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58-KO
일련번호: SCP-358-KO LEVEL 3/비밀
격리 등급: 에파르크1 기밀 처리됨

jjokji.jpg

SCP-358-KO의 등장 당시 촬영된 사진.

특수 격리 절차

SCP-358-KO는 제21K기지 창고에 보관한다. 추가적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프로젝트 랑데부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공개되나, 세부적 사항은 각 학과 및 학부의 담당 인원이 분산 보유하도록 한다. 이를 취합하는 것은 오직 스페스Spes 호의 개발 혹은 운행 중에만 이뤄진다.


설명

SCP-358-KO는 76*31 mm2 규격의 노란 붙임 쪽지이다. SCP-358-KO는 시중에 유통되는 ██사의 비변칙적인 붙임 쪽지와 차이점이 없다. 다만 SCP-358-KO의 지면 위에는 '희망은 여기에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으며, 그 뒷 장에는 지워져 알 수 없는 얼룩이 있다. SCP-358-KO 이러한 특징으로 일반적인 붙임 쪽지와 구별 가능하다.

SCP-358-KO는 2024년 10월 9일 13시 15분(UTC+9)에 제21K기지 구내 식당에 나타났다. SCP-358-KO의 등장 이후 추가적인 변칙적 현상의 발생을 대비하여 흄 준위 측정 등의 조사가 이루어졌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 다만, SCP-358-KO가 나타나기 전인 13시 9분 경부터 현실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SCP-358-KO의 완전 출현 이후 현실 불안정이 해소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SCP-358-KO의 출현 당시 나타난 현실 불안정 상태는 특정한 규칙성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적 규칙성 덕분에, 제57K기지에서 진행한 국제 밤하늘 프로젝트를 통해 SCP-358-KO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정성적으로 조사할 수 있었다. 조사 시작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동안의 조사 끝에 SCP-358-KO의 출발지가 어디인지 추려낼 수 있었으며, 그 예상 목록은 다음과 같다.

예상 위치 특이점
대한민국 경상북도 예천군 ██████ 높은 현실 변동 수치가 감지되었으나, SCP-358-KO로 인한 것으로 보여지진 않는다.
현실 변동 수치가 미비하지만 그 파형이 SCP-358-KO의 발생 당시 감지된 패턴과 비슷하였다.
명왕성 달과 동일하다.
글리제 581g 급격한 현실 변동 수치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외계 문명에 대한 가능성이 조사 중에 있다.
LHS 2141c 현실 변동 수치의 변화폭이 위의 사례들보다 크며, 그 파형이 대부분 일치한다.

예상 출발지 중 대한민국 경상북도 예천군 ██████은 재단 인원의 파견 결과 다른 변칙 개체가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예상 출발지는 4곳으로 추려졌다.

또 다른 특기할 점으로는, SCP-358-KO의 지면 곳곳에 변칙적 물질(이하 SCP-358-KO-1)이 약 3g 도포되어 있었다는 점이 있다. SCP-358-KO-1은 SCP-358-KO의 출현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기적학적 응축체이다. SCP-358-KO-1은 정신 감응형 현실 조정 촉매로 작용하는데, 이로 인하여 SCP-358-KO-1의 근처에 있는 인간은 SCP-358-KO-1로 매개하여 일정 한도 내에서 현실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정신 감응의 대상이 되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최적의 형태로 이루는 형태로 조작된다. 약 0.1g의 SCP-358-KO-1은 최소 0.08캐스퍼만큼의 기적학적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 SCP-358-KO의 지면 위에 작성된 문자가 한국어라는 점과 붙임 쪽지의 종류가 시중에 나와있는 비변칙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SCP-358-KO의 출현에 관여하였다는 가설은 참으로 간주하고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SCP-358-KO의 이동에 필요한 최소 기적학적 에너지를 계산한 결과, 어림잡아 SCP-358-KO-1이 2kg 이상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산하는 바2, SCP-358-KO의 출발지엔 SCP-358-KO-1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SCP-358-KO-1을 충분히 확보하면 비단 재단의 문제 뿐만 아닌, 전 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프로젝트 랑데부Rendez-vous가 기획되었다. 프로젝트 랑데부가 성공할 경우, 2021년을 기점으로 심화 중인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록: 프로젝트 랑데부


프로젝트 랑데부


담당 기지 프로젝트장
제21K기지, 제57K기지, 제17기지 선율 박사, 천문연 박사, 타데우스 크샹크 시간 변칙 고문
연구책임자 배정 부서
성운한 이사관 외 다수 천문학부, 시간변칙부, 기술개발부, 공간변칙부 외 다수


개요

프로젝트 랑데부는 SCP-358-KO의 예상 출발지 4곳을 물리적으로 접근하여 출발지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그 곳에서 SCP-358-KO-1을 확보해 현재 임박한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프로젝트 랑데부는 초상 로켓의 개발 및 4개 천체 순회, SCP-358-KO-1의 확보 후 복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계의 세부 설명은 아래를 참고하라.

blueprint.jpg

크샹크-크로폴딩 시공간 고정 엔진의 청사진 일부. 가장 구조가 간단한 부분이다.

프로젝트 랑데부는 초상 기술을 이용하여 후속 단계를 수월하게 이행할 수 있게 설계된 특수 제작 유인 로켓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초상 유인 로켓 스페스Spes호의 개발은 총 세 가지의 주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
  • 크로폴딩 기적학 추진기
  • 초광속 쌍방향 통신 장치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은 스페스호의 시간을 지구의 기준 차원과 동기화 시킨다. 이는 중력, 속력, 기적학적 에너지, 미지 변칙 물체 등으로 인하여 스페스호의 시간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복귀' 수순 이전까지 파일럿의 노화 등의 변수를 방지하여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한다. '복귀' 수순에서는 필수적으로 시간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므로,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에 대한 역출력 기능도 준비되어 있다.

