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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SCP-3000: 아난타세샤
저자: A Random Day & Joreth & djkaktus
원작: http://www.scp-wiki.net/scp-3000
역자: Cubic72
등급 5/3000 기밀에 해당합니다
비인가 접근은 금지합니다.
특수 격리 절차: 현재 SCP-3000이 격리되어있는 지름 약 300km의 벵골 만의 한 지역을 재단 군함이 정기적으로 순찰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이 격리 지역에서 심해 탐험이나 잠수를 해서는 안 된다. SCP-3000과 접촉했다고 판단된 이들은 제151기지에 격리, 구류, 처리한다. SCP-3000의 변칙 효과에 영향받은 이들은 무기한 격리한다.
재단 잠수정 SCPF 에레미타Eremita가 만에서 약 0.7km 지하에 있는 겐지스 해저선상지(Ganges Fan)에 있는 SCP-3000의 가장 앞부분의 위치를 감시한다. 에레미타호는 애트잭 규약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잠수정에 탄 직원 통제는 해당 규약의 지침을 따른다. 애트잭 규약 전문은 부록 3000.2를 참조하라.
현재 SCP-3000 노출의 치료법은 없으며, 그렇기에 영향받은 이들은 격리하고 구류하여 추후 평가한다. SCPF 에레미타에 탑승한 이들은 애트잭 규약에 필요한 절차를 수행할 때 이외에는 잠수정에서 내릴 수 없다. 적절한 허가 없이 잠수정에서 내리는 이들은 실종 처리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허가 없이 SCP-3000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설명: SCP-3000은 거대한 바다뱀 같은 개체로, 커다란 곰치(Gymnothorax javanicus)를 닮았다. SCP-3000의 전체 길이는 측정할 수 없으나, 600에서 900 킬로미터 사이인 것으로 추정한다. SCP-3000의 머리는 지름 약 2.5m로 측정하며, 엄밀한 의미의 몸통 부위는 적어도 지름 10m는 된다.
SCP-3000은 전형적인 정주성 생물이며,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나 식사 중일 경우에 머리를 움직인다. 몸체 대부분은 갠지스 해저선상지 주변에 있으며1,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SCP-3000은 육식성이며, 정주성일지라도 빠르게 움직여 먹이를 잡을 수 있다. 그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SCP-3000은 생물학적 기능을 유지할 자양분이 필요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2. SCP-3000이 먹이를 먹을 때 피부로 Y-909라고 이름 붙여진 점성이 있는 짙은 회색 물질의 얇은 층을 배설하나(아래의 부록 3000.2 참조), 소화 과정의 최종 결과물은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SCP-3000은 VIII급 인식재해 개체이며, SCP-3000을 직접 관찰하면 극심한 정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SCP-3000을 직접 관찰하거나 SCP-3000으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 있다면 불가해한 두통, 편집증, 일반적 두려움 및 공황, 기억 손실 및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다음은 제151기지가 처음 SCP-3000을 발견했을 때와 당시에 느낀 영향에 대한 기록으로, 유진 게츠 박사Dr. Eugene Getts가 기록하였다.
…첫날 밤에 내려가면서 승무원 전원이 불안감을 느꼈다. 우리가 무엇을 발견할지 몰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뭔가 더 불길한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레짐작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더 내려갈 때, 윌리엄즈Williams가 엄청나게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에 관해 묻자, 그는 땀 흘리는 이유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였으며 자신이 추론할 수 없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계속해서 내려가자 그는 더욱더 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으며,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나를 "달린Darlene"이라 부르며 자신에게 배정된 임무에 대한 불안감을 표했다.
다른 승무원들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나타냈지만, 윌리엄즈는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그의 밈적 저항성은 승무원 중에 가장 낮았으나, 그는 생물학자지 밈학자가 아니었다. 마침내 개체와 접촉했을 때 윌리엄즈는 훌쩍이기 시작했고 우린 그에게 진정제를 주어야 했다. 꼭 불신에 빠진 듯, 계속해서 "아냐"라는 단어를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리는 모습을 기억한다. 우리가 개체의 머리에 도달했을 때 윌리엄즈는 잠시 조용해졌다가, 내가 다시 그를 보자 그의 눈에서 뭔가가 사라진 상태였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려갈 때 윌리엄즈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0940 즈음에 우린 처음으로 개체의 머리를 관측하였다. 그때가 되자 불안감이 뚜렷했다. 여러 승무원이 "혼란"스럽다고,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에 반신반의하며 불평했다. 남자다운 남자인 리터 선장Captain Ritter은 이를 질소 중독이라 말하며 계속 개체에게 접근하도록 강요했다.
오십 미터 안으로 다가갔을 때, 개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지금까지도 놈이 어둠 속에 몸을 말고 있는 걸 보며, 윌리엄즈가 잠수정 뒤편에서 미친개처럼 짖는 걸 듣고 있던 걸 떠올릴 수 있다. 그는 비명 지르고 몸을 마구 흔들며, 놈을 머릿속에서 볼 수 있다며 소리치고 있었다. 퍼킨스Perkins와 해리슨Harrison은 윌리엄즈를 구속하려 했지만, 그는 구속을 풀고는 창문 하나에 제 얼굴을 찧었다. 아주 세게 찧어 유리의 안쪽 층에 금이 갈 정도였다. 손상이 너무 심각했기에 우린 수면으로 올라가야 했다.
