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763-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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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763-KO

등급: N/A

특수 격리 절차: SCP-1763-KO는 모든 재단 인원 및 민간에 대하여 적극적인 공개와 유포가 권장된다.

설명: SCP-1763-KO는 20██/12/31 개정 격리 절차의 안내 및 기념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본 문서의 게시 시점 이후로 종전의 개별적으로 시행되던 특수 격리 절차들은 원천 무효로 취급하며, 개정된 보편 격리 절차가 전체 변칙 객체 및 현상에 일괄적으로 소급 적용된다. 보편 격리 절차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보편 격리 절차: 대상은 1m×1m×1m 크기의 밀폐된 상자에 넣어 격리한다. 상자는 충분히 견고하여야 한다. 격리 실패 사태가 발생할 경우, 더 견고한 상자를 확보하여 재격리를 진행한다. 대상의 크기 및 특성이 본 격리 절차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적합하게 만들어 격리한다.

개정 격리 절차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개편이 시행된다.

  • 학부 제도 폐지 및 연구 인력 일원화: 현시점 이후, 현존하는 모든 개별 학부 및 학과. 연구팀은 격리학부로서 폐합된다. 격리학부 연구직의 보안 인가 등급은 5등급으로 일원화되며, 업무 범위는 전원 보편 격리 절차에 사용될 상자의 연구 및 개발로 한정된다. 해당 목적 이외의 변칙 개체를 활용한 모든 실험은 금지된다.
  • 완전 고용: 모든 민간 인원은 성별, 연령 및 종전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D등급으로서 재단에 고용된 것으로 취급된다. 이에 따라, 확보, 격리, 보호 업무를 위한 무제한적 차출이 허가된다. 민간 자본 및 천연자원은 상자의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채집 및 생산 설비 구축, 운송을 위해 가용된다.
  • 장막 정책 폐지: 장막 정책은 전면 폐지한다. 초상 사회와 확보, 격리, 보호 절차에 대한 정보 교육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 국제 정부 및 초상 단체들에 대한 관계의 재정립: 전후 관계와 연관 없이, 새로운 격리 절차에 찬동의 뜻을 표한 국가 및 단체들은 존속을 허가하고 편입 및 연대한다. 이외의 경우, 확보, 격리, 보호한다.
  • O5에 대한 확보, 격리, 보호: 그들은 마땅히 격리되어야 한다. 약간 더 큰 상자를 준비할 것.
  • 기동특무부대 제도의 폐지: 현행의 기동특무부대를 전원 해체한 후, 알파-1 ("확보반"),베타-2 ("격리반"), 감마-3 ("보호반") 편제로 재편한다. 신설되는 기동특무부대의 대원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
  • 확보, 격리,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
  •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정신적, 신체적 결격 사항이 없는 자.
  • SCP-1763-KO에 마땅히 찬동하는 자.

해당 절차들은 본 문서의 공포 직후 즉시 시행되며,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 물적 손실은 모두 개정 격리 절차에 따라 확보, 격리, 보호될 예정이다.


주시기록 1763-811-KO-1


개요: SCP-811-KO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제21K기지 소속 풍소경 박사와 제37K기지 소속 이윤하 연구원 간 개인 메시지 기록의 일부 발췌. 해당 인원들은 모두 격리 절차 개정 이전 SCP-811-KO와 동일한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일시: 2026/5/13
출처: 한국지역사령부 내부 보안 대화방


이윤하오후 6시 47분
학부장님.

풍소경오후 6시 51분
이젠 아니라니까. 그래도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이윤하오후 6시 51분
선배님, 아직 21K기지 소속이시죠?

풍소경오후 6시 51분
그렇지.

이윤하오후 6시 52분
산해는 괜찮나요?

풍소경오후 6시 53분
어. 괜찮아. 아주 쌩쌩해. 가끔 얼굴 보러 가는데, 오히려 우리 학부에 있을 때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더라.

이윤하오후 6시 53분
정말로요?

풍소경오후 6시 53분
그래.

이윤하오후 6시 53분
정말, 정말로요? 조금 걱정되는 소문을 들어서..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죠?

풍소경오후 6시 54분
그렇다니까.

이윤하오후 6시 54분
다행이네요. 그럼 산해한테도 제 안부 좀 전해주실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힘내라고.

이윤하오후 6시 56분
전해주실거죠?

풍소경오후 6시 56분
사실, 아니야.

이윤하오후 6시 56분
네?

풍소경오후 6시 57분
딱히 떠들어대고 싶진 않은데.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래도 윤하 너라면, 알 권리가 있겠지.

풍소경오후 6시 58분
그 일 있은 후로, 나도 그 녀석 몇 번 못 봤어. 바로 잡혀서 상자에 집어넣어졌으니까. 그런데 그 후에, 뭔가 엄청난 금속이 발견되었다나 봐. 그 상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이윤하오후 6시 58분
C-72, 연구에 참여해 본 적 있어요. 그런데 분명 가공이 거의 불가능했던 문제가 있었는데.

풍소경오후 6시 59분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 해결책이 산해라는 게 밝혀졌지. 물론 그 녀석 혼자서 전 세계 재단 기지가 쓸 상자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했어. 본인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 것 같다만. 뭐 당연하지, 고작 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이윤하오후 7시 01분
선배님?

풍소경오후 7시 02분
있잖아,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 모르고 사는 게 속이 편하겠지. 그럼에도 반드시 알아야겠어?

이윤하오후 7시 03분
네.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풍소경오후 7시 03분
산해를 사람이 아니게 만들어 버렸지. 이것저것 뜯어고쳤어. 지금도 고치고 있을거고.

풍소경오후 7시 03분
마지막으로 봤을 땐, 표면적 늘리겠다고 살거죽을 죄다 벗겨놨더라.

풍소경오후 7시 06분
미안. 얘기하지 않는 편이 좋았는데.

풍소경오후 7시 09분
괜찮아?

이윤하오후 12시 41분
학부장님.


비고: 해당 대화방에서의 대화는 이후 암호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본 대화가 기록된 시점 약 3달 후 풍소경 박사와 이윤하 연구원이 실종되었다. 이는 잔존한 적대 주시단체에 의한 단순 실종으로 간주되었으나, 직후 발생한 기동특무부대 감마-3 ("보호반") 요원 윤태영, 제37K기지 소속 격리부 연구원 크리스 양의 중대한 업무 협약 위반 및 SCP-952-KO의 탈취 사태에 이들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풍소경 박사는 Pol-209784, 이윤하 연구원은 Pol-209785로 각각 지정되었다. 해당 요주의 인물들과 조우할 시 즉각적인 확보가 요구된다.


주시기록 1763-811-KO-2


개요: Pol-209784의 주도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온 단체의 회의 녹취록 일부. 본 녹취 기록물은 해당 불온 단체가 회합지로 활용하던 지정주시위치 Lc003 "명천구" 이권동 고삼로의 공간 뒤틀림에서 확보되었다.

회의록 #1

기록: 풍소경


이윤하: 학부장님, 전부 오셨어요.

풍소경: 좋아. 일단, 다들 어려운 걸음 해주어서 고맙다.

서인혜: 어려운 걸음이긴 했지. 오는 길이 앵간치 지랄맞았으니까. 명천구에 이 정도로 꼬인 뒤틀림이 있었나?

풍소경: 재단의 눈에서 벗어나려면 어쩔 수 없었어. 적어도 지금 내가 마련할 수 있는 곳 중에서는 가장 안전한 장소니까.

우 씨: 예술하는 사람들끼리 얘기 좀 하자서 왔더니, 재단이랑 엮인 일이여? 그 치들 요근래 삐까리가 나간 거처럼 날뛰더만은. 헌데, 그럼 이 머리에 피도 덜 마른 놈들 데리고 재단이랑 한 따까리라도 하겠다는겨?

윤태영: 이분들은 다 누구심까?

풍소경: 그래, 서로 처음보는 얼굴도 있을테니 소개부터 해야겠지. 뭐 나랑 윤하야 다들 알테고.. 먼저 이쪽은 크리스.

크리스: 아… 처음 뵙겠습니다요. 크리스 양이예요. 잘 부탁드려요.

우 씨: 튀기? 것보다 애새끼잖냐. 소경아, 설마 나이 삼십줄 쳐먹고 취향이 어떻게 돼버리기라도 한겨?

크리스: 저, 한국어 잘은 못해서요. 조금만 천천히 얘기해주시면 감사해요.

서인혜: 말하는 꼬라지는 영 똘추구만 똘추.

풍소경: 저래 봬도 일단은 성인이고, 내 밑에서 일할 때는 나름 천재 소리 듣던 사람이야. 그 천재성이 책상머리 이론에만 머물러서 그렇지.

