 작은 책장 하나. 그리고 책장은 텅 비었어요. 침실 한 번 볼게요. (멈춤) 2인 침대에. 서랍장에, 서랍장은… 서랍장은 비었네요. 침대는 됐고. 커튼이 안 쳐진 데가 없는데, 잠시만요. (커튼을 걷는 소리.) 이 창문은 그냥 저 뭐냐, 공터 반대쪽으로 난 창문 같구요. 이 건물은 커다란 L자형인데, 저쪽으로도 향하는 거 같고.
3930/3/3: (마이크로폰에서 떨어져서) 그 빛 좀 끌 수 없겠나? 염병할 눈이 부시군.
D-124가 이후 5분 동안 침실 및 침실에 딸린 화장실을 수색한다. 그 뒤 3930/7/4가 그에게 방을 나가라고 한다.
D-124: 네, 알겠어요. 그럼- 잠깐만.
3930/7/4: 뭔가?
D-124: 제가… 제가 아까 블라인드를 걷었지요?
3930/7/4: 뭐라고?
D-124: 블라인드란다, 씨발… 아까 제가 커튼을 걷었잖아요. 침실에 들어왔을 때.
3930/7/4: 나야 모르지, 나는-
D-124: 아뇨, 분명히 걷었어요. 확실히 기억하는데, 제가 저 창문 밖을 내다보기까지 했으니까요. 저 커튼을 제가 걷었었다구요. (멈춤) 여기 안에 다른 뭐가 있는 건가요?
3930/7/4: 그렇다고 판단할 만한 이유가 없으니, 아니라고 하겠네.
D-124: 그럼 저 씨발 커튼은 왜 도로 쳐져 있는 거죠? 왜 커튼이 쳐졌냐구요?
3930/7/4: 우리는 모르네.
D-124: 당연히 모르겠죠. 하지만… 제가 분명히 커튼을 걷었다구요. 저기 서서 밖을 내다봤으니까 분명히 알 수 있는데 그게… 제가 어… 제가 밖에 누가 있다고 했잖아요, 아닌가… 음. 제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마 제가 틀렸을 수도. (멈춤) 이상하네요.
3930/7/4: 뭐라고?
D-124: 아무 것도 아녜요. 그냥 음… 계속 움직일게요.
침묵.
D-124: 다음 방도 거의 비슷한데요.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만 빼면요. 그리고 이 방에는 TV가 있네요.
3930/7/4: 그 TV 켜져 있나?
D-124: 에? 아뇨. 여긴 아무도 안 산 지 몇 주, 아니 몇 년은 된 거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멈춤) 그런데요, TV가 아직 따뜻한데요. 누가 여기에 있었나 봐요. 어디 보자… (멈춤)
3930/7/4: 뭔가?
D-124: 켜져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채널이 계속 바뀌어요. 그림하고 사진만. 흑백이구요. 거꾸로 뒤집힌 바다. 거울들에 얼굴들. 화장터 장작. (멈춤) 한 가지 그림이 자꾸 계속 나오는데요. 검은 배경에 뭐냐… (멈춤) 어두운 형체들이 떠다니고 있어요. 하나 이상요. 아주 작아요.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네요. (멈춤) 방금 그 소리 들렸어요?
3930/7/4: 아무 소리도 안 들렸네만.
D-124: 또 그 소리에요. TV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에요. 아마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멈춤) 이거, 어… 허.
3930/7/4: 왜 그러나?
D-124: 음, 그게 말이죠… 미친 소리처럼 들릴 거라는 건 아는데요, 이 방으로 들어올 때 열고 들어온 문이 저쪽 벽에 붙어 있었는데요, 이제 문이 그 벽에 없어요. 대신 창문이 붙어 있구요.
3930/7/4: 창문 밖을 볼 수 있겠나?
D-124: 네, 어… (멈춤) 저기, 진짜 미친 소리처럼 들릴 거 같지만, 커튼을 걷을 수가 없어요. 커튼을 걷으려고 하면, 그게… 그 뒤에 커튼이 더 있어요. 또 걷으면 또 있고.
3930/7/4: 그 방에 다른 무언가 있나?
D-124: 여기-
이 시점에 이동식 연구실의 3930/7/4와 3930/3/3이 있던 방에 비치된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3930/3/3이 전화를 받았다. 그와 동시에 3930/7/4는 음성수신기 건너편의 D-124 근처에서 또다른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D-124: 여기 전화가 울리는데요. 여기 전화기가 있었던 거 같지 않은데, 잠시만요.
