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기지 |
기지 이사관 |
담당 연구원 |
담당 특무부대 |
KRBUEA Site-02K |
임진석 |
유진 박사 |
ATF 입실론-87 ("고구마치즈돈까스") |
특수 격리 절차: SCP-244-KO의 격리는 전담특무부대 입실론-87("고구마치즈돈까스")가 전담한다. 특무부대 입실론-87은 매년 3월부터 정신질환을 호소한 정황이 있거나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는 장생포 전역의 6~12세 연령의 인원들을 주시하며 SCP-244-KO-2 현상으로 확인된 인원들을 SCP-244-KO-1로 지정 후 위장 의료 시설에 격리한다. 의료 시설 내에서 모든 병실과 복도에는 폐쇄형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특무부대 요원이 상주하고 있어야 한다. 6월 1일 이후 현상 종료가 결정되면 울산 남구 해안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설명: SCP-244-KO는 울산광역시 남구 야음장생포동 전역에서 1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변칙 현상이다. 매년 3~5월경에 야음장생포동에 거주하는 6~14세 연령의 사람(SCP-244-KO-1)은 정신 착란과 같은 경미한 정신질환(SCP-244-KO-2)을 보인다. SCP-244-KO-2는 정실질환과 함께 대상 반경 3~5m 안에 있는 바닷물이 붉어지는 변칙 현상을 동반하며,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매년 SCP-244-KO-1은 12명만 발견된다. 5월 말까지 질환을 보인 12명의 인원은 병세가 악화됨을 호소하며, 신원불명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인다.
당해의 5월 31일 자정이 지나면 12명의 인원 중 무작위로 한 명이 실종되며 나머지 11명의 인원은 더 이상의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추가적인 변칙성은 이후 나타난 바가 없다. 실종된 인원을 구출 및 수색하기 위한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다.
부록 244-01: 2019년 유명 인사 ███의 자녀가 실종된 후 정보 차단 및 위장 작업에 중대한 지장이 생겼으며, 제02K기지 임진석 이사관의 요청으로 2021년부터 SCP-244-KO의 변칙성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2021년 3월 24일 12명의 SCP-244-KO-1을 확보한 후 제02K기지 의료3동에 격리한 채로 심층 면접과 집중 연구가 진행되었다. SCP-244-KO-1의 연령으로 인한 통제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각 대상의 보호자 1명과 함께 격리하였다. SCP-244-KO 현상이 끝나는 당해 6월 1일에 대상과 보호자에게 기억 소거 처리가 예정되어 있다.
제02K기지 의료3동
- 병실 현황표 -
201호 |
정민호(만 10세, 남성), 김민영(만 38세, 여성) |
202호 |
남승철(만 8세, 남성), 신유정(만 31세, 여성) |
203호 |
김재하(만 9세, 남성), 유정아(만 44세, 여성) |
205호 |
김민지(만 12세, 여성), 신덕만(만 42세, 여성) |
206호 |
유정(만 10세, 여성), 유지해(만 38세, 남성) |
207호 |
정오훈(만 12세, 남성), 하지훈(만 33세, 여성) |
208호 |
권민희(만 7세, 여성), 권진수(만 32세, 남성) |
209호 |
김지수(만 13세, 여성), 최아름(만 28세, 여성) |
301호 |
최철수(만 14세, 남성), 최다희(만 25세, 여성) |
302호 |
최승호(만 10세, 남성), 최승재(만 49세, 남성) |
303호 |
진희수(만 11세, 여성), 민유훈(만 41세, 남성) |
305호 |
황민주(만 8세, 여성), 황유민(만 29세, 남성) |
면담 기록 244-23: 의료3동에 SCP-244-KO-1과 보호자를 모두 격리한 후 심층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담자는 유진 박사로, 의료3동의 의료진으로 가장하였다.
면담 대상: 정민호, 김민영
면담자: 유진 박사
[기록 시작]
유진 박사: 면담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거주 지역과 본인 신원을 밝혀주시겠습니까?
김민영: 저는 울산시 장생포동에 거주하는 김민영이고 [잠시 머뭇거림] 제 아들 이름은 정민호입니다.
유진 박사: 넵, 감사합니다.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가요?