우린 윌리엄즈를 치료하려 했으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유리에 부딪혀 얼굴이 묵사발이 났으며, 외상이 있음에도 누운 채로 죽어가며 잠시 말을 했다. 아무도 그가 한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당시 그럴 생각을 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난 그런대로 그의 말을 기억한다. 그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아무것도"라 말했다. 몇 시간 뒤 수면에 도달했을 때, 윌리엄즈는 죽었다. 당시 난 그가 한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깊은 심해로 들어가 미쳐버린 남자의 헛소리로 치부했다.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생물의 눈을 볼 수 있다. 저 어둠 속에서 어딨는지 모를 빛이 비치는 채로 걸려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때 물속에서 보낸 밤에, 그 끔찍한 것이 기어 나온 공허에 윌리엄즈가 압도당했을 때, 그가 느꼈을 기나긴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발견: SCP-3000은 1971년에, 방글라데시 어선 두 척과 어부 15명이 인도 해안 근처에서 표류하다가 실종된 직후 발견되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당시 최근에 수립된 상태였으며 파키스탄으로부터 큰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었기에, 이 사건은 대외 침략을 우려한 매체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지역 연안 파견 부대는 실종된 배를 찾지 못했고, 언론의 광분에 더 크게 불을 지폈다.
캘커타(현재 콜카타)에 있던 재단 연구원들은 이 실종 사건과 2년 전에 있었던 다른 사건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였다. 마리오트-파쉴러 계측기를 사용해 철저히 수색하여 두 어선의 위치를 발견하였고, 벵골 만 아래 깊숙이 존재하는, 이전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미확인 개체 또한 발견하였다. 추가 조사에서 재단 잠수부들이 SCP-3000의 존재를 밝혀내었다.
지역은 빠르게 확보되었고, 현 격리 절차가 1972년 4월에 발효되었다. 애트잭 규약은 1998년 10월에 적용되었다.
부록 3000.1: 최초 접촉 탐험 기록
주석: 아래의 음성 기록 필사본은 SCP-3000과 심해 잠수로 처음 접촉했을 때의 것이다. 지금까지 SCP-3000로부터 300m 이내까지 간 재단 잠수부는 없다. 생물체를 측정하고, 머리 부위에서 떠다니는 게 관찰된 걸쭉한 회색 액체의 원천을 알아내는 것이 잠수부들의 임무였다.
잠수팀은 기동특무부대 오리온-9 “물총새Kingfishers” 부대원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기동특무부대 O-9 알파가 이끌었다. 재단 잠수정 SCPF 스트라빈스키의 에어록을 통해 잠수하였다. 모든 잠수부는 고압 여압복과 정면을 비추는 전조등을 착용하였다. 또한 기동특무부대 O-9 알파에겐 줄이 연결되어, “T”자 모양을 만들며 브라보와 폭스트롯까지 함께 연결했다.
[기록 시작]
알파: 좋다 지휘실. 에어록에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지휘실: 확인됨. 이제 음향 확인을 해달라.
알파: 오리온-9 알파, 체크.
브라보: 오리온-9 브라보, 체크.
지휘실: 알겠다, 제군들. 지금 이 생물의 머리로부터 500m 위치에 있는 상태다. 누구 한 명 떨어지면 안 되니까 줄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라.
브라보: 지금 여기 시계는 어떤가, 지휘실?
지휘실: 대기.
지휘실: 삼 미터 정도다.
폭스트롯: 그러니 빌어먹게 어둡지. 알겠다.
브라보: 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지?
지휘실: 이 생물체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힘들며, 여러 장소에 걸쳐서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여기 있는 몸체도 너무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다. 이 개체는 약 삼 주간 움직이지 않았다.
폭스트롯: 한 번도?
지휘실: 그렇다. 여기 조류에 따라서 약간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첫 잠수팀이 머리 움직임을 관측하지 않았다면 살아있는지 아닌지도 몰랐을 것이다.
폭스트롯: 거 참 위안되는구만.
알파: 좋다, 줄은 양호하다. 물을 채워라.
지휘실: 알겠다.
에어록에 물이 차오르며 물소리가 들린다. 몇 분간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얼마 후, 물소리가 멈춘다.
알파: 둘 다 괜찮아?
브라보: 괜찮아.
폭스트롯: 존나 춥네.
알파: 잘 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있지는 않을 거야. 전조등을 키도록, 제군들. 나가자고.
잠수팀 전원이 에어록에서 나간다. 뒤에서 에어록 문이 닫히면서 낮은 기계음이 난다. 작은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스트라빈스키가 후미 투광 조명등을 작동한다.
폭스트롯: 이봐 알파, 내가 어— 질문할 시기가 아닌 것 같지만, 전등 켜는 법을 잊어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알파: 네 전등은 켜져 있어, 폭스트롯.
폭스트롯: 그게— 뭐? (멈춤) 날 뭐라 부른 거야?
알파: 네 명칭 말이야, 멀레이니Mulhaney. 폭스트롯이라 했지.
브라보: 내가 폭스트롯이야, 대장.
알파: 잠만, 너네 뭔 소리 하는 거야?
폭스트롯: “명칭”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알파: 네 망할 호출 신호라고, 브라보. 도대체 무슨—
브라보: 브라보가 누구야?
알파: 나— 어, 썅, 잠깐만.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배리Barry3, 아직 거기 있나?
지휘실: 대기. (멈춤) 말하도록.
알파: 저기, 여기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누군지…명칭에 대해 우리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폭스트롯: 우리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브라보: 맙소사, 너네— 너네 느껴져? 두통이 엄청 심한데. 꼭 내 뇌에다가 뭔가 바늘을 찔러넣고 있는 것 같아. 마치…
지휘실: 잠수팀, 현재 해로운 인식 효과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앞으로 이동하라. 수신하면서 정보를 계속 줄 것이다.
알파: 알겠다. 지휘실, 현재 폭스트롯이…어…끔찍한 두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아두어라. 내 생각엔…우리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지휘실: 개체의 머리로부터 약 150m 지점에 있다, 알파. 곧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브라보: 지휘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린 어디에 있는 건가?
