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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SCP-1808-KO: 이 양파, 영 파이다
저자: TocoT0ucan_98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Zwiebel_2008-3-3-.JPG (CC-BY-SA-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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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808-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808-KO는 제09K기지의 저위험 격리구역에 위치한 표준형 격리실에 둔다. 격리실 내부에는 인공 조명과 환기설비 등을 설치하여 식물이 생존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상시 유지되도록 한다. 격리 담당 인원은 원격 제어 급수시설을 이용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SCP-1808-KO에게 물과 양분을 공급하고, 대상에게서 평소와 다른 모습이 조금이라도 관찰된다면 즉시 변칙식물학과 연구팀에 알리도록 한다.
설명: SCP-1808-KO는 변칙적인 양파(Allium cepa L.)로, 외형을 비롯한 기본적인 생물학적 특징은 현존하는 양파 품종 중에서 천주황(泉州黃) 품종과 가장 유사하다. SCP-1808-KO는 성별과 연령이 불분명한 음성으로 발성할 수 있으며, 발화 내용을 보아 평균적인 인간 수준의 지능 및 지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성이나 사고를 위한 기관이 부재하는데도 SCP-1808-KO가 어떻게 이러한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지는 불명이다.
SCP-1808-KO는 모든 인간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는데, 대상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인류가 식물, 그 중에서도 특히 양파를 재배 및 섭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단에 격리된 이후, SCP-1808-KO는 격리 담당 인원들이 머지않아 대상의 '껍질을 벗기고 산산이 토막낼 것'이라며 근거 없는 의심을 품고 있다. SCP-1808-KO의 변칙적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는데, 대상이 연구를 위해 접근한 인원들에게 비난과 조롱 등 공격적인 언사를 늘어놓으며 비협조적인 태도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발견: SCP-1808-KO는 2001년 6월, 경상남도 창녕군의 한 농가에서 변칙 현상으로 의심되는 신고전화가 걸려온 이후 발견되었다. 경찰 내부에 잠입해 있던 재단 요원이 해당 신고를 가로챈 다음 재단에 보고했으며, 특수임무부대 프시-3 ("어둑서니")가 파견되어 SCP-1808-KO를 확보하고 현장을 수습했다. SCP-1808-KO가 수확된 장소로 추정되는 농지와 당해 그곳에서 생산된 양파는 유사한 변칙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어 재단에서 위장 명의로 전부 매입한 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목격자들에게는 기억소거제가 처방되었다.
부록: SCP-1808-KO 면담기록
면담 일자: 2001/09/29
면담 진행자: 채은식 연구원
면담 대상: SCP-1808-KO
비고: 해당 면담은 SCP-1808-KO가 재단에 격리되고 3개월 후 진행되었다. 면담 장소는 제09K기지 변칙 연구격리동의 3번 면담실이다.
[기록 시작]
채은식 연구원이 면담 장소에 들어선다. 반대편 탁자 위에 물이 든 비커에 담긴 SCP-1808-KO가 놓여 있다.
채은식 연구원: 그럼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SCP-1808-KO. 매번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기분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칙이 이러니 모쪼록 이해 바랍니다.
SCP-1808-KO: (침묵)
채은식 연구원: SCP-1808-KO?
SCP-1808-KO: (묵묵부답)
채은식 연구원: 저… SCP-1808-KO? 듣고 있습니까?
SCP-1808-KO: 귀찮아 죽겠네, 한두 번도 아니고. 끝낼 거면 빨리 끝내. 구질구질하게 좀 굴지 말고.
채은식 연구원: 뭐라고요?
SCP-1808-KO: 다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떼기는. 어차피 나도 껍질을 까고 토막내 버릴 작정이잖아. 다른 양파들처럼. 그러니까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내라고. 각오는 충분히 됐으니까.
채은식 연구원: 장담하건대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우리 기관은 격리와 보호를 위한 곳이지, 그런 파괴행위를 위한 곳이 아닙니다.
SCP-1808-KO: 아하, 보내버리기 전에 뭐 정보라도 뽑아내려는 수작인 모양인데, 니들이 어떤 고문을 하건 죽었다 깨도 나한테서 원하는 대답을 얻어낼 수는 없을 거다. 내 껍질을 벗기고, 심지를 도려내고, 온 몸을 산산이 조각내더라도. 수백 조각을 내든, 수천 조각을 내든, 수만 조각을…
채은식 연구원: 나 참, 이거 뭔 말이 안 통하네. 차라리 벽이랑 면담을 하고 말지.
SCP-1808-KO: 그래,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는 아무 소용도 없으니 어서 관두라고.
채은식 연구원이 SCP-1808-KO의 비협조를 이유로 면담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에 연구원은 마지못해하며 면담을 재개한다.
채은식 연구원: 이 짓을 계속하라고? 더 해 봤자 죽도 밥도 안 될게 뻔한데.