김민영: 일단은… 크게 불편한 건 없네요. 밥도 제때 나오고, 의료진 분들도 친절하고… 그런데 이런 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유진 박사: 별다른 불편한 점이 없다니 다행입니다. 아들분의 상태는 어떤 것 같나요?
김민영: 별로 좋진 않아요. 주말이라고 바다에 놀라갔는데 갑자기 바닷물에서 피비린내가 나니까 적잖이 충격을 먹은 것 같긴 해요. 어젯밤에도 계속 잠을 설치고… 이젠 유튜브 틀어줘도 계속 소리가 들린다며 거슬려하니… 어쩌면 좋아요.
유진 박사: 말소리가 들린다고 아들분이 이야기했나요?
김민영: 말소리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이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유진 박사: 그럼 양해를 구하고 아들분께 질문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민호 학생,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정민호: [고개를 끄덕임]
유진 박사: 지금도 계속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나요?
정민호 [고개를 끄덕임]
유진 박사: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어떤 내용인지 제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김민영: 말해 봐, 민호야. 의사 선생님이 고쳐주실 거야.
정민호: [고개를 저음]
유진 박사: 아무래도 말하는 게 어려운 모양이네요.
김민영: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어요. 말도 많고 뭐든지 다 이야기하는 아이였는데…
유진 박사: 너무 상심해하시진 마십시오. 6월이 되면 괜찮아질 겁니다.
김민영: 그 뒤로도 계속 저러면 어쩌죠?
유진 박사: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면담 대상: 최철수, 최다희
면담자: 유진 박사
유진 박사: 그래서… 철수 학생도 말소리가 들리나요?
최철수: 네, 들려요.
[잠깐 침묵]
유진 박사: 지금 여기와서 처음으로 말한 건가요?
최다희: 아뇨. 맨날 밥 맛없다고 투덜거리는데요.
최철수: 누나도 맛 없다고-
최다희: 근데 의사 선생님. 여기서 말을 하면 안되는 건 아니죠?
유진 박사: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여기 계신 분 중에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요. 그래서 철수 학생. 그 목소리가 무슨 내용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최철수: 아니요.
유진 박사: 내용을 특정할 수 없는 건가요?
최철수: 아뇨. 말하면 안돼요.
유진 박사: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최철수: [머뭇거림] 말하면… 걔들이 화낼 거에요. 무서워요.
유진 박사: '걔들'이요?
최다희: 애쓰시는 거 같은데, 아마 말 안할 거에요. 저도 계속 물어봤는데 절대 말을 안 해요. 똥고집도 이런 똥고집이 없어-
최철수: 누난 아무것도 모르잖아!
유진 박사: 그들이 못 말하게 하는 건가요? 겁을 준다던가?
최철수: …네.
유진 박사: [잠시 침묵] 일단 면담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후속 조치를 좀 의논해봐야 할 것 같네요.
최다희: 의사 선생님. 얘 낫기는 하겠죠? 할아버지도 걱정하시는데.
유진 박사: 6월이 되면 나을 겁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최다희: 그래도 거진 두 달이나 버텨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안 그래도 아픈 앤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유진 박사: 그러고 보니 희귀병을 앓고 있다고 하셨나요?
최다희: 돌 지나자마자 걸렸어요. 이래저래 잘 버티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또 생겨갖고는.
유진 박사: 아직까지 이 질환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최다희: 모르는 일이죠. 여기 사람들도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일하고 있는 거 아녜요?
부록 244-01-a: 최철수(SCP-244-KO-1-301)와의 면담 후 발화가 가능한 대상이 두 명 더 확인되었다. 유진 박사는 세 명 모두 목소리의 근원으로 보이는 주체가 대상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발언을 금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했으며 이 밈적 변칙존재(SCP-244-KO-3로 지정됨)의 파악을 위해 아직 시범 단계에 있는 Pf-X 인식구현기 사용을 요청하였다.
부록 244-01-b: Pf-X 인식구현기 591차 시범 운용 기록. 브라질 지부에서 협력 차 시범 운용을 목적으로 가동하였으며, 페드로 로드리게즈 기술관이 실험을 진행하였다.
