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354-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354-KO는 21K기지 안전 등급 표준 격리소에 보관한다. SCP-354-KO를 이용한 실험은 반드시 주변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 한 후 시행하며, 실험 이외의 사용은 정보부 및 기지 이사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설명: SCP-354-KO는 3m길이의 줄과 금속 재질의 손잡이로 이루어진 줄넘기 기구이다.
일반적인 줄넘기를 할 때 SCP-354-KO는 아무런 변칙성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계점을 넘어간 속도로 SCP-354-KO를 회전시키면 대상의 변칙성이 발현된다.
SCP-354-KO는 차원을 왜곡시켜 틈 사이에 일종의 주머니 차원 공간을 생성한다. 해당 공간은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가능하지만 외부에서 내부의 인물을 인지할 수는 없는 일방향 소통만이 가능한 형태이다. 즉 SCP-354-KO를 사용하는 대상은 외부의 상태가 보이지만, 외부에서는 SCP-354-KO를 사용하는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SCP-354-KO의 발견은 21K기지 정보부 기지에 침입한 혼돈의 반란 요원에게서 발견되었다. 당시 SCP-354-KO는 혼돈의 반란 요원의 은신용 도구로 이용되었다. 당시 요원은 SCP-354-KO를 직접 뛰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고속 회전 장치를 이용해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장시간 정보부에서 은신하며 정보를 도청한 건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요원은 재단에 발각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즉시 자살하였다.
정보부 확인 결과 SCP-354-KO는 삼대천 피트니스의 제작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록:
실험 기록 354-KO
연구 담당자 W. 이강수 이사관 승인.
기계를 이용해 회전을 통한 SCP-354-KO의 변칙성 발현을 실험했다. 해당 실험의 목적은 차원 왜곡 능력의 변칙성을 실험하기 위함이다.
초당 2회 속도의 줄넘기 실시하자 어떠한 변칙성도 발현되지 않았다.이후 초당 회전 횟수를 1씩 늘리며 실험을 진행하였다. 초당 10회 회전 부근에서 변칙성이 최초로 발현되었다. 원활한 실험을 위해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하였다.
외부에선 카메라가 사라져 보였다. 그러나 SCP-354-KO내부의 카메라에서는 원활하게 외부의 상황을 촬영할 수 있었다.
차원 격리 박사 W.: 그러니까, 사용자는 바닥 위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줄넘기가 형성한 공간은 그 바닥을 뚫고 커다란 타원형의 공간을 새롭게 만든 겁니다. 이러면 발목이 걸릴 일도 없죠. 이 정도로 정교한 차원 생성 기술을, 이런 곳에 접목시켰다는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인간이 이정도 가속력을 유지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울 터이고, 무엇보다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을지 가늠도 가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이런 줄넘기를 쓴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어요. 적어도 제 상식으로는요.
면담 기록
재단 정보부는 SCP-354-KO가 삼대천 피트니스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혼돈의 반란과 거래한 것이 확인된 박진우1와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자: 남궁선우 재단 정보부 부장
남 부장: 박진우, 68세. 1989년 삼대천 퇴사. 3년 전 혼돈의 반란 극동지부 요원 김진태에게 SCP-354-KO를 제공. 그 댓가로 20억을 받았다. 해당 정보에 오류가 있나?
POI-2489: 없습니다. 다만 전 그 김진태란 사람이 혼돈의 반란 요원인줄은 맹세코 몰랐습니다. 그 아저씨가 혼돈의 반란인줄 알았으면 제가 그걸 팔았겠습니까? 그냥, 가지고 있어도 애물단지인 이런 물건 빨리 팔아버리자라는 생각 뿐이었읍죠.
남 부장: 고작 줄넘기가 20억.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POI-2489: 빼돌릴 때만 해도 그거보단 훨씬 더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 억울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건 구매자 혼반 놈들 아닙니까? 전 분명히 고지했어요. 운동 이외의 용도로 구매할 시 사용자 책임이다!
