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SCP-2420이 제213기지에 입장한 이후 최초로 시행된 면담이다.]
하이독 박사: 좋은 아침입니다, SCP-2420. 일종의 수면 장애를 가지셨다고 들었는데?
SCP-2420: 자낙스 좀 주세요.
하이독 박사: 뭐라고요?
SCP-2420: 불안하다구요. 잠 좀 오게 뭣 좀 가져다주세요. 에어컨도 좀 달아주시고.
하이독 박사: 물론 그래야죠. 하지만 제가 여기 온 건 당신의 정신과 신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거든요. 눈치채셨겠지만 당신의 애완동물이 죽기 전에 당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듣고 싶습니다.
SCP-2420: 마티.
하이독 박사: 뭐라고-
SCP-2420: 선생님, 절 어떻게 부르시든 상관은 없지만 그 아이는 이름이 있습니다. 마티요. 마틸다의 약자죠. 풀네임은 마틸다 메이고요. 마틸다 메이 █████였던가.
하이독 박사: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그 마티에 대해서 가르쳐주세요.
SCP-2420: 좋습니다, 음, 제 강아지였죠. 아마, 어, 이웃한테 받았으려나요. 그 사람들은, 사육사는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일단 보더 테리어를 암수로 기르곤 있었고, 그렇게 나온 아기를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죠. 아마도. 전 외로웠어요.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당신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요. 돌아가시면서 집을 남기기는 했는데, 죽은 사람 집에서 혼자서 살아가는 거 미치게 외로웠다구요. 아시겠죠?
하이독 박사: 네.
SCP-2420: 전 이웃을 찾아갔어요. 어, 정확히는 이웃집 뒤뜰요. 그리고 거긴 강아지들이 그득히 있었고, 뭐랄까, 뜰을 꽉꽉 채우고 있었죠. 그러니까 즉, 어, 동물 우리요. 저기, 환풍기 돌려주실 수 있나요? 너무 더워요. 진짜 찜통같은데. [SCP-2420이 과호흡을 시작하며 자신의 몸을 끌어안음] 숨쉬기 힘들어.
하이독 박사: 그럼요, 하지만 SCP-2420, 침착하세요.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니라고 보증해요. 전 그저 당신과- 어, 매티의 관계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 말씀하시는 게 강아지들 중 마티를 선택했던 날에 대한 이야기죠?
SCP-2420: 그래요. 그래. 아. 전 그 아이를 만난 겁니다. 뭐 제일 크거나 했던 것도 아니지만, 나는, 어, 하, 바로 그 아이를 골라야 한다고 깨달았죠. 이른바 좀 골목대장 같은 아이랄까요. 놀고는 있었는데, 다른 개들처럼 참을성은 없는 것 같았죠. 다른 개들은 그 아이를 귀찮게 했고, 그 아인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내가 그곳에 갔을 때 나에게 찾아온 건 그 아이가 마지막이었어요. 다른 개들은 뛰어오르거나, 나한테 다가간다거나 주의를 끌게 하거나, 아니면 선택받고 싶어 했죠. 그치만 그 아인 그냥 앉아서 날 잠시 쳐다보고 있었어요. 나도 시선을 녀석에게 돌려주었죠. 이상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날 평가하는 듯이 보였어요. 그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듯하면서 형제자매를 밀어내고는 나에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전 그 아이에게 손을 뻗었죠. 그 아이는 내 손을 물었지만 그렇게 세게 씹진 않았어요. 괴롭히려던 게 아니었죠. 녀석은 절대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요. 나한테는. 그래서 난, 어, 이 아이의 주인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거에요.
하이독 박사: 그동안 마티가 뭔가 이상한 능력을 보이지는 않았나요? 아니 그 이전에, 당신이 그동안,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이뤄본 적이 있나요?
SCP-2420: 만약 저 자신에게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친다면 제가 지금 텔레마케팅 같은 걸 하고 있진 않았겠죠. 아직 전 부모님의 집에 살고 있어요. 마티? 아뇨. 마티도 틀림없이, 어, 마법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하아, 그 아이는 폭풍우를 두려워했고, 청소기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아이는, 어, 똑똑했어요. 항상 개보다 인간처럼 보였죠. 하지만 마법은 아니에요. 전 언제나 그, 그 아이는 마음만 먹으면 산더미처럼 마술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는 전혀 거기에 관심이 없었죠. 단순한 마술은 그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았어요. 마티는 자신이 작은 여왕이 된 것처럼 행동했죠. 아마도.
