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650-KO
등급: 무효
특수 격리 절차: SCP-1650-KO는 제21K기지 내에서만 나타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격리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현재 존재학부가 SCP-1650-KO의 현상 규명 중에 있다.
설명: SCP-1650-KO는 제21K기지 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변칙적 사건으로, 제21K기지의 연구이사관보로 재직 중인 배일호 박사의 중심에 발생하였다. SCP-1650-KO는 배일호 박사 주변에 인접한 생물학적 곤충의 개념적 인과를 SCP-1650-KO-1로 변화시킨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의 친모와 동일한 정체성1을 지니고 있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와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비변칙적인 개체로 돌아온다.
참여 인원: 배일호 박사, 서현우 심리상담가
비고: 다음은 SCP-1531-KO 사건 이후로 개별적으로 진행된 배일호 박사의 심리 상담 평가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배일호 박사의 친모에 대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다.
[15분 간 진행된 상담 생략]
서현우 상담가: 좋습니다. 일호 씨. 그럼, 이제 가정사에 관해 얘기해 봅시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배일호 박사: 지금 내게 패드립치는 거야?
서현우 상담가: 네?
배일호 박사: 아, 아니었구나. 진짜 질문이었군요.
배일호 박사: 어디 보자… 우리 엄마. 갑자기 얘기하려니까 생각 좀 걸릴 것 같은데.
서현우 상담가: 어, 네. 천천히 말씀해 주시죠.
배일호 박사: 우리 엄마… 우리 엄마라… 음, 그러니까 그게… 날 많이 사랑하신 분?
서현우 상담가: 그 사랑이란 뭔가요?
배일호 박사: 모르겠는데. 딱히 그 사랑에 대해 잘 기억나지는 않아요. 날 사랑했고, 내가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힘을 길러줬죠.
서현우 상담가: 어머니하고 지금 관계는 어떻죠?
배일호 박사: 여전히 친하죠. 우린 언제나 친구처럼 지냈으니까. 지금도 종종 연락해요. 문자로만 소통하긴 하지만. 왠지 전화는 좀 그렇더라고요.
배일호 박사가 다리를 꼰 채 턱을 괸다.
배일호 박사: 아니, 잠깐. 그건 아닌가.
배일호 박사: …모르겠네.
배일호 박사: 어머니는 날 사육했어요.
부록 1650-KO.01: 전술한 상담이 진행된 이후, 배일호 박사의 주변에서 SCP-1650-KO가 발생했다. 다음 기록은 첫 발생으로 추측되는 목격 사례다.
배일호 박사가 복도를 걷는다.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있다.
배일호 박사: 씨부럴… 재단 이 간나새끼들… 나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또 어딨는데.
배일호 박사가 멈춘다. 그 앞에 이질바퀴 한 마리가 보인다. 대상은 도망가지 않고 배일호 박사를 응시하고 있다.
배일호 박사: 응? 이질바퀴잖아?
배일호 박사: 미국바퀴라는 말로도 불리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바퀴벌레 중 가장 커다란 놈!
배일호 박사: 나 이거 왜 알지.
배일호 박사: (한숨) 아무래도 나무위키 좀 적당히 봐야겠어.
배일호 박사가 쭈그려 앉는다.
배일호 박사: 얌마. 너 여기 있으면 살충제 맞아. 여기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배일호 박사가 손을 천천히 향한다. 이질바퀴가 더듬이를 꿈틀거린다.
배일호 박사: 투슬리스… 너야?
이질바퀴?: 일호니
배일호 박사: 어?
이질바퀴?: 여기 어디니
배일호 박사가 잠시 멈칫한다. 이질바퀴가 그의 손등 위에 올라탄다.
배일호 박사: …엄마?
조사 결과, SCP-1650-KO-1이 인과성-정체성 존재론적 관점의 개념적 덮어쓰기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배일호 박사는 존재학부에 문의해 해당 현상에 대한 공식 답문을 받았다
발신자: 배일호 박사 ten.pics|yug3mosn4h#ten.pics|yug3mosn4h
수신자: 이준영 학과장 ten.pics|4gnoeynuji#ten.pics|4gnoeynuji
제목: 서신에 대한 공식 답문
원인을 찾았습니다. SCP-1650-KO(이제부터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갈 테니, SCP-1650-KO라고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는 인과성-정체성 존재론적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배일호 박사님의 모친과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는 이전 설명드린 SCP-1777-KO와 일정 부분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뭇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SCP-1650-KO-1은 박사님의 모친과 동일한 존재인 동시에 다릅니다. 도플갱어라고 생각하시는 게 편하겠죠. 현시점에서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추측건대 박사님이 보유하신 변칙성이 모종의 상호작용을 거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기다리면 됩니다. 정체성은 소모됩니다. 적어도 일주일 안에 무력화될 겁니다.
