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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목: SCP-1691-KO 실낙원 작전의 패잔병이자, 재단 최후의 직원 마들렌 아만드. 낙원으로 가는 길에 오르다.
저자:Raihorizon
조각문서 링크
https://scpko.wikidot.com/fragment:scp-1691-ko-1
https://scpko.wikidot.com/fragment:scp-1691-k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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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691-KO
등급: 안전
특수 ██ 절차: SCP-1691-KO와 관련된 모든 문서는 민간인을 포함한 실낙원 작전의 동참자들에게 공개한다.
상세 사항은 실낙원 작전 문██ 참고하라.
실낙원 작전의 지휘 및 SCP-1691-KO의 변칙성 탐구는 차원학부의 배일호 이사관보가 총괄한다.
설명: SCP-1691-KO은 만 15~16세로 추정되는 인간 여성 두 █으로 이루어진 인간 관계로, 차원 장벽 붕괴를 중심으로 한 현실 조작을 발생시킨다. 구성원은 각각 SCP-1691-KO-█와 SCP-1██1-KO-2로 지정되어 있다.
SCP-1691-KO-1은 무█식적 현실조정자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실 조작을 행한다. SCP-1691-KO-1의 현실 조작 능력은 SCP-1691-KO를 중심으로 한 오감, 즉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불규█한 크기의 공간을 XCK급 극한 사태 이전의 정상적인 기후 및 사회 질서를 유█하고 있는 모습으로 변형시킨다.
현실 조작이 일어날 때 차원 수치의 하락도 동반하는 걸 보아 차원간 안정 장벽 붕█를 일시적으로 초래하는 █ 분명하나, 그 이후 발█하는 기작이 차원 융합인지, 아님 차원 복제인지는 불분█하다. SCP-1691-K██ 멀리 떨어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나, 스크랜턴 현██ 닻과 차원 동화 보관함을 이용하면 변형된 █실을 고정시켜 거주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보호장구 없이 SCP-1691-KO-1의 변█성 영향권 범위에 놓인 생물█ 곧바로 █형과 기억█ 변형된 현실에 어울리게 동화되며, 영향권에서 벗어 났█ 시 본래 외형█ 되찾는 것과 동시에 뇌사 █태에 빠진다. █낙원 작전의 일환█로 개발된 ████ ██ ██ 보호구를 착용하면 최대 두 █간 동안 SCP-1691-KO-1의 동화를 피해가며 █존이 가능하다.
SCP-1691-KO-2는 현실성 침강으로, █C█-1691-KO █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불분█하나, 정황상 SCP-1691-KO-1의 ██성 강도를 조율하█ 있는 것██ 추정█다. 현재 SCP-1691-KO-2의 변칙성에 의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SCP-1691-KO-1과 SCP-1691-KO-2 각자의 변칙성은 따로 봤을 시 즉각 K급 시나리오를 야기할 정도로 불안정하나, 둘이 ██의 변칙성을 일정 수준 상██켜 평형이 유지된다.
이와 별개로 SCP-1691-KO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변칙성에 무지하며, 대상에게 변칙성을 인지 시키려는 시도는 극심한 거부반응 및 █화자의 소멸을 야기했다. ███-1691-KO에 의해 말소당한 인원 및 요██ 단체 리스트를 열람██면 실낙원 작전 ███ 참███.
발견 기록: SCP-1691-KO는 XCK급 극한 사태로 인해 대한█국 정부가 █가 붕괴를 선언한지 하루가 지난 뒤에 서울 ███에서 발견되었다. 개체는 당시 생존█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왔으며, 격리 전 SCP-1691-KO의 변칙성에 의해 사망한 이들은 ███명에 이른다.
재단은 다른 정상성 유지 단체 및 적대 관계에 있었던 요주의 단체와도 협력하여 SCP-█691-█O의 격리 및 변칙성을 이용한 XC 사태의 피해 완화를 █도했으며, 실낙원 작전을 구상하기에 이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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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기록-모든 인원에게 공개
관찰 기록 25409
날짜: 2███/██/██
장소: 백화점에 있는 옷가게
SCP-1691-KO-1가 진열된 옷을 살펴보고 있고, SCP-1691-KO-2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SCP-1691-KO-1: 뭔가 맘에 드는 옷이 없네.
SCP-1691-KO-2: 지난번에 왔을 때 왕창 샀으면서 또 사려고?
SCP-1691-KO-1: 그때 산 옷들은 다 질려서 말이야.