윤태영: 맞슴다. 양 연구원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저 혼자선 절대 신해를 구해서 나올 엄두도 못 냈지 말입니다.

우 씨: 허, 양옆서 띄워주니 궁둥이가 들썩거리는구먼? 부끄러워하는 꼴이 영 꼬맹이가 맞어.

크리스: 부끄럽지 않습니다요! 물론 칭찬은 감사하지만요..

윤태영: 아무튼, 양 연구원님은 여기 있을 자격이 충분하신 분임다.

서인혜: 꼬맹이는 그렇다 치고, 그러는 넌 누군데?

윤태영: 저는 기동특무부대 을호-2.. 아니, 감마-3.. 음… 지금은 그냥 윤태영임다.

서인혜: 그래, 태영씨. 아까부터 물어보려 했는데, 네가 가져온 저 더럽게 큰 상자는 대체 뭐야?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자리 차지가 좀 심하다고 생각 안 해?

풍소경: 어이 서인혜, 그거 조금 심한 말이다?

윤태영: 그냥 상자가 아님다. 제 믿음직한 전우이자, 소중한 친구가 있는 상자지 말입니다.

풍소경: 저 안에 있는 최신해는 윤태영 씨의 동료, 그러니까 기동특무부대 요원이었어. 내 동료의 동생이기도 하고.

윤태영: 평생을 몸담았던 재단에서 뛰쳐나온 것도 신해를 다짜고짜 저기 욱여넣는 꼴을 보고 나서였슴다. 그런 곳은 더 이상 재단이 아님다.

서인혜: 그러니까 저거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고?

풍소경: 아직까지 사람인진 알 수 없지.

윤태영: 무슨 말임까?

풍소경: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윤하: 그리고 이분은 우 선생님이세요. 떡갈나무 유랑극단에서…

우 씨: 됐어. 내 소개는 내 입으로 혀. 악기깨나 만지고 사는 우가(哥)이올시다.

풍소경: 끝이십니까?

우 씨: 뭐 하는 누군지나 말하면 족하지 뭘 더 떠드누.

풍소경: 하아.. 우 선생님께선 내가 AWCY였을 적에 신세를 좀 졌었던 분이셔. 아마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큰 힘이 되어주실거라 생각해.

우 씨: 감투 좀 썼다고 목이 빳빳해져 편지 한 통 안 한 주제에. 그딴 밉살맞은 녀석한테 내가 고분고분 굴 것 같혀?

풍소경: 어차피 도와주실 거 아닙니까. 윤하 얼굴을 봐서라도.

우 씨: 쯧,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헌데, 저 치는 좀 깨워야 하는 거 아녀? 별것도 없는 통성명 두 번씩이나 하는 건 영 내키지 않는데 말여.

서인혜: 이 사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크리스: 자요. 자고 있어요.

윤태영: 설마 재단에서 벌써? 뒤를 밟힌 검까!?

풍소경: 아니, 아니야. 저 사람은 쿨쿨 씨야. 평소에도 항상 저렇게 잠자고 있을 뿐인 사람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근데 이상하네, 쿨쿨 씨는 부른 적이 없는데.

윤태영: 그렇다면 역시!

풍소경: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아. 머리에 오네이로이 하나쯤 키우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이렇게 불쑥불쑥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윤태영: 혹시 리틀 미스터즈심까? 아직도 재단 손을 피하고 있다니, 모르긴 몰라도 재주가 엄청 좋은 분인가 봄다.

풍소경: 그렇지… 확실히.

이윤하: 저기, 쿨쿨 씨랑 학부장님은 언제 알게 되신 사이신가요? 저도 잘 모르는 분이셔서…

풍소경: 꽤 됐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는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찌 되었든,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니까 날 믿고 안심해도 돼.

서인혜: 묘하게 친숙한데…

풍소경: 쿨쿨 씨를 알아?

서인혜: 아니, 그냥 뭔가… 으음, 아무튼, 이제 내가 자기소개할 타이밍인가?

풍소경: 응. 인혜 너만 남았으니.

서인혜: 이름은 서인혜고, 소경이랑은 소꿉친구였고, 플러그소프트에서 서버장까지 올라갔었다가, 게임에 예술 철학 넣으면 매출 떨어진다고 2서버 놈들이 은하 외곽으로 인사발령 보냈고, 거기 서버 가보니까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하릴없이 별이나 세면서 늙어가다가, 최근 지랄난 틈을 타 몰래 근무지 이탈한 사람이랍니다. 짝짝. 자기소개 끝.

크리스: 게임, 무슨 게임 만들었나요?

서인혜: 너 같은 꼬맹이는 들어도 모를 게임. 예를 들면 <후추 100%>라던가, 내 예술적 사상을 고스란히 녹여낸 명작이지.

우 씨: 허! 요즘엔 전자오락 따위에 예술이란 단어를 다 가져다 붙이남?

서인혜: 알지도 못하면 좀 조용히 하쇼. 보아하니 플로피 디스크나 겨우 쓰실 연세 같은데.

우 씨: <후추 100%>? 그 오락 이 노부도 해봤거든.

서인혜: 거짓말! 14장밖에 안 팔렸는데!

우 씨: 그거, 지독하게 재미없었어.

(인혜가 우 선생님께 달려들어 주먹다짐이 시작됐다. 회의의 속행이 불가능하다.)


<기록 종료>

회의록 #2

기록: 풍소경


서인혜: 그래서, 우린 뭐 때문에 모인건데? 예술가끼리 얘기 좀 하자는 핑계는 뭐 구라인 것 같고, 설마하니 미팅이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닐거 아냐.

크리스: 인혜, 멍이 든 눈가를 마사지하면 멍이 더 퍼진다요. 여기 제가 가져온 얼음을 써주세요.

서인혜: 고오맙다 꼬맹아. 그렇게 걱정되면 저기 저 할배 주먹 좀 대신 맞아주지 그랬냐?

우 씨: 끌끌, 때릴 작정으로 주먹을 빼 들었음 맞을 각오도 했어야제.

서인혜: 할배는 좀 닥치쇼.

풍소경: 다들 어제 일은 원만하게 넘어가기로 했잖아. 그보다 일단은, 지금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좀 듣고 싶은데.

윤태영: 재단에 끈을 좀 남겨놨다 하셨잖슴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건 아마 풍 박사님일 텐데 말입니다.

풍소경: 그래도 역시 여러가지 시각에서 보는 건 중요하니까. 우리가 하려는 일과도 관련이 있고.

우 씨: 음악하는 사람들이야 뭐, 아주 풍비박산이 났제. 연합이랑 재단이 같은 패를 먹고 아주 탈탈 털어대는데, 씨가 마르지 않으면 이상한 거여!

서인혜: 듣기로는 뱀의 손 새끼들이 아주 죽을 맛이라던데. 방랑자의 도서관이 통째로 격리당했다나 뭐라나.

이윤하: 그런 게 가능하리라고는…

풍소경: 소문일 뿐이니까. 하지만 진실일 수도 있지. 크기가 무한한 SCP도 몇 개 있는데, 지금의 재단은 어떻게든 상자 속에 욱여넣었어.

우 씨: 하여간에, 그놈들이 내 손때를 탄 악기들도 죄 가져가부린겨.

풍소경: 플러그소프트 쪽은 좀 어때?

서인혜: 이쪽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 변칙적 능력으로 코딩을 하던 개발자들이 전부 사라졌으니까.

크리스: 플러그소프트, 괜찮나요?

서인혜: 뭐 그럭저럭 돌아가는 것 같긴 해. 평범한 인간들 중에서도 나같이 코드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녀석들은 있으니. 오히려 2서버 놈들은 회사 재무제표 개선된다고 좋아할지도. 똥 찌끄레기에 약간의 변칙만 섞어 팔아도 이젠 재단이 다 사주니까.

풍소경: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서인혜: 정말 웃기다니까. 공장에서 팩이 나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싹쓸이해 가는 풍경은. 그리고 포장도 안 뜯은 채로, 딱 저렇게 생긴 금속 상자에… 아!

윤태영: 예, 같은 상자지 말입니다.

서인혜: 저거 재단 거였구나. 하여간, 디자인도 존나 칙칙하게 생겨가지고서는.

풍소경: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부탁할 것도, 저 상자와 관련이 있어.

우 씨: 이제서야 본론을 꺼내는겨? 싱거운 놈.

풍소경: 이 사진을 좀 봐주십쇼.

우 씨: 이잉, 인물이 훤한 청년이구만. 뉘기여?

풍소경: 이 녀석의 이름은 최산해. 저랑 윤하, 크리스의 동료이자, 저 상자 안에 있는 최신해의 형입니다.