이후 배일호 박사는 SCP-1650-KO와-1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관찰 기록을 남겼다.
배일호 박사: 이해하셨죠? 시간이 지나면 곧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SCP-1650-KO-1: 그렇구나
배일호 박사: 뭐야, 진짜 이해하셨어요?
SCP-1650-KO-1: 아니
SCP-1650-KO-1: 넌 어릴 때부터 꼭 그렇게 어렵게 말하더라
배일호 박사: 어찌 됐든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라는 거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가짜라는 거죠.
SCP-1650-KO-1: 자세
배일호 박사: 아니, 내 말 듣고 있긴 해요?
SCP-1650-KO-1: 다리 좀 풀고 앉으라고 언제나 말했잖아
SCP-1650-KO-1: 허리 그렇게 접고 다니면 남들이 무시해
배일호 박사: 아니, 그니까 진짜 엄마처럼 굴지 말라니까.
배일호 박사가 꼰 다리를 푼다.
SCP-1650-KO-1: 나는 엄마란다
SCP-1650-KO-1: 네가 얼마나 잘 컸는지 보고 싶었단다
배일호 박사: …진짜로요?
배일호 박사: 아니, 아니지. 뭔 생각을 하는 거람, 나.
SCP-1650-KO-1: 내가 기억하는 넌 조그맣고 말랐는데
SCP-1650-KO-1: 언제 이렇게 컸어
SCP-1650-KO-1: 비록 시커먼 가면 같은 걸 뒤집어쓰고, 성질은 더 버려놨지만
배일호 박사: 엄, 예, 뭐, 그렇죠.
배일호 박사가 잠시 동작을 멈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SCP-1650-KO-1: 어디 가니
배일호 박사: 잠깐 걸을까요. 제가 다니는 직장이나 소개할 겸.
배일호 박사가 SCP-1650-KO-1과 함께 복도를 걷는다.
배일호 박사: 여긴 재단이에요.
SCP-1650-KO-1: 하얗구나
배일호 박사: 비밀 기관이란 게 원래 그렇죠.
SCP-1650-KO-1: 내게 말해도 괜찮은 거니
배일호 박사: 네, 뭐.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니까. SCP-1650-KO-1.
SCP-1650-KO-1: 건들거리며 걷지 말렴
배일호 박사: 내 말 듣긴 한 거예요?
SCP-1650-KO-1: 그래
SCP-1650-KO-1: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배일호 박사: 대화가 안 되네. 여전히.
배일호 박사: …여전히?
배일호 박사: 모르겠다. 밟힐 수도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배일호 박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한다.
배일호 박사: 여기가 제 사무실이에요.
SCP-1650-KO-1: 이게 뭐야
SCP-1650-KO-1: 사람 사는 곳이 아니구나
SCP-1650-KO-1: 돼지우리 같아
배일호 박사: 예 뭐. 전 치울 시간 같은 것도 없거든요. (V자를 펼친 채 손가락을 몇 번 구부린다) 아주 중요한 인재라서.
SCP-1650-KO-1: 손가락 그따위로 까닥거리지 마
SCP-1650-KO-1: 정리 좀 하고 살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SCP-1650-KO-1: 넌 듣지를 않지, 언제나
배일호 박사: 쫑알쫑알, 시끄럽게. 진짜 엄마도 아니면서.
SCP-1650-KO-1: 종이든 컵이든 제때제때 치우라고
SCP-1650-KO-1: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 앉는다.
배일호 박사: 갑자기 나타나서 엄마처럼 굴지 마.
SCP-1650-KO-1: 내가 네 엄마야
배일호 박사: 엄마는 사람이야. 당신은 그냥 벌레잖아.
배일호 박사: 원래 엄마도 이리 잔소리가 심했나…?
SCP-1650-KO-1: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SCP-1650-KO-1: 넌 왜 네 생각만 하는 거야
배일호 박사: 날 위한다면 그딴 말 하지 마요.
SCP-1650-KO-1: 못난 걸 못났다고 말하지 뭘 어떻게 말하니
배일호 박사: 더 나은 표현도 있었잖아요.
