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692-KO | 4/1692 등급 |
등급: 케테르 | 기밀 |

SCP-1692-KO.
특수 격리 절차: SCP-1692-KO는 현재 넥서스 규약에 따라 재단의 감시 하에 있다. SCP-1692-KO가 지구상에 나타날 경우, 각국 항공 기관에 잠입한 재단 기동특무부대 인원이 이를 은폐한다. 은폐용 역정보에는 이벤트성, 광고성 비행선의 출몰, 혹은 "비논리적 미확인 비행물체"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임명된 관리 인원 5인이 외교 관계와 연구를 위해 공동체 내부에 주둔한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SCP-1692-KO의 이동 기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둔하는 인원은 주기적으로 비행선이 지구에 근접할 때마다 모듈 및 메시지를 사용하여 메세지나 물건 따위를 주고받는다.
재단은 SCP-1692-KO에 토양, 식물 종자, 동물을 제공하는 대신 SCP-1692-KO 내 문화와 기술체계를 연구할 권한을 가진다. 현재 그럴 징조는 없지만 SCP-1692-KO 내부 인원이 재단 시설이나 지구에 상륙하고 싶어할 경우 제한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편집됨] 위를 비행하는 SCP-1692-KO.
설명: SCP-1692-KO는 거대한 변칙적 비행선이다. SCP-1692-KO는 내부 조종시스템의 통제 하에 광년 단위나 차원 단위의 먼 거리를 순간이동할 수 있다. 이는 SCP-1692-KO 내부 문명의 막대하고도 고도로 발전한 초상기술로 인함이다. 비변칙적 일반 비행선의 객실이나 화물실에 해당하는 SCP-1692-KO 내부는 타디스급 변칙성을 띄기에 안쪽이 300km²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넓으며 도시에는 90,600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SCP-1692-KO 및 공동체와 도시는 정식 명칭이나 자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공동체 인구 대부분이 SCP-1692-KO 외부 세계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극히 일부 인구층, 예컨대 지도층과 노인 인구는 표의문자로서 SCP-1692-KO와 그 도시를 위, 궁륭, 천장, 하늘이라는 개념과 동일하게 "↑"라고 쓰고 "아사 asa"라 발음한다.1
SCP-1692-KO 내부 인구는 외관상, 그리고 유전자 분석 상으로 몽골로이드계 인간과 가장 가깝다. 내부 언어는 대부분 표음문자이며 교착어2로 대체적으로는 일본어에 가장 그 발음 및 형태가 유사하다. 이하 문화에 대한 사항은 해당 페이지를 참조하라.
SCP-1692-KO의 역사나 전체적 기계 공간 기능 다수는 여전히 재단에게, 심지어 내부 공동체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하는 2026년 현재까지 약 12년 동안 SCP-1692-KO를 방문한 인원들의 집단 연구에 의해 확실히 밝혀진 사항이다.
부록 1 - 에너지 시스템: SCP-1692-KO는 비행선임에도 부력 기관을 통한 이동보다 다량의 구성지능체계를 이용한다. 이 초상기술체계는 짧은 순간 인공적인 지성체를 무에서 창조한 직후 즉시 폐기함으로서 막대한 생명약동에너지를 기적학적 출력으로 바꾸어 로켓과 유사한 추진기관으로 환원한다. 이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SCP-1692-KO는 내부의 도시 공동체를 지탱하고 있다.
후미부의 대형 발전 시스템과 지하부의 소형 발전기로부터 이어진 기적술 치환 전선이 도시 전체에 이어져 있다. 동시에 담수 재사용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이어져 곳곳의 담수호와 연결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와 물이 공급된다. 인공 태양이 지정된 궤도 ("인공 황도")를 통해 빛을 조절하고 물과 전선은 냉각 가스와 접촉하여 발열을 줄임과 동시에 도시 온도를 일정히 조절한다.3
식량의 경우 도시 한 곳 당 12곳 정도 되는 농업 파워플랜트와 9곳에 달하는 온실 및 식물원, 부속 도시에 다수 위치하는 배양육 및 갑각류 가공 및 육성 시설을 통해 대규모의 식량을 생산한다. 이들 갑각류나 식물의 경우 유전적 분석 결과 지구상의 식량 생물들의 근연종— 예컨대 강아지풀(Setaria viridis), 미국가재(Procambarus clarkii) 등과 일치한다.