윤태영: 저도 가끔 봤슴다. 참 좋은 분이셨슴다.

서인혜: 그래서, 얘가 재단 상자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풍소경: 윤하야, 권총 좀.

[총의 격발음.]

서인혜: 무슨 짓이야!

우 씨: 흠집 하나 안 났구먼. 도탄도 없고, 되려 총알이 찌그러져 부렀어. 착탄음도 조용혀고.

풍소경: 이 상자는 C-72로 만든 겁니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금박보다 얇게 뽑아낸 판이 핵폭발을 견딜 정도로 튼튼하죠. 더군다나 변칙성마저 차폐해서, 재단으로서 가히 파운데이셔늄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만큼 기적적인 물질입니다.

서인혜: 어쩐지, 이런 걸 가지고 있으니 그 정도로 날뛸 수 있었나.

우 씨: 문제가 하나 있어 뵈는디. 그 맨치로 딴딴한 걸로다가 어찌 상자를 만든다는 겨?

풍소경: 산해는 금속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C-72로 상자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서인혜: 그럼 뭐가 문제야? 산해라는 애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면, 오히려 특별대우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풍소경: 전 세계에서 쓰이는 격리 상자의 수는 적어도 하루에 수천 개 이상. 아무리 단순한 형태라 해도 산해 혼자 그걸 다 만들어낼 순 없지. 그리고 지금의 재단은.. 그런 비효율을 두고 수단을 가리는 집단이 아니야.

서인혜: 설마…

풍소경: 재단은 그 녀석을 마음대로 헤집어놨어. 산해의 생체조직이 C-72와 닿는 표면적을 최대한 늘리는 것부터, 아예 접촉하지 않아도 변형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 내가 재단에서 탈주하기 직전에는 제21K기지에서 중국에 있는 C-72로 상자를 만들 수 있었지. 물론 그만큼 산해는 인간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우 씨: 허어… 요것 참.

풍소경: 그러니까… 부탁할게. 난, 산해를 아직 산해라고 부를 수 있을 때 구해주고 싶어.

이윤하: 우 선생님, 인혜 씨. 어려운 부탁인 건 알지만, 그래도 부디.

풍소경: 인혜 네겐 제21K기지의 보안 프로그램 해제를 맡기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을 테니까.

서인혜: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이건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네.

풍소경: 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쪽으로는 최고의 능력자야. 네가 안 된다면 맡길 사람은 없어.

서인혜: 애초에, 난 개발자라고. 물론 해킹 쪽으로도 자신은 있지만. 자신 있는 정도로는 재단 시설의 보안을 뚫을 수 없어. 방화벽만 기본 수십 레이어인 데다가, 모든 데이터는 난독화되어 있고, 인증 절차는 종류별로 다 있지. 거기다 보안 소프트웨어는 철저하게 시큐어 코딩되어 있다고.

풍소경: 그렇다 해도… 부디.

서인혜: 게다가 네 말대로라면 그 녀석은 이제 재단의 최중요 자산이야. 이건 난이도가 높다 수준이 아니라… 아니, 야!

이윤하: 학부장님!

서인혜: 답지 않게 왜 무릎은 꿇고 지랄이야! 이런다고 될 만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풍소경: 그 녀석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짊어졌었다. 이제야 겨우 그 짐을 덜어주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서인혜: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좀!

풍소경: 도와주는… 거냐.

서인혜: 대신, 너무 기대는 하지 마. 난 분명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니까.

풍소경: …고마워. 나중에 네가 부탁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 산해 구하고 난 뒤에.

서인혜: 흐응, 이제 좀 제정신이 돌아왔어?

풍소경: 응. 다시한번… 고맙다.

이윤하: 저, 우 선생님께서는…

우 씨: 음? 나? 노부는 뭘하면 되는겨? 예전처럼 할 순 없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미력이라도 보태얍지.

풍소경: …선생님께서는 늘 하던 거 하시죠. 눈에 보이는 사람 전부 때려눕히는 거요.

우 씨: 소경아, 절대 네놈 상판대기가 이뻐서 도와주는 게 아녀. 윤하가 부탁하니께! 내 특별히 맘을 좀 쓰는거제.

이윤하: 정말… 감사합니다!

우 씨: 예술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쳐 있으니께. 세상이 미쳐부렀으면 되려 정상인마냥 굴어야 아니하긋냐?


<기록 종료>

회의록 #6

기록: 풍소경


풍소경: 일의 진척 상황은?

서인혜: 어제랑 마찬가지. 아직 첫 발짝도 못 뗐어.

우 씨: 새참 사왔다!

크리스 뭐 사왔다요?

우 씨: 사라다빵. 구리스야, 쿨쿨 양반 뉜 자리 좀 바꿔 주려무나. 저리 자다간 욕창 생길라. 글고나서 이 할애비 어깨도 좀 주무르고.

크리스: 으응.

풍소경: 네가 먼저 방법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그때까진 다들 손가락 빨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서인혜: 헤에, 질질 짜면서 부탁하던 때가 엊그젠데, 벌써부터 내 탓이야?

풍소경: 질질 짠 적 없는데. 탓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불안해서 그렇지. 언제까지 재단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 씨: 태영이는 어디갔누?

이윤하: 신해랑 이야기하고 있어요.

서인혜: 이야기가 아니라 혼잣말이겠지. 하루종일 상자에 대고 중얼중얼. 상식적으로 공기도 안 통하는 곳에 몇 달이나 갇혀 있는건데, 멍청한 건지 현실부정인 건지.

풍소경: 태영이 앞에선 입조심해라. 그 녀석 입장에선 목숨 걸고 구해온 친구라고.

서인혜: 뉘예 뉘예.

풍소경: 진지하게 하는 소리야. 태영이 그 새끼 순해 보여도 은근 급발진 잘 박는다? 주먹도 꽤 매워.

서인혜: 아아! 내가 산해라는 놈이었으면 그냥 상자 다 까부수고 그 틈에 빠져나왔을 텐데. 그러면 우리도 이런 고생 안 해도 되잖아.

이윤하: 산해는 그런 짓을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지 아는 사람이에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절대 그런 선택은 않을 거예요.

풍소경: 그보다, 애초에 자기 발로 걸어 나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닐거다. 그러니까 더더욱 우리가 도와야 해.

서인혜: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나도 갈피가 보이지 않아. 일단 내가 직접 해킹하는 건 절대로 무리. 그나마 자율형 해킹 툴을 개발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데, 가능하기나 할지.

풍소경: 자율형 해킹 툴이 뭐냐?

서인혜: 원시적인 해킹 인공지능이랄까. 보안 전략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찾아서 뚫어내는 프로그램이야. 뭐 그마저도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풍소경: 그게 있으면 뚫을 수 있긴 해?

서인혜: 이론적으로는. 제일 큰 문제는 하드웨어야. 그런 프로그램을 구동하려면 사실상 무한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구. 그런 게 가능한 컴퓨터가 있을 리 없잖아! 일단 이 고물 노트북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불가능해.

풍소경: 다른 컴퓨터를 가져오는 건?

서인혜: 어지간한 컴퓨터는 티도 안 날 거야. 태펑양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격이지.

우 씨: 구리스 뇌를 콤퓨타루다가 쓰는 건 어떠누? 우리 중에서 제일 똘똘하니께 잘 돌아갈 만헌디.

크리스: 싫어요.

서인혜: 인간의 뇌가 유망한 컴퓨터인건 맞지만, 제가 무슨 사르킥 종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뇌 하나보다도 훨씬, 훨씬 더 좋은 게 필요하다니까요.

이윤하: 컴퓨터는 잘 모르지만, 네트워크 컴퓨팅이나 그리드 컴퓨팅 같은 건 어때요?

서인혜: 말했잖아. 무한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고. 그 방법을 쓰려면 네트워크나 그리드에 참여하는 컴퓨터가 무한해야 해.

풍소경: 귀찮아서 그러는 거 아니지? 뭐 다 안 된대.

서인혜: 안되는 걸 어쩌라고 새꺄.

풍소경: 아무튼 계속 수고해 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서인혜: 아아, 맨날 못한다는 말밖에 못하니까 회의를 해도 보람이 없는 기분이야.

풍소경: 사실 그럴까 봐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해볼까 했어.

우 씨: 무얼 말이누?

풍소경: SCP-1763-KO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알렸던.

서인혜: 그거 중요한 거야? 숨어서 좆같이 굴던 놈들이 이제부턴 대놓고 좆같이 굴겠다는 선언문 같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우 씨: 확실히 고것이 뿌려지고 나서부터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긴 했제.

이윤하: 지금도 볼 수 있어요. 민간에 공개돼 있으니까요.

