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기록정보보안행정처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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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865-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865-KO는 제21K기지 내부 N83 창고에 보관한다. 보안 인가 2등급 이상의 인원은 ███ 박사의 허가 이후 자유롭게 접근 및 실험이 가능하다. SCP-1865-KO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할 시 피험자가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에 대비하여 적절한 보안 인력이 대기하여야 한다.
설명: SCP-1865-KO는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인간에게 나눠주는 그림이 그려진 그리스식 암포라이다. 이 암포라에는 모스코필레로 종으로 만든 와인이 담겨 있으며, 와인을 퍼내거나 마셔도 다시 생겨나 꽉 찬 상태를 유지한다. 담겨 있는 와인을 마신 이들은 모두 마신 양과 상관없이 1시간 이내에 기분 좋은 취기를 느끼며 이후 24시간 동안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겪는다.
███ 요원: 그래서 뭔가요, 이 개떡같은 보고서는.
███ 박사: 자네가 써서 올린 거였고, 내가 통과시켰지.
[███ 요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록된 보고서를 계속 훑어본다.]
███ 박사: 당당하게 주길래 나도 좋아서 통과시켜 줬지.
███ 요원: 제가 이런 걸 썼다는 건 기억도 안 나지만 그건 차치하고, 박사님은 도대체 왜 이런 걸 통과시켜주신 겁니까?
███ 박사: 허허, 모를 일이군. 나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아닌가?
███ 요원: SCP-1865-KO랑 관련된 어떤 자료도 없이 이것만 달랑 있는데 괜찮았을 리가 없잖아요…
███ 박사: 흠, 그럼 오늘 다시 한 번 써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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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865-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865-KO는 제21K기지 내부 N83 창고에 단독으로 밀폐 보관한다. HO 신경 착란 저항 시험에서 90% 이상의 저항성을 보인 보안 인가 등급 2등급 이상의 인원만이 실험을 포함한 모든 목적의 접근이 가능하다. SCP-1865-KO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할 시 피험자가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에 대비하여 적절한 보안 인력이 대기하여야 한다.
설명: SCP-1865-KO는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인간에게 나눠주는 그림이 그려진 그리스식 암포라이다. 이 암포라에는 모스코필레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담겨 있으며, 와인을 퍼내거나 마셔도 다시 생겨나 꽉 찬 상태를 유지한다. 담긴 와인을 마신 이들은 모두 마신 양과 상관없이 1시간 이내에 기분 좋은 취기를 느끼며 이후 24시간 동안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현상을 겪는다. 그 24시간 동안 와인을 마신 사람들은 마신 양과는 관계없이, 기면 증상, 어지러움, 시야 축소 등의 만취 중의 증상을 보이고 공격성이나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등 만취한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을 계속한다.
SCP-1865-KO가 발견된 것은 ██시의 낡은 창고 안이었다. 당시 창고를 지나갈 때 자주 소음이 들린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이때 경찰 내에 잠입해 있던 재단 요원이 같이 출동했고, SCP-1865-KO를 우연히 넘어뜨려 술을 쏟았음에도 술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목격하여 변칙성을 인지하였다. 창고 안에는 무수히 많은 술병이 나동그라져 있었다는 것 외에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었다.
███ 박사: 어쨌든 꽤 괜찮아졌군.
███ 요원: 이번에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뭐 메모한 것도 없고, 아니 있었나?
███ 박사: 그래도 녹음이랑 촬영 돌려놨던 기억은 분명 있으니, 확인해서 보고서에 추가하면 되겠지.
███ 요원: … 그래서, 그 녹음 파일은 어디 있죠?
███ 박사: 음… 기억나지 않는군. N83 창고부터 뒤져봐야겠어.
영상 기록 N83-356
███ 박사: 녹음은 진행되고 있는 거겠지?
███ 요원: 네. 지금부터 실험을 진행하겠습니다. SCP-1865-KO의 인체 상호 작용에 대해 알기 위한 실험입니다.
