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777-KO
SCP-1777-KO
By: PayroyPayroy
Published on 23 Feb 2025 14:59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oto+Sans+KR:wght@700&display=swap');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anum+Pen+Script&display=swap');
 
/* Flopstyle CSS Theme
 * [2020 Wikidot Theme]
 * Created by Lt Flops
 * Select CSS Styles Are Credited Where Necessary
 * -- (CC BY-SA 3.0) --
**/
 
/* ---- SITE HEADER ---- */
 #header h1 a{
     font-family: "Montserrat", "Arial", "Noto Sans KR", sans-serif;
}
 
/* ---- FORMATTING | [SPECIAL] ---- */
 @font-face {
     font-family: "D2Coding";
     src: url('https://cdn.jsdelivr.net/gh/projectnoonnu/noonfonts_three@1.0/D2Coding.woff') format('woff');
     font-weight: normal;
     font-style: normal;
 }
 :root{
     --mono-font: "D2Coding", "Fira Code", "Nanum Gothic Coding", monospace;
}
 
/* ---- CUSTOM DIV BLOCKS ---- */
 .journal{ /* ---- Journal Block (Adapted From SCP-4003) ---- */
     font-family: "Architects Daughter", "Nanum Pen Script", cursive;
}
일련번호: SCP-1777-KO 3/1777-KO 등급
등급: 유클리드 보안인가 필요

특수 격리 절차: SCP-1777-KO의 기준차원 현현을 막기 위해 제21K기지 차원학부를 중점적으로 격리 활동을 펼친다. SCP-1777-KO 부속지 일부가 이미 출현해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부지는 재단 위장 기업의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역정보를 근거로 민간인 출입을 제한한다. 현장 경비는 기동특무부대 크시-52 ("네펜데스")가 전담한다.

한편 WoI 연구과는 SCP-1777-KO에 대한 관심을 경감하기 위해 각종 변칙적/비변칙적 웹사이트를 망라하여 여론 공작을 펼친다. 다만 지나친 자극은 SCP-1777-KO의 활동 패턴을 버츄얼 스트리머보다 더욱 위험하게 틀어버릴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SCP-1777-KO에 대한 부정적인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행위를 금한다.

grounddog

스트리밍 중인 SCP-1777-KO의 화상.

설명: SCP-1777-KO는 주로 치지직1및 X2 등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땅아지"라는 이름으로 버추얼 캐릭터를 연기하는 제비꽃 독립체다. SCP-1777-KO는 본래 땅강아지과Gryllotalpidae 생물과 유사한 크기의 가상 공간 기반 인터넷 기생체로 확인되었다.

SCP-1777-KO는 원래 크기가 약 20km에 달하는 4등급 피스티파지 독립체로, 기준차원 침탈을 시도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실패하여 인터넷 차원 속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SCP-1777-KO는 현재 버츄얼 캐릭터를 연기하는 형태로 존재하지만, 본래의 지능은 일반적인 땅강아지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SCP-1777-KO가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고 다시 현실에 간섭하기 위해, 기준차원으로의 침탈을 시도하는 유사 알고리즘 형태에 가깝게 변형된 것으로 추측된다. 개체는 시청자와 소통하거나 게임 등을 플레이하며 활동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율적인 사고에 따른 것이 아닌 단순한 처리 결과에 기반한 반응 등으로 추정된다.

SCP-1777-KO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대상의 생명약동에너지 (EVE)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기준현실에 간섭하여 출현하고 있다. EVE의 흡수량은 대상이 SCP-1777-KO에게 가지는 관심이나 애정의 정도에 비례한다. 가령 치지직 플랫폼에서 방송을 시청하거나 팔로우하는 행위, 혹은 X의 게시글에 '재게시물', '마음에 들어요'를 누르는 행위가 SCP-1777-KO에게 EVE를 공급할 수 있다. 실물 화폐, 가령 치지직에서 구독을 하거나 치즈3를 후원하는 행위는 EVE를 더욱 많이 흡수하게끔 만든다. SCP-1777-KO의 치지직 및 X 계정을 정지시키려는 모든 작전은 인터넷 공간 내에 소재한 개체의 강력한 역공을 마주하면서 실패했다.

개별 대상이 공급하는 EVE의 양은 무시할 만하지만, SCP-1777-KO의 방송 시청자가 급증하면서 흡수하는 EVE 총량 역시 유의미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경기도 용인시에 SCP-1777-KO의 다리 하나가 출현한 상태이다.4 본신의 크기가 20km에 달하는 만큼, 만일 전신이 기준차원에 실제 현현하는 경우 정상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 기록-1

'방송 기록'은 SCP-1777-KO가 '땅아지'라는 유저명으로 치지직에서 진행한 방송을 수록한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발췌했다. 각 방송 기록은 부록의 시간 순서에 맞게 삽입하였다. 열람의 편의성을 위해 SCP-1777-KO가 직접 발언한 내용은 기울임체로 표기하였다.

채팅

[발췌 시작]


(아바타의 고개를 끄덕임) 안녕. 새로 온 친구들. 반가워. 신입 버튜버 땅아지. 잘 부탁.

구원받은해적 여기 뭐하는 방송인가요??
든든반찬 방장 방송 진짜 모르네

(머리를 긁적임) 응. 방송 시작. 겨우 1주일. 그래도 와주는 친구들이 있어. 기뻐. 나 시청자 많이 모아야 돼. 안 그러면 못 살아남아.

깃털수집가 진짜로 먹고사는게 힘들단 거임?
구원받은해적 방송 요즘 레드오션이라 힘드실 텐데
든든반찬 말투는 원래 그런 거임?

방송하는 사람. 여기에 엄청 많아. 보고 놀랐어.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 말투는 요즘 배우고 있어. 처음 배우는 거라. 이상해?

든든반찬 대체 어디서 뭘 보고 다닌거임ㅋㅋㅋ

구원받은해적님이 🧀 1,000 후원하셨습니다.

💜구원받은해적 방송 컨셉 재밌네요 앞으로 종종 올게요

(놀란 표정) 후원. 처음 받아봐. 이런 기분. 안에서 뭔가 차오르는 기분. 고마워. 땅 파먹는 거 외에는 너희 관심이 전부야. 고마워. 친구. 구원받은… 해적 친구? 해적이 뭐지?

💜구원받은해적 리액션 좋네 ㅎㅎ
깃털수집가 이건 대체 무슨 컨셉임?
든든반찬 땅 지지야 지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해적이란 배를 타고 다니면서, 다른 배나 해안 지방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강도. 구원받은해적, 나쁜 사람?

💜구원받은해적 아니 그냥 닉네임이잖아요ㅋㅋㅋ
든든반찬 ㅋㅋ웃기는 사람이네 이거

든든반찬님이 🧀 1,000 후원하셨습니다.

💜든든반찬 웃겼으니까 줌 ㅋㅋㅋ
💜구원받은해적

또 후원. 고마워. 오늘 하루도 살 수 있어. 방송. 하길 잘했어.

[발췌 종료]

채팅에 참여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후원하기 | 💰 채팅

부록 1777-KO.01: SCP-1777-KO 내부 대책 회의

회의 날짜: 2024년 [편집됨]. 10:00 AM

회의 참여 인원: 배일호 이사관보, 클라라 박사, 손기정 연구책임자, 이고양 연구원


[기록 시작]

배일호 박사: 때가 되었도다, 시작하도다, 우리가 도래했도다.

손기정 연구원: 이번엔 시작 서론이 기네요.

배일호 박사: 그래, 맞아.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했지. 우린 영원히 이 지옥 속에서 몸부림치게 될 거야. 0과 1로 이루어진 이 조그만 텍스트 공간에서.

배일호 박사: 그러다 잊혀지면 사라지겠지. 영원히.

짧은 침묵.

이고양 연구원: 어… 진짜요? 코코처럼요?

클라라 박사: 고양 씨, 이젠 가볍게 무시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네요.

손기정 연구원이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스트레칭한다.

손기정 연구원: 하이고, 이번 달은 좀 가벼이 보내는 거 같더니만.

배일호 박사: 재단에 쉬는 날이 있겠니?

손기정 연구원: (미간을 찌푸리며)지금은 토요일이거든요?

배일호 박사: 알아, 사실 난 모든 날이 토요일이지. 네가 그 기분을 알아? 무기력감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추악한 생각들을.

손기정 연구원: 몰라요. 주말에는 일 안 한다고요.

배일호 박사: 난 일 해!

배일호 박사: 일 존나 좋아. 평생 재단 하고 싶어.

배일호 박사와 손기정 연구원이 2분 여간 의미 없는 짓거릴 한다. 그동안 이고양 연구원이 준비한 서류를 책상에 툭툭 두드리며 간격을 맞추고 펼친다.

이고양 연구원: 음, 그러니까… 저기, 시작할게요?

클라라 박사: 보고서를 읽으시면 알겠지만, 이번 문제는 SCP-1777-KO로 지정된 제비꽃 독립체를 막는 겁니다.

손기정 연구원: (보고서에 적힌 글을 읽고는) …버츄얼 스트리머? 이게 뭡니까?

이고양 연구원: 기정 씨, 이런 거 잘 모르시나요?