서인혜: 다시 봐도 또라이들이구만. 확보, 격리, 보호라는 표어에 영혼이라도 꼬라박은 것 같아.

풍소경: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거야. SCP-1763-KO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썼는지. 그날 아침 그게 인터넷에 게시되기 전까진, 정말 어떤 징조도 없었거든.

우 씨: O5놈들이 손을 쓰지 않았갔어? 대가리잖여. 조직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제일 꼭대기에 있는 대가리뿐이니께.

풍소경: O5는 아닐겁니다. 그들 자체도 변칙적 능력자라서 격리 대상이었으니까요. 현재는 SCP-13020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서인혜: 잠깐, 그럼 지금 재단은 누가 이끌고 있는데?

풍소경: 알려진 바가 없어. 누군가 은폐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어쩌면.. 꼭대기엔 아무도 없을지도.

서인혜: 그게 말이 돼?

풍소경: 절대로 안 되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잖아?

크리스: 관료 재해입니까요?

풍소경: 아마도 아니. 이 일이 일어난 뒤로 최대한 조사해 왔는데, 결론은 이거야.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변칙 개체도 SCP-1763-KO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 반대로, 이 정도 일을 벌일 수 있는 녀석이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지.

이윤하: SCP-1763-KO로 가장 이득을 본 건 누구였을까요?

우 씨: 이득 본 놈은 없제. 재단 지들도 스스로 망가져버렸응께. 확보, 격리, 보호는 확실히 더 잘하게 되었지마는, 평범한 이들을 지킨다는 본의를 져버리면 일절 의미가 없는겨. 나머진 말할 필요두 없고.

이윤하: 애초에 모든 걸 박스에 넣어버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재단에 없었어요. 가끔 세계정복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은 봤지만..

서인혜: 저지를 사람도, 이유도 없다는 거네. 그런데도 일어났고.

풍소경: 그런고로, 난 SCP-1763-KO 자체는 변칙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서인혜: 그럼 뭔데?

풍소경: 요컨데 원인이 아닌 결과란 거지. 이 컵을 봐봐.

서인혜: 물이 반밖에 없는 컵이네. 비관주의자 농담이라도 하려고?

풍소경: 이 컵을 그냥 놔두었을 때, 보통이라면 컵 속의 물은 단지 천천히 증발할 뿐이겠지. 하지만 통계역학에 따르면 이 물은 저절로 격렬하게 끓어올라 기화하는 것도 가능해. 극히 작은 확률이지만.

크리스: 물이 4.23oz 있으니까, 볼츠만 공식을 대입하면 10의 5경(京)승 분의 1이네요.

풍소경: 그래, 딱 저 정도의 확률로. 아마 우주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분명 가능성이 0은 아냐.

서인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풍소경: 그보다도 훨씬,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확률로, SCP-1763-KO라는 개념이 생성되었다면? 모든 전자기기의 소체가 확률적으로 움직여 SCP-1763-KO를 표시했다면? 특정 재단 사람들의 뇌를 이루는 분자가 재배치되었다면? 그래서 SCP-1763-KO의 내용과 동일하게 행동했고,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서인혜: 야 그건-

풍소경: 그냥,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나 버렸다면?

서인혜: 그건… 억지잖아.

풍소경: 맞아. 하지만 우주가 부린 억지지.

서인혜: 하지만 왜?

풍소경: 원인도, 목적도 없어. 그리고 우린, 지금 목적 없는 범인을 찾고 있고.

서인혜: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게 다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현실적으로 그럴 리가 없잖아.

풍소경: 그래. 여기가 현실이라면 그럴 리가 없지. 그래서 네가 해킹 툴을 개발할 때까진 난 이쪽을 좀 더 조사해 볼 계획이야. 어쩌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도 모르지.

서인혜: …뭐, 조사할 시간은 넉넉하겠네.


<기록 종료>


주시기록 1763-811-KO-3


<습격 작전 녹취록>

작전 참여 인원: 기동특무부대 알파-1 대원(이하 알파-1, 2, 3, 4)

지급 장비: 재단 표준 방호복(C-72형), 진압용 전기 경봉, M84 섬광수류탄 2개, M4A1 Mk.18 mod.1 1정, 5.56×45mm나토 보통탄 100발.

개요: 지정주시위치 Lc003 "명천구" 이권동 고삼로의 공간 뒤틀림에 대한 습격 작전. 이곳은 Pol-209784가 모집한 불온 단체의 거주 겸 회합 지점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불온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파악된 인물은 Pol-209784, Pol-209785, 크리스 양 전 연구원, 전 기동특무부대 감마-3 요원 윤태영, Gol-771(플러그소프트) 소속 직원 서인혜, 변칙 음악 기술자 우██, SCP-952-KO (이하 타겟 1, 2, 3, 4, 5, 6, 7)이며, 본 작전의 목표는 전체 타겟 인물의 확보이다.


[기록 시작]

알파-1: 기록 시작. 전 요원 작전 배치 완료.

알파-3: 진입로 재확인을 요망합니다. 공간 뒤틀림으로 가시 확인이 방해받고 있습니다.

알파-1: 진입로 재탐색 완료. 10초 후 진입한다.

알파-2: 확인.

알파-3: 진입로 재설정 확인. 진입 명령도 확인했다.

알파-4: 확인.

[공간 뒤틀림이 일부 해소되었다. 알파-요원들이 작전지역으로 진입한다.]

알파-1: 진입!

알파-2: 손 들어! 동작 시 사격한다!

[비명소리]

타겟 1: 재단..! 다들 뒷문으로 뛰어!

타겟 4: 빨리 일어나시지 말입니다!

알파-4: 타겟 1, 2, 3, 4, 5, 6 확인! 항복 명령에 불응합니다!

타겟 6: 뛰라! 여긴 내가 어떻게든…

타겟 1: 저랑 태영이도 같이 막겠습니다!

알파-1: 다수의 타겟 도주 중! 알파-3이 배치된 도주로 쪽으로 이동! 사격 및 사살을 허가한다!

알파-2: 타겟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사격 허가 확인!

[다수의 총성]

알파-2: 현재 타겟 1, 4, 6과 엄폐물을 사이에 두고 교전 중이다!

타겟 4: 제길! 총알이 안 박히지 말입니다!

알파-3: 타겟 7 확인! 아직 격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면 중인 신원 미상의 남성이… 엇!?

알파-4: 알파-3! 재보고하라!

알파-3: 사라졌습니다! 미상 인물과 타겟 7이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알파-1: 타겟 7의 확보는 보류한다. 타겟 2, 3, 5의 도주 저지를 우선하도록.

타겟 6: 육시럴 놈들!

알파-2: 타겟 6이 근접합니… 커억!

[둔기가 휘둘러지는 파공음]

알파-1: 알파-2 다운! 타겟 6을 집중 사격하라!

알파-3: 타겟 2, 3, 5 확인! 확보하겠습니다! 움직이지 마십쇼!

타겟 2: 꺄아아악!

타겟 3: 흐아-

타겟 5: 아, 조졌네.

알파-4: 타깃 6에 대한 자동 조준 설정 완료! 발사합니다!

타겟 1: 우 선생님 위험합니다!

타겟 4: 박사님! 나가시면…

[착탄음]

타겟 4: 풍 박사님!

타겟 6: 소경아!

알파-1: 타겟 1의 두부에 명중을 확인. 타겟 1은 사살되었다.

알파-3: 또 사라졌습니다!

알파-1: 알파-3, 정확한 재보고를-

알파-4: 타겟 6이 알파-2의 유해에서 섬광탄을 탈취했습니다! 투척!

[M84 섬광수류탄의 폭발음]

알파-1: 상황을 보고해!

알파-4: 없습니다! 타겟 4와 6 도주! 타겟 1의 유해는 남아 있습니다.

알파-3: 이쪽은 타겟 2, 3, 5 전부 사라졌습니다!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알파-1: 타겟 1, 사살. 타겟 2, 3, 4, 5, 6, 7, 거동수상자 1인, 확보 실패. 명천구의 전면적인 봉쇄를 요청한다. 후속 병력 도착 시까지 대기한다. 이상.

[기록 종료]


비고: 작전 직후 명천구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이루어졌으나, 목표 대상의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불온단체의 위험성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고 판단, 대상은 Gol-4459(식별자: 변칙예술학부)로 지정되었다. 이후 현장의 재수색 과정에서 주시기록 1763-811-KO-2가 발견되었으며, Pol-209784의 주검은 회수되어 비변칙성을 재확인 후 화장되었다.