3930/7/4: 이봐, 받지 말-
D-124와 3930/3/3이 동시에: 여보세요? (멈춤) 네, 지켜보고 있는데요. (멈춤) 이거 들으면서요. (멈춤) 내 말 들려요?
이 시점에 3930/7/4는 D-124로부터 심한 울림현상이 들려오는 것을 알아챘다.
D-124와 3930/3/3이 동시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 말 들려요? 지금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 거 맞나요? 이게 뭐여?
3930/7/4: 야- 그 전화 끊어! 그 염병할 전화 끊으라고!
3930/3/3이 전화를 끊고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음성 수신기 너머 반대편의 D-124도 유사한 혼란을 표현한다.
D-124: 방금 그거 뭐였죠? 들으셨나요?
3930/7/4: D-124, 지금 있는 방에 다른 출구는 있나?
D-124: 네, 계단통이 하나 있는데요. 그리 가 볼게요.
3930/7/4: 그래 보시게.
침묵.
D-124: 네, 계단으로 내려왔어요. 그래서 이제… 다른 방에 들어왔네요. 아니, 잠깐만. 맞나? (멈춤) 저기, 아까는 깜빡하고 말을 못 했는데, 피부에 이상한 느낌이 나요.
3930/7/4: 무슨 뜻인가?
D-124: 분필 묻은 거 같은 느낌요. 그리고 손으로 팔을 문지르니까, 그 느낌이 뭐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꼭 팔이 잠깐 동안 없어진 것 같았어요.
3930/7/4: 알겠다. 지금 방의 주변을 묘사해 보겠나?
D-124: 아까 방하고 같은 소파가 있구요, 그런데 뭔가 좀 다른 거 같긴 하네요. 방 크기가 틀린가? 좀 더 크게 느껴져요. 물건들 사이 간격이 더 크구요.
3930/7/4: 계단을 다시 올라가 보겠나?
D-124: 계단요?
3930/7/4: 방금 내려온 계단 말야.
D-124: 무슨 계단요?
3930/7/4: 방금 계단으로 내려왔잖아. 그 방으로 들어오려고.
D-124: 아뇨, 문 열고 들어왔는데요. 여기 있는 문요. (멈춤) 이상하다. 문이 이제 잠겨 있네요. 그나저나 이 소리 정말 안 들리는 거에요?
3930/7/4: 자네한테 들린다는 그 소음을 좀 자세히 말해 보겠나?
D-124: 에… 잡음 아시죠?
3930/7/4: 그럼.
D-124: 가끔 아무 것도 없는데 들리는 게 있잖아요? 뇌가 알아서 공백을 채우면서. 이 소리가 그 소리 비슷한데요, 뇌가 만드는 소리요. 잡음만 없구요. 그렇게 큰 소리도 아닌데, 분명하게 들려요. (멈춤) 제 생각엔, 어… 어디 보자. 여기 어디에 문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 보자.
이후 4시간 동안 D-124는 지금 있는 방에서 나가는 길을 찾는다. 제어반 쪽에서도 D-124가 방을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려고 했지만 쓸모가 없었다.
D-124: 방금 또 알아챈 게 있어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요. 방 안의 물건들 사이 간격이 엄청 커졌어요. 이제 소파에서 TV 사이를 오가려면 10분씩 막 걸려요. 부엌까지 가려면 20분이 걸리구요.
3930/7/4: 뭐? 언제부터? 왜 아까 얘기하지 않았나?
D-124: 몰라요. 전- (멈춤) 누가 문을 두드려요. 잠시만요. (멈춤) 누구쇼? (멈춤) 밖에 사람이 있어요. 제가 자기 말을 들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데요.
3930/7/4: 내가?
D-124: 네, 제가요. (멈춤) 좋았어. (멈춤) 나갈 길이 있대요. 내려가면 된다는데, 그, 바닥을 통해서요. 충분히 뒤로 기대면 내려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침묵. D-124는 이후 38분간 대답이 없다. 3930/7/4와 3930/3/3도 38분간 말을 하지 않는다.
D-124: 백색소음.
침묵.
3930/7/4: 아직도 그 방인가?
D-124: 생각보다 머네요. 다 와 가는 거 같아요. 듣고 있어요?
3930/7/4: 들리나?
