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시작]
<마이크 두드리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다 됐습니다, 감독관님. 이 인터프리터가 신기술이라서, 여사님이 항목 만들 때 키보드 쓸 필요가 없게 해 줍니다. 마이크에다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다 끝나면 돌아가서 오탈자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건 안 되겠는데. 시간이 없을 거야. 또 이건 영구히 남고 L3 이상만 접근할 수 있는 기록이어야 되고. 이 항목을 이후에 아무도 조작 못 하게 방지해 줄 수 있겠어?
어… 감독관님, 아무도요?
아무도, 그 누구도. 자네도 알잖아. 데이터베이스에 영원히 남을 딱 한 가지 항목이 필요하면 이걸로 해야지 뭐가 되지.
아… 제가 그래 하는 제일 적당한 기술 골라볼 만큼 끕이 높지가 않아서요. 게파트(Gephart)를 혹시 지금 포섭할 수 있을까 -
자네가 최종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어. 난 자네 능력을 믿어. 미룰 시간도 없고.
알았어요 알았어… 음 이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긴 한데 – 사실 변칙적 데이터 손상 방지용으로 디자인한 건데 감독관님 바라는 효과는 나올 거예요. 감독관님 바라신다면 항목 이 섹션을 한번 쓰기만 되게 만들어서 데이터베이스 런타임에 이어붙일 순 있습니다. 그런데 이래 하면 어떻게든 편집은 불가능해져요. 말씀 잘못 하시면 정정만 하고 계속하셔야 됩니다.
아주 좋아, 그렇게 하지. 다행히 내가 받아쓰기 시키는 건 세계구급이라.
감독관님 생각하시는 정도 보안 구축하려면 자격증명 토큰 빌려주셔야 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지금, 잠시만요.
됐다. 제대로 뭐 다 됐네.
자네가 도움이 많이 됐어. 이걸로 충분해. 자네 안전을 생각해서, 기억소거 처리를 가능한 한 빨리, 오늘 아침을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받는 걸 명령하지. 이해하겠어?
아, 음. 예.
좋아. 하루이틀 안 돼서 강화 심문을 받게 될 거야. 자네가 지금 일에 아무 기억이 없다면 훨씬 더 쉽겠지.
이이이런. 이런 세상에.
자네 충성심에 말 그대로 토큰 같은 걸 선물해야겠는데, 자격증명은 자네가 보유해 주지 않겠어? 난 필요가 없을 거야. 자네가 빨리 움직여 주기만 하면 증명 폐기되고 자네 구금되기 전에 좋은 데 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거야.
ㅇ-예, 가-감독관님.
이제 가. 자네는 앞으로 꽃길로만 다닐 수 있다 생각해. 우리 다시 이야기할 일은 없겠지.
고맙습니다 감독관님. 계십시오.
<문 여는 소리>
<문 닫는 소리>
<긴 한숨 소리>
내 이름은 미리엄 프레이더(Miriam Prayther). 77년 동안 O5-7로 있었다.
아마도 7분 정도 더 있을 것 같은데, 나 혼자 특수 격리 절차 고안하기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그건 당신에게 맡긴다.
O5로 있는 동안 나는 생명을 회복하는 변칙적 수단 열아홉 가지를 목격했다. 그 장치며 독립체들은 굉장히 모습이 다양하지만, 과학 마법 설라무네 다 차치하고 보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 넓지만 간단한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복제다. 복제나 모형, 아님 다른 방식으로 대상자의 정신과 육체를 생의 어느 순간의 모습처럼 재현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시간 역행이다. 대상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시공간 경로를 역행시켜서 사건을 말 그대로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대상자가 다시 기능할 수 있게 복구하는 방식이다.
두 범주에는 결정적 공통점이 있다. 복구한 인원은 죽음에 대한 기억도 경험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 다르게 말하면, 인류가 240만 년이나 짐작을 거듭했는데도 재단 기록에는 우리가 죽은 이후에 일어날 일이 뭔지 믿을 만한 체험기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보를 얻을 다른 소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사건에 비추어 보기로는 지금까지 몇 년을 우리가 심문했던 SCP들에게 무지나 기만의 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말하겠지만, 우리는 예외 하나를 발명해 냈다.
여섯 달 전에 우리는 로저 셸던(Roger Sheldon), 전 O5-11을 새로운 절차를 거쳐 부활시켰다. 이론적 기초작업은 얼마 됐을 때부터 있었지만, 무지막지한 이유들, 과정의 복잡함과 필요한 기술력이며 전신에 끼칠 만한 위험, 물론 그 막대한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해서 정말 절박하게 필요해야지만 시도에 정당성이 살 수 있었다.
