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890-KO

일련번호: SCP-1890-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890-KO 자체의 특성 때문에 SCP-1890-KO가 발견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재단 기지는 만일에 대비해 미세먼지 차단/정화 대책을 철저히 예산이 되는 한 준비하도록 한다.

설명: SCP-1890-KO는 미세먼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양보다 적게 인식되는 현상이다.

대한민국 기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5㎍/m3이며,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두 자리를 넘는 곳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재단 소속 기상관측소에서 인식재해나 밈 효과 등 각종 변칙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을 때는 지구상 어디에서 측정하든 간 예외 없이 이 값이 실제와 멀며, 어떤 강력한 인공 변칙성이 측정을 방해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실제 농도보다 낮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나,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분석할 수 없었다.

SCP-1890-KO-1은 SCP-1890-KO의 원인이 되는 변칙적 장을 일컫는 임시 명칭이다. 재단에서 SCP-1890-KO를 발견한 후 그 원인을 수색했으며, 머지않아 지구 전체를 뒤덮은 어느 변칙적 효과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CP-1890-KO-1은 인류 정신권에 연결되었으며, 인류가 실제 존재하는 미세먼지 대부분을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도록 막는다. 한편 SCP-1890-KO-1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으킬 건강 문제, 환경 문제 등 또한 모종의 방법으로 방지한다.

SCP-1890-KO-1을 제작한 주체는 불명확하다. 재단의 데이터베이스에 '항밈학과'라는 부서와 연관되어 각종 SCP-1890-KO-1 관련 자료가 발견되었지만, 해당 명칭의 부서는 지금까지 재단에 존재한 바가 없다. 현재 재단은 SCP-1890-KO-1을 역설계하여 원리를 파악하는 작업 및 지구상 미세먼지의 실제 농도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예산 대비 실적 부족으로 취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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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890-KO

등급: 케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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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특수 격리 절차: 장막 규약은 폐기되었다. 모든 재단 인원은 외출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실내에 머무를 것을 명령한다. 반드시 외부로 나가야 할 경우 특수 방호복 및 방독면을 입고 산소통을 구비해 외부 공기와 일체의 접촉을 방지한다. SCP-1890-KO의 영향 때문에 광원을 소지해야 하며 일반적인 무선 통신이 불가능하단 점을 유의하라. 외부 공기를 직접 흡입했거나 피부에 장기간 노출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각 재단 기지는 외부와 밀폐 상태를 항시 유지하며 출입구를 개방해야 할 때는 이중문 구조를 활용한다. SCP-1890-KO가 침투할 수 있는 틈은 전부 꼼꼼히 막는다. 사고 등 이유로 개방된 틈이 생길 경우 최대한 신속히 타 구역과의 연결을 끊어 추가 피해를 방지한다.

모든 재단 인원은 가장 가까운 대형기지에 결집해 SCP-1890-KO를 제거하거나 이주 계획을 세우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재단 인원은 본인 기지에서 대기하며 각자 생존을 도모한다. 가까운 시일 내로 각 기지에 보급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보급 예정 날짜는 12월 3일 12월 13일 1월 22일 3월 14일 미정

설명: SCP-1890-KO는 전 지구를 뒤덮은 치명적 수준의 초고농도 미세먼지이다. SCP-1890-KO의 효과는 2025년 11월 14일까지 SCP-1890-KO-1가 변칙적 수단으로 막아왔으나, SCP-1890-KO-1이 갑작스레 원인불명으로 작동을 중단하며 격리 파기 사태가 발생했다. 극히 치명적인 수준의 미세먼지가 단숨에 구현화되며 실외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즉시 질식사했으며, 실내에 있던 생물도 장소가 완벽히 밀폐되지 않았다면 금세 미세먼지가 침투해 사망했다. 기존에 밀폐된 공간도 미세먼지가 점점 더 구현화되며 위험해지는 상황이다. 실외 미세먼지 농도는 측정 장치 한계치를 월등히 넘기에 정확한 수치는 불명이나 잠시라도 흡입하면 거의 반드시 즉사할 수준이며, SCP-1890-KO-1의 효과가 사라져가며 먼지가 점점 더 구현화되어 아직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재 밀폐 처리가 완료된 재단 기지 및 몇몇 요주의 단체 거점 외에 확인된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단된 지하 환경이나 우주 정거장 따위 장소에 생존자가 추가로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장막 밖 모든 인류가 사멸한 βK급 "배척" 시나리오 발령이 대기 중이다.

현재까지 SCP-1890-KO 때문에 발생한 주요 피해는 다음과 같다.