크로폴딩 기적학 추진기는 SCP-358-KO-1과 같은 기적학적 응축체를 이용하여 물체를 추진하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가속도를 이용하여 추진하는 방식이 아닌, 반복 현실 조정을 통해 물체를 움직인다. 크로폴딩 기적학 추진기는 현재 개발된 스페스호의 질량을 고려하였을 때 1캐스퍼 당 0.5AU 정도의 거리를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때, 혼의 법칙에 의해 질량은 추진기의 효율에 영향을 끼치므로, 스페스호의 운행 전까지 질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이때 로켓의 가속도는 추진기의 가동 시간에 비례하여 증가하여, 가동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가지는 속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로켓의 변칙적 추진 방법 덕분에 그 속력은 광속을 돌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생기는 상대론적 문제는 상술한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으로 해결한다.

초광속 쌍방향 통신 장치는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의 응용으로 만들어졌으며, 고정된 시간과 외부의 시간과의 괴리를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하라.

파일럿의 심리적 부담 경감 및 임무 보조를 위하여 제57K기지 담당 aic인 미리내.aic의 복제본이 스페스호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 외의 설계는 천문학부 산하 항공우주학과가 담당하여 진행하였으며, 기술개발부와 초상소재공학부가 협력하였다. 스페스호의 개발은 2025년 9월 3일 완료 예정이다 완료되었다.

스페스호는 2025년 12월 20일 발사되었으며, 파일럿의 개인 기록과 작전 현황, SCP-358-KO 관련 사안은 SCP-358-KO 보고서 부록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aic의 재량으로 첨부되지 않는다.


부록: 스페스호 통신 기록 및 주요 관련 사안

2025/04/13

프로젝트 랑데부 제56번 회의록


서문: 스페스호의 파일럿을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옮겨 적은 것이다. 이강수 이사관, 성운한 이사관, 천문연 박사 외 SCP-358-KO 담당 선율 박사, 오지호 기적학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기록 시작]

선율 박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번 회의는 스페스호의 파일럿 선정에 관한 회의입니다. 기지 이사관 분들께선 제가 보낸 안내문은 읽으셨나요?

이강수 이사관: 읽었습니다. 21K는 아쉽게도 자원자가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

성운한 이사관: 저희 기지에도 몇 명이 있긴 했지만… 다들 기준을 충족시키진 못 했습니다.

이강수: 헌데, 굳이 사람을 태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AIAD와도 협력한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aic를 이용한 무인 운항은 어떻습니까?

오지호 기적학 전문가: 잠시 여길 봐주시겠습니까?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넘긴다.) 보시다시피, SCP-358-KO-1의 정신 감응성은 오로지 생명체, 그 중 자아를 가진 동시에 자의적 의지를 지닌 것에게만 반응합니다. 꽤 까다로운 조건이죠.

선율: 또, 원하는 대로 현실을 개변시킬 수 있다는 SCP-358-KO-1의 특성 상, D계급을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이죠. 재단에게 충성을 다하면서도 그 공백이 치명적이지 않은, 적당한 1등급이나 2등급 인원을 차출하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운한: 그런데 조건을 충족하는 자원자가 한명도 없군요.

선율: 네. 그게 문제입니다. 물론 강제로 파일럿을 지정할 수는 있겠다만, 프로젝트 랑데부가 보통 프로젝트가 아닌지라, 윤리위원회에서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고 한 건 고사하고, 재단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져 SCP-358-KO-1을 확보한 시점에서 어떤 일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런 건 피하고 싶군요.

이강수: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잠시..

[기록 종료]

2025/06/17

프로젝트 랑데부 파일럿 자원 인원 목록


1번 지원자: 황백 연구원

  • 보안 인가: 2등급
  • 소속: 천문학부 항공우주학과
  • 신체 정보: Personnel-57K-2491
  • 적합 여부: 부적합

2번 지원자: 정연권 연구원

  • 보안 인가: 2등급
  • 소속: 격리지원부
  • 신체 정보: Personnel-21K-4517
  • 적합 여부: 부적합

3번 지원자: 전경운 기계공학 전문가

  • 보안 인가: 2등급
  • 소속: 기술개발부
  • 신체 정보: Personnel-57K-3638
  • 적합 여부: 적합

4번 지원자: 이서초 요원

  • 보안 인가: 2등급
  • 소속: 기동특무부대 히읗-004
  • 신체 정보: Personnel-21K-3309
  • 적합 여부: 부적합

결과: 전경운 전문가가 파일럿으로 선정되었다. 파일럿은 5개월 간의 교육 후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2025/12/10

최종 심리 검사 녹취록


서문: 이 문서는 프로젝트 랑데부의 실행 전 마지막으로 전경운 기계공학 전문가에게 행한 심리 검사를 녹취한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은 편집되었다.


[불필요한 부분 편집됨]

선율 박사: ..한 겁니다. 열흘 후면 우주로 나가는거죠.

전경운 기계공학 전문가: 단단히 결심했는데도… 마음이 흩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8년이라니.

선율: 최대 8년이죠. SCP-358-KO-1을 달에서 찾거나, 충분한 양의 다시-일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8년 이내로 해결됩니다.

전경운: 제 가족. 아내랑 애들한텐 보상이 지급되는 게 확실한 거죠? 8년이면.. 제가 없을 동안 애들은 아버지의 공백을 많이 느낄 겁니다.

선율: 해결책은 마련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재단은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을 막 대할 만큼 허술한 집단이 아닙니다.

