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대상: SCP-1799
면담자: 기어스 박사
서문: 기어스 박사가 제55기지에 방문한 동안 에버우드 박사가 그에게 SCP-1799의 면담을 도와주기를 각별히 요청했다. 기어스 박사는 높은 밈적 저항도와 낮은 감정 반응 변동성을 사유로 선발되었다.
<기록 시작>
기어스: 안녕하세요. 저는 기어스 박사입니다.
[SCP-1799가 잠자코 있음.]
기어스: 당신의 특성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SCP-1799가 아무 말 안함.]
기어스: 당신을 보고 비웃는 것을 싫어한다고도 들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비웃을 의도는 없습니다.
[SCP-1799가 아무 말 안함.]
기어스: 저는 당신을 비웃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런다면 당신에게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 면담을 끝내고 제가 이 방을 곧장 나가겠습니다.
SCP-1799: 알겠어요. 하지만 어차피 당신이 저를 비웃을 걸 알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기어스: 저는 당신을 비웃을 의도가 없습니다. 그런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 보니, 적어도 재밌는 유머가 나오진 않았나 보군요.
SCP-1799: 우-웃지 않았어? 당신은 저를 보고 처음으로 비웃지 않은 사람이에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기어스: 이름부터 말씀해주시죠.
[SCP-1799가 탁자 위로 몸을 기울여 기어스 박사의 얼굴 앞에다 손을 흔들고 그를 보고 혀를 쭉 내밂.]
기어스: 당신의 말이 제게 어떤 반응이라도 일으켰습니까? 아니라면, 그런 행동은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SCP-1799: 죄송해요, 지금쯤이면 모두들 바닥에 구르면서 웃어대던 때라서요. 지금껏, 어, 이랬던 적은 누구랑도 없었거든요.
[SCP-1799가 다시 착석함.]
기어스: 알겠습니다. 자, 이름을 말씀해주시죠?
SCP-1799: 물론이죠! 사람들은 저를 웃음 씨라고 불러요.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어스 박사님!
기어스: 보기 좋군요. 자, 당신에게 당신과 원더테인먼트 박사에 대한 질문을 하라는 임무를 받았는데요. 괜찮으신가요?
SCP-1799: 그럼요! 그리고 박사님께도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저를 보고 비웃지 않는 분을 보니 진짜 흥미가 생기네요. 할 수 있다면 비결을 배우고 싶어요.
기어스: 허락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SCP-1799: 얼마든지요. 하하, 평범한 대화를 하고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기어스: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당신을 창조한 이유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SCP-1799: 아버지께서 한동안 광대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서커스단에 몸담은 적이 있기 때문일까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통 알 수가 없었어요.
기어스: 그렇군요. 이제 당신이 질문할 차례입니다.
SCP-1799: 박사님이 웃지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박사님은 저를 보고 깔깔대지 않은 첫 번째 사람이에요. 고맙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전 맘에 들어요. 박사님이 저를 비웃지 않는 게 맘에 들고, 제가 거의 정상인이 된 것 같고 그래요…
기어스: 전 한번도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죠. 어머니께서도 제가 거의 울지 않았다고 그러시더군요. 제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SCP-1799: 허.
기어스: 이제 제가 질문할 차례입니다.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당신을 창조했던 과정을 기억하십니까?
SCP-1799: 전혀요. 어느 날 제가 깨어났고 그게 전부에요. 박사님께선 마지막으로 웃어본 게 언제인가요?
기어스: 여러 해 전 제 딸이 저한테 그림을 그려줬을 때였습니다. 참 재밌는 초상화였는데, 색깔을 이상하게 칠해 놨었죠.
SCP-1799: 아하, 자녀 분이 있었어요? 정말 귀엽겠네요.
기어스: 그렇죠. 다른 리틀 미스터들이 어디 있는지 대해 알고 계십니까?
SCP-1799: 음… 물고기 씨는 어디 축축한 데 있겠지만… 제가 알고있는 건 이게 다에요.
기어스: 유감스럽지만 그 답변은 저나 저희 윗선들에겐 그리 쓸모있는 정보는 아니군요.
SCP-1799: 죄송해요… 저 아직 질문 더 할 수 있죠?
기어스: 동의했지 않습니까. 하시죠.
SCP-1799: 좋아요. 제가 뭔가 재밌는 걸 말하면 박사님께서 웃을 거라 보시나요?
기어스: 비웃음 받는 걸 싫어하신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SCP-1799: 한번 가정해보는 거에요! 제가 이 자리에서 정말로 웃긴 말을 했다고 쳐보자는 거에요. 그러면 박사님이 웃으실까요?
기어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이렇다 딱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군요.
SCP-1799: 그렇군요…
기어스: 다른 원더테인먼트 상품들에 대해 뭔가 아시는 점 있으십니까?
SCP-1799: 아뇨… 저에 대해서 밖에 몰라요. 이 대답으론 별로 만족하지 못하시겠죠.