일흔세 살이면 로저는 사망 당시 가장 젊은 감독관이었다. 로저한테는 O5로서는 특이한 두 가지 습관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 나머지 중에도 아주 조금만 용인했고, 지금은 아예 금지됐다. 첫째는 우리들 말로 일명 강화하기를 완고하게 거부하는 것, 즉 우리 신분에서 이용가능한 보충제로 생명력을 향상시키기를 싫어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아무 고지 없이 완전히 혼자서 휴가 가기를 즐기는 것이었다. 18년 전에 뇌졸중으로 거꾸러진 곳도 에스파뇰라(Española) 섬 바다이구아나 보금자리 위에 있는 바위곶 바로 위였다.
유해를 찾는 데 14년이 걸렸다. 웬만했으면 그렇게 오래 찾아다니지는 않았겠지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로저는 어떤 열쇠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더 말은 안 하겠는데 도저히 잃어서는 안 될 뭔가였다. 그리고 머릿속에 비밀 정보가 있었던 이상, 그 자리를 채울 누군가가 정말로 없었다.
갈라파고스에서 번갈아 나오는 비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아마 매도) 때문에 로저는 썩어가는 뼛조각들과 딴딴한 근육으로만 남아 있었다. 회수팀은 남은 유해를 가능한 한 많이 그러모으려고 빗자루와 가방을 사용했다. 유품을 회수하자 안심이 되었지만 그 다음에 정확히 로저 것인 물질들을 추출하는 작업 때문에 아주들 기가 죽어버렸다. 작업할 원재료가 너무 적어서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복구법들 중에 무엇 하나 쓸 만한 게 없었다.
말하기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사용한 방법들은 기록 어느 하나도 곧 있을 숙청 작업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그냥 이렇게만 말해둔다. 우리는 이산가족이 다 된 유해들을 그러모으고, 우리는 로저의 양자적 근사품을 물리적, 화학적, 전기적 방법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고, 잠시나마 심장이 다시 고동치고 시냅스가 다시 활동하고 입이 다시 움직일 만큼만이라도 정확도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로저한테 필요한 정보는 메기 눈물만큼밖에 안 됐던 만큼, 우리는 많아야 그걸 얻어낼 만큼만 로저가 살아주고 바로 다시 스러지는 정도를 기대할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늘상 그랬듯이, 우리는 자신을 능가해 버렸다. 왕의 말, 신하 다 힘을 쓰면, 물론 다시 돌려 둘 수 있다네.
로저는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자기의… 고치를 뜯고 나온 모습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것보다 조금 더 젊고 건강해 보였다. 로저는 얼마간 걷잡을 수 없게 울면서 아무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다가, 반 시간쯤 지나서 진정하면서 표정이 갑자기 완전히 평온해지고,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히 기뻐하는 뜻일 두 마디를 내뱉었다. 로저는 즉시 심문을 받았지만 질문의 대답에는 솔직함과 열의와 틀림없는 안심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30일 동안 로저를 격리실에 격리해 두었다. 로저는 반대하는 뜻 없이 완전히 협조했다. 행동은 우리가 같은 상황에서 할 법한 행동뿐이었고, 결국 가벼운 토론 끝에 우리는 만장일치로 로저를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어쨌거나 우리가 로저를 재생성했으니, 각자 그때 그대로를 상상하지 않았겠어? 우리의 그런 자만심에 로저는 탁월하게 활기찬 모습으로 업무를 재개하는 모습으로, 지난때보다 훨씬 더 깊은 통찰과 지혜를 끊임없이 보여주며 보답했다.
특히 우리는 로저가 바꾸게 된 몇 가지 습관을 환영했다. 우리 나머지가 허락하자마자 로저는 처음으로 통상 강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경호원을 수행원으로 임명하여 멀지않은 곳에 자리하게 했다. 일전에 동료애가 장점이었던 적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격리 규약의 안전성, 재단 직원의 의료 혜택 등에 새로운 관심을, 또 D계급이 희생되는 데 엄청난 불쾌함을 보이게 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서도 우리가 딱히 두려운 행동으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야만 했지.
말하겠지만 로저는 가장 중요한 뭔가를 모두에게 숨기고 있었다. 처음엔. 자연스런 일이지만 최초 심문에서 우리는 사후세계의 기억이나 경험이 있는지 로저에게 물었다. 로저는 다른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처럼 기억나는 게 없다고 주장했고, 거짓말 탐지기도 이 말을 잡아내지 못했다.
