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SCP-1922-JP
잊혀서, 다다르고, 곤드라지다
忘れ、行き着く、酔い潰れる
작가: kyougoku08
역자: LR0725
원본: http://scp-jp.wikidot.com/scp-1922-jp
일련번호: SCP-1922-JP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1922-JP는 저위협 물품 보관함에 두고 24시간 체제로 감시한다. 실험 시 기지 이사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 씨에 대한 조사는 20██년 ██월 ██일, ███ 씨가 사망하면서 중지되었다.
설명: SCP-1922-JP는 만화가인 ███ ███ (본명은 ██ ███) 씨가 그린 만화책이다. 요괴를 그린 일러스트가 마지막 쪽을 제외한 모든 페이지에 도감 같은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으며, 일반인에게는 유통되고 있지 않다. 재단 민속학부의 조사에 따르면, 그림에 그려진 모든 요괴는 종래의 서적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전부 ███ 씨가 창작한 요괴라 판단된다. 그러나 책을 읽은 인간은 그중 한 요괴에 대해 기시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단 점을 유의해야 한다.
SCP-1922-JP-1은 SCP-1922-JP의 "잊지 마"라는 제목이 붙은 백지의 마지막 쪽을 만져야만 진입 가능한 변칙 공간이다. SCP-1922-JP-1 내에 들어가면 영상, 음성, GPS 신호 등이 전부 차단된다. 이 때문에 SCP-1922-JP-1 내의 정보는 SCP-1922-JP-1 내에서 귀환한 사람의 증언과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SCP-1922-JP-1 내에서 돌아온 사례는 ██건 중 5건뿐이다.
SCP-1922-JP-1 내에는 후술할 SCP-1922-JP-2를 제외하면 어떠한 생물도 존재하지 않고, 환경은 항상 눈이 내리는 야간으로 고정되어 있다. 또한 그 일대에는 갖가지 물품과 생물의 시체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물품의 경우 귀환 시에 소지하고 있던 것만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아래는 SCP-1922-JP-1 내에서 돌아온 우메키埋木 요원의 면담 기록이다.
면담 기록 1922-JP-GEG - 일시 20██/██/██
면담자: 마루야마丸山 박사
대상: 우메키 요원
«녹음 시작»
마루야마 박사: 그러면, 우선 들어갔다 오셨던 SCP-1922-JP-1 내부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만이라도 괜찮으니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우메키 요원: 그러게…, 일단 눈이 내렸었지. 그것도 내가 거기 있을 때는 계속 오더라고. 거기다 아침도 계속 안 왔어. 쭉 밤이었지. 게다가 불빛이라 할 만한 것도 딱히 없었는데, 약간은 환했던 건 기억나. 추웠지만 오히려 뭐랄까…, 뭐라 해야 되나, 마음? 그런 뭔가가 무척이나 따뜻한 느낌이 들었지, 환영 받고 있는 것도 같고, 언제까지고 여기 있고 싶다 하는 느낌. …어머니 품 속이라든가 보통 그리 말하잖아, 대충 그런 기분이라 하면 될지도 모르겠네.
마루야마 박사: 그렇군요, 그 외엔 뭐가 있었습니까.
우메키 요원: 여기저기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있었어. 산 같이 쌓인 것도 있었고, 혼자 덩그러니 굴러다니는 것도 있었지. 새것은 거의 없었고, 망가진 것도 있는가 하면, 계속 소중하게 쓰였던 거 같은 물건도 보였어. 가끔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본 적도 없는 물건도 눈에 띄었고. 사람이나 생물의 시체도 있긴 했는데, 뭔가 시체라는 느낌이 아니었어, 어쩌면 시체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거기다가, 시체들 중에선 뭔지 모를 괴물딱지 같은 것도 있었어. 그 뒤로는 뭐라 해야 되나, 좀 변두리 같단 인상은 있었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든데, 암튼 그런 인상이었지.
마루야마 박사: 변두리 말입니까?