  • SCP-1890-KO에 노출된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 사망. 살아남은 민간 인구는 거의 없는 것이 확실시되며, 기존에 SCP-1890-KO 대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재단 기지 소속 재단 인원 역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 요주의 단체 상황은 확인하기 어려우나, 2025년 12월 시점에서 세계 오컬트 연합과 유한회사 마셜, 카터 & 다크에서 일부 생존자가 확인되었다. 뱀의 손은 현황을 알 수 없으며 연방수사국 특이사건반, 윌슨 야생동물구제, 혼돈의 반란 등은 전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시점에서 확인된 생존자 수는 ERROR! 재단 인트라넷에 연결되지 않아 데이터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 각종 재단 및 요주의 단체 피해로 인한 변칙존재 탈주. 생물형 변칙개체는 기지를 탈출했어도 대부분 SCP-1890-KO의 영향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일부 생존한 비격리 변칙존재가 주변을 배회할 위험은 무시할 수 없다. 각 재단 기지는 불가피할 경우 고위험 변칙개체를 모두 퇴역 처분하도록 한다.
  • 미세먼지의 물리적 성질로 인한 통신 방해 및 기기 고장. 현재 여러 재단 기지가 연락이 끊겼으나, 인원이 전멸했는지 SCP-1890-KO 때문에 통신이 불가능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에 노출된 기계 장치 혹은 시설은 고장의 위험이 크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차량이나 비행기 따위로 이동하는 것은 엔진이 고장 날 우려가 크기에 권하지 않는다.
  •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다량의 미세먼지가 대기에 쌓이며 태양 빛을 차폐할 위험이 존재한다. 해당 사태가 발생할 경우 0K급 "극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당 시나리오가 얼마나 유력한지 현재 검토 중이다.

각 재단 기지 및 인원은 재단 인트라넷에 연결된 한 계속하여 현황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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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일지 2025/11/21


지난주에 SCP-1890-KO-1이 무너졌다. 그리고, 세상 또한 그와 함께 무너졌다.

나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 재단의 헬리콥터를 타고 기지로 귀환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을 겪더니,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하늘색 하늘은 사라지고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으며 짙은 갈색으로 하늘이 변해갔다. 도심을 향해 시선을 내리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어느새 시야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면서 그 사람들은 그대로 사라졌다. 헬기 안은 밀폐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했지만, 조종사가 창밖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에 제자리에서 호버하며 대기하다가 본부의 지시를 따라 결국 귀환했다.

꼼꼼히 세척 작업을 한 후 이중문을 통과해 기지 내로 들어갔는데… 기지 창밖에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어제까지 창문이 있던 장소는 회색 벽이 되었다. 물론, 저것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나 이후에 몇몇 인원이 추가로 기지에 귀환했지만, 기지만큼 차폐가 꼼꼼하지 않던 차량에 있던지라 다들 신체 이상을 토로했고 응급실로 끌려갔다. 나 또한 만일에 대비해 응급실로 이동했다.

SCP-1890-KO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고 휴게실로 다시 나오니 본부에서 나온 뉴스를 들었다. 실외에 나왔던 모든 인간은 SCP-1890-KO-1가 기능을 정지하자마자 즉사했고, 실내에 머무르던 사람들도 결국 구조물 안으로 먼지가 들어와 대다수가 몇 시간 안에 사망했다. 생존자는 기지 내에 있던, 그리고 빠르게 복귀한 재단 인원과 극지방 등에 머무르는 극소수 민간인뿐이라고 한다. 우리 기지는 이사관이 SCP-1890-KO를 대비해 각종 기지 시설 개조를 해서 사람들이 살았지만,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여러 기지의 인원들은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절대다수의 동식물은 즉시 멸종했다. 미세입자가 전자기기와 통신을 방해했는지 인터넷은 그대로 다운되었다. 재단 인트라넷은 아직 살아있지만, 접속이 굉장히 불안정해 계속 끊긴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극지방이나 외우주로 피난을 갈 수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외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우린 이 안에서 고립된 상태다. 밖에 모래 폭풍이 너무 강해서 나갈 엄두를 내기는커녕 바깥 상태조차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제21K기지 같은 대형 기지로 갈 수만 있다면 상황이 낫겠지만, 다들 저 무지막지한 환경을 감히 헤쳐나가려고 하는 건 사실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으로서는 기지 안에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어제와 비교해서 식량 배급량이 준 것 같다. 그 무한 피자 상자 같은 변칙존재가 우리 기지에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상부에서 보급품이 온다고 하니 그것만 기다리는 중이다. 세상이 망한 거지 재단은 망하지 않았으니, 희망을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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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890-KO/보충 문서/대응책 제안


SCP-1890-KO 대응책으로 여러 제안이 올라왔으나, 현재까지 대부분 기각되었다. 여러 타우미엘 및 고보안 변칙개체의 보안이 해제되었으니 재단 인원은 이곳에 각종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권장된다.

제안 사항 평가
SCP-2000으로 복제인간을 생산해 인류 절멸을 방지하기. 지구의 환경 자체가 문제이기에 인류 개체 수를 일시적으로 늘려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함.
기존 차원을 버리고 SCP-1485 등 타 차원으로 이주하기. SCP-1485-A 우주 측에서 본인들의 우주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는 이유로 출입구를 밀봉함. 원활한 이주가 가능한 다른 평행우주 또한 동일한 조치를 취함. 평행우주 도약기인 SCP-3022는 O5-11이 반출한 후로 같이 실종됨.
SCP-1890-KO-1의 근원을 찾아 대상을 수리하기. 현재 사태 발발 이전에도 SCP-1890-KO 역설계에 실패했는데, 자원 및 정보가 훨씬 부족한 상황에서 성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움.
제07K기지 최하층에 격리된 SCP-1234-KO를 처분해 시간을 과거로 돌리기. 제07K기지와의 통신이 완전히 끊김. 대상의 격리실은 고도로 밀폐됐으며 홀로 무기한 생존이 가능하기에 자연히 사망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움. 만약 누군가가 제07K기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처분이 가능하기에 그나마 가능성이 유력함. 그러나, 약 80년 가량의 시간이 돌아가 기준현실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에 가급적이면 미루고자 함.
고도의 현실침강을 이용해 SCP-1890-KO를 제거하기.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해결방안임. 현재 SCP-1000-KO, SCP-5004-B, 한국사령부 제임스 연구원 등 여러 현실침강을 연구해 충분히 강력한 현실침강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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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일지 2025/11/28