손기정 연구원: 이름은 얼핏 좀 들어봤을지도. 지하철 판떼기 광고판 같은 곳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배일호 박사: 요새 트렌드인 버튜버도 몰라? 네가 그러고도 MZ 세대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거냐?

클라라 박사: 죄송하지만, 자신도 MZ 세대라면서 슬쩍 추켜세우지 좀 마세요.

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가 슬며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클라라 박사: 네. 틱톡 릴스 두 시간씩 시청하셔도 아니예요.

배일호 박사가 탁자를 건드린다.

배일호 박사: 말했잖아. 나 다시 태어났다고. 그러니까, 세는 나이론 10살도 아닌 거지.

손기정 연구원: 가슴 아팠던 얘기를 빌미 삼아서 개소리 하지 말아줄래요?

배일호 박사: 가슴이 답답한 거 심근경색의 증상 중 하나야. 너 곧 죽는다.

이고양 연구원: 으어… 저기. 회의…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배일호 박사: 회의 같은 거 집어치워! 선임이 모함 당하고 있잖아!

배일호 박사가 손바닥으로 가볍게 탁자를 내려친다. 탁자 다리가 부러지며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1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중요한가?

손기정 연구원: …부장님.

배일호 박사: 내 잘못 아냐. 봤잖아. 원래부터 부러질 책상이었어. 내가 막타 친 거지.

클라라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클라라 박사: 자자, 먼저 얘기들 하고 계세요.

클라라 박사가 배일호 박사의 옷깃을 잡아 들어올린다.

배일호 박사: 오, 우리 놀러 가는 거야?

클라라 박사: 네, 에버랜드 용인으로요.

배일호 박사: …선처를. 선처를, 선처를!

클라라 박사가 배일호 박사를 끌고 부서실 밖으로 나간다. 배일호 박사의 비명이 들려온다. 손기정 연구원이 한숨과 함께 이고양 연구원을 바라본다. 그녀가 울먹거린다.

이고양 연구원: …흑.

손기정 연구원: 어, 음, 고양 씨? (뺨을 긁적인다.) 고양 씨 잘못 아냐. 책상은 다시 고치면 돼.

이고양 연구원: 그거 때문 아녜요! 보고서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들 관심도 없고…

손기정 연구원: 고양 씨가 좀 이해해줘. 주말에 끌려나왔잖냐.

5초간 침묵.

손기정 연구원: (헛기침) 난, 난 듣고 싶은데. SCP-1777-KO가 뭐하는 녀석인지. 브리핑 좀 부탁할게?

이고양 연구원: …네.

15초간 침묵.

이고양 연구원: (훌쩍거리면서) 아무튼, SCP-1777-KO는 정형화된 행동 패턴을 보았을 때 피스티파지 독립체라고 추정돼요. 스트리밍을 통해 팔로워 수나 시청자 수를 모으고, 거기서 EVE 에너지를 흡수해서 현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고요.

손기정 연구원: (보고서를 들여다보다가) 크기가 좀 잘못 표기된 것 같은데. …20000 m, 이거 맞아?

이고양 연구원: 오타 아니에요. 경기도권 중심에 다리 하나가 튀어나왔거든요. 그 다리 크기를 가지고 추산해보니 대충 크기가 그 정도로 나왔어요.

손기정 연구원: 그 다리를 언제 발견했는데?

이고양 연구원: …오늘 새벽 4시요. 언론에 퍼져나가려던 거 급하게 잠재웠어요.

20초간 침묵.

손기정 연구원: 미안, 고양 씨. 주말부터 고생시켰네.

이고양 연구원: 그럼 맛있는 거 사줘요.

손기정 연구원: 그래, 그걸로 속 풀린다면.

1분 뒤,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배일호 박사: 하아.

손기정 연구원: 빨리 오셨네요?

배일호 박사: 지옥이었지. 에버랜드 다시 못 갈 것 같아.

클라라 박사가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그녀가 보고서를 다시 손에 든다.

클라라 박사: 죄송해요. 어디까지 했죠?

이고양 연구원: 아, 둘째 줄 페이지부터요.

클라라 박사: 좋아요. 이제 진짜 각잡고 시작하죠.

배일호 박사가 심드렁하게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배일호 박사: SCP-1777-KO, 피스타치오 독립체… 그니까 이놈이 제비꽃 개체라는 거지? 성장세가 꽤 가파른데.

이고양 연구원: 네, 지금 상태가 쭉 유지된다면 다리가 아니라 몸 전체가 현실에 강림하게 될 거예요.

클라라 박사: 20km짜리 땅강아지가 튀어나온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요?

배일호 박사: 땅강아지는 그리 난폭한 성격이 아니야.

클라라 박사: 알아요. 근데 땅굴 생활을 하잖아요.

손기정 연구원: 땅만 파도 서울은 끝장나겠는데요.

배일호 박사: 그래, 맞아. 그니까 우리에게 온 거지. 우리가 막아낼 수 있을 거니까.

손기정 연구원: 맞아요, 그게?

클라라 박사: 탐탁치는 않지만… 예. 부장님이 이딴 일 전문가긴 하시니까요.

배일호 박사: 워딩이 조금 날 서 있긴 한데, 말이라도 한 게 어디야? 친절도 하셔라.

이고양 연구원: 음, 조금 있다가 현장도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배일호 박사: 격리는 누가 맡고 있지?

이고양 연구원: 아, 음. 김가딕 이사관보님이 자기 팀 데리고 현장으로 나가셨다고 들었어요.

손기정 연구원: 그 술꾼?

이고양 연구원: 네. 그 술고래요.

5초간 정적.

손기정 연구원: 부장님.

배일호 박사: 응.

손기정 연구원: 나가기 싫으시죠?

배일호 박사: 응.

이고양 연구원: 안 돼요! 직접 보시고 위험성을 체감하는 게 나을 거라구요!

배일호 박사: 내가 그런 거 체감하는 성격처럼 보여? 거리도 꽤 되는구만. 가서 뭐하라고.

배일호 박사: 사태의 경중을 파악하고 열심히 하자는 새로운 다짐? 했으면 방독면 쓰고 여기서 꼴깝 떨지는 않았겠지.

이고양 연구원: 그, 그래도… 부장님… 제가 열심히 준비한 건데…

클라라 박사가 배일호 박사에게 다가가더니 슬쩍 속삭인다.

클라라 박사: 용인.

배일호 박사가 움찔한다.

클라라 박사: 에버랜드.

배일호 박사: 헉.

클라라 박사: T 익스프레스.

배일호 박사: 옷 입고 준비해라, 애들아. 현장 업무 투입이다.

클라라 박사가 손기정 연구원과 이고양 연구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클라라 박사: 준비하고 나오세요. 차 대기 시켜놓고 있을게요.

배일호 박사: 운전은?

손기정 연구원: 아, 제가 할게요. 가죠, 고양 씨.

잠시 침묵.

손기정 연구원: 고양 씨?

이고양 연구원: …부장님 대체 뭘 겪으신 거예요?

손기정 연구원: 나도 몰라. 알면 다쳐.

이고양 연구원: 아, 에, 으?

손기정 연구원: …또 고장났네.

한숨 소리.

[기록 종료]

이후 차원학부는 SCP-1777-KO가 위치한 현장으로 이동해, 격리에 참가한 김가딕 격리이사관보와 만남을 갖기로 예정되었다.

<기록 시작>

차원학부 소속 인원들이 SCP-1777-KO가 위치한 제21K 임시 구역에 도착한다. 현장은 특수 격리 절차에 따라 민간 공사 현장으로 위장되어 있다.

기동특무부대 크시-52 ("네펜데스")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대원 중 하나가 배일호 박사에게 다가온다.

크시-1: 아, 이사관보님. 오셨습니까.

배일호 박사: 막걸리 내놔.

크시-1: …예?

배일호 박사: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막걸리 내오라고.

클라라 박사: 절대 주지 마세요. 저 인간 술 마시다가 기지 폭발시킬 뻔한 게 엇그젭니다.

크시-1: 압니다. 현장에 있었어요.

배일호 박사: 기억 안 나. 너 이름이 뭐였더라?

크시-1: 땡칠이요.

손기정 연구원: 하.

크시-1: 왜 웃어요?

손기정 연구원: 글쎄요. 정들려나 보죠.

5초간 침묵.

이고양 연구원: …일단 들어갈까요?

일행이 제21K 임시 구역 안으로 진입한다.

클라라 박사: 이쪽이에요. 격리이사관보님이랑은 미리 얘기해뒀어요.

배일호 박사: 걔 또 꼴았어?

클라라 박사: 네.

배일호 박사: 등급은.

클라라 박사: 멍멍이요.

배일호 박사: 음, 이야. 좀 많이 씹새낀데?

이고양 연구원: …둘이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손기정 연구원: 뭐긴요. (배일호 박사를 힐끗 보며) 또 자기들끼리만 용어 만들고 신났네. 좀 끼워주시죠?

배일호 박사: 알면 죽어. 음향재해야. 예방 접종 안 하고 들으면 큰일 난다.

손기정 연구원: 뭐라고요? 무슨 효과인데요?

배일호 박사: 좆되지. 질질 싸. 말 그대로, 위에서부터 아래에서까지.