주시기록 1763-811-KO-4


개요: 변칙예술학부의 신규 기점이자 특이 외부차원 "꿈결" 습격 작전 당시 확보된 녹취 기록물. 습격 시점에서, 변칙예술학부의 구성 인물들은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던 상태였다. 기록물 원본 일부는 변칙적 음향이 감지되어 격리되었다.

회의록 #16

기록: ████ █


"이윤하, 눈을 뜬다.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이윤하: …여긴?

"이윤하. 직전의 상황을 떠올린다. 주변의 모습은 낯선 연구실. 공기를 떠도는 기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윤하: 크리스! 인혜 씨! 학부장님! 다들 어디에…

"크리스 양과 137 서버장, 등장한다. 이윤하와 마주한다."

크리스: Younha!

서인혜: 일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윤하, 안도한다. 크리스 양을 가볍게 포옹한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서인혜: 우리가 그 상자 안에 들어와 있는 건가?

이윤하: 그건 아닐 거예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서인혜: 어쩌면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나머지 미쳐버린 걸까?

"137 서버장, 비약한다."

서인혜: 아니면 산소부족? 주마등인가? 아직 소경이랑 한 약속도 못 지켰는데!

이윤하: 진정하세요. 지금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요!

서인혜: 이윤하가 소리를 다 지르는 걸 보니 넌 확실히 상상 속 존재구나…

이윤하: 아니에요. 그보다, 일단 학부장님과 다시 만나서 합류하는 게 우선이에요.

서인혜: …그래, 그렇게 하자. 상상 속의 윤하야.

"이윤하 일행, 연구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다. 낡은 형광등이 이따금 점멸한다."

서인혜: 윤하야, 역시 우린 내 상상 속에 있는 게 맞는 것 같애. 여긴 꼭 데이터 센터처럼 생겼거든.

이윤하: 지구 어딘가의 데이터 서버로 이동한 걸까요..

크리스: Younha, will the men be okay?

이윤하: 그럼요. 모두 굳센 분들이니까요. 틀림없이 무사하실 거라 믿어요.

서인혜: 근데 요 꼬맹이는 내 상상 속 존재가 아닌갑다. 내 머릿속엔 영어따윈 한 줄도 없거든. 꼬맹아, 윤하 언니 보여?

크리스: 응…

서인혜: 뭐지? 상상이 공유되는 건가?

이윤하: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이윤하 일행, 무언가를 발견한다. 청년 하나와 노인 하나, 제법 큰 금속제 상자 하나가 있다."

이윤하: 아, 저기!

서인혜: 영감님이랑 군바리잖아? 소경이는…

"이윤하 일행, 그들에게 다가간다. 꿈결에 초대된 뒤로 줄곧 망연히 있던 이들이다."

이윤하: 우 선생님! 태영 씨! 무사하셨군요!

서인혜: 영감, 군바리. 소경이는 어딨어?

이윤하: 정말 다행이에요…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서인혜: 왜 말이 없어, 셋이 같이 있었잖아. 소경인 어디 간 거야?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침묵. 137 서버장의 얼굴이 조금씩 구겨진다."


"침묵만이 길어진다."


서인혜: …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는건데.

서인혜: 그 껄렁한 녀석이랑 짜고 장난이라도 치고 있는 거지? 나 참, 이런 상황에 그럴 마음이 들어? 재미없으니까 빨리 나오라 그래.

이윤하: 인혜 씨…

서인혜: 응? 어디 있냐고, 장난치지 말고 빨리 데려오라고!

이윤하: 그만하세요 인혜 씨!

"이윤하가 137 서버장을 말린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 역시 조금 날이 서 있다. 평소와는 달리."

이윤하: 아마 우리처럼 서로 다른 곳에서 깨어난 걸 거예요. 역시 그렇죠 우 선생님? 조금 지치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두 분 모두 어서 일어나주세요. 빨리 학과장님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요!

"크리스 양은 보고 있다. 그들의 옷이 거칠게 찢겨있는 흔적을. 또한 냄새 맡고 있다. 그 옷에 점점이 찍혀있는 자국들이 풍기는 진득한 향취를. 또한 기억하고 있다. 꿈결로 가라앉기 직전, 어렴풋이 들렸던 비명을."

크리스: 아, 으으…

"그래서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다. 그 작은 진실의 파편들이 머릿속에서 더 이상 맞물려 가지 않도록. 그녀의 명석한 두뇌는 그 저항을 허락하지 않는다."

크리스: This ridiculous reality isn't real!

이윤하: 크리스? 왜…

윤태영: 풍소경 박사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다. 냉담한 사형선고다."

윤태영: 우 선생님을 향해 쏘아진 총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 나갔다가 대신… 입니다.

이윤하: 그럴 리, 그럴 리가…

서인혜: …지랄.

이윤하: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요! 아직 살아 계시다면 치료를 해드려야!

윤태영: 탄이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살아계실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137 서버장, 윤태영의 멱살을 쥔다."

서인혜: 지랄하지 말라 그래! 죽었다고!?

윤태영: 죄송… 합니다.

"137 서버장, 맥이 풀려 주저앉는다.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그 횡설수설 속 우연찮게 진실에 다가간다."

서인혜: 역시 여긴 내 망상 속인 게 틀림없어. 하여간 그 녀석 걱정을 쓸데없이 많이 하니까 이런 헛소리도 듣는거야. 그 뺀질이가 죽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냥 꿈일 뿐인 거지?

"나, 등장한다."

████ █: 그렇습니다. 이곳은 꿈결입니다.

이윤하: 다, 당신은…

크리스: 쿨쿨… 씨?

쿨쿨 씨: 동의합니다. 그것 역시 제 이름 중 하나입니다.

우██: 뭐하는 놈이여? 뭐하고 있다가 이제사 기어나온겨?

서인혜: 저것도 내 꿈인가? 아니, 그럴리가…

쿨쿨 씨: 당신의 꿈이 아닙니다. 이곳은 저의 꿈결입니다.


<기록 종료>

회의록 #1█

기록: 쿨쿨 씨


우██: 댁이 우릴 여기로 빼돌린 겨?

쿨쿨 씨: 긍정합니다.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여러분은 근시일 내에 모두 사망하셨으리라 예측됩니다.

이윤하: 어째서, 어째서 좀 더 빨리 구해주시지 않으셨나요! 그보다도 처음부터… 명천구 대신 이곳에 모였었더라면…

쿨쿨 씨: ██ ███ ████. ██ ██ ████ ██████, ████ █ ███ █ ████ █ ███████.

이윤하: 그런!…

윤태영: 그게 정말임까?

서인혜: 뭐가 됐든 상관없어. 난 그냥 빨리… 여기서 내보내 줘. 지쳤어.

이윤하: 인혜 씨…

서인혜: 은하 외곽으로 돌아갈거야. 그 녀석 부탁 따위, 처음부터 듣는 게 아니었는데.

쿨쿨 씨: 이곳에 남는 걸 권장합니다. 당신은 마쳐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서인혜: 네가 뭔데? 목숨 좀 구해줬다고 내가 고마워하면서 넙죽넙죽 시키는 거 다 할거라 생각했어? 지랄하지 말고 꿈 깨.

쿨쿨 씨: 그것은 도망치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도망치지 말아야 할 때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서인혜: 그런 거 따위… 난!

쿨쿨 씨: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곳에서 도망치더라도 곧 다시 돌아오고자 할 것임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비효율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약간의 비효율도 일의 실패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인혜, 가지 마요.

이윤하: 인혜 씨…

쿨쿨 씨: 하지만,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서인혜: …그래서, 원하는 게 대체 뭔데?

쿨쿨 씨: 그것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풍소경이 맡긴 마지막 역할을 당신이 잊고 있을 리 없습니다.

서인혜: 해킹 툴의 완성… 하지만 그런 걸 해봤자 뭘 어쩌겠다는 건데? 그 녀석은 이미 없는데, 그 산해인가 뭔가 하는 애를 구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쿨쿨 씨: 그것의 의미는 완성하고 나면 알게 되리라 예측합니다.

서인혜: 그렇게 말해도, 난 못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 어떻게든 머릿속으론 구상은 끝내놨지만, 하드웨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어. 이제는 그 고물 노트북조차 없는 사정이라고.

쿨쿨 씨: 저는 제 뇌를 컴퓨터로써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뇌는 우주에서 가장 진보된 컴퓨터입니다.

서인혜: 인간의 뇌보다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는 우주에 차고 넘쳐. 네 뇌가 무한한 연산 능력과 용량을 갖고 있기라도 해?

쿨쿨 씨: 뇌보다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꿈을 꿀 수 있는 컴퓨터는, 우주에서 오직 뇌뿐입니다. 그것이 뇌가 가장 진보한 컴퓨터인 이유입니다.