60초였나 뭐였나, 핵전쟁이 일어난 상황에서 일가족이 지하 벙커에 갇혀서 최소한의 물자로 살아남는 그런 게임을 언젠가 봤는데, 딱 그 게임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한 가지 차이라면 그 게임에서는 밖으로 탐사를 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게 불가능하단 점이겠지. 이론상으론 어떻게 잘 방호구를 끼면 나갔다 올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럴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재단 기지가 외딴곳에 있어서 마땅히 물자를 획득할 장소도 없고, 까딱하면 질식할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과연 있으려나 싶다. 상부에서 보급을 줄 예정이라고 하니 직접 탐사를 나가는 건 가능한 한 미루고 싶다.

K급 시나리오 발령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아무리 세상에 수많은 변칙이 있다고 해도, 재단이니까, 재단이 있으니까 전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런 일이 생기다니, 참 개 같은 일이다. 저 망할 변칙을 한 대 쥐어패고 싶지만, 먼지라서 그러지도 못한다.

개인 일지 2025/12/03


분명 보급품이 오늘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져서 오는 데 문제가 생긴 걸까? 지금은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만 들었다. 분명 머지않아 도움이 올 거라고, 보급뿐만 아니라 우리 기지 인원 전체를 제21K기지 같은 대형기지로 데려갈 부대를 준비해서 오래 걸리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돈다. 누군가는 단지 재단 기지가 하도 많으니까 좀 늦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 기지 이사관이 과거 경험 때문에 편집증적일 정도로 SCP-1890-KO 대비를 해서 우리가 지금 안전한 것이지, 다른 기지는 더 나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단지 우리가 상황이 가장 나은 편이라서 다른 우선순위가 더 높은 기지를 먼저 구호하느라 우리에게 올 보급품이 밀린 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이사관은 일단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배급량을 더 줄였다. 식량이 오늘따라 더 맹맹하다.

개인 일지 2025/12/07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다른 연구원들과 내기했다. 길어봤자 한 달 안으로 해결될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 3개월 정도로 잡은 사람이 대부분, 6개월 이상이 몇 명, 1년 이상과 일주일 이내도 각각 한 명씩 있었다. 나는 한 달 안으로 대책을 찾을 거라고 돈을 걸었다. 아직은 재단에 희망을 좀 걸고 싶다. 재단에 활용 가능한 변칙존재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현실침강으로 저 미세먼지를 제거할 계획도 있다고 했고. 그래도 시간을 조금만 주면 주요 재단 기지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현실침강 작전이 실패한다면… 그런 일은 생각하기 싫지만, 그래도 다른 변칙을 활용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종 타우미엘 SCP 문서 기밀이 해제되어서 이것저것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SCP-2000을 가동하면 일단 인류가 사라지는 것 자체는 방지할 수 있고,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변칙개체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SCP-1968은 위험성이 크고, SCP-1234-KO는 돌아가는 시점이 1900년대 중반으로 꽤 전이라는 등 각자 결점이 있지만, 그래도 방법이 정말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아마도.

아 참,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사건이 발발한 첫날에 미세먼지에 노출되어서 응급실에 실려 간 친구가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퇴원했다. 변칙 오염의 징후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양이 많은 것 빼고는 저 미세먼지가 끼치는 다른 영향은 없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만하겠다.

개인 일지 2025/12/13


2차 보급 날짜가 오늘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보급품이 오지 않았다. 상부에 메시지를 보내 항의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상부에서 우리를 잊은 것만 아니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는 보급이 계속 안 오면 어쩌지 우리끼리 농담하는 정도였는데, 슬슬 다들 겁에 질렸다. 우리 기지에서 자체로 식량을 어느 정도 생산할 수는 있고, 물자도 어느 정도 쌓아놓았지만, 분명 한계는 있다. 보급품이 안 오는 것 말고도, 날씨가 겨울인 걸 감안해도 꽤 추워져서 문제다. 거대 화산이 폭발했을 때마냥 먼지가 태양 빛을 싹 가려서 지구 자체의 온도가 하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수도관 동파를 우려해서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것을 감수하고 난방을 더 세게 돌리기로 했다.

지구도 멸망했고, 격리 업무도 줄어서 자유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좁은 공간 속에 갇혀서 지내다 보니 무료해지기도 해서 SCiPNET을 둘러보며 기밀 해제된 문서를 마구 읽는 중이다. 뭔가 다른 도움이 될 법한 SCP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별 수확은 없었다. 그 대신 이름만 듣고 잘은 모르던 SCP 문서들을 읽으며 모르던 점들을 배우긴 했다. SCP-1234-KO가 그냥 시간변칙개체인 줄 알았는데, 죽으면 시간이 출생 시점으로 돌아가는 재단 인원이라고 한다. 현재는 변칙성을 없앨 방법을 찾을 때까지 냉동 보존된 상태이고. 보존된 덕에 이런 사태를 겪을 필요가 없게 됐으니, 오히려 다행이려나 싶다.

