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850-KO


특수 격리 절차

재단 내 심리상담 및 정신과 진료 창구를 활성화해 SCP-1850-KO의 징후를 파악한다. 기억소거부가 SCP-1850-KO의 발생 현황의 파악에 더해 대응 및 활용 연구를 진행하고, 내부보안부와 방화부가 임상적 조치를 적용한다.

SCP-1850-KO를 겪는 인원은 적절한 심리학적 수단을 통해 대상이 비변칙적 심리 질환이라고 여기게 한다. 해당 인원이 전근 혹은 휴직할 경우 연구진 재량을 통해 SCP-1850-KO 관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SCP-1850-KO 관련 인원들은 타 부서 인원들과의 접촉을 삼가고, 연구 과정에서 기억 소거 및 기억 조작은 최소화하도록 한다. 모든 자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저장 매체에 정기적으로 백업해야 한다.

설명

SCP-1850-KO는 반복적으로 기억 소거 조치를 받거나, 기억 소거 절차에 다수 관여한 인원에게 나타나는 변칙적 증상이다. SCP-1850-KO를 겪는 인원은 소거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기억을 스스로 삭제한다. 삭제 대상은 보통 단기 기억에 한정되나, 길게는 몇 년에서 수십 년 전의 기억까지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SCP-1850-KO에 의한 기억 삭제가 재단 측의 기억 소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추가적으로 SCP-1850-KO를 겪는 인원은 정신적 충격이나 감정적 동요가 예상되는 사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이 경우 부정적 감정만이 억제됨과 동시에, 사건 자체에 관한 기억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 증상은 반사회적 성향이나 공감성 수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기억소거제를 처방받은 이력이 있는 재단 인원은 전체의 9할에 달하며, 이 중 10회 이상, 최소 3개월 이하 간격으로 처방받은 인원이 절반 정도다. D계급 전원을 포함해 재단 인원 중 절대다수가 정기적 기억 소거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SCP-1850-KO는 장기적으로 재단 활동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부록

SCP-1850-KO에 대한 대응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청취 중이다.


아래 인원은 MTF 감마-5 소속으로, 기억소거제 개발 연구에 여러 차례 관여했다.

현재 재단에서 사용되는 기억소거제는 대략 3~15가지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이걸 이렇게 섞으면 A급, 저렇게 섞으면 B급이 되는 식인데, 재밌는 건 이 메커니즘들 중에 아마 뇌에 뭔가 하는 건 변칙이고 비변칙이고 가리지 않고 다 들어간다는 겁니다. 그 장어는 인식재해 쪽이고, 버섯은 생화학 쪽이고, 하여간 별의별 게 다 있습니다. 심지어 아편이랑 클로로폼도 들어가기는 하죠. 머리 후려치기도 효과는 있다네요, 하하.

즉 이 짬뽕에서 뭐가 튀어나올지는 사실 미지의 영역이라는 거죠. 특히나 기억소거제는 솔직히 좀, 허술하지 않습니까. 그 휘발유에 납 넣었던 거 아시죠? 그거 개발된 게 한 1920년쯤인데, 그거랑 동시기에 개발돼서 비슷하게 허가받은 물질을 아직 저희가 쓰고 있다 이겁니다.

임상실험이요? 아뇨. 거때는 D계급이고 뭐고 제대로 된 게 없었어요. 그냥 그때부터 쭉 쓰고 있는 겁니다. 쭈욱. 저는 지금 올 게 왔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재단 인원이 해마다 들이마시는 소거제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아래 인원은 기록정보보안행정처(RIASA) 소속으로, SCP-1850-KO 발생자 확인에 협력 중이다.

소거제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오히려. 생각해 봐, 소거제 없이는 재단이 성립할 수 없잖아. 안에서 보면 재단이 좀 못 미덥긴 해도… 적어도 기억 소거는, 한참 전에 완성되었다고 보거든 나는.

근데 내 생각에 문제가 뭐냐면, 너무 오래 썼다는 거지. 그 코끼리 상아 없어졌다는 얘기 들어봤어? 상아 있는 놈은 다 잡혀 죽으니까 결국 없어졌잖아, 이거도 그거랑 비슷한 거 아닐까 싶다. 기억 소거에 사람이 적응한 거지. 왜냐면 그 편이 더 이득이니까. 당사자 입장에서는 말야.