기어스: 당신이 무슨 대답을 하든 당신이 쓸모없다고 치부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그런 대답이 저희 윗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당신을 사적으로 모욕하려는 게 아닙니다.
SCP-1799: 그래요, 그래요. 지금의 따님이 박사님을 다시 웃게 할 거라 생각하시나요?
기어스: 딸에 대한 얘기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주제는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SCP-1799: 아 좀 해주세요.
기어스: 그녀와 저는 서로 연락 안한 지 몇 년은 지났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죠. 비극적인 일이지만, 벌써 몇 년도 더 된 일입니다.
SCP-1799: 안됐어요. 그 일로 우신 적 있으신가요?
[정적.]
기어스: 아뇨.
SCP-1799: 이야. 진정한 상남자시네요.
기어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일을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SCP-1799: 이 일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이에요? 박사님 딸 보다도요?
기어스: 제 직업일 뿐입니다. 어쩌다보니 적성에 맞았을 뿐이죠. 얘기가 주제를 벗어나고 있군요. 다시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SCP-1799: 아차, 죄-죄송해요. 네, 말씀하세요.
기어스: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현재 소재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SCP-1799: 아뇨… 하지만 우리 아버진 어디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아시잖아요. 잡히지 않으려고 말이죠. 여러분들 때문이겠죠.
기어스: 알겠습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SCP-1799: 따님을 다시 보면 행복할 거 같으신가요? 그러니까, 서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말이죠.
기어스: 제 딸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는 재미없습니다.
SCP-1799: 이럴줄 알았어, 박사님은 따님을 아끼시는군요!
기어스: 아끼지 않는다고 한 적 없습니다.
SCP-1799: 기회가 있다면 다시 따님과 얘기하실 거잖아요?
기어스: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웃음 씨?
SCP-1799: 철로 위에 묶여있는 사람들 얘기 말이죠?
기어스: 그렇습니다. 지금 일을 제안받았을 때 저만의 트롤리 딜레마가 생겼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선택을 했죠. 제가 후회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제가 온전히 감수해야 한다는 거죠.
SCP-1799: 그럼… 기회가 생겨도 따님과 얘기 안 하실 거란 말씀이세요? 헷갈리네요.
기어스: 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신이 더이상 쓸모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입니다.
SCP-1799: 박사님이 떠나고나서 따님이 더이상 박사님을 원하지 않은 거에요?
기어스: 맞습니다. 그 아이는 제가 남아있길 원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죠.
SCP-1799: 그러면 부모는 자기 자식과 더이상 연락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기어스: 제가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닙니다.
SCP-1799: 제 말은, 저는 제 아버지가 저한테 연락해줬으면 하거든요. 혼자가 되는 건 무섭고, 그럴 준비도 전혀 안됐단 말이에요. 하지만 박사님은 아직 기회가 있잖아요! 연락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아예 안할 바에 늦게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아요?
[정적.]
기어스: 이제 와서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제가 어쩌지 못할 정도로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어쨌든, 당신에게 할 질문은 이제 다 끝난 것 같군요.
SCP-1799: 잠깐, 이제 떠나신다는 말씀인가요? 그치만 이제 막 서로 알아가던 중이었는데!
기어스: 네. 저희끼리 함께한 시간은 이게 마지막입니다.
SCP-1799: 가지마세요. 제발요. 다시 비웃음 받는 처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뭐라도 더 얘기 나누고 싶다고요!
기어스: 죄송합니다. 이제 가봐야 합니다.
SCP-1799: 안돼요! 제발요, 아직 저한테 하실 질문 더 남았잖아요! 제발! 뭐라도!
[기어스 박사가 일어나 메모지를 챙기고 문을 향해 걸어감.]
SCP-1799: 안돼!
[SCP-1799가 일어나 면담실 문을 가로막음.]
SCP-1799: 이렇게 빌게요, 박사님,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세요! 박사님이 원하는 얘기 어떤 거라도 할 수 있어요! 전 아는 건 많이 없지만 배우는 건 빨라서 좋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구요!
기어스: 비켜주십시오, 웃음 씨.
SCP-1799: 싫어요! 안 비켜요! 전 이래도 돼요! 박사님이 도와줄 수 없는 일로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할 때 기분이 어떤지나 알고 계세요? 제가 원하는 건 5분만 같이 얘기해달라는 건데, 그정도는 쓸 수 있잖아요!
기어스: 협조하지 않으면 방 밖에 대기 중인 경비원들을 부르겠습니다. 이제 비켜주십시오.
[SCP-1799가 길을 비켜주고 다시 착석함.]
SCP-1799: 돼-됐어요! 가버려요! 이제 그 에버우드 년처럼 절 비웃고 있겠네요? 됐네요! 전 신경 안씁니다!
<기록 종료>
주석: 솔직히 말해서,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 인간이 단번에 빵터지는 모습을 보고싶었지만, 그는 분명히 SCP-1799와 얘기할 수 있었어요. 유용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유감입니다. — 에버우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