[부스럭대는 소리]
███ 요원: D-7158, 앞에 항아리에 들어 있는 포도주를 마시면 됩니다. 나눠 마셔도 좋고, 한 번에 마셔도 좋습니다. [잠깐의 정적] 언제든 이상이 생긴다든지, 기분이 변한다든지, 어지럽다든지, 뭐든 몸에 변화가 생긴다면 바로 그걸 설명하면 됩니다.
D-7158: 그러니까, 그런 연기를 해야 되는 건지, 있는 대로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 박사: 자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지만, 아무쪼록 솔직하게 했으면 좋겠군.
███ 요원: 당연히 거짓이나 꾸밈없이 하셔야 합니다.
D-7158: 그걸 어떻게 판단하는 걸까나.
███ 박사: 다시 한 번 설명해주자면 지금 몸 여기 저기 붙어 있는 전선들이 자네의 신체 변화를 감지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거짓말 여부를 확인시켜주는 거지.
███ 요원: [속삭이며] 이미 몸 상태가 변한 것 같은데요.
D-7158: 요즘 것들은 참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 요원: 이미 바뀐 게 맞네요. 그것보다 말투를 그렇게 하면 숨길 생각도 없던 거 아니냐고요.
D-7158: 이런, 실수해버렸네.
███ 박사: 자, 일단 일종의 빙의가 일어났다는 건 확실하군. 그럼, 당신은 누구지?
D-7158: 뭐라고 해야 되나, 혹시 요즘 인간들도 디오니소스라는 신을 아나?
███ 요원: 유명하죠, 요즘 어린 애들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보는진 모르겠지만, 저 때만 해도 안 읽은 애가 없었다고요. 술의 신 아닌가요?
D-7158: 아직도 그렇게 유명하단 말이야? 나 원. 그래서 그 만화, 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는 뭐라고 하던?
███ 요원: 글쎄요… 그러니까, 미다스의 손 이야기라든지, 오르페우스라든지, 그를 따르는 술 취한 여자들이 왕을 때려죽였다든지? 그 정도만 기억나네요.
[D-7158이 꽤 오래 낄낄 웃는다.]
D-7158: 실례, 네가 그 말을 하니까 그때 생각이 나서 말이야. 때려 죽였다는 거 말이지, 정확히는 찢어 죽인 거야. 이모들이, 아들이었던 왕을 말이야. 왕의 어머니는 옆에서 술에 취한 채 아들을 멧돼지로 착각해서는, 찢겨죽는 걸 좋다고 보고 있었어.
███ 박사: 흥미롭군.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디오니소스 신이 당신과 무슨 관계인 거지?
D-7158: 쉽게 얘기하자면 신의 사제 정도 되는 위치였지. 그가 인간 세계에 현현할 때면 거의 같이 있었지.
███ 박사: 흠, 그러면 이름이 기록될 만도 한데, 혹시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나?
D-7158: 내 이름? 글쎄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군. 이렇게 세상에 나온 것도 오랜만이고.
███ 요원: …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디오니소스 얘길 하셨는데, 혹시 디오니소스 신과 이 암포라가 무언가 관계가 있는 건가요?
D-7158: 그래. 이래 봬도 그 암포라 엄청 오래된 거야. 아까 그 여자들한테 왕이 죽었단 얘기 했지? 그때도 있던 거라고.
███ 박사: 그 얘기가 단순히 신화 속 얘기가 아니라는 건가?
D-7158: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나도 옆에서 봤다고. 말이 나온 김에, 너희들은 올림포스의 신들을 어떻게 생각해? 디오니소스 신도 포함해서 말이지.
███ 요원: 대단한 신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잔혹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불경하다는 이유로 부모 앞에서 자식들을 다 죽여버린다든지. 이름이 니오베였던가요? 디오니소스 신만 해도 불경을 저질렀단 이유로 사람을 죽였던 적이 더 있다고 압니다.