SCP-1691-KO-2: ·····아직 2주밖에 안 지났는데?
SCP-1691-KO-1: 그래.
SCP-1691-KO-2: 돈 많아서 부럽다 야.
SCP-1691-KO-1: 난 하은이가 돈 아낄 줄 아는게 부럽던데.
SCP-1691-KO-2: 부러우면 좀 보고 배워.
SCP-1691-KO-1: 싫어. 돈은 쓰라고 있는거야.
SCP-1691-KO-2: 이게 진짜·····.
SCP-1691-KO-2가 한숨을 내쉰다.
SCP-1691-KO-2: 예지야.
SCP-1691-KO-1: 응.
SCP-1691-KO-2: 옷 다 산 뒤에 파르페 먹으러 갈래?
SCP-1691-KO-1가 살펴보고 있던 옷을 제자리에 걸어 놓는다.
SCP-1691-KO-1: 아니, 지금 가자.
SCP-1691-KO-2: 옷 안 살 거야?
SCP-1691-KO-1: 오늘부터 돈을 아끼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 보려고.
SCP-1691-KO-2: ·····너 그 말한 거 지금이 일곱 번째인거 알아?
[촬영 종료]
여름철 옷가지들을 잔뜩 얻었다. 얼어 붙기 전에 빨리 발전기에다 넣어야지. 오토바이 짐 칸 바닥에다 까는 식으로 넣으면 넉넉하게 챙길 수 있을거다.
발전기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터만 갈아 끼워주면 앞으로 십 년은 거뜬할 거다.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
관찰 기록 25410
날짜: 2███/██/██
장소: 백화점에 딸린 파르페집
SCP-1691-KO-1: 차가워·····.
SCP-1691-KO-2: 아이스크림이니까 당연히 차갑지.
SCP-1691-KO-2가 숟가락으로 파르페를 한숟갈 퍼서 먹는다.
SCP-1691-KO-1: 근데.
SCP-1691-KO-2: 왜.
SCP-1691-KO-1: 왜 하나만 시킨거야?
SCP-1691-KO-2: ·····왜 주문 할 때는 아무 말도 안하더니 이제와서 뒷북치고 있어.
SCP-1691-KO-1: 아니, 하은이는 똑똑하니까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안했던 건데, 곰곰히 생각해도 역시 이상하단 말이지.
SCP-1691-KO-2: 돈 아끼는 방법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했지? 지금부터 가르쳐주려고.
SCP-1691-KO-1: 헤에.
SCP-1691-KO-2: 너 맨날 파르페 먹으면 반도 못 먹고 남겼잖아. 그럴거면 그냥 둘이 하나 사서 나눠 먹는게 훨씬 경제적이야.
SCP-1691-KO-1: 하은이는 파르페 사면 바닥까지 긁어 먹지 않아?
SCP-1691-KO-2: ·····다이어트 할 거야.
SCP-1691-KO-1: 그 소리 한 열 세번은 들었던 거 같은데.
SCP-1691-KO-2: ·····시끄러.
SCP-1691-KO-1: 갠적으로 다이어트는 안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하은이의 가슴이 쪼그라들게 되면 좀 아쉬울 것 같아.
SCP-1691-KO-2: ·····.
SCP-1691-KO-2가 뾰로통한 얼굴로 SCP-1691-KO-1을 바라 보더니, 숟가락을 입으로 깊게 빤 후 파르페 안에다 집어 넣는다.
SCP-1691-KO-1: 하은아?
SCP-1691-KO-2는 숟가락을 거칠게 휘저으며 파르페를 섞는다.
SCP-1691-KO-1: 김하은 시발 미쳤어?
SCP-1691-KO-2: 영양분 보충이야. 감사히 먹으라고.
SCP-1691-KO-1: 침에 영양분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다고! 그리고 누가 파르페를 몸에 좋다고 먹어?
SCP-1691-KO-2: 좀 전까지는 내 침 섞인 파르페 잘만 먹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난리야?
SCP-1691-KO-1: ·····아, 그러네.
SCP-1691-KO-2: 잠깐! 왜 벌써 납득하는 거야!
SCP-1691-KO-1: 쭉 하은이의 타액이 섞인 파르페를 먹고 있었는데, 침이 조금 더 들어간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서.
SCP-1691-KO-2: ·····예지다운 결론이네.
SCP-1691-KO-1: 하은이가 방금 한 짓은 정말 하은이다웠어.
