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니니산의 합성 개구 레이더 이미지. A3형 인식재해 프로토콜에 따라 SCP-2474 가림
일련번호: SCP-2474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디바인유니티Divine Unity 3 우주정거장에서 송신하는 모든 전자통신 내용은 SCP-2474가 영향을 끼친 흔적이 있는지 감시한다. 국제 우주기관이나 비영리 컨소시엄, 행성간사업 사기업 들이 금성 인근에서 벌이는 모든 행위들, 특히 금성 북반구 관련 데이터를 만들어낼 만한 행동들은 SCP-2474를 조우할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SCP-2474에 노출되었다고 헤아려지는 모든 인물은 지정번호 A3형 프로토콜에 의거해 격리 처리한다. SCP-2474에게 노출된 연구대상 및 인원과 접촉하는 작업은 마누 13 시스템만이 일체 담당한다.
뉴샴발라(New Shambhala) 식민화 원정대가 SCP-2474에 노출될 위험이 높으므로, 기동특무부대 로-19 ("키티라인Cythereans") 대원들을 금성 대기에 완전한 작전기지를 건설하는 목적으로 파견되는 전문가 그룹 "최초 1000인" 중에 배치하였다. MTF 로-19는 2153년 3월 원정대가 도착하는 대로 SCP-2474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20세기 후반에 리처드 시모니스 박사가 발송한 SCP-2474 관련 내용을 담은 모든 발송물은 당대 기록에서 전부 말소하였다.
설명: SCP-2474는 금성의 이슈타르 대륙(Ishtar Terra)에 위치한 순상화산 이르니니산(Irnini Mons) 정상에 있는 인공 복합구조물로, 현란한 기하학적 모양을 띠고 있다. SCP-2474의 조성을 지금으로서는 밝혀낼 수 없으나, 관찰 결과 SCP-2474를 이루는 물질은 금성 표면에 대량 존재하는 물질은 아니라고 보인다. SCP-2474를 이루는 구조물의 높이는 평균 6.8 m이며, 2.6 m ~ 18.3 m 안에서 변동이 있다. 해당 변칙개체는 넓이가 대략 30 km2에 이르며, 이르니니산의 최상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설명 절취함
SCP-2474는 지정번호 A3형 (간접관찰) 인식재해 개체이다. 해당 변칙개체에 노출된 알려진 사례 중 최초의 인물은, 1992년 현재 해체된 미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한 마젤란Magellan 금성탐사임무의 지지학 수석자문위원이었던 리처드 시모니스(Richard Simonis) 박사이다. SCP-2474는 마젤란의 임무 중 탐색 사이클Mapping Cycle 3 기간에 시모니스 박사가 합성 개구 레이더를 이용하여 처음 발견하였다. 이후 다시 금성 표면을 레이더 탐색하면서 SCP-2474의 존재를 재확인하였다.
SCP-2474는 해당 개체 관련 자세한 설명을 읽거나 사진기록을 보는 등, 간접 방식으로 해당 변칙개체를 관찰하는 인간에게 현저한 신경학적 및 심리적 영향을 끼친다. 사건 2474.1에서 나타나듯이 이 영향은 유형과 정도가 각자 다를 수 있다.
SCP-2474에는 지금까지 기록된 적 없는 종의 독립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독립체의 정확한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 사건 2474.1 및 이어진 일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해당 독립체들은 추후 통지 시까지 적대적 개체로 추정한다.
사건 2474.1 당시의 기록과 GoI-004B에게서 압수한 보관문서에 근거하여, SCP-2474를 이루는 구조물들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이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외계행성을 탐사할 만한 기술이 발전하기 최소 150년 전에 SCP-2474를 어떻게 건설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부록 2474.1 - 초기 격리
마젤란 임무 당시 시각데이터를 담당하던 시모니스 박사가 해당 변칙개체를 레이더 데이터를 금성 표면 지도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일으킨 결과라고 오인한 덕분에, SCP-2474는 재단이 격리할 때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SCP-2474의 시각적 증거는 금성 표면 지도의 그래픽 오류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모두 지워졌다.