이런 시스템 대부분이 자동화거나, 극히 일부의 SCP-1692-KO 내 기술자들의 통제 하에 있다. 그러나 이 기술자들이라 해도 완벽히 SCP-1692-KO의 고도 기술을 이해하거나 그 내력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초대 SCP-1692-KO 파견 대사이자 연구자, 나기사 후미히코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저술했다.
……SCP-1692-KO의 체계는 비현실적이다. 심지어 재단이나 세계 오컬트 연합처럼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초상조직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토록 대규모의 구조물을 기압, 초저온과 고온, 흄 변형에 관계없이 각종 환경에서 거의 고립계로서 비행 이동한다는 것은.
그러나, 현재 도시민들 중 그 누구도 이 기술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쓰이는지 그 전체를 이해하고 있지 않다. 고도의 귀기공학 및 기적공학 기술, 가축과 작물에서 발견되는 상당한 유전적 개조 징후 등은 지구상의 보편 기술을 한참 초월함에도. 그렇다면 이 기술을 처음 고안하고 설계한 자들은……
도시를 처음 공중으로 띄운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SCP-1692-KO 내에 주둔하는 모든 재단 초상기술자, 공간변칙연구자, 외부차원외무부처 인원은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로스트 테크놀로지"— 즉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고 그 일부만을 제어하는 옛 기술이 바로 이 비행선일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 어떤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그 어떤 기술보다도 현대인과 가까이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은 지구가 고대 기계고 우리는 그 옛 기술 위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는 말과 같다. 누군가가 정말 그들의 땅을 창조했음에도 그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듯이.
부록 2 - 도시의 구성: 1개의 수도와 6개의 부속 도시가 존재하고 6개 도시가 중심의 수도를 감싸는 형태이다. 수도는 가장 작은 도시이나 인구가 가장 많고 인프라가 뛰어나다. 명목상 국회 등 정치 기관, 국영 산업체 본부, 대형 도서관과 박물관, 하술할 외부 차원관문들과 대사관 겸 감시시설이 수도에 있다.
도시 내부의 건물은 대부분이 평균 높이 30m, 최대 높이 200m4에 달하는 복합거주구역이나 복합다기능 빌딩이다. 도시 대부분의 구획은 백색이나 회색의 건물이나 시설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 내부를 제외한 다른 도시 내외로는 장거리 교통 체계가 전무하여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대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만 거주한다. 지역 간 의료 시스템은 모두 균형적이고 발달되어 있으나,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도시 주둔 외부차원외무부 인원 에스더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저술했다.
일곱 도시 즉 수도와 여섯 도시의 설계 구조는 독특하다. 그 구조는 단순 "가장 중심이니까 수도"로 정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꽃잎 여섯 개인 꽃을 생각해보자. 꽃받침이 그 중심에 있다. 비행선, 아사의 도시 역시 그러해서 마치 SCP-1692-KO를 만들 때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 같다. 중심에 수도가 있고 그 중심에 가장 높은 빌딩이 있는 완벽한 대칭형이다.
수도 시민들과 비수도권 시민들은 크게 반목하지 않는 것은 물론하고, 딱히 수도-비수도권 간의 유출이나 이동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서 살다 죽는다. 아주 드문 경우만을 제외하면 수도권은 구조부터 수도권에 적합한 직업군을 기르게 되어 있다. 비수도권도 같다.