D-7158: 실로 그렇지. 디오니소스 신도 끔찍한 신이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 이 암포라는 디오니소스 신이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 술 계속 마시라고 만든 신물 같은 거야. 술이 강물처럼 흘러나오는 단지! 술의 신을 믿는 신자들한테는 이만한 귀물도 또 없겠지…
[D-7158이 암포라의 포도주를 더 들이킨다.]
D-7158: 당신들도 한 잔 하지 않겠어?
███ 요원: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이게 귀한 물건인 건 알겠는데, 그러면 왜 여기 있는 거죠?
D-7158: [암포라의 술을 천천히 음미하며] 간단히 말하자면 경고지.
███ 박사: 경고라 함은?
D-7158: 예전에는 술이 좀 구하기 어렵기라도 했지, 요즘은 술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같던데?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경고하고 다니는 거지. 술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하고.
███ 요원: "우리"요…?
D-7158: 그럼, 나 말고도 더 있거든. 신의 사제는 혼자가 아니야. 선대와 후대가 있고, 동업자가 있기도 하고, 아니면 뭐… 신의 뜨거운 총애를 받으면서도 은밀한 그런 이가 있기도 하지.
███ 박사: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당신 한 명은, 크흠, 실례, 아니란 거군.
[███ 박사가 텀블러에 담겨 있던 물을 마신다. 박사의 눈치를 보다가 ███ 요원도 자신의 물을 마신다.]
███ 박사: 윽, 잠시만, 이거 물이 아니잖아-
D-7158이 이죽거린다.
D-7158: 아하, 이 신의 물건에 대해서 덜 설명한 게 있네. 뭐 이젠 알게 되겠지만 말이야.
███ 요원: 빨리 정신 안정제를 투여 준비하겠습니다. 준비, 하겠… 습니다…
███ 박사: 아,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
███ 요원: …역시 그렇겠죠?
D-7158이 웃는다.
D-7158: 크흐흐… 어차피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뭘 더 연기하는 건지, 원… 이렇게 모이게 된 것도 아마… 몇백 년 만인가? 잘 모르겠군.
███ 요원: 뭐, 자세한 얘기는 우리끼리 천천히 즐기면서 하자구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용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 박사와 D-7158이 중얼거린다. 얼마 뒤 녹음이 꺼진다.]
███ 요원: 이런 세상에.
███ 박사: 뭐 얻은 정보는 있다마는, 대체 자네나 나나 어떻게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아하니 저 뒤에 보고서를 썼던 모양이군.
███ 요원: 크으으, 방심했네요. 아주 크게. 그래도 뭔가 일이 생기진 않아서 다행입니다.
…
███ 요원: …않았겠죠?
███ 박사: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어디었는지 알아야 하네. 일단 시험을 진행했던 면담실에 먼저 가야겠군.
███ 요원: 여긴 다행히 멀쩡하네요. 담당이 정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박사: 다른 흔적도 없군. 뭐 정리를 했다면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만, 일단은 문제가 있는지 찾는 게 먼저니… 또 확인해볼 곳이 없나?
[대담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이주원 연구원: 어라, 두 분 오늘 또 뵙네요.
███ 박사: 반갑네. 그런데 오늘 또라니, 자네하고 마지막으로 본 건 아마도 한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주원 연구원: 얼마 전 일도 기억 못하시는 걸 보니 엄청 바쁘셨나 보네요. 엊그제 분명 두 분이서 여기서 나오셔서 다른 곳으로 가시는 걸 봤다구요. 직접 D계급 인원이랑 무슨 항아리를 들고 말이죠.
███ 요원: 이런 세상에,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세요? 목적지라든지, 하다못해 방향이라든지.
이주원 연구원: 저장소 방향으로 갔던 것 같네요. 아니지, 확실히 저장소 방향이 맞습니다. 저쪽으로 가셨으니.
███ 박사: 어쩌면 N83 창고로 갔을 수도 있겠군. 고맙네, 나중에 한 턱 쏘지.
이주원 연구원: 약속하신 겁니다?