하이독 박사: 그렇다면 마티의 삶에 아무 이상한 점도 없었기에 당신은 마티가 이런 종류의 이상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는 거군요?
SCP-2420: 마티는 정상이었어요. 즉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 아이는 다른 개를 진심으로 좋아하거나 한 적은 없지만 놈들과 함께 놀았던 적은 있었죠. 예상하시다시피 언제나 놈들은 마티보다 수준 낮은 행동을 했어요. 하지만 마티는 그 녀석들을 뒤쫓으려 했어요. 그 아이는, 음, 텃세가 강했거든요. 마티는, 음, 새 같은 것들을 많이 죽이고 다녔어요. 다람쥐도 한 번 있었죠. 울타리에 걸린 다람쥐요. 설마 그 다람쥐를 잡아오리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요. 후, 당신도 그때의 그 아이를 봤었어야 했는데. 입 주위에 피가 참. 굉장히 자랑스러웠다구요.
[무관한 데이터 삭제]
SCP-2420: 하지만, 음, 당신이 궁금해하는 건 그 아이가 죽었을 때죠?
하이독 박사: 크게 참고가 되는 내용입니다. SCP-2420.
SCP-2420: 그렇지만, 그건 보통 정도로 슬펐어요. 산책에 데리고 갔었는데. 그 아인 항상 산책을 즐겼죠. 그러니까, 후우, 개들은 모두 산책을 좋아하겠지만 그 아이는 특별히 더 좋아했어요. 아니지. 지금 건 표현이 좀 이상했죠. 어쨌든 우린, 음, 골목 근처를 걷고 있었어요, 음, 그리고, 하아, 에어컨 좀 틀어주시면 안 되나요? 조금만이라도.
하이독 박사: 그러죠. 만약 지금 말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나중에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SCP-2420: 아뇨. 괜찮아요. 아마 그 아이는, 어, 결국 죽지 않았던가? [SCP-2420이 웃으며 콜록거림] 차에 치였죠. 내 부주의였을 겁니다. 모두가 내가 치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들 하지만 오히려 내가 깔려야 했을 거예요. 내가 죽는 편이 나았어. 그 아이는 몸통 한가운데부터 으깨져 있었어요. 무서운 광경이었죠. 운전한 사람은 십대 여자애였고. 그 애의 책임이 아니에요. 내가 무단횡단을 한 거니까. 그 애 엄마 얼굴도 알고. 하지만 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왈칭 마틸다 메이, 녀석이 존나 도로 한복판에 누워서 죽어있었죠. 피투성이로. 내가 안아들었을 땐 이미 숨이 멈춰있더군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 주지도 못했는데. 그 아이는 내가 울기나 하는 동안에, 이 썩을 일에 멍이나 때리고 있는 동안 죽어버렸겠죠.
하이독 박사: 그럼 마티의 시체는 어떻게 했나요?
SCP-2420: 안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걸어갔습니다. 집은 그리 멀지 않았어요. 잠시 충격에 잠겨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하고 있었죠. 전 차고에서 삽을 꺼냈습니다. 아버지가 쓰던 삽. 그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던 담요도 가져왔고. 사실 제가 쓰던 담요였지만요. 크고, 아, 초록색을 한 담요죠. 마티가 이 담요를 좋아했어요. 내 담요이기도 했지만 같은 정도로 마티의 것이기도 했죠. 녀석은 다른 누구보다도 쾌적하게 그 담요에서 지낼 수 있었어요. 일단 개에게 담요를 주면, 당신도 알듯이 인간은 개가 하는 것처럼 그리 담요를 아늑히 쓸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전 그 아이를 담요로 쌌습니다. 뼈가 다 부러져있었죠. 그 작은 아이가. 전 구멍을 팠어요. 뒷마당 한가운데에 나무 그늘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는데, 그 아이를 거기에 뉘였죠. 《Waltzing Matilda May I Have This Dance》. 마티 이름의 유래에요. 당신도 이 노래 알고 있겠죠. 그 아이를 묻어줬습니다. 그 아이는, 어, 지금도 거기 있을 거에요. 확인해 봐도 괜찮아요. 아무도 거길 옮기진 않을 테니.