사건 2474.1 이후 시모니스 박사의 개인 기록들을 재단이 압수하였으며, 연구진이 이들을 검토하였다. 서류를 분석한 결과, 시모니스 박사는 SCP-2474를 발견하고 항공우주산업체에서 몇 년을 더 일하다가 USA-88 GPS 위성 발사 임무에 참여하던 중 돌연 사직하였다. 당시 시모니스 박사의 개인 편지에서는 박사의 성격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며, 인원 파일에서는 불특정하게 변덕스러운 행동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SCP-2474에 노출된 것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
시모니스 박사 관련 기록에서 나타나는 바로는, 박사는 1995년 이혼하였으며 그 해 말 미시간 주 시골에 땅 몇 에이커를 구입하였다. 땅을 산 뒤에 나온 시모니스 박사와 관련 있는 기록은 여러 출판사 및 인터넷문학 서비스업체에 보낸 편지뿐이다. 이 기간 동안 시모니스 박사는 《임계선과 열아홉과 그 위로The Threshold and the Nineteen and On》라는 제목을 단 짧은 이야기를 출판하려고 연거푸 시도했으나, 수취인들에게 한 곳도 빠짐없이 거부당했다. 시모니스 박사는 해당 이야기를 여러 전자매체에 몇 번 자가출판한 바 있다. 이를 시모니스 박사 이외에 다른 인물이 읽었다는 증거는 없다. 현재 《임계선과 열아홉과 그 위로》에 접근하는 행위 일체는 A3형 프로토콜에 따라 마누 13만이 실시할 수 있다.
시모니스 박사는 2037년 자신의 법정상속인에게 재산을 양도하라는 군 고위공무원급 요청이 들어온 이후에 미시간 주 필수기록관리국의 사망 선고를 받았다. 시모니스 박사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실리지 않았으며, 박사의 유해는 생전의 미시간 스쿨크래프트(Schoolcraft) 군의 거주지 및 그 근방을 조사하였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부록 2474.2 - 사건 2474.1
사건 보고서
날짜: 2142년 11월 23일
관련 변칙개체: SCP-2474
사상자: 부상자 이하 6명
- 수석연구원 승재림(Seung Jae Rim)
- 연구원 옌스 할보르센(Jens Halvorsen)
- 연구원 안잘리 만나바(Anjali Mannava)
- 연구원 제이컵 펜턴(Jacob Fenton)
- 기사[技士] 레오나드 그리보스키(Leonard Gryboski)
- 기사 이시이 키에몬(Ishii Kiemon)
재산피해: N/A
사건 요약: 최근 금성 저궤도에서 진행 중인 하빈저Harbinger 3 비밀위성임무에서 얻은 이미지를 분석하던 연구팀이, 금성 북반구에 있는 변칙성이 추정되는 구조물을 담은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마주치게 되었다. 최초 SCP 분류 보고서를 제출하고 약 3시간 뒤, 연구팀의 모든 인원이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승 수석은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었으며, 펜턴 연구원과 이시이 기사는 환각 및 환청을 겪고 있다고 알렸다. 나머지 인원들은 강렬한 느낌을 받거나 생각이 머릿속을 침입해 오는 현상들이 나타난다고 알렸다. 모든 인원은 긴급 인식재해 대응절차에 따라 즉시 격리 처리되었다.
대응: SCP-2474는 공식 분류번호를 지정받았으며, 지정번호 A3형 인식재해 개체로 인정되었다. 승 수석은 영구 식물인간 상태로 진단받아 장기집중치료시설로 옮겨졌다. 펜턴 연구원과 이시이 기사는 변칙현상을 통제할 목적으로 진정제와 향정신병약을 투여 중이다. 모든 직원들은 A3형 격리처리 종료 이후 치료 및 상담이 필요할지 현재 평가 중이다.