클라라 박사: (기겁하며) 아오, 옆에서 듣고 있는데… 더럽게 진짜― 다 왔으니까 입 좀 다물고 계세요.

배일호 박사: 알려줘도 뭐라 하네.

손기정 연구원: 그냥 들어가죠.

일행이 컨테이너 기지로 들어간다.

배일호 박사: 꼴깝을 떨어요, 꼴깝을. 대낮부터 병든 닭 새끼마냥 퍼져있고.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는 김가딕 격리이사관보가 보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이고양 연구원: 김가딕 박사님?

손기정 연구원: 거, 대낮부터 취하셨네요?

김가딕 박사: 으어어어…

배일호 박사: 불렀으면 마중을 나와야지!

배일호 박사가 탁자를 발로 차 넘어뜨린다. 김가딕 박사가 놀라서 의자에서 넘어진다.

클라라 박사: (질겁하며) 부장님!!

김가딕 박사: 아오, 머리야… 머리 깨질 것 같은데… 여기 어디야?

배일호 박사: 기정아, 물 좀 떠와. 고양이 넌 탁자 좀 세우고.

손기정 연구원: 지시 반대로 내리신 거 같은데요?

배일호 박사: 난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나눠준단다.

손기정 연구원: 탁자 엎은 건 부장님이잖아요. (한숨) …고양 씨, 정수기에서 물 한 컵만 뽑아줘요. 이건 제가 할게요.

이고양 연구원: 아, 네.

이고양 연구원이 자리에서 이탈한다. 손기정 연구원이 탁자를 다시 세운다. 배일호 박사가 김가딕 박사를 가죽 소파에 앉힌다.

배일호 박사: 야, 너 내가 누구야.

김가딕 박사: …너? 너, 너, 너 배일호지. 누구긴 누구야.

배일호 박사: 정신은 있네. SCP-1777-KO 건으로 왔는데.

김가딕 박사: 그렇구나. …그렇구나.

배일호 박사가 김가딕 박사의 뺨을 친다.

김가딕 박사: 악! 아, 진짜. 갑자기 왜 때리는 거야, 짱나게.

배일호 박사: 그만 정신차리라고! 분량 늘은 거 안 보이냐?!

클라라 박사: 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김가딕 박사: 많이 안 마셨다니까 글쎄.

클라라 박사가 비어 있는 막걸리 병을 주워 든다.

클라라 박사: 이걸 혼자 다 마신 거예요?

김가딕 박사: 많이 안 마셨다고.

이고양 연구원이 자리로 돌아와 물컵 한 잔을 건네준다.

이고양 연구원: 박사님, 여기 물이요.

김가딕 박사: 아, 그래, 착하네… 고맙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어, 너 이름이 뭐더라?

이고양 연구원: 아, 이고양입니다.

김가딕 박사: 이고양? 아, 그 네이버 블로거?

이고양 연구원: (머쓱하게 웃으며) …그, 아니거든요?

김가딕 박사: 아니긴, 맞구만. 네가 데이터베이스에 블로그 글 올렸잖아! 파워 블로거!

배일호 박사가 한숨을 내쉰다.

배일호 박사: 기정아.

손기정 연구원: 네.

배일호 박사: 10분 줄 테니까 저거 정신 좀 차리게 해놔.

손기정 연구원: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며) …예예. 알았어요. 철퍽으로 가요?

배일호 박사: 딱 좋네.

김가딕 박사: 철퍽? 그게 뭔데?

손기정 연구원: 박사님. (손가락을 튕긴다.) 여기 보세요, 보여요?

김가딕 박사: 뭘 하려고 이래?

손기정 연구원: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아요. 근데,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5초간 정적.

김가딕 박사: 그니까 철퍽이 뭔데?

<기록 종료>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 앉는다.

배일호 박사: (침잠된 목소리로)그래서 좀 어때? 정신은 차리셨나?

김가딕 박사: …악몽이었어.

배일호 박사: 응, 그게 철퍽이야. 슬슬 얘기 좀 하자고.

김가딕 박사: 뭔 얘기? 얘기할 게 뭐 있어? 새벽 내내 일해서, 졸려 죽겠구만.

이고양 연구원: 대체 술은 왜 마신 거세요?

김가딕 박사가 미간을 짚는다.

김가딕 박사: 내가 원랜 이러지 않는데. 필름이 끊겨버렸네.

배일호 박사: 나 때문에?

김가딕 박사: 글쎄다. 일단 따라와.

김가딕 박사가 자리를 일어나더니 컨테이너를 나선다. 배일호 박사도 일어나 뒤따라간다.

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가 다시 돌아온다.

배일호 박사: 왜 안 와?

손기정 연구원: 김가딕 이사관보님, 원래 저런 분이세요?

배일호 박사: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알아듣지.

손기정 연구원: 노답인데요?

배일호 박사: 오.

클라라 박사: 원래 저런 분 아니세요. 술 원체 좋아하시긴 한데…

클라라 박사가 한숨을 내쉰다.

클라라 박사: 이번 일이 생각보다 더 막중하다는 거겠죠.

배일호 박사: 저 새끼 간 두개임. 내가 봤어.

이고양 연구원: 네?

손기정 연구원: 일단… 가보고 생각하죠.

약 5분간 쓸데없는 잡음 생략.



화면은 현실 구체화가 진행 중인 SCP-1777-KO의 다리를 담고 있다. 약 6km로 추정되는 다리는 지반을 뚫고 내려가 있다.

배일호 박사: 지랄.

크시-52 대원: 어어, 그 선 넘어가시면 안 돼요.

배일호 박사: 가까이서 좀 보자.

이고양 연구원: (헛숨을 내뱉으며)이, 이게 정말 다리 하나라고요?

김가딕 박사: 그래. 그쪽도 이미 얘기는 들었을 거잖아?

이고양 연구원: 이,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어요.

김가딕 박사: 응, 네 심정 이해해. (혀를 차며)하여간, 이 다음이 뭘 의미하는지 알 거라고 믿고.

배일호 박사: 그래, T 익스프레스지.

김가딕 박사: 뭐?

배일호 박사: 왜? 여기 용인이잖아. 에버랜드.

손기정 연구원: 용산이거든요.

배일호 박사: 아.

손기정 연구원: 그래서, 격리이사관보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김가딕 박사: 어떻게 하겠냐고? (볼멘 소리로) 그러게, 어쩐다냐.

이고양 연구원: 대책이 없어요?

김가딕 박사: 있다고 해도, 지금은 현장 위장 밖에 못해. 이게 뭐 단순히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면 어떻게든 격리실에 쑤셔 넣었겠지만…

김가딕 박사: 크기가 커도 너무 크잖아.

배일호 박사: 벌써부터 앓는 소리하긴. 진짜 방법 없는 거 맞아? 공간 왜곡 기술 같은 거.

김가딕 박사: 내가 뭐 마법사냐? 지금 당장 설계한다해도 일단 격리실 안에 들여놔야한다고.

그때 갑자기 지반이 크게 흔들린다.

이고양 연구원: 으갹?!

손기정 연구원: 우씨―!

손기정 연구원이 이고양 연구원의 어깨를 붙잡으며, 가까운 철근에 몸을 기댄다.

지진은 몇 여분간 지속되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김가딕 박사: 다들 괜찮아요?

클라라 박사: (조심스럽게 말하며) 네, 그런 것 같네요?

배일호 박사: 아니거든.

배일호 박사가 무너진 지반을 붙잡고 구덩이 위로 기어오른다.

배일호 박사: 좀 꺼내줄 사람?

김가딕 박사: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웃는다.) 그니까 안으로 들어가지 말랬잖아.

김가딕 박사가 배일호 박사의 손을 잡고는 잡아당긴다.

배일호 박사: 컴 포맷하기 전까진 못 죽어. 아니 안 죽을 거야.

클라라 박사: 그래서 대체 뭐였어요?

김가딕 박사: 지진이죠. 다른 말로는 땅울림이라 하고요.

김가딕 박사: 저것이 요 근처 지반을 다 망가뜨려서 그래요.

클라라 박사: 어쩐지 재난 문자 계속 울리더니.

김가딕 박사: (피식 웃으며) 농담할 기운은 있으신가봐요?

손기정 연구원: 고양 씨, 괜찮아요?

이고양 연구원: 아, 네. 전 괜찮아요.

짧은 침묵.

이고양 연구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손기정 연구원: 내가 안 괜찮은데.

이고양 연구원: 네?

손기정 연구원: …팔 금간 것 같아요.

잠시 정적.

배일호 박사: (혼잣말을 시작하며) 그래, 현장 투입 좀 하니까 상황을 좀 알겠네.

김가딕 박사: 큰일났지.

배일호 박사: 좆된 거야.

김가딕 박사: 욕좀 그만해. 뭐가 좋다고.

손기정 연구원: 저기요? 나 팔 금갔다니까?

배일호 박사: 그게 문제냐? 용인이 박살나게 생겼다고!

김가딕 박사: 손기정 연구원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저게 중요하긴 하지.

손기정 연구원: 미친 싸이코패스들…!

손기정 연구원: (고통스러운 신음) 으윽, 그리고 용산이라고요. 용인이 아니라.

이고양 연구원: 어, 어어떡해요! 미, 미안해서 어쩌죠? 부, 부축해드릴게요!

