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단 선박으로 인양되고 있는 SCP-3379-1 개체.
일련번호: SCP-3379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3379 주변 반경 15km 범위의 모든 통항은 우회시킨다. 선박 두 척으로 SCP-3379 인근 해역을 순찰한다. SCP-3379-1 개체는 가장 가까운 연구기지로 운송하여 연구한다.
설명: SCP-3379는 북극해 수심 약 8m 위치에 존재하는 직사각형 포탈로, 크기는 가로 10m에 세로 15m이며 콘크리트 틀로 둘러싸여 있다. SCP-3379는 러시아 볼셰비크섬에서 북쪽으로 12km 떨어져 있다.
SCP-3379-1로 지정된 개체들은 산발적으로 SCP-3379에서 나타나서 해수면 위로 떠오른다. SCP-3379-1이 출현하는 시점의 규칙성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SCP-3379-1 개체들은 구성 요소와 외관 면에서 서로 간 차이점이 크다. 약 70%의 SCP-3379-1 개체는 생물의 사체로 보이며 보존 정도는 각기 다르다.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350개체 이상이 회수되었다.
개체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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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9-1-03 | 사망한 알비노 바다코끼리 (Odobenus rosmarus). 다른 변칙성은 보이지 않음. |
3379-1-11 | 지방과 뼛조각이 뭉친 덩어리. DNA 서열상 기원은 고래목의 생물로 보이지만 그간 알려진 어떠한 종과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
3379-1-41 | 합성 중합체 포장재로 싸인 아가미 열두 쌍. DNA 서열은 SCP-924와 일치한다. |
3379-1-62 | 거대한 유리병. 그 안에는 식염수 젤이 담겼고, 상어 지느러미가 젤 속에 떠올라 있다. |
3379-1-89 | 16m 길이의 엘라스모사우루스 목. 심하게 부패했다. |
3379-1-119 |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유리병. 액체에 노출되면 강한 향수(鄕愁)를 느낀다. 화학 분석 결과 액체 안에는 염화 나트륨, 에탄올, 피페린, 베타 엔도르핀, 특정되지 않은 유기물 수십 종류가 함유된 사실이 밝혀졌다. |
현재까지 SCP-3379의 경계를 통과 가능한 것은 지각력 있는 존재뿐이었다. 카메라를 장착한 물고기로 실험했을 때 경계 반대편에서 적대 세력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예비 탐사가 승인되었다.
서론: D-11424에게 단열 잠수복, 나이프, 손전등, 카메라, 공기 2시간분을 지급했다. 또한 전파 통신 기기를 장비하고 탐사 담당자인 아르세오 박사에게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다.
[기록 시작]
(D-11424는 SCP-3379의 벼랑에서 약 4m 떨어져 있다.)
아르세오 박사: 다 괜찮아 보이네. 준비 됐습니까?
D-11424: 글쎄. 내가 입버릇처럼 다이버가 되고 싶다 그랬었지. 한번 해보자고.
아르세오 박사: 좋아요. 뭔가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도록. 명심하시길.
D-11424: 그래.
아르세오 박사: SCP-3379를 통과해 전진하세요.
D-11424: 좋아, 들어간다.
(D-11424가 헤엄쳐 SCP-3379로 들어가면서 외부 시야에서 사라진다. D-11424의 카메라에는 SCP-3379과 비슷하게 생긴 수많은 콘크리트 재질의 관문이 2차원 격자 패턴을 이룬 채 배열된 모습이 포착된다. 조명의 광량이 적은 탓에 주변 광경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나, 지면이 인접한 해저와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D-11424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계속 아래쪽을 쳐다보면서 헤엄치려고 시도 중이기 때문이다.)
아르세오 박사: 아직 들립니까?
D-11424: 아주 시끄럽게 잘 들리네, 박사.
아르세오 박사: 주변 상황 보고 바랍니다.
D-11424: 호오. 아직 물 속인 것 같이 느껴지는데, 땅에 서 있을 수가 있네. 확인했… 어우.