개인 일지 2025/01/01

우리끼리 어떻게든 추가 물자를 조달하려 작은 탐색조를 꾸렸다. 충성심이 높다고 판명된 D계급 두 명과 자원한 기동특무부대원 한 명이 특수 방호구를 입고 기지 주변 마트에서 통조림 따위 보존식품을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각 사람은 여분 산소통 몇 개, 손전등, 지도, 각성제 따위와 함께 출발했다. 혹시나 통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기지 밖을 나서자마자 신호가 끊겼다. 몇 시간 후 세 사람이 돌아왔지만 빈손이었다. 편의점 몇 개를 살펴봤지만 식품 상태가 온전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웬만한 음식은 상하거나 용기가 손상되었다. 세 사람은 조금 더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 지하실에 온전한 게 있을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떠났지만, 다음 날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D-6771 혼자서 기지 문을 두드리며 돌아왔다. D-6771은 방호구가 많이 손상된 채로 들어왔고, 뭔가 끔찍한 경험이라도 한 듯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D-6771은 SCP-1890-KO에 노출된 탓에 각종 피부병과 기관지 질환을 앓다가 얼마 안 가 사망했다. 들고 온 식량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부에서 개발 중이라는 현실침강이 잘 진행되어야 할 텐데.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긴급하다.

지난번에 퇴원한 친구가 갑자기 앓다가 죽었다. SCP-1890-KO의 영향으로 기관지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개인 일지 2025/01/22


변칙 개체를 하나 잡아먹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보급품 조달이 또 미뤄진 기념으로 대책 회의를 하다가 기지 안을 돌아다니는 저 두 물방울 같은 녀석들을 잡아먹기로 결론지었다. 변칙 개체 중에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개체가 저 둘밖에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호적인 녀석들이어서 직접 처분하기엔 기분이 더러웠다. 마취제 주사만 직접 한 후 해체업자 출신 D계급 몇 명에게 손질을 시켰다. 기지 인원 모두에게 특식이라며 고기를 조금씩 돌렸다. 고기의 정체는 혹시 몰라서 밝히진 않았다. 녀석들이 사라진 걸 누가 눈치채면 모르는 새 기지 밖으로 탈출했다고 얼버무릴 생각이다. 고기는 질겼다.

개인 일지 2025/02/14


해피 발렌타인, 초콜릿은 올해도 사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라곤 한동안 더러운 먼지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밖에서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사방을 덮은 이 먼지도 좀 사라지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품었지만, 바깥은 여전히 단조로운 무채색이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미세먼지와 결합한 강산성비 때문에 더 나빠졌다. 주변 도로나 지반이 부식될 지경이라고 들었다. 우리 기지 건물은 무사해야 할 텐데.

살아남은 재단 기지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분명 기지끼리 현황을 공유하라고 SCP-1890-KO 문서에 적혔지만, 내가 업로드하는 문서 말고 다른 문서를 본 적이 없다. 뭐, 단지 내 보안 인가가 낮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이런 지구 멸망 사태에까지 보안 인가를 신경 쓰는 건 아무리 재단이라도 너무한 것 같다. 다른 보충 문서 현황도 살펴봤지만, 현실침강 개발 진척도는 아직까지도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슬슬 우리끼리 해결책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기지에서는 마땅한 변칙 개체가 없고, 그렇다면 다른 기지를 가봐야 할 텐데… 한국사령부 자체에 타우미엘 개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게 문제다. SCP-1234-KO가 격리된 제07K기지가 그나마 가장 가깝지만, 그렇다고 수십 년이란 세월을 과거로 돌리면 내 존재 또한 사라질 텐데, 그래서 무섭다. 부디 위쪽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과격한 방법을 택할 필요가 없다고 제발 믿고 싶다.

개인 일지 2025/05/19


젠장,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저께는 북쪽 C동 벽에 미세한 구멍이 나버렸다. 아마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다가 산성비 때문에 약해진 부분에 구멍이 난 것으로 추측된다. 먼지가 통신 장비를 방해했는지 10분간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고, 결국 북쪽 건물 전체 연결을 끊어야 했다. 급히 대피한 몇몇 인원을 제외하면 원래 북쪽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북쪽 기숙사에 갇히게 되었다. 이쪽으로 온 몇몇 사람도 피부병 및 호흡기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아 하면 오래 살아남을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북쪽에 대부분의 식량이 저장됐었다는 사실이다. 실내 비닐하우스가 있다지만 남은 식량으로는 이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긴 역부족이다. 모래 폭풍이 날이 갈수록 더욱 세차게 몰아치는 것을 보아 하면 이 공간 또한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다. 날짜를 갱신하다 지쳤는지 보급 날짜는 그저 미정이라고 적혔다. 애초에 기대한 적도 없었지만. 안 그래도 불안정하던 통신이 더 불안정해졌다. 일지를 갱신하려고 했는데 계속 통신 오류가 뜬다. 상부에게 버림받은 건지 그냥 이 미세먼지가 더 나빠진 건지.