손기정 연구원: 악! 그쪽 팔! 그쪽 팔!

이고양 연구원: 어, 어머, 실수…!

클라라 박사: (한숨을 내쉬며) 그니까 폼은 왜 잡고 그래요.

손기정 연구원: 박사님까지 그러시면 저 진짜 울어요? 운다고요?

클라라 박사: 네네, 일단 의료팀에게 연락할게요. (배일호 박사를 바라보며)부장님, 이렇게 됐으니까 저희 먼저 가볼게요.

배일호 박사: 야, 어디 가. 현장 대처는?

클라라 박사: 저거 보세요. 대처하실 수 있겠어요?

배일호 박사: 우리 미사일 사용 가능하냐?

클라라 박사: 안 되죠. 사람 사는 곳인데.

배일호 박사: 합체 로봇은?

클라라 박사: 그건 예산이 안 되고요.

배일호 박사: 대변칙곤충살충인간.

클라라 박사: 아마… 바쁠 걸요?

배일호 박사: 모스키토 소녀, 점마도 안 돼?

클라라 박사: 모기 몇 마리로 되겠어요? …이거 언제까지 하실 거에요?

배일호 박사: 글쎄, 일곱 번만 더 할까?

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안 되겠네 그럼.

손기정 연구원: 아아아아악―! 그쪽 팔 아니라고 했잖아아악―!!!

이고양 연구원: 아, 아, 진짜 죄송해요! 아까부터 왜이러지―?!

손기정 연구원: 일부러 그러는 거야―?!!

3초간 침묵.

클라라 박사: …아무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요. 피스티파지 독립체잖아요.

배일호 박사: 뭐― 멜랑꼴리 독립체?

클라라 박사: 한 글자도 안 맞거든요. 그니까 부장님―

김가딕 박사가 헛기침과 함께 둘 사이에 껴든다.

김가딕 박사: 흠흠, 클라라 박사님.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손기정 연구원 데리고 나가시죠.

김가딕 박사: SCP-1777-KO 건은 저희가 끝내겠습니다.

배일호 박사: 멜랑꼴리 독립체가 뭐나고.

이고양 연구원: 박사님! 기정 씨 팔이 이상해요!

손기정 연구원: 와, 고통이 멎었어요. 이제 안 아파요.

손기정 연구원: 잘못된 거 맞죠?

클라라 박사: …네, 알겠습니다. 먼저 돌아가죠. (미심쩍은 눈초리로) 어디 놀러가지 말고 진짜 회의하셔야 해요?

배일호 박사: 누구, 나?

클라라 박사: 두 분 다요.

김가딕 박사: 저희가 뭐 이사관보직 허투루 달았겠습니까. (웃으며 손을 흔든다.)자, 살펴가시죠.

클라라 박사: 저 진짜 가요?

배일호 박사: 좀 가.

클라라 박사가 자리를 벗어난다. 그녀가 계속 뒤를 돌아보며 김가딕 박사와 배일호 박사를 바라보다가, 결국 현장에서 사라진다.

1분간 침묵.

배일호 박사: 회의 할 거야?

김가딕 박사: 아니. 그냥 빨리 돌려보내려고 한 소리였지.

배일호 박사: 너 격리이사관보잖아.

김가딕 박사: 현장 위장은 아직 문제 없잖아, 뭐. WoI과에 연락도 보내놨고.

배일호 박사: WoI과라… 피스타피지 독립체… 뭐 어떻게 넘어간 거냐? 인터넷도 그것들 침탈 영역에 부합한단 거야?

김가딕 박사: 나라고 알 턱이 있겠습니까. 전 격리실에 잡아 넣는 사람이지,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너 전공인데.

배일호 박사: …그래, 그럼. 거기서 그놈 정보 좀 캐고 그러면 대책 짤 수 있겠지.

2분간 침묵.

배일호 박사: 에버랜드나 갈까?

김가딕 박사: 그러자.

[기록 종료]

시각: 같은 날, PM 19:52

위치: 제21K기지 병동


<기록 시작>

배일호 박사가 안으로 들어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배일호 박사: 팔은 좀 어떻니.

손기정 연구원: 장난해요?

배일호 박사: 아, 왜. 삐쳤냐? 삐쳤어?

손기정 연구원: 삐쳤냐고요? 래서판다 모자 쓰고와서는? 기어코 에버랜드 가셨어요?

잠시 침묵.

배일호 박사: 김가딕이 꼬셨어.

손기정 연구원: (한숨을 내쉬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대책은 다 짜신 거예요?

배일호 박사: 얼추는. …그래서, 팔은 좀 어떠냐고.

손기정 연구원: 아, 이거요.

손기정 연구원이 깁스를 들어보인다.

손기정 연구원: 금간 거 맞대요. 이대로 몇 주간 있으라는데.

손기정 연구원이 피식 웃는다.

손기정 연구원: 그래도 다행이죠. 이번엔 현장 업무는 아니잖아요. 왼손은 멀쩡하니까 자필은 가능하겠고.

배일호 박사: 그래, 그렇지.

잠시 침묵.

손기정 연구원: 뭔가 이상한데. 왜 호응해주는 거에요?

손기정 연구원: 잠깐, 부장님…

배일호 박사: 왜.

손기정 연구원: 생각해오신 대책이 뭐죠?

배일호 박사: 아, 대책? 그거 듣기 전에 내 말부터 들어봐.

잠시 침묵.

배일호 박사: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SCP-1777-KO에 대응하고자 그 버튜버란 게 대체 뭔지 조사좀 해봤지.

손기정 연구원: 대책이 뭐냐고요.

배일호 박사: 그러다가, 그 업계가 얼마나 치열한지도 알게 됐어. 정말이지, 가혹할 정도로 냉혹해. 거기보다 더 한 지옥은 없을 거야. 그만큼 레드오션이란 거지.

손기정 연구원: 부장님?

배일호 박사: 왜 레드오션이라 생각해?

손기정 연구원: 네?

배일호 박사: 왜 레드오션이겠냐고.

손기정 연구원: 그야… 시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고, 다들 안일한 생각으로 발을 담그니까요?

배일호 박사: 틀려. 버튜버는 간절한 존재라고. 보라지. SCP-1777-KO는 피스티파지 독립체야. 거기다, 크기만 제외하면 통상적인 벌레나 다름없지. 지성은 없고 본능밖에 없다고.

손기정 연구원: …WoI과에서 연락 받으셨어요?

배일호 박사: 지금 그것은 사실상 인터넷 알고리즘이나 다름없어. EVE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기준현실에 뿅하고 등장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놈은 인터넷을 뒤지면서, 그걸 실현시켜주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알아낸 거지.

1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버튜버. 다른 말로는 버츄얼 스트리머. 서브컬쳐란 게 참 무섭다니까.

배일호 박사가 의자에서 일어나 손기정 연구원을 응시한다.

손기정 연구원: 부장님?

배일호 박사: 그래서, SCP-1777-KO를 막는 대책은 뭐가 있을까? 대충 세 가지로 나눠보자고.

배일호 박사: 첫 번째, 재단이 직접 놈의 가짜 정보를 뿌리고 사건사고를 만들어낸다.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해결법이야. 뭐, 대충 옛날에 트위터에서 꺼드럭거린 글들을 캡쳐했다고 구라친 뒤에 유포시키면 되겠지. 기사도 막 나올 걸?

손기정 연구원: 그건―

배일호 박사: 응, 물론 기각이지. 보니까 그것도 나름 잘나가야 성립하더라고. 1777-KO가 최근 인기 좀 얻었다 해도 그 정도는 아니지.

배일호 박사: 만약에 그 방법이 성공했다 해도, 묻히기 전에 존나 주목 받겠지. 나무위키 같은 곳에 막 박제되고. 피라냐들 좋다구나 하고 고기 막 물어뜯고. 왈가왈부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뭔 소린지 알지? 저놈한텐 부정적인 관심도 다 EVE 에너지야. 이건 썩 적절한 조치는 아니지.

손기정 연구원: …그렇겠죠.

배일호 박사: 그럼 두 번째, 1777-KO의 계정을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차단하고 은폐한다. 다른 가짜 계정들도 전부 없앤다. 새싹으로 자라난 지금 뿌리까지 싹 다 뽑아 소각시킨다.

배일호 박사: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것도 기각. SCP-1777-KO는 단순한 피스티파지 독립체가 아니지. 엄연한 실체가 존재하는 제비꽃 개체라고. 놈의 목적은 오직 생존뿐이야. 머릿속엔 살아남겠다는 추잡한 생각밖에 없다고. 무해한 버튜버로 활동한다 해서 자기 본능을 잊었을까 과연? 아니라고 보는데, 난.

배일호 박사: 이건 그냥 계속 하게 냅두는 게 상책이야. 괜히 들쑤셔서 놈이 다른 방법을 시도하게 만들어선 안 돼. 그나마 버튜버가 낫지, 혼돈 루트 타서 정치 유튜버나 사이버 렉카 같은 걸로 변질되면 안 되잖아. 안 그래?

손기정 연구원: 그럼 세 번째는요?

배일호 박사: 궁금해?

손기정 연구원: 그거 말하려고 빌드업 열심히 쌓은 거잖아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요?