SCP-1650-KO-1: 세상이 네 기분 봐가며 굴러간다고 생각하지 말랬지
SCP-1650-KO-1: 언제나 말했지
SCP-1650-KO-1: 세상살이하려면 마음 독하게 먹으라고
배일호 박사: 알아요. 안다고요. 난 씨발 그래서 한 번 죽었고 되살아났으니까.
SCP-1650-KO-1: 그런데도 배운 게 하나 없네
배일호 박사: 그만 좀 하라고!
배일호 박사가 책상을 세게 내리친다. SCP-1650-KO-1의 몸통이 그대로 박살 난다. 배일호 박사가 당황한 듯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본다.
배일호 박사: …엄마?
잠시 멈춤
배일호 박사: 엄마? 엄마?! 아, 아니― 이러려고 그런 게―
파리 하나가 윙윙거리며 날아온다.
배일호 박사가 파리를 본다. 파리가 그의 콧등 위에 앉는다.
SCP-1650-KO-1: 너 지금 엄마를 때렸지
SCP-1650-KO-1: 나쁜 아들 같으니
SCP-1650-KO 발현 이후 3일이 경과했다. SCP-1650-KO-1은 지속적으로 배일호 박사 주변에 출현해 동행했다.
#기록1
설명: 배일호 박사가 제21K기지 3층 복도를 이동하던 도중, SCP-1650-KO-1이 독일바퀴Blattella germanica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의 걸음걸이와 전반적인 태도에 대해 지적했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을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배일호 박사는 이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실제로 걸음걸이와 자세를 일부 교정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기록2
설명: 배일호 박사가 개인 사무실에서 개인 서류 작업을 수행하던 중, SCP-1650-KO-1이 집파리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사무실 내부 정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으며, 책상 위에 방치된 문서, 컵, 쓰레기 등에 반복적으로 접근했다. 배일호 박사는 무대응하였으나, 약 7분 뒤 책상 일부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운 모습이 기록되었다.
#기록6
설명: 배일호 박사가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내던 중 SCP-1650-KO-1이 하루살이Ephemeroptera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의 수면부족과 카페인 과복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수면을 권장했다. 배일호 박사는 가볍게 넘기려 했으나, 예정되어 있던 업무 일부를 연기하고 휴게실 소파에서 약 40분간 수면을 취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기록13
설명: 배일호 박사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SCP-1650-KO-1이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의 식사 속도와 자세, 편식 습관에 대해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배일호 박사는 초기에 이를 무시했으나, 동일한 지적이 5회 이상 반복되자 식사를 중단한 채 이탈했다.
#기록17
설명: 배일호 박사가 개인 사무실에서 문서 작업을 수행하던 중, SCP-1650-KO-1이 집파리Musca domestica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책상 위 상태와 수면 부족, 복장 상태에 대해 지적했다. 배일호 박사는 "알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으나, SCP-1650-KO-1이 동일한 지적을 멈추지 않자, 고의로 책상 위를 어지럽혔다. 이 과정에서 배일호 박사는 SCP-1650-KO-1의 행태에 대해 신랄한 농담을 지속적으로 날린 게 확인되었다.
#기록23
설명: 배일호 박사가 새벽에 근무하던 중 SCP-1650-KO-1이 미국바퀴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배일호 박사가 즉시 휴식을 취하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명확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SCP-1650-KO가 해당 사항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자, 배일호 박사가 SCP-1650-KO-1을 손으로 쫓아내려고 시도했다.
#기록24
설명: 배일호 박사가 기지 내 탕비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던 중, SCP-1650-KO-1이 나방Heterocera의 형태로 출현했다. SCP-1650-KO-1은 카페인 섭취, 식사 여부, 수면 습관에 대해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배일호 박사는 무시로 일관했으나, "그만할 것"을 요청하며 일회용 컵을 던졌다. 배일호 박사는 SCP-1650-KO-1이 사라질 때까지 탕비실 밖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과호흡 증상과 유사한 신체 증상을 겪는 게 관찰되었다.
부록 1650-KO.02: SCP-1650-KO 발현 이후 5일이 경과한 시점, 배일호 박사와 SCP-1650-KO-1 간의 상호작용이 단편적인 상황에서 일상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SCP-1650-1과 동행한 시간이 점차 길어졌으며, 이에 따라 배일호 박사의 정서적 피로 또한 유의미하게 누적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배일호 박사가 퇴근했다. 그가 겉옷을 벗더니 개인 사무실에 배치된 소파에 앉는다. 들고 있던 봉지를 내려놓는다. 봉지 안에서 컵라면 용기와 캔 커피를 꺼낸다. SCP-1650-KO-1은 미국바퀴의 형태로 나타나 접근한다.