부록 2474.3 - 연구기록 2474.17: 직원 관찰
서문: SCP-2474의 영향을 받은 연구 직원들은 변칙개체에 노출되면서 SCP-2474의 자리에 거주하는 듯한, 정체가 아직 불확실한 개체 종족과 불명의 관계를 형성한 듯 보인다. 해당 개체들의 정체는 아직까지 규명 시도 중이다.
SCP-2474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목적으로, 해당 변칙개체의 인식재해 효과에 면역이 있다고 입증된 마누 13(Manu Thirteen) 인공지능 시스템이 사건 2474.1 당시의 직원들과 2143년 1월 8일부터 같은 해 3월 17일까지 면담을 실시하였다. 개인 및 단체 면담 여러 차례가 SCP-2474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실시되었다. 이하는 SCP-2474의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 면담기록을 가려 뽑은 자료이다. 면담기록 일부는 잠재적 인식재해를 제거할 목적으로 마누 13이 변경하였으며, 해당 지점은 모두 글에 표시하였다.
마누 13: 당신의 의식과 성질이 전혀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밀려온다고 말씀했습니다, 안잘리. 그 생각들을 더 자세해 묘사해 줄 수 있나요?
만나바 연구원: 그 홀로그램 그거 해주면 안 돼? 빈 방에다 대고 말하기는 싫은데.
마누 13: 알겠어요, 안잘리. [마누 13이 책상 맞은편 의자에 앉은 홀로그램 아바타를 띄운다] 그 생각들을 더 자세해 묘사해 줄 수 있나요?
만나바 연구원: 그게… 그게 딱 떨어지게 정리가 안 돼. 이미지, 분명한 문구, 그런 어떤 특정한 거랑 전부 다른 거야. 그런 게 전부 다 뒤죽박죽해서 섞였는데, 내가 그것들을 제어 못 하는 것 같은 느낌. 이해 돼?
마누 13: 아니요.
만나바 연구원: 아 그래, 음…
마누 13: 농담입니다. 네. 계속 말씀하세요.
만나바 연구원: …어쨌거나 이건 감각들의 무더기 같은 거였는데, 아님 감각들의 기억일 수도 있고, 그 안에 조금 말[言語]도 있기는 했어. 뭐랄까 내가 인식하는 느낌이, 얼굴에는 강렬하게 열이 느껴지는데, 평행선 두 개 사이의 거리가 생각나면서, 그 주변에 "푸무foomu"라는 말이 울려퍼지는 느낌이야.
[만나바 연구원이 멈춘다]
만나바 연구원: 압도적이었어. 그 일 동안에 머릿속에서 다른 게 생각이 안 나더라고. 무섭다는 기분도, 내가 지금 어떤 식으로 침범당한다는 생각도 안 든다니까. 그리고 더 이상한 게 뭔지 알아?
마누 13: 더 이상한 게 뭐죠?
만나바 연구원: 돌이켜보면 이게… 이게 내가 기억할 땐 다시 안 일어나는데, 뭔가 똑같은 것들이 계속 느껴져. 아니 느끼는 건 아닌데 느낌처럼, 방금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것 같이.
마누 13: 이상하군요. 그리보스키랑 할보르센이 묘사한 것과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만나바 연구원: 이제… 이제 달라지고 있어. 그거에 대해 얘기하는 거. 이건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좌절감도 들어. 거의 다 기억났는데 완전히는 안 그런 것처럼.
마누 13: 이상하군요. 그리보스키랑 할보르센이 묘사한 것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마누 13: 이미지들은 이제 멈췄나요?
이시이 기사: 너네는 생각하는 게 다 그런 식이야? 프로그래밍 에러고 너는 다르게 인지한다 그 말이지?
마누 13: 무슨 말씀이죠?
이시이 기사: 아직도 거기 있어. 벽을 쳐다보면 좀 흐릿해지는가 하는데, 눈 감으면 또 아주 맑아져서 나타나.
마누 13: 또 그 하얀색 얼굴 이미지 말씀이시군요.
이시이 기사: 약이 들어가면 흐려져. 내 정신도 흐리해지지만 그 얼굴도 흐려지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질 안 한다 이 말이야. 조그만 이득이지.