배일호 박사가 킬킬거리며 웃는다.

배일호 박사: 세 번째 방법. 내가 이걸 위해서 버튜버를 공부했지.

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차원학부 각 넷이서 개인 방송을 시작하는 거야.

5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그래, 이른바… 제1차 버튜버 전쟁. 서번트도 막 나오고. 팔다리 막 잘리고. 서로 물고 뜯고 존나 싸우고. 무튼 엄청 힘들걸?

1분간 침묵.

손기정 연구원: 왜 항상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거냐고요.

<기록 종료>

방송 기록-2

채팅


[발췌 시작] 방송 앞부분에는 상식이 부족하고 말투가 어색한 SCP-1777-KO를 시청자들이 놀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바타가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듦) 바보 아니야. 배우는 게 늦었을 뿐이야. 나쁜 말 하면 안돼. 왜 그런 말 해?

💜개백수 ㅋㅋㅋㅋ
개고개기 그게 바보 아니야?
💜진짜소고기 이건 ㅇㅈ이지 ㅋㅋㅋ
💜든든반찬 진짜 몰라서 그러는거임?? (진짜모름)

안되겠어. 내가 인터넷에서 봤어. 제목. 밀당하는 법. 이걸 하면 사이가 더 좋아진대.

💜구원받은해적 대체 또 어디서 무슨 이상한 글을 본거야
💜장례희망 공룡 늘 있는 W W E
💜C 하루 재롱 뭐 떠는지 함 보자
💜든든반찬 이 아이가 밀당을 알까요?

밀당의 정석. 밀기만 하지 말고. 가끔 관심 없는 척 당기기도 하래. 나 너희들 싫어. 다 나가. 필요없어.

💜C 하루 헐 ㅠㅠㅠ
💜SLope 구독 취소할게 우리 헤어져
💜든든반찬 어 나 시청자인데 나도 너 필요없어 나갈게

어라? 얘들아. 미안해. 미안해. 나가지 마. 혼자는 싫어. 살고 싶어. 계속 방송 하고 싶어. 나가지 마. 부탁이야. (개체가 울음을 터뜨린다.)

💜게임죽돌청년
💜진짜소고기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달빛나팔꽃
💜구원받은해적 너 방송 재능 있어 그니까 울음 뚝

(코를 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응. 원래 살아남으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미있어. 그러니까 쭉 같이 있자. 꼭 너희를 만나러 갈게.

[발췌 종료]

채팅에 참여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후원하기 | 💰 채팅

부록 1777-KO.02: 배일호 박사의 프로젝트 제안

부록 1777-KO.03: 1개월간 타임라인

다음은 WoI 연구과를 포함한 제21K기지 인원 일부가 참여한 프로젝트 평가 문서다.

본 기록은 제출용과 무관함을 밝힘

1주차

기록 1
손기정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25명 결론 부적합
비고: "아니 시발 이딴 걸 왜 하냐"고 한 것치곤 나쁘지 않은 성과. 시청자수가 25명을 유지한 건 이 업계에선 신동이나 다름없다고 함.
기록 2
이고양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4명 결론 부적합
비고: 재미 없음.
기록 3
클라라 박사
상태 시청자 수 12명 결론 부적합
비고: 왜 말씀 잘하다가 벌레 얘기로 빠져드시는 거예요?
기록 4
배일호 박사
상태 계정 정지 결론 부적합
비고: ?????????????

2주차

기록 5
손기정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50명 결론 부적합
비고: 입담이 늠. 재능 있음.
기록 6
이고양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10명 결론 부적합
비고: 4일 째 물만 마시는 중. 말좀 해봐요.
기록 7
클라라 박사
상태 시청자 수 37명 결론 부적합
비고: 3일 연속 벌레 토크하는데 재밌어서 열받네요
기록 8
배일호 박사
상태 계정 정지 5회 결론 부적합
비고: 스트리밍 시작 10분만에 정지 먹음. 대체 뭔 짓을 한 겁니까?

3주차

기록 9
손기정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85명 결론 부적합
비고: 스스로 "프로"라고 자각하기 시작. 이제 일보다 방송을 더 신경 씀.
기록 10
이고양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2명 결론 부적합
비고: 이제 물도 안 마심. 가끔 화면에서 사라짐.
기록 11
클라라 박사
상태 시청자 수 78명 결론 부적합
비고: 라디오 캐스터식 5시간짜리 개미 관찰 방송. 사람들이 보고 있음.
기록 12
배일호 박사
상태 계정 정지 12회 결론 부적합
비고: 플랫폼이 댁과 관련된 이름5을 금지어로 지정했습니다.

4주차

기록 13
손기정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120명 결론 적합
비고: 방송 중 우는 장면이 화제됨. 감성 콘텐츠인듯?
기록 14
이고양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1명 결론 부적합
비고: 이거 본인이 보는 거 맞죠?
기록 15
클라라 박사
상태 시청자 수 150명 결론 적합
비고: 개미 집을 만들었음. 시청자들이 개미 이름을 지어줌.
기록 16
배일호 박사
상태 실종 보류 결론 보류
비고: "나 장막 나간다 시발."이라는 기록을 끝으로 배일호 박사 실종됨. 찾았습니다. ―람다 92

회의 날짜: 2024년 [편집됨]. 14:25 AM

회의 참여 인원: 배일호 이사관보, 클라라 박사, 손기정 연구책임자, 이고양 연구원, 김가딕 격리이사관보


<기록 시작>

클라라 박사: 자, 말해보세요.

배일호 박사: 그래, 알아. 미안, 미안하다고. 한 백 번쯤 말한 것 같은데?

배일호 박사: 다신 이런 일 없게 할게. 진짜라니까?

클라라 박사: 자기 석좀 나갔다고 모든 일 내팽겨치고 도망치지 마시라고요. 셔터찬스 괜히 고생한 줄 아세요?

손기정 연구원: 뭐, 솔직히 재미는 좀 있었죠.

클라라 박사: 기정 씨.

손기정 연구원: 아니, 박사님도 솔직히 재밌었잖아요. 저 사람 어디 갔는지 추적하고. 전 안마방 같은데 갈 줄 알았죠.

이고양 연구원: 네? 안마방?

김가딕 박사: 자자, 다들, 얘기하는 건 좋은데 본론부터 갑시다.

김가딕 박사: 지금 이중에 적합 대상자는 누구지? 손 한 번 들어보죠.

5초간 침묵.

김가딕 박사: 배일호 손 내려.

배일호 박사: 쳇, 나도 좀 하자. 왜 니들만 즐기는데.

김가딕 박사: 어, 시끄럽고. 어디 보자… 클라라 박사, 손기정 연구원…? 의외인데.

클라라 박사: 왜요?

김가딕 박사: 댁 방송 내가 봤거든요. 한 일주일? 그쯤 가다 망할 줄 알았는데?

배일호 박사: 인정.

클라라 박사: 와, 이건 그냥 못 넘어가겠는데. 저 학창 시절 인기 엄청 많았거든요?

손기정 연구원: 그래요? 박사님 지금 몇 살이신데요?

손기정 연구원이 움찔거린다.

손기정 연구원: 살기를 느꼈다.

김가딕 박사: 손기정 씨는 뭐, 게임 방송 시작했다던데?

손기정 연구원: 3시간 동안 말할 게 없어요. 하려면 재단 얘기까지 꺼내야 하는데. (어깨를 으쓱인다.)

김가딕 박사: 아, 그거 말인데. 방송하면서 은근슬쩍 돌려 말하지 마요. 개미 메이드 얘기까지 나올 필요 없었잖아?

손기정 연구원: 좋아하던데요?

김가딕 박사: …좋아하겠지. 근데 좀 돌려 말하라고.

김가딕 박사: 그리고 배일호, 너는…

배일호 박사: 왜.

김가딕 박사: 너 무슨 도전과제 깨냐?

배일호 박사: 스탑. 나, 억울해. 나 진짜 존나 억울해. 들어봐.

김가딕 박사: 듣고 있어.

배일호 박사: 첫 번째 영정? 그럴 수 있어. 이해해. 솔직히 첫날부터 그건 너무 막나가긴 했지. 나 그렇게 속좁은 사람은 아니야.

배일호 박사: 근데 걔네가 날 속좁게 만들잖아! 두 번째 방송도 영정, 세 번째도 영정, 네 번째도!

배일호 박사: 일곱 번째가 되니까 그냥 방송 버튼만 눌러도 영정시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김가딕 박사: 셔터 내린 거 우리였는데?

배일호 박사: 응?

김가딕 박사: 네 하던 걸 곰곰히 생각해봐. 장막 선타기였잖아, 그거.

배일호 박사: 아니, 그리 말하면 섭하지.

김가딕 박사: 네가 방송에서 뭐라 말했게? 나 51구역 사람이다. 맨 인 블랙이다. 23대 닥터, 캐빈 인더 우즈,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관리자 등등. …너 지금 장난하냐?

배일호 박사: 그거 연상해서 재단 생각할 수 있겠어? 했다면야 초상 놈뿐이겠지. 일반인들은 몰라.

김가딕 박사: 왜, 아예 만화책 시리즈로 내지 그래? 아동용 만화 같은 걸로.