D-124: 좋아요, 계속 듣고 계세요. 이제 여기 밑에 내려왔어요. 그게, 저는 제가 보고 있는 것들이 저랑 무슨 관련이 있는 줄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던 거에요. 저는 그것들을 사실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멈춤) 그래, 이렇게 생각하니 말이 되는 거 같네요. 저한테 말구요. 아마 그쪽에요. 어쩌면 별 상관 없을지도요. (멈춤) 아까 제가 잡음에 대해 얘기하니까 뭔지 안다고 하셨죠? 지금 제 눈에도 비슷한 게 일어나고 있어요. 공백을 채우는 거요.
3930/7/4: 뭔가 보이나?
D-124: 여기엔 이 세상의 구멍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 공간이 그 구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어요. 배수구처럼. 사람도 끌려들어가요. 이젠 확실히 보이네요. 이 건물 전체가 끌려들어가고 있어요. 그 작고 작은… 점으로. 금이 가고 박살나고 있어요. (멈춤) 그래, 맞아. 맞아 맞아 맞아. 이건 반응이에요. 반작용 같은 거예요. 자연은 진공을 혐오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진공을 혐오하죠. 당신들의 정신은 이러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요, 그렇죠? 당신들은 별들을 바라보고 물건들을 보죠. 그게 당신들이 하는 일이니까. 세상이 말이 되게 하는 것. 질서란 사람이 만든 개념.
3930/7/4: 지금 있는 공간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겠나?
D-124: 아뇨(I'm not).
3930/7/4: 무슨 뜻이지?
D-124: 제가 아니라(I'm not)는 걸 알잖아요. 그걸 깨닫기만 하면, 이 모든 게 끝날 거예요.
3930/7/4: 내가 뭘 깨닫는다고?
D-124: 그저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보기를 멈춰 보세요. 그… 패턴을 보기를요. 저는… 만약 눈을 돌린다면, 저를 보기도 멈출 거고, 그리고… 저를 듣기도 멈출 거니까요. 그리고 그게 바로 저한테 들리던 소리였어요. 여태 계속 들리던 소리가 그거였다구요. 맞아, 그러니 말이 되지. 눈 한번 깜빡이면 놓치게 되고,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게 되니까, 그래서 주의를 끌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거예요. 만약 놓친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게 되니까, 그리고-
3930/7/4: 천천히 말하게, 자네-
D-124: -아뇨 아뇨 아뇨, 눈을 돌리면 패턴도 사라져요. 듣기도 멈추고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어요. 그럼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제 저는… 아직도 모르곘어요?
3930/7/4: 이봐-
이 시점에서 현장의 발전기가 작동하면서 전자 시스템이 잠시 두절되었다. 3930/7/4와 3930/3/3은 음성 수신기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D-124와 접촉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녹취록 끝]
부록 3930.3: 3930/1/1과의 면담
이하 발췌록은 재단이 개입하기 전까지 SCP-3930의 격리 절차를 수행하고 있던 소련 과학자 안드레이 바실리에프 박사Dr. Andrei Vasiliev와의 면담을 녹취한 것이다. 바실리에프 박사는 재단에 취직을 제안받았고, 이후 3930/1/1이 되었다. 면담자는 피에트로프 쿠즈킨 박사Dr. Pietrov Kuzkin였다. 번역자는 시몬 피에트리카우 박사Dr. Simon Pietrykau였다.
[녹취록 시작]
쿠즈킨 박사: 이게 뭡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그건 아무 것도 아니오. 측정 가능한 모든 견지에서 말이오. 그건 그저 정적이며 한결같은 공허요. 아무 것도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지.
쿠즈킨 박사: 어떻게 그게 여기 있는 겁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우리도 모르오. 그냥 발견되었소. 우리 국가에 의해서이든 아니면 외부의 누군가에 의해서이든. 그리고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지.
쿠즈킨 박사: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뭡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그것을 안다라? 애초에 알아야 할 대상이 있소? 거긴 아무 것도 없소. 측정할 것도 아무 것도 없고, 검사할 것도 아무 것도 없소. 그 문턱을 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실존하기를 그만두오. 녹음 장치를 장비한 군인들을 안으로 보내 보았고, 그들 모두 같은 운명을 맞았을 뿐이오.
쿠즈킨 박사: 당신네 연구진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아아… (멈춤) 인식이 바로 열쇠요. 모든 실험 결과는 거기에 있는 것이 부재(absence)라는 것을 말해줄 거요.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면 여전히 숲과 나무와 심지어 동물까지 보이지.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면 건물이나 사람도 보일 거요. 하지만 그것들 중 그 무엇도 실재가 아니오. 그리고 그 건물이 보일 즈음이면, 그 건물이 무슨 모양으로 되어 있든, 당신도 더 이상 실재가 아니게 되오. 당신은 그저 다른 누군가의 정신에 인식되는 당신의 반영에 불과한 것이 되는 거요. 이 것, 이 공허… (멈춤) 그것은 증오에 찬 거울이오. 그것은 당신이 자기를 바라봐 주기를 욕망하오.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증오하게 되오.