아르세오 박사: 계속 말씀하세요.
D-11424: 여기 뭔가 벽 같은 게 있어. 방금 내가 통과한 거랑 똑 닮은 콘크리트 문들이 수백 개는 쭉 늘어서 있고.
아르세오 박사: 달리 보고할 것은?
D-11424: 글쎄. 꽤 어두운걸. 위에서 희미한 빛이 조금 들어오고 있긴 한데 그리 많지는 않아. (침묵) 이런, 저쪽에 뭔가 움직이는 게 있는데. 옆에 있는 문을 확인해 보겠어.
(카메라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식별되지 않는다.)
아르세오 박사: 좋습니다.
(D-11424는 SCP-3379 바로 왼쪽의 이웃한 통로로 헤엄쳐 간다.)
아르세오 박사: 뭐가 보입니까?
D-11424: 이쪽도 희미하긴 한데 더욱더 흐릿해. 강 속에 있는 것만 같은데. 물의 흐름이 약하게나마 느껴져.
아르세오 박사: 무조건 문 가까이에 있도록 하세요.
D-11424: 그럼, 당연하지. 이야, 저기 뭔가 기괴한 물고기가 좀 있는데. 여태까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종류야.
(대략 연어 크기 정도 되는 반투명한 물고기 여럿이 헤엄쳐 지나간다. 그 뒤를 물고기보다 더 커다란, 길이 약 0.5m의 뱀 같은 생물이 따라간다.)
아르세오 박사: 조심하세요.
D-11424: 그래. 어쩌면 변칙 피라냐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어. (D-11424가 씩 웃는다.) 잠깐만. 크고 뚱뚱한 놈들이 떼거지로 이쪽으로 오는데.
아르세오 박사: 조심—
D-11424: 망할!
(눈 넷 달린 거대한 빨간색 물고기 여러 마리가 D-11424와 충돌하고, D-11424는 그 여파로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리만큼 하류로 떠내려가다가 바위를 잡고 정지한다.)
아르세오 박사: 괜찮나요?
D-11424: 염병, 여기 수류가 훨씬 강하잖아. 이 바위 덕에 겨우 멈춰 있다고.
아르세오 박사: 침착하세요. 들어왔던 포탈이 보입니까? 그쪽으로 도로 헤엄쳐 돌아갈 수 있겠어요?
D-11424: 엄… 아니, 두 질문 다 아니올시다.
아르세오 박사: 혹시 다른 포탈이 보이지는 않습니까?
(D-11424는 주변을 훑어보다가 일전에 목격했던 뱀 모양 생물체를 발견한다.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D-11424: 글러먹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수면은 보이는 것 같아. 강기슭으로 가볼까 하는데 허가 가능한가?
(침묵.)
아르세오 박사: 허가합니다.
D-11424: 좋았으, 간다…
(D-11424가 부근을 몇 번 둘러보더니, 입에 물고기 여럿을 물고 있는 뱀 모양 생물체를 힐끗 바라본다. 그 뒤 바위에서 멀어지면서 자연 암벽 쪽으로 접근한다. D-11424가 분투하는 소리를 이따금 내면서 하류로 떠내려가고, 수면으로 올라가 암벽에 튀어나온 바위 덩어리를 붙잡는다.)
D-11424: 이야! 방금 봤어? 방금 봤냐구?
(D-11424가 폭이 넓은 강을 내다본다. 강 옆으로 한쪽에는 커다란 돌 절벽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빽빽한 삼림이 우거져 있다.)
아르세오 박사: (낄낄댄다.) 그래요, 봤습니다. 자, 주변에 뭐가 있는지—
D-11424: 오우 오우 오우!
(바다코끼리를 닮은 생물 여러 마리가 강기슭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꽁지머리를 한 금발을 가졌으며, 각종 장식이 달린 검은 가죽 재킷을 입었다. 큰 그물이 갈고리로 벨트와 연결된 채 이들의 뒤로 질질 끌려가고 있다.)
