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349-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349-KO는 제19기지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격리한다. SCP-349-KO가 변칙성을 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1회 이상의 면담이 요구된다. 만약 변칙성을 사용한 것이 확인된 경우, SCP-349-KO가 진술한 내용들을 기록한 이후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도록 한다. 필요한 경우 기억 형상화 장치를 통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허용된다.
SCP-349-KO의 변칙성 통제를 위해 격리실 주변에 강한 중력장을 두르거나 시계를 잘못 맞춰두는 등의 방식이 제안되었으나, 격리에서의 효율성 문제와 해당 개체가 재단에 충성하는 이유 등으로 인해 반려되었다.
설명: SCP-349-KO는 이전에 재단 요원이었던 릴리야 표도로브나 라스콜니코바 요원이다. 외형은 평범한 인간 여성과 동일하나 머리 뒤 5cm 거리의 허공에 스페이드 형태의 허상이 떠있다. 이 허상은 만질 수 없으며, SCP-349-KO가 움직여도 SCP-349-KO와 5cm 거리를 유지한다.
SCP-349-KO는 자신의 변칙성을 과거로 기억을 보내어 그걸 바탕으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억을 보내고 미래가 개변될 경우, 이전의 세계가 어떻게 되는 지는 SCP-349-KO도 확인할 수가 없어서 불명이다. 그렇기에 SCP-349-KO의 변칙성은 경험적으로 직접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며, JUNG 아키텍쳐 기반의 기억 형상화 장치를 통한 SCP-349-KO의 기억을 영상화하여 간접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SCP-349-KO의 능력은 초기에 단순한 예언 능력으로 기록되었으나, 기억 형상화 장치를 통한 증명으로 SCP-349-KO의 주장에 따라 수정되었다.
SCP-349-KO는 20██년 01월 ██일, 릴리야 요원이 근무하던 제67초도격리기지 식당에서 릴리야 요원 머리 뒤에 스페이드 형태가 나타남으로써 재단에 발견되었다. SCP-349-KO는 자신이 1년뒤 미래에 이 변칙성을 습득한 뒤, 이를 통해 1년간의 기억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본래 이 변칙성을 가지고 있던 인물 (이후 SCP-349-KO-1) 이 존재했으나, 20██년 12월 ██일에 일어난 제67초도격리기지 습격 사태에 SCP-349-KO가 SCP-349-KO-1로부터 넘겨받았다고도 언급하였다. SCP-349-KO가 경험한 기억을 바탕으로 11월에 있을 초상 범죄 조직 소탕 작전의 돌발 사항을 사전에 예방하였으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루어졌던 제67초도격리기지 습격 사태 또한 함께 저지되었다. SCP-349-KO가 능력을 이어받은 계기가 된 사건이 차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SCP-349-KO의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위를 종합해봤을 때, SCP-349-KO의 회귀 변칙성은 일반적인 인과율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록 1: SCP-349-KO 면담 기록
면담자: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요원
피면담자: SCP-349-KO (릴리야 표도로브나 라스콜니코바 요원)
서론: SCP-349-KO가 제67초도격리기지에 격리된 이후 제19기지로 이송되기 전에 진행한 면담이다. 명확한 변칙성 파악을 위해 카드 맞추기 등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포르피리 요원: (카드를 섞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죠. 기록에 넣기 위해서요.
SCP-349-KO: 스페이드 퀸, 하트 5, 다이아몬드 에이스.
포르피리 요원은 말없이 카드를 다 섞은 다음 한 장씩, 총 세 장을 뒤집는다. 카드는 순서대로 스페이드 퀸, 하트 5, 다이아몬드 에이스이다.
포르피리 요원: 실험을 할 수록 예언 능력에 가까운데, 굳이 복잡한 기억 전달 능력으로 얘기하는 이유가 있나요?
SCP-349-KO: 어느 정도 느낌이 있습니다. 앞날을 안다기 보다는 기억이 나에게 몰아치는 느낌에 가깝거든요. 예언과는 다르게 한계도 있고요. 내가 육안으로 못 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거는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내 1인칭 시점에서의 기억을 미래의 나로부터 전달받는 거죠.
포르피리 요원: 만약에 제가 여기서 한 번 더 섞는다면요?
SCP-349-KO: 내가 틀린 그 미래에서 기억을 다시 전송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다시 맞을 테죠.
포르피리 요원: 조금 복잡한 능력이네요.
SCP-349-KO: 시간 다루는 게 다 그렇죠.
포르피리 요원: 그래도 이부분에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는 거라서.
SCP-349-KO: 그렇죠. 그래서 전에 얘기한 건요?
포르피리 요원: 네, 얘기 주신 대로 해마와 의식을 자극해서 기억을 형상화하는 작업이 지금 시험 단계에 들어갔어요.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기억을 전송받는 능력이라면 이 기술을 통해서 증명할 수는 있을 겁니다. 다만 여기선 못해요. 이 정도 프로젝트가 가능한 대형 기지로 이동한 뒤에 진행할 겁니다.
SCP-349-KO: 그렇습니까? (침묵) 그럼 다행이군요.
포르피리 요원: 뭐가 다행인가요?
SCP-349-KO: 우리가 이걸 처음 찾았을 때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저한테 이게 생기고 나서야 방법이 생긴 거라고 볼 수 있죠. 이 능력을 정확하게 해줄 상황이라면 나쁠 게 없으니까요.
포르피리 요원: 좋네요.
SCP-349-KO: 그리고, 그 아이, 안 잊힐 테니깐요.
포르피리 요원: 누구 말씀이시죠?
SCP-349-KO: 네? 아, 말 안했나? 죄송합니다, 아까 얘기 한 줄 알았습니다. 가끔씩 기억이 헷갈릴 때가 있어가지고요.
포르피리 요원: 괜찮습니다. 누구신지만 얘기해주세요. 나중에 기억을 통해서도 대조해 볼 겁니다.
SCP-349-KO: (침묵)
포르피리 요원: 얘기해주시지 않을 겁니까?