알파: 우린 어디에 있는 거지?
지휘실: 거의 다 가간다, 알파 - 잠수팀, 현재 레이더상에 개체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알파: 나— 배리, 지금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도대체 여기서 뭘 찾아야-
폭스트롯: 어둠…어둠뿐이다. 시리고 더러운 바람이 불며, 보이지 않는 끝으로 날 밀어내고-
알파: 닥쳐, 닥쳐, 닥쳐 - 지휘실, 브라보의 반응이 없다. 즉각 임무 중단을 요구한-
브라보: 잠깐만-
폭스트롯: —무의 가장자리에, 망각의 코앞에 있다. 내 머리…내 머릿속에는 병이 있고 난 그 병이 회복될 수 없는 부류의 것임을 안다. 내 너머에는 어둠뿐이고, 한 쌍의 검은 눈이-
알파: 뭐?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지휘실: 잠수팀, 당장 자네들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기에 충분한 이유를—
알파: 배리? 자넨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분명 장례식 때 흙을 퍼서—
브라보: 저기서 뭔가 들려, 알파. 네 빛, 당장 그 빌어먹을—
폭스트롯: —침묵, 오직 침묵만이, 내 의식은 풀려나가고 또 오직 또 오직 또 오직-
지휘실: 잠수팀, 뭔가 자네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반복한다. 뭔가 자네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귀환할 준비를-
알파: 아, 이게 뭐야. 안 보이잖아.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멀리-
브라보: 바로 저깄어! 바로 저기 있다고! 씨발! 너네 둘 뭐 하는 거야? 씨발!
폭스트롯: —그리고 오직 장어만이 남아있다.
통신이 20초 동안 침묵한다.
지휘실: 알파?
통신이 30초 동안 침묵한다.
지휘실: 알파? 브라보? 폭스트롯? 아무도 안 들리나?
브라보: (판독불가)
지휘실: 아, 다행이다 - 브라보, 목소리를 좀 크게 내달라. 잘 들리지—
브라보: 쉬이이이이이.
통신이 10초 동안 침묵한다.
지휘실: 뭔가 자네들과 우리 사이의 윈치를 얽어놓았다. 자네들을—
알파: 입을 열고 있어.
브라보: 너무 어두워. 여긴— 아-
폭스트롯: 내가 어디 있는 거지? 뭐가—
알파: 배리?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장례식 때-
브라보: 멀레이니…헤엄쳐, 도망가. 오직 어둠뿐이야. 헤엄—
폭스트롯: 오직-
스트라빈스키와 연결된 줄이 갑자기 팽팽해진다. O-9 폭스트롯의 통신이 끊긴다. 다른 두 통신을 통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휘실: 폭스트롯? 폭스트롯? 알파? 브라보? 내게 말하라. 침착하고. 무슨 일이 있었나?
브라보: 그를 먹었다. 씨발. 죽어버렸어. 한입에 삼켜버렸고, 그는— 젠장, 알파, 뭐 하고 있는 거야?
알파: 알파?
브라보: 망할 줄을 끊어 알파, 우리까지 딸려간다고!
알파: 누구?
브라보: 씨발!
알파: (침묵) 아—
전체 통신이 30초 동안 침묵한다. 스트라빈스키와 연결된 줄이 풀려나더니 사라진다.
지휘실: 알파, 브라보, 들리나?
통신이 5초 동안 침묵한다.
지휘실: 알파, 브라보, 들리나?
브라보: 여긴 브라보, 난…난 어둠 속에 떠 있다. 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형상을 볼 수 있지만, 무엇인지 알아보기는 힘들다. 난 내 줄을 끊었지만, 알파는— 그는 죽은 것 같다. 그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
지휘실: 알았다. 우리가 곧-
브라보: 잠깐만, 생각을 좀 해보고…인식이 이것 주변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 뇌가 생각을 형상할 수 없고, (잡음) 아파, 꼭 죽는 것 같아, 그리고—지휘실: 브라보, 개체를 보고 있는가?
브라보: 내 머릿속에 있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고. 게다가 뭔가…부식성이야. (멈춤) 눈에 보여. 바로 앞에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놈은…놈은 움직이고 있지 않아. 그냥 입을 연 채로 있어. 막 식사를 끝낸 것 같아. (멈춤) 액체가 머리 부근의 피부에서, 뒤쪽으로 한 1미터 정도에서 새어 나오고 있어. 그 물질을 보는 것만으로도 난…방이 핑 도는 느낌이야. 메스꺼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웃음) 마룻장 아래에서는 낙태가, 옆에는 또— 잠깐, 이게 아닌데. 내가 한 게 아니야. 누가 말한 거지?
브라보: 내…표본 채취를 좀 할 테니, 기다리도록.
지휘실: 브라보, 자네를 데리러 사람을 보낼 테니, 잠깐 기다려라.
브라보: 아, 아니. 그러지 마. 아냐…내가 느끼고 있는 느낌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아야 해. 아니면 네 안으로 들어갈 거야. 훈련을 받아도 들어갈지 모르지. 누가 알겠어. 이 밑에서는 꼭 세계의 끝에 있는 것 같아, 여러분. 심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뛰고 있어. 죽어가는 것 같아. 그냥— (멈춤) 표본을 채취했어. 요 작은 풍선 하나에 매달아서 떠올려 보낼게. 나중에 받을 수 있을 거야. 그 물질 근처에서 너무 오래 있지 말고. 그거…그건 그러니까…네 정신을…그건… (빠르고, 깊은 호흡)
지휘실: 브라보?