SCP-1691-KO-1이 숟가락으로 파르페를 퍼서 입 안에 넣은 후, 숟가락을 천천히 물고 빨면서 입 안에서 꺼낸다.
SCP-1691-KO-1: 이런 걸 보고 싶었던 거야?
SCP-1691-KO-2: 개촌스러우니까 치명적인 척 하지 마.
SCP-1691-KO-2가 파르페를 평범하게 먹는다.
SCP-1691-KO-1: 그래도 설랬지?
SCP-1691-KO-2: 아니.
[촬영 종료]
아이스크림을 먹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방이 차가운 걸로 가득한 세상에서 차가운 걸 먹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하셨다. 쿠키 앤 크림이 제일 좋으셨다고 했는데,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감칠맛이 나는 쿠키가 박혀 있는 게 일품이었다고 하셨다.
쿠키도 크림도 먹어 본 적이 없으니 무슨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침 여기 하나 있으니 챙겨서 엄마에게 선물로 드려야겠다.
관찰 기록 25411
날짜: 2███/██/██
위치: 번화가 도로
SCP-1691-KO-2: 나 급발진 하는 거 너무 심한 거 같지 않아?
SCP-1691-KO-1: 응.
SCP-1691-KO-2: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네·····.
SCP-1691-KO-1: 그래주기를 바란 거 아니었어?
SCP-1691-KO-2: 그럴 때는 별로 안 심하다고 대답해 주는 게 예의야.
SCP-1691-KO-1: 그런 쌍팔년도 꼰대식 예의는 별로 안 좋아해.
SCP-1691-KO-2: ·····알았어. 아무튼 간에 파르페 먹을 때도 그랬고, 며칠 전에 예지 지갑을 훔치려고 했던 소매치기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 것도 그렇고·····나 요즘 너무 급발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SCP-1691-KO-1: 나에게 피해 주려고 한 건 아니잖아.
SCP-1691-KO-2: 파르페는 너 엿먹으라고 한 짓 맞는데?
SCP-1691-KO-1: 진짜?
SCP-1691-KO-2가 침묵한다.
SCP-1691-KO-1: 근데 좀 심한 거 같긴 해. 잘 끝나서 다행이지, 아님 소매치기가 아니라 하은이가 감옥에 들어 갔을걸.
SCP-1691-KO-2: 소매치기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어버리지 않았다면 현실이 됐을지도 몰라·····.
SCP-1691-KO-1: 감옥에 가도 괜찮아. 하은이가 감옥에서 나올 때 까지 기다려 줄 거니까.
SCP-1691-KO-2: 안 갈거야.
[촬영 종료]
낙원에는 수시로 벌레가 꼬였고,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망치를 들고 호기롭게 SCP-1691-KO에게 다가간 거한은 낙원의 규칙에 의해 무해한 소매치기로 변했고, 소매치기마저 보기 좋게 실패했다.
SCP-1691-KO-2는 쓰러진 소매치기가 일어나기 전에 다가가서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두개골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하게.
SCP-1691-KO-2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소매치기를 계속 걷어찼다. SCP-1691-KO-1가 열심히 말리지 않았다면, 소매치기는 SCP-1691-KO-2에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소매치기를 죽인 건, 아니, 이 세상에서 지워버린 건 SCP-1691-KO-1다. 늘 그랬던 것 처럼 방해꾼은 먼지로 흩어져 버렸다.
둘은 그 광경을 한 5분 정도 멍하니 바라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던 길을 가길 시작했다.
기억의 재정렬과 변칙의 정당화. 엄마는 둘이 저러는 걸 그렇게 불렀다. 변칙 사건이 발생했을 시 나타나는 방어기재라는데·····. 잘은 모르겠다. 역시 난 과학 체질은 아니야.
관찰 기록 25412
날짜: 2███/██/██
촬영 장소: 버스정류장
SCP-1691-KO-1과 SCP-1691-KO-2는 정류장 밴치 위에 앉아있다가, 버스가 오자 타고 떠난다.
[촬영 종료]
엄마가 여기서 죽었던 건 안다. 마지막으로 추적 신호가 잡혔던 게 여기였으니까.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른다. 엄마는 영상 장비를 꺼둔 채로 SCP-1691-KO에게 다가갔으니까.
급하게 달려왔지만 남은 건 반밖에 남지 않은 슈트와 먼지 무더기 말고는 없었다.
