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2812 - 어제의 메아리Echoes of Yesterday
SCP-2812는 내가 2014년도에 인디애나 남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던 당시에 쓴 인생 첫 글이다. 한 번은 누군가 댓글로 어쩌다 '인디애나 유사 카논'을 만들게 되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 이 글에서 시작했다,
훗날 다양한 작품으로 거듭난 그 수많은 주제들의 뼈대를 바로 이 글에서 세웠다. 글에 나오는 류의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공허감, 혹은 약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무슨 커다란 재앙이 덮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 죽은 마을 하나가 사람들을 몰아내는 것 뿐이지만, 그런 변칙적 증상에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다들 고향을 벗어나지 못해 안달이니까.
또, 이 글은 멋들어진 제81기지의 데뷔작이다. 그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인디애나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글을 너무 많이 써버린 나머지 그런 것들을 가두는 시설이 없는 게 이상한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SCP-2812의 현 위치인 라임스톤 비즈니스 센터의 옥외 광고판
특수 격리 절차: SCP-2812-1에서 30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미국 ██번 국도에서 ██번 주로로 나오는 출구에 제81-2관찰기지를 세웠다. 현재는 버려진 중고차 매장으로 위장하고 있다. 집행관으로 위장한 재단 요원 세 명 이상과 연구직 두 명 이상이 해당 기지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SCP-2812-1의 성질과 대상이 인간행동 및 현지의 건축물과 기계장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기지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4주마다 교대한다. 기지에서 나오는 직원은 정기적으로 신체 및 정신 건강 검진을 받는다.
SCP-2812는 현재 대상 자체의 변칙적 특성과 재단이 미국 ██번 국도에서 ██번 주로 및 ██번 주로로 나오는 출구 지점에 설치한 바리케이드에 의해 격리되고 있다. SCP-2812-1이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현재 약 ██km로 추청, 세부사항은 부록 2812 엡실론을 참조할 것)를 둘러싼 경계선을 세워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은 ███████ 마을의 경계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초기에 SCP-2812-1이 위치한 장소의 비즈니스 플라자 주위로 철조망을 세웠으나 허물어졌다. SCP-2812-1이 있는 건물의 출입문은 잠겨있다.
SCP-2812-2 개체에게 접근할 때는 항상 극도로 주의하여야 하며 가능할 경우 포획하여 분석과 격리를 위해 제81-2관찰기지로 이송한다. 제81-2관찰기지에서 근무하는 모든 재단 인원은 경화기를 이용한 전투 훈련을 받고, 현장에서 근무할 때는 상시 휴대무기를 지참하여야 한다.
설명: SCP-2812는 인디애나 주의 ███████ 마을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변칙 현상을 공동 지칭한다.
SCP-2812-1은 1930년대에 제작된 레코드 플레이어로, 라임스톤 비스니스 센터의 중앙 홀에 있다. 본 플레이어는 주로 나무, 놋쇠, 그리고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레코드 플레이어에 일반적으로 있는) 작은 고정물들이 부착되어 있다. 플레이어의 양쪽 측면에 붙어 있는 작은 놋쇠판 두 개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인디애나 라임스톤 분들께. 1935년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청취의 기쁨, 매더슨 음악Matherson Music-
겉보기에는 SCP-2812-1 내에 레코드 판이 없음에도, SCP-2812-1는 작동을 시작하고 20██년에 발견 된 이후 지금까지 제롬 컨이 작곡한 "Yesterdays"의 약간 느린 버전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음반의 길이는 5분 14초이며 이후 10초 간 공백이 이어진다. SCP-2812-1은 이렇다 할 동력원에 연결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CP-2812-1의 일차적인 변칙 영향은 대상의 영향 범위 내에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강한 신체적 및 심리적 강박이다. ███████ 마을의 주민들 대다수가 "이 마을에서 벗어나서" 다신 돌아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영향은 주로 심리적 강박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에게는 매우 실질적인 물리적 장해로도 나타난다. 경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SCP-2812-1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혹은 "물을 뚫고" 걸어가는 것 같은 신체적인 저항을 느낀다고 한다.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SCP-2812-1 영향 범위 내의 모든 대상자가 유의미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애나주의 ███████ 마을로 향하는 ██번 주로.
시간이 지날 수록 심리적 강박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며, 대다수의 사람들(가족들도 영향을 받은 경우 함께)은 처한 상황과 관계 없이 ███████ 마을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마을과 SCP-2812-1에서 충분히 "벗어난" 뒤에는 더 이상 강박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왜 마을을 떠냤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고 떠나길 잘했다고 답한다. SCP-2812-1을 발견한 당시에는 13,400명의 주민이 ███████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20██년 현재에는 그중 약 190명 정도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변칙적 영향의 발생지로 다가갈수록 SCP-2812-1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박이 심해진다. 이 때문에 SCP-2812-1을 직접 관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SCP-2812-1의 이차적 변칙 영향 탓에 원격 관찰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대부분의 드론은 본관 출입문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못 쓰게 되었다.