브라보: 죽어가는 것 같아. 난 죽어가고 있어. 알겠어. 이게 내 끝이야. 그냥 여기서 떠나버리고 싶어. 저기, 지금 생각난 건데… (조용히 웃음) 여기에 아무도 보내지 마. 너무 어두워.
지휘실: 브라보?
이후 30분간, SCPF 스트라빈스키는 O-9 브라보와 연락하려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지휘실은 계속해서 O-9 브라보와 통신하려 했으나, 브라보의 말이 점차 이해할 수 없게 변해갔으며, 결국에는 완전히 침묵하였다. 브라보의 통신은 이후 3일 동안 켜져 있었으며, 결국 통신이 끊어질 때까지 간헐적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부록 3000.2: 애트잭 규약
본 규약은 VIII 등급 인식재해 개체인 SCP-3000과 특정한 상호작용할 것을 지시하며, 등급 5/3000 기밀이다.
서문: 다음 규약은 제29기지와 제50기지의 연구원들은 물론, 제151기지에 상주한 연구원들까지 함께 개발하였다. 어떤 부분은 이 등급 이상의 내용을 제거하기 위해 편집되었다. 제151기지와 SCPF 에레미타에 배정된 모든 인원은 본 규약을 고수해야 한다.
개요: SCP-3000이 분비하는 Y-909 화합물 관리할 전략을 만들기 위해 151-홀리스터 애트잭 규약이 개발되고 시행되었다.
규약 정보: 고(故) 애덤 홀리스터 박사Dr. Adam Hollister가 처음 발견한 Y-909 화합물은 여러 현대적 및 실험적 기억 소거 화합물의 주성분이다. 특히 아래에 나오는 기억소거제들에는 현재 정제한 Y-909 화합물이 들어간다.
- A등급 (2016년 버전)
- D등급 (2016년 버전)
- E등급 (2016년 버전)
- X등급 (2017년 버전)
- XX등급 (2017년 버전)
- [편집됨]
- [편집됨]
- 애트잭(Atzak) 등급 실험적 화합물
- 포스터(Foster) 등급 실험적 화합물
- 일립스(Ellipse) 등급 실험적 화합물
Y-909 화합물을 추가하는 것으로 앞서 말한 기억소거제에서 안정성과 장기 유효성이 현저히 증가하였다. 전체적으로, Y-909를 사용한 기억소거제는 다른 표준 기억소거제보다 냉장 보관 시 분해 속도가 78% 느렸고, 상온에서는 52% 느렸다.
또한, Y-909를 사용한 기억소거제를 투여받은 이들은 피암시성과 기억 정리 능력이 현저히 증가했고, 추가적인 부작용(메스꺼움, 구토, 대장 통증, 시력 저하, 두통, 불면증, 심장 손상 등)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기억소거제를 투여받은 이들은 Y-909가 없는 기억소거제를 투여받은 이들에 비해 관입 기억(intrusive memories)이 현저히 적었고, 실험적 화합물을 투여받은 이 중에서는 5년 째나 10년 째에도 관입 기억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Y-909를 추가하는 것으로 효과가 크게 증가하였기에, 현대 재단 기억소거제에 이 화합물을 계속 첨가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Y-909에 계속 의존하게 되면서,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기에 앞으로도 계속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본 규약은 SCP-3000으로부터 이 화합물을 채취하는 방법과 인원이 SCP-3000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래에는 절차의 간략한 틀이 나와 있고, 자세한 정보는 전체 애트젝 지침서에서 볼 수 있다.
- 기동특무부대 엡실론-20 "야간 낚시꾼Night Fishermen" 부대원들은 먹이 공급 지역으로 배달할 대상을 준비한다. D계급 인원 한 명에게 진정제를 투여한 뒤, 고압 잠수복을 착용한다. 대상을 수중 원격 조종 장비의 후미 에어록과 밧줄로 연결한다. 에어록을 침수시킨 뒤, 원격 조종 장비로 대상을 먹이 공급 지역까지 끌고 간다. 먹이 공급 지역에 도착하면, 원격 조종 장비는 밧줄을 끊은 뒤 에레미타로 귀환한다.
- 이 단계에서, SCPF 에레미타는 SCP-3000의 위치를 감시하며, 개체가 먹이 공급 지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면 경로를 조정한다. 임무 지휘실은 필요한 경우 이 단계에서 추가적인 명령을 내린다.
- SCPF 에레미타 탑승 직원들은 먹이 공급 시간 동안 SCP-3000을 감시한다. 이때, 임무 지휘실의 인가 없이 에레미타호에서 내려서는 안 된다.
- 먹이를 완전히 섭취한 뒤, SCP-3000은 신체 가장 앞부분 근처에서 Y-909를 분비하기 시작할 것이다.
- 전문 심해 잠수부 팀들이 SCPF 에레미타 후미 에어록을 통해 하선하여 SCP-3000에게 접근한다. Y-909는 반드시 SCP-3000의 "소화" 기간에 채취해야 하며, 이는 현재 먹이를 섭취한 뒤로부터 약 2시간 반 정도의 기간으로 추정된다. 잠수팀은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잠수정으로 귀환해야 한다. 이 기간에 SCP-3000의 일반적인 효과의 강도가 약해지긴 하나, 지휘실은 계속해서 잠수팀의 인지에 손상이 생기지 않나를 감시한다.
- Y-909를 채취한 뒤, 수면으로 귀환하기 전에 채취한 물질을 안전용기에 옮겨 담는다. 에레미타에 승선한 임무 지휘관이 물질을 옮겨 담는 과정을 감시한다.