마누 13: 분석팀은 저한테 그 이미지가 실제 얼굴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알아보려다 보니 당신의 정신이 그걸 얼굴 모양으로 재구성했을 뿐이고요.
이시이 기사: 분석팀이랑 너랑 다 입 싸물어. 내가 뭘 보는지는 내가 다 알아. 내가 검은 빛가닥 같은 건데 내가 집중하면 바람 소리 나는 거랑 그냥 얼굴이랑 둘이 차이점을 모를 거 같냐고.
마누 13: 저한테 수면제 추가 처방을 요청하실 건가요? 당신의 과민도가 기준치보다 약간 높습니다.
이시이 기사: 쓸데없는 소릴. 그 이미지들 내 꿈에까지 그대로 박혀 있다고.
마누 13: 그렇다면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이시이 기사: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마누 13: 그럴 경우에 보이는 게 별개의 독립체, 생명체 같은 것이라 생각하나요?
이시이 기사: "별개의"라니. 그런 거랑 아주 다른 거야. 전체의 작은 부분인데, 전체가 또 한 개로 되어 있지가 않아. 우리가 아는 그런 생명하고는 달라.
마누 13: 다른 사람들이 환각에 이어지는 특정한 감정들을 묘사한 바 있습니다. 당신한테도 해당사항이 있나요?
이시이 기사: 나는 희망이 느껴져. 희망이지만, 뭔가 다른 것의 희망. 뭔가 내가 아닌 거한테서 나오는. 그래서 난 불안해져.
할보르센 연구원: 이거 동시에 하는 거 내키지는 않는데.
마누 13: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제이콥의 증상은 현저하게 누그러집니다. 이건 SCP-2474를 더 속속들이 이해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실이에요.
할보르센 연구원: 아 그래, 그거야 알지. 그냥 내키지가 않는다고. 섬뜩함이 올라오고 있어.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누가 내 뒤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누 13: 제가 존재하는 것이 그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할보르센 연구원: 아니, 그거하고 달라. 그건 심리적이고. 이건 느낌이 아예 물리적이라고.
펜턴 연구원: [알 수 없는 곡조를 웅얼웅얼] 감마 분의 파이 브래킷 세타 프라임… 십오점 팔삼팔 분의 파이 브래킷 세타 프라임… 십오점 팔삼팔의 팔승 분의 파이 브래킷 세타 프라임…
마누 13: 제이콥이 이만큼이나 말뜻이 있는 말을 하는 건 최초 사건 이후로 처음인데요.
할보르센 연구원: 말뜻 있는 말 아니야. 더구나 수학도 아니고.
[펜턴 연구원의 웅얼거림이 방 안에 계속 깔린다]
마누 13: 말뜻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죠. 수학은 저한테 맡겨요, 옌스. [웃음]
할보르센 연구원: 그래, 일리 있는 말씀이구만. 제이콥. 제이콥, 나야 옌스, 나 알아보겠어?
펜턴 연구원: [격렬하게 움찔했다가, 다시 웅얼웅얼] 파이 브래킷 분의 파이 브래킷 세타 프라임은 삼… 파이 브래킷 분의 파이 브래킷 세타 프라임은 이…
마누 13: 제이콥이 세 시간을 연이어서 비실재 자극 회피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특기할 만한 출발이네요.
할보르센 연구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 뭐지 갑자기 온통 밝아졌어, 잠깐만, 이제 할 말은-
펜턴 연구원: 일… 일 이 일… 일 삼 일 이…
할보르센 연구원: …그래, 저거. 그리고 그 다음은 "세타 프라임 분의 일 삼 일" 나올 거야.
펜턴 연구원: 일 사 일 이… 세타 프라임 분의 일 삼 일… 파이 분의 일 삼 일…
마누 13: 흥미진진하네요.
할보르센 연구원: 난 그런 말 못 쓰겠는데.
마누 13: 이번에도 그룹 대표해서 말씀하시겠나요, 안잘리?
만나바 연구원: 그래.
