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950-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950-KO는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는 고로 04K기지 비상쉘터에 보관한다. SCP-1950-KO의 사용은 제한 없이 가능하나, 사용시 사용기록대장을 작성해야한다.
설명: SCP-1950-KO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배급품 전투식량 C-레이션에 포함된 호멜 식품 (Hormel Foods)사의 스팸 통조림이다.
SCP-1950-KO의 제형은 당시의 다른 배급품 스팸 통조림과 전혀 차이가 없으며, 특기할 점으로 뚜껑이 이미 열려 있다. 또한 SCP-1950-KO의 겉에는 혈흔으로 보이는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SCP-1950-KO의 변칙성은 대상 내부의 내용물을 밖으로 꺼냈을 때 나타난다.
SCP-1950-KO의 내부 내용물의 용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경우, SCP-1950-KO는 스스로 내용물을 생성한다. SCP-1950-KO는 햄을 끊임없이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내용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완전히 내용물을 비웠을 경우를 기준으로 평균 48분을 기록했다.
SCP-1950-KO가 생성한 햄은 언제나 성분이 동일하며, 그 자체로는 어떠한 변칙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성분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스팸과 정확히 일치한다.
SCP-1950-KO는 부산의 부대찌개 배달 전문점에서 발견되었는데, 스팸 맛이 이상하다는 고객들의 신고로 위생 조사 과정에서 70여년 전 스팸을 사용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1, 해당 음식점이 식품 비용 처리 과정에서 햄을 구매하는 과정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해당 사항을 조사하던 경찰관에게 기억소거제가 처방되었다.
부록
SCP-1950-KO의 등급 설정 후 1년 뒤, 04K기지로 삼대천의 회장 임한영이 침입했다. 공격 의사가 없음을 표한 임한영은 04K기지 요원들에 의해 인명피해 없이 구류되었다.
이지윤 박사: 평소 그렇게 재단을 피해다니시더니, 이렇게 직접 출두를 다 하시고.
임한영: 여전히 마찬가지네. 재단의 저력은 재단 이외의 모든 '요주의 단체'들을 농락할 수 있는 수준이지 않은가. 다만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봤네. 재단은 합리적인 기관이니까. 내 말이 틀렸나?
이지윤 박사: SCP-1950-KO가 그렇게 중요한 물건입니까?
임한영: 중요도로만 따지면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 그러나 내게 있어서 상당한 추억이 깃든 물건이란 말이네. 무리한 부탁은 아니지 않나? 파괴하라는 것도 아니고, 내게 달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변칙성을 사용하지 않고 얌전히 보관하도록 보안 등급을 높여달라는 부탁인데 말이지.
이지윤 박사: 그 점이 이상합니다. 지금껏 정말 이상한 요주의 인물들을 만나보았지만, SCP의 탈취도 아니고 보안 등급을 높여달라는 부탁을 하는 인간은 난생 처음입니다. 이유가 뭡니까?
(임한영은 입을 열기를 주저한다.)
임한영: 여동생의 유품이다.
이지윤 박사: 통조림이 유품이라고요? 아니, 그보다 여동생이 있었습니까?
임한영: 그래. 피붙이는 아니지만. 꽤나 강한 아이였지. 안타깝게도 일찍 죽었지만.
이지윤 박사: 그녀가 SCP-1950-KO를 소유했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설명해 주는 건 많지 않습니다. 재단을 기피하는 당신이 오직 SCP-1950-KO의 보안등급을 높이기 위해서 이 기지에 단독으로 침입했다는 건,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라고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임한영: 글쎄…중요한 건 여동생은 이걸 가지고 있었고, 이런 귀물이 있다면, 세상을 위해 쓰는게 옳다고 믿었다는 거지.
이지윤 박사: (한숨) 말씀하기 싫으신 거군요. 좋습니다. 세상을 위해서라…그녀가 구호활동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임한영: 그 비슷한 거지. 그것만큼 숭고한 건 아니지만, 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임에는 확실한 일이었다. 상이군인이라고 들어봤나?
이지윤 박사: 국가유공자분들을 말하는 거지요?
임한영: 그렇지. 가치중립적인 어휘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참 수습에 열을 올리던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멸칭으로 쓰였다. 사지 멀쩡한 이 하나 없는 불구들이 상이군인이었으니.