두 달인가 전에 로저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자기가 없는 동안 우리가 생명을 무한히 지속할 수 있는 물건을 - 이 "물건"이란 말이 우리 선에서 그럴 때 쓰는 말은 아니란 점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될 것 같고 – 어쨌든 그런 걸 아무거나 획득했는지 물었다.
숨막히게 오래 사는 기술이 우리 권능이 됐음을 알면 듣고 놀라겠지만, 불멸은 우리 권능이 되지 못했다. 재단 최고 이론가조차도 최근에 절대 달성 못 할 일이라고 상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룰 수 있는 부활마저도, 심지어 로저의 사례까지도, 한두 번을 넘어 반복할 수는 없었다. 지각 있는 생명이란 양자적 불확정성과 뒤얽혀 있는 것이 필연이다. 입자의 위치를 완전히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면, 운동량은 무한히 불확실해져 찰나의 순간에 놓쳐버리게 된다. 이 사실 그대로, 의식이 더 오래, 더 단단히 어떤 특정한 병 속에 붙들려 있을수록, 돌이킬 수 없을 만치 스스로 흩어질 가능성은 더 커질 따름이다. 과학 마법 설라무네 다 차치하고 말하자면, 당신, 당신 자식, 당신 손자 증손 현손 모두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고, 계속 죽어 있게 된다. 이 정리를 듣고 로저가 실망하는 모습은 눈에 빤하게 보였고, 그 반응에 나는 잠깐 동안 불편해졌다.
일주일이 안 지나서 O5-2가 심각한 규약 위반사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로저, 그때로서는 O5-11이, 격리 중인 APE하고 직접 접촉을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글 보는 L-3들한테 부연해 주자면 APE SCP란 Apex-tier Pluripotent Entities, 정점급 다능성(多能性) 개체를 지칭한다. 완곡어법은 잘 잡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음지에서 초기조사를 시작했다. 로저는 자기 자취를 영리하게도 감추고 있었다. 어느 기록에도 경고표시도, 접촉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SCP 경비원 하나가 무작위 기억소거제 테스트에서 걸려버렸고 (당사자는 어쩔 줄을 몰라했지), 이 결과는 우리 탐지견을 풀어놓을 흔적으로서 충분했다.
실증할 순 없었지만 우리는 로저가 그 SCP에 노출되어서 모종의 거래를 제안했으리라고 상상했다. 더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오랜 동료로서 현 O5-2와 내가 로저와 개인적으로 얼굴을 맞댔다. 그러나 로저는 우리 둘의 허를 찔러서, 모든 것을 고백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혹시 몰라서 내가 그 항변들을 남몰래 녹음해 뒀는데, 내가 그냥 재생을 해 두면 가장 간단할 것 같다.
"처음엔 차마 말하지를 못하겠었습니다. 당장 격리하고 영영 꺼내주지 않았을 테죠. 사실, 전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깊은 잠처럼 달콤한 망각이 기다리리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하루도 채 안 되었지 싶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저는 꿈같은 의식 속에서 제 죽어버린 몸에 다시 깃들었습니다. 자비롭게도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아무 감각 없이, 눈멀고 귀먹고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신경 하나하나가 다시 이어지는 듯하면서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그럴 때보다 훨씬 더요. 요지부동으로 고정된 물체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고, 몸부림은 그 세기를 더해갔습니다. 처음엔 미묘하게, 나중엔 격심하게, 그 다음엔 고문처럼. 완전히 설명하진 못하겠는데 – 누가 숨을 못 쉬도록 한다고 상상해 보면 – 숨쉬려는 욕구를 넘어서, 고통을 넘어서, 절망을 넘어서 – 머리가 깨지는 맛에 눈까지 튀어나오도록 – 그렇게 질식해서는 그 꿈이 끝없이 이어진달까요.