슈트 안에는 먼지밖에 없었다. 나는 먼지라도 두 손으로 긁어 모아서 수습했다.
엄마가 죽은 자리에 무덤을, 모든 게 얼어붙기 전에 찍었던 사진과 먼지가 담긴 작은 단지로 간단하게 무덤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화가 나서 저질러 버린 화풀이었다. 자기가 죽은 자리에, 그것도 SCP-1691-KO-1의 눈에 띄면 소멸해 죽었다는 흔적마저 사라져 버릴 자리에 무덤을 만드는 건 제법 괜찮은 복수 같았다. 한 번도 꺼내본 적 없었던 닻도 복수를 위해 꺼냈을 정도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무덤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CP-1691-KO가 한 달에 한번은 꼭, 방학 기간 중에는 거의 매일같이 지나가는 곳에다 만들었는데.
아무튼 시간이 날 때마다 무덤에 가서 엄마를 만나러 간지 이제 2년이 다됐다.
지옥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맛있을까, 암튼 그런 생각을 하며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을 사진 앞에다 두고 왔다.
병풍 인간들은 SCP-1691-KO가 가까이에 있을 때만 나타나고, 목적 없이 걸어 다니거나 SCP-1691-KO와의 상호작용에만 반응하니, 아이스크림을 먹어 치우는 건 더위일 것이다. 어쨌거나 여기는 닻의 은혜로 인해 얼어붙지 않고 있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놓은 뒤에는 보호구의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SCP-1691-KO의 영향권 밖으로 빠져나왔다. 적어도 300m는 떨어져 있어야 안전하다고 엄마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닻은 보호구 없이도 여기서 살 수 있게 해줬지만 SCP-1691-KO가 가까이 왔을 때는 기능이 잠시 멈춰 쓸모가 없어진다고 한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나도 엄마랑, 여기서 살아가 보려고 애썼던 수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말로를 맞이하겠지.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
저런 것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아.
관찰 기록 25415
날짜: 2███/██/██
촬영 장소: 둘이 같이 사는 2층집
SCP-1691-KO-1: ·····바다로 놀러 갈까.
SCP-1691-KO-2: 응, 다녀와.
SCP-1691-KO-2는 읽고 있는 책에서 눈길을 때지 않는다.
SCP-1691-KO-1: 둘이 같이 가는 건데.
SCP-1691-KO-2: 귀찮아. 그리고 나 수영 못하는 거 알잖아.
SCP-1691-KO-1: 나도 수영은 못하는데.
SCP-1691-KO-2: 됐어, 안 가. 작년에도 바다 갔다가 나 하루 종일 투덜거리기만 했던 거 잊었어? 또 스트레스 받고 싶으면 나도 같이 끌고 가던가.
SCP-1691-KO-1: 으·····.
SCP-1691-KO-1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SCP-1691-KO-2를 바라본다.
SCP-1691-KO-1: 나·····.
SCP-1691-KO-2: 왜.
SCP-1691-KO-2가 컵에 담긴 음료수를 들이킨다.
SCP-1691-KO-1: 이번에는 비키니 입고 갈 거야.
SCP-1691-KO-2가 음료수를 입으로 뿜는다.
SCP-1691-KO-2: 너 드디어 미쳤냐?
SCP-1691-KO-1: 왜? 비키니도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입으라고 만든 엄연한 수영복이잖아.
SCP-1691-KO-2: 작년에는 내가 같이 사서 입자고 하니까 우린 저런 야한 거 입으면 안된다면서 꼽 엄청 줬잖아!
SCP-1691-KO-1: 이젠 아니야. 아아, 비키니는 정말 아름다운 옷, 신이 빚어낸 최고의·····.
SCP-1691-KO-2: ·····너 진짜 내가 그런 거에 홀라당 넘어가서 따라갈 거라 생각 하는 거야?
SCP-1691-KO-1: 응.
침묵이 감돈다. SCP-1691-KO-2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SCP-1691-KO-2: ·····뭐,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립긴 했으니까.
SCP-1691-KO-1: 것 봐. 홀라당 넘어 간다니까.
SCP-1691-KO-2: 됐어. 그래서 비키니는 언제 사러 갈 건데.
SCP-1691-KO-1: 지금 갈까?
SCP-1691-KO-2: 나야 괜찮긴 한데·····설마 바다 내일 바로 갈 생각인 건 아니지?
SCP-1691-KO-1: 바로 갈 건데.