SCP-349-KO: (침묵) 대조할 필요 없습니다. 보면 알 거니까요.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 제가 미워하는 사람, 저의 구원자… 그정도로 부를 수 있겠습니다다.
포르피리 요원: 흠, 알겠습니다. 19기지에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죠.
<기록 종료>
부록 2: SCP-349-KO의 영상화된 기억 기록 모음
다음 기록은 SCP-349-KO의 변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기억 형상화 과정을 통해 추출된 기억의 편집 영상이다. 이는 SCP-349-KO가 최초로 전송받은 기억이며, SCP-349-KO-1의 존재 및 변칙성 사용의 사례, SCP-349-KO가 변칙성을 얻게 된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짜: 2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와 SCP-349-KO-1의 첫 만남. 당시 러시아 지역에서 활개를 치고 있던 초상 범죄 조직의 소탕을 위한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SCP-349-KO가 분대장을 맡은 분대의 목표는 조직의 거점 중 하나를 습격하여, 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되었던 많은 인간형 변칙개체들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SCP-349-KO-1 또한 그 과정에서 확보된 변칙 개체 중 한 명이다.
인간형 변칙 개체를 감금하는 데 사용된 건물의 지하실을 요원들이 수색 중이다. 한 요원이 잠겨있는 문을 부수면, SCP-349-KO를 포함한 다른 요원들이 먼저 진입해 위험 요소를 확인한다. 안전하다고 확인되었을 경우, 요원들이 안에 있는 변칙 개체를 밖으로 인도한다.
위 상황이 반복된다. 이윽고 이들은 자물쇠 세 개로 잠겨있는 마지막 방에 도달한다. 아까보다 시간을 더 들여서 문을 부수고 진입한 요원들은, 방에 불이 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원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다. 그것은 스페이드 모양으로 빛이 나고 있었으며, 그 앞에 한 여자가 앉아있다.
긴 금발 머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 납치된 것인지 다른 인간형 개체에 비해 깨끗한 차림을 하고 있다. 다만 수갑과 족쇄, 포승줄을 이용하여 꼼꼼하게 포박되어 있으며, 몸 군데군데에 고문의 흔적이 보인다. SCP-349-KO와 유사한 후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개체가 SCP-349-KO-1로 추정된다.
SCP-349-KO를 포함한 요원들이 SCP-349-KO-1에게 다가가 구속을 풀어준다. SCP-349-KO는 상대 개체를 안심시키면서 말을 걸면서 눈을 마주친다.
구속이 다 풀어진 뒤, SCP-349-KO-1이 SCP-349-KO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SCP-349-KO-1이 SCP-349-KO를 쳐다보다가 입을 연다.
SCP-349-KO-1: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다시 보기를 잘했네.
SCP-349-KO-1이 SCP-349-KO의 멱살을 잡더니 자신에게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SCP-349-KO의 얼굴이 급속도로 달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갑작스러운 행위에 당황한 요원들이 잠시 방관하다가 뒤늦게 SCP-349-KO-1을 제압한다. SCP-349-KO-1은 제압되는 와중에도 발작적으로 웃기만 한다.
SCP-349-KO-1이 완전히 제압되고, 상황이 잠시 진정된 뒤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SCP-349-KO가 입을 연다.
SCP-349-KO: 됐어, 놓아줘.
라주미힌 요원1: 괜찮습니까?
SCP-349-KO: 괜찮아. 별 일 아니잖아.
SCP-349-KO-1: 우와, 역시 이때는 좀 차가운 성격이었구나.
방 안의 모두가 잠시 침묵한다.
SCP-349-KO: 이동하자. 마지막 방이 남았어. 조시모프, 네가 이 여자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조시모프 요원: 네.
SCP-349-KO-1: 마지막 방은 안 가는게 좋을 거 같은데.
SCP-349-KO: 뭐?
SCP-349-KO-1: 뭔지 몰라도 엄청 위험한게 들었거든. 많이들 죽어.
SCP-349-KO: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SCP-349-KO-1: 직접 느꼈거든.
SCP-349-KO: (요원들 쪽을 보며) 제공받은 인적 자산 파일 중에 예언자류 개체가 있다는 설명이 있었던가?
라주미힌 요원: 딱히 없습니다. 애초에 여기있는 방도 빈 방이 많았구요. 저희가 파악하기 이전에 조직이 잡은 개체일 수도 있어서 뭐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SCP-349-KO-1: 날 믿어. 열어서 좋을 건 없을 거야.
조시모프 요원: 어떡합니까? 이대로 철수합니까?
라주미힌 요원: 아니면, 분대장님만이라도 이 여자를 데리고 철수하십시오. 마지막 하나 남은 곳 정도야 저희가 잘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SCP-349-KO-1: 나도 간다면 릴리야 너랑 갈래.
(SCP-349-KO가 SCP-349-KO-1을 쳐다본다. 본인의 이름을 안다는 것에 당황했는지 시선이 잠시 흔들린다. 잠시 그렇게 쳐다보다가 SCP-349-KO가 결론을 내린다.)
SCP-349-KO: 임무를 멋대로 중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개체가 하는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 문만 뚫어본다. 아무것도 없으면 빠르게 철수하도록 하지.
라주미힌 요원: 알겠습니다. 그래도 별 일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SCP-349-KO-1: 그래, 어쨌든 너희 선택이니까. 하지만 넌 나랑 돌아가자 릴리야.
SCP-349-KO: (침묵) 그러면 모두가 살 수 있나?
SCP-349-KO-1: 언젠가는.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날짜: 2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1과 진행한 첫 면담. 재단이 확보한 이후 신원 및 변칙성 확인 절차를 위해 작전 현장 근처 천막에서 진행되었다. SCP-349-KO-1은 SCP-349-KO하고만 면담하겠다고만 하였으며, 이외에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SCP-349-KO가 직접 SCP-349-KO-1하고 면담하기로 하였다.
SCP-349-KO: 이름은?
SCP-349-KO-1: 소피아 표도로브나 마르멜라도바.