"피부가 부풀어 햇볕 아래에서 터졌습니다. 물것들이 살을 먹으러 데꺽 내려앉았죠. 알을 까는 것, 애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제 안에서 가스가 만들어져 터지는 것, 세포 저마다가 파열되는 것, 간질액이 썩어 까매지는 것, 그 모두를 저는 느꼈습니다. 왜인지 그 느낌들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생겨 있었죠. 대뇌가 흩어져 먹히는 것마저 강렬하게 느껴지는 순간에조차, 제 지각은 확장되어 새들의 모래주머니 속이며 불개미굴 깊이까지 뻗쳐 있었습니다. 손톱 하나하나와 바람에 날려간 머리카락 한 가닥마저도 느껴지고 – 감각은 이네들에도 달라붙어서 바다 한가운데 내려앉아 수조 개 돌말들이 녹일 때조차 여전했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 자신의 조각들이 더 많이 흩어질수록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커졌으니까요. 살아 있는 신경세포가 구별 못할 만큼 작은 조각으로 썩어들고 나면서 불편함이 다른 성격으로 바뀌었는데 – 이 원래 사람이 느끼는 데 해당할 타들고 아프고 부서지는 느낌에서 – 정말 완전히 설명을 못하도록 더 나빠졌습니다. 나 자신의 모든 부분이 끔찍하게, 미칠 만큼으로 부분 각자가 각자에서 뜯겨 나간달까요. 사람은 종종 살면서 만성 통증에도 무감각해지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매년 매월 매초마다 – 맹세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거세지기뿐이 없었습니다.
"전에 살아 있을 때, 천국과 지옥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 보면서 내가 둘 중 하나를, 아니면 그 중간의 뭔가를 살아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 기억이 나군요. 그때 상상해 본 천국의 무기력함과 지옥의 고문만큼이나 이건, 그만큼이나 그 둘하고 완전하게 달랐습니다. 적어도 지옥에는 고문을 집행하는 자가 있고, 내 행위를 기억해줄 것들이 있고, 정의라는 개념이 있죠. 내 영혼이 그 논리를 거부할지언정. 나 같은 위치에 있던 사람은 지옥에서 얼마나 평안함을 느꼈을지 눈에 훤히 다가옵니다.
"이것이 처벌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의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우리의 조건, 우리가 마주할 성질이라 깊게 추측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그 모든 시간 동안 저는 확실히, 절대로, 완전히 혼자였고, 오래 안 돼서 내 생의 모든 기억이 한 줌 재로 쪼그라져 끝 모를 괴로움 속으로 사그라들었죠. 다시 살아나니 가장 나쁜 경험이 뭐였는지 기억도 잘 못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제 뇌는 그런 경험 생각하기에 너무 작은가 봐요.
"감독관으로서 우리는 원대한 고통들을 목격하고 안기고 감내해 왔습니다. 그랬는데도 우리 앞에 기다리는 것은 모두보다 더한 것, 귓병보다 벌 독침이 더한 것처럼, 햇볕에 타기보다 동상이 더한 것처럼 그런 게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18년 동안 죽어 있었고, 그 고통을 말로 풀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감히 오래 전 사망한 이들에게 유래한 고통의 군단을 모두 통틀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가늠하려 시도조차 할 수 있겠습니까?
"확실히 말합니다. 저는 저 마구니 같은 존재 속으로 절대 안 돌아갑니다. 백 년이 지나도, 영원히. 네, 저 아흐리만(Ahriman)에게 접근해서 도움 요청했습니다. 바라기만 해 준다면 우리 모두를 품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재단이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양보들, 심지어 아마도 풀어주는 것까지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웃고는 거절하더군요. 그래도 전 – 전 더 작은 규모로 거래하려는 다른 사람 생각이 납니다. 그 값어치는 크기가 아마 – 아니다. 견줄 바가 없죠. 뭐라도 다 낫습니다, 영원할작시면.
"믿어주겠습니까? 저랑 뜻을 같이해서 함께 이 운명에서 벗어나 주겠어요? 제발!"
우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동정심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두려워졌다. 심장이 그렇게 뛰었던 게 또 언제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고백이라면 숙고할 수 있도록 평의회까지 안건을 가져가야 했다. 로저는 평의회가 모인 자리에서 자기가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려했지만, 동시에 분명히 어떤 행동이라도 취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가 설득한 끝에 즉시 긴급 원격화상회를 열기로 되었다. 그보다 덜한 행동은 배반처럼 되어버릴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우리 세 명이 회의실 알파로 달려가면서, 갑자기 마음속에 이런 미묘한 마음이 자라나는 것 -
그리고 로저는 다시 증언을 시작했다. 앞에 말한 것만큼 솔직하고 장황한 이야기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서 펼쳐진 토론? 그런 토론은 평생 겪어보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주로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차분하고, 우려하고, 생각에 잠긴 반응들. 그러다가, 증언을 들으면서 점점 더 얼굴이 창백해지던 O5-8이, 갑자기 열렬하게 행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녀가 요구했다. "인간의 죽음을 케테르급 SCP로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격리해야 해요."