배일호 박사: 멋진데? 패러디 존나 넣자.

김가딕 박사: 웃기지 마. 안 멋지니까.

손기정 연구원: 음, 그나저나 고양 씨 방송 보니까 사람 없던데요?

이고양 연구원: 아… 그게… 저 이런 거 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손기정 연구원: 두 시간 동안 말 한 마디 없던 것도요?

이고양 연구원: 채팅 치면 그때 인사하려고 했죠. 준비중이었어요. 근데 결국 나가시더라고요.

손기정 연구원: …아무 말 없으니까 나간 거 아닐까요?

이고양 연구원: 혹시 그 채팅 친 사람… 기정 씨였어요?

정적.

배일호 박사: 방송인으로서 준비가 안 됐네.

클라라 박사: 부장님은요.

클라라 박사: 아니, 잠깐. 우리 방송인 아니거든요?!

배일호 박사: 그랬어요? 냥냥 박사님?

클라라 박사: 시, 시끄러워요!

손기정 연구원: 글쎄요… 이번에 받은 후원이 재단 월급 넘어서는데.

클라라 박사: …사실 저도.

배일호 박사: 비열한 천재들 같으니라고.

김가딕 박사: 아무튼 뭐, 이대로만 하죠. 잘하면 시청자 빼앗을 수 있을 듯?

손기정 연구원: 근데 이 방법이 진짜 통하는 건 맞아요?

배일호 박사: 그건 한 달 전에 물어봤어야지.

손기정 연구원: 네?

배일호 박사: 아무튼, 기정이 네가 고양이 좀 봐줘. 쟤 방송 진짜 못하니까.

이고양 연구원: 너무해.

손기정 연구원: (한숨) 하아… 알았어요. 도와드리죠. 고양 씨, 방송 언제죠?

이고양 연구원: 아, 이 회의 끝나면요.

손기정 연구원: …좋아요. 준비하죠.

배일호 박사: 못하겠으면 초대석 열고. 알았지?

클라라 박사: 왜요, 부장님이 나가게요? 안 돼요. 영정밖에 더 있어요?

배일호 박사: 나도 자리 하나 갖고 싶다고!

이고양 연구원: 얼른 가죠.

<기록 종료>

<기록 시작>

손기정 연구원: 좋아요, 고양 씨. 어디 한 번 보자고. 방송이란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이고양 연구원: 푸흡, 기정 씨, 프로 같은데요? 한 달밖에 안 하셨잖아요?

손기정 연구원: 뭐, 제가 워낙 타고난 천재라 그런갑죠. 자, 방송 켜볼래요?

이고양 연구원: 네!

이고양 연구원이 방송을 켠다.

손기정 연구원: 어라? 고양 씨, 방송 화면이 그냥 까만색인데요?

이고양 연구원: …이상한가요?

손기정 연구원: 이상한 건 아닌데. 아니다, 이상해요. 이거 뭔가 좀 보이게 꾸며봐요.

이고양 연구원: 고양이 사진 같은 거 넣어볼까요?

약 30분간 손기정 연구원이 이고양 연구원의 방송 세팅을 돕는다.

손기정 연구원: 됐죠? 훨씬 깔끔하잖아요.

이고양 연구원: 우와…!

배일호 박사: 오.

손기정 연구원: 뭐야, 언제 왔어요?

배일호 박사: 아까부터.

손기정 연구원: 전부터 말한 건데, 오면 말을 좀 하세요. 음침하게 지켜만 보지 마시고.

배일호 박사: 노력할게. 자, 이제 어디 방송 좀 해보자고.

손기정 연구원: 부장님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캠 화면에 부장님 나오면 바로 영정 먹을걸요?

배일호 박사: 알아. 그래서 벽 뒤에 숨어 있잖아.

이고양 연구원: 캠이 뭐예요?

5초간 침묵.

손기정 연구원: …네?

이고양 연구원: 아, 방송 화면. 그거 안 건드셔도 돼요. 부장님처럼 캠 찍으면서 다닐 생각 없으니까요.

손기정 연구원: 좋아요. 그럼 이 부분은 안 건드릴게.

배일호 박사: 그럼 이거 나 줘.

이고양 연구원: 네?

배일호 박사: 잠깐 좀 보자. 내 거보다 비싼가 보게.

손기정 연구원: 됐거든요. 방송도 못하시면서.

배일호 박사: 이사관보 무시 좀 하지 마라.

손기정 연구원: 아니, 권위 앞세울 때마다 뭔가 하려 하지 좀 마세요.

배일호 박사: 잠깐 본다니까!

이고양 연구원: 저기요! 방송 중이잖아요! 시청자들 보고 있다구요!

손기정 연구원이 피하다가 캠을 떨어뜨린다. 방송 화면에 이고양 연구원의 얼굴이 드러난다.

이고양 연구원: ……이런.

정적.

배일호 박사: 내 탓 아니다.

2분간 정적.

이고양 연구원: (속닥거리며) 어, 어떡해요?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손기정 연구원: 음, 손이라도 흔들어 봐요.

이고양 연구원: 이, 이렇게…? (뻣뻣하게 손을 흔든다.)

10초간 정적.

손기정 연구원: …반응 좋은데?

<기록 종료>

.

.

.

.

.

.

.

.

.

5주차

기록 17
이고양 연구원
상태 시청자 수 2500명 결론 적합
비고:








방송 기록-3

채팅


[발췌 시작] 스토리 게임 방송을 진행한 SCP-1777-KO는 게임을 엔딩까지 플레이한 뒤, 방송을 종료하려 한다.


(아바타가 미소를 띠고 있다) 오늘도 재밌었어. 얘들아.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말투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않아?

💜든든반찬 옛날에는 거의 무슨 로봇이었는데
💜황제개복치 왜 님들만 아는 얘기해
💜C 하루 뉴비는 모르는 풍경

왜 님들만 아는 얘기 하냐고? 음. 소외감 느끼는 거야? 그럼. 내가 인터넷에서 본 거 해줄게.

💜구원받은해적 이거 어디서 본 레퍼토리인데
💜수입산전기 아 불길해라

고백하는 법. 올 때 라면 끓여와. 굴다리 밑으로 튀어와? 같이 먹자. 이렇게 한댔어. 어때?

💜SLope 뭔가 많이 뒤섞였는데???
💜든든반찬 이상해요
💜C 하루 아니 이게 대체 뭐람

어라? 또 틀렸어? 이상하다. 이상하다. …아무튼. 얘들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

Shinra 혹시 신의상??
💜Blue cross 새 콘텐츠? 요즘 잡담만 많긴 했어
💜달빛나팔꽃 ㄷㄱㄷㄱㄷㄱㄷㄱㄷㄱ

히히. 내가 언젠가 그랬었지. 너희들 만나러 갈 거라고.

💜구원받은해적 뭐 팬미팅이라도 하시나요?
💜든든반찬 이 빨간약은 대체 뭐냐
💜팩토리우 여기 사람이 몇인데 만나러 옴

어떻게든 가능할 거야. 정말 얼마 안 남았어. …곧 너희 보러 갈게. 기대된다!

[발췌 종료]

채팅에 참여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후원하기 | 💰 채팅

부록 1777-KO.04: 회의 기록

회의 날짜: 2024년 [편집됨]. 14:25 AM

회의 참여 인원: 배일호 이사관보, 이고양 연구원, WoI 연구과 심시영 연구원


<기록 시작>

배일호 박사: 저기, 있잖아. 고양 씨.

이고양 연구원: 네, 부장님. 무슨 일이세요?

이고양 연구원이 회전 의자를 돌려 배일호 박사를 무심히 바라본다.

배일호 박사: 아니, 그게 있잖아. 방송이 너무 잘나가는 건 좋은데…

2초간 침묵.

배일호 박사: 아니, 좋으신데요.

배일호 박사: 여긴 그래도 제 자리 아닙니까?

이고양 연구원: 그래서요?

배일호 박사: 뭐?

이고양 연구원: 저 시청자 3000명 갈 때 부장님은 뭐하셨어요?

배일호 박사: 뭐하긴, 방송 세팅해주고. 채팅 관리 해주고…

이고양 연구원: 전 방송해서 피곤해요. (피식 웃으며) 목 쓰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배일호 박사: 고양아, 너 좀 바뀐 거 같은데.

이고양 연구원: 맞아요. 사람들이 저보고 귀엽대요.

이고양 연구원이 킥킥거리며 웃는다.

배일호 박사: 권력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네.

이고양 연구원: 아, 말 많아. 부장님, 빨리 방송 공지 좀 써주세요. SCP-1777-KO, 격리해야죠. 아니에요?

배일호 박사: 알았다고.

이고양 연구원: 부장님.

배일호 박사: …알았다고요.

WoI 연구과 심시영이 부서실 안으로 들어온다.

심시영 연구원: 이사관보님 계세요?

배일호 박사: 이고양 발닦개는 있는데.

심시영 연구원: 아, 계시구나.

이고양 연구원: 아, 안녕하세요. 심시영 연구원님!

심시영 연구원: 아, 음, 안녕, 안녕하세요…

심시영 연구원: 하여튼, 이사관보님. 이사관보님이 진행 중이신 SCP-1777-KO 격리 절차 말인데요.