███ 요원: 맙소사.
███ 박사: …난장판이군.
███ 요원: …그래도 최소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요원이 설치된 CCTV들을 둘러본다.]
…
███ 요원: 좋습니다. 이주원 연구원이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각 이후부터의 모든 녹화본입니다. 음성도 모두 녹음돼 있어서 정확히 파악 가능하겠네요.
███ 박사: …
███ 요원: 왜 그러시죠?
███ 박사: 문득 든 생각인데, CCTV에 녹음이 된다는 게 좀 신기하지 않나?
███ 요원: …
영상 기록 N83-357
참고 사항: 기울임체로 표시된 대화는 영상 기록을 시청하던 ███ 요원과 ███ 박사의 말이 녹음된 것이다.
…D-7158: 크흐흐, 다같이 모인 것도 정말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군. 포도나무가 몇 번이나 썩고 다시 싹터야 했으려나.
███ 요원: 아저씨도 참 변한 게 없네요. 변할 리도 없겠지마는.
D-7158: 변하면 변했다고 나무랄 녀석이. [암포라를 그대로 들고 술을 들이킨다.] 웃기지도 않는군, 크흐흐.
███ 요원: 아하하하… [텀블러에 담겨 있던 물을 버리고 대신 술을 채운다.]
███ 요원: 아! 젠장, 어쩐지!
███ 박사: 그나저나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군. 자네까지 나오다니 말이야.
███ 요원: 그러게요. 두 분까지는 봤었는데, 저까지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뵀던 게 무슨 바다 위였던 거 같은데. 그땐 옷이 정말 더러웠는데 이번엔 깔끔하네요.
███ 박사: 그땐 정말 재밌었지. 직접 배를 몰았던 건 처음이었고. 진짜로, 정말 재밌었단 말이지. 안 죽으려면 맨정신을 유지해야 했으니, 앞으로 몇 백 년이 지나도 그런 경험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D-7158: 죽다니! 이미 영혼만 떠도는 몸인데, 또 죽을 일은 없단 말이지.
███ 요원: 네, 네. 죽는 건 아니죠. 대신 영원히 구천을 떠돌다가 잊히고 사라지고 어쩌고 저쩌고. 그때 진짜 침몰했다면 우리는 푸른 하늘 다시는 못 보는 거였다고요.
███ 박사: 뭐 푸른 하늘은 아니더라도 푸른 바다는 매일 봤지 않았을까 싶은데. [머그컵에 담겨 있던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암포라로 술을 따라 연거푸 들이킨다.] 거참, 감질나는구만.
[███ 박사가 정리된 상자, 캐비닛, 보관함 등을 발로 차거나 흔든다. 그중 열리는 것을 뒤져 그릇을 꺼낸다. 그러고는 그릇에 술을 가득 채워 담는다.]███ 박사: 카, 즐거움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손을 뻗어 D-7158과 ███ 요원을 가리킨다.]
D-7158, ███ 요원: 즐거움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둘 모두 단숨에 술을 들이킨다.]
███ 요원: 그래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셨나요. 아니면 뭐, 지금까지 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도.
D-7158: 흐음, 일단 여기서 했던 얘기를 먼저 해야겠군. 이번에는 뭐, 학자들인 것 같더군. 지금껏 봐온 것들 중에 제일 신기했단 말이지. 뭐더라,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그가 잔을 천천히 흔들자 잔에 포도주가 차오른다.]
███ 박사: 흠, 마지막으로 봤던 친구들도 그런 걸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릇을 얼굴에 한참 동안 붙여놓고 술을 마신다. 그릇의 부피보다 한참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보인다.]
D-7158: 크흐흐, 그건 아프기만 더럽게 아파보였는데 말이지, 이건 붙이고만 있으면 된다나 뭐라나. 뭐 그건 그거고, 주군 얘기를 좀 하니까 아는 척을 하더군. 흥미를 보였지.
███ 요원: 예? 디오니소스님을요? 흠, 이번엔 그리스로 왔나 보군요.