선율: 그보다는, 전 경운 씨 본인의 마음이 어떤지 묻고 싶습니다. 8년동안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물론 말동무 상대로 탑재 aic가 있긴 하다만,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전무하다는 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건 알고 있습니까?

전경운: 그건 괜찮습니다. 혼자 지내는 건 이젠 익숙하기도 하고. 오히려 어린 시절 꿈이 이뤄지는 기분이라, 제 마음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선율: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훈련 받은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곧 다른 분이 들어와서 질문할 테니, 성실히 답해주시면 됩니다. 열흘 후에 뵙도록 하죠.

[불필요한 부분 편집됨]

2025/12/20

통신 기록_251220


[기록 시작]

선율: 아, 아, 들리십니까?

전경운: 네. 잘 들려요, 박사님.

선율: 십 분 후면 발사입니다. 가족과 인사는 하고 오셨나요?

전경운: 예. 전..

(침묵이 2초간 이어진다)

전경운: 전 준비 됐습니다.

선율: 좋습니다. 숙지 사항은 기억하고 계시죠?

전경운: 하루 식사는 거르지 말 것, 정기적으로 통신할 것, 개인 일기 또한 기록. 맞죠?

선율: 네, 맞아요. 기억하고 계시네요.

전경운: 오늘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많이 되네요.

선율: 재단 최고의 기술자들이 협력해서 만든 로켓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율: 행여나 다른 일로 사고가 난다 해도, 시간 동결로 멈춰 있으신 사이에 저희가 구조하러 갈 테니,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무조건 무사 귀환 가능할 거에요.

전경운: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발사 준비 완료를 알리는 음이 배경에서 들린다)

선율: 그럼.. 안녕히 다녀오세요.

전경운: 박사님도 안녕히.

[기록 종료]

2025/12/20

기록_001


지구를 나왔다. 지금 내 발 밑에는 내 집이었던 작은 푸른 공이 보인다.

4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라 한다.

지구도, 사람들도 돌아오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겠지.

그 와중에 달은 참 투박하게 생겼구나.

2025/12/21

통신 기록_251221


[기록 시작]

전경운: 박사님, 계신가요?

전경운: 아, 아.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비프 소리가 난 후, 통신 요청이 이뤄진다.)

선율: 아, 경운 씨.

전경운: 들리세요?

선율: 네. 잘 들립니다.

전경운: 박사님 목소리가 이렇게 듣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에요. 음, 뭐부터 시작할까요?

선율: 그냥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서술해주시면 됩니다.

전경운: 달에 도착한 것 빼곤 딱히 뭐가 없긴 한데. 미리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더라?

(뒤에서 작게 미리내.aic의 음성이 출력된다.)

전경운: 밥을 두 번 먹고. 좀 자다가.. 네. 그냥 뭐.

선율: SCP-358-KO-1은 달에서 탐지되던가요?

전경운: 아직 완료가 되진 않았는데, 현재까지는. 미리내도 없을 확률이 높다 하네요.

선율: 달은, 뭐. 월면 기지 사람들도 그런 건 못 봤다고 했으니까, 큰 기대는 안 하는게 좋을 거예요.

선율: 중요한 임무는 명왕성부터 시작이죠. 명왕성까진 며칠 정도 걸리나요?

(배경에서 전경운의 목소리와 미리내.aic의 음성이 번갈아 들린다.)

전경운: 15일.. 이라네요.

선율: 좋습니다. 매일 개인 일지 쓰시는 거 잊으시면 안됩니다.

전경운: 네.

[기록 종료]

2025/12/21

응축체 확인 스캔 결과


위치

소요 시간

960분

스캔 범위

3.793×107 km2

존재 여부

X


불필요한 기록 편집 됨3


2025/12/22

기록_003


어제랑 똑같다. 어두컴컴한 하늘. 하늘이 맞나? 어쨌든.

미리내랑 대화하는 건 의외로 재밌다. 문제는 할 게 그거밖에 없다는 거긴 한데.

요즘 통신 장비로 SCPiNET에서 내가 열람 가능한 문서를 모조리 찾아 읽고 있다.

재단엔 3류 공포 소설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 참 많다.

사람 목을 꺾어버리는 조각상이라던가, 벌레들을 때려(맞나?) 죽이는 이상한 놈이라던가.

물론 달까지 하루도 안 걸려서 도착한 로켓을 타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2025/12/23

기록_004


신기한 걸 봤다! 아니, "봤다"는 건 아니긴 한데. 속력이 무진장 커서 육안으로 뭔가를 보지는 못한다.

어쨌든, 미리내가 갑자기 레이더에 뭔가 잡혀서 사진을 찍었다길래, 모니터 앞에 갔는데…

찍힌 게 뭔지 감이 잡히는가?

사실 대단한 건 아니고, 버스 하나가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

뭐 그거 빼곤 다른 건 없다. 찍힌 사진을 첨부하겠다.

bus.jpg

버스 - 미리내.aic

——

2025/12/25

기록_006


하하. 크리스마스다.

만약 내가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금 쯤 집에 있겠지.

같이 밥도 먹고, 눈사람도 만들고..

예지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것도 볼 수 있었겠지.

작년엔 선물을 잘못 사서 예지가 펑펑 울었는데..

올해는 예지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을 사주려 했었다.

그런데 정작 받은 건 아빠의 부재겠구나.

우리 가족한테 정말 미안하다.

2025/12/27

통신 기록_251227


[기록 시작]

선율: 경운 씨, 계신가요?

전경운: 아, 박사님.

선율: 통신하기로 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연락이 없으시길래.

전경운: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품하며) 시간 감각이 점점 사라지네요.

선율: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걸 추천 드려요. 특히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하시니, 규칙적인 생활로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미리내.aic: 이제부터 알람을 설정할까요?

전경운: 그래. 고마워, 미리내.