서인혜: 무슨 소리야?

쿨쿨 씨: 꿈이라는 건 하나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의 나를 생성하는 행위입니다. 이 꿈에서의 저 자신은 쿨쿨 씨지만, 제가 꾼 꿈에서는 인간사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 신이 꿈속에서 다시 잠들어 꿈을 꾼다면, 방 한 켠에서 평범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청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끝없이 꿈꿔나갈 수 있는 힘입니다.

크리스: 몽중몽(夢中夢)…

쿨쿨 씨: 요점은 꿈속의 나도, 꿈속의 내가 꾸는 꿈속의 나도, 꿈속의 내가 꾸는 꿈속의 내가 꾸는 꿈속의 나도, 각자의 뇌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꿈을 꿀 수 있는 건 오직 뇌뿐이니까요. 그리고 이 무한히 연결되어 있는 꿈속의 뇌들은-

서인혜: 사실상 무한한 규모의… 그리드 컴퓨팅.

쿨쿨 씨: 그렇습니다.

윤태영: 그럼 그 해킹 툴인가 뭔가 하는 걸 만들 수 있는 검까?

서인혜: 아직은 모르지. 하지만 승산은 생겼어. 그런 게 가능하다면…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쿨쿨 씨: 이 꿈에서의 전 쿨쿨 씨입니다. 하지만 이 위, 현실에서의 저 역시 당신은 알고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서인혜: 뭐, 상관없나. 아무튼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네 뇌를 쓸 수 있는건데?

쿨쿨 씨: 이미 세팅은 마쳐 놓았습니다. 이 방의 키보드와 모니터를 쓰시면 됩니다. 그럼, 전 이제부터 꿈꾸겠습니다.

우██: 잉? 여기서?



"쿨쿨 씨는 잠든다, 꿈꾼다."



"이름 없는 신은 잠든다, 꿈꾼다."



"청년은 하릴없이 잠든다, 꿈꾼다."



"그 사바나에서 가장 큰 코끼리는 잠든다, 꿈꾼다."



"마젤란은하의 원주민은 마지막 비행 중 잠든다, 꿈꾼다."



"아리따운 공작부인은 잠든다, 꿈꾼다."



"어느 날 저녁, 그래고르 잠자는 잠들어 편치 않은 꿈을 꾼다."



"백 개의 전장에서 싸운 노병은 잠든다, 꿈꾼다."



"플레이어 원 아이드 잭은 잠든다, 꿈꾼다."







<기록 종료>

회의록 #██

기록: 이윤하


이윤하: 완성되었다고요?

서인혜: 응. 하지만…

우 선생님: 그럼 기다릴 것이 뭐 있누. 나랑 태영이는 준비가 만만혀. 오늘이라두 당장 쳐들어가도 둬.

서인혜: 그게…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내 해킹 툴이 21K기지의 보안을 다운시켜놓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밖에 안 되는 것 같아. 그 이후엔 재단의 보안 aic가 해킹 툴에 적응해서 무력화시킬 거야.

윤태영: 15분이면, 산해 형한테까지 가는 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슴다. 하지만 데리고 나오는 것까진 도저히 무리지 말입니다.

우 선생님: 에이, 고러면 완성된 게 아니잖냐. 더 노력을 담아서 고쳐 봐야제.

서인혜: 어제 마지막 버그를 고치고 잠들었을 때, 쿨쿨 씨가 꿈에 나와서 말했어요. 완성한 걸 축하한다고. 그 인간이 그렇게 말한 거라면, 아마 이게 최종 완성본이겠죠. 그리고 저 스스로도 이제 제 능력으론 이걸 더 이상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느껴요.

윤태영: 그럼 산해 형을 구하는 건…

서인혜: 미안해. 이건 다 내가 무능력한 탓이야. 그 녀석이 마지막으로 원했던 것마저 무능해서 실패하다니, 나 친구로서 최악이네.

이윤하: 그렇지 않아요. 인혜 씨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가장 가까이서 본 우리라면 알아요.

서인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거라는 게 더 괴로워. 미안, 기껏 위로해 줬는데. 오늘은 좀 쉴게.

이윤하: 네…

우 선생님: 크흠! 아, 은혜야! 구리스는 당최 방에 언제까지 틀어박혀 있는겨? 요즘 통 얼굴을 비추질 않아요. 할애비 어깨가 돌덩이처럼 굳었는데 말이야.

이윤하: 마음이 여린 아이예요. 이젠 학과장님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윤태영: 음,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상심한 녀석처럼 보이진 않았지 말입니다.

우 선생님: 무슨 소리여?

윤태영: 슬퍼하는 사람은 무기력해지는 게 보통 아님까. 근데 그 아이는 오히려 미친 듯이 종이에 뭔가 휘갈기고 있었슴다.

이윤하: …만나봐야 할까요.

윤태영: 뭐 그 휘갈겨 쓴 기호들 못 알아봤다고 비웃던 거랑, 그 눈빛 생각하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슴다.

우 선생님: 눈빛?

윤태영: 기동특무부대에 있다 보면 가까운 사람을 잃은 녀석의 눈빛은 잘 알게 됨다. 근데 뭐, 그런 눈빛은 아니었슴다. 뭔가 묘하게 풍 박사님이 아예 죽었다고도 생각 않는 듯한-

크리스: Younha! Younha!

우 선생님: 호랑이두 제 말 하면 오는구만.

이윤하: 아, 크리스. 마침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안타깝지만, 산해를 구하는 건…

크리스: I’m fine! Please listen to my words first. SCP-1763-KO’s lack of causality causing the collapse of baseline reality’s identity is-

윤태영: 워워. 저희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시지 말입니다.

이윤하: 그래요 크리스, 일단은 진정하고-

크리스: We might be able to bring our division head back to life!

이윤하: ..잠깐, 잠깐만 있어주세요. 크리스랑 이야기 좀 하고 다시 올게요.

(나는 3시간 남짓 크리스에게 설명을 들었다.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서인혜: 오늘은 쉬고 싶다고 했잖아. 왜 또 모이라고 한 거야?

이윤하: 산해 씨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어쩌면… 학과장님도.

윤태영: 풍 박사님을 말임까!?

서인혜: …그게 무슨 소리야? 농담하는 건 아니겠지?

우 선생님: 다들 진정혀. 아직 윤하 말 안 끝났응께.

서인혜: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윤하, 그래서 소경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대체 뭔데?

크리스: 살리는 거 아니야요. 안 죽은 거에 더 가까워요.

윤태영: 아무래도 좋슴다. 그래서 그게 뭠까?

이윤하: 설명을 드리려면, 먼저 여러분들이 이해해야 할 개념이 하나 있어요.

우 선생님: 뭔디?

이윤하: 인과(因果). 원인과 결과예요. 인과를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아요. 'A라서 B다.' 여기서 A는 원인, B는 결과를 의미하죠.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선행되어야 해요.

우 선생님: 그랴서, 소경이가 죽은 원인인 재단 놈들을 다 조사놓아야 한다 그거여?

이윤하: 아뇨. 그보다도 훨씬, 훨씬 더 이전의 원인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혹시 예전에 SCP-1763-KO에 대해 이야기했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서인혜: 응. 그때 소경이가 SCP-1763-KO는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어난 우연이고, 그래서 변칙적이지 않다고 했었지. 솔직히 난 아직도 헛소린 것 같아.

이윤하: 학과장님의 말은 절반만 맞았던 거예요.

윤태영: 예? 그 엉터리 이론에 맞는 부분이 있었슴까? 솔직히 농담이라고 생각했지 말임다.

이윤하: SCP-1763-KO가 그저 우연히 일어난, 원인 없는 결과라는 것까지는 맞는 것 같아요. 문제는 발생 가능했던 확률이 정말 너무나도 낮았던 나머지, 그게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변칙적이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죠. 학과장님이 틀린 건 바로 이 지점이에요.

서인혜: 정확히 뭐가, 어떻게 변칙이라는 건데.

이윤하: SCP-1763-KO가 일어나버렸고, 그 상태에서 이어진 현실. 크리스의 이론에 따르면 지금의 현실은 SCP-1763-KO이자 하나의 변칙이에요. 지나치게 확률이 희박한 사건이 아무런 원인도 없이 발생한 탓에, 기준 현실이 내재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정체성에 붕괴 부하가 축적되고 있는거죠.

서인혜: 아…

윤태영: 왜 그렇게 되는 검까?

서인혜: 태평양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것보다도 더 불가능한 일이 별 이유도 없이 일어나는 현실. 그딴 걸 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윤태영: 어… 아닌 것 같지 말입니다.

