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755-KO
등급: 케테르
특수 격리 절차:
SCP-1755-KO의 변칙적 특성으로 인하여 완벽한 격리는 불가하다. 확보된 개체는 모두 제13K기지 동부단지 저위험연구동에 격리한다. 격리실 내부엔 적절한 온습도가 상시 유지되어야 하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어야 한다.
미확보 개체들은 제주 전역에 산개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기적인 순찰을 통해 이들을 확보한다. 모든 확보 과정은 야간에 시행된다.
설명:

SCP-1755-KO
SCP-1755-KO는 변칙적 특성을 지닌 동백꽃(Camellia)이다.
꽃은 일반적인 제주 자생종과는 달리 희며, 무향에 맛은 달다. 독성은 없으나 특수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이는 개인차가 있다. 개화시기는 주로 1월부터 시작되며, 점진적으로 천천히 진행되어 결국 4월에 만발한다. 이는 비변칙적 품종에 비해 2개월가량 늦다.
상록수이며, 사시사철 잎이 푸르다. 특이하게도 잎이 넓은 상록활엽수인데, 이는 비변칙적 품종과 공유하는 특징이다.
또한 조매화로, 주로 새, 특히 동박새(Zosterops japonicus)를 통해 수정한다. 후술할 SCP-1755-KO의 변칙성을 감안하면, 적어도 조류에겐 해당 특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추측할 수 있다. 격리 중인 SCP-1755-KO는 이러한 자연적 과정 없이 인공적으로 수정시킨다.
이들은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 스스로를 항밈적으로 변형시키는 변칙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조건은 다음과 같다. 각각 개별적으로 작용하며, 동시에 여러 조건을 만족한다고 변칙성의 강도가 강해지지는 않는다.1
- 시간대가 낮일 경우
- 총 등의 화기가 인근 13m 이내에 존재할 경우
- 관측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SCP-1755-KO에 위해를 가하려 한 경우
또한, 위 조건들은 4월 초순, 특히 첫째 주에 모두 무효화되며, 이후 꽃이 새로 개화할 때 다시 발동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SCP-1755-KO에 대한 전승이 민간에 설화의 형태로 퍼져있단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부록을 참조하라.
부록-1:
이하 내용은 민간인 면담 기록이다.
면담기록-1755-KO
면담 대상: 김희성
면담자: 안효승 연구원
(2분간의 형식적 대화 생략)
안효승 연구원: 그 꽃 아시는 거 있나요? 하얀 동백꽃이었나.
김희성: 아 그거, 우리 할망이 해주던 건데. 저희 동네는 다 알아요.
안효승 연구원: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아시다시피 설화 연구할 때 좀 써야 해서…
김희성: 아, 예. 그 뭐냐. 저 어릴 때 할망이 옛날 얘기해 준다고 막 그러던 건데. 옛날에 그 4.3 때, 사람 잘도 죽었잖아요. 그거 때문에 제주도가 울어서, 뭐 밤만 되면 새하얀 동백꽃이 핀다 어쩌고… 그런 거라요.
안효승 연구원: 4.3… 다른 얘기 더 해주셨던 건 없나요?
김희성: 글쎄요… 아,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뭐 이상한 거 해서 그것 때문에도 그렇게 됐다는 거 같던데. 너무 옛날이라 잘 기억이…
안효승 연구원: 음… 그러려나요.
김희성: 사실 할망도 무사 그랬는지는 모른댔대요. 건너건너 들었대서, 뭐, 제주가 울고 그런 거 괴담 아니겠어요? 가당 다른 어른들이 해주고 그런 거지.
안효승 연구원: 그 정도면 될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위 면담 내용은 SCP-1755-KO의 그 기원격 되는 전승이 담긴 구전설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건대, SCP-1755-KO는 어느 순간 갑자기 제주 전역에 나타났으며, 그 시점은 적어도 4.3 사건 이후로 추정된다. 또한, SCP-1755-KO의 꽃잎이 하얀 것은, 애도의 관념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변칙문학과 연구 파일-1755-KO
변칙문학과
문학은 때때론 이념과 사상, 혹은 사회적 요구를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는 제주 4.3 사건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때 여러 건의 변칙문학이 사용되었는데, 그중 «철과 그을음»이 대표적이다.
«철과 그을음»은 운동권 작가이자 변칙예술가였던 허배림 작가의 대표작으로, 평생을 제주에서 살아왔으며 4.3 사건의 산증인인 허배림의 사상과 그 변칙문학적 경향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 작품이다. 허배림의 소설들은 그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정상세계 문학계에선 다룰 수 없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변칙적 기교 또한 매우 뛰어나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글 속의 상황이 오감을 통해 느껴지게 하는 변칙성을 지닌다.2 '글의 내용을 읽는다'는 시각적 트리거를 통해 주로 청각, 촉각, 그리고 시각이 교란되며,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변칙성의 수준은 매우 뛰어나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며, 오직 작품에 지나치게 이입하여 등장인물과 함께 독자가 죽거나 다치지 않을 정도만의 안전장치가 있을 뿐이다.