SCP-1650-KO-1: 항상 그런 것만 먹으니까, 몸이 그 모양이지
배일호 박사가 무시한다. 컵라면 뚜껑을 뜯지만, 깔끔하게 뜯지 못하고 반쯤 너덜너덜하게 찢긴다.
배일호 박사: 아.
SCP-1650-KO-1: 제대로 차려 먹어 좀
SCP-1650-KO-1이 컵라면 용기를 타고 기어오른다. 배일호 박사가 깜짝 놀라며 컵라면을 떨어뜨린다.
배일호 박사: 에이씨― 뭐 하자는 건데요 지금!
SCP-1650-KO-1: 널 가만히 둘 수 없어서 그래
배일호 박사: 아, 진짜! 적당히 좀 하시라고요! 바쁘게 일하다 왔는데 라면 하나 못 먹는 게 말이 돼요?
SCP-1650-KO-1: 라면을 먹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 지금
SCP-1650-KO-1: 좀 차려먹으란 거지
배일호 박사: 여기서 뭘 어떻게 먹는데요! 내 사무실에서!
SCP-1650-KO-1: 그러니까 네가 사는 꼴이 늘 그 모양인 거야
잠시 멈춤
배일호 박사: 입 좀 제발 다물어요.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SCP-1650-KO-1: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웃긴다
SCP-1650-KO-1: 난 항상 네가 잘 살길 바라서 한 소리였거든
배일호 박사: …알겠네.
배일호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배일호 박사: 내가 이리 된 건 다 당신 때문이야.
SCP-1650-KO-1: 언제나 넌 내 핑계를 대
배일호 박사: 당신 탓이 아니면 대체 뭔데?! 날 사랑이라도 해주긴 했어?
SCP-1650-KO-1: 배일호
배일호 박사: 맨날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쟤랑 놀지 마라.
배일호 박사: 성공해라, 세상 탓하지 마라.
배일호 박사: 항상 이런 말만 할 뿐이지, 정작 사랑한다는 말 한 번 해준 적 없잖아, 안 그래요?
SCP-1650-KO-1: 일호야
배일호 박사: 그거 알아? 좆까. 좆까라고. 세상 탓을 제일 많이 하는 게 누구였는데. 항상 집에 들어오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어. 당신 보는 게 싫었다고.
잠시 멈춤
배일호 박사: 말해봐요. 날 왜 키운 건데요?
배일호 박사: 날 사랑하긴 했어요?
20여 초간 정적
SCP-1650-KO-1: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네
SCP-1650-KO-1: 강하게 키우고 싶었어
SCP-1650-KO-1: 내 눈에 넌 작고 약했으니까
SCP-1650-KO-1: 결국에
잠시 멈춤
SCP-1650-KO-1: 결국에 넌 여기까지 와버렸고
잠시 멈춤
배일호 박사: …하.
배일호 박사: 하하.
배일호 박사: 진짜, 끝까지 그 소리네.
배일호 박사가 실소한다.
배일호 박사: 진짜로요?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SCP-1650-KO-1: 일호야
배일호 박사: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간 게 진짜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SCP-1650-KO-1: 그게 아니야
SCP-1650-KO-1: 내 말 들어봐
배일호 박사: 좆까쇼.
배일호 박사가 SCP-1650-KO-1을 발로 짓밟는다.
배일호 박사: 전부터 말했지.
배일호 박사: 넌 내 엄마가 아냐.
배일호 박사의 팔이 파르르 떨린다. 배일호 박사가 소파에 주저앉는다.
배일호 박사: …썅. 이 기분이 진짜 싫더라.
그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다.
[기록 종료]
비고: 이후 SCP-1650-KO-1은 46시간가량 출현하지 않았다. 배일호 박사는 업무에 복귀했으며 SCP-1650-KO에 대해 무효 등급으로 재지정할 것을 권유했다.
재지정 논의가 진행된 이후 약 2시간 뒤인 오후 11시 36분, SCP-1650-KO-1이 독일바퀴의 형태로 배일호 박사 앞에 출현했다.
회의를 끝내고 배일호 박사가 사무실로 복귀한다. 복도를 걷던 도중 독일바퀴 하나가 배일호 앞에 멈춘다.
배일호 박사: 하, 씨발.
배일호 박사가 무시하고 지나치려 한다.
SCP-1650-KO-1: 일호야
배일호 박사가 귀를 막는 시늉을 한 채 그대로 걸어간다.
