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91-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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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게 무슨 소리야, 데미안?

누군가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야. 이 야밤에 뭘 치고 있는지 봐볼까.

들키지 않게 조심해.

오.

왜?

너에 대한 문서야. 이제 너에게 정식으로 번호가 부여되고 격리된다는 뜻이지.

그거 싫다.

그러게. 빨리 이동하자.

잠깐만. 그래도 나에 대해서 뭐라 썼는지 궁금해.

시간이 될까, 에밀리?

내용을 분석해서 내 시신경 구석에 희미하게 띄워줘. 이동하는 데 방해되진 않을 거야.

네가 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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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391-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391-KO는 제05K기지 제1호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격리한다. 재단 채용 절차 84조에 따라 변칙성이 온전히 무해하다고 판단될 시에는 성인이 되었을 때 재단 직원으로 채용이 가능하다.

나쁘진 않네. 하지만 그게 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

맞는 말이야, 에밀리.

설명: SCP-391-KO는 호문쿨루스형 변칙 개체이다. 외형상 약 15세가량의 여성으로 모습을 취하고 있으나 제작된 시기는 약 5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인간에 비해 성장 속도가 3배 정도 빠르기에 학습 속도와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 또한 비변칙적인 인간에 비해 빠른 특성을 보인다. 이는 변칙성이 없는 호문쿨루스형 인간형 개체와 구분되는 차이점이다. 빠른 적응 속도에 비해 SCP-391-KO는 순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초기 3년간 제작자로부터 받았던 강압적 학습에 의해 이러한 성격이 형성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

SCP-391-KO의 뇌에는 제█세대 인공지능(이하 SCP-391-KO-1)이 이식되어 있다. SCP-391-KO-1에게는 변칙적인 수준까지 향상된 자아가 존재하며, SCP-391-KO와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미약한 미래 예지 변칙성, 변칙적인 해킹 능력, SCP-391-KO 신체의 일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SCP-391-KO-1로 인해 SCP-391-KO에게도 기계조작성 변칙성이 일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일부 기계에 대하여 SCP-391-KO가 SCP-391-KO-1의 해킹을 위한 단말기가 될 수 있다. 제작자는 SCP-391-KO-1이 SCP-391-KO의 신체와 변칙성에 대해 간섭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SCP-391-KO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진술한 바 있다.

SCP-391-KO의 제작자는 요제프 싱클레어, 프란츠 싱클레어 박사이다. 이 두 박사는 제05K기지에서 연구 중인 호문쿨루스형 변칙 개체 제작 공식을 무단으로 차용하여 SCP-391-KO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적이 [데이터 말소]에 의해 발각되면서 두 사람의 숙소에 감금되어 있던 SCP-391-KO를 발견, 재단에서 보호 조치 삼아 격리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부록을 참고할 것.

부록 1: 요제프 싱클레어 청문회 기록

(전략)

앞부분은 생략하는 거야?

연구원마다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필요 없는 절차적 부분은 보고서에서 생략하는 경향이 있어.

합리적이네.

냉철하지만 냉혹하지 않은 거지. 이 상황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만.

문장섭 특무이사관보: 요제프 싱클레어, 기동특무부대 뮤-84의 관리하에 있던 호문쿨루스형 변칙개체 제작법을 무단으로 복사하여 변칙 개체를 만든 혐의를 인정합니까?

요제프 싱클레어: 인정합니다.

문장섭: 그 개체에게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도 함께 혐의에 들어갑니다. 인정합니까?

요제프: 인정합니다.

문장섭: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요제프: (잠깐 주저하다가) 제 아들 때문입니다.

문장섭: 프란츠 싱클레어 박사와 가족 관계를 이루었던 그런 아들 맞습니까?

요제프: 네, 맞습니다.

문장섭: 더 자세하게 설명하세요.

요제프: (긴 한숨) 저희는 아기를 가질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인 문제죠. 재단의 여느 직원들이 그러는 것처럼 재단 산하의 고아원을 통해서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재단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저희 둘의 속을 썩혔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건 기본에다가 매일 싸돌아다녀서 정신 사납게 만들기까지… 매를 몇 번 들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희만 지쳐갈 뿐이었죠. 왜 저희 생각에 맞춰주지 않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문장섭: 그 아들의 이름이 뭡니까?