마누 13: 당신이 그룹을 대표해서 말씀합니다, 안잘리. 지난번처럼 여러분들은 사건 당시 체감한 영향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시면 돼요. 그리고 지난번처럼 안잘리는 생각하는 중에 생겨나는 공통점들을 묘사하면 됩니다.
그리보스키 기사: 로져.
[47초 침묵]
만나바 연구원: 고작 20분 전에 일어난 일 같은 느낌이야. 정말 말이 돼?
[이시이 기사와 그리보스키 기사의 동의하는 끄덕임]
만나바 연구원: 그런데 우리가 대기실에서 실험 시작하길 기다리는 게 아니야. 뭔가 다른 걸 하고 있어.
[잠깐 멈춤]
만나바 연구원: 우리가… 일종의 원형으로 모여 있어, 이해할 수가-
이시이 기사: 다른 언어. 우리가 말하고 있는 말들이… 아이누어 엇비슷한데. 동양 쪽의 그런 언어로.
만나바 연구원: 맞아, 그리고… 십여 명이 있는데,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 우리 자신인 건 알겠는데 우리가 정말 거기 있지는 않아.
그리보스키 기사: 최소 십여 명. 더 많을 수도 있고.
마누 13: 거기에 통일되는 개념들이 있나요? 공통점이?
만나바 연구원: 아냐, 아니… 이상하게 아니야. 그게 요점일 거 같아, 거의. 모두가 뭐랄까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자루 속으로 넣어지는 느낌이야. 거리라는 관념이 지속되기를 멈추고 있어.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3광년 옆이야.
마누 13: [웃음]
이시이 기사: 아니, 정말 그런 식이야. 무언가 떠나려 해. 우리가 떠나-
만나바 연구원: 우리가 떠나지만 또 남아. 우리 일부만이 떠나고 있어.
그리보스키 기사: 금성.
마누 13: 뭐라고 하셨죠, 레온?
그리보스키 기사: 금성. 금성이야. 거리가 금성까지 뻗쳐서 나갔다가 다시 튕겨서 돌아와.
만나바 연구원: 그래. 이제 느낌이 지금, 현재 시간 같아. 여기 이 방 안에서, 그러니까.
마누 13: 지금 순간에 가장 우세한 느낌은 뭐죠들?
그리보스키 기사: 안도감.
만나바 연구원: 비통함.
그리보스키 기사: 그래.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이시이 기사: 줄어들음. 임계선에서 한 발짝 물러섰어. 더 작아지기로 우리가 선택했지.
마누 13: 안잘리?
만나바 연구원: 그래. 그 모든 것들. 미래에 올 기계를 볼 수 있길 간구해. 저 안에 놓인 무덤 때문에 두려워져. 봉해진 채로 죽고 싶지 않지만, 결국 여기 남겨지고 말았어. [눌러 참듯 흐느낀다] 세상에, 울고만 싶어져.
마누 13: 기사님들?
[이시이 기사와 그리보스키 기사의 동의하는 끄덕임]
마누 13: 이만 할게요.
마누 13: 치료약물을 마지막으로 투여한 지 5시간 38분이 경과했습니다. 다시 진행하실 건가요, 제이콥?
펜턴 연구원: …그래. 난 그걸 봤어. 전에도 봤지만 그땐 그게 뭔지 몰랐지.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보고 있어. 이거들은 지금 정말 기록으로 남겨놔야 해.
마누 13: 명백하게 당신이 괴로워지는 행동인걸요.
펜턴 연구원: 상관없어. 지금 바로 해야 해. 아직 생생할 때. 다 하고 나면야 컵에다가 알약 가득 채워 주라고.
마누 13: "그것"을 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보셨다는 말이죠?
펜턴 연구원: 저 엣씨피! 내가 그 안에 있었어!
마누 13: 보안기록상 당신은 이 시설 내에서 이 사태가 지속되는 내내-
펜턴 연구원: 아니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것들, 걔네들은 이동해서 와.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리고 네가 생각하면, 그것들이 널 가지는 거지. 바로 그런 거야! 그것들은 여기 없지, 아직은. 그런데 몇 걸음쯤은 그것들하고 함께할 수는 있어. 그것들은 새어나와. 자기들이 있는 것 그 주변에서.