«철과 그을음»의 중요성은 변칙적 기교뿐만 아니라 소설 자체의 줄거리에도 드러난다. 소설은 군상극의 형태를 띠며, 총 3명의 인물이 학살이 극에 달아가는 1948년 한 해를 버티는 내용을 그려낸다. 세 인물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짜여있으며, 특이하게도 도중에 한 인물이 죽고 다른 인물이 이를 이어가는 식으로 구성된다. «철과 그을음»은 1970년대 초상사회에서 출간해,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허배림을 거장의 위치로 올려놓은 주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허배림은 «철과 그을음» 이후로도 4.3 사건을 다루는, 그 참혹하고 끔찍한 일면을 가감 없이 그려내는 작품을 다수 다뤘다. 이는 그의 아이덴티티이자 장기였고, 변칙문학계를 뒤흔들며 '정상세계엔 현기영, 초상세계엔 허배림'이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아이덴티티에 완전히 반하는 소설이 1993년 출간되었다. «동박새»는 허배림의 유작으로, 그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동박새»는 허배림의 여타 작품과 확연히 대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단편이라는 점, 4.3 이후 어느 정도 회복이 진행된 이후의 제주를 다룬다는 점, 잔잔하며 일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박새»는 변칙성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동박새»는 허배림의 여타 소설과는 다르게 후각 부분에서만 변칙 처리가 되어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동백꽃 냄새'를 느끼게 한다. 허나 실제론 동백꽃은 냄새가 없는데, 독자는 그 향을 직감적으로 '동백 향'이라 인식하게 된다.
상술했듯 전개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동박새»는 제주도 어느 바닷가의 오두막을 배경으로, 한 청년이 소녀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녀는 마법적 능력을 다루며, 결정적으로 하얀 동백꽃을 피워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이 부분에서 SCP-1755-KO와의 높은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동박새»가 자전적 소설임을 감안했을 때, 또한 허배림이 말년을 바닷가에서 보냈음을 생각하면, 소설 속의 소녀는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기적술을 다루는지, SCP-1755-KO와 연관이 있는지 확언할 수는 없으나, 허배림의 사실주의적 특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후략)
위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SCP-1755-KO와 큰 연관성을 보이는 인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배림(POI-1755-KO)가 현재 고인이기에 직접 면담을 진행할 수는 없으나, 그 말년의 행적을 토대로 대략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부록-2에서 확인할 것.
부록-2:
허배림은 서귀포시 ██면에서 말년의 대부분을 보냈다.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며,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현재는 소멸 위기인 지역이다.
허배림의 생가를 알아낸 결과, 그는 작은 오두막에서 딸(혹은 소녀)와 함께 살았다는 증언이 다수였다. 이는 «동박새»에 나온 서술과 동일하다. ██면에 위치한 생가를 방문한 결과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삼춘 말씀대로 원고허건 다 태워부럿수다. 그리 고집해 부리시난 나도 별 수 엇주게마씸. 이젠 나 떠날라우다. 아무래도 마씸이 헐름허져 가민게… 바당가 쪽이 좋을 거 닮수다. 그때처럼 말이우게.3
위 글을 쓴 인물은 소설의 '소녀'로 추정된다. 허나 딸이라기엔 어투나 호칭, 필체가 나이대에 맞지 않는데, 이에 대해선 추측이 다양하다.
이후 행방은 알 수 없다.
부록-3:
제주 문화 파괴에 대한 분석
역사학부 동아시아분과, 무속학부
제주도의 고유 신앙과 문화는 현재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으며, 이는 무교 기반 신적독립체/변칙 개체 연구에 대한 크나큰 걸림돌로써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제주의 문화 파괴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큰 이유로는 4.3 사건을 들 수 있다. 4.3 사건은 1948년 남로당 무장봉기를 촉매로 발생한 학살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무고한 제주 시민들이 사살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주어의 파괴 및 기피 의식 확산, 제주 민간 신앙의 소실 등이 이루어졌다. 4.3 사건을 계기로 제주의 수많은 문화들이 파괴되었으며, 이는 복구 불가능하다.
허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이는 다름아닌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이다. 재단 주도 하에 벌어진 전국가적 민속 신앙 파괴 작전은, 그 온상이던 제주도에 특히 집중되었다. 수많은 사찰이 파괴되고, 민간 문화들이 소실되었다. 디어사이드의 원 목적이었던 신적독립체 억제가 잘 되었냐면, 그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애꿎은 문화와 전통 종교만 소멸하게 되었다. 이는 재단이 스스로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책임이 크다…
(중략)
…이 점에서 SCP-1755-KO가 가지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SCP-1755-KO의 첫 발견은 프로젝트 디어사이드가 한참 제주도에서 성과를 올리던, 즉 제주의 문화를 말살시키던 바로 그다음 해이다. SCP-1755-KO가 4.3 사건과 연관이 있단 것은 이미 밝혀졌으나, 그 원인에는 재단의 과오인 디어사이드 또한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이는 재단이 스스로 의도치 않게 변칙 개체를 만들어버렸다는 모순을 가져오며, 우리에게 과거를 반성하고 인정해야만 할 또 다른 이유를 선사한다…(후략)
위 연구로 SCP-1755-KO가 4.3 사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에도 연관성이 있으며, 심지어 그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SCP-1755-KO가 프로젝트 디어사이드의 반작용적 결과물이라면, 그러한 광범위한 파괴 공작을 통한 내림 양상방사선의 산출물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존재론적 해석도 가능한데, 이는 이하 내용을 참조하라.