D-11424: 그리고 포탈도 보인다!
(바다코끼리들의 뒤로 또 다른 포탈이 보인다. 포탈은 강기슭에서 쭉 이어진다.)
아르세오 박사: 현황 보고 바랍니다.
D-11424: 바다코끼리들에, 강기슭, 포탈까지. 저기까지만 넘어가면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면, 물 속에 포탈이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겠지. 어떡할까?
아르세오 박사: 바다코끼리를 계속 관찰하죠.
D-11424: 정말로? 그냥 헤어스타일 다듬은 바다코끼리일 뿐이잖아. 아무 짓도 안 하고 있다고.
(바다코끼리들이 물 속으로 그물을 던진다.)
D-11424: 그냥 낚시하는 거구만. 복귀해도 되나?
(아르세오 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연구팀과 협의하여 그녀가 어떤 명령을 내릴지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D-11424: 에이 좆까라, 나 간다.
아르세오 박사: 명령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D-11424: 나는 자유로운 차원간 여행자다, 그냥 간다!
(D-11424가 암벽을 등반하기 시작하고, 5m쯤 오르다가 잠시 멈춘다.)
D-11424: 휘유.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어쩌면 내가— 씨발 !
(D-11424가 암벽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치면서 강으로 추락한다.)
아르세오 박사: 11424!
(D-11424가 더욱 멀리 하류 쪽으로 쓸려간다.)
D-11424: 나 괜찮아, 괜찮아! 그냥 미끄러진 거야! 다른 돌을 찾아야겠— 으악.
아르세오 박사: 뭐였죠?
(메기를 닮은 수많은 무지갯빛의 녹색 물고기가 카메라를 가린다.)
D-11424: 이 물고기들이랑 같이 뭔가에 걸렸어.
아르세오 박사: 혹시 탈출하실 수—
D-11424: 그물이구만!
아르세오 박사: 좋아요. 칼 가지고 잘라 보세요.
D-11424: 이미 하고 있거든? 그리고 우리 모두 지금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어.
(D-11424와 물고기를 담은 그물이 수면 위로 올라간다.)
아르세오 박사: 뭔가 보이시나요? 물고기들이 카메라를 막고 있어요.
D-11424: 그 바다코끼리들이다. 그물을 감아 올리고 있어. 그리고 음, 가까이서 보니 덩치가 좀 더 커 보이네.
아르세오 박사: 얼마나 크죠?
D-11424: 몰라. 대충 15피트쯤? 미터법 기준으로는 "좆까"라고도 하지.
아르세오 박사: 아직 당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나요?
D-11424: 다행히 모르는 것 같네.
아르세오 박사: 좋아요.
D-11424: 저 가죽은 분명 엄청 큰 소들을 잡아서 만들었겠지?
(그물이 정지한다.)
D-11424: 어라.
아르세오 박사: 뭐죠?
(바다코끼리 형태 독립체 넷이 화면에 포착된다. 이들 모두 D-11424를 쳐다보고 있다.)
D-11424: 어, 날 본 것 같은데.
아르세오 박사: 적대적입니까?
D-11424: 일단 지금은 아닌데.
(이때 독립체 중 둘이 서로 대화하면서 D-11424를 향해 손짓한다.)
D-11424: 아마 내 처우를 고심하고 있는 모양인데.
아르세오 박사: 글쎄요—
(독립체 하나가 그물을 펼치고, 다리로 보이는 신체 부위를 이용해 D-11424를 끌어 올린다.)
D-11424: 놔, 이 더러운 짐승 놈들아!
(아까와 동일한 두 독립체가 다시금 서로 대화를 나눈다.)
D-11424: 음, 아직 날 안 죽였는데.
(세 번째 독립체가 D-11424를 조사하더니, 들뜬 소리를 내면서 다른 독립체들에게 몸짓을 건넨다.)
D-11424: 슬슬 칼 휘둘러야 되려나?
아르세오 박사: 별로 좋은 생각 같진 않은데요.