운용 일시: 2021년 4월 19일 09:01 GMT
운용 대상: SCP-244-KO-1-301
책임자: 페드로 로드리게즈 기술관
시각 |
구현 기록 |
09:11:23 |
무서워 |
09:11:26 |
시끄러워 |
09:11:47 |
뭐지 |
09:12:03 |
밥 진짜 맛없다 |
09:12:05 |
누나 |
09:12:11 |
할아버지 |
09:12:39 |
집 |
09:12:45 |
바다 |
09:14:22 |
추위 |
09:14:57 |
뼈 |
09:15:08 |
살점 |
09:15:14 |
피 |
09:15:34 |
아파 |
09:15:41 |
저리 가 |
09:15:53 |
아퍼 |
09:15:59 |
죽이지 마 |
09:16:13 |
인간 |
09:16:41 |
작살, 배 |
09:17:24 |
비린내 |
09:17:39 |
엄마를 아프게 하지 마 |
09:17:51 |
동생을 때리지 마 |
09:18:32 |
붉어 |
09:19:10 |
싫어 |
??? |
??? |
|
죽기 싫어 |
|
이리 와 |
|
바다로 |
|
바다로 와 |
|
인식 실패함 |
|
듣고 있는 거 알아 |
|
너희들도 |
|
붉은 바다로 와 |
|
인식 실패함 |
|
기다릴께 |
10:41:44 |
고래 |
부록 244-01-c: 기타 기록
[기록 시작]
임진석 기지이사관: 고래?
유진 박사: 네. 거의요.
임진석 기지이사관: [무응답]
유진 박사: 작살, 배에다 마지막에 철수가 고래를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니까… 거의 확실한 셈이죠.
임진석 기지이사관: 추가적으로 알아낸 게 있나?
유진 박사: 장생포 인근 해안에서 구현기가 읽은 파동 흐름을 조사했는데, 해안에 딸린 고래박물관에서 감지가 되었답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도요. 거기 전시된 모든 고래뼈랑 살아있는 고래한테서 가장 크게 검출되었습니다.
임진석 기지이사관: 그냥 고래라면 비단 여기만 그런 건 아닐텐데.
유진 박사: 일단 주위 해양박물관이나 수족관에도 조사를 진행하고는 있는데, 아직은 별다른 게 없습니다.
임진석 기지이사관: [무응답]
유진 박사: 2005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6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요주의 단체도 의심해봤고, 자연발화같은 것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고래라니… [잠시 침묵] 의외네요. 사람을 잡아가는 고래라…
임진석 기지이사관: 자네 고래를 본 적이 있나?
유진 박사: 수족관에서 몇 번은 본 적이 있습니다.
임진석 기지이사관: 수족관 말고, 진짜 바다에서 말이네. 직접 파도를 가르며 살아 꿈틀거리는 고래 말야.
유진 박사: 자연상태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임진석 기지이사관: 수족관의 고래들은 눈이 멍해있지. 좁은 수조. 가공된 먹이. 적당한 관심. 그건 고래가 아냐. 그냥 뼈와 살로 된 인형이지.
하지만 진짜 바다에 있는 고래는 달라. 1962년에 울산에 마지막으로 고개를 드러냈던 귀신고래를 만난 적이 있네. 그런 고래의 눈을 보면… 사람 눈을 보는 것 같지.
유진 박사: 지금 왜 그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까?
임진석 기지이사관: 고래가 자네가 아는 것 만큼 그냥 온순한 생물이 아니란 걸세. 옛날에는 바다에 그런 고래가 많았지. 그들과 함께 산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라네. 그런데 일본인들이 쇳덩이로 만든 배를 가져오고는 닥치고 죽여대기 시작했지. 물론 우린 나라를 되찾았지만, 그럼에도 영영 잃어버린 건 있는 법일세. 우린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린거야. 그들의 가족을 죽이고, 새끼를 둔 어미를 잡고, 살과 뼈를 분리하고는 몸에 두른 기름까지 전부 빼내버렸지.
유진 박사: 결국 약육강식입니다.
임진석 기지이사관: 우린 강해서가 아니라, 단지 교활한 것 뿐이네. 그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유진 박사: [잠시 침묵]
임진석 기지이사관: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건 2005년부터겠지만, 사실 매년 사람이 바다로 끌려갔을 걸세. 부모와 자식을 잃고, 삶의 터전까지 잃은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 이건 한(恨)이네. 수십 년 동안 쌓였던 한.