SCP-349-KO: (이름을 메모한 뒤 근처에 대기하던 자묘토프 요원에게 전달한다. 작은 목소리로.) 가서 관할 내 요주의 인물 명단이랑 대조해봐. (SCP-349-KO-1을 향해.)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SCP-349-KO-1: 언젠가 네가 말해줄거거든.
SCP-349-KO: 언제?
SCP-349-KO-1: 미래의 어느 순간에. 난 그걸 기억하고 있을 뿐이야.
SCP-349-KO: 변칙성일 가능성이 높겠군. 어떤 기작이지?
SCP-349-KO-1: 아, 설명하면 재미 없는데.
SCP-349-KO: 심문의 편의성을 위해 얘기해주는 게 좋아, 변칙 개체.
SCP-349-KO-1: (키득거리며 웃는다.) 변칙 개체… 이상한 호칭이네. 왜 그렇게 불러?
SCP-349-KO: 그야 아직 번호를 받지 못했으니까. 재단에서 정식으로 번호를 받게 되면 그렇게 불리게 될—
SCP-349-KO-1: 사명감 투철한 릴리야 씨네. 아직 번호도 못 받았으면 차라리 이름으로 불러주면 되지 않나? 아니면 입술을 훔쳤으니 성추행범이라고 해도 나야 상관없지만!
SCP-349-KO: (잠시 SCP-349-KO-1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좋아, 성추행범 소피아. 변칙성이 어떻게 되지?
SCP-349-KO-1: 미래로부터 기억을 받을 수 있어. 여기 뒤에 달려 있는 이 문양이 어렸을 때 생긴 후부터 자각한 변칙성이지.
SCP-349-KO: 주된 사용처는?
SCP-349-KO-1: 불리한 상황으로부터의 도망. 재단과의 만남도 포함이야.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서른네 번째인가?
SCP-349-KO: 오호.
SCP-349-KO-1: 너희가 나한테 어떻게 할 지 경험하면 나는 거기서 과거로 도망칠 수 있어. 그 때부터 미래는 바꾸면 그만이야. 마음만 먹으면 마피아들에게 잡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SCP-349-KO: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꼴을 당한 거지?
SCP-349-KO-1: 널 봤으니까, 릴리야. 도망치려던 순간에.
(SCP-349-KO가 잠시 SCP-349-KO-1을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몸을 부르르 떤다.)
SCP-349-KO: 아, 소름 돋아. 설마—
SCP-349-KO-1: 네가 좋아서 그래, 릴리야.
SCP-349-KO: 윽. (SCP-349-KO가 탁자에 놓여있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지핀다. 두 개체가 서로를 빤히 쳐다본다. SCP-349-KO가 새 담배를 꺼내 SCP-349-KO-1에게 건넨다. SCP-349-KO-1은 손을 보며 웃기만 한다.) 시발. (SCP-349-KO가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지핀 뒤에 SCP-349-KO-1에게 건넨다. SCP-349-KO-1은 이번엔 담배를 받은 다음 깊게 들이빤다.)
(그러는 사이 요원이 앞서 SCP-349-KO가 부탁한 문서를 가져온다. SCP-349-KO가 SCP-349-KO-1 앞에서 읽는다.)
SCP-349-KO: 보자, 피크 담Pique Dame. 뒷세계 카지노의 여왕으로 알려진 사람, 변칙적인 장신구로 보이는 스페이드 모양 광휘가 특징적… 소냐, 풀헤리아, 아브도치야 등의 가명 사용… 항상 재단의 급습 직전에 몰래 빠져나가서 존재만 알고 실제로 마주한 적이 없어서 신원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그럼 이름으로 찾은 게 아니네?
자묘토프 요원: 이름으론 안 나왔지만, 머리의 후광과 관련된 CCTV 자료랑 목격담 자료가 있었습니다. 행정부 쪽에서 스페이드 모양 후광이 있다고 얘기하니까 바로 찾아주더군요.
SCP-349-KO: 수고했어. 가서 쉬고 있어. (자묘토프 요원이 천막을 나선다.) 자, 그래서 소피아 성추행범, 정체가 정확하게 뭐야?
SCP-349-KO-1: 사람들은 날 스페이드의 여왕이라고 불렀어. 거기에 적혀있는 대로.
SCP-349-KO: 오만한 발언이네, 그ㄱ—
(순간 높은 음의 소음이 주변 공간에 가득 찬다. 두 개체 모두 잠시동안 귀를 손으로 막고 몸을 낮춘다. 이명까지 서서히 잠잠해졌을 때, 두 개체는 서서히 손을 떼고 몸을 바로 선다.)
SCP-349-KO: 뭐였지?
SCP-349-KO-1: 모르겠어, 아마도… 내가 아까 말했던 불길한 일일지도 몰라.
SCP-349-KO: 그, 시간 능력으로 제대로 알 수는 없는 건가?
SCP-349-KO-1: 난 내가 경험한 것만 알아. 근데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SCP-349-KO: 아, 젠장, 그, 됐다, 말을 말자.
SCP-349-KO-1: 이젠 말도 놓네.
(SCP-349-KO가 크게 한숨을 쉰다. SCP-349-KO-1은 미소짓기만 한다.)
(이후 기본적인 문답이 10분동안 이어진다. 출생지와 생일, 조직에게 잡히게 된 경위 등의 내용들이 지나간다. 그러다가 포르피리 요원이 면담이 진행 중인 천막으로 들어온다.)
SCP-349-KO: 아직 면담 진행 중입니다만…
포르피리 요원: 릴리야 요원, 잠깐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SCP-349-KO: 무슨 일로… (포르피리 요원의 굳은 얼굴을 보다가, SCP-349-KO-1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의 얼굴도 같이 굳어 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SCP-349-KO-1: 응.
(SCP-349-KO가 천막 밖으로 나온다. 탁 트인 전망에 이질감이 느껴져 SCP-349-KO는 잠시 비틀거린다. 몇십분 전에 SCP-349-KO-1 외 다수의 인간형 변칙 개체를 구조하였던 건물 자체가 사라져있다. SCP-349-KO가 건물이 있던 자리를 쳐다만 보다가, 주저앉는다.)