D-11424: 나 여기 있느라 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아.
(독립체들이 D-11424를 그물에 돌려놓은 채, 그물을 도로 묶고서 커다란 화물차에 싣는다.)
D-11424: 좀 낫네.
아르세오 박사: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요?
D-11424: 아마도 강둑을 따라 포탈로 가려는 듯한데. (D-11424가 한숨을 내쉰다.) 이제 '네 말이 맞았네'라고 해야 될 타이밍인가, 으응?
아르세오 박사: 안 그러셔도 돼요.
D-11424: 오냐, 저세상에서 보자. 어디다가 제물로 바쳐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D-11424가 통로로 들려 나가자 사막 환경이 펼쳐진다. 정체불명의 새 여러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카메라 화면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D-11424는 계속 운반되고 있는 듯하다.)
D-11424: 사실대로 말해. 여기서 살아나갈 확률이 있을까?
아르세오 박사: (아르세오 박사가 연구팀과 의논하며 D-11424의 사기가 떨어질지 가늠하느라,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희박합니다.
D-11424: 저것들 생긴 게 나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양아치 같이 생겼어. (침묵) 냄새까지 비슷해. 그거야 물고기 냄새일 수도 있지만서도. 솔직히 지금 내 칼이 완전 놀고 있거든. 밧줄이 진짜 너무 두껍네. 뭔가 아이디어 없어?
아르세오 박사: 지금으로선 딱히 없네요.
D-11424: 어디로 태워다 주는 것 같네. 아, 저기! 훨씬 더 괜찮게 생긴 포탈이 있는데!
(D-11424가 카메라를 돌려 사막에 난 출구 쪽을 촬영하게끔 한다. 바다코끼리 일당은 그쪽으로 향한다. 포탈의 경계는 광이 나는 붉은색 돌 재질이며 화려하게 장식된 형상 여럿이 눈에 띈다. 내부는 바다코끼리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D-11424: 아 그래, 그래. 이번 제물은 나라 이거지. 확실해졌네.
(바다코끼리 일당이 출구로 접근하자 수많은 군중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D-11424: 우왓, 이게 무슨 구린내냐?
(바다코끼리들이 포탈을 건넌다. 하늘은 칙칙한 흰색이며 뚜렷이 경계가 지어져 있다. 태양이나 별은 관측되지 않는다. 광원이 무엇인지는 불명이다.)
D-11424: 와우, 물고기 뱃속에라도 들어온 기분인걸. 잠시만, 내 스쿠버 장비 언제 없어졌대?
아르세오 박사: 주변 상황 보고 바랍니다.
D-11424: 아참. 아직 움직이는 중. 괴이한 가짜 하늘과 역겨운 냄새만 빼면 아무것도 안 보여. 대신에 다른, 음, 진짜 사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이 주변 오만 데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것들이 있네. 어, 방금 말은 취소. 지금 막 엘비스 프레슬리 머리스타일을 한 떼거지를 지나쳤어.
아르세오 박사: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말씀해 주시겠나요?
D-11424: 제대로 들었어. 엘비스 떼라고. 커다란 수레를 잡아당기고 있는데, 수레 위에는 잘게 썰린, 그러니까, 기관차 조각들이 실려 있어. 그리고… 우리 이제 멈췄어.
아르세오 박사: 알겠어요. 카메라가 아직 물고기 때문에 가려져 있으니 뭔가 목격하는 즉시 보고 바랍니다.
D-11424: 확인. 화려하게 생긴 문들이 꽤 많이 있어. 여기 오려고 통과했던 포탈과 비슷하게 생겼네. 모양이랑 크기는 제각각이야. 대충 아파트 크기쯤 되고 온통 금으로 둘러싸인 문을 방금 막 통과했다. 문에서 다리 여섯 개 거인들 몇몇이 걸어 나왔어.
아르세오 박사: 전경을 묘사해 주세요. 아까 하늘 얘길 했는데, 수평선은 보이나요?