SCP-1808-KO: 어서 관두라니까는,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 멍청한 건가, 무식한 건가? 아, 둘 다인가?
채은식 연구원: 뭐라고요? 누군들 이 짓이 좋아서 하는 줄 압니까? 다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SCP-1808-KO: 뭐 어쩌라고? 꼬우면 사표내고 때려 치우든가. 그러면 너는 우릴 더 죽여 먹어치울 시간이 나니까 좋고, 나는 자꾸 성가시게 구는 놈이 없어지니까 좋고, 일석이조잖아. 안 그래?
채은식 연구원: 듣자듣자 하니까, 아니, 우리가 식물을 먹는 건 맞는데 그거야 다른 초식동물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소라든가, 메뚜기라든가. 인간만 그런 게 아니라 다 똑같이 그러는데 대체 왜 우리한테만 이렇게 적개심을 보이는 거냐고요?
SCP-1808-KO: 그걸 정말 몰라서 묻냐? 맞아, 너희 말고도 우리를 먹으려는 놈들이 사방에 널리고 널린 건 사실이긴 해. 하지만 최소한 다른 생물들은 자연 법칙에 따라 우리와 정정당당히 경쟁하기라도 했지, 니들은 그것조차도 깡그리 무시하고 온갖 비열하고 치사한 편법을 써가며 우리를 뿌리 끝까지 착취해 댔잖아. 말라빠진 땅에 멋대로 옮겨심고, 요상한 약을 뿌려대고, 괴상한 모습으로 변형시키고… 이런 수모를 당한 식물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 양파는 훗날을 위해 비늘줄기에 열심히 양분을 저장해 두고, 소중히 모아 둔 양분을 혹시 다른 생물에게 빼앗길까 매운맛이 나도록 진화하기까지 했지. 그런데 니들이 우리의 이런 노력을 철저히 짓밟아 버렸어. 이런데 내가 열이 안 받게 생겼냐? 이제 더 이상은 못 참아. 니들도 똑같이 고통을 느껴 봐야 —
채은식 연구원: 에이, 그 정도 매운 걸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요?
둘 사이에 약 5분간 정적이 흐른다. SCP-1808-KO의 침묵이 길어지자 연구원이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다.
SCP-1808-KO: …지금 뭐라고 했어?
채은식 연구원: 어… 그게 그러니까… 사람들이 매운맛에 얼마나 환장을 하는데요. 오히려 매우면 매울수록 없어서 못 먹을걸요?
SCP-1808-KO: 흠, 지금 정도로 맵게 하는데도 거의 수천 년은 걸렸는데… 뭐, 뜨거운 게 그렇게나 좋다면 반대로 아주 머리가 얼얼해질 정도로 차가운 데에는 맥을 못 추겠지.
채은식 연구원: 유감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도 좋아한답니다. 박하라고 있는데, 향이 상쾌해서 식후에 껌이나 사탕으로 먹으면 입 속이 단숨에 시원해지는 게 아주 최고죠.
SCP-1808-KO: 향? 그럼 더럽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 되겠네. 입맛이 싹 달아날 정도로 아주 지독하게.
채은식 연구원: 두리안도 냄새가 겁나게 구린데 그래도 먹는 사람들은 먹더라고요. 그 점이 매력이라나 뭐라나?
SCP-1808-KO: 그렇다면… 한번 먹었다가는 아무리 쉬고 싶어도 정신이 또렷해져서 한숨도 못 자게 되어 버린다면?
채은식 연구원: 그거 완전 커피랑 똑같네요. 졸음 깨는 데는 커피만한 게 없죠.
SCP-1808-KO: 그렇다면… 그렇다면… 머릿속이 흐리멍텅해지고, 몸 속 장기가 죄다 망가지고, 온갖 병이란 병에는 다 걸려서 평생 시름시름 앓게 만들어 버린다면?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끔찍한 것에까지 손대려고 들지는 않겠지.
채은식 연구원: 글쎄요, 담배 같은 걸 보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는데도 피워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장 이 기지에만 해도 꽤 있을걸요? 참, 불법이긴 하지만 마약도 있긴 하네요. 양귀비, 대마초, 그리고 또 —
SCP-1808-KO: 아, 시끄러, 시끄러. 이런 젠장, 니들 단체로 머리가 돌아버리기라도 했냐? 다른 생물들은 질색하고 입에도 안 대는 걸 도대체 왜 자꾸 처먹으려고 드는 거냐고? 에휴, 그냥 니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먹어라. 이참에 아주 배가 터지도록 먹어치워서 지구상에서 우리 씨를 아예 말려버리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라고!
채은식 연구원: 저기… 아까는 인간들도 똑같이 고통을 느껴 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SCP-1808-KO: 고통? (헛웃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이미 알아서들 그러고 있는데.
[기록 종료]
SCP-1808-KO는 위 면담을 진행한 이후부터 재단 인원과의 모든 소통 시도에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변칙식물학과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