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2885

일련번호: SCP-2885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2885는 제19기지 표준 보관함에 둔다. 실험 미진행 시 SCP-2885는 우연히 시선에 노출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운송용 상자에 봉인하여 보관해 둔다. SCP-2885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자 하는 자는 3등급 이상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

설명: SCP-2885는 직사각형 투명 유리판으로, 크기는 21cm × 14cm, 두께는 1cm이다. 유리 표면에는 글씨들이 적혀 있던 흔적이 있는데, 글씨 대부분 (보드마카로 적었다고 추정) 은 완전히 지워진 상태이나 조명을 적절히 비추면 오롯이 남은 문장이 몇 개 보인다.

저 너머에 더 나은 삶이 있어. 네가 얻어 마땅한 거야.
너는 항상 너야.
가장 많이 가진 너는 가장 많이 줄 만한 너야.
이미 다 이룬 쪽을 쫓아낸다고 나쁠 건 없어. 이제 네 차례야. 너도 괜찮아할 거야.

SCP-2885의 변칙성이 발현하려면 어떤 사람이 대상을 최소 15초 동안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노출된 피험자는 처음에는 희미하게 불명의 풍경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대상자는 최초 노출 이후 SCP-2885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반드시 이하의 단계에 맞춰 여러 가지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 노출 0-1시간 후: 환시가 점차 넓어지며 시야 전체에 걸쳐 퍼진다. 이미지는 희미하며 원래의 정상 시야를 그다지 방해하지 않는다. 흐릿하게 보이는 환각 속 주위 모습은 대상자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움직인다.
  • 노출 1-3시간 후: 환시가 더 선명해져 원래 있던 그 어떤 배경에 견주어도 더 또렷이 보인다. 환청이 들린다. 대상자는 희미하게 주위 환경음, 이를테면 자동차가 지나거나 인간의 말소리가 들리거나 하는 일상 속 배경음 등이 들린다고 밝힌다.
  • 노출 3-6시간 후: 환청이 더 크고 또렷하게 들리며, 발소리나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이 들리기 시작한다. 주위 풍경이 어떤 곳인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는데, 대상자는 자신이 관찰하는 환경이 자신에게 익숙한 실제 세상 속 장소, 예를 들어 집이나 식당, 공원 등과 비슷하다고 밝힌다. 대상자는 환각 속에서 자신이 받은 자극에 반응하기 시작하며, 이따금 자신이 의도해서 말한 적 없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 대상자는 모든 필수적 수의운동을 멈추게 된다.
  • 노출 6-10시간 후: 대상자는 실제 세상의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대상자는 환각과 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려고 하며, 환각 속 환경 안에서 대상자가 인식하는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환각의 관점에서 상호작용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대상자는 일방적인 대화를 점점 더 파편화된 형태로 늘어놓다가 나중에는 말이 완전히 멎게 된다. 이때 대상자는 손가락을 움찔거리거나 팔다리가 경련하거나 얼굴을 일그러뜨리거나 하는 불수의운동을 보이기도 한다.
  • 노출 10+시간 후: 환각이 대상자를 완전 잠식한다. 대상자는 음식물을 먹지 않으므로, 이때 이후로는 링거 주사를 필요로 한다. 아직도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자는 자신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따금 임의의 질문1을 던지기도 한다. 노출 12시간 이후에 대상자가 말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부록 2885-1: 아직 결과를 정립하고자 연구를 진행하는 상태이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CP-2885가 유발하는 환각은 오로지 대상에게 노출된 인물의 정신에서만 기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혀졌다. 한편 드물게 몇몇 경우 SCP-2885에게 노출된 대상자에게 다른 성격이 형성된 적 있었으며, 종종 원래 몰랐던 사실을 아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험기록 참조)

실험기록 2885-R:
날짜: ██-██-██
피험자: D-81254
절차: 피험자는 지시에 순응하는 성격이었으므로 선발되었다. 피험자에게 SCP-2885를 들여다본 다음 주위 환경음을 제외하고 그가 듣는 소리를 모두 따라 말하라고 지시했다. 무의미한 발언은 생략했다. 이하는 음성기록에서 중요한 발언을 일부 발췌한 글이다.