배일호 박사: 왜. 파토 내야 해?

심시영 연구원: 어라? …누가 먼저 말하고 갔어요?

배일호 박사: 아니, 내 염원.

이고양 연구원: 파, 파토라뇨?

심시영 연구원: (한숨) 그니까, 짧게 설명하자면요. 인터넷 방송은 시청자를 빼앗아오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배일호 박사: 뭐?

심시영 연구원: 이고양 연구원님이 인기가 많아진 건 사실이고, SCP-1777-KO와 동시대에 방송을 켜는 만큼 어느 정도 시청자 이탈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심시영 연구원: 그게 유의미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거란 얘기죠.

이고양 연구원: 네에―?!

배일호 박사: 내 자리에서 나와!

이고양 연구원: 네, 넵!

이고양 연구원이 허둥지둥 의자에서 일어난다.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서 앉는다.

배일호 박사: 계속 말해봐.

심시영 연구원: SCP-1777-KO는 명목상 버츄얼 스트리머잖아요?

배일호 박사: 그렇지.

심시영 연구원: 그게 문제예요. 보통 버튜버들은 콘크리트층이 탄탄하거든요. 통계를 내보니까 이고양 연구원님 방송에도 이탈자는 별로 없었고요.

배일호 박사: 1777-KO는 여전히 선형 그래프로 잘 가고 있다? 그 아바타가 인기의 영향을 준다고?

배일호 박사: 그럼 나도 버튜버라고! 얼굴에 껍데기 씌웠잖아! 걔랑 내가 뭐가 달라!

이고양 연구원: 부장님, 꼬장을 좀…

배일호 박사: 다물어.

이고양 연구원: 네, 넵. 다물겠습니다.

심시영 연구원: (미간을 짚으며)2D랑 3D의 벽은 꽤나 높답니다, 이사관보님.

배일호 박사: 좋아, 우리가 한 대책이 전부 개짓거리였다는 거잖아. 이건 나쁘지 않네. 이 세 놈들 기세등등하는 거 꼴보기 싫었는데.

배일호 박사: 근데 이걸 한 달전에 미리 알려줬어야지. 너희들은 예상하고 있을 거 아냐?

심시영 연구원: 아, 그게…

배일호 박사: 아, 그게, 한 번만 더 해봐. 안면 무릎 킥 꽂아버릴 테니까.

이고양 연구원: 괜찮아요. 그 정도의 체력이 없으세요.

심시영 연구원: 이 격리 절차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았어요. 실제로도 시청자 이탈은 꽤 컸고요.

이고양 연구원: 제가 귀엽대요. 흐.

심시영 연구원: 이고양 연구원님 방송 시작한지 두 달 되셨잖아요? 그러니까, 갈 사람은 이미 다 간 거예요. 그래프가 몇번 움직이다가 뚝. 또 SCP-1777-KO 쪽에서도 새로운 유입이 있었고요.

배일호 박사: 즉슨,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심시영 연구원: 아마도… 네.

배일호 박사: 현장 쪽은 어떤데?

심시영 연구원: 환장할 노릇이죠. 나타난 다리가 벌써 다섯개까지 늘었어요.

이고양 연구원: 그러고보니 기정 씨와 박사님도 현장 대처하러 가셨잖아요.

배일호 박사: 씨발, 뭔 현장 대처야. 대처할만한 수준이어야지.

배일호 박사: 손기정 그 새낀 용인을 용산이라고 알고 있다고. 그런 애한테 맡겨서야 되겠어?

이고양 연구원: 알고 계셨던 거예요?

배일호 박사: 응, 상처 될까봐 말 안했지.

심시영 연구원: 방법 있으세요?

배일호 박사: 생각좀 해보고.

2분간 정적.

배일호 박사: 아까 내가 뭐라 말했지?

이고양 연구원: 네? (숨을 내뱉고) 아, 손기정 그 새낀…

배일호 박사: 거기 말고 더 뒤에.

심시영 연구원: 이 세놈들 기세등등하는 거 꼴보기 싫다고…

배일호 박사: 더 뒤에.

이고양 연구원: 으으, 몰라요. 부장님 말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배일호 박사: 내가 스스로를 버튜버라고 칭했잖아. 현실 버튜버.

심시영 연구원: 현실 버튜버…?

잠시 멈춤.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고양 연구원: 어, 어디가세요?

배일호 박사: 존재학부. 이론이 떠올라서. 급하게 만나고 온다.

배일호 박사: 너, 내 자리 깨끗히 정리해놔라. 네가 어지른 거. 갔다오는 동안 그대로면 콱―

이고양 연구원: 네, 넵. 그럴게요…!

배일호 박사: 하여간 기어올라선. 가본다.

<기록 종료>

부록 1777-KO.05: 존재학부 보고서

dologo.png

존재학부 보고



배일호 박사님. 보내주신 SCP-1777-KO 관련해서 존재학부 내에서 급히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나와서 보고합니다. 인과성-정체성 존재학과 식으로 설명했을 때 SCP-1777-KO는 현재 동일한 '정체성'을 지닌 두 가지 개체가 공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는 물론 그 거대한 20km짜리 땅강아지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버츄얼 스트리머 캐릭터 ("땅아지"였나요?)입니다. 이 둘은 분명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합니다.

모든 대상은 정체성을 축적하고, 동시에 소모합니다. 비변칙적 대상은 대개 이 축적 속도와 소모 속도가 동일하므로 동적 평형을 이루며 실존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획득하는 대부분의 '정체성', 혹은 '역사'는 거대 땅강아지 쪽이 아닌, 그 스트리머 캐릭터 쪽에 더욱 많이 깃듭니다. 그야 당연하겠죠. 시청자들이 버츄얼 스트리머로서 인식하는 객체는 캐릭터니까요. 따라서 거대 땅강아지 쪽은 다급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쌓아둔 정체성의 양이 막대하니 당분간은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갈수록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니까요. 그리고 이 부분이 곧 저희가 노릴 수 있는 약점이 될 터입니다.

민간에서 전승되는 "도플갱어는 불운의 상징"과 같은 도시전설은 저희 식으로 얘기하자면 동일한 정체성의 두 개체가 마주했을 때 개체들에게 가해지는 부하입니다. 이것이 이데아 차원과 연관이 있는지 존재학부 내에서 각종 이견이 오갔지만… 지금 SCP-1777-KO 격리에 중요한 대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저희가 두 개체를 만나게 할 방법이 있다면, 손쉽게 개체들의 정체성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 다른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바로 하위차원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SCP-1777-KO는 현재 모종의 이유로 기준차원에서 쫓겨나 인터넷 안으로 도피했습니다. 그리고 '땅아지'라는 하위차원의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죠. SCP-1777-KO는 본디 엄연한 기준차원의 생명체였지만 자진해서 '유튜버의 설정'으로 구성된 하위창작차원, 즉 세계관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일본 지부에서 있었던 사건을 보자면 하위창작차원에 속하는 '캐릭터'가 기준차원으로 끄집어내졌을 때, 그 캐릭터는 현실성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막대한 부하를 받으면서 사망하고 맙니다. 하위창작차원에 있는 동안은 '하위창작차원의 절대성' (다시 말해, 상위서사의 누군가가 만든 '작품 내 설정')의 강력한 보호를 받지만, 상위차원에 나온 순간부터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죠.

거대한 20km 땅강아지와, 코스플레이어처럼 땅강아지 옷을 입고 있을 뿐인 여성 캐릭터 중에 어느 쪽이 더욱 '비현실적'인지는 자명할 터입니다. 정작 그 거대한 땅강아지는 한때 저희 기준선 현실에 속해 있었지만, 자기 자신이 하위차원 속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놈은 제 무덤을 판 꼴입니다.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 SCP-1777-KO는 "버츄얼 스트리머 땅아지"로서의 정체성이 상당히 축적된 상태입니다. 이 정체성은 자신의 존재와 떼어놓을 수 없으니 놈은 반쯤 하위차원의 존재로 취급될 공산이 큽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현재 SCP-1777-KO는 정체성의 소모 속도가 빠르다는 약점을 가진다.
  • 거대 땅강아지와 버츄얼 스트리머 캐릭터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 둘을 마주하게 하면 둘 모두에게 정체성 부하를 가할 수 있다.
  • 그중 전자가 후자보다 현실성에 부합하지 않는 정도가 크므로, '하위창작차원의 절대성'으로 인해 더욱 큰 부하를 받게 되리라 추정된다.

만약 SCP-1777-KO가 필요한 EVE를 모두 모아 다시 기준차원에 출현한다면, 박사님께서 제안하신 방법이 개체의 격리 내지는 퇴역에 유효하리라 부서 차원에서 결론 내리겠습니다.

부록 1777-KO.06: 현장 작전 기록

<기록 시작>

이고양 연구원: 대체 뭔 계획인진 말해 주시고 움직이시지! 갑자기 뭔데요?

배일호 박사: 내가 친절하게 니들 보라고 인쇄까지 해왔잖아. 타고 오면서 다 읽었을 거 아냐? 어차피 너희 할 일은 별로 없고, 중요한 건 얘라니까.