(임한영이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의자의 프레임이 휘어진다.)
임한영: 나라를 지킨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존재 가치를 잃었지. 경제 발전에 있어 그들은 솔직한 말로 짐덩이었어. 한서는 그런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물론 돈은 받고 말이지.임한영: 먹고 잘 곳 없는 이들을 수용하는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던 한서의 가장 큰 걱정은 그들의 식비였지. 신체 일부를 잃긴 했어도 건장한 사내들이었으니, 먹는 양이 상당할 수밖에. 그래서 이 귀물을 얻게 되었을 때는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지. 허나 나와 재회하기 전까지 한서는 귀물을 사용하지 않았어.
이지윤 박사: 여동생분은 SCP-1950-KO를 뺏길까봐 두려워했던 것이군요.
임한영: 그렇지. 그땐 재단이란 건 아예 몰랐고, 그저 이렇게 많은 스팸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괜한 오해가 생길까봐 두려웠던 거지. 스팸은 미군의 보급품이었으니까.
이지윤 박사: 그랬군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당신을 다시 만난뒤엔 사용했다는 거군요.
임한영: (고개를 끄덕이며) 여동생과 재회한 것이 전후 3년째인가. 그때 난 이미 초인의 경지에 다달은 상태였네. 개조된 육신의 부조화와, 시산혈해 속에서 강제로 강령된 혼의 폭주 때문에 제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그 때에도 이미 한반도에서 날 막을 존재는 신을 제외하고는 없었지. 미군도, 사람들의 시선도 두렵지 않았어.
이지윤 박사: 잠깐만요. 흘려들을 수 없는 말들이 많습니다. 시산혈해 속에서 강령된 혼이요?
임한영: 이 이야기와는 관련 없는 일이네.
이지윤 박사: 그렇게 얼버무릴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임한영: (한숨) 내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유다만, 그리 말하고 싶지 않군. 부탁하건데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도 되겠는가?
이지윤 박사: 좋습니다. 그렇게 강했기 때문에, 여동생이 통조림을 사용하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맞습니까?
임한영: 그렇지. 부대찌개를 만들어서 팔았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 본격적인 식당을 차린 건 아니었지만, 규모가 꽤나 커졌었네. 거기서 나는 가능성을 보았지.
이지윤 박사: 가능성이라면…설마.
임한영: 건장한 사내들이 양질의 단백질을 양껏 먹을 수 있는 곳은 이 하숙집밖에 없었으니 잔뜩 몰려들었고, 난 그녀석들이 일할 자리를 만들어 준 거지.
이지윤 박사: 그게 삼대천입니까?
임한영: 아니, 그건 한참 뒤의 일이지. 하지만 그 시기의 경험이 단체를 조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네.
이지윤 박사: SCP-1950-KO가 중요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란 것은 알겠습니다. 허나 보안등급을 올리라는 요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탈취라면 모를까…
임한영: 탈취는 무슨. 나는 그 통조림을 보고 싶지도 않네. 보안등급을 올려달라는 이유는, 더이상 그 통조림이 스팸을 만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지.
이지윤 박사: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임한영: 나는 자만했었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몸이 두개인 것은 아닌데 말이지. 내가 하숙집을 떠나 있는 동안, 하숙을 하던 한 남자가 여동생을 찔러 죽였네. 그 이유가 뭐였는지 아나? 자기 부대찌개에 남들보다 스팸이 적게 들어서였네. 웃기지 않나? 스팸은 제한이 없었고, 한서는 분에 넘칠 만큼 많은 스팸을 누구에게나 아끼지 않고 줬었는데 말이지.
임한영: 그래서 다 죽였네. 하숙집에 있는 인원 모두를 말이야. 그리고 그 통조림은 내가 보관하고 있었네. 동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 스팸은 결코 먹지 않고, 동생의 피도 닦지 않았네. 헌데, 그것도 옅어지더군. 차마 부술 수는 없었고, 여동생의 무덤 옆자리에 묻었었지.
이지윤 박사: 그리고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된 것이군요.
임한영: 그렇지. 그 통조림을 재단이 격리하는 것은 자유지만, 비상식량으로 사용하는 건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군.
현재 SCP-1950-KO의 기지 배급품으로서의 사용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