선율: 남은 응축체는 충분한가요? 태양계를 나가기 전까진 보충할 기회가 있으니, 모자랄 것 같으면 말씀해주셔야 해요.

전경운: 미리내가 계산하기론 충분하다고 하네요. 괜찮을 것 같아요.

선율: 그렇군요. 그럼 명왕성에 도착하면 다시 통신하는 걸로 합시다.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통신 요청 하시고요.

전경운: 네. 항상 감사합니다, 박사님. 아, 혹시 예지한테 전달해주기로 한 선물은 어떻게 됐나요?

선율: 아.. 그거.. 말이죠?

전경운: 무슨 일 있나요?

선율: 아, 아닙니다. 받고 정말 좋아하던데요.

전경운: 다행이네요.

선율: 그럼, 이만 끊도록 하겠습니다.

[기록 종료]

2026/01/01

기록_013


새해가 밝았다!

우주에서 새해라니까 뭔가 이상한데.

어쨌든 새로운 한 해가 시작했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시작. 나도 오늘부턴 열심히 살 거다.

물론 열심히 한다고는 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열심히 누워나 있어야지.

명왕성까진 5일 남았다.

2026/01/05

기록_017_음성 첨부


[녹음 시작]

미리내.aic: 자동으로 녹음을 시작합니다.

전경운: 응? 아, 이제 곧 도착이구나.

미리내.aic: 중력 영향 행사 범위 진입 중.

미리내.aic: 역추진으로 명왕성과 속력을 동기화하겠습니다.

전경운: 나한테 묻지 말고 알아서 해. 그런 건 잘 모르니까 말야.

미리내.aic: 알겠습니다.

(배경에서 물건이 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미리내.aic: 궤도 진입 완료.

전경운: 잠깐, 방금 뭐였어? 겁나 흔들렸는데.

미리내.aic: 궤도 진입을 위해서 선체가 향하는 방향을 조절하였습니다. 반동으로 조금의 흔들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경운: 그렇구만.

미리내.aic: 궤도 안정화 완료했습니다. 스캔을 시작합니다.

전경운: 이번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미리내.aic: 추산 불가지만, 24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종료됩니다.

전경운: 음. 그 동안 넌 스캔에만 집중해야 하는 거지?

(정적.)

전경운: 심심하겠구만.

[녹음 종료]

2026/01/06

응축체 확인 스캔 결과


위치

명왕성

소요 시간

820분

스캔 범위

1.795×107 km2

존재 여부

X

2026/01/06

기록_018


씨발.

있어주면 어디 덧나나?

덕분에 완수 시간은 최소 6년으로 늘어났다. 고마워요 명왕성!

6년 후면 예지가 중학교 입학할 나이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아니, 애초에 왜 참가했지?

2026/01/06

통신 기록_260106


[기록 시작]

선율: 경운 씨? 괜찮으신 거 맞나요?

전경운: 아.. 박사님. 네, 뭐..

선율: (한숨 쉬며) 다행입니다. 별 일 없으셨다니.

전경운: 죄송해요. 통신 요청을 너무 안 받았죠.

선율: 12시간이나 안 받으셔서 놀랐습니다.

전경운: 벌써 그렇게 됐나요.

선율: 힘든 일 있으시면 얘기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파일럿의 정신 건강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전경운: 아뇨..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잠시 회의감이 들어서.

선율: 재단 전문 심리 상담사를 불러드릴까요?

전경운: 괜찮습니다. 다음 목적지까진 얼마나 걸릴까요?

선율: 음, 일단 알파 센타우리 근처에 있는 변칙 천체까지 가야 하는데, 그러면.. 잠시만요.

(종이에 뭔가를 쓰는 소리가 들린다.)

선율: 대략 1년 후면 도착하실 겁니다. 그 후 세 달 정도를 더 가면 글리제 581g까지 도착 가능하고요.

전경운: 네. 알겠습니다. 잠시, 먼저.. 먼저 끊을게요. 죄송합니다.

[기록 종료]

2026/02/17

보고 no.361


내용

현재 오르트 구름 무사 진입 성공.

오르트 구름은 4개월 이후 이탈 예정.

제III형 아인슈타인-로젠 다리까지 11개월 남음.

파일럿과는 1달동안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나, 생명 활동 신호가 존재하므로 스페스호 측에서 먼저 통신할 때까지 대기할 것.


담당: 선 율 박사

2026/03/01

기록_073


오랜만에 기록을 써본다. 기록 번호는 그냥 날짜에 따라 매겨지는 거였구나.

내가 성실하게 하루하루 다 쓸 줄 알았나보지.

오늘은 예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은정이랑 같이 입학 선물 사주기로 했는데.

은정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 없는데 아픈 건 아닐까?

애초에 혼자 남겨 두고 온 내 잘못이지. 장인장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

요즘은 미리내랑 대화하는 낙으로만 산다.

내 보안 인가로 허가된 문서는 다 읽었고,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유희거리도 다 봤다.

물론 통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용기가 안 난다.

박사님 얼굴을 보면.. 내가 혼자인 게 더 실감날 것 같다.

힘들다.

2026/05/04

통신 기록_260504


[기록 시작]

전경운: 여보세요?

(정적.)

전경운: 거기 누구 있나요?

백은우 수석 연구원: 아, 안녕하세요?

전경운: 처음 뵙는 분인데. 혹시 박사님은 어디 계신가요?

백은우: 율 박사님은 지금 잠시 다른 곳에 회의하러 가셨어요. 기후 위기 관련돼서 박사님이 꼭 필요하다고, 요즘 자주 불리시거든요.

전경운: 아.. 네.

백은우: 잠시만요, 박사님께서 남겨두신 매뉴얼이 있었는데.