살아남은 인원을 확인하던 중 이사관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다들 깨달았다. 아무래도 북쪽 기숙사에 아직 갇히신 모양새다. 구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데다가 살릴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리더가 사라지니 오합지졸이 되어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기지 이사관보가 있다지만 전혀 인망이 없는 데다가 우유부단해 아무도 따르질 않는다. 그래도 이 건물 안에 머무르는 한 안전해서 다들 그동안 어느 정도는 안심해 왔는데, 공포가 코앞에 닥치니 모두가 혼란에 빠진 느낌이다. 사실 틀린 것도 아니다. 모래 폭풍이 계속되는 한 이 구역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본부와 통신이라도 어떻게 복구되어서 상황을 알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이 멸망한다면 좀 더 폼나는 변칙이 원인일 줄 알았는데, 이런 미세먼지 따위에 덮혀 서서히 말라 죽어 간다니. 하늘이 보고 싶다. 옥상에 난 창문을 오랜만에 들여다봤지만 대낮인데도 온통 깜깜했다. 먼지가 하늘 전체를 뒤덮어 태양광을 완전히 차폐한 모양이다. 하늘색 하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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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저장 완료. 추후 통신이 복구되면 파일을 업데이트합니다. 임시 문서 저장 기간은 최대 30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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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신이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음성 녹음은 추후에 통신이 복구되면 그때 파일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y

파일에 음성 녹음 삽입 준비 중…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재단 메인 데이터베이스와는 여전히 연결 상태가 먹통이기에, 당신은 이내 체념하고 임시 저장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같이 보존될 음성 기록을 녹음할 준비를 한다. 당신은 잠시 멍하니 앉아 생각하다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흠, 흠. 여기는 제61K기지. 나는 3등급 연구원이다. 이름은… 알 것 없다.

이 메시지를 들을 재단 기지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아마 우리 기지는 꽤 오래 살아남은 축일 것 같다. 전 이사관 씨가 온갖 힘을 다해서 SCP-1890-KO 대비를 철저히 해놓았으니. 그렇지만… 음, 그런데도 부족했다. 우리 기지는 살아남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곧 그렇게 될 예정이다. 기지 절반을 이미 미세먼지 때문에 잃은 상태였는데, 남은 사람들끼리 협력하지는 못할지언정 내분이 일어나 버렸다. 한쪽 파벌은 남은 식량 대부분을 독점하고 인질로 삼았지만, 다른 쪽 무리는 무기를 가졌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전혀 예상이 안 가고, 아무런 관심도 상관도 없다. 어차피 나는 이 장소를 떠날 거니까.

지금 나는 식량과 물, 방호복과 마스크, 산소통, 각종 기특대 장비, 재단 인트라넷 접속용 기구를 들고 대(對)미세먼지 특수 차량에 탑승했다. 나와 저 밖을 막는 물체라곤 눈앞에 선 이중문밖에 없다. 이, 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제 저 황야로 나서는 거다.

나가서 뭘 할 거냐고? 간단하다. 제07K기지로 운전해서 정문을 들이박고, 지하층으로 내려가 SCP-1234-KO를 죽일 거다. 그러면 대상의 변칙성이 발동해 이 우주 전체의 시간이 20세기 중반 즈음으로 되감길 것이다. 그럼 이 망할 변칙 미세먼지도 이 시간선과 함께 사라지겠지. 대응책 제안 목록에서 본 각종 방안 중 내가 이룰 수 있는 건 이것 하나밖에 없다. 아직도 바깥이 뿌연 걸 보면 아무도 SCP-1890-KO를 막는 데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고, 상부가 개발한다던 현실침강 작전도 감감무소식이다. 내가 직접 나서서 SCP-1234-KO를 죽, 죽이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당신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서 할 말을 생각한 후 녹음을 재개한다.

"잘될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지금까지 아무도 SCP-1234-KO를 건드리지 않은 걸 보면 나 말고 시도한 사람들이 있지만 전부 모종의 이유로 실패한 건 아닐까, 이런 걱정도 드는데… 아니, 아마 아닐 것이다. SCP-1890-KO를 없앨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시간선 자체를 되감는다는 극단적인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이겠지. 마치 나처럼. 하지만 더 이상은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헛된 희망만 심어준 저 상부는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과연 통신이 복구되어서 이 내용이 업로드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당신이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내가 07K를 향해 운전하는 중이거나 내가 실패하고 어딘가에 질식사한 채 자빠졌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부디 전자이길 바라고, 건투나 빌어줘라."

당신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녹음 중지 버튼을 누른다. 이 정도면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세상에 남길 마지막 흔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떨리는 마음을 뒤로하며, 당신은 기지 문을 개방한다. 밖에서 빛은 새어 들어오지 않는다. 자동차는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며 전속력으로 기지 밖으로 달려 나간다.



save recording

파일 임시 저장 중…

임시 저장 완료! 통신이 복구되는 즉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shut down

SCiPNET을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 되시길.



예상은 했지만 밖은 어두침침한 칠흑이다. 당신은 자동차의 강력한 헤드라이트로 겨우겨우 시야를 확보해 도로를 따라 주행해 나간다. 전조등을 최대로 밝혀봤자 코앞 수 미터만 보일 뿐이다. 직접 주행하기에는 아무래도 겁이 나 당신은 고속도로까지만 직접 조심스레 운전한 후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동주행 모드로 변환한다.

평소 같았으면 한참이 걸렸을 길이지만, 오늘만은 교통 체증 따위 없다. 도로에 그대로 멈춰선, 모래 폭풍에 풍화된 차들은 차량의 강인한 장갑이 그대로 들이받으며 바스러진다. 교통 표지판도, 잔해도, 동물 사체도, 무엇도 당신을 막아서지 못한다. 당신은 거리낄 것 없이 마구 속도를 올린다.