마누 13: 잘 모르겠네요, 제이콥.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위치 이야기를 말씀해 주세요.
펜턴 연구원: 우리가 그걸 봤을 때 만나바가 이름붙인 대로야. 만다라였나, 내 생각엔. 나한테는, 나는 미로인 줄 알았어. 그런데 미로는 들어가는 길하고 나오는 길이 안에 있더라도 그대로여야 되잖아.
마누 13: 그럼 SCP-2474가 물리적 구조를 바꾼다는 말씀인가요?
펜턴 연구원: 아냐, 왜 아직도 우리처럼 생각하고 있어! 걔네들처럼 생각해야만 해. 그런데 그러면 걔네들이 들어오게 되지. 아 이런, 그것들이 들어오는 건 너도 안 바랄 텐데. 걱정 마, 그냥 걔네처럼 생각하지 마.
마누 13: 뭔 말인지 모르겠네요.
펜턴 연구원: 그 안에 사람이 있다고! 내가 다 봤어. 그냥 사람은 아니지 그런데. 아니야. 거기 기계들이 있어. 커다랗고 빛나는 금속탑들이 있는데, 우리 선에서 그 목적이 짐작이 안 갔지. 건열(乾裂)이 땅 속 깊이 들어가고, 전선이며 빛들. 그 안에 생각을 갈아버리는 놈들이 있어, 마누. 그게 그런 목적 때문에 그런다고도 생각 안 해. 그냥 부작용이겠지. 그런 일이 자기한테 안 알맞은 존재상태로 어떤 걸 구겨넣을 때면 일어나. 내부에서 보면 더 잘 이해될 거야. 복도를 강철이 기체가 돼서 떠다니고, 전류가 고체가 돼서 있어. 그런 안에 갇혀 있으면 어떨지 상상이나 가?
마누 13: 사람이 있다고 하셨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펜턴 연구원: 그것들하고 같이 들어간 거지. 물론 더 이상 사람은 아니야. 어떻게 그러겠어? 열셋이 그네들을 몰아내면 일은 생각대로 깔끔하게 안 풀리는 법이지. 육신 없는 생각. 너 생각보다 더 신나는 일이야.
마누 13: 몰아낸다.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이죠?
펜턴 연구원: 쫓아낸다고. 우리들 속에서 강제로 끌어내지는 거야. 누가 이딴 이야기 적을 수 있기 훨씬 전에부터. 하늘에 감사라도 해야지. 이런 거 영구기록? 꿈 깨야지 어떡해.
마누 13: SCP-2474에 물질적인 입구가 있나요, 제이콥?
펜턴 연구원: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거기 도착하는 사람들 모두 못 찾았으면 좋겠어.
마누 13: 그러면 계획한 수색작전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텐데요.
펜턴 연구원: 잘됐구만.
마누 13: 기지 보안책임자 쪽에서 모든 시스템 배치를 승인했다고 통지했습니다. 이제 시작하죠.
[8초간 침묵. 방 안에 펜턴 연구원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깔린다. 승 수석의 병상 옆에 있는 심박 모니터가 전자음으로 삐 소리를 꾸준히 낸다]
마누 13: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예요. 안잘리는 SCP-2474로 말미암아 겪은 경험을 묵상합니다. 이때 만트라를 외울 거고요. 하고 싶은 대로 응답하세요. 이시이 기사님, 다시 묻습니다. 정말로 접촉의 수신자 역할을 맡으시겠나요?
이시이 기사: 그래.
마누 13: 진행해 주세요, 안잘리.
[3분 18초 간 침묵 및 배경 잡음]
만나바 연구원: 추방.
할보르센 연구원: 안돼. 아직 그 존재들이 필요해.
[1분 9초 간 침묵 및 배경 잡음]
만나바 연구원: 추방.