유진 박사: 이게 그냥 복수극이라도 되는 듯 말하시는군요.
임진석 기지이사관: 부정은 않겠네.
유진 박사: 다 좋습니다. 그럼 왜 애꿎은 아이들을 데려가는 겁니까?
임진석 기지이사관: 내가 다 안다는 듯이 물어보지 말게. 나도 모르는 구석이 많거든. 아마 자네도 그 기계창을 들여다 본 후엔 뭔가를 알았다기보다는 도리어 모르는 것만 늘었겠지.
유진 박사: [무응답]
임진석 기지이사관: 아이들을 잘 지켜보게.
면담 대상: 최다희
면담자: 유진 박사
최다희: 그러니까 고래가 한이 맺혀서 아이들을 부르고, 그걸로 한을 달랜다는 거군요.
유진 박사: 별로 놀라는 눈치는 아니군요.
최다희: 뭐, 저희도 누가 집에 쳐들어와서 가족들 잡고 죽이면 한이야 안 맺히겠어요?
유진 박사: 농담이 아닙니다.
최다희: 알아요. [잠시 침묵] 이게 관련이 있을련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포경업을 하셨거든요.
유진 박사: 포경업이요?
최다희: 잘 나가는 고래잡이꾼이었다고는 하시죠. 자기 입으로는. 사진을 몇 개 들고와서 보여주신 적이 있었는데, 어릴 때 보기에 그리 썩 좋은 사진은 아니었어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온몸이 갈라진 채 널브러져 있는 고깃덩이를 보면 누가 좋아라 하겠어요.
유진 박사: 그건… 그렇죠.
최다희: 하나 기억나는 게 있는데, 할머니가 찍으신 사진 중에 그렇게 해체되고 있는 고래 눈을 찍은 게 있었어요. 눈이 참… 슬퍼보였다고 해야 하나요.
유진 박사: 그게 철수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최다희: 업보 그런 거 아니겠어요.
유진 박사: 하지만 고래를 죽인 건 할아버지인데요.
최다희: 언제 할머니가 그러신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술을 진탕 퍼마시고 들어와서는, 새끼 딸린 고래를 잡을 때마다 괴롭다는 거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 할아버지도 우리 엄마를 먹여살리려고 고래를 잡았다죠. 결국 다들 자기 자식을 위해 다른 자식의 부모를 죽이는 셈이죠. 그러니 그 자식을 앗아가는 게 가장 훌륭한 복수 아니겠어요?
유진 박사: 동생분 일 치고는 참 담담하게 말하시는군요.
최다희: 그러게요. 여기가 절 참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유진 박사: 할아버지분은 그럼 지금 뭘 하고 계시나요?
최다희: 포경업도 금지되었고,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그냥 장생포에 조용히 살고 계시죠. 우리 엄마가 홀로 나랑 철수를 데려왔을 때 투덜거리시면서도 잘 대해 주셨어요. 6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좀 외로워 보이셨지만, 그래도 좋은 할아버지에요. 아플 때마다 계셔주셔서 동생도 잘 따르죠. 좀 괴팍하지만은.
유진 박사: 할아버지가 이 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최다희: 제가 보기에는요. 매년 12명씩 걸렸다면서요? 단순히 우리가 얻어걸린 건지, 아님 고래가 우리같은 핏줄을 노리고 12명씩 노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유진 박사: 그리고 매년 한 명이 사라지죠.
최다희: [잠시 침묵] 철수가 그 한 명이 되는 건 아니겠죠?
유진 박사: 그건… 모르겠습니다.
최다희: 매년 한 명씩 없어지는 건 24명 중에 저만 아는 거죠?
유진 박사: 그렇습니다.
최다희: 만약 무작위로 없어지는 거라면, 그냥 알려주는 게 나을 거에요. 미리 작별 인사라도 하게.
유진 박사: 글쎄요. 격리 담당 인원들이 좋아하진 않을 것 같군요.
최다희: [잠시 침묵] 이쪽도 잔인하긴 마찬가지네요.