D-11424: 확실치 않아. 이전처럼 문들이 늘어선 벽이 있는데, 아마 모두가 여기를 통해 들어오는 모양이야. 벽이 조금 곡선 형태인 것 같긴 한데 어디서 끝나는지는 보이지가 않아. 벽에서 멀리 움직이니까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 그저 끝이 없어 보여.
아르세오 박사: 어느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죠?
D-11424: 벽에서 똑바로 멀어지다가 오른쪽으로 틀었어. 주변이 온통 기둥이랑 캐노피 투성이고 수평선은 안 보여.
(화물차가 정차한다.)
D-11424: 좋았으, 드디어 멈췄구만. 내장 다 끄집어 내질 시간이다.
(나무 선반 위로 그물의 내용물들이 꺼내어지고, D-11424는 바다코끼리 무리에게 둘러싸여 얇은 천으로 덮인 듯 보인다.)
D-11424: 나 이런 취향은 없는데.
(발소리 여러 개와 삐걱거리는 바퀴들 소리가 다가오자, 바다코끼리 하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신원 불명: 살퀴퍼! 이봐! 언제나 들고 오던 거 갖고 왔나?1
신원 불명: 오우, 당연하지. 머그스필! 돈이랑 건져 올린 것들 가지고 와.
머그스필 (추정): 그래, 에릭슨.
(다른 바다코끼리가 무언가를 말한다.)
에릭슨: 무얼 가져왔다는 건데? 네가 뭘 가져왔는지를 알아야 거래해줄지 말지 정하지 않겠어? 그럼그럼.
(D-11424를 덮고 있던 천이 휙 걷힌다. 바다코끼리에게 말을 건넨 독립체들은 인간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통 바이킹 복식을 차려 입었으며 벨트, 헬멧, 수염에 반짝이는 작은 장식물들을 달고 있다.)
에릭슨: 우왁! 살퀴퍼, 저건 물고기가 아니잖아. 너 저 녀석이 우리랑 닮았다는 생각 진짜 안 해 봤어?
(살퀴퍼가 부드럽게 목소리를 낸다.)
에릭슨: 아니 그, 쟤는 턱수염이 없긴 한데, 그치만 — 됐다. 어이 거기 너! 내 말 이해되나?
D-11424: 나 말인가?
에릭슨: (킥킥거린다.) 그럼 너지 또 누가 있냐?
D-11424: 영어를 쓰나?
에릭슨: 영어? (바다코끼리에게:) 이 녀석 가져가는 대금으로, 음, 플러그피쉬 여섯 마리 더 얹어줄게.
(살퀴퍼가 엄니를 드러내며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
에릭슨: 제정신이 아니구만. 그럼 열두 마리!
(살퀴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느러미발로 바이킹의 손을 잡고 흔든다. 머그스필로 추정되는 두 번째 바이킹이 납작한 보라색 생선이 담긴 거대한 상자를 들어서, 녹색 생선이 담긴 살퀴퍼의 상자와 맞바꾼다.)
에릭슨: 그짝하고 거래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D-11424 쪽으로 돌아선 뒤 그를 풀어준다.) 그래서, 우리 친구, 어쩌다 이런 곤경에 빠지셨을까?
D-11424: 나는 그, 탐험을 하다가 길을 잃었지.
에릭슨: 헤. 집에서 멀리도 왔구만? 우리랑 같이 너도 루그왈디아로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나 거기서 쫓겨나서 말이지, 응응.
D-11424: 쫓겨났다니, 너—?
에릭슨: 네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기만 하면, 우리가 돌아가기 전에 가이드 노릇은 해줄 수 있어.
D-11424: 글쎄, 그 바다코끼리들이 들어왔던 포탈 좀 알려줄 수 있을까? 오던 도중에 방향이 좀 바뀌긴 했는데, 그쪽 세상으로 일단 돌아가기만 하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에릭슨: 알려주고 말고. 핀더럼프, 가서… 우크타니하고 거래할 스태그피쉬 좀 가져와. 이 친구 문까지 배웅해 주게. (수염에 달린 장식물 여럿이 잠시간 희미하게 빛난다.)