이윤하: 인혜 씨의 말이 맞아요. 크리스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현실 정체성에 축적된 부하는 아슬아슬한 정도에요. 약간의 충격만 줘도 무너져 내릴 만큼.

우 선생님: 헌디 지금 고것이 중요한 게 아니잖여. 그래서 우리가 당최 뭔 짓거리를 혀야 소경일 살릴 수 있는 건디?

이윤하: 아까 예시로 든 'A라서 B다.' 같은 식으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상황은 'A라서 SCP-1763-KO가 일어났다.' 라고 할 수 있어요. A 자리는 완전히 비어있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저 A칸의 공백을 채우는 거예요.

서인혜: SCP-1763-KO가 발생할 원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건가.

윤태영: 그럼 풍 박사님이 살아나는 검까?

이윤하: 원인이 생겼다면 SCP-1763-KO는 그저 변칙적인 확률부전 현상일 뿐이에요. 현실 정체성에는 부담을 주지 않겠죠. 그럴만한 이유가 생긴 거니까요. 월레스 웨틀 박사님의 사례처럼요.

우 선생님: 안 그래도 이미 일어난 일에 이유까지 만들어서 붙여주는 거면,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 아닌감?

이윤하: 반대로 일어나지 않을 이유도 만들어지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박수를 친 것이 SCP-1763-KO의 원인일 때, 박수를 치지 않으면 SCP-1763-KO는 일어나지 않게 되는 거예요. 물론 결과로서 이미 존재하니 아예 불가능하도록 만들 수는 없겠지만요. 크리스, 맞지?

크리스: 응.

서인혜: 원인을 만들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

이윤하: 정체성에 가해진 부하가 한번에 해소되면서, 그 반동으로 모든 것이 '원래 그랬어야 할 현실'로 튕겨나갈 거래요. 크리스는 그게 SCP-1763-KO 따윈 일어나지 않은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산해랑… 학과장님이 살아있는.

서인혜: 어이, 네 후배는 아직 안 죽었잖아. 들으면 섭섭하겠다.

윤태영: 질문 좀 하겠슴다. 튕겨나간 세계에서 지금의 세계와 그 안에서의 일들은 어떻게 되는 검까? 우린 그걸 기억 할 수 있슴까?

이윤하: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그곳의 기준으로는 아예 없었던 일이니까요. 이 세계는… A 때문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능성, 딱 그 정도로 남지 않을까요.

우 선생님: 그거면 족혀. 이딴 세계는.

윤태영: 저희가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말입니다. 아예 있지도 않은 걸 새로 만드는 게 쉽겠슴까?

이윤하: 어렵겠죠.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윤태영: 어째서 그렇게 장담함까?

서인혜: 텅 빈 공백에 무언갈 채워 넣는 것, 예술가라면 늘 해오던 일이잖아?


<기록 종료>

회의록 #██

기록: 이윤하


서인혜: 그렇다고 말은 했지만, 이건 정말 답이 안 보이네.

윤태영: 쿨쿨 씨에게 뭔가 대단한 컴퓨터를 받았잖슴까. 그걸 잘 활용해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슴까?

서인혜: 아무리 개발 환경이 좋아도, 현실 전체를 다루는 문제야. 나보다 실력 좋은 괴물들도 두손 두발 다 들걸? 그런 걸 프로그램으로 처리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신 정도는 돼야 가능하겠지.

우 선생님: 누구 개인적으로 아는 신 있는 사람있남?

크리스: jesus?

서인혜: 꼬맹아, 아침 기도 꼬박꼬박 한다고 신이랑 아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니야.

크리스: 매일 하는데요?

서인혜: 그분은 하루에도 수억 명이랑 인사한다고. 너 따윈 쪼꼬매서 금방 까먹을껄?

크리스: ██.

서인혜: 말씨 봐라? 윤하가 잘못 키웠네.

이윤하: 제가 아시는 분들은 모두 상자 속에 들어가 계세요. 그래도… 상자 속…

우 선생님: 쿨쿨 양반한테 좀 만들어 달라 하면 어떠냐! 왜 그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깨달음 뭐든 할 수 있다고들 안하냐.

서인혜: 영감님이 찾아서 깨워보시던가요. 어디서 잠들어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꿈 속에서 만들어 봤자 현실로 갖고 나올 수가-

이윤하: 바로 그거예요!

윤태영: 뭔가 방법을 찾았슴까?

이윤하: 어쩌면 답은 바로 저희 주변에 있었을지도 몰라요!

서인혜: 씨이, 깜짝이야… 주변? 컴퓨터밖에 없는데.

이윤하: 다들 이 문서를 봐 주시겠어요?

윤태영: SCP-952-KO… 신해잖슴까? 근데 예전에 봤을 때랑 내용이 좀 바뀌었슴다.

이윤하: 모든 격리 절차가 보편 격리 절차로 일괄 개정 될 때 같이 된 거예요. 신해 씨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특수 격리 절차가 사라졌으니까요.

서인혜: 신격 독립체.. 저 상자 안에 있는 게?

이윤하: 맞아요. 문서의 접근 제한도 해제되어 있고, SCP-952-KO-A를 감추지도 않으니, 이 정보를 통해 이미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했겠죠. 그러니 지금 저 상자 안에 있는 건…

윤태영: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윤하: 네?

윤태영: 저 안에 있는 건 신해임다! 신도, 뭣도 아니라 제 친구란 말입니다!

이윤하: 아, 죄송해요.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윤태영: 신해는 어떤 임무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녀석임다. 이번에도 꼭 돌아올 검다.

서인혜: 어이 군바리.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지금은 저 속에 있는 것이 신인 게 우리한텐 더 좋은 상황이야.

윤태영: 좋고 말고는 상관없슴다! 그냥, 그냥 저건 신해인데! 저기 들어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슴다! 반드시 구해주겠다 약속까지 했단 말입니다!

서인혜: 이해한다는 말 취소. 사실 이해 못 하겠다. 딱 잘라서, 이 빌어먹을 세상을 올바르게 되돌릴 기회라고. 지금 이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어!

윤태영: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시는 건… 그만두시지 말입니다.

이윤하: 다들 그만해요! 제 말은 없었던 걸로-

서인혜: 그래, 네 친구가 아직 사람이라고 쳐. 1년 가까이 공기도 밥도 물도 없이 저 안에서 어떻게 되어있을 것 같아? 그걸 원하는 거야?

윤태영: 큿!

이윤하: 태영 씨! 그만-

우 선생님: 까보면 되지 않누.

이윤하: 폭력은- 예?

우 선생님: 상자 말이다. 친구고 신이고 말이다, 저 상자를 까놔야지 구하든 쓰든 할 것 아니여.

크리스: Definitely…

서인혜: …듣고 보니, 저 말이 맞네. 저 상자 속에만 있다면 신이라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이윤하: 우 선생님.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아니 적어도 다음에 다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윤태영: 아닙니다. 우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결국 신해를 구하려면 저 상자를 열어야 하긴 함다.

서인혜: …일단 미안하다 군바리. 내가 말이 좀 지나쳤다.

윤태영: 괜찮습니다. 그보단 상자를 어떻게 열 건지 얘기하고 싶지 말입니다.

이윤하: …알겠어요. 대신, 지금부터는 말하면서 언성을 높이거나 싸우는 거 금지예요.

서인혜: 알았어…

윤태영: 알겠슴다.

크리스: Okay.

이윤하:…후, 사실 아까는 말 못 했는데, 제 계획에는 문제가 하나 있어요.

서인혜: 상자를 어떻게 열 건지?

이윤하: 그것도 그거지만, 만약 상자에서 나온 게 SCP-952-KO-A라 해도 그게 저희 계획에 협조해 줄까요?

서인혜: 따지고 보면 우리가 풀어준 건데, 도와주지 않을까?

이윤하: 인간의 기준으로 신적 독립체의 행동을 추론하면 안 돼요. 사고방식 자체가 인간과 다른 신들도 많으니까…

크리스: 아까 문서 봤다요. SCP-952-KO-A, 조요의 인도자랑 관련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 있을까요?

우 선생님: 잉, 그 친구들? 명동 가면 한 둘씩 있었는디, 요새는 싹 사라졌제.

서인혜: 안 도와주면 다시 재단 불러서 가두라고 하죠. 그보다 난 상자를 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저거 핵폭탄도 안 통한다는데 어떻게 열지?

우 선생님: 그건 간단혀. 처자가 만든 해킹 투-울이 있잖여?

서인혜: 그냥 통짜 금속에 어떻게 해킹 툴을 써요. 안 그래도 15분밖에 못 쓰는 불량품인데.

우 선생님: 태영이 너, 15분이면 산해한테 어떻게든 갈 수는 있다 했제?

윤태영: 아, 예. 선생님이 보조해 주신다면..

