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2070-3은 비취와 정체불명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경첩뚜껑식 상자다. 크기는 가로세로 1.0060 미터, 높이 0.335 미터다.. SCP-2070-3은 평소에는 알 수 없는 기작에 의해 잠겨진 상태를 유지한다. 윗면은 현재까지 알려진 어떠한 언어와도 일치하지 않는 기호들과, 허블 효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 문자들로 덮여 있다. ████ 은하에서 발견된 SCP-2070-2 개체와 일치하는 기호를 누르면 상자가 열린다. 상자 안에는 깊이 4.672 센티미터의 모래층이 들어 있다. 이 모래에 기호를 그리고 SCP-2070-3을 닫으면 다음 세 가지 일이 발생한다.
- 상자가 지향성 타키온 폭발을 방출한다.
- 모래 속에 그린 기호(들)이 타키온 폭발이 가리킨 방향의 공간상에 SCP-2070-2 개체로 나타나게 된다. 그 주변에 SCP-2070-1 개체들이 나타나거나 원래 있던 개체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 ████ 은하단의 SCP-2070-2 개체들이 SCP-2070-3 뚜껑 위의 다른 기호들의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SCP-2070-3이 어떻게 인과율소급 재구축을 일으키는지는 현재로서 이해되지 않고 있다. 지향성 타키온 방출의 효과에 관한 전반적 추가연구는 현재 6등급 최우선 연구사항으로 지정되어 있다.
SCP-2070-3은 19██년 중국 ████████성의 발굴현장에서 출토되었다. 그 시대착오성으로 인하여 제230기지의 변칙물체 금고에 보관되고 있다가, 인가 등급 4/2070 연구원 ██████가 뚜껑의 기호들 중 3개가 ████ 은하단에서 발견된 SCP-2070-2 개체들과 대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수행된 실험에서 SCP-2070-3의 변칙적 성질과, SCP-2070-1 및 -2와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문서 2070-1: 규약 167-툴리에 관하여
모든 SCP-2070 관련 인력에게 보내는 비망록
19██년 ██월 ██일
동료 과학자들이여,
우리의 모든 데이터 속에, 그리고 관측과 분석과 이론을 통한 우리의 미약한 일상적 싸움 속에, 과학이란 것이 불가분 인간의 도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기 쉬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우리의 결론을 보위하는 것은 그저 우리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옳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20세기의 물리학자들이 빛의 매질로서의 에테르 가설에 호흡기를 붙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라. 일단 실재가 어째야 하는지 관념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물론 우리 모두는 선입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수 세기 전 공동체로서 지구중심설에 맞서 싸웠다. 그 싸움으로 우리는 코페르니쿠스 원칙,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특별할 것이 없다는 가정을 얻었다. 그 이래로 코페르니쿠스 원칙은 우리 천문학의 기초 기반 중 하나가 되었다. 너무 익숙해서 그대들 대부분은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고대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코페르니쿠스 원칙을 전혀 알지 못했고, SCP-2070을 보면 코페르니쿠스 원칙에 해당하는 무언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그 사실에 대한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은 폭력적 거부만 없는 굴욕을 인정해야 했고 그 뒤로도 계속 그것을 인정해 왔다. 상나라는 거기에 전혀 다른 접근을 취했다. 자신들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우주 자체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 우리를 가리키는 화살표들, 기호들과 암호들과 그림들. 이것들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 허덕이는 인간의 도해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신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충분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그저 자신들의 흔적을 새기는 데 그치지 않았고, 우주의 모든 존재가 따라야 하는 길을 남겼다. 그들은 우리 태양계의 지도, 태양 주변 이웃 항성계들의 지도, 심지어 거칠지만 은하수의 형상까지 그려 두었다. 우리 행성 밖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이 화살표들이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지 조금이라도 궁금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현재까지 SCP-2070-3의 효과에 관한 연구는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즉슨 SCP-2070-1 및 -2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이루어져왔다. 선임연구원인 나와 아른하임 기지이사관은 우리의 손을 우주의 그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해왔다. 하지만 어떤 외계생명체가 우리가 참으로 친절히도 남겨둔 방향을 따라 오고 있다고 믿을 만한 어떠한 이유라도 발견된다면, 우리는 보다 공격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아래 내용이 그에 관한 우리의 공동 제안서다. 언제나 그렇듯이, 피드백은 환영한다.
규약 167-툴리 (PROTOCOL 167-TULLY)
목적: 인간의 우주구급 발자국들을 모두 지우기.
규약 시행 조건: SCP-2070의 존재를 아는 외계생명의 발견.
설명: 규약 167-툴리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 계획이다.
제1단계: SCP-2070-3의 기능에 관한 실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 기지 이사관 아른하임은 연구 제안서를 가납하기 시작하고, 그녀와 선임연구원 브라이스가 제안서들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된 제안서들은 7등급 최우선 연구사항으로 지정되며, 실험 이후 실험과 관련된 천문학 데이터들을 신속히 추적한다. 실험이 성공했을 경우 우주의 일부 또는 전체가 균질해져야 한다.
제2단계: SCP-2070-3의 효과를 되돌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SCP-2070-3의 역설계를 시도한다. 제2단계가 완전 실행될 경우 SCP-2070-3을 가지고 실험은 더 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제2단계는 제1단계가 개시 5년 안에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을 경우에만 개시된다.
이런 대규모의 우주구급 재구축이 어떤 결과를 수반할지 나도 전혀 알 수 없고, 우리 중 그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선임연구원 브라이스Bry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