언뜻 보면 괜찮은 거 같기도 해. 결국 사자는 없어지고 코끼리는 살아남았으니까. 그런데 우린 결국 사람이잖아? 짐승이 아니라.

1850-KO 사례들을 확인해 보면 말야, 전부- (머뭇거림.) 재단 입장에서 필요없는 기억만 지워지거든, 그런데 그게 우리에게도 필요 없는 건가? 나 저번에 자기 부모 이름이랑 얼굴까지 까먹은 사례도 봤다. 야, 그걸 더이상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걸 스스로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영영 지워버린 게…

우리 이사관께서 누누히 하시는 말씀이 있어. 재단이 벌이는 온갖 끔찍한 일들은 반드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잔인하되 차갑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눈물 흘려야 할 우리는 생각이 다른 거 같네. 우리도 모르는 진짜 우리는 말야.

난 이제 모르겠다.


이후 해당 인원은 가벼운 문책을 받았다. 별개로 RIASA와 협력 관계는 최대한 유지한다.

아래 인원은 제██K기지에 장기간 근속했다. SCP-1850-KO 증상을 장기간 겪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재단 업무에 지장은 없었다.

아뇨? 전 그냥 지금이 좋은데.

반대로 제 기억이 남아 있었다고 쳐 봐요.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요? 어차피 평생 숨기고 다녀야 할 텐데, 아니 평생이 뭐예요. 엄마 아빠가 한 사십 년 더 사신다고 치면 그 안에 뭐가 안 터지는 게 오히려 변칙적이겠다.

그 차이잖아요. 내 기억에서 사라지든가, 아니면 세상에서 사라지든가. 전자가 여러모로 낫지 않아요? 나도 편해, 그쪽도 편해, 거기다 우리 부모님도 살아있지. 얼마나 좋아요. 뭐가 안 터졌으면 오히려 안 지웠을 거 아니에요? 나든 그쪽이든.

분명히 해 둘게요. 제 기억이 날아간 게 물론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지만, 확인을 하든 안 하든 전부 이유가 있어서 지워진 거였어요. 막말로 제가 스스로 지웠는지, 아니면 그쪽에서 잔에 약 타서 지워놓고 시치미 떼는 건지 어떻게 알아요?

(침묵.)

실언이었네요. 죄송합니다.


해당 인원의 부모를 확인한 결과 동일한 기억 삭제 증상이 나타났다. 조치는 없었다.

아래 인원은 SCP-1850-KO 확인 후 자진하여 근신 상태에 들어갔다. 아래 인원이 근무했던 기지는 교외 지역에 위치한 전초기지로, 최근 변칙 개체의 탈주로 인해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죽은 게 열둘이고, 저만 살은 거죠?. 제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요. 지금 오락가락하는 거 알잖아. 지금 불러 볼게요. ███, ████, ███, (중략) ███ 하고 ██. 맞아요?

그렇다고요? 아닐 텐데. 한 번만 다시 불러 볼게요. ██, ███, ██, (중략) ████. 맞다고요? 진짜? 처음은 ███랑 ██였어요. 화장실이랑 자기 방에서 발견되었고. 그러니까, 음. 다음은 삼 일 뒤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다.)

그러면 의료팀 온 게 이쯤이겠고, 한 일주일 뒤에 퇴원했는데. 그때 찾아오셨죠? 그래서…


집어치워요. 애초에 누가 전초기지에 탈주하면 좆되는 변칙개체를 들여놔요? 그리고 당신들은 이-만큼 있다가 온 건데. 1850-KO 보고서에 보면 '정신적 충격이나 감정적 동요가 예상되는 사건' 이라고 딱 쓰여 있잖아요. 당신들은 다 알고 온 줄 알았거든? 기억 소거라는 게 약으로 기억을 날리면, 그 사이에 '적절한 기억' 을 스스로 채우는 거잖아? 보통은 당신네들이 수를 쓰겠지만.

(흐르는 소리.)

그런데 1850-KO로 기억이 없어졌다면. 내 쪽에서 임의로 지운 시간을 채웠을 거니까. 생각해 보라고요. 어제오늘도 구분 못 하면 당장 가능한 게 그 '정신적 충격이나 감정적 동요'인데. 이래도 몰라?

(날카로움.)

이래도?

(휘청임.)

거봐.

진짜 끝까ㅈ

(무언가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 발 밑의 끈적임. 벌어진 자국.)


SCP-1850-KO의 전염성 여부가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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