포르피리 요원: 변칙적으로 기폭되는 폭탄이나 지뢰로 파악됩니다. 건물 하나 자체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든 이상, 시신이나 이런 부분은… 죄송합니다.
SCP-349-KO: 그렇군요. 그런 거군요…
(SCP-349-KO가 SCP-349-KO-1을 바라본다. SCP-349-KO-1이 슬픈 표정으로 SCP-349-KO를 바라보고 있다.)
날짜: 3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은 작전 도중에 분대원을 모두 잃은 이후로 일주일 동안 숙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포르피리 요원이 1달 만에 SCP-349-KO를 찾아와서 대화를 나눈 기록이다.
(어두운 방 안으로, 어느 것도 충분히 식별되지 않는다. 잠시 뒤 노크 소리가 들리고, 오래지 않아 문이 아무 저항 없이 열린다. 현관 천장의 센서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포르피리 요원을 비춘다. 센서등에서 나오는 불빛을 통해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빈 술병이 널부러진 좁은 방의 모습이 보인다.)
(침묵.)
포르피리 요원: 오늘로 일주일 째입니다. 곧 복귀하셔야 합니다.
(침묵.)
포르피리 요원: 소피아 마르벨라도바.
(SCP-349-KO가 고개를 든다.)
포르피리 요원: 그 사람이 당신 아니면 면담을 안 하겠답니다. 기본적인 변칙성 측정은 되었지만, 명확하게 증명이 되지 않아서 정식 SCP 등록은 좀 미뤄지고 있어요. 당신이 그와 더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SCP-349-KO: 그걸 왜 말해주는 겁니까?
(포르피리 요원이 머리를 긁적인다.)
포르피리 요원: 그 여자, 당신이 이러는 거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자기가 기분을 낫게 해줄 수 있다고 그러더군요.
(SCP-349-KO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숨죽여 웃는다.)
포르피리 요원: 저는 전달드렸습니다. 면담 날짜는 내일모레로 잡아놨습니다.
(SCP-349-KO가 고개를 힘없이 끄덕인다.)
날짜: 3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와 SCP-349-KO-1이 재단의 기지에서 진행한 면담.
SCP-349-KO-1: 준비는 됐어? (SCP-349-KO-1이 중지와 검지를 세워 SCP-349-KO를 향해 내민다. SCP-349-KO는 담뱃갑을 꺼내고 뚜껑을 열어 상대를 향해 내민다. SCP-349-KO-1은 미소를 지은 채로 담배를 꺼낸 다음 입에 물고 몸을 앞으로 숙인다. SCP-349-KO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준다.)
SCP-349-KO: 그래서, 부른 이유가 뭐지? 나 아니면 면담도 안 받겠다고 그러더니. (SCP-349-KO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
SCP-349-KO-1: 별 건 아니야, 일주일 동안 방 안에만 있었지? 밖에 나와서 바람이나 쐬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해서 억지로라도 끌어내려고 한 거지.
(SCP-349-KO가 담뱃불을 SCP-349-KO-1을 향해 튀긴다. 상대는 이를 가볍게 피한다.)
SCP-349-KO: 잘 피하네. 이것도 알고 있던 거지?
SCP-349-KO-1: 그런 셈이지. 약간만 돌리면 되는 일이야.
SCP-349-KO: 넌, 알고 있던 거지? 네 능력이란 그런 거지?
(SCP-349-KO-1가 코웃음을 치고는 계속해서 담배를 피운다.)
SCP-349-KO-1: 예언이랑은 달라. 예언이랑은 다르지… 많이 얘기했지만 난 내가 경험하지 않은 건 몰라.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
SCP-349-KO: 하지만 그걸 증명할 수는 없지. 결국 그게 예언과 다른 게 뭐지?
SCP-349-KO-1: 나는 내 앞에 주어진 길을 바꿀 수 있지.
SCP-349-KO: 그럼 바꿔봐. 죽은 내 사람들을 과거로 가서 살려내 보라고.
SCP-349-KO-1: 그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네.
SCP-349-KO: 말장난하지 마.
SCP-349-KO-1: 릴리야. 내가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 때로 시간을 돌렸다고 치자.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까?
SCP-349-KO: 충분히 노력한다면…
SCP-349-KO-1: 아니, 누군가는 결국 그 방을 확인했어야 했어. 누군가는 죽고, 난 너를 살리고 싶었어. 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거야. 그걸로 인해 네 미움을 받는다면 난 기꺼이 그 책임을 지는 거고.
SCP-349-KO: (침묵) 어쩌면 도박이라도 걸어봤어야 하는 지도 몰라.
SCP-349-KO-1: 내 앞에서 도박을 논한다라…
SCP-349-KO: 넌 진짜 도박을 한 적이 없어. 넌 모든 패를 알고 장단에 맞춰줬을 뿐이잖아. 그러면서 네가 뭘 안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SCP-349-KO-1: 뭘 모르네. 이기는 패를 쥐고도 적은 돈을 따고, 지는 패를 쥐어도 많은 돈을 딸 수 있는 거야.
(각 개체가 서로를 빤히 쳐다본다.)
SCP-349-KO: 널 미워하지 말라는 걸까. 오히려 고마워해야되는 걸까.
SCP-349-KO-1: 내가 널 구한 게 내 선택이듯이, 너도 네 마음가는 대로 하면 돼.
SCP-349-KO: 난, 난 잘 모르겠어.
SCP-349-KO-1: 뭐 그럴 수도 있지.
SCP-349-KO: 너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널 미워해야하는지도, 널 좋아해야되는지도. 내 마음 같지 않아. 이건, 혼란스러워.
SCP-349-KO-1: (표정이 진지해진다.) 릴리야.
SCP-349-KO: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고. 이젠 아무도, 아무도…
SCP-349-KO-1: 릴리야.
SCP-349-KO: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인데. 널 떨쳐낼 수가 없어.
(침묵)
SCP-349-KO: 결국 너로부터 탈출구를 찾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울먹인다.)