D-11424: 정말 고맙구만.
에릭슨: 그래, 그래. 그럼 이제 일 좀 하자. 이 가방들 좀 들고 가줘.
D-11424: 오케이.
(에릭슨과 D-11424가 약 10분간 걸어간다.)
D-11424: 이런 길로 온 기억은 없는데.
에릭슨: 친구, 여기가 지름길이야. 날 믿어봐.
D-11424: 그러도록 하지.
(에릭슨이 거대한 좌판 앞에서 멈춰 선다. 좌판은 화려한 붉은색 덮개로 싸여 있다.)
에릭슨: 잠깐 쉬어가야겠는데. 줄 게 있어서 말이야. 이른바 여행길에 필요한 무언가지.
D-11424: 멋진데.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니까 —
에릭슨: 내가 주고 싶은걸! 이 나의 명예를 걸고 말이야! 저, 거기 똑바로 서 있어봐. 깜짝 선물이니까.
D-11424: 좋지! (D-11424가 주변을 둘러본다.)
(에릭슨과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지른 고함에 뒤이어 굉음이 울려 퍼진다. 덮개가 무너진다.)
D-11424: 잠깐, 뭣 —
(촉수 여럿이 무너진 덮개 잔해 아래에서 뻗어 나오면서 거칠게 꿈틀거린다. 촉수에는 빨판 대신 손가락이 네 개인 손이 달려 있다. 이 촉수들 중 두 개가 D-11424와 에릭슨을 붙잡으려 시도하고, 에릭슨은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D-11424: 으악, 잠깐!
정체불명의 목소리: (이해 불가.) 도둑 놈들! (이해 불가.)
D-11424: 에릭슨! 야 이 개새끼야!
(에릭슨이 휘파람을 불자 수염의 장식물 여럿이 빛나기 시작한다. 악보를 닮은 빛나는 푸른색의 장벽이 그와 촉수 뭉치 사이에 펼쳐진다. 에릭슨의 동료들이 탄 차량이 되돌아오고, 훔친 물건들을 챙긴 에릭슨이 도약하여 차에 올라탄다.)
D-11424: 좆이나 까잡숴라! (D-11424가 촉수에 난 여러 손가락을 깨물어서 촉수로부터 풀려난다.)
정체불명의 목소리: 규칙!
D-11424: 나 여기 빠져나왔어! 아르세오 박사, 어디로 가야 돼?
아르세오 박사: (잡음) 확실치는 않습니다. 우선 거기서 나오면 어떻게든 우리가 해결 가능할 거예요.
(D-11424가 달리기 시작한다.)
D-11424: 이야, 잡음. 언제나 좋은 징조지. 이 말이 들릴진 모르겠지만 물가는 이제 괜찮은 것 같아. 촉수 같은 놈은 지금 바이킹들을 쫓고 있어. 자, 이제 여기서 탈출할 길을 찾아볼까.
(D-11424가 수 분간 배회하다가, 아직 박동하는 심장 더미로 만들어진 투박한 피라미드 앞에 정지한다. 심장 소리가 조화롭게 연주되고 있다.)
D-11424: 좋아 그래, 아까 끌려올 때 이 소리 분명 들었었어. 잘 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한바탕 소란이 들려온다. D-11424가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다.)
D-11424: 그래 어쩌면 아직 숲을 못 빠져나온 걸지도 모르겠어. 내가 지금 어디 — 아윽!
(전신이 심장 근육으로 된 독립체 하나가 D-11424에게 접근한다. 개체는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박동하며, 머리 꼭대기에 튀어나온 관으로 공기를 내보내서 "발성"한다.)
D-11424: 어어, 나는 신경쓰지 마라! 신경쓰지 말라고! 나 간다! 정말 재미없는 시간이었고, 난 —
(D-11424는 주변에 작은 울타리가 둘러쳐진 구덩이에 다다른다. 빛나면서도 축축한 보랏빛 그늘 여럿이 벼랑 너머에서 짤막하게 관찰된다. D-11424가 욕지기를 낸다.)