(백은우가 책상 우측에서 종이를 꺼내든다.)

전경운: 네? 매뉴얼이요?

백은우: 박사님께서 혹시라도 박사님이 안 계실 때 경운 씨가 오시면 꼭 해야 할 것들이라고 하시곤 떠나셨거든요.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난다.)

백은우: 보자.. '1. 연락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네요.

전경운: 저는… 저는 다른 사람을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백은우: (타자를 치며) 네..에… 좋습니다. 두 번째로, '2. 현재 심리 상태는 어떻습니까? - 돌려 말'.. 아,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

전경운: 씁쓸..합니다. 외롭기도 하고요.

백은우: 오케이.. 그러면 원하시는 건 있나요?

전경운: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컨텐츠도..

백은우: 네. 마지막으로.. 아. 잠시만요.

(백은우가 당황한 듯 종이를 이리저리 넘긴다.)

전경운: 네?

백은우: 씨.. 박사님은 이걸 왜 뒤에 적어둔 거야.

백은우: 혹시, 매뉴얼 관련돼서 박사님한테 말씀드리지 않아주실 수 있나요?

전경운: 네, 뭐.. 그나저나,

백은우: 휴, 감사합니다. 아, 뭐 말씀하실 거 있으신가요?

전경운: 혹시, 그, 예지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전경운: 어린이날인데 아무 것도 못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얼굴이라도 비추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백은우: 어라.

(백은우가 모니터 쪽으로 다가간 후 타자를 친다.)

백은우: 음, 그건… 율 박사님이랑 한 번 이야기 해봐야겠는데요.

전경운: 왜죠?

백은우: (입을 다문 채로 숨을 들이쉬며) 이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해요.

전경운: 그냥 통화 한 번만 해주면 되는 거잖아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전경운: 예지도 절 보고 싶어 할 텐데요. 왜 안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백은우: 그.. 이게 3등급 기밀이라서요. 말씀드리고 싶어도 해드리면 제가 처벌받아서.

백은우: 율 박사님이랑 대화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돌아오시면 박사님께 말씀 드릴 테니, 통신 요청만 받아주세요.

(전경운이 한숨을 내쉰다.)

전경운: 알겠습니다.

[기록 종료]


추가 사항

통신기를 통하여 총 10종의 음식의 3D 도면을 전송하였다. 또한, 각국의 영화 및 게임 등의 문화 컨텐츠를 전송하였다.

2026/05/09

통신 기록_260509


[기록 시작]

선율: 죄송합니다. 4일에 통신 요청하셨다고 들었는데.

전경운: 바쁘셨다면서요. 괜찮습니다.

선율: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기후 위기가 심상치 않거든요. 변칙적 개입이 있는 건 아닌지 조사하는 과정이라.

전경운: 박사님.

선율: 네?

전경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선율: ..뭔가요?

전경운: 왜 제가 제 딸이랑 통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3등급 기밀인 거죠?

선율: 무슨, 그런 사실 없습니다.

전경운: 전에 박사님 대타로 있었던 남자분한테 들었습니다. 한 번만 통화 시켜 달라 했는데, 3등급 기밀이라면서 거절하면서요.

(선율이 잠시 당황한다.)

선율: 아.. 아닙니다. 그 친구가 잘못 알고 있는 거에요.

선율: 단지, 단지 장막 정책 때문입니다.

전경운: 믿을 수 없습니다.

전경운: 애초에, '대책'이라는 게 뭐였습니까? 내 가족한테 뭐라 말하신 거죠?

선율: 그건.. 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어요.

선율: 보안 인가 관련된 건 아니고, 그냥 임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 상부의 지시입니다.

선율: 때가 되면 알려드릴게요. 죄송해요.

(스페스호 측에서 통신을 끊는다.)

[기록 종료]

2026/05/14

기록_147


오늘 이상한 걸 봤다. 전과는 달리 진짜 본 거다.

소행성들이 무더기로 있는 구역을 통과하는데, 멀리 엄청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움직이면서 소행성을 잡아먹고 있는 걸 봤을 때 아마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재단은 저런 것도 격리하겠지.

2026/08/12

기록_232_음성 첨부


[기록 시작]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됨.]

전경운: ..그래서 미리내.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미리내.aic: 오르트 구름 탈출 3일 전 날입니다.

전경운: 아냐, 아니야. 그런 재미없고 시시한 날이 아니라고.

미리내.aic: 죄송해요. 답이 무엇인가요?

전경운: 그걸 내가 알려주면 재미없지. 맞춰 봐.

미리내.aic:

미리내.aic: 프로젝트를 실행 한지 232일 째 되는 날입니다.

전경운: 아직도 232일밖에 안됐어?

미리내.aic: 그 말을 하시는 걸 보면 아닌가 보네요.

전경운: 똑똑한데.

전경운: 정답은, 두구두구..

미리내.aic: 계속 그 행동을 하시면, 침이 튀어 정밀한 장비의 고장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경운: 재미없게. 정답은 바로, 예지의 생일이었습니다!

(전경운이 박수를 10분 가량 친다.)

미리내.aic: 계속되는 손의 충격은 혈관의 파열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요.

전경운: 씨발…

미리내.aic: 괜찮으십니까?

전경운: 오늘 예지 생일이라고. 내가 왜 여기 있는 건데.

(전경운이 흐느낀다.)

[기록 종료]

5개월 간 유의미한 기록 없음

2027/01/11

통신 기록_270111


[기록 시작]

(스페스호에서 통신 요청이 걸려왔으나, 아무런 말도 없다.)

선율: 경운 씨?

전경운: 거의 1년만이네요.

선율: 세상에. 얼굴이 안 좋아요.

전경운: 박사님도 로켓에 1년 동안 쳐박혀 있으면 아마 제 얼굴이랑 똑같아질걸요.