사건 기록 244-04: 2021년 5월 28일, 제02K기지 의료3동에 격리된 11명의 SCP-244-KO-1의 정신 착란 증세가 평균보다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대상 주위 반경 10m 안의 모든 액체류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관측 이래 변칙성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강해진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 약간의 진척을 보였다. 11명의 SCP-244-KO-1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한 증세를 보여 진상 파악을 위해 평소와 다르지 않은 증세를 유지하고 있던 SCP-244-KO-1-301와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면담 대상: 최철수
면담자: 유진 박사
[기록 시작]
유진 박사: 늦은 밤 중에 죄송합니다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면담을 진행하겠습니다.
최철수: 네.
유진 박사: 철수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이 갑자기 증세가 악회되었는데, 혹시 철수 학생도 별다른 변화를 느낀 게 있나요?
최철수: 걔들은 괜찮을 거에요.
유진 박사: 네?
최철수 고래가 그 친구들은 건드리지 않겠대요. 그 대신에… [잠시 침묵] 우리 할아버지를 데려가겠대요.
[잠시 침묵]
유진 박사: 그건 말해도 되는 건가요?
최철수: 어차피 다 엿들으셨잖아요. 고래도 알아요. 하지만 용서해주겠대요.
유진 박사: 할아버지가 가면, 철수 학생은 괜찮아지는 건가요?
최철수: 아마요. 그런데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유진 박사: 무슨 소리죠?
최철수: 내가 가면 돼요. 그럼 할아버지도 무사할 거에요.
유진 박사: 그럼 철수 학생은 어쩌고요?
최철수: 할아버지가 가고, 나도 가면 누나가 혼자가 되잖아요. 그건 싫어요. 누나를 혼자 두게 하긴 싫어요.
유진 박사: [잠시 침묵] 병은 괜찮아질 거에요.
최철수: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하얀 가운 입은 사람 말은 믿으면 안된대요.
유진 박사: 바보 같은 소리 말고.
최철수: 저도 알아요. 그래도 안돼요. 포기하세요, 박사님.
개정된 특수 격리 절차: SCP-244-KO-1은 제02K기지 의료3동에 격리한다. 모든 병실과 복도에는 폐쇄형 감시카메라와 접근 차단용 방화문이 설치되며, SCP-244-KO-1과 그 보호자들은 허가를 받아야만 병실을 떠날 수 있다. 병실을 벗어난 경우 보안 인가 3등급 이상의 요원이 경호로 따라붙는다. 개정된 격리 절차는 2021년 6월 1일까지 유지된다.
사건 기록 244-05: 2021년 5월 31일 제02K기지 의료3동의 전력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었으며, 모든 보안 시스템이 해제되었다. 정전과 보안 시스템 무력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며, 30분 뒤에 모든 전력과 보안 시스템이 정상화되었다. 피해 상황 조사 중 SCP-244-KO-1-301이 격리에서 벗어난 것이 확인되었다.
[11:10:12] 제02K기지 의료3동의 전력 차단됨. 비상 발전기 접속 실패함.
[11:11:41] 보안 시스템 무력화. 모든 잠금장치 해제.
[11:40:29] 전력 장치 및 보안 시스템 정상화. 피해 상황 조사중.
[11:45:31] 301호 병실에 격리된 SCP-244-KO-1의 격리 파기가 확인됨.
[11:47:02] 전담특무부대 입실론-87 출동 명령이 내려짐.
[11:47:25] 유진 박사가 제02K기지를 벗어남.
[00:32:05] 유진 박사가 복귀. SCP-244-KO-1의 무력화가 확인됨.
[06:41:52] 제17차 SCP-244-KO 현상 종료가 보고됨.
[10:31:45] SCP-244-KO-1의 지정을 해제하고 보호자를 포함하여 22명의 민간인을 기억 소거 처리 후 귀가 조치함.
부록 244-02: 2021년 6월 1일, 제17차 SCP-244-KO 변칙 현상이 종료되었다. 심층 연구 결과는 임진석 기지이사관에게 전달되었으며, 후속 연구 및 추가 조치가 논의중이다.