부록 3000.3: 심리 평가
주석: ██09년 ██월에 3등급 연구원 벤카트라만 크리쉬나무티가 잠수 장비 없이 에레미타의 후미 에어록에서 나가려 하였으나, 빠르게 저지당하고 에어록 개방을 중단시켰다. CRV가 26이고 에레미타에 배정되기 전에 우울증 징후가 보이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었기에, SCP-3000가 그의 정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 크리쉬나무티는 직원 임상 심리학자 아난드 만나바 박사Dr. Anand Mannava와 면담하였다.
[기록 시작]
만나바: 안녕하신가, 벤카트. 기분은 좀 어떤가?
크리쉬나무티: 별로로군.
만나바: 그렇다고 들었네.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은 드나?
크리쉬나무티는 침묵한다.
만나바: 자네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네. 다른 거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지.
크리쉬나무티: 피곤하군, 아난드.
만나바: 이해한다네. 이 일이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크리쉬나무티: 아니야. 아니고말고. 스트레스가 아니야. 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어. 난…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군.
만나바: 했었네.
크리쉬나무티: 기억나지 않아. 뭣 하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내 몸이 있는지도 몰랐던 반사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맥락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네. 모든 게 단절된 느낌이야. 그리고 그 모든 걸 한데 모으려 하는 건…그냥 피곤하네.
만나바: 언제부터 그런 식으로 느끼기 시작했나?
크리쉬나무티: 우리가 이 밑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지? 기억나지 않는군. 언제부터인지 몰라. 진심으로 말일세. 그 이상 말해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몰라. 내 머릿속에서 그 기억이 있는 부분을 들여다보면, 다른 무언가가 있지. 가끔은 아무것도 없고.
만나바: 다른 무언가가 있다니 무슨 말인가?
크리쉬나무티: 타인의 꿈을 꾸곤 한다네, 아난드. 내가 모르는 얼굴에, 내가 가본 적도 없는 장소들이 보여…아니면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르지. 모르겠네. 내가 나의 정신조차 믿을 수 없는데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어찌 알겠나?
만나바: 뭐, 내가 도움이 되어주겠네, 벤카트. 자네가 잊었다 생각하는 것들을 짚어나가면 될 거야. 그러면 내가—
크리쉬나무티: 날 가르치려 들지 말게나. 자네도 느껴봤다는 걸 알고 있어, 아난드. 정신이 흐릿해지지. 자네의 일부가 빠져나가고, 기억은 옅어져 가면서 사라질 때까지 선명해지고 흐려지기를 반복해. 최악의 경우에는 기억이 대체되고. 자네의 것이 아닌 과거를 보며,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경험을 보지. 자네는 타인이 되기 시작하거나, 아니면…그 누구도 아니게 되지.
만나바: 벤카트, 제발. 그냥 도와주려는 것뿐일세.
크리쉬나무티: 우리가 만나기 전에 내가 한 작업을 알고는 있는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군. 자네 이름을 알고, 심리학자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친구인가? 형제인가? 어떻게 자네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함께 일한다는 건 알아. 그 기억은 가지고 있어. 하지만 다른 것들은 왔다 갔다 한다네. 내가 결혼했는지, 아니면 애들은 있는지도 모르겠어4.
만나바: 그렇군.
크리쉬나무티: 그리고 그게…그게 최악이 아니야.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겠다네. 내 정신이 부서지고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거기에는 다른 무언가 또한 있다네. 무언가가 내…내 불타고 있는 정신의 연기 속에서 나타나려 하고 있어. 그 장어가.
만나바: 장어?
크리쉬나무티: 나…난 내 어머니가 기억나지 않아. 그분의 목소리는 기억나지만, 얼굴을 기억할 수 없어. 어떤 체취가 났는지, 아니면 그분이 어떻게…그렇지만 신들에 관해 말해주곤 하셨다는 건 기억나는군. (멈춤) 아난타세샤라는 이름의 신이 있지. 뱀이야. 뱀들의 신이야. 우주에서 비슈누 신 밑에 누워있다고 하지. 여섯 머리의 뱀신. 대단하지 않나?
만나바: 그건…그래, 익숙하긴 하다네.
크리쉬나무티: 아…당연하지. 미안하군. 잊어버렸네. (멈춤) 그분이…많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난타세샤가 어떻게…종말 이후에도 머무를지에 대해 말해주신 건 기억나. 시간의 끝 이후에도 암흑을 응시하고 있을 거라 하셨지. 그분이 또 말해주시길, 우주의 빛이 꺼질 때, 남아있는 것은 아난타세샤 뿐이라고도 하셨지. (멈춤) 내가 기억하는 한 난 한 평생을 재단을 위해 일해왔다네. 내 이름과 명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뭔가를, 아무 거나…남기려 했어. 내가 존재했었음을 알리는 어떤 흔적을 남기려 했어. 하지만…
만나바: 뭔가?
크리쉬나무티: 난…난 SCP-3000이 아난타세샤라 생각한다네. 이…이 이상 현상이, 인지의 배신이, 우리가 신 앞에 있었기에 일어난 결과라 생각한다네. 그냥 신이 아니라, 모든 시간을 거쳐, 그 모든 시간에 동시에, 그리고…심지어 그 너머에도 존재하는 신이잖나. 어쩌면…어쩌면 시간의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무(無)의 일부가 아난타세샤의 일부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게, 그게 도관으로 작용하는 것일지도 몰라. 일종의—
만나바: 벤카트, 제발, 우린 과학자이잖는가—
크리쉬나무티: 아니, 내 말부터 끝내도록 하지. 이 모든 것들 이후에 무가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아난타세샤가 존재할 거라네. 그렇다면 내 기억들이 살아남을 기회가 있어. 내가 보았던 기억들이 나를 통해 살아남았듯 나 또한 기억되어 내 기억이 살아남을 수도 있을 거야. 증거는…증거는 없다네. 하지만 놈의 눈을 보고 내게 보여주는 것들을 보았을 때, 나는 겁에 질렸어. 난 범인(凡人)에 불과하다네, 아난드. 이건 몇 년간 내가 인정하길 거부해온 공포야. 무관함의 공포지. 내가 죽을 때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를지 모른다는 공포. 잊힌다는 공포. 내 삶에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혼자가 된다는 공포. 잊힌다는 공포. (한숨) 내 안에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네, 아난드. 자네에게 나가5의 목구멍이 두렵다는 거짓말을 하진 않겠네만, 이것과 내가 들여다본 무한한 어둠 사이에서,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네.