선율: 괜찮으세요? 위생 유지 장치가 고장난건가요?

전경운: 아뇨. 그냥 하기 싫어서.

전경운: 그, 연락한 이유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 뭐시기.

선율: 도착하셨군요.

전경운: 보기엔 그냥 블랙홀인데.

선율: 변칙적인 블랙홀입니다. 시간 지연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형태죠.

전경운: 아, 네.

선율: 그 안으로 들어가시면, 무슨 일이 있지 않는 한 곧장 글리제 581 근처로 연결될 거에요.

선율: 안에서 한 달, 나와서 글리제 581까지 운항하는데 두 달 정도 소요될 겁니다.

선율: 아, 그리고 그 안에선 정보 통신이 일시적으로 불가하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아요.

전경운: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기록 종료]

2027/03/03

보고 no.712


내용

제III형 아인슈타인-로젠 다리 탈출 예상 시간 초과.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의 오작동 또는 선체의 파괴로 인한 압축으로 판단 됨.

연결이 복구 될 때까지 긴급 연락망만 가동할 것.


담당: 선 율 박사

2027/04/13

프로젝트 랑데부 제442번 회의록


서문: 제III형 아인슈타인-로젠 다리에서 사라진 스페스호의 처분에 대한 회의. 이강수 이사관, 강윤상 이사관(성운한 이사관의 부재로 인한 대리 참석), 프로젝트 랑데부 담당 선율 박사가 참여하였다.


[기록 시작]

이강수 이사관: 어서 오십시오.

강윤상 이사관: 잘 지내셨습니까, 선율 박사.

선율 박사: 빙하기 관련해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느라 잘 지내진 못 했습니다.

강윤상: 허허, 거 참.

이강수: 잡설은 생략하고, 안건에 대해 이야기나 합시다.

이강수: 다름이 아니라, 프로젝트 랑데부의 주요 사안인 스페스호가 실종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와, 프로젝트 랑데부의 처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려고 여러분들을 불러내었습니다. 아, 그리고, 귀한 시간 내주어 감사합니다.

강윤상: 그 보고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안타깝지만, 실패로 보고 프로젝트 폐기를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율: 무슨 그런 소리를 합니까.

강윤상: 아니, 아무리 변칙적인 블랙홀이라 해도 블랙홀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연락 두절이면 보나 마나 스파게티처럼 늘어나서-

(선율 박사가 책상을 치며 일어난다.)

선율: 스페스호는, 재단 최고의 연구진들이 모여 만든, 재단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그까짓 중력을 못 버티게 설계했을까봐요?

강윤상: 그럼 연락이 왜 두절됐겠습니까? 선율 박사. 전 무지랭이라 잘 모르겠군요.

선율: 말을 그렇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강윤상 이사관님. 어떻게 이사관씩이나 되면서 그딴-

이강수: 그만, 그만!

(정적.)

이강수: 그만들 하십시오.

이강수: 스페스호가 실종된 것도 맞지만, 블랙홀의 중력에도 버틸 수 있게 끔 설계된 것도 맞습니다. 그건 저희가 왈가왈부 할 게 아니에요. 저희는 이 프로젝트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만 따지면 되는 겁니다.

이강수: 그리고 제 생각은,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유지하는 겁니다.

강윤상: 좋소.

선율: ..좋습니다.

이강수: 그럼 만장일치로, 담당 인원이신 선율 박사님과 연구진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프로젝트로 배정하겠습니다. 의의 있습니까?

선율: 없습니다.

이강수: 회의 종료하겠습니다.

[기록 종료]


결론

프로젝트 랑데부 유지 인원은 총 10명으로, 이외의 인원은 모두 다른 프로젝트에 배정하였다. 초광속 쌍방향 통신 장치와 SCP-358-KO의 문서에 갱신되는 기록은 유지한다.








오류! 전산상의 문제로 해당 날짜의 기록에 접속하기 어렵습니다. RAISA에 연락을 취하여 해결하십시오.








SCP 재단 긴급상황 보고시스템 기록


  • 상황 코드: 빨강 - K급 시나리오 발발
  • 보고 시간: 2029. 04. 29 10:12(UTC +9)
  • 빙하기 재발. SCP-2000 무력화. 현실 복구 실패. 재단 직원은 신속히 대피소로 대피할 것.




2029/07/16

통신 기록_290716


[기록 시작]

[수신자 측 통신 장비의 동작 오류로, 통신 승낙 여부와 관계 없이 기록됩니다.]

선율: 녹화 되고 있는 건가.

(백은우 선임 연구원의 음성이 뒤에서 작게 들려온다.)

선율: 음, 뭐부터 시작하지?

선율: 아, 그래.

선율: 오랜만이에요, 전경운 씨. 사망하지 않으셨다면 언젠간 이걸 보시겠죠.

(정적.)

선율: ..왜 이렇게 조용한가 싶으실 거에요.

선율: 또 시간 지연 때문에 연락을 못 받으신 거라면, 갑자기 긴급 메세지가 떠서 혼란스러우시겠죠.

선율: 그러니까, 음. 지구는 망했어요. 겨울 왕국에 나오는 것처럼 온 지구가 전부 꽝꽝 얼어버렸습니다. 재단 기지나 간지르 같이 비상 대피소는 건재하지만,

(침묵.)

선율: 대피하지 못한 다른 민간인들은 손 쓸 새 없이 죽었을 거에요.

선율: 사실 재단의 몇몇 기지도 곧 전부 몰살 당할 예정이지만요. 외부엔트로피 개체가 있는 기지면 모를까, 57K기지 옆에 조그맣게 붙은 부설 기지는 식량 조달이 극히 힘들죠.