길을 가는 도중 스쳐 지나가는 인간형 생물체 무리가 있다. 목적 없이 주위를 서성이기만 하는데, 아마 살아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죽어있는 것 같지도 않기에, 당신은 녀석들을 볼 때마다 소름 끼쳐 하며 악셀을 더 밟는다. 호수를 떠다니는 시체들, 하늘에서 부유하는 무언가의 군집, 어딘가에서 자꾸 느껴지는 시선,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땅을 흔드는 거대 생명체까지, 장막을 벗어난 수많은 이상현상을 바라보며 당신은 내심 겁에 질리지만, 차량의 육중한 철판을 보며 다시 위안을 얻고, 이 변칙들을 없애겠다는 결의를 다시 다진다.

계속하여 운행하던 중, 우중충하게 비가 내리는 구간에 진입한다. 산성비는 주변에 남아 있는 사체와 각종 구조물에 내리꽂히며 순식간에 부식시키지만, 자동차의 특수 표면은 무사하다. 그러다가 비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조금이라도 약해졌는지, 차량 내비게이션에 연결된 재단 인트라넷에서 알림이 뜬다. 당신은 놀람을 금치 못하고 화면만을 바라보다가, 파일 열람을 선택한다.



통신이 복구되었으므로 임시 저장한 문서를 업로드합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업로드 완료!

<안내> SCP-1890-KO 보충 문서에 변경 사항이 (1)개 생겼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안내> SCP-1890-KO 문서에 변경 사항이 (2)개 생겼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

파일 열람 중…



SCP-1890-KO/보충 문서/대응책 제안

운용 가능한 거의 모든 예산을 동원한 결과, 재단 본부 측에서 연구 끝에 광범위한 지역에 적용이 가능한 강력한 현실침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몇 분 안으로 시범에 들어가 본 기지를 둘러싼 SCP-1890-KO를 전부 제거하는 실험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우리는 각 거점에 현실침강을 설치해 안전지대로 만들고, 연구를 해 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것입니다. 미세먼지만 없애면 지구 환경을 복구하고, 생명체 또한 재생산해 전부 재건해 낼 수 있습니다. 기지 안에 숨어 들어가 기다리는 것도 이제 끝입니다. 정상성은 지켜질 것입니다.

확보. 격리. 보호.



당신은 새로 갱신된 내용을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언다. 단단히 각오하고 나선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공지가 나오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당신은 이제라도 방향을 돌려 원래 기지로 돌아가야할지, 제07K기지로 이어서 진행해 나가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당신은 마음 한편에 몰려오는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다. 기지 안에서 갇혀 살던 동안 내내 기다려 온 소식인데 어째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그러던 중, 당신은 보충 문서가 마지막으로 편집된 시점을 확인한다. '3월 20일.' 오늘은 6월 14일이다. 당신은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변경 사항을 열람한다.



open SCP-1890-KO

파일 열람 중…



일련번호: SCP-1890-KO

등급: 아폴리온

black.png

하늘.

특수 격리 절차: SCP-1890-KO 제거 계획은 실패했다. 모든 인원은 각자 도생하라. 극심한 재단 물자 부족으로 더 이상의 보급은 없을 예정이다. 재단 데이터베이스 전체는 모두에게 기밀 해제되었으며, 타우미엘 개체를 이용해 사태를 막아볼 계획이 있는 인원은 자유롭게 시도하여도 된다.

설명: SCP-1890-KO는 전 지구를 예외 없이 뒤덮은 치명적 수준의 초고농도 미세먼지로, 2025년 11월 14일부로 격리를 파기해 βK급 "배척" 시나리오를 일으켰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오직 재단 인원 극소수만이 생존한 상태이며, 존속이 추가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불명확하다. 재단 측은 강력한 현실침강을 제작하여 SCP-1890-KO를 기준선 현실에서 제거하려 했으나,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SCP-1890-KO가 완전히 비변칙적이기에 현실침강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서를 아래로 더 내릴 수 있기도 전에 커다란 충격이 몸을 뒤흔든다. 부딪히며 꺼진 전조등을 다시 점등하니, 어떤 거대한 생명체가 길을 가로막은 채 차체를 짓누른다. 당신은 후진했다가 급가속하며 괴물을 강하게 들이받으려 하지만, 괴생명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괴물은 상체를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다시 내리치며 차에 다시 충돌한다. 지금까지 무쇠처럼 흠집 하나 안 난 차체가 안쪽으로 움푹 찌그러진 게 보인다. 당신은 후진하려고 하지만, 바퀴가 무언가에 붙들린 듯 전혀 움직일 수 없다. 괴물이 차 앞 유리 시야에서 다시 한번 사라진다. 당신은 안전벨트를 풀고 급히 장비를 챙긴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들썩인다. 아마 충격에 땅에서 튀어 오른 듯하다. 당신은 천장에 머리를 박는다. 방호구의 헬멧 덕에 큰 피해는 가까스로 피한다. 당신은 운전석 문을 열고 몸을 그대로 내던진다. 주변에 광원이라고는 자동차의 전조등뿐이다. 차가 다시 한번 튀어 올랐다가 내려오며 찌그러진다. 헤드라이트가 꺼지며 당신은 어둠에 휘감긴다.

강한 타격음과 함께 금속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진다. 당신은 소리가 더는 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도망간다. 먼지가 눈을 가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도주하던 중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인다. 도로를 따라 정신없이 달아나던 중, 문득 정신을 차리니 이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당신은 자리에 멈춰 서서 한숨을 돌린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주저앉는다.

