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이전 대기실 내부. 외부에서 들어온 햇살이 바닥을 내리비추고 있다.
일련번호: SCP-272-JP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272-JP는 예전에 있었던 폐극장에서 들어낸 뒤 현재 제81██기지 내 대형 물체 격리 구역에 보관 중이다. 실험 등의 목적으로 구역 내에 들어가는 경우 기본적으로는 무인 기기를 이용하기를 권고한다. 3등급 이상의 직원에게 허가를 받았다면 여성 인원이 진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남성 인원의 출입은 완전히 금지한다.
설명: SCP-272-JP는 ██████ 극장에 존재했던 극단원 대기실 바닥으로, 극장은 오카야마현 ██시에 위치해 있으며 이미 폐업한 상태다. 생식 활동이 가능하면서 동성애자가 아닌 남성이 바닥을 밟으면 SCP-272-JP의 변칙성이 발동한다.
변칙성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유카'라고 생각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징후를 보인 사람을 SCP-272-JP-1, '유카'를 SCP-272-JP-2로 지칭한다. SCP-272-JP-1만 볼 수 있는 이 여성은 어떤 인간이 인식하든 동일한 자세로 누워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술한 효과는 무인 기기 너머로 바닥을 보는 등 원격으로 진입한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으며, 문을 열어 놓았을 때는 SCP-272-JP 내에서 아무런 변칙성도 관찰할 수 없다. SCP-272-JP-1은 SCP-272-JP-2가 현실에 있다고 인식한 채로 바닥에 엎드린다. 그 뒤, 많은 사례에서 SCP-272-JP-2에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자기가 지켜주겠다고 말하거나, 끌어안는 듯한 거동을 취하거나, [편집됨] 같은 관계가 일정 수준 이상 진전된 연인에게 할 법한 행동을 다수 실시한다. 이전에 어떤 지시를 받았더라도, SCP-272-JP-1은 상기한 애정 행각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위를 마친 뒤 SCP-272-JP-1은 보이지 않는 SCP-272-JP-2의 인도를 받아 바깥쪽으로 향하는 행동을 취한다. SCP-272-JP-2에게 이끌린 SCP-272-JP-1은 SCP-272-JP-2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SCP-272-JP-1이 SCP-272-JP 안에서 데리고 나와진 경우라 할지라도, -1은 모든 건축물의 바닥면을 'SCP-272-JP-2와 이어지는 바닥'으로 보인다고 증언한다. 면담 시 SCP-272-JP-1은 바닥에서 SCP-272-JP-2를 인식하지 못했으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여기 있다'라고 일관되게 대답한다. 이 증상을 보인 SCP-272-JP-1이 건물 바닥에 누우면, 그 바닥 부분에는 무작위로 SCP-272-JP와 동일한 효과가 부여된다. 이후 -1은 SCP-272-JP에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 행동을 시작한다. 실험 결과, 행위 간격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밝혀졌다.
SCP-272-JP-1에게 기억소거제를 투여할 시 '유카'라는 이름은 잊게 만들 수 있지만,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서 바닥에 적극적으로 눕고 싶어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눕는 시점에서 그 효과는 이미 확산된 것이라 추측된다. 그러나 인간이 통상 바닥이라 인식하지 않는 곳에서 이 효과는 발생하지 않으며, 전파되지도 않는다고 생각된다.
SCP-272-JP에 노출된 인간은 최종적으로 SCP-272-JP 외의 대상에는 성적 흥분 및 욕구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기혼이거나 이미 연인이 있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이 성질을 성범죄자에게 사용해 재범을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를 계획했다. 피영향자는 평상시 윤리관이 결핍되며 자제심이 전혀 없어지고, 심지어 어떤 상황에서도 SCP-272-JP-2의 지시가 있다면 즉시 [편집됨]을 실행한다. 이 때문에 남성 인원을 SCP-272-JP에 노출시키는 일은 전면 금지되었다.
SCP-272-JP에 진입해 변칙성에 노출되고, 바닥에 누운 D계급 인원을 대상으로 무인 기기를 사용해 면담을 진행했다.
D-272-JP-1 대상 면담
D-272-JP-1은 바닥에 대고 사랑을 노래하면서 [편집됨] 중이다. 등 뒤로 들어온 무인 기기를 알아차리는 기색은 없다.
D-272-JP-1: 아아, 유카, 유카. 너무 좋아, 끝내주게 귀여워.
██ 박사: 저기, D-272-JP-1?
(눈치챈 기색이 없다. 행위는 계속되는 중이다.)
██ 박사: 어쩔 수 없구만. (무인기를 조종해 직접 D-272-JP-1에 부딪친다.)
D-272-JP-1: 아팟! (무인기를 보고 5초간 침묵) 방해하지 말라니까.
██ 박사: D-272-JP-1. 아직 일하는 중이다. 바보 같은 짓 좀 그만하고-
D-272-JP-1: 바보 같은 짓?! 웃기지 마, 나랑 유카가 사랑을 나누는 곳에 멋대로 끼어든 멍청이는 네놈들이잖냐!!
██ 박사: 어… (3초간 침묵) 에… 실례했네. 자네의 의견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음…. '그녀'가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을 뿐이야. 그러니까, 자네의 그 멋진 '연인' 말이지.