SCP-2812-1은 범위 내의 인공 구조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마을의 상당 부분은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방치했을 때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는 중이다. 주요 도로의 상당수는 포트홀이 너무 많아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이고, ███████ 마을의 상가와 주택 대부분은 부서진 창문, 금이 간 보도, 그리고 대체적인 부패의 문제를 겪고 있다. SCP-2812-1에 가까운 구조물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사라지고 있는 SCP-2812-2 개체의 모습.
SCP-2812-2는 "유나이티드 라임스톤" 회색 점프슈트를 맞춰 입은 인간형 독립체들로, SCP-2812-1의 범위 내에서 출현한다. SCP-2812-1이 위치한 건물 내에서 나타나는 이 독립체들은 평범한 인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주요 차이점이 있다. 독립체들은 SCP-2812-1의 영향이 미치는 지역 내라면 그 어디서든 마음대로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체들은 (쫓아갈 경우에)도망치거나, 목표물에 접근하기 위해 이러한 수단을 사용한다. 이로써 SCP-2812-2 개체들은 굉장히 먼 거리를 믿기 힘든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SCP-2812-2 개체는 목표물에 접근한 뒤 입과 턱을 벌리고 그 안의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스피커 진동판을 드러낸다. 이후 SCP-2812-2 개체 내의 스피커는 SCP-2812-1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송출하기 시작한다. SCP-2812-2는 SCP-2812-1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며, 독립체에게 가까이 다가간 피영향자의 약 ██%가 심각한 뇌혈관 파열을 겪었다.
SCP-2812-2 개체들은 ███████ 마을에 남은 주민이나 재단 요원을 스토킹하는 등 인간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SCP-2812-2가 어디서든 나타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능력을 보유한 탓에 이를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SCP-2812-2 개체들은 실체가 있으며, 경화기를 발사하여 쫓아낼 수 있다. 경화기에 피해를 입은 독립체는 사라졌다가 나중에 다시 나타난다. 다행스럽게도, SCP-2812-1의 전원이 켜진 채로 오랜 시간(현재까지 약 █년)이 지난 덕에 마을에는 극소수의 주민만이 피해자로 남아있다. SCP-2812-2 개체들은 인간 목표물이 없을 경우 느린 속도로 ███████ 마을을 정처없이 걸어 다닌다. SCP-2812-2 개체들은 SCP-2812-1의 강박 성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는말: 다음 면담은 S█████ 박사가 ███████ 지방 병원의 환자 캐틀린 페리와 진행한 것이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페리 부인은 얼마 전부터 현지 부동산 업자로 일했고 이후 ███████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의료 기록에 따르면 대상자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 병원이 SCP-2812-1과 가까운 곳에 있는 탓에 면담은 원격으로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15:35]>
S█████ 박사: 페리 부인, 화면이 잘 보이시나요?
캐틀린 페리: 예, 선생님. 잠시만요.
[페리 부인이 탁자 위에 있는 안경으로 손을 뻗는다. 하지만 안경을 잡자마자 테가 부서지면서 렌즈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K.P: 염병. 없이 할게요. 말씀하세요, 선생님.
D.S: 페리 부인, ███████ 병원에 입원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K.P: 석 달 정도요. 그거 물어보려고 부른 거예요?
D.S: 조금 있다가 알게 되실 겁니다. 요즘 몸 상태는 좀 어떠신가요?
K.P: 매일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가져다주는 약을 먹을 땐 괜찮은데, 일주일 동안 의사는 코빼기도 못 봤어요. 그 망할놈이 홀랑 튀어버린 게 분명해요. 저도 그러고 싶었고요. (기침)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여기를 떠나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하고 다니거든요. 어떤 광경인지 상상도 못 하실걸요.
D.S: 그럼 왜 마을을 떠나지 않으신 겁니까?
K.P: (기침) 떠나요? 저라고 좋아서 여기 있는 것처럼 보여요? 치료 받으려고 병원에 왔는데 중간에 간호사랑 의사랑 해 가지고 다 도망쳐버렸어요. 일어나서 걷는 건 고사하고 숨도 겨우 쉬는데. (숨을 고르느라 멈춤) 여기서 일하는 덩치 큰 모지리 아니었으면 이미 몇 주 전에 굶어 죽었을 거예요. 걔는 떠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것 같던데. 적어도 뜨고 싶어하는 기색은 없었어요. 저 말고도 병원 어딘가에 두 명이 더 있는데 모지리가 식당에서 밥 가져다가 그 사람들한테도 주는 것 같아요.