███ 박사: 그건 모르지. 생긴 건 그리스 사람들 같지는 않던데. 주군께서 그 즐거움, 크큭, 즐거움을 널리 널리 펼친 거라고 생각하는데.
D-7158: 일단 다들 말하는 걸 보아하니 그리스는 아니었지. 자네의 말이 맞을 걸세. 그래서 나에 대해 물어본다든지, 우리에 대해 얘기를 슬쩍하니 또 물어보고 그러더라고. 사실 이렇게 같이 한 잔 하면 바로 알 수 있는데 말이지. 진작에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지금 자기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는가?
███ 요원: 그러게요, 헛똑똑이들.
███ 요원: 이렇게 녹화된 걸 보고 있는 줄은 절대 모르겠지.
███ 박사: 혹시 모르지, 그새 인간들이 아르고스를 본뜬 무언가를 만들었을 수도 있지.
D-7158: 뭐 그런 장치가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자네의 호기심이라면 하루 반나절을 이야기해야 할 테니 넘어가고.
███ 박사: 흠, 확실히 짬을 좀 먹은 놈은 눈치가 다르구만.
D-7158: 우리가 뭘 했든 그냥 그 녀석들이 물어보는 것에 그대로 답해도 문제 없지 않을까 싶지. 그들, 아니지, 이들이 모르는 선에서 주군이 했던 일이라든지, 평소에 우리가 피력했던 불만이라든지, 뭐 널리 퍼졌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주군의…… 웃기는 일이라든지.
███ 박사: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요. 그럼 만약에 바로 우리 셋이 또 불려 나온다면 어떻게 얘기를 하는 게 나으려나요?
███ 요원: 예? 저도 나오게 되나요? 저는 솔직히 가끔 올 때마다 이렇게 저희 셋이서 즐기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쁜데요.
[███ 요원이 천천히 술을 들이키지만 그 양은 줄어들지 않고 일정량을 꾸준히 유지한다.]
D-7158: 뭐 이들이 적당한 눈치가 있다면 어떤 조치도 없이 우리를 이미 다 불렀겠지. 사실 자네들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즐거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좀 상황이 달라서 자네들이 나오지 못했지.
███ 박사: 크흐흐, 재밌군.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다음이…[그릇을 비우지만 일순간 바로 차오른다.] 기대되는군.
███ 요원: 예?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단 말이에요? 아니, 이 사람들에 빙의했던 적이 있어요?
D-7158: 아, 물론 있지, 당장 얼마 전인걸. 계속 이 몸에 있던 상태는 아니라 경과는 몰라도 확실히 이 몸 상태라든지, 분위기라든지, 그런 것들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은 건 확실하단 말이지.
███ 요원: 그래? 그럼 너는, 아니 아저씨는, [조용히, 단숨에, 술을 비운다.] 모르는 이야기예요?
███ 박사: 벌써 술 취했니? 너라니 임마. [███ 요원에게 꿀밤을 먹인다. ███ 요원이 아프다고 불평한다.] 그럼. 말했지 않았나? 안 했나? 잘 모르겠군. 어쨌든 난 이렇게 나온 건 오랜만이란 말이지. [한 번 더 술을 들이킨다. 역시나 언제 그랬냐는 듯 그릇에 술이 바로 차오른다.] 음, 맛있군.
D-7158: 뭐 또 다들 모여서, 이들이 뭐라고 한다면 사실 솔직히 말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 전례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아하니, 이미 알 인간들은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즐기면서 이야기나 하고, 이렇게 한 잔 하면서 더욱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지.
███ 박사: 크흐흐, 그렇죠, 그렇지…… 그들이 뭘 어떻게 하든 한 잔 함께 하면 "즐거움"에 겨울 텐데.
███ 요원: 되게 마약 중독자 같은 말이네요.
███ 박사: 사실 생각해 보면 비슷한 거 아닌가.