D-11424: 아, 저기, 아르세오, 좋은 소식이다.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았어.
(D-11424가 모퉁이를 돌자 거대한 개의 머리가 부패한 광경이 펼쳐진다. 머리 안에는 커다란 주머니칼 몇몇이 움직이고 있다. 이 대형 주머니칼은 발리송으로 된 말단부 여섯 개와 각기 다른 종류의 여러 칼날로 구성된 날개를 가졌다. 이 칼처럼 생긴 생물은 모두, 자그마한 분홍색 고기 조각들이 든 걸쭉한 흰색 웅덩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웅덩이 뒤에는 책상이 있으며, 또 책상 뒤에는 인간처럼 생긴 개가 일어선 채로 칼들과 대화 중인 것으로 보인다.)
D-11424: 그래. 좋아.
(D-11424가 나선형 계단통을 내려간다. 그 끝에는 큼지막한 붉은색 공개홀이 있다. 홀 안은 시끌벅적하며 무수히 많은 독립체가 존재한다.)
D-11424: 아르세오, 내가 이렇게 인정하는 일이 많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여긴 절대 내가 들어왔던 곳이 아니야.
아르세오 박사: (잡음.)
D-11424: 으음. 잘 말해줬어. 나 길 잃었네.
아르세오 박사: (잡음.)
(D-11424가 콘크리트로 된 거대한 광장에 도달한다. 인간처럼 보이는 시신이 잇달아 거대한 낚싯바늘에 꿰어 매달려 있다. 바닥에 남은 색 바랜 페인트 윤곽선은 비행기 모양을 하고 있다.)
D-11424: 오 세상에- (헛구역질) 아니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D-11424가 입을 닦고 반대 방향으로 뜀박질한다.)
D-11424: 기가 막히는구만. 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영어를 말할 수 있는 듯싶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보기에 나는… 어…
(입이 없고 창백하며, 다리 대신 바퀴 비슷한 부속지가 달린 인간형 독립체 다수가 계단으로 접근하며 D-11424를 노려보고 있다.)
D-11424: 뭣? 뭐야, 이거 뭐 매드 맥스야? 혹시 나 좀 웃기게 보이나?
(독립체들이 D-11424를 포위한다.)
D-11424: 왜냐하면 니들 존나 웃기게 생겼거든. 나도 좀 웃기게 보여야 공평하지 않겠어?
(독립체 중 하나가 D-11424 위쪽을 가리킨다.)
D-11424: 으음?
(D-11424가 올려다 본 곳에는 커다란 관이 있다. 관의 옆면에는 삼각형 도안이 여럿 그려져 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D-11424 발밑에는 커다란 노란색 X자 표시가 있다.)
D-11424: 도형?
(D-11424가 모종의 수단으로 위로 급속히 끌어당겨져 관 안으로 들어가고, 연속되는 여러 관을 따라 수송된다. 각종 부상을 입은 D-11424는 무언가 부드러운 물체 쪽으로 방출된다. 이 시점에서는 잡음이 너무 심하며 공간 안이 지나치게 어두워 명료한 화상을 전혀 얻을 수 없었다. 온갖 새의 지저귀는 소리와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D-11424: 허이고매 미쳐. 발목만 완전 아작난 게 아니고, 아마 갈비뼈도 나간 것 같은데. 이건 분명 무더기로 쌓인 새들 같고. (침묵) 새로 들어온 소식 하나. 손으로 좀 헤집어 보니 이거 완벽하게 융합된 새들이다. 개쩌는데. 그래도 덕분에 땅에 사뿐하게 떨어졌네. 그건 좋구만.
(침묵.)
D-11424: 오우 대박, 아무 일도 없이 1분이 지나갔잖아. 아주 새로워. 심지어 막 진정되고 편안함까지 느껴질 정도야.