우메키 요원: 그래, 뭐랄까…, 어딘가로 이어지는 입구, 길 같은 거. 더 깊은 곳이 있는 것 같다 싶었어. 아무튼, 아마 그 심부에서 조그맣지만 뭔가 목소리가 들려오더라고. 기분 좋은 것 같고 뭔가 연회를 즐기는 듯한 소리. 아, 그리고 어디선지는 몰라도 술 냄새가 풍기던 것도 기억나네. 코가 조금 간지러운 정도였지만 말이지. 내가 본 건 이 정도네.
마루야마 박사: 그러면, 귀환하실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우메키 요원: …그 부분이 문제란 말이지 박사,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뭐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언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그걸 집어 올렸더니 갑자기 확 추워졌어. …이봐, 박사, 대체 그건 뭐였던 거야?
«녹음 종료»
우메키 요원이 귀환 당시 소지하고 있던 장난감을 요원의 친척에게 보여준 결과, 우메키 요원이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실에 관해 요원에게 질문하자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소중히 했던 건데 왜 잊어버리고 있었지"라고 답변했다. 그 뒤 변칙성 검사 결과 장난감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우메키 요원의 방에 보관 중이다.
SCP-1922-JP-1 안에는 SCP-1922-JP-2로 지정된 인간형 독립체가 존재한다. SCP-1922-JP-2는 안경을 낀 일본인 남성이며, 이름은 '야마다'山田라고 자칭한다. 외견상 특징으로는 기성품 정장, 근시용 안경, 극단적으로 비뚤어진 덧니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외모는 ███ 씨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일치하며, SCP-1922-JP-2의 증언을 고려했을 때 이 모습은 의도적으로 모방한 것이라 생각된다.
SCP-1922-JP-2는 SCP-1922-JP-1 내의 안내인을 자처하며, 들어온 사람에게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진입자가 SCP-1922-JP-2를 공격하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진입자를 무력화하는 것 외의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아래는 SCP-1922-JP-2와 접촉한 뒤 귀환한 가로我路 요원이 필사한 녹취록이다.
면담 기록 1922-JP-01-AKUM - 일시 20██/██/██
면담자: 가로 요원
대상: SCP-1922-JP-2
«기록 시작»
가로 요원: 여긴 대체 어딥니까? 당신은 누구죠? 게다가 그 모습은…
SCP-1922-JP-2: 잠깐, 그렇게 한번에 와다다 물어보시면 곤란해요. 하나씩 설명할까요. 여긴 잊히기를 기다리는 것들의 장소, 이윽고 잊히기 위해 황천으로 향하는 입구, 마을 변두리, 경계라고 칭하는 곳. 무얼 기준으로 잊히는 게 결정되는지는 몰라요. 여기 이외에도 몇 곳 더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저는 이곳밖엔 몰라요.
가로 요원: 잊힌다는 건 대체 뭐죠?
SCP-1922-JP-2: 말 그대로예요, 누구든 한때는 기억하던 것,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것, 그런 것들은 모두 서서히 잊혀 가죠. 그리고 그걸 되찾으려 하는 기특한 분은 아주 드물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죠,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 필사적이니까요. 외로운 일이지만, 물론 그걸 부정하진 않아요.
가로 요원: … 그러면, 이곳은 사람에게 잊히는 걸 기다리는 장소라는 건가요?
SCP-1922-JP-2: 거의 정확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요. 아쉽게도 그걸 설명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네요. 저도 그중 하나예요. 언젠가 잊혀서는 사라질 무언가죠. 당신도 이미 제 동료를 몇 명 알고 계실 테죠. 단지,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을 뿐. 그 사람에게는 감사하기도 하니, 여기서 이런 안내를 하고 있어요.
가로 요원: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요?
SCP-1922-JP-2: 한 가지 방법은 거리로 가는 거죠. 그곳은 잊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언젠간 사라져야 할 터인 취기에 언제까지고 침잠하는 장소입니다. 그치만 그쪽은 일방통행, 잊히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죠. 뛰쳐나오는 건 가능하지만, 이미 잊혀버린 사람은 기억을 되살리려고 빠져나와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요. 뛰쳐나온 녀석들은 모두 기분 좋은 녀석들뿐이지만, 얼마 못 가서 움직이는 법조차 까먹고 말아요. 그리고 돌아갈 때는 다시 이곳을 통해서 가야 해요. 결국 또 잊혀야만 하는 일방통행, 딱한 사람들이죠.