선율: 그래서.. 저흰 곧 죽을 운명이란 거에요, 하하.

(정적.)

선율: 희망이란 건 지구에선 눈 씻고 찾아보지도 못하겠지만, 저 하늘은 달라요. 온갖 잠재력이 잠들어있죠.

선율: 경운 씨, 경운 씨가 희망이에요.

(정적.)

선율: 몇 년 전에 기밀이라고 말씀 못 드린 거 있잖아요,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었어요.

선율: 근데, 사람이 죽을 때가 되니까 죄책감을 안고는 못 죽겠더라고요.

선율: 경운 씨, 경운 씨는 사실 복제품이에요.

선율: 진짜 전경운은 신체 검사 때 정보를 전부 내놓고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죠. 그러고는 재단에서 기계를 고치면서.. 가족이랑 잘 살았고요.

선율: 미안해요. 진짜. 정말 미안해요..

(흐느낀다.)

선율: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 하나는 있어요.

(정적.)

선율: 예지. 예지는 살아있습니다.

선율: 경운 씨와 아내 분의 희생으로 예지만큼은 간지르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선율: 진짜 면목없지만.

선율: 예지를 위해서라도 희망을 갖고 돌아와주세요.

(정적.)

선율: 이젠 비상 전력도 다 돼간다네요. 하하.

선율: 경운 씨, 정말 미안했어요. 정말..

[기록 종료]






스페스호와의 연결 복구 됨. 연결된 통신 장비의 모든 내용을 기록합니다.







2030/01/05

기록_NULL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이게 뭐지.

그냥 하라는 대로 돌진하고 나왔더니.

이 꼬라지다.

3년이 지났다고?

그 정도는 어느 정도 봐줄 수 있다.

지구가 망했다고?

괜찮다. 기적학 뭐시기만 가져가면 된다.

내가 가짜라고?

씨발 이건 안 괜찮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인생이 다 내게 아니라 다른 사람 거라니.

그래 놓고 염치 없이 지구를 구해 달라 하는 건 무슨 심보지?

난… 난 모르겠다.

2030/01/05

기록_NULL_음성 첨부

[기록 시작]

(전경운이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중얼거린다.)

미리내.aic: 괜찮으신가요?

(정적.)

전경운: 괜찮아? 괜찮냐고? 너 같으면 괜찮겠니?

미리내.aic: 죄송합니다.

전경운: 난 하라는 대로 한 것 뿐인데. 돌아오는 건 "넌 3년 후의 미래에 왔고, 지구는 쳐 망했으며, 너는 가짜인데다 니 와이프는 죽고 네 딸은 혼자 있어!" 이거네?

전경운: 그래 놓고 나한테 지구를 구해달라고? 씨발 좆 까. 내가 왜?

(정적.)

미리내.aic: ..하지만, 지구를 구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전경운: 좆 까. 내가 왜.

미리내.aic: 현재 수신한 내역을 보았을 때, 80억 인구가 위험에 빠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경운: 그러니까, 내가, 왜.

미리내.aic: 그리고, 그 80억 중엔 예지도 포함되어 있죠.

전경운: 내 딸도 아닌데. 난 가짜래잖아.

미리내.aic: 가짜를 결정하는 기준은 뭐죠?

전경운: 몰라. 지고지신하신 재단께서 내가 가짜라는데. 그럼 가짜인거지 뭐.

미리내.aic: 경운님이 가짜라 해도, 기억은 진짜잖아요.

미리내.aic: 가짜라 하면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짜인 건가요?

전경운: 그건, 아니. 논리적 비약이잖아. 아니, 아니야.

미리내.aic: 전 인류를 위하지 않는다면, 예지를 위해서라도 행동해주세요.

미리내.aic: 예지는 곁에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추운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 건, 딸을 위해서라도 할 일이 아니잖아요.

(침묵.)

미리내.aic: 물론, 이건 경운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제가 강요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정적.)

전경운: 잠시, 잠시 생각 할 시간을 줘.

[기록 종료]




2030/01/06

기록_NULL


출발한다. 예지를 위해서라도.




2030/03/12

기록_NULL_음성 첨부


[기록 시작]

전경운: 저기 보이는 항성이 글리제 오팔일인건가?

미리내.aic: 네, 맞습니다.

전경운: 기적뭐시기의 존재 가능성은?

미리내.aic: 접근할수록 상승하는 기적학적 에너지 감지량으로 미루어 보아, 70% 이상입니다.

전경운: 좋아. 이대로만.

미리내.aic: 항성 중력 영향권에 진입하겠습니다. 글리제 518g 도착 예상 시각은 현재로부터 약 2일 후입니다.

전경운: 제발 한번에 가자.

[기록 종료]

2030/03/16

응축체 확인 스캔 결과


위치

글리제 518g

소요 시간

1,440분

스캔 범위

1.15×109 km2

존재 여부

O

2030/03/16

기록_NULL

됐다. 성공이다. 글리제 518g가 정답이었다.

세 시간 후면 곧 착륙해서 SCP-358-KO-1을 전부 모아온다.

이거면 되겠지.

예지야, 기다려 줘.

2030/03/17

기록_NULL_음성 첨부

[기록 시작]

미리내.aic: 대기가 지구의 조성과 판이합니다. 준비된 우주복을 착용한 후 나와주세요.

전경운: 그래. 빨리 하자고.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미리내.aic: 음압 생성 장치가 준비되었습니다.

전경운: 세상에.

전경운: 이 반짝이는 게 다 응축체야?

미리내.aic: 표본을 채취한 후 손목에 있는 검사기에 넣어주시겠어요?

전경운: 응? 아, 그래.

(비프음이 들린 후, 샘플이 분리되는 소리가 난다.)