(침묵.)
D-11424: 그래 뭐, 어쨌든,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찾아냈네. 내 묏자리. 이것도 충분히 제물이 된 느낌인데. 새의 신이든 뭐든 암튼 누구한테 바치는 제물. 저것들 엄청 시끄럽네. 아윽! 저 좆같은 새끼가 날 쪼아!
(D-11424는 6분간 말하지 않으며, 간간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갑자기 모든 새가 일제히 소리를 멈춘다.)
D-11424: 이거 절대 좋은 징조는 아닐 텐데.
(공간이 밝아진다. D-11424가 위를 보니 커다란 문이 열리고 있다. 무정형의 거대한 덩어리가 열린 문을 지나 아래로 당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붉은 얼룩이 묻은 흰색 옷을 닮았다.)
D-11424: (한숨.) 와 보시든가.
(덩어리가 D-11424를 집어삼킨다. 영상은 약 1분 동안 완전히 두절된다.)
D-11424: —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걸 보거나 듣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어두운… 무언가가 있을 뿐.
(고동색 형체가 나타난다. 불규칙하게 그 형태가 변화한다.)
D-11424: 오 그래. 중개업자는 건너뛰고 우리 사이비 신님께 직접 피를 바치도록 하지. 대체 너는 뭐하는 놈인데?
(형체가 뻗어 나오며, 더욱더 옷을 닮은 부속지 다수로 D-11424를 둘러싼다. 그중 하나는 말단부에 손이 달렸으며 칼을 쥐었다.)
D-11424: 망할, 살려줘!
(부속지가 D-11424를 완전히 삼킨다. 독립체는 커다랗고 음높이가 낮은 우르릉 하는 소리를 뿜어낸다. D-11424는 약 4분간 간헐적으로 비명을 내지른다.)
D-11424: 이놈이 사람을 칼로 자르네!
(48초간 잡음.)
D-11424: 저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그러니까,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내가 가진 것 중에 그쪽이 원하는 게 무언지는 모르겠는데 —
(23초간 잡음.)
D-11424: — 허어.
(영상이 도로 온전히 돌아온다. 옷 같이 생긴 독립체가 축 늘어진 D-11424를 쓰레기 활송 장치로 보이는 곳으로 아무렇게나 내팽개친다. D-11424가 내려가면서 철커덕 하는 소리 여럿이 들려온다. D-11424는 자연광이 비치는 사각형의 수직 갱도로 밀려난다. 갱도는 길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뻗어 있다. 일전에 보았던 콘크리트 포탈이 갱도의 벽 네 곳에 모두 늘어서 있다. 갱도 바깥으로는 각양각색의 고기 더미가 추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D-11424: 여기 어디…
(D-11424가 넓은 수역으로 떨어진다. 제자리에 1분 정도 떠올라 있던 D-11424가 강제로 원래 SCP-3379 포탈로 끌어당겨진다. 반쯤 갔을 때 D-11424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여 당기는 힘에 저항한다. 그 움직임 덕에, 수많은 덩굴 모양의 촉수가 D-11424를 당기고 있는 광경이 드러난다. 촉수는 이전에 조우했던 것과 유사하게 흡반 자리에 손이 달렸다. SCP-3379 바깥으로 방출된 D-11424는 헤엄을 쳐 수면까지 상승한다.)
D-11424: 나… 나 살았네. 와 시벌.
[기록 종료]
D-11424는 승선 중이던 SCP-3379 연구팀이 회수하여 선박 내 의무실로 후송했다. D-11424는 콩팥 하나, 손가락 둘, 스쿠버 장비를 상실한 상태였으며 자신의 6번째 생일부터 8번째 생일까지 모든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D-11424는 이 탐사에 관해 "트라우마가 될 정도였지만 대체로 재밌었다"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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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3379" by DarkStuff and Weryllium, from the SCP Wiki. Source: https://scpwiki.com/scp-3379. Licensed under CC-B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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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Office of NOAA Corps Op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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