이 불합리한 요구는 물론 대소동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로저에겐 자기 자신을 동맹군 삼을 계기가 됐고, 기운을 북돋우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겪은 영원한 고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더더욱 어두운 구석들을 더해 말했다. 내가 다시 말 못할 이미지들. 내가 생각조차 다시 못할 감각들.
머리가… 어지럽다.
언제나 온건파였던 O5-2가 휴회하고 각자 마음을 가라앉히자고 제안했지만 갑자기 –3이 말을 끊고는 우리 서로와 다른 사람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위험한 SCP들을 즉시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하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O5-6이 재청하고 투표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13이 갑자기 발작성 공황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응급의료원에게 진찰을 받다가 피드가 갑자기 끊어져 나갔다. 말싸움이 썰렁하게 되어버리자 내 생각에 –10이었는데 누가 또 설득을 시작했다. 아! 믿음이 바로 열쇠였던가? 나 —
난 —
아…
… 아직 괜찮다.
여하간 –10은 책상에다 신발을 내리치기 시작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기로 우리가 아스트라한 샘에서 지중해까지 이르는 수로를 파서 인류 전부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갈데까지 갔다. 갑자기 O5-1이 모두 입을 다물라 하고 붉어진 얼굴로 떨면서 일어섰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O5-11의 경험이 얼마나 사실인지 다 제쳐두고 우리가 모두 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단 건 분명해 보이군요. 사태를 설명할 방법은 딱 한 가지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긴급 규약 17의 발동을 선언합니다. 모두 그 자리에 머무르십시오. 우리는 모두 A등급 기억소거를 받습니다. 로저, 자네는 제외하지. 우리는 자네를 격리에서 풀어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고, 이제 그 실수를 바로잡을 거야."
O5-1이 이사 보좌관에게 행동을 지시했지만 이 지시로 –2와 –11과 내가 있던 회의실 문이 걸어잠기기 전에 로저는 벌써 문을 열고 뛰쳐나가 있었다. 내가 로저를 곧장 따라가다 쾅 닫혀버린 격벽에 찡길 뻔했다. 그저 로저를 막고 싶었을 뿐 – 그렇게 생각하는데 – 그리고 나도 안전실 밖으로 나왔는데 벌써 로저는 보이지 않았다.
천치같이! 이제 그네들한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돌아가고 싶다는 것도 알지 못하게 됐는데, 내가 얼마나 저쪽 방에 벌써 퍼져나갔을 빨간색 가스가 마시고 싶어졌는데. 한순간 판단을 개같이 했더니 내 운명이 정해져버렸어. 그리고 그 정해진 운명을 안 이상 -
내가 무엇을 했느냐고? 도우미 프런트로 달려갔지.
참 도움 됐겠지? 내 이 마지막 행동한테.
내가 내 딸 사랑해줄 만큼만이나 난 재단을 사랑한다. 인류의 안전과 보호 때문에 하는 일이다. 그래서 간청한다. 이 – 진리 –를 지우고 잊어버릴 수는 없어. 이건 격리가 아니야. 정신이상이지.
돌려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
너무 무서워. 내가 왜 이러지? 나는 —
<문 부서져 열리는 소리>
<세 곳에서 나오는 자동총격 소리>
클리어!
클리어!
클리어. 엿먹을 일일세. 병장, 오스카(Oscar)를 담도록. 아직 하나 남았다.
또 뭐야? 전문가, 설명하도록.
사령관님! AR-II 구내에서 케테르 격리실패가 일어났다는 보고입니다.
아, 병신같이! 배반자 오스카 둘도 모자라서 늙은이까지 탈주라고? 아주 엿으로 샌드위치 만드네요, 사령관님!
병장, 지방방송 끄도록.
잠시만요, 사령관님. 일공육 탈주는 아니라고 합니다만. 잠깐만 자세히 - 다시 말해 주십시오 - 거꾸로랍니다. 다른 오스카가, 이게 — 들어갔습니다, 사령관님. 오히려 들어갔어요.
시발 뭐 하는 짓거리야!
직접 목격했다고 합니다, 사령관님. 절차에 따르면 이럴 때는 —
작전 중 사망. 다 안다, 전문가. 그럼 이제 여길 정리하지.
사령관님? 이 오스카한테 녹음장비가 있습니다. 아직 구동 중입니다.
세상에 또 무슨 — 병장, 당장 종료해! 빨리 종료하라고! 전문가, 빨리 청각재해팀 연락해서 이쪽으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