SCP-349-KO-1: 그래도 괜찮아, 릴리야. (SCP-349-KO-1이 자리에서 일어나 SCP-349-KO 곁으로 다다가온 뒤, 쭈그려 앉는다.)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누자. 너가 날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내가 너와 걸맞게 되도록.
SCP-349-KO: 그래, 노력해 볼게.
날짜: 5월 ██일
기억 정보: 첫 면담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SCP-349-KO와 SCP-349-KO-1은 면담을 나누었다. 아래는 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SCP-349-KO: 좋아. 저번 면담을 정리해보자. 네 변칙성은 기억을 과거로 전송하는 거고, 그걸 바탕으로 미래를 수정할 수 있다는 거지? 언제부터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SCP-349-KO-1: 나도 몰라.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 걸 깨달았고, 이걸 깨달으니까 여기 있는 후광이 생겼어.
SCP-349-KO: 처음 깨달았던 순간에 대해서 말해줘
SCP-349-KO-1: 음, 포커를 처음 했을 때? 카드가 뒤집어지고, 지금 이럴 때 크게 걸었으면 됐는데, 아쉽다! 여기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기회였어야 했는데! 그런 집념이 생기자, 나는 미래를 기억하게 되었어.
SCP-349-KO: 결국 예언이잖아?
SCP-349-KO-1: 몇 주째 얘기하고 있는 거지만, 조금 달라. 앞날이 눈에 비치기보다는 기억이 머릿속에 몰아치는 느낌? 백일몽보다는 회상에 가까운 느낌 있잖아. 음… 역시 느낌을 전달하는 거라 어렵네.
SCP-349-KO: 그래도 처음에는 잘 알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SCP-349-KO-1: 그렇지! 처음엔 그냥 내가 감이 좋은 줄 알았지. 그러다가 18살이 되던 때에 누가 내 머리 뒤에서 후광을 발견하고, 그렇게 나는 남들보다 배는 특별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 그리고 그 때가 내가 재단에 처음으로 잡혔던 때지.
SCP-349-KO: 하지만 그 기억을 과거로 전송하게 되면…
SCP-349-KO-1: …과거의 내가 알고 재단이 찾아오는 미래를 피할 수 있게 되지. 말이 그렇지 실상은 후광이 나오기 전에 가출하는 거였지만.
SCP-349-KO: 그런 뒤에는?
SCP-349-KO-1: 많은 일이 있었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재단에 잡힌 것만 서른 번이 넘는다니까. 그것 외에도 마피아에게 잡혀서 인신매매 직전까지 간 적도 몇 번 있어. 이 동안에 기억을 돌린 횟수만 해도 백 번은 넘을 거야.
SCP-349-KO: (침묵) 너 정신 연령이 대체 몇 살인 거야?
SCP-349-KO-1: 나도 몰라. 중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활기찬 열여덟살로 살기로 했어.
SCP-349-KO: 생활비는?
SCP-349-KO-1: 돈이야 어떻게든 벌 방법이 있지. 내가 이 능력을 언제 깨달았다고 했더라?
SCP-349-KO: …포커?
SCP-349-KO-1: 그러면 포커를 많이 할 수 있는 곳은?
SCP-349-KO: …카지노?
SCP-349-KO-1: 정답! 변칙성은 이해 못해도 내 인생사는 잘 이해해 주는구나!
SCP-349-KO: 변칙성도 이해했어. 어느 정도는. 그 인생사에 대해 더 얘기해줘.
SCP-349-KO-1: 내 변칙성 덕 좀 봤지. 내 앞에 패를 보이기만 하면, 그 이후로 나는 패를 다 꿰뚫어보고 게임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니까. 내 패가 나쁘면 빠져나가고, 좋으면 크게 걸어서 한탕하고. 물론 가끔씩은 잃어주거나 해서 상대가 의심없이 많이 걸 수 있도록 해야 해. 블러핑도 조금 섞어주면 좋고. 한 푼 두 푼 할푼리 따지기보단 가끔씩 감에 맡기는 것도 좋아.
SCP-349-KO: 도박 얘기가 나오니까 혀가 길어지네.
SCP-349-KO-1: 내 인생이니까. 내 인생 자체가 도박으로 이루어져있는데!
SCP-349-KO: 패를 다 알고 있으면 재미 없지 않나?
SCP-349-KO-1: 집중, 집중해, 릴리야! 이기는 건 당연한 거야. 돈을 얼마나 따느냐에서 내 능력이 발휘되는 거라고! 천직인 걸까? 아니면 노력의 결과일지도 몰라! 어느 쪽이든 난 도박에 인생을 바친 셈이지. 그리고 난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큰 도박을 하는 중이라고.
SCP-349-KO: 무슨 뜻이지?
SCP-349-KO-1: 너랑 얘기하고 있잖아.
날짜: 5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와 포르피리 요원 사이에서 짧게 진행된 대화.
작전을 마친 이후, SCP-349-KO는 SCP-349-KO-1과의 면담할 내용을 정리하면서 복도를 걷는다. 복도 반대편에는 포르피리 요원이 걸어오고 있다. 두 사람이 스쳤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포르피리 요원: 릴리야 요원.
SCP-349-KO: 네?
포르피리 요원: 요즘 변칙 개체와 친밀감 형성에 힘을 쏟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고가 많으시다고요.
SCP-349-KO: 별 일 아닙니다. 그저 서로 마음이 잘 통하고, 얼굴을 자주 보다 보니까 활용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 뿐입니다.
포르피리 요원: 개체의 기원을 확인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죠. 하지만, 지금 친밀감을 형성 중인 개체 말입니다. 너무 오래 머무는 것 같지 않습니까?
SCP-349-KO: 무슨 말입니까?
포르피리 요원: 말 그대로입니다. 변칙성 파악이 이미 이루어졌고, 원인과 같은 세부 사항들도 확인되었으니 더 이상 초도격리기지에 그 개체가 머물 필요가 있냔 말입니다. 지금 정식 SCP 등록을 당신이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서 하는 말입니다.