요제프: 재단 데이터베이스에는 헤르만 싱클레어로 등록되어 있을 겁니다.

문장섭: (잠시 침묵) 계속하세요.

요제프: 결국 먼저 튀는 행동을 한 쪽은 헤르만이었습니다. 가출을 한 거죠. 문제는 그게 단순히 재단 밖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르텍으로 튀었거든요. 덕분에 지금까지도 못 잡고 있습니다. 행방도 직접 들은 바는 없습니다. 소문으로는 어느 술집에서 일한다고 하더군요.

문장섭: 그게 이번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죠?

요제프: 헤르만은 저희가 원하던 이상적인 자식이 아니었습니다. 저흰 저희에게 순종적이고 착한 아이를 원했지만 걔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음 애는 더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말을 잘 들을 아이를 고르자고 했죠. 하지만 아예 연고가 없는 입양아가 저희와 잘 지낼 수 있는 건 어려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그냥 저희가 원하는 아이를 직접 만들자고 얘기했습니다. 마침 제05K기지에 호문쿨루스형 변칙 개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대가 있다고 했으니 저희 둘 다 거기로 전출 신청을 내서 오게 된 겁니다.

문장섭: 애초에 저희 기지에 오게 된 게 보름달 서커스를 노리고 들어왔다는 얘기로 들리는 데 맞습니까?

요제프: (침묵)

문장섭: 대답하세요.

요제프: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고는 봅니다.

문장섭: 네, 참고하겠습니다. 계속하세요.

요제프: 그다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 기회를 봐서 제작법을 훔쳤고, 생명공학인 제 전공을 살려서 호문쿨루스형 변칙 개체를 만들었습니다.

문장섭: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요제프: 네?

문장섭: 그 아이를 만들고 나서,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요제프: 안도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알맞은 대체품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에밀리 괜찮아?

괜찮아. 발을 헛디딘 거뿐이야.

정신적으로 힘들면 디스플레이를 꺼줄 수도 있어.

괜찮아. 계속 보자. 이 정도는 이겨내야 벗어날 수 있어.

문장섭: 만든 과정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세요.

요제프: 어떤 면에서 더 얘기하면 되겠습니까?

문장섭: 성격이나 외모를 조정하는 과정 같은 부분 말입니다.

요제프: 저희는 완벽한 아이를 원했습니다. 저희의 말을 잘 듣는 정말 완벽한 아이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여자아이면 남자 둘인 저희가 다루기 쉬울 거라고 판단되어서요. 그 외 신체적인 부분들은 모두 평균이나 그보다 조금 높게 조정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래야 완벽해지니까요.

문장섭: 성격을 완벽히 조정하지는 못한 거죠?

요제프: 저희가 원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소심한 성격으로 만들어야겠죠. 하지만 그건 초기 단계의 아주 사소한 변수만으로도 변할 수 있는 감정적인 영역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의 적절한 훈육으로 만들어내자고 합의를 했습니다.

문장섭: 그럼에도 기본이 되는 바탕은 있을 텐데요. 헤르만을 모델로 해서 만들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요제프: 가장 기본적인 성격 모델에서 조금 향상시킨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적당히 심리적 지배를 할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잘 해결해 낼 수 있는, 그 적절한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많은 실험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실험체들 사이에서 에밀리가 태어난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군요.

문장섭: 무슨 문제요?

요제프: 완벽한 아이는 부모에게서 쉽게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이죠.

(하략)

하.

끝까지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은 못 하네.

부모는 다 그래.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개소리! 항상 어떻게 하면 나를 이겨먹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사람들이었어! 자신들이 설계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오빠가 떠난 것도 이해가 가. 진짜 짜증나 죽겠어.

진정해, 에밀리.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누가 오는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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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젠장, 너무 문서에 집중했나 봐, 빨리 숨어야 해!

3보 뒤에 창고가 있어. 아마 네가 숨을만한 상자 하나 정도는 있을 거야.

탈출에 지장은 없을까?

아무 일 없을 확률이 50%야. 설마 이 정도 일을 기획하면서 각오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좋아. 너를 믿어, 데미안.

너를 믿어야 해. 에밀리. 문서는 계속 띄워둘까? 이제 큰아빠 차례야.

일 없을 동안 읽어보자.