███ 요원: 그럼요. 인간이면 뭐, 그렇지 않은 이들을 본 적이 없는걸요…
…
███ 박사: … 대충 내막은 알겠군.
███ 요원: 젠장, 이미 한 번 변칙 효과에 노출된 적이 있었던 거라구요? 이건, 이건… 안 돼요. 절대 밖에 새어 나가서는 안 돼요!
███ 박사: 그건 나도 아는 내용이네만, 그래도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이 변칙 개체를 어떻게 구워 삶을 것인지가 먼저 아니겠나? 뭐…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네. 나도 관계되어 버린 일이니 말일세.
███ 요원: … 젠장.
███ 박사: 보아하니 우리가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던 것 같군. 대처법을 모르면 정말 알게 모르게 당해버리는 것이니.
███ 요원: …
███ 박사: 왜 그러지?
███ 요원: 그러면, 그러면 말이죠. 어떻게,
███ 박사: 어떻게 어떤 형태든 기록이 남아있냐는 말인가?
███ 요원: … 네. 사실 그 부분은 어쨌든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어도, 녹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도 전혀 실마리가 없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 박사: 흠, 그건 나도 알 수 없지. 그러니 그들을 다시 모아서, 대신 이번엔 확실히 해야지. 그들을 다시 모아서 진득하게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D계급 인원이 좀 더 필요하겠어. 일단은 셋으로 알고 있지만, 5명 정도는 준비해야겠군.
███ 요원: … 알겠습니다.
영상 기록 N83-358
███ 요원: 좋습니다. D계급 인원들은 앞에 놓인 항아리에 담긴 술을 각자의 잔에 따라서 마시면 됩니다.
[D-7158, D-███3, D-4089, D-███6, D-1325가 모두 한 번에 술을 들이킨다. D-███3과 D-███6은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진다.]
D-7158: 음, 또 보는군.
D-4089: 우리는 저번이랑은 몸이 다르긴 하지만.
D-1325: 정말로 아저씨 말대로 다시 오게 됐네요.
███ 박사: 자자,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으니 짧게 요약 먼저 하겠네. 우선은 어제 있었던 일들과 이야기를 모두 확인했네. 지금부터는 이 암포라 자체에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줬으면 하네.
D-7158: …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군.
███ 요원: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암포라를 누구가 만들었고, 술을 채울 때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지 등, 그 현상에 대한 모든 것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D-4089: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
D-1325: 아하하,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시고, 일단 천천히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 요원: 안 됩니다. 오직 여러분의 빙의가 풀리기 전에만, 필요한 만큼만 음용하셔야 합니다.
D-7158: 그런가? 아쉽군. …그런데 그냥 마셔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싶군. [비어 있던 잔을 새로 채운다.]
███ 요원: [속삭이며] 역시나 전혀 호의적이지 않네요.
D-7158: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가오는 인간들도 처음이니 어디, 천천히 이야기나 좀 해볼까? 마시지 말라느니 그런 쩨쩨한 소리는 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이야기 하자고.
███ 요원: … 큼, 으흠! 좋아요. 우선 그 암포라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D-7158: 그건 뭐 저번에 설명하지 않았나. 디오니소스 신이 만든 특별한 신물이라니까. 뭐 어제 있던 일을 봤으면 알겠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포도주가 흘러나오지.
███ 박사: 그건 우리도 봐서 알지. 그런데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더군. 그 암포라뿐만이 아닌 다른 용기에서도 술이 차오르고 그러던데. 그리고…… 그릇 같이 오목한 물건이면 다 나오는 것 같더군. [███ 박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떨군다.]
D-4089: 너희가 말한 그게 전부인데 뭘 더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D-7158: 그러게나 말이지.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도 부족하나?
███ 박사: 이 귀한 암포라를 가지고 지금까지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 말해줘야겠어. 옛날부터 지금까지 말이지.