하이독 박사: 알겠습니다. SCP-2420. 협력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끝내고 싶으시다면 그 마음 이해해요. 오늘은 당신에게 더욱 힘든 하루였을 테니까요.
SCP-2420: 아뇨. 괜찮아요. 앞으로 조금뿐이니까. 저, 저, 음, 계속해도 되나요?
하이독 박사: 물론입니다.
SCP-2420: 그 아이가, 음, 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던 날, 전 자살할 생각이었어요. 일단 평범하게 산책을 나갔지만, 하지만 그렇게 다리에서 뛰어내릴 생각이었죠. 솔직히 그때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저질러버릴 것 같았죠. 그게 옳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어요. 한평생 보더 테리어에게 그리 주목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웃이 키우던 개가 전부 같은 모습으로, 마티와 같은 모습으로 보였어요. 전 그 애를 잊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옆집 개들은 문 밑을 뚫거나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서 나를 향해 짖고 있었죠. 저는, 어, 개 공원 근처에 올 때까지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지 못했어요.
하이독 박사: 우리가 당신을 찾았던 곳이지요?
SCP-2420: 아, 아, 그럴 겁니다. 당신들 모두가 절 발견한 곳이죠. 왜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리 근처에 있지도 않았고 근처에 그럴듯한 장소도 없었거든요. 아마 전 몇 마리건 간에 그냥 개들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녀석들은 항상 사랑스러웠으니까. 개들은. 하지만 거기 있던 것들은 모두 보더 테리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은 모두 저에게 뛰어왔죠.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하, 모두 눈앞에서 멈춰 섰죠. 그 녀석들의 주인들은 비명을 질렀어요. 사람들도 중얼거리고 있었죠. 개들은, 음, 커다란 목걸이들을 전부 벗어던지고 모두 풀려나 있었어요. 나에게 오기 위해서. 그리고 날 에워쌌어요. 모두 그 아이였어. 곧 전 알아챘죠. 녀석들은 모두 그 아이야. 한 마리가 나한테 와서 손을 깨물었어요. 착하지. 그리곤 정신을 잃었죠. 그러고 보니 뭐, 지금은 여기였고요.
하이독 박사: 아주 좋습니다. 협력해 주신 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면담을 마치기 전에 뭔가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SCP-2420: 어, 아아, 한 가지, 한 가지만요.
하이독 박사: 뭐죠?
SCP-2420: 개들이 다치진 않았나요? 마티가 개들에게 해를 입혀버린 건가요? 내가 거기 없으면 개들도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들었는데. 개들은 괜찮은 건가요?
하이독 박사: 네. SC- 즉, 마티가 빠져나갈 때, 개들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습니다. 변하거나 돌아갈 때도요. 이상하든 아니든 개들이 마티나 당신의 영향을 받은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SCP-2420: 그럼 당신들은, 당신들은 그 개들에게 해를 입힐 건가요?
하이독 박사: 뭐라고요?
SCP-2420: 전 《ET》를 본 적이 있어요. 전 바보가 아닙니다. 그 개들을 분석할 거지요? 아마 해부도 할 거고. 그러니까 말할게요. 그러지 말아주세요. 제발 저 때문에 개를 상처입히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하이독 박사: 가능한 일이라면 뭐든 해보겠습니다. SCP-2420.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SCP-2420: 다시 마티를 볼 수 있는 건가요?
하이독 박사: 면회 시간은 어김없이 마련될 겁니다. 특히 실험 때요.
SCP-2420: 감사합니다. 그 아이가 너무 그리워요. 마티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말로 전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 아이는, 마법이 깃들고 있어요.
[재단 공작원들은 SCP-2420이 과거에 애완동물의 유해를 묻었다고 주장한 곳과 일치하는 장소에서 유해를 발견했다. 유해에서는 변칙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흘렀던 시간을 통해 예상되는 정도로 부패되어 있었다.]
[면담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