할보르센 연구원: 저들이 이걸 뉴샴발라라고 불러. 이건 언제나 네 안에 있었지. 넌 우릴 원해.
[5분 33초 간 침묵 및 배경 잡음]
만나바 연구원: 탄생.
펜턴 연구원: [높은 소리, 고통에 찬 울부짖음]
만나바 연구원: 탄생.
펜턴 연구원: [높은 소리로 울부짖음 계속]
만나바 연구원: 생명.
[울부짖음이 멈춘다. 2분 18초 간 침묵]
그리보스키 기사: 저건 생명이 아니야. 저게 살아 있는 존재일 리가.
만나바 연구원: 진입.
승 수석연구원: 안돼. [여러 직원들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낸다]
만나바 연구원: 진입.
이시이 기사: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면담기록 변조함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8분 47초 간의 기록 누락함
마누 13: [경고 사이렌 소리 들림] HVAC 시스템 긴급가동을 요청합니다. 에어로졸 기억소거제가 위험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즉시 요청합니다.
마누 13: [경고 사이렌 소리 들림] 의료 인원들 빨리 오라고 하세요. 키에몬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마누 13: 왜 한 사람한테만 얽혀 있었던 걸까요? 연구 결과에서는 독립체가 개인 간에 차이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나왔는데요.
만나바 연구원: 모르겠어, 마누. 우리가 아는 선 너머의 일 같아.
마누 13: 당신 같은 사람치곤 낯선 정서네요.
[38초 간 침묵]
만나바 연구원: 출발 소식 들었어, 마누. 밀폐된 A3 환경이라도 들릴 건 다 들리거든. 최초 1000인 이야기는. 인류 최대의 성취고 그 앞에 그것만 기다린다 하는.
마누 13: 탐험대가 금성까지 가려면 대략 1년은 걸릴 거예요. 사령부 쪽에서 격리를 진행 중이죠.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당신들이 다그쳐진 거랄까요. 매우 귀중한 데이터니까요.
만나바 연구원: 불쌍한 키에몬.
[17초 간 침묵]
만나바 연구원: 그 사람들한테 알려줘야 할 말이 있어.
마누 13: 그 사람들이란 게 누구 말씀이죠?
만나바 연구원: 너 헛소리 인간보다 훨씬 못하는구나. 특무부대 하나 보내는 거 나도 알아. 그래야 할 테니까. 그 사람들한테 이야기해 줄 시간을 줬어야 해.
마누 13: 그게 왜 불가능한지는 아실 텐데요.
만나바 연구원: 그래, 나도 알지. 그래서 뭐. 이건 문서로 쓰고 할 게 아니야. 느껴볼 수 있어야 해. 그런 곳으로 걸어 들어가려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네들-
마누 13: …안잘리?
만나바 연구원: …그네들 너도 함께 보내겠지, 그치?
마누 13: 네.
만나바 연구원: …그래. 그렇지, 어떻게 안 그러겠어.
[32초 간 침묵]
만나바 연구원: 마누, 나… 나 정보 하나만 더 말해야 될 것 같아. 이야기 끝내기 전에.
마누 13: 말씀하세요.
만나바 연구원: 키에몬이… 그거가 들어올 때 있잖아, 그 기억소거제. 그게 자기 살던 그 무슨 공간으로 다시 사라져 버린 것 같지 않아.
마누 13: 그렇다면?
만나바 연구원: 우리가 죽인 것 같아.
마누 13: …아.
만나바 연구원: 그 변칙존재 안에 뭐가 들어살든, 그네들은 물리적 공간 안에 묶여 있다는 게 뭔지 이해를 못 하겠지. 그런데 하나를 죽인단 건? 아마도 우리가… 그 개념을 가르쳐버린 것 같아, 어찌하다 보니. 우리가 그네들이 우리를 좀 더 이해하게 해 줘 버렸다고.
마누 13: 어쩌면 이해한다는 건 긍정적인 결과일지도 모르죠.
만나바 연구원: …이런. 거기서 조심해야 해, 마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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