수도권에는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아사하레"에서 일하는 기술자, 삼두정 정권을 보필하는 비서를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차이도 실은 미미할 뿐이다. 한 해 새로 학교를 졸업하는 특수 인력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동일하다. 그래서 도시들은 분리된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 시민— 젊은 축의 남자와의 면담을 한 적 있다. 또 노인 남성과도 면담해보았다. 젊은 여성, 아이, 노인 여성… 수많은 사람들과 도시학적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반응은 죄다 아래의 변용이다: "이 도시는 원래부터 그러했고 앞으로 그럴 것인데, 수도로 진출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이유도 크게 없다"는 반응 말이다.
아주 드물게 다른 정보를 이야기하던 인물들도 있었다. 군경이거나, 젊은 편인 지식인이거나, 혹은 100세를 넘어간— 우리의 100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노인임은 확실한 노파였다. 이들은 도시 간의 차이가 없는 것과, 사람들이 영원히 고향에서 살다 죽는 것에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도시 간에 차이는 땅 간의 차이 (우리에겐 나라?) 를 부를 수 밖에는 없고, 그러면 사람이 옛날 같이 달라져서 옛날 같이 싸움이 사람들 간에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야말로 이미나Imina의 전유물이다. 그러고 보니 도시를 마지막으로 옮겨다니던 것도 이미나다. 이미나가 아직도 바깥 세상에 도사리고 있다니 유감이다."
이것이 최고 지식인들이 견지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아주 옛날에 "이미나"라는 실체나 어떤 "거대한 갈등"이 있었다는 말일까? 그러나 SCP-1692-KO의 공식 보편 역사는 텅 비어 있다. 지식인들의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는 음모론이나 헛소문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이미나라는 것만 빼고는.
부록 3 - 도시의 정치체제와 법률: SCP-1692-KO는 세습 과두정, 삼두정으로서, 유력 가문 세 곳의 원로가 세습하여 통치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부 공동체는 대부분이 극단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또 정치인들 역시 공권력, 관세, 분배 등 기초적인 사항 유지 외에 사회적 정책을 만들거나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이는 인구 수 및 기술력에 비해 무척 특기할만한 점이다.
내부 공동체, 시민들은 삼두정의 세 통치자 및 그 가문, 대략 '통치스테이션'이라 번역되는 거대한 중앙행정입법체계를 무척 존경하며 일종의 신성불가침역이나 성역으로 간주한다. 세 통치자들 역시 행동의 소극성과는 별개로 시민들에 대한 철저한 의무가 헌법에 준하는 법령에 묘사되어 있다. 이하 기록은 김다희 연구원의 삼두정 통치스테이션 견문록이다.
도시의 거대한 중심 아래에 통치스테이션이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의 중심인 이 건물만은 SCP-1692-KO 전체를 뒤져도 유일하게 백색의 빌딩 마천루 형태가 아니다. 콜로세움처럼 커다란 원형이고 지붕은 평면적이다. 벽면은 견고한 대리석이다. 통치스테이션에 초대받게 된 것은 내부 공동체에게는 엄청난 영예인 듯 했다.
정문 위의 표지판,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은 ↑ 형태다. 안쪽으로 진입하면 홀에는 "시다"로 일컬어지는 대형 박물관이 보인다. 이 시점에서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 전시된 것은 무기였다. 무섭도록 지구상의 무기를 닮은, 미사일, 탱크, 선박 같은 잔해들.
그 바로 위에서 세 명의 통치자의 엄숙한 숙고가 열린다.
4일에 1번 원탁에 둘러얒은 세 통치자가 회의를 가진다. SCP-1692-KO 생산체계는 주민 수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많다. 동시에 외적이란 없다. 그리하여 이들의 회의에서 한동안 가장 큰 토의 주제가 된 것은 우리 재단이었던 모양이다. 이들의 회의는 우리라고 해도 참관할 수 없다. 그래서 회의 시작 후에는 문만 한참 바라보아야 했다.