[기록 종료]
부록 3000.4: 사건 영상 및 음성 기록
크리쉬나무티 박사를 에레미타의 보안 격리실에 이틀간 격리한 뒤, 애트잭 규약을 따라 박사를 풀어주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크리쉬나무티 박사를 격리실에서 풀어주고 세 시간 뒤, 다음 사건이 발생하였다.
[기록 시작]
<02:19:33> 크리쉬나무티가 에레미타의 후미 에어록 입구 근처에 서 있다. 박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카메라에 등을 돌리고 있다.
<02:19:58> 접근 경보가 울린다. 외부 투광 조명등이 켜진다. SCP-3000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휘실에 경보가 전달되고, 회피 기동 준비를 위해 에레미타의 엔진이 작동한다.
<02:20:06> 크리쉬나무티는 접근 경보에 깜짝 놀라며,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사는 후미 에어록 입구를 계속해서 바라본다. 박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돌아선다. 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02:20:21> 크리쉬나무티는 천천히 후미 에어록에 접근하고는 에어록 문을 연다. 박사는 에어록으로 들어가고, 1차 출입구가 닫힌다.
<02:20:57> 내부 에어록 카메라에 크리쉬나무티가 2분 내내 움직이지 않고 외부 에어록 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잡힌다. 2분이 지나고, 박사는 바닥에 쓰러진다.
<02:21:15> 전치 터빈이 돌기 시작하면서 모든 카메라가 흔들린다. SCP-3000이 SCPF 에레미타로 다가오는 것이 레이더에 잡힌다. 외부 카메라에서는 SCP-3000이 보이지 않는다.
<02:26:37> 크리쉬나무티가 일어서더니 잠수복 로커로 향한다. 박사는 고압 심해 잠수복을 착용하고는 외부 문 제어 장치로 향한다. 박사는 외부 문 잠금장치를 푼다. 쏟아져 들어오는 물로 내부 에어록 카메라의 시야가 가려진다.
<02:27:14> 에어록이 열리면서 이차 알람이 작동한다. 함교에 있던 인원이 에어록을 닫으려 하나, 크리쉬나무티는 이미 에어록에서 나갔다.
<02:27:48> 크리쉬나무티가 에레미타 후미 부분에 떠 있다. 외부 투광 조명등이 빛을 밝혀주고 있다. 박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02:28:11> SCP-3000이 천천히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크리쉬나무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02:28:29> 에레미타가 크리쉬나무티를 향해 후진하면서 외부 카메라가 흔들린다. 에어록 안에 구조대가 모였다.
<02:28:52> SCP-3000이 크리쉬나무티에게 접근한다. 놈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에레미타가 경적을 울리지만, SCP-3000이나 박사 둘 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02:29:09> SCP-3000이 크리쉬나무티 바로 위로 이동한다. 박사는 SCP-3000이 완전히 벌린 입속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레미타가 외부 투광 조명등을 비추기 시작한다. 에어록이 열린다.
크리쉬나무티: 아난드…내가 틀렸네. (훌쩍임) 신이시여 날 구하소서. 이놈은 그게—
<02:29:21> SCP-3000이 크리쉬나무티를 덮치고는 빠르게 집어삼킨다.
<02:29:45> SCP-3000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더는 외부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다. 구조 대원들에게 귀환 명령이 내려졌다. 대원들은 애트잭 규약을 개시하기 시작한다.
[기록 종료]
부록 3000.5: 만나바 박사의 개인 기록
주석: 다음은 아난드 만나바 박사의 개인 일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만나바 박사는 업무 기간에 여러 기록을 남겼고, 정신과 기억을 조작하는 SCP-3000의 특성에 대응하는 데에 이러한 행동이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23/09/2009
난 벤카트를 묻으러 왔다. 칭송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말했을 때, 벤카트처럼 기억에 영향을 받는 건 그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것이다. 기억이 간섭받는 데에서 스스로 해방되는 길을 택했다는 데에서 그닥 놀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든 아주 두려운 경험이니까. 그 영향에 대해 사전에 들었어도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을 계속 확인해서 현실에 묶어놔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 원래라면 지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쩌다가 직원이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상세히 적은 심리 보고서와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법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O5와 기지 이사관 녹스Nox에게 보내, 검토받은 뒤 그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는 걸 예방할 새로운 식이요법을 적용해야 한다.
벤카트는 언제나 나보다 신앙심이 깊었다. 본인의 삶이 끝나는 그 지점까지도 벤카트는 아난타세샤 - 태고의 힌두교 뱀신 - 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원에 관해 횡설수설하고 있었지. 그의 믿음과 주장이 타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나, 꽤 불가사의하긴 하다. 또한 이 일이 전에 하던 일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편한 일이라는 걸 감사히 여겨야겠지. 난 이게 신화 속에 나오는 장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변칙적일지는 몰라도, 그렇게까지 놀라운 생물인 것 같지는 않다. 참 웃기지. 지난 삼십 년 동안 내 아버지가 힌두교에 대해 가르쳐주시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떨치려 애써왔었는데 이제 와서 그분이 말씀하신 걸 하나라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니.