SCP-349-KO: 개체의 변칙성에는 증명 불가능한 요소가 있습니다. 단순히 머리에 후광이 달려있다는 이유로 SCP로 등록하여 격리하기엔 무리에요. 적절한 절차를 거친다면 다른 개체들처럼 재단 직원으로서의 채용 절차로도 전환이 가능할 겁니다. 현재 관련 절차들을 밟는 중이구요.
포르피리 요원: 변칙성 증명은 개체의 기억을 추출하는 기술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현재 타 지부의 분석심리학부 같은 곳에서 관련 기반 기술들이 이미 나와 있으니 응용만 하면 됩니다. 당신도 아는 방법일텐데 당신은 피하고 있군요. 두려우신가요?
SCP-349-KO: 그런 감정이 아닙니다. 제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보답하고픈 것 뿐입니다.
포르피리 요원: 전 당신을 1년 넘게 알고 지냈습니다. 이제 반년 만난 사람보다 더 신뢰를 주지 못했군요.
(침묵)
SCP-349-KO: 재단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포르피리 요원: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필요할 테니까요. 다만 첫눈에 반해버렸다라는 문장 아래 얼마나 부조리한 소설이 완성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겁니다.
SCP-349-KO: 재단을 위한… 최적의 결정 말입니까…
포르피리 요원: 당신이 겪은 일은 이해합니다. 올 한 해 많이 힘드셨겠죠. 그리고 당신의 친밀감 형성을 욕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어쨌든 탈출에 특화된 변칙성을 가진 존재의 격리 파기를 억제해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등록 과정을 최대한 미뤄도 올해까지입니다. 그 이상은 저희가 어찌할 방도가 없어요. 현명한 선택하길 바랍니다.
날짜: 7월 ██일
기억 정보: SCP-349-KO와 SCP-349-KO-1 사이의 비공식 면담. 저녁에 구내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SCP-349-KO가 SCP-349-KO-1의 격리실에 몰래 들어오게 되어 진행하였다. 이후 SCP-349-KO는 3개월간 근신 처분을 받았다.
(SCP-349-KO가 SCP-349-KO-1의 격리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간다. 한 손에는 힙 플라스크가 들려있다. 어두운 방 한 구석의 침대에 앉아 있는 SCP-349-KO-1이 보인다. 후광과 담뱃불 덕에 은은하게 웃고 있는 SCP-349-KO-1의 얼굴이 보인다. 술에 반쯤 취한 SCP-349-KO가 SCP-349-KO-1을 향해 비어있는 다른 손을 뻗으면서 말한다.)
SCP-349-KO: 알고 있었지?
SCP-349-KO-1: 이 순간은 언제나 떨리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가장 매력적인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고.
SCP-349-KO: 도대체 시간을 언제부터 돌린 건지 모르겠네. (바닥에 주저앉는다.)
SCP-349-KO-1: 꾸미는 건 조금만 돌려도 잘할 수 있어. (담배 꽁초를 바닥에 비벼 끈다.) 무슨 술이야?
SCP-349-KO: 보드카. 정신 좀 차리려고. (힙 플라스크에 입을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혀 술을 마신다. 동시에 주머니에서 은색 담뱃갑을 꺼내 SCP-349-KO-1에게 건넨다.)
SCP-349-KO-1: 정신 좀 차린다라, 흐. 나로부터?
SCP-349-KO: 그렇지… 지금 이 행동, 너에게 서서히 빠져드는 거로부터. 재단 직원으로서 이러면 안 되는데에에…
SCP-349-KO-1: 재단 직원이면 뭐 특별한 거라도 생기는 거야?
SCP-349-KO: (피식 웃는다.) 할 일이 많이 생기지. 변칙 개체를 격리하라! 그 큰 전제에 맞춰서 정해진 대로 딱딱 움직이려면 할 게 많다구. 지금까진 거기에 잘 맞춰서 지냈는데, 모든 게 터지고 난 뒤에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SCP-349-KO-1: 그러니까 지금까지 친구도 없이 지냈던 거지.
SCP-349-KO: 아가리 닫고 담배나 펴라. (SCP-349-KO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에 SCP-349-KO-1에게 건넨다.)
(SCP-349-KO-1은 불이 붙은 담배를 지켜보다가, SCP-349-KO에게 가까이 다가가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낸다.)
SCP-349-KO-1: 불 있어? (SCP-349-KO가 휴대용 라이터를 건넨다. SCP-349-KO-1이 코웃음 친다.) 야, 룰은 지켜. 변칙 개체에게 위험 도구를 맡기는 요원이 어디 있어?
SCP-349-KO: 빡빡하긴…
SCP-349-KO-1: 릴리야. 네가 뭘 하든 난 신경 안 써. 나부터가 너 따라서 여기 잡혀들어오기로 결정했는걸. 하지만 거기에 맞는 책임을 져.
SCP-349-KO: 그것이 재단에 해가 된다고 해도? 오로지 내 만족을 위한 거라고 해도?
SCP-349-KO-1: 재단으로서 더 큰 선을 행한 책임보다 네 쾌락이 더 크다면야, 그걸 감당하는 건 네 몫이지.
SCP-349-KO: 도박하는 놈들은 하여간 이상한 인생 철학이 있어. (라이터에 불을 켜서 SCP-349-KO-1에게 가져간다.)
SCP-349-KO-1: (담배에 불을 붙인다.) 두렵지? 릴리야.
(SCP-349-KO가 불이 붙어있는 라이터를 든 채로 굳는다.)
(침묵. 그러다가 SCP-349-KO가 조용히 라이터를 끈다.)
SCP-349-KO: 알료샤 일당의 추적조에 내가 들어갔어. 합리적인 선택이겠지.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재단은 내 생각보다 온건한 방식을 원할 테지.
SCP-349-KO-1: 두목 알료샤를 죽이면, 러시아 일대의 초상 범죄 조직은 혼란에 빠질 테지. 한동안 많이들 죽을 테고. 어쩌면 더 위험한 조직이 뿌리내릴지도 몰라. (담배를 한 번 들이빤 다음에 내뱉는다.) 그래, 알료샤는 살려두고 뿌리 뽑을 때까지 이용해먹는 게 이득이지.