쿠즈킨 박사: 그래서 당신네 연구진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바실리에프 박사: 우리는 너무 많았소. 공허 속을 바라보는 우리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공허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
쿠즈킨 박사: 비명을 질러요?
바실리에프 박사: 그것에 접근하면 듣게 될 거요. 너무 희미해서 아무 것도 아니거나 또는 그 이하일 수도 있소. 그래도 분명히 들리는 잡음이지요.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요. 인간의 정신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도 패턴을 읽도록 진화했소. 그래서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드리워진 정신은 무로부터 무언가를 창조하기 시작하오. 당신이 듣게 될 것은 무언가 흔적기관 같은 것, 너무 작아서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지각력이오. 그것은 우리의 정신이 실존하지 않는 것을 인식하려고 시도할 때 공허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타나는 섬광이오. 그리고 그것은 증오하오.
쿠즈킨 박사: 무슨 뜻입니까, 증오한다니? 왜 그게 증오를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줄을 어떻게 압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우리는 너무 많았으니까? 우리 연구진 구성원 각각이 모두 공허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들 각각이 모두 그것을 인식하려 시도했소. 그 섬광들, 그 조그만 비명꾼들, 그것들이 결국에는… 서로 결속되기 시작했소. 분명히 말하지만, 쿠즈킨 박사, 그것들은 실재가 아니오. 중성미자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 이하이듯, 그것들은 중성미자에게조차 아무 것도 아닌 것 이하인 것들이오. 하지만 그것들은 어째서인지 스스로의 없음(nothingness)을 알고 있고, 증오를 품고 있소. 그것들에게 실존이란, 내 생각에는, 고통일 것이오. 그것들은 우주가 존재하는(being) 것을 증오하오. 그것들은 자기 자신이 존재함(being)도 증오하오. 그리고 자신들이 존재(be)할 수 있게 하는 우리도 증오하오.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나 증오하오. (멈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충분히 많은 우리가 이 공허를 들여다 보았기에, 무언가가 그것으로부터 기어나오고 말았던 거요. (멈춤) 그 뒤로, 우리는 열 명만 남았소. 그 이래로 이 변칙성은 안정되었소.
쿠즈킨 박사: 무엇이 기어나왔다는 겁니까?
침묵.
쿠즈킨 박사: 여기 얼마나 오래 계셨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수십 년.
쿠즈킨 박사: 왜 교체를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그 비명을 한 번 듣게 되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는 건 불가능하오. 다른 사람하고 교체해 달라는 건, 그저 다른 영혼을 더 저주받게 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지.
쿠즈킨 박사: 당신네 과학자들 중 나머지가 어느 날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공허 속으로 들어갔소.
쿠즈킨 박사: 왜죠?
바실리에프 박사: 우리는 이제 너무 많아졌소. 당신네 열두 명이 왔고, 우리는 원래 여덟 명이 있었소. 열 명 이상이 있어서는 아니되오. 당신네들이 공허를 인식했기 때문에, 당신들의 정신은 이제 그것을 잊어버릴 수 없게 되었소. 이제 우리는 열세 명이오. 하지만 우리는 열 명을 초과하여 있어서는 아니되오.
쿠즈킨 박사: 이 공허가 무슨 지적 생물체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요.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지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그것은 같은 것이 아니오. 이 공허는 그저 있는 거요. 비실존의 영역으로. 그건 이해할 수도 없고 바꿔낼 수도 없으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소. 하지만 패턴의 비명꾼들은, 그래요. 어떤 점에서 지적(intelligent)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우리이기 때문에 지적인 거요. 그들은 이 증오에 찬 거울에 비친 우리의 반영이오.
(카메라 화면 밖. 쿠즈킨 박사가 밖을 내다본다. 바실리에프 박사가 잠시 카메라를 쳐다본다.)
쿠즈킨 박사: 좋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바실리에프 박사: 열 명을 초과하여 있어서는 아니되오. 나는 공허 속으로 들어갈 거고, 당신네 사람들 중 둘도 따라와야 할 거요.
쿠즈킨 박사: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요?
침묵.
[녹취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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