당신은 가방을 뒤적이며 무엇을 가져왔는지 확인한다. 당신은 가방 안을 더듬거리다가 손전등 같은 물체를 발견하고는 꺼내서 조명을 켠다. 밝기를 최대로 올려봤자 주변 몇 미터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 주변은 극히 황량하다. 그뿐만 아니라, 굉장히 춥기도 하다. 가방을 더 뒤지던 중 휴대용 내비게이션이 손에 잡힌다. 당신은 현재 위치를 입력하고 제07K기지로 목적지를 설정한다. 하늘이 당신의 편을 들었는지, 제07K기지까지는 멀지만 걸어갈 만한 거리이다. 지금까지 조우한 변칙존재가 다 버려진 07K에서 탈출한 존재는 아니었을지 당신은 생각한다.

당신은 방호구 안에 넣어둔 카페인 알약을 삼키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혹시나 배회하는 변칙개체가 이끌리는 일이 없도록 손전등 밝기를 낮추고 도로 한가운데를 따라 진행해 나간다. 휘몰아치는 먼지 속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당신은 괴물이 아니길 바라며 조명을 끄고 바닥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바위처럼 가만히 자리를 지키며 소리가 사라지길 기다린다. 괴생명체가 아니라 그저 나무나 건물 잔해가 부딪히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예상이 빗나갈 위험을 감수할 여유 따위는 없다.

SCiPNET에 다시 접속하려 시도해 봤지만 비가 한참 전에 그쳐서인지 다시 통신이 불량해져 버렸다. 당신은 읽었던 내용을 기억을 더듬으면서 되살리려 한다. 분명 몇 개월 전에 이미 강력한 현실 침강으로 SCP-1890-KO를 제거하려고 한 시도가 실패했다고 공표됐지만, 거의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많은 재단 사람 중 제07K기지, 혹은 다른 해결의 실마리를 쥐었을지도 모를 다른 기지나 장소에 도달하려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물자가 많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당신조차도 몇 시간 만에 제07K기지에 꽤 가깝게 올 수 있었는데, 주변 기지 중 비슷한 여건이었던 사람이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당신은 생각한다.

어쩌면… 어쩌면 당신의 예측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남은 재단 기지는 예상보다도 훨씬 극소수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변칙존재를 매일 같이 관찰하는 마당에 그저 미세먼지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현상은 다들 시시콜콜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온 기지의 이사관은 SCP-1890-KO-1이 인공 변칙성 특유의 불안정성 때문에 언젠가 작동을 멈춰버릴 위험이 있다고, 그때를 대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들 중 하나다. 거대 괴수, 외계에서 온 지성체, 초고대 문명의 유산 등을 목격한 고위직 사람들은 황사가 조금 강해져봤자 무슨 대수냐고 이사관의 주장을 일축했고, 예산이 허용하는 한에서만 기지 리모델링 작업을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기지 안에서도 돈을 왜 이런 데 쓰냐고 반발이 꽤 일었고, 이사관이 지위로 밀어붙여야 했다. 다른 기지 이사관들 중에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겨우겨우 설득해 내 SCP-1890-KO-1 조사 작업을 하는 것은 허용받았지만, 얼마 안 가 성과 부족을 이유로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 상황도 충분히 말이 된다. 아무리 고보안 재단 기지라고 해도 몇몇 특수한 시설을 제외하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은 드물 테니, 지금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문이나 환풍구 따위로 미세먼지가 휘몰아쳐 들어와 밀폐 심층 시설에 있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몰살당했다는 것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아마 그 사람들도 시설 대부분을 잃은 상태에서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테고. 살아남은 재단 기지가 정말로, 정말로 적었지만 동요를 막고자 위쪽에선 숨겨왔을 가능성도 있다. 혹은, 그 사람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상태에서 현실침강으로 SCP-1890-KO를 제거하는 데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그들은 결국 실패했다.

당신은 카페인 알약을 한 알 더 삼키고 여정을 계속한다. 방호구가 미세먼지는 막아주지만 냉기는 막지 못하기에 살을 에는 추위가 안으로 파고든다. 먼지가 주기적으로 고글을 가려 다시 닦아내야 한다. 호흡은 불편하다. 앞으로 10km 남았다.









당신은 긴 걸음 끝에 드디어 제07K기지 정문에 도착한다. 중간에 차량을 잃어 예상보다 시간을 훨씬 지체하는 바람에 당신은 초조한 상태이다. 산소통 용량이 거의 바닥나가기에 곧 있으면 정화한 외부 공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의 필터는 강력하지만 과연 이 재해 속에서도 도움이 될지 당신은 확신할 수 없다.