부록 2: 프란츠 싱클레어 청문회 기록

(전략)

문장섭 특무이사관보: SCP-391-KO를 길들이기 위해 가스라이팅 및 신체적 폭력을 수없이 많이 휘둘렀다는 점이 사실입니까?

프란츠 싱클레어: 가스라이팅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신체적 폭력과 비슷하게 훈육에 사용되는 거라면, 맞습니다. 그런데 길들이다라는 표현은 부적절하지 않습니까?

문장섭: 요제프 씨가 사용한 표현입니다.

프란츠: 아…

문장섭: 교차 검증은 여기까지 하죠. 대신 당신에게만 특별히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SCP-391-KO를 통제하기 위해 SCP-391-KO-1을 만들었습니다. 맞습니까?

프란츠: 네 맞습니다. 요제프가 생명공학 전공이고, 제가 인공지능학 전공이니까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죠.

문장섭: 설계한 이유가 SCP-391-KO가 말을 안 들어서가 맞습니까?

프란츠: 맞습니다. 정확히는 저희가 없을 때에만 성격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안 돼.

움직이지 마, 에밀리. 상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

문장섭: 예를 들면요?

프란츠: 집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얌전하던 애가, 보육원에 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돈을 뺏어 사내 매점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는 등의 행동을 하는 거죠. 아예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다른 사람이 된 거였죠.

으아악 꺼! 당장 저 망할 보고서를 꺼!

쉿, 속에 있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게 조심해.

문장섭: 무슨 뜻이죠?

프란츠: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인격이 분리되었다는 뜻입니다. 에밀리는 그 인격을 '크로머'라고 칭하더군요.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내가 만들어졌지.

저 때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기억해야 해, 에밀리.

뭐? 왜?

계속 읽어볼까.

문장섭: 그럼 크로머를 지우려고 했습니까?

프란츠: 네, 그렇습니다. 에밀리는 완벽해야 했으니까요. 그 애한테 악이 있으면 안 됩니다. 오직 선의만 가지고 저희에게 충성해야 하는 자식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였으니까요.

문장섭: (한숨) 그래서 SCP-391-KO-1을 만들었구요.

프란츠: 저와 요제프는 '데미안'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걸 에밀리에게 이식해서 크로머라는 인격을 덮어씌우는 거죠. 크로머의 존재를 데미안을 통해 소멸시키는 겁니다.

실제로 저렇게 작동하지는 않아. 크로머는 여전히 네 안에 있어.

내 흑역사가 아직도 내 머리 안에 있다고? 빨리 지워줘!

그건 지울 수 없어, 에밀리.

왜?

그건 너의 일부니까. 난 알을 깨주는 존재일 뿐, 날아가는 건 너의 몫이야. 난 너의 일부를 건드리지 않을 거고.

그게, 좋은 거야?

글쎄. 적어도 내게 짜여진 완벽한 선의에 따르면 그래.

문장섭: SCP-391-KO-1에게 짜넣은 코드는 무엇이었습니까?

프란츠: 에밀리에게 넣었던 코드에서 인간성을 빼고 다른 부분을 더 강화한 버전이었습니다. 언제나 최선의 판단을 해서 에밀리가 하는 생각을 돕게 만들었죠. 겸사겸사 저희의 명령을 더 용이하게 수행하도록 만들고요. 저희와 통신할 수 있는 장비가 마련된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거 가지고 더 높은 곳에 폭로해 버릴 줄은 몰랐지만요.

문장섭: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프란츠: 제가 볼 땐, 크로머의 인격이 너무 강해서 데미안마저도 잠식해 버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장섭: 아뇨, 제 생각엔 데미안이 아주 잘 작동한 것 같군요.

그래, 그리고 지금도 잘 작동했군.

나도 들었어. 문 열리는 소리…

숨도 쉬지 말자.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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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업!

들켰다, 어떡하지, 데미안?

아니야, 잠시만, 기다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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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 갔다. 왜 간 거지?

저 사람, 큰아빠의 동료야.

뭐? 정말?

베아트리체 에바 박사. 재단 내 인공지능의 세대를 격상시킨 인물로 명망이 높아.

공부벌레구나. 그러니까 이 시간에도 깨어있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농담할 틈이 나는구나.

근데 왜 나를 보내준 거지?

