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자: 삼사라 요원
피면담자: 그레텔 신 연구원
서론: 해당 면담은 그레고리 요원의 양다리가 완전히 갑충화되어 SCP-309-KO의 변칙성이 명확히 확인된 이후에 진행되었다.
삼사라 요원: 우선 면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감이라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레텔 신 연구원: 어떤 면에서요? 아직도 오빠가 안 깨어난 것? 아니면 오빠가 벌레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
삼사라 요원: 어느 쪽이든지요. 이제 변칙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했으니까, 원인 규명부터 해결법까지 근시일 내에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레텔 신 연구원: 그러겠지요. 지금 이게 그 첫 발자국일 거고요.
삼사라 요원: 바로 그겁니다. 혹시 뭐 짚이시는 것 있나요?
그레텔 신 연구원: 음… 글쎄요. 그렇게 막연하게 물어보시니 모르겠네요.
삼사라 요원: 지금으로서는 SCP-████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알려진 변칙성 중에선 한 인간의 형태를 변화시킬 정도의 변칙성은 없었어요. 기타 비슷한 실험들도 진행해 봤으니까 거의 확실합니다.
그레텔 신 연구원: 그래서 대신 오빠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 건가요?
삼사라 요원: 맞아요. 신체적인 부분에선 혈액검사부터 조직검사까지 다 해봤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어요. 물리적인 변화가 있지만 그게 물리적인 요인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빠의 심리가 불안정한 낌새가 보였다던가, 그런 거 없으신가요?
그레텔 신 연구원: 오빠가요? 불안해요? 아니, 다른 동료들에게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삼사라 요원: 같이 심문해서 대조할 예정입니다. 우선 질문에 답해주시죠.
그레텔 신 연구원: 오빠는 항상 불안정했어요. 아버지가 살아계신 한.
삼사라 요원: 아버지요?
그레텔 신 연구원: 저희 쌍둥이에게 아버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거든요.
삼사라 요원: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레텔 신 연구원: 저희 아버지가 누군지는 아시죠?
삼사라 요원: 잠시만요, 자료 좀 보고요. (종이 넘기는 소리) 허먼 신, 전 재단 직원이셨고, 지금은 은퇴하시고 기억소거 받은 뒤에 재단 산하 양로원에 계시네요.
그레텔 신 연구원: 그리고 저희 어머니는요?
삼사라 요원: 율리에 신, 특이사항으로… 쌍둥이를 출산하던 도중 사망…
그레텔 신 연구원: 아버지에게 저희란 그런 존재였죠.
삼사라 요원: 아내를 사랑했지만 자식은 사랑하지 않은 그런 아버지였을까요?
그레텔 신 연구원: 거기에 재단 부모 특유의 강박감도 작용했겠죠. "자신의 자식은 무조건 자신과 같은 재단 직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삼사라 요원: 최근 재단에 세대교체가 심심찮게 일어나면서 이런 사례가 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쪽도 비슷한 사례였군요.
그레텔 신 연구원: 더 심했어요. 평범한 요원이던 아버지는 연구원이나 박사 같은 재단의 높은 신분에 자격지심까지 느꼈거든요. 학교 성적이 나올 때마다 쳐다보던 아버지의 눈빛과 그 압박감을 생각하면… (몸을 부르르 떤다.) 연구원이 된 지금도 소름이 끼치죠.
삼사라 요원: 잠깐만요, 그레고리 씨는 요원이잖아요? 연구원이 아니라.
그레텔 신 연구원: 맞아요. 그래서 다 크고 나서도 아버지의 압박감이 심했던 거죠. 아버지를 닮아서 요원에 들어오긴 했지만, 아버지가 원했던 건 그게 아니었으니 계속 의기소침했죠. 아버지는 항상 저희를 경쟁시켜가지고 솔직히 오빠와 사이가 좋다고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오빠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면 측은지심이 들기는 했죠.
삼사라 요원: 그럼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에 따른 자존감 부족이 SCP-309-KO의 원인이 되는 걸까요?
그레텔 신 연구원: 그렇게 예상해 볼 순 있겠죠. 결국 오빠가 일어나서 얘기를 들어봐야겠지만요.
삼사라 요원: 하지만 일어나는 건 기적에 가깝긴 하죠. 그래서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그레텔 신 연구원: 뭔가요?
삼사라 요원: 그레고리 요원을 주기적으로 찾아가셔서 상태를 봐주시고 곁에서 격려해 주세요. 언젠가 그레고리 요원이 깨어날 수 있게요.
그레텔 신 연구원: 그건 꼭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나요?
삼사라 요원: 그렇긴 하죠. 다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겁니다. 혼수 상태에 빠진 사람의 곁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옆에서 많이 상호작용을 시도할수록, 혼수 상태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레텔 신 연구원: SCP적인 효과나 뭐 그런 거인가요?
삼사라 요원: 아닙니다. 아직까진 플라시보에 가까운 방식이에요. 그래도 명확한 선례가 존재하고, 시도해 봐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요.
그레텔 신 연구원: 흠…
삼사라 요원: 곤란하시다면 아버지도 계시긴 할 겁니다. 아무리 기억소거를 받았어도 자식을—
그레텔 신 연구원: 잊으셨어요. 제가 연락해 봤습니다.
삼사라 요원: 허.
그레텔 신 연구원: 정확한 반응이에요. 좋아요. 이 기회에 서먹한 가족 사이, 가까워져 보는 걸로 하죠.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어떻게든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