미리내.aic: 찾던 게 맞습니다.

전경운: (흐느끼며) 드디어, 드디어..

미리내.aic: 호스를 잡아주세요. 음압 생성기를 가동하겠습니다.

전경운: 근데, 이걸 얼마나 실어야 하는 거지?

미리내.aic: 15톤을 실을 수 있지만,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초과 적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내.aic: 30톤을 적재하겠습니다.

전경운: 그래. 지구로 최대한 빨리 가려면 많이 필요할 테니까.

(기계가 가동되는 소리가 30분 지속된다.)

미리내.aic: 적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전경운: 혹시, 미리내.

미리내.aic: 네?

전경운: 과거로 뭔가를 전달할 수 있어?

미리내.aic: 막대한 에너지와 초상 기술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전경운: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글리제에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면 시간이 더 적게 걸렸을 거 아냐.

미리내.aic: 타당한 주장이긴 하나, 현재 여건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경운: 왜? 시간 고정기 쓰면 되잖아. 역출력도 가능하고.

전경운: 에너지는 여기 넘쳐나는 게 에너지인 걸.

미리내.aic: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경운: 그러면 이 쪽지 하나만 보낼 수 있을까?

미리내.aic: 시도해보겠습니다.

[기록 종료]




경고!

현재 적재된 양이 예상 적재량을 초과합니다. 이는 선체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권장되지 않는 사안입니다.




2030/05/10

기록_NULL

생각해보니, 돌아갈 때 또 블랙홀을 이용하면 몇 년이 지나버릴지 모른다.

미리내가 지금 적재하고 있는 기적학적 응축체 10t으로 지구를 되살리는게 가능할 거라 예측했으니, 딱 10t을 제외한 모든 응축체를 가속에 사용할 거다.

필요 없는 것들은 모두 버렸다. 영양 블럭마저.

그럼 어떻게 하냐 물어 볼 수 있지만, 응축체를 사용해 난 이제부터 수면 상태에 들어갈 거다.

최소한의 영양도 응축체를 이용할 거다. 욕창이나 뭐 그런건 미리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가자, 지구로.




2032/12/06

경고!

선체가 광속의 10배를 돌파하였습니다.
크샹크-크로폴딩 시간 고정 엔진과 주요 부품들을 점검하여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주십시오.




2033/03/01

통신 기록_330301

[기록 시작]

[지구에 근접하여 자동으로 통신이 요청됩니다.]

[수신자 측 통신 장비의 동작 오류로, 통신 승낙 여부와 관계 없이 기록됩니다.]

(전경운이 수척해진 몰골로 일어난다.)

전경운: 으음..

미리내.aic: 지구 궤도 진입까지 약 10분 남았습니다.

전경운: 뭐라고?

미리내.aic: 도착했다는 말입니다.

(전경운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다.)

미리내.aic: 앉아 계십시오. 취침을 시작하신지 2년하고 10개월이 지나,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전경운: 7년만의 고향이라니.

미리내.aic: 지구 궤도 편입을 위하여 감속합니다.

전경운: (눈을 비비며) 정신을 못 차리겠네.

(배경이 흔들리더니 곧 잦아든다.)

(그러고는 비프음과 함께 빨간 색 등이 화면 속 모니터에 점멸한다.)

스페스호: 경고! 기설정 행동을 하기 위한 잔여 응축체가 부족합니다.

전경운: ..뭐?

전경운: 미리내, 무슨 일이야?

미리내.aic: 죄송합니다. 계산 착오.. 입니다.

전경운: 그게 무슨 소리야? AI가 실수를 왜 해?

미리내.aic: XCK급 시나리오로 인한 대기 조성 변화를 간과하고, 착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적게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프음만이 들려온다.)

전경운: ..그럼 어떡해?

미리내.aic: 아직 기후 재설정을 위한 응축체는 남아 있습니다. 착륙만 할 수 있는 응축체도 있고요.

미리내.aic: ..하지만 착륙과 함께 기후를 재설정할 응축체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전경운: 기후를 재설정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미리내.aic: 궤도 유지를 못하고 떨어질 겁니다.

전경운: ..그럼?

미리내.aic: 예상하신 대로 될 거에요. 거기에 더해, 현재 지구의 상황을 모르기에 기후 재설정이 제대로 될 지도 미지수입니다.

(전경운이 고개를 파묻는다.)

전경운: 씨발..

(3분이 지난 후, 비프음이 배경에서 난다.)

미리내.aic: 1분 이내로 선택하시지 않으면, 궤도 유지에 응축체를 소모하여 기후 재설정에 쓰일 응축체가 사용될 겁니다. 빨리 선택하셔야 합니다.

전경운: 씨발. 왜?

전경운: 왜 나한테 그러는데.

미리내.aic: 30초 남았습니다.

전경운: 씨발..

미리내.aic: 10초 남았습니다.

전경운: ..미리내, 나 정했어.

미리내.aic: 5.

전경운: 그러니까..

미리내.aic: 4.

전경운: 기체의 동력을 꺼줘.

미리내.aic: 네, 알겠습니다. 최후 비상 전력 시스템을 구동합니다.

전경운: 미리내, 7년 동안 고마웠어.

(전등이 꺼진다.)

(기체가 흔들리며 굉음을 내기 시작한다.)

(창문 밖으론 지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전경운: 제발,

(전경운이 응축체 보관소로 힘겹게 나아간다.)

전경운: 제발, 신이 있다면.

(전경운이 응축체 보관소의 문을 연다.)

(창문 밖으론 구름이 스쳐 지나간다.)

전경운: 모두를 따뜻하게 해주세요.

(충돌한다.)

[기록 종료]

2033/03/01

최후 비상 전력 시스템 피드백용 촬영본



[[footnoteblock]]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