SCP-349-KO: 내 팀원들을 모두 죽인 놈을, 내 손으로 죽이지 못하고 살려둬야한다는 거지. 재단을 위해서라면.
SCP-349-KO-1: 음.
SCP-349-KO: 아니면, 지금 너를 만나는 것처럼, 나를 위해 그 개새끼를 죽여버린다. 책임은 나의 몫.
(두 개체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공기를 채운다. SCP-349-KO-1이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온다. SCP-349-KO는 바닥을 보느라 이를 눈치 못 채고 있다. SCP-349-KO-1이 SCP-349-KO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손에는 반쯤 탄 담배 개비가 들려있다.)
SCP-349-KO: 하하, 참 거지같은 선택이야. 그렇지?
SCP-349-KO-1: 릴리야.
SCP-349-KO: 응?
SCP-349-KO-1: 이리 와, 스페이드의 여왕이 준비한 행운의 선물을 줄게. (SCP-349-KO-1이 얼굴을 SCP-349-KO의 얼굴로 가까이 가져간다.)
SCP-349-KO: 입술 부비는 건 저번에 했잖아. 그거 보다 더 좋게는 못할 거 같은데.
SCP-349-KO-1: 더 좋은 거야. 더 귀한 거지. (담배를 입에 문다.) 일단 준비하고… (SCP-349-KO-1이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다.) 들이마셔. (SCP-349-KO-1이 SCP-349-KO의 얼굴을 향해 연기를 뱉는다.)
(SCP-349-KO가 연기를 그대로 호흡한다.)
SCP-349-KO-1: 잘했어. 오늘 밤, 스페이드의 여왕이 너를 가진 거야. 날 마음에 담고, 심지를 굳게 잡아. 그렇게 선택을 하면 되는 거야.
날짜: 10월 ██일
기억 정보: 초상 범죄 조직 소탕 작전 당시 기록. SCP-349-KO가 받은 임무는 조직의 수장인 알료샤 이바노프의 체포였다.
(SCP-349-KO가 철문에 소방도끼를 휘두른다. 팔과 다리에는 핏자국이 묻어있다. 문에 도끼 자국이 서서히 커지면서 구멍을 만든다. 한 사람이 지나들만한 크기가 되자, SCP-349-KO는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간다. 알료샤는 텅 빈 안전가옥의 유일한 가구인 소파에 앉아있다. 그는 은색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인다.)
SCP-349-KO: 다 끝났어, 알료샤 이바노프.
알료샤: 그래… 푸흣. 몇 명은 정말 완벽하게 끝냈지.
SCP-349-KO: 날 자극해서 좋을 건 없을 거야. (도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알료샤: 죽일 생각인가? 나쁘지 않지. 복수의 굴레 같은 거 계속 이어져도 나쁘지 않을 거야.
SCP-349-KO: 널 죽이진 않아.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순순히 일어서.
알료샤: 생포? 나를? 네가? 어째서지?
SCP-349-KO: 명령이다. 더 말이 필요한가?
알료샤: 하, 글쎄, 난 여기까지 올 사람이면 날 죽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거든.
SCP-349-KO: 그건… (어금니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
알료샤: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던 거 같군. 안 그런가?
SCP-349-KO: 입 다물어. 아까도 말했지만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알료샤: 어디 보자, 이렇게까지 원한을 가질 인물이면 누구일까. 혹시, 스페이드 여왕을 구한 그 사람들인가?
(SCP-349-KO가 도끼등으로 알료샤를 후려친다.)
알료샤: 하하! 그래! 바로 이거야! 그 때 죽은 놈들이 네놈 동료였구만! 그렇지?
SCP-349-KO: 입 닥치라고 했지!
알료샤: 그 때 그 폭탄이 뭐인지 궁금하나? 차원 구속 폭탄이라고 들어봤을련지 모르겠군! (SCP-349-KO가 군홧발로 알료샤를 찬다. 알료샤는 뒤로 넘어진다.) 사채 담보로 받은 멍청한 과학자에게서 얻어왔지! 3차원 존재들을 2차원으로 얊게 펴내는 시제품이란다, 꼬마!
SCP-349-KO: 으아아아아아! (도끼를 쥐지 않은 손으로 알료샤를 때린다.)
알료샤: (빠진 어금니를 뱉어낸다.) 아주 고통스럽게 죽었을 거야. 산채로 포 떠져서 납작해진 건물에 눌러붙었으니 말이야!
SCP-349-KO: 그런 짓을 하고도… 그런 짓을 하고도…! (SCP-349-KO가 도끼를 휘두른다. 제대로 조준하지 않았기에 도끼는 나무 바닥에 박힌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알료샤: 살아남기를 바라냐고? 딱히 그러진 않아! 죽여보시지! 그 알량한 복수심만을 믿고 어떤 혼돈이 벌어질지 직접 보란 말이야!
SCP-349-KO: 죽여버리겠어! (SCP-349-KO가 양손으로 알료샤의 목을 그러쥐고는 힘을 쥔다.)
(알료샤가 SCP-349-KO에게 깔린 채 몸을 파들거린다. 눈이 서서히 까뒤집어지고, 숨 막히는 소리도 서서히 얕아진다. 몸이 완전히 멈추기 직전, SCP-349-KO가 손아귀에 집어넣던 힘을 푼다. 그리고 SCP-349-KO는 손을 완전히 풀고 양손을 내려다본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세로 굳어 있다. 이윽고 알료샤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자, SCP-349-KO는 알료샤의 턱을 가격해 기절시킨다.)
SCP-349-KO: (얼이 빠진 목소리로) 여기는 알파, 목표 확보했다. 반복한다. 여기는 알파, 목표 확보했다.
날짜: 11월 ██일
기억 정보: 초상 범죄 조직 소탕 작전 완료 후 SCP-349-KO와 SCP-349-KO-1이 진행한 정기 면담.
--
SCP-349-KO-1: 소식 들었어. 한탕 제대로 했다며?