PoI-141616: 아니, 이해를 하긴 했는데 그러니까 그, 버튜버 친구를 여기로 소환하라는 거잖아요? 그것이 정말 먹힐지 어떨지…

클라라 박사: 하아… 안 먹힌다고 쳐도 책임은 부장님이 지실 테니까 부담 없이 하세요. 할 수는 있다면서요?

PoI-14161: 예, 예에. 애초에 파무왁 한다는 녀석들 목적이 그거니까요. 다만 제가 아는 건 소환된 쪽에게 부담이 가는 방식뿐인데 오히려 그걸 원하신다고 했으니. 에라, 모르겠다.

손기정 연구원: 이거 허락은 받고 데리고 나온 거예요?

배일호 박사: 야, 지금 거대 괴수 땅강아지가 튀어나오게 생겼는데 허락 받을 시간이 어딨어?!

이고양 연구원: (혼잣말로) 방송 전쟁 한다고 뻘짓만 안 했어도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배일호 박사: 시끄러워. 이 간악한 녀석 같으니. 인기를 빌미로 나를 발받침대로 써?

이고양 연구원: 윽. 그, 그건 저도 모르게…

배일호 박사: 아무튼 시작해 보자고. (뒤쪽을 쳐다본다) 땡칠아, 거 너네 쪽도 준비됐냐?

크시-1: 예, 뭐, 땅강아지 안 사라지면 교전하라고 하셔서요. 20km짜리가 한 방에 뿅 하고 튀어나오진 않을 테니까 초기 대응만 잘하면…

배일호 박사: 됐어, 거기까지. 거 뭐냐, 인터넷 죽돌이는 뭐시기 기적술 준비하고. (작은 목소리로) 나머지는 뭐, 열심히 뜀박질 하기나 해라. 차에 시동 걸어두고.

손기정 연구원: …하아.

PoI-14161은 SCP-1777-KO의 아바타를 소환하기 위한 엘마 성인 기적술을 준비한다. 손기정 연구원은 차에 시동을 건다. 클라라 박사와 이고양 연구원은 멀뚱히 서 있다.

이고양 연구원: …그런데 이럴 거였으면 저희는 안 와도 됐던 거 아니에요?

배일호 박사: 섭섭하게. 우린 차원학부잖아.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알지?

클라라 박사: 죽는 것도 같이 죽기는 싫은데요.

손기정 연구원: 소속감을 느끼시면 절 좀 더 잘 대해주시라고요.

클라라 박사가 말을 마치자, 가벼운 땅울림이 시작된다. SCP-1777-KO 현현의 징조로 보인다.

크시-2: 다들 제자리로!

배일호 박사: 이 버튜버 전쟁도 끝이 보이는구나.

클라라 박사: 그 컨셉 아직 밀고 있었어요?

땅울림의 강도가 점차 심해진다.

이고양 연구원: ……저기, 거기 빨리 좀 해봐요―!

PoI-14161: 다 됐습니다! 신호 하시면 그대로 실행하겠습니다!

배일호 박사: 지금!

PoI-14161이 지면에 그려둔 기적술 회로를 발동한다. 회로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현장 인원들이 모두 눈살을 찌푸린다.

땅울림이 멎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튀어나와 있던 SCP-1777-KO의 다리가 더욱더 올라오는 광경이 보인다.

클라라 박사: 이거 혹시 망한 건가요?

배일호 박사: ……기정아!

손기정 연구원: 예?

배일호 박사: 작전 보고서에서 내 이름은 빼! 빼고, 어, 김가딕, 어! 김가딕 그 새끼 이름 올려! 할 거 다했으니 난 도망간다!

이고양 연구원: 네?!

PoI-14161: 아니… 됐습니다!

기적술 회로 안에는 SCP-1777-KO의 아바타 캐릭터 (이하 SCP-1777-KO-1)가 현실에 출현한 모습이 보인다. SCP-1777-KO-1은 몹시 당황한 듯하다.

SCP-1777-KO-1: 어라, 내 몸…? 방송에 쓰던 몸? 왜? 저건…

SCP-1777-KO-1이 현현 중인 SCP-1777-KO 본체를 바라본다.

SCP-1777-KO-1: ……아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이게 좋을지도 몰라.

SCP-1777-KO의 본체가 무너져 내리며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존재학부에서 언급한 '정체성의 부하' 때문이라 짐작된다.

SCP-1777-KO-1은 정신을 잃는다. 본체보다는 정도가 가볍지만 아바타 쪽도 정체성 부하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손기정 연구원: (운전석에서 도로 내린다.) 오, 뭐야, 성공한 것 같은데요? 차 안 타도 되겠… 박사님?

배일호 박사: 야!!! 내 이름 보고서에 다시 넣어! 이거 내가 한 거다! 조장 이름 빨리 넣어!

이고양 연구원: 이미 박사님 이름 뺐는데요?

클라라 박사: 게다가 아까는 본인이 빼라매요.

배일호 박사: 그럼 기정이 빼고 내 이름 넣어.

손기정 연구원: 아니 저기요?!

<기록 종료>

부록 1777-KO.07: SCP-1777-KO-1 면담 기록

면담자: 이고양 연구원

면담 대상: SCP-1777-KO-1

면담 일자: 2024년 [편집됨]

배경: SCP-1777-KO 본체가 소멸한 이후, SCP-1777-KO-1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함. 검사 결과 SCP-1777-KO-1은 본체가 지니고 있던 대부분의 변칙성을 소실했으며, 강도가 약화된 피스티파지 독립체라는 점과 땅강아지의 일부 신체적 특징을 지녔다는 점 외에는 대부분이 비변칙적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기록 시작>

이고양 연구원: 저기,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SCP-1777-KO-1은 너무 정없고 긴데…

SCP-1777-KO-1은 허공을 바라보다가, 이고양 연구원 쪽을 느릿느릿 바라본다.

SCP-1777-KO-1: 땅아지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저를 봐줬던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줬으니까.

이고양 연구원: 아, 네. 그러면 땅아지 씨. 몸은 좀 어떠세요.

SCP-1777-KO-1: 개운해요. 오히려 그동안 어떻게 그런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다녔었나 싶을 정도로. 가끔 땅을 파먹고 싶어지는 본능이 들기는 하는데.

이고양 연구원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고양 연구원: 음. 그렇군요. 지금 이렇게 방에서 혼자 지내고 계신데 불만은 없으신가요?

SCP-1777-KO-1: 가끔 그, 차원학부? 여러분이 가끔 와주셔서. 생각보다 괜찮아요. …그 방독면 쓴 분은 좀 이상하긴 한데. 저번에는 저보고 "전쟁의 패배자"라면서 막 놀렸어요. 다른 분들이 와서 미안하다면서 끌고 나가긴 했는데.

이고양 연구원: 아, 부장님…… 하하, 제가 나중에 단단히 그러지 말라고 일러둘게요. 혹시 다른 문제는…?

SCP-1777-KO-1: 시청자들을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못 지키게 되어서 아쉬워요. 시청자들과 이어져 있던 연결. 모두 끊겼어요.7 저는 그걸 느낄 수 있어요. 아쉽고 슬프지만, 여기도 나름 만족스러워요.

이고양 연구원: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SCP-1777-KO-1이 방긋 웃어보인다.

SCP-1777-KO-1: 무엇보다, 인터넷에서 글로만, 영상으로만 보던 것들을 이제 제가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라면을 먹는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침대에서 잠에 든다는 것, 모든 게 너무 생생해요.

SCP-1777-KO-1이 커다랗게 심호흡한다.

SCP-1777-KO-1: 저는 원래 왔어요. 이상한 바깥 차원에서. 거기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어요. 살아남으려고 선택한 방송이, 저한테 많은 걸 알려줬어요.

이고양 연구원: …….

SCP-1777-KO-1: 물론 여러분은 제가 위험하니까, 없애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 좁은 방 안에서라도 '살아가고' 싶어요.

이고양 연구원: 그 외에 다른 문제는 없으실까요?

SCP-1777-KO-1: 문제는 없어요. 그나저나 카메라로 봤을 때보다, 실물이 더 예쁘세요.

이고양 연구원: 네??

SCP-1777-KO-1: 저는 인터넷에 있었으니까. 연구원님의 방송도 슬쩍 봤어요. 그때도 예쁘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좋아요.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이고양 연구원: 네… 네!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이고양 연구원이 급히 SCP-1777-KO-1의 임시 격리실 출입문을 닫고 나온다.

이고양 연구원: …나 지금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애한테 플러팅 당한 거야?

<기록 종료>


후기: SCP-1777-KO-1은 재단의 격리에 매우 잘 순응하고 있으며, 배일호 박사를 제외한 차원학부 인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CP-1777-KO 본체가 무력화된 이상, SCP-1777-KO-1을 새로운 SCP-1777-KO로 지정한 채 유클리드 등급을 유지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SCP-1777-KO 격리를 위해 초기에 시행된 차원학부 4인의 방송 계정 말소, 역정보 유포 등에 사용된 비용은 배일호 박사의 사비에서 청구될 예정이다. 일부는 차원학부 3인의 방송에 미리 지급되었던 정산금으로 계산되었으나, 남는 비용은 모두 배일호 박사의 월급을 감봉하는 형식으로 지불된다. 배일호 박사의 불만 및 이의는 모두 기각되었다.89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