남 부장: 빼돌렸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내가 알고 있는 삼대천이라면 지금 당신은 몸 어딘가가 없어야 할 텐데.
POI-2489: 그러니까, 그런 시시콜콜한 거 묻지 말고 이 기지에 침입한 혼돈의 반란 양반이나 취조하세요.
남 부장: 그 사람은 죽었다.
POI-2489: 혹시 재단이…? 음. (침묵) 에…무슨 질문 하셨었죠? 아! 모, 몸이 날라가진 않았지만 전 충분한 대가를 치뤘습니다. 어쨌든 이 물건은 실제로 출시된 물건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 진짜로 신경쓰는건 이런 게 아니었거든요. 헤헤.
남 부장: 이 물건도 충분히 중요한 물건으로 보이는데.
POI-2489: 한때 삼대천은 대한민국, 어쩌면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부유한 초상단체 중 하나였을 겁니다. 어떻게 번진 모르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구 한번 하고 싶으면 그냥 원하는 숫자 적으면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연구원들이 논문을 바리바리 싸들고 영입되었어요.
남 부장: 한때.
POI-2489: 예. 역시 예리하시네요. 그게 과거형이 되어버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이런 물건을 함부로 제작했던 것도 그 이유중 하나겠지요. 중요한 건, 그땐 이런 물건을 수십개도 넘게 만들어댔었습니다.
남 부장: 그러니까 이 줄넘기는 그 당시 20억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제품이다.
POI-2489: 네. 과장 좀 보태서 이 줄넘기를 만들기 위해서 들인 돈으로 빌딩 세 채는 지을 수 있었을 겁니다. 별것도 아닌 프로젝트였는데 말이죠. 생활건강 쪽에서 하는 진짜 큰 프로젝트들은 거의 정부 예산급으로 많은 돈을 투자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남 부장: 과장이 심하군. 이정도로 정교한 변칙성을 지닌 물건을 쉽게 취급할 정도로 삼대천이 대단한 회사였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 하면 더 앞뒤가 맞지 않아. 그런 회사는 자네같은 놈을 더더욱 잘 잡을 테니까.
POI-2489: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 가속도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가면 차원이동술식이 발동되는 단순한 기술입니다. 다만, 삼대천은, 적어도 제가 다니던 시기의 삼대천 피트니스는, 여로모로 방만한 기업이였죠. 이 기술 하나 개발하는데 소련 출신 초상연구원들을 수십명씩 영입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도 허가 도장이 찍히더라고요. 적자가 엄청났을게 분명한데도요.
남 부장: 대량 생산에 실패한 이유는 뭔가?
POI-2489: 해당 차원 자체의 안정성, 발동 조건의 균일화, 해제 방법…상품화 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산더미였습니다. 재단께서 보유하고 계신 제품이 유일한 프로토타입인 셈입니다.
분석 결과, SCP-354-KO를 제작한 삼대천 피트니스는 사내 타 계열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적대적 인수를 해 왔고, 그 당시로서는 불필요한 초상기술을 보유한 연구원들을 무리하게 고용했다. 다음은 분석 당시 취재한 삼대천 관계자와의 면담 기록이다.
…그런 말을 하는 분이 계셨군요. 그 분의 말씀은 반만 맞은 말씀이시죠. 좁은 시야에서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대천에 그런 광기어린 장인정신을 가진 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삼대천은 갑작스럽게 부자가 되었습니다. 음험한 방법으로요. 주로 2가지 경로였는데, 둘 다 매우 위험한 방식이었음은 똑같았습니다. 80년대 당시 삼대천은 그렇게 생겨난 막대한 수익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이기에, 돈 세탁을 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R&D, 그러니까 연구비용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비용, 특히 기존 삼대천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과 다른, '생소한' 초상 기술은 숫자에 장난질하기 꽤나 좋은 대상이었던 거죠.
거기다 회장이 피트니스 계열사에 타 계열사보다 과한 편애를 보여줬다는 점, 자력으로 만들어낸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등의 성향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서 이런 괴상한 물건이 튀어나오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