SCP-1691-KO-2: ·····너 진짜·····.
[촬영 종료]
엄마는 둘이 저러는 걸 '염장질' 이라고 불렀다. 뭔 뜻인지 직접 설명해 주시지는 않았지만 남들 다 고생하고 있는데 둘끼리 꽁냥거리는 걸 보고 그렇게 부른다·····라고 내 멋대로 이해했다.
이 '염장질'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절망을 안겨다 준 모양이다. 엄마를 비롯한 수많은 재단 사람들은 희생 끝에 SCP-1691-KO가 뒤바꾼 현실을 닻으로 고정 시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낙원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평온하게 살지 못했다.
혼자서 죽기.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죽기. 아님 SCP-1691-KO에게 죽기. 몇몇은 이런 지옥에서는 살 수 없다면서 추운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낙원과 닻을 유지할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낙원에 남은 건 엄마랑 방독면을 항상 쓰고 다녔던 이상한 아저씨 말고는 없었고, 아저씨가 자살하는 일이 생기자 엄마랑 나는 곧바로 낙원을 떠났다. 그 뒤로는 쭉 바깥쪽에다 캠프를 차려 SCP-1691-KO의 효과로 생겨난 물품들만 회수하고 다녔다.
낙원에 있으면 괴로워, 애초에 우리는 낙원에 있어서는 안돼서 그런 거야. 낙원에는 SCP-1691-KO 말고는 아무도 있어서는 안되는 걸. 우리는 들어가기도 전에 추방 당한 거야.
근데 의외로 엄마는 마지막까지 낙원을 충실하게 관리했다. 언젠가 여기로 다른 사람이 올 거라고 믿었던 걸까.
어리석다. 우둔하다. 그런 엄마라고 해도 혼자서 죽으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했었는데.
나도 '염장질'은 상당히 짜증 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염장질 덕분에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데. 예전에도 여기다 썼던 것 같지만 난 아직 죽을 생각 없다. 죽을 생각 없다. 죽을 생각 없다고. 없어.
죽고 싶지 않아
낙원을 버리고 떠난 다른 사람들처럼 무심하게 죽지 않을 거야
날 세상에 버려두고 가버린엄마처럼죽지않을꺼야
근데 이제 아무것도 안 남았잖아
살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
바다, 그러니까 꽁꽁 얼지 않은 정상적인 바다에 가볼 기회가 작년에 있긴 했지만, 그때는 SCP-1691-KO가 아주 멀리 떨어진 부산이라는 곳으로 가 버려서 따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부산으로 가던 세상의 끝으로 가던 무조건 따라 갈 생각이다.
멀리 나가서 버틸만한 물자는 충분히 있다. 오토바이의 짐칸도 넉넉하니 다 넣을 수 있다. 필요한 건 내 의지 뿐.
이번에야 말로 따뜻한 바다를 보고 싶어
관찰 기록 25416
날짜: 2███/██/██
촬영 장소: 공항
SCP-1691-KO-1과 SCP-1691-KO-2가 공항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촬영 종료]
비행기? 비행기?
게다가 행선지는 부산이 아니라 몰디브의 벨리나 국제공항이였다.
하루 안에 해외 여행 준비를 다 마치다니, 이것도 SCP-1691-KO-1의 힘인 건가?
그래도 몰고 온 오토바이랑 보호구 배터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짐을 닻과 함께 비행기 짐칸에 보관하는 건 어찌어찌 성공했다. 공항에 대기 중인 비행기는 하나밖에 없었고, 허울 뿐인 병풍 인간들은 나를 막지 않았으니.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거다.
지금 너무 무섭다. 멀미를 심하게 하면 어쩌지?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쩌지? SCP-1691-KO-1가 이상함을 느끼고 날 지워버리면 어쩌지?
그런 불안감을 품으면서, 난 둘과 같이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을 기달
지금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것도 SCP-1691-KO 바로 뒤에서.
보호구 덕분에 둘은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가 저 둘이 내 눈치를 못 채는 건인식 필터 덕분 어쩌구 했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날 전혀 눈치채지 못한 둘은 여전히 '염장질'에 몰두하고 있다. 근데 이젠 염장질에 짜증이 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둘이 머나먼 낙원에 있는 변칙 개체로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에 타게 된, 다소 소란스러운 언니 두 명.
저 둘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 걸까.
이런 죄를 품어도 낙원에 들어갈 수 있을까.