통치자들은 중년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사이버네틱스 개조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예상과 정반대로 이들의 수명은 남들과 동일하다. 대략 삼십 세에 취임하여 육십 세에 은퇴하고 은퇴 당일은 도시 전체에 일종의 공휴일이 내려진다.
이들은 일반 대중에게 비밀스러운 존재지만 그들 스스로는 비밀스럽지 않다. 그것이 어떤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통치자들의 상황을 보아 아마 우리가 첫 방문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외교 인원이나 별세계의 대사를 맞이하는 데, 그리고 관련 규율을 정하는 데 능숙해 보인다. 시민들도 우리를 과도하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부록 4 - 도시의 문화와 종교: 도시 시민들의 성격을 정확히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노래나 문학 같은 문화가 명백하게 지구의 것과 다르지 않고 도리어 비슷한 요소를 공유한다는 점이 무척 독특하다. 재단 인원들은 이런 특성을 마치 우리와 몹시 흡사한 환경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일지 모른다는 의견을 고수한다. 이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SCP-1692-KO 내부의 관념이 독특하게도 지구나 지구 같은 환경과 대응된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이하는 나르시소 가스파르 박사가 수집한 예시 및 다양한 내부 관념과 문학들이다.
SCP-1692-KO 수도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있다. 돔의 형태인 이 5층짜리 도서관은 내부의 가능한 한 모든 서적을 수집하고 기록을 보관하는 일종의 기록보관소(Archive)다.
나는 이곳의 수많은 문학 및 역사적 기록을 파악하고 있다. 10여 년의 시간 동안 그리 되었다. 그런 수많은 관용어를 외울 기회도 있었다. 나는 이런 것에서 특이함을 느끼고 있다. 오래된 서적들일수록 지구와 유사한 형태의 비유가 나타난다.
도서 중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되었으리라고 추측되는 건 그쪽에서 1,000년 전 작품이라고 분류해 둔 「하라레 이야기」다. 이 작품이 즉 가장 그 이전의 것들과 접해 있다고 할 만 하다. 이야기 곳곳에서 난해하리만치 자연스러운 비유가 등장한다.
"하늘처럼 푸르다"거나 "바다처럼 깊다"느니 "여름"이라느니 하는 요소들은 당연히 이 도시에 실존하지 않는다. 담수 저수지 따위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SCP-1692-KO가 이륙한 어느 땅이 있을 테니까.
이런 비실존 요소들은 점점 소멸하여 현대 도시의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더 이상 이런 뜻 모를 비유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인 단어와 맥락 하나만은 시간을 뛰어넘는다. "이미나". 이미나는 마치 아사, SCP-1692-KO 그 자체와 같은 단어처럼 보인다. 아사가 표의문자로 ↑ 형태로 살아남았듯이 이미나는 ○라는 형태로 살아남았다.
이미나란 무엇인가? 나도 내 동료들도, 이미나가 무엇인지 모른다. 심지어 시민들도 그러하다. 이미나를 꺼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은 이미나라는 단어를, 관념을, 모든 부정한 외부의 것으로 알고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미나는 우리의 뱀이고, 경계 저편의 요괴며, 적국과 같다. 이미나는 병이 될 수도 있다.
이미나는 SCP-1692-KO이 아닌 부정성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조차도—
부록 5 - 도시의 역사: 그 어떤 실체도 명확하게 SCP-1692-KO의 역사를 알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뇌부가 이를 감추고 있거나 이전에 어떤 은폐 작업이 있었는지는 물론 불명확하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역사에 관해 거의 의식하지 아니하며 지식도 거의 없다. 그나마 실존하는 역사 관념이라 하면 상술한 "이미나" 개념이다.
"이미나"는 앞선 대부분의 도시 단위의 대립항으로 여겨진다. SCP-1692-KO의 자동화 시스템, 규격화된 도시, 특정한 직업 외의 다른 직업, 그리고 도시 "밖"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이로 인하여 도시의 규율은 이분법적으로서, 산하 공권력 및 집단 의식은 옳은 것을 지키고 이미나에 속하는 것을 퇴치하는 것으로서 분류될 것이다. 이하는 "이미나"라는 것에 대한 고찰이다.