존재학부 연구 파일-1755-KO
존재학부
(전략)…핵심은 SCP-1755-KO가 어떠한 개념적 부재의 반작용일 것이란 가설입니다. 우선, 필자는 SCP-1755-KO 변칙성의 근원을 «동박새»의 그 '소녀'로 보고 있음을 명시합니다. 개념적 부재란 말 그대로, 한 개념이 완전히 소실되어 그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자연적으로도, 인위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일종의 비존재, 혹은 공허적 성격을 띤다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적 부재는 예측컨대 4.3 사건, 그리고 프로젝트 디어사이드로 인해 촉발되었을 것이란 게 필자의 의견입니다. 4.3 사건은 30,000명의 희생자를 낳았으며, 그 과정에서 문화적 손실을 유발하였습니다. 디어사이드 또한 돌이킬 수 없는 민속 신앙, 문화의 말살을 초래하였죠. 이때 발생한 수많은 비존재들—즉 죽어간 민간인들과 소실된 문화의 부재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개념적 공동을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 개념은 '가득 찬' 상태에서 '빈' 상태로 흐르므로, 여타 개념들, 예컨대 제주에 대한 관념 등이 메꾸게 됩니다. 이런 관념들이 응축되다 보면 특정 형태를 띠게 되는데, SCP-1755-KO의 사례에선 그것이 그 '소녀'였던 것이라 봅니다.
즉, '소녀'는, 만약 실존한다면, 어떠한 신적독립체에 준하는 최소 IV급 현실조정자거나, 패턴 스크리머의 일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허배림이 살해당하지 않은 것을 보아 아마 전자에 가까울 겁니다.
우린 아직 그 미식별된 현실조정자의 목적이나 의도, 인간을 적대하는지 우호적인지, 현재 어디에 위치하는지 단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우선적으로 그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하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격리 절차를 수립해야만 합니다…(후략)
근 시일 내에 문서 개정 및 특수 격리 절차 개편이 예정되어 있다.
부록-4:
아래 내용은 GoI-1512-KO ("혼원대")4에서 탈취한 작전 계획서이다. SCP-1755-KO를 혼원대 측에서 유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즉각적 대응이 요구된다.
머리 위에 드리운 반논리의 장막을 부수리라.
화소 작전

목록번호: OP-417
일자: 2016.09.27
문서 형식: 작전 계획서
암호명: 상춘제喪春祭
작업 상태: 열림
개요: 현재 혼원대는 재단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은거 중이다. 명목상 재단에 대한 효과적 반격을 도모한다는 계획 수립 기간이나, 언제까지고 이런 비효율적 형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필자는 이에 따라 이른바 화소 작전의 시행을 촉구하는 바이다.
본문: 제주도는 한반도 땅에서 가장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그 문화들은 처참히 말살되고 파괴되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재단의 과오 때문이다. 재단은 4.3 사건, 국가 주도의 민간인 학살을 막지 않고 방관하였으며, 이후엔 신적독립체를 약화시키겠단 명목으로 제주의 수많은 토착 신앙과 문화를 소멸시켰다. 이에 대한 증인으로 우린 제주 출신의 혼원대 맹원들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다. 재단이 제주에 가한 강압적이고 파괴적인 행위들은 당연히 지탄받아야 하며, 그 동시에 제지되어야만 한다. 이는 본디 제주뿐만 아닌 율도와 여타 한반도 내 넥서스들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생긴 어떠한 신적 존재이다. 우리가 수집한 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이 파괴적인 과정에서 제주도에 크나큰 개념적 공동이 형성되었고, 이를 여타 개념들로 메꾸는 과정에서 한 존재가 탄생하였다. 재단은 그를 최소 IV급 현실조정자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확보 작업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나서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또 다른 재단의 희생양을 만들 수는 없다. 그 존재는 재단의 과오에서 비롯된 바, 재단과 여러 장막 유지 기관들에 대해 적대적일 것이라 확언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그를 포섭함으로써 확실한 전력을 얻고 영향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재단의 희생양이 다시 탄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요 책임이다.
필자는 이하 작전의 신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바이다.
- 첩보부에서 인원을 차출해 제주도에 파견한다. 자세한 위치는 별첨 문서를 참고하라.
- 해당 인원은 신적독립체와 접촉해 그를 포섭하고 본거지로 이송한다. 기간은 2달 이내로 한다.
더 자세한 사항은 별첨 문서에 서술하였으니 참조할 것.
— 참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