D-272-JP-1: (3초간 침묵) 아아 (황홀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그녀'는, '유카'는 멋진 사람이야. 무척이나 단아한데, 청초하고, 아름다워. 너도 보이지, 머리 꼭대기에서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모든 게 전부 완전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살결에 착 달라붙는 예쁜 순백의 드레스. 잘 꾸민 고급 악세사리. 거기에 이 투명한 하얀 피부까지. 그래. 오직 나만이 감싸줄 수 있어. 아아, 유카. 유카. (다시 행위를 계속하기 시작한다)
██ 박사: 엄… (5초간 침묵) 그, '유카'라는 이름은 그녀 자신이 댄 이름인가?
D-272-JP-1: 어 그래. 그렇고 말고. 예쁜 이름이야. 자아, 이제 됐지. 더 이상 방해하지 마. 유카도 그만해 달라잖아.
██ 박사: (5초간 침묵한 뒤 한숨을 내쉰다) 더 이상 뭘 물어봐도 헛수고일 거 같군. 면담은 종료한다.
<기록 종료>
이후 행위를 마친 D-272-JP-1은 구속해 SCP-272-JP-1로 지정, 제81██기지로 이송했다.
이송 직후 바깥으로 도망치려던 해당 D계급 인원(이하 SCP-272-JP-1로 지칭)을 확보, 재차 면담을 진행했다.
SCP-272-JP-1 대상 면담
(피험자는 성적으로 매우 흥분한 상태로 보이나 진정제는 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 규정 용량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SCP-272-JP-1: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그녀가 보이지 않아! 찾아야 돼! 유카가 혼자서 기다리고 있어! 아아, 눕게 해주기만 해줘도 되니까! 그녀랑, 그녀를 만져야 돼! 그녀가 날 부르고 있어! (구속당한 채로 날뛰고 있다)
██ 박사: 진정해. 나는 얘기를 듣고 싶은 거뿐이야.
SCP-272-JP-1: 마, 말하면, 말하면 풀어주는 거냐.
██ 박사: 보장은 못하지만 검토는 해보도록 하지.
SCP-272-JP-1: 아, 알겠어.
██ 박사: 좋군. 그럼 질문하지. '그녀'는 네 앞에서 사라진 건가?
SCP-272-JP-1: (절규) 사라진 게 아니야! 지금도 여기 있다고! 아아, 아아아아 놔줘. 유카를, 유카를 만져야 돼. 그녀는, 계계, 계속 저기 있어. 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여기 바닥 바로 앞에. 그러니 만져야만 해. 만져야. 만져 줘야만 된다고.
██ 박사: 그런가. 처음으로 접촉한 뒤로 '그녀'는 너한테 뭐라고 말했지?
SCP-272-JP-1: 구, 구원을 주겠다고 했어. 자기와 함께 말이야. 고독하고 혼자인 인간들을, 그런 쓸쓸함한테서 구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손을 마주 잡고! 우리는 사랑을 나누기만 하면 되는 거야!
██ 박사: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소리만 들리는 거지?
SCP-272-JP-1: 있어! 있다고!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 그녀가 말했어! 내 바로 옆에서, 귓가에. 이런 식으로 가깝게! "당신도 감싸줄 테니까"라고! "그러니 날 사랑해 줘", 그리고 "더 사랑해주면 좋겠어"라고도!
██ 박사: 그 말은 지금도 들리는 건가?
SCP-272-JP-1: 물론 들리지! 여기 와서 어서 나를 [편집됨]해달라고 하잖아! 이미 몇백 번은 들었어! 저 애가 기다리고 있어! 아아, 만나고 싶어. 유카와 만나고 싶어. 만지고 싶어. 그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다시 한 번 알고 싶어. 알고 싶다고. 이렇게 빌 테니까, 이거 좀 제발 떼어줘. 부탁이야. 질문에는 대답했잖아. 부탁한다니까. 부탁이라고!! (다시금 날뛰기 시작한다)
██ 박사: 안됐지만 그건 불가능해.
SCP-272-JP-1: [욕설]! 저 아이는, 어, 언, 언제나, 날 원하고 있어! 수줍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 박사: 그렇다고 여기서 또 [편집됨]하는 건 곤란한데.
<기록 종료>
SCP-272-JP-1은 기억소거 처리를 받고 다시 구속되었으나 '제발 눕게 해달라'고 빈번하게 간청했다. 어떤 이유든 SCP-272-JP-1의 구속을 푸는 것은 금지한다.
20██년 ██월 ██일, SCP-272-JP-1은 식사 시간 때 도주를 기도했다. 이후 SCP-272-JP-1은 기억소거 처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친 D계급 인원용 식당에서 '드디어 만났네, 유카'라고 속삭이며 바닥에 눕고는 [편집됨]하기 시작했다. 이때 식당 내에 있던 남성 인원 █명이 SCP-272-JP의 효과에 노출되었다.
부록: SCP-272-JP 발견 직후, 닳아 없어진 대본으로 추정되는 책자 5권이 대기실에서 발견되었다. 그중 4권은 해독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손상된 채였고, '편애'라는 제목이 붙은 책자에만 해독이 가능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 대본들은 다른 극장 및 극단 관계자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확인 극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편애' 대본 내에는 강조선을 그은 내용이 단 한 문장 남아 있었다. 그 문장은 아래와 같다.
[판독 불가능] 이런 곳 [판독 불가능]은…… [판독 불가능]다. 그러니.
유이카(結華): "……아, [판독 불가능] 씨……! 좀 더! 저는 어디에서든, 지금 바로 여기에서라도……!"
[판독 불가능]이라도, 참을 [판독 불가능]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