D.S: 알겠습니다. 저희가 기록을 좀 봤더니, '█████ 부동산업자 그룹'에서 라임스톤 비즈니스 센터 부동산 관리하는 일을 하셨더군요. 이에 대해 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K.P: 그 쓰레기장이요? 지금까지 관리했던 데 중 최악이었어요. 자리는 되게 좋거든요? ██번 도로 바로 옆에 있고 하니까. 근데 거기서 아무도 사업을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좀 아깝죠. 중앙 현관에 진짜 멋들어지게 생긴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도 있던데. 그게 청소도구함에 처박혀 있었다니, 말도 안 되죠. (기침) 뚜껑에도 자물쇠가 있길래 잘라버렸어요. 오픈하우스를 하나 열고 있었는데 센터피스로 쓰기 딱 좋아 보였거든요. 전원 하나 켜보겠다고 혼자서 한참 동안을 끙끙거렸어요. 행사에 아무도 안 와서 할 게 없었거든요. 결국 시간만 날렸어요. 너무 분해서 그냥 문 잠그고 나왔어요.
<기록 종료, [15:42]>
맺는말: 페리 부인의 마지막 대답이 있고 난 직후, 재단 직원이 대화용으로 사용하던 드론과의 연결이 어떤 전파 간섭에 의해 끊어졌다. 후에 병원에 있는 비상용 발전기의 오작동이 간섭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드론과의 연결이 두절된 지 약 23분 후 병원 시설의 전력이 끊긴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내 구조 활동은 실패했다.
비고: 다음 서신은 ███████████ 인근 마을에서 진행한 정보 수집 활동의 일환으로 회수했다. 서신에 적힌 날짜는 1934년 11월 30일이다.
헤지워터 씨에게.
요청하신 물건이 흠집 하나 없이 제 시간에 배송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우수한 상태의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맑고 깨끗한 음질을 직접 확인해보시면 더욱 만족하실 것입니다. 매더슨 음악은 언제나 고객님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도 요청하신 장치가 선물용이라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의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보내드린 장치는 고객님께서 요청하신 사양에 정확히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원을 켠 채로 너무 오래 둘 경우 나중에는 끄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예상 밖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모두 감안하신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장치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저희 사무실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심을 담아,
매더슨 음악 회장,
JJ 매더슨
추신. 예술가 대 예술가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귀사의 직원을 설계에 참여하도록 하신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손잡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비고: 다음 서신은 ███████ 경찰서의 증거보관실에서 회수했다. 서신에 적힌 날짜는 1934년 8월 21일이다.
마틴.
네놈도 몇 달 전에 내 사람들이 그 채석장을 정리한 건 잘 알겠지. 무슨 생각으로 앞 과정 다 무시하고 기어 들어와 판을 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거기서 뭘 찾고 있든 간에, 내 채석장을 다시 돌려주기를 요구하는 바다. 그 부지는 대대로 우리 가족 소유였다. 네놈이 훔쳐간 그 땅의 소유권 등본이 나오는 대로 보안관 끼고 스택 록Stack Rock으로 쳐들어가서 내 손으로 직접 네놈을 경찰차에 처넣어주마. 네놈을 처리하고 나서는, 네 손주들이 익어버리도록 땅을 바싹 태워버릴 거다.
서명,
헤지워터
사건 기록: ██/██/██ 밤, SCP-2812-1의 영향 범위 내에 있는 발생지 인근 지역을 순찰중이던 재단 인원이 SCP-2812-1이 재생하는 음악이 갑자기 중간에 멈췄다고 보고했다. 약 2 분간의 정적이 흐른 이후, SCP-2812-1은 알려지지 않은 음반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후속 조사에서 해당 곡은 유나이티드 라임스톤 사 광고 음악의 왜곡된 버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약 15분간의 재생이 이어지는 동안, 관찰범위 내의 모든 SCP-2812-2 개체들은 움직임이 멈추고 내장된 스피커 진동판으로 해당 음반을 송출했다. 그 후, 모든 SCP-2812-2 개체들은 있던 자리에서 점차 희미해지다가 사라졌고 다음 날 아침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 0600시부터는 원래 음반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사건 2812-엡실론의 발생 이후 SCP-2812-1의 영향 범위가 25%가량 확장되어 반경 ██km가 되었다. SCP-2812-1 후속 조사 요청이 들어와 등급 재분류 여부를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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