관찰 기록 25417
날짜: 2███/██/██
촬영 장소: 밸리나 국제 공항
SCP-1691-KO-1: 야, 저기 우리 짐 나온다.
SCP-1691-KO-2: 내리자마자 나와서 다행이네·····.
둘은 컨베이어 밸트에서 각자의 캐리어와 배낭을 집어 든다.
SCP-1691-KO-1: 첫 호텔은 공항에서 배 타고 30분 거리에 있어. 바로 출발할래, 아님 여기서 뭐 좀 먹고 출발할래?
SCP-1691-KO-2: 별로 안 멀던데 바로 호텔로 가자·····응?
SCP-1691-KO-1: 왜 그래?
SCP-1691-KO-2: 왜 저기서 오토바이가 나오는 거야?
SCP-1691-KO-1: 원래 저기서 나오는 거 아냐?
SCP-1691-KO-2: 오토바이는 차량이잖아! 비행기에 따로 전용 칸이 있겠지! 그리고 저긴 가방이나 택배 같은 거 나오는 곳이라고!
SCP-1691-KO-1: 2년 전에 봤던 영화에서는 저기서 오토바이가 세 대나 나왔는데·····.
SCP-1691-KO-2: 그리고 다들 멋있게 오토바이 잡아 들고 타면서 가면라이더로 변신·····.
[영상 종료]
오토바이가 저기서 나왔을 때는 나도 상당히 당황했지만, 이상함을 느낀 SCP-1691-KO-1이 오토바이를 지워버리기 전에 재빨리 움직였다.
둘이 예전에 본 영화가 현실 개변에 영향을 미쳐서 일어난 촌극인 것 같았지만, 어찌어찌 무사히 도망치는 건 성공했다. SCP-1691-KO-1도 상황을 대충 넘어간 건지 난 아직 살아있다, 죽지 않았다.
헌데 SCP-1691-KO에서 너무 멀리 가버린 탓일까, 바다는 얼어 붙은 상태 그대로였다.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괜찮다. SCP-1691-KO와 함께하면 질리도록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니까.
추억을 잔뜩 남기고 돌아가자.
다시 출발하려고 좌석에 앉았더니, 갑자기 바다의 겨울이 사라졌다.
얼어 붙지 않은 바다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파도치는 해안, 유리처럼 투명한 바닷물.마치 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닻으로 만들었던 가짜 낙원이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진짜 낙원.
역시 SCP-1691-KO는 하나님인 걸까.
관찰 기록 25418
날짜: 2███/██/██
촬영 장소: 밸리나 국제 공항, 배 안.
SCP-1691-KO-2: 몰디브 여행이라고 해서 엄청 비싸고 호화로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저렴한데다 소박하네·····.
SCP-1691-KO-1: 배낭여행이 원래 그렇지 뭐.
SCP-1691-KO-2: 덕분에 저축해 둔 금액으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였지 뭐야. 아, 그래도 좀 기대했는데·····호화롭고 럭셔리한 몰디브 관광·····.
SCP-1691-KO-1: 나도 호화롭게 가보고 싶긴 해. 하지만 지금은 돈 아끼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SCP-1691-KO-2: 이럴 때는 굳이 안 배워도 되는데·····.
SCP-1691-KO-1: 미안. 역시 나라고 해도 몰디브 초호화 관광은 무리였어.
SCP-1691-KO-2: 아하하·····.
[촬영 종료]
처음에는 기뻤지만, 점점 좌절감이 차 올랐다.
낙원에 어찌어찌 합류하는 건 성공했지만, 자유는 얻지 못했다. 이 갑갑한 보호구를 입고 있는 한 난 뭘 먹을 수도 없고, 물에 들어가서 헤엄칠 수도 없다.
단순한 방관자로 있던 예전이었다면 사진이랑 동영상을 조금 찍어가는 걸로 충분히 만족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도 낙원에서 당당하게 SCP-1691-KO, 그러니까 저 둘, 예지 언니와 하은 언니랑 같이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다.
변칙 개체로만 대했던 언니들의 이름을 직접 적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근데 이제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언니들의 이름을 직접 소리 내어 부르고 싶어졌다.
엄마는 보호구가 소리까지 숨겨주지는 못하니 SCP-1691-KO에 가까이 가야 할 일이 있으면 최대한 조심하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셨다. SCP-1691-KO-1가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느낀다면 아아아 지옥에 떨어진 년의 말 따위 꺼지라고 해
나는 반드시 낙원에 합류하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