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 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 계워 하노라.
-원천석의 시조-
일련번호: SCP-1705-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1705-KO가 발현되는 ██호수는 현재 재단이 매입하여 군사 시설로 위장한 상태이다.
설명: SCP-1705-KO는 충청북도 단양군에서 매년 4월 13일, 5월 30일, 11월 27일, 12월 3일에 자정부터 약 세네 시간 동안 단양군 중심에 위치한 ██호수에서 일어나는 변칙성이다.
변칙성이 시작되는 시각부터 끝나는 시각까지 ██호수 안에서는 60데시벨에서 80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들린다. 이를 SCP-1705-KO-1로 지칭한다.
SCP-1705-KO-1의 양상은 곡 소리, 울음 소리, 비명 소리 등으로 다양하다. SCP-1705-KO-1의 형태는 매우 불규칙적이고 소리의 패턴은 뚜렷하지 않다. SCP-1705-KO-1의 근원지는 무작위적이며, 주로 호수의 정가운데를 비롯해 세네 개의 지점에서 동시에 소리가 들린다.
이 소음을 들은 사람들은 소리에 노출된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메스꺼움, 현기증이 나타난다.
소리를 들은 이후 약 12시간에서 24시간 안에 증상들은 모두 소멸하며, 이후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본인들이 들었던 소리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 소리를 들은 후 약 48시간 이후에는 소리를 일절 기억할 수 없으며 소리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수 있다.
또 변칙성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호수는 정가운데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수질이 오염되며, 물의 색이 진한 붉은색으로 변한다. 변칙성이 끝나기 약 한 시간 전에는 호수 내의 물이 전부 붉은색으로 변한다. 호수의 물이 붉은빛으로 완전히 변한 지 약 30분 안에 물의 붉은빛은 점차 채도가 약해지고, 물의 색은 원래 호수의 색으로 되돌아간다. 이후 변칙성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호수의 물은 변칙성이 시작된 시간의 물의 색과 거의 완전히 같아진다. 이를 SCP-1705-KO-2으로 지칭한다.
SCP-1705-KO-2에 의해 붉은빛으로 변한 액체는 매우 점성이 높아지며, 그 액체의 원소 구성이 혈액의 원소 구성과 비슷해진다. 그리고 액체는 일반적인 혈액과는 다르게 pH 10에서 pH 12 사이의 강한 염기성을 띤다.
부록:
부록 1: 다음은 재단 요원들이 SCP-1705-KO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마을 주민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한 자료들 중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면담 자료의 일부이다.
면담 대상: 우██ 노인
면담자: 재단 요원 김██, 안██
서론: SCP-1705-KO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요원들은 마을 주민들이 우██씨가 마을 전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음. 그 이후 우██씨에게 면담 요청. 우██씨는 승낙.
<기록 시작>
김██: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우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우██: 예. 그러십시오.
안██: 우선, 이 마을 역사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까?우██: 예.
안██: 그러면 혹시 지난 몇 년간 뭐랄까, 마을에 큰 일이 난 적이 있었나요? 단체로 사람들이 죽었다든가…
우██: …(헛기침) 사람들이 많이 죽은 적은 있었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게 최근 몇 년은 아니지요. 그 아주 오래 전입니다.
안██: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언제요? 뭔 일이 있었습니까?
우██: 이제 그…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설 무렵에, 우리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뜻 있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아주 많이요. 그 사람들은 고려에 충성한 문인, 무인들이었지요.
안██: 왜 그랬나요?
우██: 죽으려고요. 조선과 이성계 세력이 살려둔 사람들, 혹은 죽이려다가 놓친 사람들이 죽으려고 모인 게지요.
김██: 그러면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자결한 겁니까?
우██: 그렇지요.
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겁니까? 처음 들어보는데요? 지금까지 읽은 역사책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던 책은 없었는데요. 그게 정말로 사실이 맞아요?
우██: 아무렴, 사실입니다. 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 않습니까. 기록을 후대에 다 지운 거지요. 그런 내용이 알려지면, 조선의 그 정당성이 줄어들 수도 있고, 또 그러니까…
안██: 그래서 누가 어떻게 죽었습니까?
우██: 누가 죽었는지는 나는 모르지요. 그런데 후대의 기록 중, 조선 정부와 함께하기 싫어 산으로 들아가거나 은거하다가 홀로 생을 마친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은 사실 많이들 이때 죽었을 게요.
우██: 그리고 어떻게 죽었냐고요? 다양할 겁니다. 저기 밑에 호수 하나 있죠? 저기에 몸을 던진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산 중턱에서 떨어진 이들도 있겠죠. 산사태가 난 산에 가까이 가서 일부러 떨어지는 돌을 맞고 죽은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이리나 승냥이가 나오는 곳에 한밤중에 찾아가 산 채로 짐승 먹이가 된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이제 땅 위에서, 이성계를 저주하는 글을 남기고, 목을 매달거나, 분신을 하거나, 칼로 자결하거나 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은 제대로 된 무덤도 없이 땅에 묻혔다고들 하지요.김██: 그래서 그 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우██: 아마 그, 왕 씨에서 성을 바꾼 그 고려의 후손들이라던가, 죽은 이들의 가족이나 친척이라던가. 그들이 와서 애도해 줬겠지요. 하지만 지역 사람들의 반대가 심해서 묘를 만들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김██: 반대했다고요? 왜요?