이윤하: 아! 산해는 C-72를 다룰 수 있으니까!

서인혜: …완성했단 게 이걸 의미한 거였나. 젠장, 그 새끼는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거야?

크리스: 저 큰 상자 가지고도 갈 수 있다요?

윤태영: 아 그건.. 아무래도 무리지 말입니다.

이윤하: 들고 갈 필요는 없어요!

우 선생님: 소경이가 마지막으로 산해를 봤을 땐 중국에까지 그 힘이 미쳤다니께. 지금쯤이면 더 강해졌겠제.

이윤하: 좌표만 정확히 주어진다면 어디에서 작전을 진행하든 상관 없을거라 생각해요.

우 선생님: 재단 녀석들, 제 발등을 찧은 게지.

서인혜: 21K기지로 쳐들어가 최산해를 만난다.산해의 힘으로 상자 속의 신을 해방한다. 신의 힘을 빌려 SCP-1763-KO가 일어날 원인을 만든다… 대략적으론 정해졌네.

윤태영: 상자에서 나오는 게 신해일 수도 있잖슴까.

서인혜: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그리고 SCP-1763-KO의 원인은 게임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어.

이윤하: 상관은 없지만… 왜죠?

서인혜: 만드는 건 신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설계는 우리가 해야 하니까. 익숙한 편이 좋지 않겠어?

우 선생님: 전자오락은 호환되는 오락기에서만 돌아가니께. 기껏 세상을 돌려놨는디 허무하게 SCP-1763-KO가 일어나는 일도 없겄제.

서인혜: 좋아, 그럼 이제 남은 건 세부적으로 계획을 다듬는 거랑… 기도하는 것밖에 없네.

이윤하: 훗, 누구한테요?

서인혜: 글쎄… jesus?


<기록 종료>

프로젝트 계획서 20██-██: "SCP-1763-KO의 원인을 만들기 위한 계획"


제목: 《SCP-1763-KO의 원인을 만들기 위한 계획》

물자 소요:

  • 자율형 해킹 툴
  • 쿨쿨 씨의 몽중몽 서버
  • 방탄복
  • 비공정 롬 카트리지(SCP-1763-KO의 발생을 어렵게 하기 위해 대응 기기가 단종된 제품을 사용할 것.)
  • K2C 단축형 돌격소총 2정
  • 5.56×45mm 나토탄
  • 단소(무쇠로 단조한 튼튼한 걸로)
  • 최산해
  • 구오도령(혹은 최신해)
  • SCP-1763-KO 문서(진입팀과 제작팀의 통신 용도)
  • 스마트폰
  • 최신해의 사진
  • 작전 개시 당시 최신해(혹은 구오도령)의 위치 좌표(최대한 정확하게!)

초록: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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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학과장님, 신해, 산해,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딴 현실 인정할 수 없어서."
"무고한.이들의.부당한.고통을.좌시할.수.없어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For the true value of the foundation."
"직원 복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학부장님/껄렁이/소경이./풍 박사님/Division head/풍소경이 있었다면, "그딴 건 도대체 왜 물어보냐?"라고 적었을 것이다.

비고: 주시기록 1763-811-KO-4의 내용을 검토해 보았을 때, 변칙예술학부에 의한 제21K기지 공격이 임박했음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21K기지 보안 설비 보강 및 무장 인력의 추가 배치를|

!보안 경고!


------
허가되지 않은 접속 감지됨.
------





접근 제한이 강제 해제되었습니다.



여기는 제작팀. 보안 시스템 다운 완료. 카운트 다운 시작. 진입팀 들어가도 좋습니다.

확인했습니다.

확인혔어.

14:25/앞에 비무장 인원 2명. 격벽으로 유도할게.

14:05/격벽 작동했어? 그쪽 보안 카메라가 내려가 버려서 여기선 안 보여.

작동한 것 같슴다. 산해 형 있는 곳까지 쭉 가겠습니다.

13:35/좀 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주위 접근은 다 차단하고 있어.

이 눔의 기지는 왜 이리 넓은겨?

구조가 풍 박사님이 보여주셨던 지도랑 좀 다른 것 같지 말입니다.

12:41/마침 꼬맹이가 실시간 매핑 끝냈네. 너희 위치정보 바탕으로 안내할게.

12:11/그 복도따라 쭉 달리세요. 문에 3공조실이라고 쓰인 방 보이면 왼쪽으로 꺾으시고요.

확인했습니다.

11:23/잠깐! 코너 꺾어서 무장 인원 5명! 마주친다!

교전 중!

10:41/젠장! 총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안들려!

9:19/진입팀! 어떻게 됐어?

교전 종료. 전원 처치했슴다.

7:26/진입팀, 암구호는?

후추 100%.

7:16/ 확인 완료.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 서둘러야 해.

우 선생님이 좀 다치셨습니다. 생명에는 이상이 없으시지만, 거동이 좀 불편하신 것 같슴다.

태영이 먼저 보내마. 노부는 여기 버티고 서서 오는 사람 막으면 돼야.

6:41/오케이. 여기서부턴 직선 구조야.

출발하겠습니다.

4:14/진입팀 상황은?

계속 가고 있습니다. 마주친 인원은 없습니다. 산해 형이 있는 격리실까진 얼마나 남았슴까?

3:54/거의 다 왔어. 할배는?

3:50/할배?

돌아가서 지원하겠습니다!

3:39/아냐 계속 가! 시간이 없어! 할배는 이쪽에서 찾아볼게!

꼭, 찾아서 도와주셔야 함다.

3:28/알았다.

2:16/거기서 멈춰! 거기가 산해를 격리한 곳이야! 빨리 들어가!

이거 잠겨 있습니다! 걸쇠랑 자물쇠로 말임다!

1:59/전자식 자물쇠가 아니야?

총으로 쏴도 안 열림다! C-72인 것 같습니다!

1:30/그냥 후퇴해! 보안 프로그램 복구까지 얼마 안 남았어! 그 복도엔 침입자 배제 설비가 쫙 깔려 있다고!

아니, 열렸슴다! 뭔진 모르겠는데 문이 그냥 녹아서 사라졌습니다!

1:06/뭐? 씨발, 산해야 존나게 고맙다.

00:56/들어갔어? 이쪽 아직 반응 없어! 빨리 좌표랑 사진을 산해한테 보여줘!

아니.. 저게 산해 형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가 눈인지..

00:06/지랄말고 빨리 해!

입력했습니다!



Nevermore.





























2/1763-KO 2/1763-KO등급
보안인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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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763-KO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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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763-KO

특수 격리 절차: SCP-1763-KO는 상자에 넣은 채로 제21K기지 표준형 격리 사물함에 보관한다. SCP-1763-KO에 대한 접근은 이윤하 담당 연구원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SCP-1763-KO의 플레이는 금지되어 있다.

설명: SCP-1763-KO는 58mm x 38mm x 9mm 크기의 롬 카트리지 및 해당 카트리지에 플래싱 된 게임이다. SCP-1763-KO의 후면에는 Gol-771(이하 플러그소프트)의 로고가 조잡하게 양각되어 있고, 1987년 생산 중단된 플러그소프트 사의 콘솔 기기 Sky box-560과 특징적으로 호환되어 작동한다. 그러나 플러그소프트에서는 이러한 게임을 생산한 기록이 없으며, 문의 결과 SCP-1763-KO의 제작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로 보아, 대상은 플러그소프트의 비공식 서드파티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SCP-1763-KO의 장르는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세부적 내용의 차이가 존재하나, 대체적인 플레이는 원인 미상의 확률부전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초극단적 격리 정책을 실행하게 된 SCP 재단에 대항하는 선형적 시나리오에 맞추어 진행된다. 특징적으로, 해당 시나리오의 세계관 상 SCP-1763-KO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플레이의 결말은 SCP-1763-KO의 제작으로 귀결된다.

SCP-1763-KO를 플레이할 때마다, 기준 현실의 현실 정체성은 SCP-1763-KO의 시나리오에 미약하게 침식된다. 해당 변칙성은 축적되며, 이러한 침식이 현재 기준 현실의 정체성을 과반하여 진행될 경우 기준 현실 자체가 SCP-1763-KO의 시나리오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CP-1763-KO가 약 ██회 더 플레이될 시 현실 정체성 반전의 임계점이 돌파될 것으로 계측되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으로, SCP-1763-KO의 모든 플레이에서 제21K기지 변칙예술학부 소속 연구원 및 해당 인원들의 지인 일부는 항상 주요한 등장인물로 출연한다. 이에 해당 연구인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었으나, 이들이 SCP-1763-KO의 제작자 및 제작 내막에 연관된 정황은 일절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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