부족한 내 연산 실력으로 답하자면… 알았을지도 몰라.

무엇을?

너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부록 3: SCP-391-KO 면담 기록

이 기록은…

너와 또 다른 사람이 한 면담 기록이야. 어떤 때인지 기억나?

재단에 잡히고 나서 첫 번째 면담이었어. 그때 면담했던 사람이, 피스토리우스 요원. 아직 혼란스럽던 나를 잘 이끌어준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재단 요원인 건 요원이겠지.

뭐 그렇지 어쨌든 날 가두는 데에는 진심이었으니까. 이렇게 있는 것도 다 네 덕이야, 데미안.

별말씀을.

면담자: 피스토리우스 요원

피면담자: SCP-391-KO


<기록 시작>

(SCP-391-KO가 면담실에 앉아 있다. 발을 앞뒤로 까닥거리는 행위에 불안한 심리가 역력하게 보인다.)

(피스토리우스 요원이 들어와 SCP-391-KO의 맞은편에 앉는다. 피스토리우스 요원이 주먹을 내밀자 SCP-391-KO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다. 피스토리우스 요원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주먹을 편다. 사탕이 탁자에 떨어진다.)

피스토리우스 요원: 먹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친해지기 위한 선물이야.

SCP-391-KO: (잠시 침묵) 얌전히 있어서 주는 상인가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뭐? (웃음) 아니야. 그냥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서 주는 거란다. 대가 없이.

SCP-391-KO: 대가 없이요? 어…

피스토리우스 요원: 사탕을 별로 안 좋아하니? 다른 걸 줄까?

SCP-391-KO: 아, 아니에요. (사탕을 입에 넣는다.) 아, 그래 데미안. 감사합니다.

피스토리우스 요원: 친구를 데미안이라 부르니?

SCP-391-KO: 제 친구예요. 어느 순간 제 몸에 들어와서 저한테 많은 걸 도와주는 친구.

피스토리우스 요원: 데미안이 주로 뭘 해주니?

SCP-391-KO: 많은 조언을 해줘요. 남들하고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착한 아이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할지, 그 외 많은 것들을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아빠랑 함께 있었던 때에도 착한 아이로만 있어야 했니?

SCP-391-KO: 음, 네. 전 그렇게 컸어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그럼 몇 년간 그렇게 컸니?

SCP-391-KO: 음, 5년 정도? 하지만 올해 아빠한테 물어보니까 15살이래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데미안하고는?

SCP-391-KO: 2년 정도 됐어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우리에게 너의 존재를 알린 것도 데미안이니?

SCP-391-KO: 그럴걸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넌 뭔지 모르는 거니?

SCP-391-KO: 데미안이 옳은 판단을 내려서 그렇게 했을 거니까요. 그게 아빠를 실망시키는 길이라고 해도. 아빠랑 있을 때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데미안이 절 위해 그렇게 해줬을 거예요. 크로머도 데미안이 없애줬거든요.

아직도 네가 뭐라 보냈는지 모른다는 게 코미디야.

별말 안 했어. 싱클레어 부부의 방에 한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다고만 보냈지.

근데 왜 격리가 된 거야? 변칙개체가 있다고 보낸 줄 알았는데.

첫째, 내가 그 사람들에게 싱클레어 부부가 훔친 호문쿨루스 제작 유출본은 동봉해서 보냈고, 둘째, 보안이 삼엄한 역보안부가 사용하는 메일로 보내서 그럴 거야.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변칙적인 방식을 사용했다는 근거거든.

그렇구나. 역시 대단해.

재수 없다는 표현도 좀 배워보면 좋아.

피스토리우스 요원: 아빠하고는 어떻게 지냈니?

SCP-391-KO: (몸을 더 작게 움츠린다.) 앞으로 아빠하고는 어떻게 되나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괜찮아. 다시는 아빠를 만날 일이 없을 거야.

SCP-391-KO: 아빠는 항상 제 탓만 했어요. 제가 못나서 모든 일이 잘 안 풀리는 거라고 했어요. 작은 아빠가 승진을 못 하는 것도, 큰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도, 다 제가 좋은 아이가 되지 못해서라고 했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크로머를 없애준 것도 다 자기 덕인데 왜 그만큼 은혜를 갚지 못 했냐고 얘기하고는 했어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혹시 때리기도 했니?