이게 다 그 장어 때문이라고도 말하고는 싶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하다면 이건 그냥 그분이 가르쳐주신 걸 전부 잊으려 해서 그런 거다. 처음에는 안 그랬을지 몰라도, 끝자락에는 분명 그랬었지. 그분이 어떻게 생기셨었는지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할아버지들이나 증조부들의 성함을 기억하지 못하면 얼마나 화를 내셨는지는 기억난다. 그분은 절박하게 문화유산을 보존하려 하셨고, 난 최선을 다해서 그분을 경멸했다. 임종 때 그분은 본인이 죽은 뒤 전통적인 최후 의식을 치러달라며 애원하셨다. 절차까지 써주셨지만, 난 너무 화가 나서 그분이 보는 앞에서 종이를 찢어발겼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분에 대한 유일한 기억은 그분으로 인해 느낀 감정뿐이다. 그분은 거의 20년을 쏟아부어 유산을 물려주려 하셨으나,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분노와 증오와 회한뿐이다.
30/09/2009
오늘 아침 기지 이사관 녹스가 직원들을 불러모아 짧게 애도하였다. 짧으면서도 간결한 추도 연설이 있고는 이사관은 나를 따로 불러내 벤카트의 후임자가 몇 주 안에 올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벤카트가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기에, 그의 소유물은 폐기될 것이며 엄밀하게 따져서 재단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또한 내가 한두 개 정도 맡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가져가야 할 거라고도 말하였다.
벤카트의 사무실은 비교적 평이했다. 푹신하게 짓눌려있는 의자 쿠션에, 사무실용 장난감과 내가 언젠가는 뒤져보면 좋을 법한 해양 생물학책 여럿. 내가 가져간 건 창문 옆에 서 있던 가네샤 상뿐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 책장에 앉아있다. 나와 내 아내, 내 딸이 호숫가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 옆에. 그냥 그런 여행이었다. 러크나우에서 바가지나 썼던 여행이었는데, 가장 잘 나온 가족사진 중 하나였다.
내일 다시 물밑으로 들어간다.
11/11/2009
모든 D계급은 이번 주에 가만히 있었다. 좋은 일이지. 일상적인 우울증과 SCP-3000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기억 손실을 제한다면 모든 게 괜찮았다. 가끔은 그들이 조금 부럽다. D계급들이 아는 거라고는 무슨 큼직한 장어로부터 뭔가 끈적끈적한 걸 퍼내는 게 자기들 일이라는 것뿐이니까. 그들은 그 일의 중요성과, 그 물질을 모으는 게 왜 중대한지나 얼마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모른다.
물론, 애트잭 프로젝트의 심리학 부서에 있는 장점 하나는 그 잠재적인 효과에 대한 의식이다. 난 내 정신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있다. 내 기억이 빨려 나가고 있으며, 조각 조각들이 당장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전거를 탄 소년이 기억난다. 학교 운동장 정문에서, 한 80년대 같은데, 내가 싱가포르에 있었을 때였다. 소년은 웃고 있었는데, 난 이 소년이 친구인지, 연인인지, 아들인지, 가족의 친구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인일까? 아니면 호주? 어쩌면 내가 소중히 여기던 기억이 전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시 가네샤 상과 내 가족사진을 보았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가족과의 일은 정말 대부분 잊어버렸다. 힌두교의 시와 노래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외출해서는 베다서 사본을 구해왔지만, 구절을 제대로 암기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벤카트가 죽기 전에 내게 말해준 것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의 뿌리 깊은 평범함에 대한 두려움. 이 땅의 표면을 걷는 인간들의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느낌. 벤카트는 재단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고, 재단에서 가장 유명하다거나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명인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재단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해양 생물학자이며 수생이라면 누구나 찾아가는 전문가였고, 꽤 존중받는 인물이었다. 되려 그가 그런 질투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벤카트는 화려하거나 허풍을 떠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명성과 인정을 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이 평범하다는 범주에 처박혀있을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정말로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장소의 고요함이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을 생각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부록 3000.6 : 애트잭 지침서에 관한 메모 [등급 5/3000 기밀]
새로 배정된 이들 중 이곳에서의 업무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기에, 그 의문을 다소 해소하려 이 글을 배부합니다. 다른 질문이 있다면 마음대로 제 사무실에 연락하십시오.
애트잭 규약은 Y-909 화합물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방법입니다. Y-909는 SCP-3000이 제 신진대사 중에 분비하는 걸쭉하고 염분 섞인 회색 액체입니다. SCP-3000이 Y-909를 내뿜는 정확한 방식은 모르며, 그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은 있지만 딱히 좋은 건 없습니다.
처음에는 피를 흘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SCP-3000에게로 내려보낸 첫 팀은 분석용으로 혈액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SCP-3000가 그들을 공격하여 집어삼키고, 물질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시작하자, 이 물질이 생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명 피는 아니었죠. 프라이온 슬러리에 더 가까웠습니다. 독성이 아주 강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노출되면 SCP-3000에 노출되는 것과 아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편집증, 기억 손실, 자살 충동 등등. 가공자들이 "장어 젤리"라 부르는 가공되지 않은 Y-909를 정제하면, 이 기관 역사상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억소거제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딜레마가 등장하죠. SCP-3000은 오직 식사한 직후에만 Y-909를 만들어내고, 놈은 오직 인간만을 먹습니다. 물질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은 있다고 한 것 기억나십니까? 생물학자 몇 명이 SCP-3000은 생물에게 지성을 부여하는 것이 뭔진 몰라도 그걸 분해한 뒤, 제 피부를 통해 분해한 걸 여과한 뒤, 그 잔여물을 우리가 채취하는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더 거지 같은 게 뭔지 압니까? 놈을 방사선 촬영해서 내부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알아보려 했습니다. 인간 시체로 가득 차 있더군요. 놈은 시체를 소화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무언가를 하고, 그 결과물이 Y-909이죠.