[부분 기록 시작]

[5:27:15]: "사람들이 저한테 말을 걸어요. 그런데 정확히 뭐라는진 모르겠네요. 아까보단 단어들이 이해가 더 되긴 한데."

[5:27:30]: "어머니…랑 닮은 사람인데 더 행복해 보여요. 가족끼리 모여서 저녁 먹을 준비가 됐냐고 그래요. 개 짖는 소리… 얘는 나 실직했을 때 다른 데 줘버린 앤데…"

[5:27:45]: "이웃 사람이 마당에다 호스로 물을 줘요. 좋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어느 데로 떠나 버렸을 텐데." [멈췄다가] "누가 나보고 떠나라고 그러는데 누군지 안 보여요. 목소리가 왠지 저랑 비슷해요."

[무관계한 부분]

D-81254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환각이 원래와 다름없는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

[6:11:00]: "누가 좀 비키라고 계속 악을 쓰는데, 식탁의 사람들은 다들 웃고만 있어요. 동생들도 아직 그대로 있고, 절친의 상사 분도 나보고 최근에 승진한 거 축하한다고만 그래요. 바깥에서 소리지르는 걸까요? 보이질 않는데."

D-81254는 지시받는 내용과 자신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하면서도 맨 처음의 지시에 계속 협조 중이다. D-81254의 오른손이 발작하듯 후들거린다.

[무관계한 부분]

[7:15:45]: "사람들이 왜 자꾸 포크를 떨구냐고 물어봐요. 몰라- 아냐아냐, 어, 괜찮아. 아까 영화 보고 가슴이 콩닥콩닥한가 보지. 잠시만, 화장실 좀 갔다올게."

D-81254가 머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고 말한다. "거울 앞인데요. 내… 내가 더 괜찮아졌네요. 하는 일만 잘됐으면 이렇게 됐겠지, 싶은 그런 모습."

[7:16:15]: "자꾸 내가 생각하는 소리가 들려요. 메아리쳐요. 근데 내가 아니에요. 내가 아니야. 자기가 나다, 이건 잘못됐다, 계속 그러는데, 이거 설마 그럴 리가 없겠죠? 내 삶이 이렇게 멋진데! 내 삶이. 내 건데." [말 없다가] "싱크대에 머리를 박았어요. 쿵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대상자는 자꾸 울리던 말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고, 다시 자기가 하는 말이 또렷하게 들린다고 알린다. 나중에 D-81254는 자기 혼자서 (11:31:52 경과) "저 SCP-███ 사건 끝나고 풀려났잖아요. 가도 된다면서요. 나 왜 돌아왔어요?"라고 말한 다음 모든 말을 멈추었다. 몇 분 후 D-81254는 강제로 격리실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 가까운 제19기지 계단을 재빠르게 찾아갔다. 대상자는 이전에 건물 배치를 익혔던 적 없다. 재구금 후 대상자는 발언을 거부했으며,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부분 기록 끝]

부록 2885-2: SCP-2885는 ████████의 █████에 있는 ███████ 병원에서 ██-██-██에 회수되었다. 해당 지역에서 입원률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을 입수한 재단 요원팀이 이 병원을 급습했다. 요원들이 확인한 결과 병원은 기본적 의료 설비도 없이 텅 비워진 상태였다. SCP-2885는 그곳에 있던 비슷한 유리판들 다섯 장과 함께 발견되었다. 해당 유리판들은 철 침전물로 뒤덮이고 여러 군데 갈라져 있었다. 같은 방에서는 시체 다섯 구가 저마다 다르게 부패한 상태로 들것에 결박되어 있었다. 빈 들것 하나가 또한 뒤집혀진 채로 있었는데, 패드에는 "너는 네가 아냐"라는 말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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