나르시소 가스파르의 부록
말했던 것과 같다.
이미나는 바깥이고, 또 다른 이들이다. 이미나란 우선 당연히 "SCP-1692-KO가 아닌 것"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주 예전 그러니까 비행선 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는 엄히 타인과 분리되어 재단 인원끼리만 교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자연스러워졌다. 지구와 교류하는 일은 사실상 SCP-1692-KO 전체의 흐름이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미나가 아니였지만 동시에 "이미나가 아직도 바깥 세상에 도사리고 있다니 유감이다" 하던 말도 들었다.
우리는 모두 한때 이미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곧 그 개념은 우리의 격리와 같았다. 무언가를 단절하는 것, 무언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그것은 변칙을 격리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나를 쫓아낸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미나는 우리의 변칙이고, 우리의 변칙이 그들의 이미나다. 그리고 그들은 변칙. 우린 이미나다.
이미나라는 단어가 왜 그리 부각되었는진 모른다. 김다희 연구원이 통치스테이션에서 보았던 그 병기, 전쟁의 이름이 이미나였을까? 그것이 SCP-1692-KO를 만들게 된 계기였을까? 고향 행성을 삼킨 어느 사악한 여신의 이름이 이미나였을까? 혹은 이미나라는 독재자가 있었을까? 꺼리는 이름이었을까?
그러나 우리로서는 추측할 따름이다. 어떤 이미나라는 것이 그들과 도시의 비행유랑을 촉발했으리라고. 그리고 그것이 그들 모두에게, 사회에게 남아 있으리라고. 우리가 이를 알아야 할까? 알 수 있을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재단에서 변칙에게 그러하듯이.
SCP-1692-KO의 역사적 맥락 부족으로 인하여 재단 인원들의 역할은 현재 연구가 아닌 외교 관계로만 기능하고 있다. SCP-1692-KO의 미발굴되거나 숨겨져 있는 사회적 합의나 역사 지식 역시 존재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SCP-1692-KO가 지구상에 더 접근하여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주둔 인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땅을 뒤로하고, 남자는 이제 진동도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떠오른 비행선 도시 중심에 섰다. 땅에서는 이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이미나Imina의 긴 장막이 지면에 드리웠다. 그것은 교활했고 잔혹한 전쟁이었다. 동시에 지나친 신이었다. 탐욕이었다. 비행선 역시 그 장막에 휘말렸더라면 전쟁 병기로서 숨을 마쳤을 것이었다.
저 멀리 고향 별은 ○처럼 보였다.
남자의 곁에서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둘은 지쳐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도시를 공중으로 띄웠지만, 쉬운 일은 당연히 아니었다. 둘 모두 그렇게 동의했다. 인공지능의 꿈은 향후 몇 만 년간 이 거대 도시를 차원 간 유영시킬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안에서 죽고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여자는 웃었다. "모든 사람의 모든 기억을 재조정하는 거야."
여자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남자는 손을 들어 닦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손을 들 정도의 힘이 없었던 것은 둘째치고 자신의 코에서도 붉은 줄이 드리웠으므로.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으로 바꾸는 거지?"
남자는 물었다.
"물론."
"그럼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이미나가 아니겠네?"
"잘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거지."
"그래."
둘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이 되면 도시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듯이 도시의 사람들이 될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아닌 사람은 누구도 없다. 누구도 실향민이 아니다. 누구나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일하면서 늙고, 가족을 만들고 죽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다. 여자는 버튼을 눌렀다. 조명이 꺼지고 방 안은 어둠만이 드리웠다. 필요없는 방이 된 것이다.
"잘 자."
"사랑해, 마지막 이미나."
"나도.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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