[유진 박사의 일지에서 발췌]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얼마나 오만해지는지. 난 내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놓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했었다. 모든 보안을 강화했고, 요원까지 붙였다. 민간인이라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다. 혹시 몰라서 의료 병동 네 곳에 현실 고정기까지 준비해놓았다. 이쯤되면 충분하다고, 그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은 폭풍이 휘몰아쳤다. 6월 1일까지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정전이 되었을 땐 폭우 때문인 줄 알았지만, 그깟 폭우로 정전되는 재단 기지가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비상 발전기도 접속이 안됐다. 난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았고, 3층으로 달려갔다. 다희를 만난 건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눈물콧물 범벅인 채 병실이 완전히 까맣게 되더니, 다시 불이 켜지자 철수가 없어졌다고 했다.
난 그 길로 주차장으로 달려가 해안을 향했다. 6월 1일까지는 20분도 채 남지 않았고, 내가 둑에 도착했을 때는 1분이 남아있었다. 바닷가에서, 그것도 비바람이 쏟아지는 한밤 중에 한 사람을 찾기는 더럽게 어려웠겠지만, 그날 만큼은 쉬웠다. 시뻘겋게 물든 바다가 보였으니까. 그리고 항의 둑에는 철수가 서 있었다.
흰 병원복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머리를 가린 모자를 쓴 채 야윈 다리로 그 아이가 서 있었다. 항구 전체에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 아이를 불렀을 때, 그는 잠깐 뒤돌아 보았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보였을 리가 없다. 웃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냥 인상일 뿐이리라.
해안에 잠깐 고래 꼬리가 철썩이는 게 보이는 듯 했다. 철수는 그걸 눈치챘는지 고개를 다시 돌렸다. 한 번 더 철썩이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면담 대상: 최다희
면담자: 유진 박사
[기록 시작]
유진 박사: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신원을 말해주십시오.
최다희: [무응답]
유진 박사: 말해주셔야 합니다.
최다희: 최다희, 25살입니다.
유진 박사: 넵. 감사합니다. 그럼-
최다희: 철수는 찾았나요?
유진 박사: 수색 작업 중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실종자가 발견된 적은 없으니…
최다희: 못 찾는다는 거군요.
[잠시 침묵]
유진 박사: 그렇습니다.
최다희: 마지막으로 걔를 봤다고 들었어요. 어땠어요?
유진 박사: 잘 모르겠습니다.
최다희: 웃었어요?
유진 박사: 예?
최다희: 걘 바다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항상 못 보게 했죠. 웃기죠. 바닷가에 사는데 바다를 못보게 한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뭔가를 알고 계셨을 지도 몰라요.
철수가 9살 생일일 때, 바다 근처에 있는 고래박물관에 데려간 적이 있었어요. 전 할아버지가 보여준 사진 때문에 어딘가 께름칙했는데, 걔는 좋아라하며 고래들을 보더라고요. 생태체험관에 데려갔을 때도요. 그렇게 신나게 놀았던 날은 없었을 거에요.
유진 박사: 다희 양.
최다희: [울먹이며] 그래도 마지막으로 고래를 봤겠죠? 그렇죠?
유진 박사: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최다희: 퍽이나 위로가 되겠네요.
유진 박사: [무응답]
최다희: [훌쩍이는 소리] 박물관에 그런 게 있더라고요. 포경 도구들. 작살, 그물, 온갖 날붙이 말예요. 지금 그냥,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매년 한 명 씩 없어지는 게 우리나라만은 아닐 거에요. 우리만 그 자식들을 죽였을 리 없잖아요?
유진 박사: 다른 지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보니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여기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노르웨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매년 1명씩 없어진다는 기록이 있었고, 1명보다 더한 곳도 있었습니다.
최다희: 그렇게 사라진 아이들 중에 제 동생같은 아이도 있었겠지요.
유진 박사: 유감이지만, 다른 지부에서도 실종된 아이를 찾았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최다희: [잠시 침묵] 상관없어요. 내가 그 첫번째가 되면 되는 거에요. 제가 찾겠어요.
유진 박사: 하지만 규정 상 기억 소거 절차를 밟을 겁니다.
최다희: 그리고 내 동생은 사고사, 그런 걸로 포장이나 하겠죠?
유진 박사: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최다희: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할 일은 결국 하나에요.
[잠시 침묵]
최다희: 여기 인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