기억소거제 프로그램에서 Y-909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물질을 합성해보려 했습니다. 목표로 했던 것과 비슷하게 만들었죠. 그게 Y-919였으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했습니다. 기억소거제는 제대로 작용했습니다. 사건과 사람, 기타 등등 여러 가지를 잊게 만들 수 있었죠. 하지만 곧 다른 것들도 잊기 시작했습니다. 기억 저하가 빠르게 증가하여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고, 그러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연구원들 일부는 그러한 부작용의 정도를 줄일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생각하였으나, 시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 프로그램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하는 일이 혐오스럽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윤리위원회와 분류위원회 모두 이 일을 지금보다 더 견딜 만하게 만들려 온갖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은, 현대 기억소거제를 계속 사용하고 싶으면 Y-909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Y-909를 얻고 싶으면, SCP-3000에게 D계급을 먹여야 하고요. 아니면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암흑시대로 강제로 회귀해야 합니다. 아편과 클로로폼으로 기억을 소거해야 했던 그 시절로요.
좋은 소식은 가공되지 않은 물질을 채취하는 작업에서 잠수팀을 대체할 무인 해중 작업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처럼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없애줄 것이고, 이는 좋은 첫 출발입니다. 그 외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알겠죠.
-녹스
부록 3000.7: 만나바 박사의 개인 일지
주석: 다음은 만나바 박사가 직접 쓴 한 페이지의 전문으로, 공책에서 뜯어낸 뒤 침실용 탁자에 올려놓은 것이다.
날짜 없음
이 업무를 하는 동안 VIII급 인식재해에 노출된 개인들의 근본적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면담도 수없이 하고, 뛰어난 심리학적 보고서도 여럿 썼으나, 이 생물체의 무엇이 완벽하게 제정신인 사람을 에어록 문밖으로 끌어내, 장어의 목구멍 안쪽으로 인도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추론해내지는 못하였다.
이번 주 초에, 다른 보고서에 필요한 정보를 준비하던 중에 실수로 침실용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나와 내 아내, 내 딸의 사진을 넘어뜨렸다.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유리가 깨졌고, 사진이 떨어져 나왔다. 청소하고 있자니, 사진 뒤편에 뭔가 쓰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아난드, 샨티Shanti와 파드마Padma. 2002년 6월"
하지만 그 글씨체는 내 것이 아니었다. 벤카트의 필체였다. 당혹스러웠다. 왜 벤카트가 내 사진 뒤에 이런 걸 썼단 말인가? 당시엔 별생각을 하지 않았고, 난장판을 치운 뒤 그 날 할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 의문은 머릿속에 박혔다. 아주 사소한 것이고, 간단하게 설명할 방법은 여럿 있었으나, 불확실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제가 되어서야 아주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잠에 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끔찍한 생각이었다. 난 재단 인원 보관소에 접속했고,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과 마주했다.
샨티는 벤카트의 첫 아내였다. 파드마는 그의 딸이었다. 기록은 확실했다. 내가 기억하는 삶은, 내가 겪었다고 확신하고 있던 경험들은, 벤카트의 경험이고 기억이지 내 것이 아니었다. 난 결혼한 적이 없고, 자식도 없다. 지금까지도 난 머릿속으로 내 아내의 모습을, 웃음소리를, 머리카락 냄새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벤카트가 그리는 아내이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이젠 안다.
이를 자각하는 데에서 온 공포는 일종의 기묘한 두려움으로 대체되었다. 난 장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었다. 놈의 무언가가, 놈이 만들어내는 물질에 잠재된 일부분은 인식을 혐오한다. 인간 의식을 분해하고 우리가 영혼이라 생각하는 우리의 일부분을 흩어내 버려 마지막에는 진정한 우리의 모습만을 남긴다. 언젠가는 비활성 될 전기 신호라는 모습을 말이다.
나조차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이들이 날 기억해줄 거라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난 내 삶을 잊었다. 그 사실에 이상할 정도로 무감각하다. 난 나 이전의 수천 명이 그러했고, 나 이후의 수천 명이 그럴 것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내가 잊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내 처지에 대해서는 절망하지 않으나, 우리 모두에 대해서는 - 당신과 나, 우리 모두 망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난 중요하지 않다. 당신 또한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무관한 작은 물방울들이, 시간의 바닷속에서 영겁을 늘이고 있다. 우린 이에 대항해 싸울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적은 필연성이다.
난 그 장어가 아난타세샤라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나 자신이 부서져 흩어지는 걸 느끼면서 이제 분명해진 것은, 이 장어는 뭔가 신화의 생물이나 신성한 뱀 따위가 아니라는 거다. 어쩌면 우리로부터 도망쳐 온 원시 생물로, 아무런 악의도 없을지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태고의 신으로, 내심 분노를 삭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장어는 내 최후나 인류 종말의 조짐이 아니다. 이 장어는 뭔가의 끝이 아니라, 단지 끝이 어떤지를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나, 품고 있는 이상이나 기도하는 섭리에 관계없이, 이것만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끝은 잊힐 것이라는 걸.
주석: 만나바 박사는 이후 후미 에어록 근처에서 무반응 상태로 발견되었다. 증거에 따르면 만나바 박사가 선상 보관실에 침입하여 상당한 양의 가공되지 않은 Y-909를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만나바 박사는 에레미타에서 하선하였고, 검사를 위해 제151기지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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