SCP-1650-KO-1: 사랑하는 아들
배일호 박사가 멈춰선다.
배일호 박사: …뭐라고요?
SCP-1650-KO-1: 잠시 얘기 좀 하자
배일호 박사: 지금 사랑한다고 한 거예요?
SCP-1650-KO-1: 그래
SCP-1650-KO-1: 네게 한 번도 그런 말 해준 적 없었던 것 같아
배일호 박사: …뭔 얘길 또 하려고.
SCP-1650-KO-1: 사과하고 싶어
배일호 박사: (빈정거리며) 됐어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에요. 엄마 흉내를 내는 가짜지.
배일호 박사: 게다가 곧 정체성도 소멸할 거고요. 사라지면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SCP-1650-KO-1: 그래도 사과하고 싶어
배일호 박사: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이틀이나 넘게 모습도 안 비쳐놓고?
SCP-1650-KO-1: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
SCP-1650-KO-1: 그때, 내가 하려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
배일호 박사: (한숨) 또 뭐요.
배일호 박사가 쭈그려 앉는다.
SCP-1650-KO-1: 네가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맞아
배일호 박사: 이제 와서 인정해 봤자…
SCP-1650-KO-1: 네가 잘 크길 바랐어
SCP-1650-KO-1: 네 누나가 죽고 나서
SCP-1650-KO-1: 그 뒤에 네 아빠도 떠나고
SCP-1650-KO-1: 세상이 그토록 미울 수밖에 없더구나
SCP-1650-KO-1: 너만큼은 그러질 않길 바랬어
배일호 박사가 말없이 내려다본다.
SCP-1650-KO-1: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꾸 나를 두고 떠나
SCP-1650-KO-1: 너도 떠날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
배일호 박사: 무서웠다고요?
배일호 박사: 전 그럼 뭐가 되죠? 나는 안 무서웠겠어요?
배일호 박사: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었잖아요.
SCP-1650-KO-1: 미안해
SCP-1650-KO-1: 혼자서도 잘 크는 줄만 알았어
배일호 박사가 SCP-1650-KO-1을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린다.
배일호 박사가 침묵한다.
배일호 박사: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니까.
배일호 박사: 당신은 그냥…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정체성이, 어쩌다 밖으로 튕겨 나온 것뿐이라고요. 그래서 내게 미안한 감정을 토로하는 거고.
배일호 박사: 지금 전 진짜로 잘 지내고 있어요. 당신 눈에는 지적할 거리 산더미겠지만.
배일호 박사가 웃는다.
배일호 박사: 그래도, 진짜 잘 지내요. 그래요.
10여 초간 정적
SCP-1650-KO-1: 일호야
배일호 박사: 왜요.
SCP-1650-KO-1: 이 말 하나 해본 적 없었네
SCP-1650-KO-1: 사랑해, 아들
SCP-1650-KO-1: 밥 잘 먹고 다녀
이를 기점으로 SCP-1650-KO 현상이 종료된다. SCP-1650-KO-1이 비변칙적인 개체로 돌아간다. 배일호 박사가 독일바퀴를 집어 던진다.
배일호 박사: …이 나이 처먹고, 징그럽게 뭘. (옷에 손을 문지른다.)
독일바퀴가 어두운 틈새로 사라진다.
비고: SCP-1650-KO는 무효 등급으로 재지정되었다.
[SCP-1650-KO 현상 종결로부터 1일 뒤]
배일호: 하.
짤막한 한숨
배일호: 내가 미쳤지…
잠시 멈춤
배일호: 하지 말자.
잠시 멈춤
배일호: 하.
잠시 멈춤
배일호: 모르겠다.
통화 수신음
배일호: 후.
통화 수신음
배일호: 에이씨, 왜 안 받아.
통화 연결음
배일호: …아.
배일호: (헛기침) …여보세요?
어머니: 여보세요?
배일호: 아, 그, 뭐냐. …엄마?
어머니: 왜? 무슨 일 있니?
배일호: 아니, 그냥.
배일호: 뭐하나 싶어서요. 목소리 들은 지 오래된 것 같았거든.
어머니: 그렇구나.
배일호: 그래.
잠시 멈춤
배일호: 엄마, 그러니까―
어머니: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하자. 엄마 지금 바빠.
배일호: 아.
어머니: 밥은 잘 먹고 다녀. 끊을게.
통화 종료음
배일호: …쩝.
잠시 멈춤
배일호: 다음에 다시 걸지 뭐.
낮게 깔린 한숨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