D-7158: 저번에도 말했잖아? 어머니 앞에서 아들이 여자들한테 찢겨 죽게 한다든지. 그런 일이 너희들이 지금 알고 있는 신화의 시대에는 흔했다니까? 술은 인간의 정신을 현혹시키고, 가족 간에도 못 알아보게 만들었지. 디오니소스 신은 그걸 알면서도 계속했어. 신앙도 달달하게 들어오고, 인간들 하는 꼴도 재밌으니 방치만 한 거 아니겠어?
D-1325: [작은 목소리로] 아 그거 아닌데…
███ 요원: 뭐라고 하셨나요?
D-1325: 아아아, 별거 아니에요. 계속 하세요.
D-7158: 계속 하자면, 요즘은 디오니소스 신도 방식을 바꾼 것 같아. 예전처럼 사람들이 대놓고 야생의 짐승들처럼 굴지는 못하는 시대잖아? 그러니 결국 인간들의 시대에 발맞춰야 됐던 거지. 몇백 년 전만 해도 사람이 많아진 만큼 술도 많이 마신다고 좋아하던 건 생각나는데, 요즘엔 어떻게 할라나 몰라.
D-1325: 잠깐, 잠깐 잠깐! 이건 아니지. 그건 전부 인간들의 신앙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함이었다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뭐가 돼?
D-7158, D-4089, ███ 박사, ███ 요원: 응?
D-1325: 애초에 당시 여자들이 사회에서 위치가 낮았으니, 난 그걸 노리고서 맞춤형 전도를 한 것뿐이라고! 여자들이 왕을 죽인 것도 일종의 고위층에 대한 저항이었던 거고. 그리고 솔직히 술만큼 애환을 푸는 데 좋은 게 또 어딨어? 지금 바깥에 있는 인간들도 회포를 푼다면서 맥주나 소주 같은 술 한 잔씩 걸치는 건 일상이더만! 난 잘못한 게 없어, 서민들한테 나보다 친숙한 신이 어딨냐고. 방치가 아니고 오히려 영리하게 신앙을 퍼뜨린 거…라고…
D-7158, D-4089, ███ 박사, ███ 요원: [짧은 정적]
D-1325: …어라?
[D-7158과 D-4089가 고개를 돌려 서로 눈을 마주치며 꿈뻑거린다. 몇 초 뒤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D-7158, D-4089: 아니 미친 설마- 디오니소스님-
D-1325: …에이씨, 이놈의 성질을 못 죽여서 들켰네. 하긴 술의 신이 성질을 잘 죽이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가?
[D-7158, D-4089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진다.]
███ 요원: 으악, 저분들, 괜찮으신 건가요?
D-1325: 뭐 영혼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너희 말로 하면, 사장님 뒷담 까다 걸린 건데 당연한 거지. 문자 그대로 혼비백산이군.
███ 박사: 수상할 정도로 인간들 말에 익숙하신 것 같은데…요.
D-1325: [낄낄 웃으며] 너희 인간들이 쓸데없는 잡담이나 남의 뒷담을 가장 많이 하는 게 언제라 생각하냐? 술 한 잔 하면서잖아. 나만큼 잘 아는 신도 없을걸.
███ 요원: 아하…
D-1325: 아아, 쟤네 후배인 척하면서 이렇게 감시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는데 이렇게 끝나버렸네. 다음엔 뭘 해야 되나 몰라… 아무튼 재밌었고, 강제로 술 먹인 건 미안한데 너무 나쁘게는 생각하지 말라고. 술은 맛있었잖아?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보자고.
███ 요원: 그러고 보니 이 암포라는 당신 것 아닌가요? 혹시 가져가셔야 된다든가…
D-1325: 그럴 필요는 없고. 도망가버린 아까 그 녀석도 말했지만, 이제 그런 야만적인 포교는 하지 않는다고. 지금처럼 술 많이 마시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만 하면 충분해. 알겠지만 인구가 옛날에 비해 훨씬 많아져서, 너희들이 굳이 술 뒤에는 술의 신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않아도 충분한 신앙이 들어와. 무엇보다 요즘엔, 뭐라고 그러더라, 유튜브인가 그걸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많은 술을 접하고 그 즐거움을 전해주더라고. 얼마나 편한지 몰라. [한바탕 웃는다.] 그래, 그리고 그 암포라를 너희들이야 신기한 물건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나한테 그 암포라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야. 예전에 쓸데없이 와일드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오히려 보기 싫다고. 뭐, 아까 그 녀석이 틀린 말만 한 건 아닌 셈이지. 난 이제 진짜 가본다.