우██: 그, 고려의 충신들이 죽은 거 말입니다, 사실 그때는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게, 여기 사람들은 싫어했던 겁니다. 땅이 터가 좋지 않다고 해서, 사람들이 안 찾아오면 안 되니까요. 옛날에도, 이 동네는 장사로 먹고 살았을 겁니다.
김██: 그런데 그런 사실은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우██: 저희 가문엔 다른 가문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보여 드릴까요?
김██: 예.
우██: 잠시만요.
(우██ 노인 2분 40초간 자리 비움. 김██요원과 안██ 요원은 침묵.)
우██: 이게 제 조상이 남긴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 돌아가시기 직전에, 혹시나 이성계 일파가 볼까 봐 몰래 숨겨 두셨다고 합니다. 편하게 보십시오.
안██: 감사합니다.
(안██ 요원 4분간 침묵하며 문서 열람. 그 후 김██ 요원이 문서 건네 받음. 김██ 요원도 침묵하며 약 5분간 문서 열람)
안██: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우██: 예.
안██: 면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기록 종료>
결론: 이후 재단은 우██씨가 증언한 것들과 다른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서 연관성을 찾으려 했으나 우██씨가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을 말한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재단은 이후 우██ 씨의 직에 다시 요원을 파견하여 문서를 필사해 오게 지시했다.
부록 3: 다음은 우██ 씨의 집에 남아 있던 낡은 문서의 현대어 풀이 복사본이다. 매우 오래된 문서라 원본 문서에 해독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래 문서에서의 █표시 중 일부는 검열 표시가 아닌 알아볼 수 없는 글씨를 의미한다.
양호당1일기
삼봉이 나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살리더라도 아마 지방에서 찍소리 못하게 만들 것이다. 방원이 놈이 포은을 죽인 후 나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이씨네에게 건 내 첫 번째 저주인 조랭이떡에 대해서도 그들이 나를 살짝 범인으로 의심하는 듯하다.
조랭이떡의 목 부분을 젓가락으로 잡아 목을 조르며 먹은 사람은 밤에 절대로 편히 자지 못하게 만들고, 그 조랭이떡을 한양 전체에 뿌리도록 지시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그들은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에 관련없이 그들은 고려의 충신들을 제거 중이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수월했다. 양호단이라고 이름 붙인 결사대가 나를 도와주었다. 그들은 나처럼 고려에 충성한 신하들이거나 일반 백성들이었다. 그러나 양호단도 모두 하나 둘 잡혀가 죽임당하더니 이제 나만 남았다. 그들은 그나마 의지할 수 있던 나의 가족도 죽였다. 이제 내가 의지할 대상은 오직 최영 장군님뿐이다.
그들은 아마 나를 죽일 것이다. 아니면 나에 대한 기록을 왜곡시켜 이성계에 충성한 자로 만들거나. 그리하여 이 기록을 남긴다. 단양 우씨의 후손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조상인 우현보이다. 나의 옛 벗인 포은은 불과 얼마 전 저승으로 갔다. 나의 아들은 처형되었다. 우리 가문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수많은 왕씨들은 전국 각지로 유배 보내거나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이성계가 누구인가. 거제도 쪽으로 유배 보낸 왕씨들을 모조리 바다에 빠트려 죽였다고들 한다. 만고의 역적 놈들 같으니. 나도 이제 시골에 은거하며 질긴 목숨만을 이어갈 일만 남았다.
그러나 내가 이 한 많은 생을 이렇게 마친다면 차마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고려의 충신 ███명을 불러 모았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씨네와 그들에 충성한 이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대대로 저주를 받을 것이고, 이 저주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이곳 단양은 우리 우씨의 본관. 이곳이야말로 그 충신들이 ███을 하기 제일 적당한 터일 것이다. 단양 곳곳에서 이들은 자결할 것이다. 나는 ████을 이용하여 죽어서도 그들이 저승으로 가지 않고 땅에 머물게끔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조선을 괴롭힐 것이다. 내가 불러 모은 이들 중에서도 죽기 싫다고 한 이들이 있었으나, 역시 ████ ████가 해결해 주었다. 이제 내 앞에는 죽음도 불사하는 귀신이 될 이들이 내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는 법. 우리는 고려의 신하 된 자로서 이씨들에게 죽어도 충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더러운 땅에 사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 아름다운 금수 강산을 이씨들이 피로 더럽혔다. 우리는 우리의 피가 헛되지 않게 하리라.
그들은 그 호수에서 죽은 조선 왕들의 힘이 약해지는 날마다 온갖 시끄러운 소리로 지속적으로 이씨네를 괴롭힐 것이다. 처음에는 귀가 따가운 것 말고는 별 문제는 없겠지만, 조선의 30번째 임금이 즉위한다면 그 즉시 소리를 듣는 이들의 귀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며, 사지가 녹아내리고 뼈와 살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이후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소리는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소리는 팔도 강산 전체에서 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호수는 핏빛으로 뒤덮이며 피의 물은 점점 나아가며 그 파도가 결국 한양까지 덮칠 것이리라. 가능하면 30번째 임금이 즉위하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일어났으면 좋겠으나, ███ ███, ███ ████ 에 의하면 나에게 아직 그럴 만한 힘은 없다. 무척 아쉬운 일이다. 최영 장군이시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
이 밖에도 나의 귀신들은 이씨네와 조선을 괴롭힐 방법이 차고 넘친다. 조선의 후손들이 이룬 것들의 굳건한 지반 아래에도 언제나 한 품은 귀신들이 수십, 수백씩 득시글거릴 것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