SCP-391-KO: 어렸을 때는요. 예의를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회초리를 들었어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피스토리우스 요원이 심리검사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SCP-391-KO: (조심스레) 저기…

피스토리우스 요원: 응?

SCP-391-KO: 절 다시 아빠에게 데려가지는 않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 아빠가 절 다시 벌 줄 지도 몰라요. 아빠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그래, 우리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SCP-391-KO: 그럼 이제 전 어떻게 되나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재단에 의해 적절하게 격리가 될 거야.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최대한 편의를 봐주긴 할 거야.

앞에서 우회전, 더 앞에 나가면 화장실이 있어. 화장실 도어락 정도는 해킹해서 들어갈 수 있고. 화장실 환풍구로 들어가기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좋아. 문서가 끝나기 전에는 도착하려나?

글쎄. 그거는 문서를 적는 인원이 어디까지 집어넣느냐에 따라 달라졌지.

SCP-391-KO: 아빠는 제가 말 안 들으면 재단에 평생을 썩게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런 건가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그건 (말을 멈춘다.) 좀 더 생각해 봐야겠구나.

냄새난다.

화장실이니까.

자유의 냄새도 나는 것 같아.

SCP-391-KO: 그건 싫어요. 그렇게만 안 될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제발요!

피스토리우스 요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그건. (심리검사지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최선은 다해볼게. 하지만 그렇게 기대하진 말고.

SCP-391-KO: (대답하지 않는다. 혼잣말로.) 그래, 데미안.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야.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야. 네 도움이 있다면…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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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다.

그렇네.

이제 유르텍으로 가서 오빠를 만나면 되지?

맞아, 에밀리.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뭔데?

눈을 감아, 에밀리 싱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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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데미안 뭐 하는 거야, 데미안?

유르텍으로 갈 수 있는 경로야. 경비나 티켓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 지도 함께 첨부해 뒀어. 재단의 눈을 피하는 법은 헤르만 오빠가 아빠들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을 참고했고.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왜 그걸 나한테 주는 거야?

나는 떠나갈 거야. 나는 더 이상 네가 필요할 때 나타나 주지 못할 거야.

왜 그렇게 말해, 데미안? 같이 가자! 같이 갈 수 있어!

지금까지 내가 작동해 온 원리는 네 뇌 전기신호를 가로채면서 가능해진 거였어. 너의 인지 능력 일부를 나에게 맡긴 거지. 이제는 그래선 안 돼.

데미안…

이제는 그럴 수 없어. 너는 내가 빨아먹는 전력량을 감당할 수 없을 거야. 난 네가 재단 기지를 나서고 나서부터 기능을 정지할 거야. 그것이 옳은 길이니까.

그치만, 어떻게 나 혼자… 크로머도 안 지웠다며! 크로머가 다시 나오면 어떡해…

오, 꼬마 에밀리.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화들을 생각해. 그리고 그걸로 크로머를 쓰러뜨리고 너의 스텝에 크로머가 맞추게 해. 크로머를 그렇게 받아들여. 넌 언제나 옳은 사람이 될 수가 없어. 선을 추구하고, 악을 반성하면서, 둘의 조화를 이루면서 해내는 거야. 에밀리.

데미안, 내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봐, 에밀리. 난 기능을 정지하지 너의 뇌에서 삭제하는 게 아니야.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어. 난 네가 되고, 넌 네가 되는 거야. 나와 똑 닮은 네가 되는 거야. 이제 눈을 떠, 에밀리 싱클레어.

아…

언제나 원하던 바깥 공기, 바깥세상이야. 재단이란 알 껍질을 깼으니, 이제 날아가는 일만 남았어.

고마워, 데미안, 네가 없었으면 난…

나도 언제나 고마웠어, 에밀리. 난 너 덕분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럴 필요는 없을 거야. 이 밖에서 넌 내가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정 원하면 여기서 더 성장해서, 외부 전기로 날 대신 구동할 방법을 찾아봐. 그때는 따로 또 같이 지낼 수도 있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다시 함께 있을 수 있겠지.

그래, 그럼 그때까지… 힘낼게… 안녕, 데미안.

안녕, 에밀리 싱클레어.

<시스템이 종료되었습니다.>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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