당신은 재단 키카드를 꺼내 긁으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장치가 고장 났는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문은 굳게 닫힌 채이다. 당신은 당황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변칙존재들이 탈출했을 통로를 찾으려고 한다. 기지 주위를 따라 걸어가던 중, 당신은 벽 아래에 난 개구멍을 발견한다. 당신은 구멍에 맺힌 고드름을 치우고는, 가방을 먼저 안으로 집어넣고 힘겹게 몸을 밀어 넣어 기지 안에 진입한다. 손으로 벽을 더듬던 중 전등 스위치를 발견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도 없다. 당신은 하는 수 없이 손전등을 다시 가방에서 꺼내 주위를 비춰본다. 곳곳에 풍화된 백골이 먼지에 덮힌 채 누워있다. 조금이나마 남은 의복 흔적 중에서는 동료 연구원들의 실험실 가운도 있고, 죄수들이 입는 주황색 점퍼도 있다. 중간마다 인간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체도 널브러졌다. 당신은 눈을 돌리고 최대한 시체 생각을 피하려 한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이 기지에 온 기억을 더듬으며 심층부로 통하는 비밀 계단을 찾으려 한다. 벽을 두드리며 한 발짝씩 나아가던 중, 둔탁한 소리 대신 반대편이 비었다고 알리는 듯한 울리는 소리가 난다. 키카드를 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당신은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잠금장치가 약해졌길 바라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벽을 걷어찬다. 그대로 문이 벽에서 떨어져 나가며 바닥에 넘어진다. 철판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계단통을 타고 메아리친다. 당신은 SCP-1234-KO 격리실을 향해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숨이 찬 당신은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당신은 잠시 고민하다가 방호구를 이리저리 만져 외부 공기 호흡 모드로 전환한다. 고운 먼지 분말과 함께 산소가 입으로 들어온다. 웬 알갱이가 씹히는 느낌도 난다. 입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지지만, 당장 숨을 쉬는 데에 지장은 가지 않을 정도이다.

당신은 매 층에 도달할 때마다 손전등 밝기를 높여 명판을 확인한다. 아직까지 SCP-1234-KO라고 적힌 층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다리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통에 무감각해진 건지 산소가 부족해 정신이 이상해진 건지 생각하던 중, 드디어 당신이 찾아온 층에 도달한다.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당기자, 문이 삐걱대다가 활짝 열려 내부의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은 생명유지캡슐 안에 든 혼수상태의 SCP-1234-KO와 눈을 마주친다.

당신은 목표를 거의 이루었다는 마음에 긴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당신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다. 'SCP-1890-KO가 완전히 비변칙적이기에 현실침강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비변칙적.' 온갖 변칙을 확보하고 격리하며 세계를 보호하려 한 조직이 결국 비변칙적 먼지에 몰살당했다는 것을 생각하며 당신에게 처음으로 드는 감정은 싫증이다. 어차피 비변칙 재해를 스스로 불러와 무너질 것이었으면 그동안 변칙을 싸우는 데 뭐 이리 몰두해 왔는지 의문이 든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당신은 SCP-1890-KO-1의 설계자들은 어떤 심정,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해한다. 도를 넘을 정도로 늘어난 미세먼지에서 인류를 보호하고자 고도의 전 지구적 변칙 장치를 제작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지구 전체를 뒤덮을만한 미세먼지를 토해낼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정체불명의 무리가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당신은 생각한다.

'어차피 다들 죽었겠지.'

당신은 SCP-1234-KO를 담은 유리 캡슐에 한 손을 대고 기댄다. 당신은 캡슐 앞 스크린에 뜨는 SCP-1234-KO의 문서를 읽는다.

'SCP-1234-KO는 전 재단 직원인 정██ 연구원이다. 대상이 파괴될 경우, 기준선 우주의 시간대는 정██ 연구원의 출생 시점 (19██/11/20)로 회귀한다. SCP-1234-KO의 변칙성을 제거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상은 냉동 캡슐로 보존하도록 한다.

SCP-1234-KO의 냉동 캡슐을 개방해도 되는 경우는 오직 두 가지, 변칙성을 해제할 방법을 발견했을 경우, 혹은 걷잡을 수 없는 K급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뿐이다.'

"미안해요 SCP-1234-KO."

당신은 점점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입을 연다.

"아마 제 말이 들리진 않겠지만, 미안해요. 오늘 캡슐을 여는 이유는 둘 중 더 안 좋은 이유 때문이에요. 우리는 결국 해법을 찾지 못했어요. 이 먼지를 없앨 방법도 찾지 못했고요.

전 당신을 죽일 거예요. 그럼 당신도, 저도 사라지고, 다른 모든 사람도 사라지고, 이 시간선도 사라지겠죠. 이 우주 전체의 시간이 이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감길 거예요. 남은 방법은 이것 하나예요. 우리는, 우린 망쳐버렸어요. 경고를 몇 번이고 무시했고, 결국 이 사달이 날 때까지 멈추지 않다가 비변칙적 위협에 몰살당해 버렸어요. 저 말고 남은 이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을 죽여도, 단지 시간이 되돌아갈 뿐이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겠죠. 이런 더럽혀진 세상이 돌아올지는 다음 시간선의 사람들에게 달렸을 거예요.

…그러니, 그러니 부디 우리가 기억되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올 사람들은 새 세계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도해 주세요. 이런 낡은 미래가 다시 오질 않기를 빌어주세요."

당신은 침을 삼킨다.

"실패해서 미안해요."

당신은 지금까지 메고 온 산소통을 땅에 내려놓고는 휘두를 준비를 한다.

"하늘은 다시 하늘색이 될 거예요."

당신은 산소통을 두 손으로 들고 회전하며 SCP-1234-KO가 든 캡슐을 강타한다. 다시, 또다시. 금이 점점 커지다가 유리가 깨져, 안에 담긴 보존액이 콸콸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자리를 뿌연 먼지가 가득 메운다. 당신은 마스크를 벗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지금까지 차폐되었던 미세먼지가 물밀듯이 들어오며 의식이 혼미해진다.

당신은 사라진 하늘이 돌아오길 바란다. 다음 세상에선 그 하늘이 늘 하늘색이길 바란다.

시간이 되감기는 게 느껴진다.




































blue.png

하늘을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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