가로 요원: 그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SCP-1922-JP-2: 여기 있는 무언가를 기억해 내면 돼요. 여긴 잊힌 것들의 황천길, 여길 방문한 시점에 이미 당신도 잊혀 가는 중이란 거예요. 그러니 빨리 그걸 떠올려 주세요, 그게 분명 당신을 바깥으로 인도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갇힌 채로 언젠가는 잊히고 말아요. 뭐, 요즘은 모두들 묘하게 여러 가지 잘 기억해 내더라고요. 대충 몇백 년쯤 됐나.
가로 요원: …뭔가 다른 방법은 없나요?
SCP-1922-JP-2: 없어요. 잊혀진 것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요, 돌아갈 수 없다고요. 기껏해야 포르말린에 절여진 해부 검체 같은 신세가 될 뿐이죠. 죽을 각오로 기억해 내세요. 당신, 아니면 당신들이 잊어버린 걸 말이에요. 명정가로 들어가 버리기 전에. …그 사람은, ███ 씨는 능숙하게 기억을 되살리고는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최근에는 통 오지 않는 것 같네요.
가로 요원: 제가 아는 ███ 씨라면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SCP-1922-JP-2: …아아, 그런가. 그 사람은 저희를 빛에서 끌어냈고, 또 저희를 그 황천길에서 발견해 줬죠. …잊지 않아요, 저는 절대로 잊지 않아요. …말을 좀 길게 해버렸네요. 당신도 어서 찾아내는 게 좋을 거예요. 여기는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떠나기 어려워지니까요. 잃어버린 것들에 둘러싸여서, 기억할 수 없었던 따뜻함에 에워싸여서. …그런가, 어쩌면, 저걸 만들어낸 누군가는 잊힐 수 있단 걸 일종의 구원이라,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로 요원: …당신은.
SCP-1922-JP-2: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아요. 잊는다는 건 두려운 것, 또한 동시에 포기해버리는 것. 저 명정가는 종말, 퇴폐, 침체, 그리움의 거리에요. 그래요, 잊힌다는 건 지옥이에요. 저곳은 지옥, 그걸 깨닫고서도 술을 탐닉하며 넘쳐흐르는 덧없는 따스함을 누립니다. 반면 그곳에서 빠져나오면 지독한 한기에 시달리죠. 그들은 그 따스함을 사랑이라 한 채 살아가요. 저런 곳으로 ███ 씨가, 그리고 당신이 발걸음하길 바라지 않아요. 설령 언젠가는 모두가 다다를 운명인 장소라 할지라도…
«기록 종료»
상기한 기록을 근거로, SCP-1922-JP와 유사한 다른 물품이 존재할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팀이 꾸려졌다.
부록 1: 아래 기록은 SCP-1922-JP-1 내에서 가로 요원이 발견 및 회수한 녹음기에 녹음되어 있던 음성이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부른 창화(唱和)가 녹음되어 있으나, 인물을 특정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음성 기록 1922-JP-01-KASN - 일시 20██/██/██
«재생 시작»
기나긴 밤중 머나먼 잠 속에서 다들 일어나 파도에 탄 뱃소리 듣기 정말 좋도다
향그런 꽃도 결국 져버리는데 우리 세상에 누가 영원하겠나
덧없이 깊은 산속 오늘도 넘어 얕은 꿈도 취기도 모두 다 잊고
반드시 그리 해야만 이곳이 명정 다시 못 돌아가는 꿈속의 거리
변하지 않는 것은 한밤중의 달과 술안주뿐인 영원히 쌓인 눈
우리가 가고 우리가 잊히고 우리가 노래해
오너라 오너라 하며 우리는 취한다
사랑을 담아서
기나긴 밤중 머나먼 잠 속에서 다들 일어나 파도에 탄 뱃소리 듣기 정말 좋도다
«재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