[D-1325가 인사하듯이 손을 흔들더니, 곧 바닥으로 쓰러진다.]
<기록 종료>
…
███ 요원: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변칙 개체도 확보했고.███ 박사: 마지막에 암포라 가져가야 되지 않냐는 얘기는 왜 한 겐가. 혹시 진짜 가져갔으면 어쩌려고.
███ 요원: 저도 순간 말하고 나서 아차 했어요. 그래도 잘됐으면 됐죠. …그나저나 이 영상 기록들 옮겨 쓴 거에 저희 이름, 이렇게 검칠해 놔도 되는 건가요?
███ 박사: 속아서 마신 거긴 해도 술 먹고 뻗어서 며칠을 이상한 짓하고 다녔는데 창피해서 쓸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내 권한도 어느 정도 있고, 굳이 우리 이름이 기록에 필요하지 않다는 걸 어필했으니 이 정도 검열이면 상부에서도…
[전화가 걸려온다.]
███ 박사: 네, ███입니다. 네, 네. 아… 요원이랑 제 이름 정확히 밝혀서 다시 쓰라고요? 알겠습니다.
[███ 박사가 전화를 끊는다.]
김태연 요원: …
이병백 박사: 염병.
재단 기록정보보안행정처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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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865-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865-KO는 제21K기지 내부 N83 창고에 단독으로 밀폐 보관한다. HO 신경 착란 저항 시험에서 90% 이상의 저항성을 보인 보안 인가 등급 2등급 이상의 인원만이 실험을 포함한 모든 목적의 접근이 가능하다. SCP-1865-KO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할 시 피험자가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에 대비하여 적절한 보안 인력이 대기하여야 한다.
설명: SCP-1865-KO는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인간에게 나눠주는 그림이 그려진 그리스식 암포라이다. 이 암포라에는 모스코필레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담겨 있으며, 와인을 퍼내거나 마셔도 다시 생겨나 꽉 찬 상태를 유지한다. 담긴 와인을 마신 이들은 모두 마신 양과 상관없이 1시간 이내에 기분 좋은 취기를 느끼며 이후 24시간 동안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현상을 겪는다. 그 24시간 동안 와인을 마신 사람들은 마신 양과는 관계없이, 기면 증상, 어지러움, 시야 축소 등의 만취 중의 증상을 보이고 공격성이나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등 만취한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을 계속한다.
한편 정확한 조건을 알 수는 없으나, 해당 와인을 마신 사람에게 간혹 다른 독립체가 빙의하기도 한다. 독립체들의 대화에서 미루어 짐작하여 볼 때, 빙의 여부는 순전히 해당 독립체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체가 빙의한 경우, SCP-1865-KO 주변의 그릇이나 컵 등 용기로 취급될 수 있는 물체에 SCP-1865-KO와 동일하게 술이 차오르는 변칙성이 나타난다. 독립체들은 디오니소스 본인을 제외하면 모두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수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디오니소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잦았다. 영상 기록 N83-358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독립체의 빙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당 기록을 참고하라.
SCP-1865-KO가 발견된 것은 ██시의 낡은 창고 안이었다. 당시 창고를 지나갈 때 자주 소음이 들린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이때 경찰 내에 잠입해 있던 재단 요원이 같이 출동했고, SCP-1865-KO를 우연히 넘어뜨려 술을 쏟았음에도 술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목격하여 변칙성을 인지하였다. 창고 안에는 무수히 많은 술병이 나동그라져 있었다는 것 외에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