SCP-349-KO: 그랬지. 그랬어. 결국 안 죽였지만.
SCP-349-KO-1: 죽일 생각이었어?
SCP-349-KO: 죽일 생각이었어.
SCP-349-KO-1: 하지만 넌 선택했지.
SCP-349-KO: 죽이려는 순간에, 네 생각이 났어. 후회할 선택은 하지 말라는 너의 말. 어느 쪽이 버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 과연 후련해질 수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들이, 그 짧은 순간에 모두 몰아닥쳐 나를 멈춰준 거야.
(SCP-349-KO가 겸연쩍게 목을 긁는다.)
SCP-349-KO: 결국은 잘 된 일이었지만. 그 빌어먹을 몸에 데드맨 스위치가 있었어. 심장이 멈추는 순간 변칙 폭탄이 기폭하도록 되어 있었어. 조직원과 경쟁 조직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게 되는 건 덤이었지.
SCP-349-KO-1: 그러니까 그렇게 죽고 싶었던 거였구나.
SCP-349-KO: 잘 모르겠어. 적어도 자신이 이대로 잡히는 것보다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SCP-349-KO-1: 그러겠지. 재단의 요원다운 선택을 했구나. 잘했어, 릴리야.
SCP-349-KO: 그래… 그리고 그 대가는 뭘까?
SCP-349-KO-1: 지켜봐야겠지. 그러면 알게 될 거야.
SCP-349-KO: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SCP-349-KO-1: 그렇지.
날짜: 12월 ██일
기억 정보: 변칙 범죄 조직의 부두목인 리사의 주도로 이루어진 대규모 제67초도격리기지 습격 사건. 습격 자체는 빠르게 진압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변칙 개체 여럿이 풀려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다음은 SCP-349-KO가 변칙 개체를 진압하던 와중의 기억이다.
(SCP-349-KO가 거친 숨을 내쉬며 기지의 복도를 걷고 있다. 전신에 타박상과 자상이 보인다. 복도엔 경고등이 점멸하고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린다.)
SCP-349-KO: 젠장… 젠장젠장젠장!
(복도를 돌면서 벌 형태의 변칙 개체가 나온다. SCP-349-KO는 오른팔로 권총을 들어올려 쏘려고 한다. 총알이 나가 변칙 개체의 머리가 터져나감과 동시에 변칙 개체의 침이 SCP-349-KO를 향해 발사된다. SCP-349-KO가 침을 피하려고 하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처가 있는지 움직임이 너무 둔하다.)
(침에 맞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SCP-349-KO를 뒤로 당기고 감싼다.)
(SCP-349-KO-1이다.)
(SCP-349-KO가 자신의 배를 더듬는다. 침은 SCP-349-KO-1을 관통했으나 SCP-349-KO의 배까지는 닿지 않았다. SCP-349-KO-1이 배에 피를 흘리며 SCP-349-KO에게 안기듯이 쓰러진다.)
SCP-349-KO: 소피아!
SCP-349-KO-1: 이름, 불러주니까 좋네.
SCP-349-KO: 빨리, 빨리 시간을 돌려! 이걸 없던 일로 만들어!
SCP-349-KO-1: 돌렸어… 이미 많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방식으로 죽는 너를 보았어. 널 구할 때까지 나는 계속 돌리고, 마침내 성공한 거야…
SCP-349-KO: 더… 더 뒤로 돌려! 내가 더 실수하지 않도록! 제발, 소피아! 나를 위해서라도 제발!
SCP-349-KO-1: 실수가 아니야, 릴리야. 이건 최선의 선택이었어.
SCP-349-KO: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너 설마… 너 설마…
SCP-349-KO-1: 난 너만 살리면 됐어. 당혹스러워하는 네 표정이 좋아. 그러기 위해선 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기억을 가지고서라도 시간을 돌릴 거야, 릴리야.
SCP-349-KO: 안 돼, 안돼안돼안돼안돼… 제발 정신을 차려줘, 날 두고 가지 마…
SCP-349-KO-1: 릴리야 쉿, 쉬잇… 괜찮아. 시간은 우리 편이야. 네가 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어. 그 때 작전에서 죽어버린 네 분대원들, 모두…
SCP-349-KO: 잘 모르겠어, 소피아, 넌 어떻게 살리는데?
SCP-349-KO-1: 나? (웃는다.) 난 너무 오래 살았어. 돌아가야할 기억을 제대로 못 찾겠기도 하고. (입에 피를 왈칵 쏟아낸다.) 사랑해, 릴리아. 처음과 같이 마무리해줘, 키스해줘…
(SCP-349-KO가 울면서 SCP-349-KO-1과 입을 맞춘다. SCP-349-KO-1의 눈이 생기를 잃어가면서 SCP-349-KO-1 머리 뒤에 떠있는 스페이드 형태의 후광이 사라져간다.)
(두 사람이 입술을 떼고 서로를 쳐다본다. SCP-349-KO-1의 눈에 비치는 SCP-349-KO의 머리 뒤에는 SCP-349-KO-1과 같은 스페이드 형태의 후광이 떠있다.)
SCP-349-KO: 아아… 아아아…
SCP-349-KO-1: 1월 ██일로 가, 난 내가 죽을 때 그 날로 가고 싶었어.
(SCP-349-KO-1이 SCP-349-KO의 품 속에서 자그맣게 속삭인다.)
SCP-349-KO-1: 날 잊지마…
(SCP-349-KO-1의 몸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다. 후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SCP-349-KO가 눈을 감는다.)
비고: 릴리아 요원의 기억 중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는 사건은 여기까지이다. 릴리아 요원은 이를 바탕으로 변칙성이 증명되었으므로 SCP-349-KO 번호를 받고 격리되었다.
기록에서 언급된 소피아 표도로브나 마르멜라도바 인물은 실제로 여러 카지노에서 블랙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만 운이 많이 따랐다는 점만 비슷했을 뿐, 변칙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행적을 조사한 결과 SCP-349-KO의 변칙성이 발현되었던 날에 러시안 룰렛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