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문학과.
일련번호: SCP-1620-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620-KO 및 연관 자료는 제12K기지에서 보관한다. 각 SCP-1620-KO는 분리한 채로 표준형 안전 등급 사물 보관함에서 수용하도록 한다. 그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각 개체는 2급 인식재해로 간주한다. 기지 변칙문학과는 SCP-1620-KO의 창작에 관여한 집단, GoI-00001 ("무허가")에 대해 조사한다.
설명: SCP-1620-KO는 유사한 효과를 지닌 변칙예술 작품 3점을 통틀어 부여된 일련번호이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실존하지 않는 대상을 서술하고 있으며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인원에게 그 비실존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정신조작 현상의 기작은 각기 다르지만 결과는 흡사하다.
- SCP-1620-KO-가: SCP-1620-KO-가는 존재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서술하는 일종의 수필이다. 화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일본어로 인쇄되어 있다. 이 수필은 화자가 이 종교에 대해 경험한 내용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 따르면 이 종교는 이름이 없고 교리도 알 수 없다. 신자들은 단지 유년기, 청소년기, 혹은 성년기에도 "본능적으로" 자신이 그 종교의 신자임을 깨닫는다. 그들은 서서히 그 교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고 서로 이끌리며 자신이 그 신도임을 평생 은밀히 숨기거나 혹은 사회에게 드러내 보인다고 한다.
SCP-1620-KO-가를 읽게 된 인원들 중 인식저항수치(CRV)가 낮은 자는 이 종교의 신자가 자신들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 반응은 상이하다. 어떤 대상자는 그들을 색출하여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행동에 나서지만 영향받은 자들 중에는 이를 특별히 경계하지 않는 이들도 관찰되었다. 심지어 재단 인원들의 경우에도 이 종교가 합의 현실에 부합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심지어 아주 드문 경우에는 자신이 그 종교의 교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대상자도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교리와 성질은 진술하지 못했다.
- SCP-1620-KO-나: SCP-1620-KO-나는 여러 잉크 삽화가 존재하는 일러스트집으로, 이 삽화는 1912년생의 마쿠와 유리카라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이 마쿠와 유리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삽화를 통한 외모,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이름과 탄생 날짜를 제외하면 무엇도 묘사되어 있지 않다. SCP-1620-KO-나는 일종의 인과성-정체성적 효과를 지녀 주변의 다양한 인쇄물이나 기록물의 정보 정체성을 개조한다.1 개조된 정보는 이 마쿠와 유리카라는 가공의 인물에 대한 서술로 변하여 그 행적을 계속해서 소개하게 된다.
영향받은 기록물이 많아질수록 마쿠와 유리카의 정보는 세세해지게 된다. 이로 인하여 재단 기록보관소는 이 가상인물의 인생을 몹시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35권의 서적 및 12권의 기록물이 SCP-1620-KO-나에 영향받은 현재 이들 텍스트는 가상의 인물의 탄생, 일생 동안 상호작용한 주요 인물들, 주요 직업 및 모교, 이제껏 겪은 다양한 사건, 사망한 원인 등을 명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세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이는 실존하지 않음을 명심하라.
- SCP-1620-KO-다: SCP-1620-KO은 나카시마 히로시(中島 博) 박사2라는 실존한 바 없는 인물이 작성했다는 설정의 픽션 소설이며 박물지의 형식을 하고 있다. 이 픽션의 내용은 이 나카시마 박사가 "무허가"라고 하는 지구 어딘가의 군도를 탐사해 그 지질 형태와 특히 기이한 동물들을 기록했다는 설정의 문서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Fauna Secreta」 등의 가공의 개념예술 픽션과 같다.
이 문서에서 가장 상세히 서술하는 대상은 "무허가" 군도에 서식하는 사카시마사우루스(Sakashimasaurs)라는 가공의 짐승이다. 문서에 따르면 이 짐승은 몸길이가 30척3에 강철 같은 외피를 지닌 곰과 악어를 섞은 듯한 독립체다. 해당 소설을 읽는 이들은 이 사카시마사우루스가 실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 소설이 가상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독자일수록 사카시마사우루스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가장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이 짐승에게 쫓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 세 작품을 제작한 것은 1930년대~1980년대 존재했던 국제적 변칙예술 조직 내지 운동인 GoI-00001 ("무허가")이다. GoI-00001은 영미권 및 일본과 같은 일부 동아시아권에 존재했던 일종의 예술 운동이었다. GoI-00001의 활동은 예술 활동을 대중에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실존과 비실존의 경계"를 붕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SCP-1620-KO은 그 작품들 중 대한민국에 남겨져 대한민국 지역사령부 관리 하에 있는 것으로 이들과 관련된 다른 작품이나 개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부록: GoI-00001 상세 서술
GoI-00001은 현재는 그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1930년~1980년 경 이들은 변칙예술계 및 이들이 소재한 요주의 위치에 소재하여 다양한 활동을 행하여 왔다. 그 목적인 "실존과 비실존의 경계 파괴"라는 그 이념 역시 보편적으로 공유되었지만 그 목적에는 차이가 있었다. 1920년대의 변칙예술계는 세계대전 (그리고 오컬트 대전) 당시 급변해가는 철학과 사회학에 강대한 영향을 받았다. 또 다른 변화는 재단 및 세계오컬트연합이 구축한 정상성이었다.
즉 전후의 변칙예술계는 이전까지의 근세미술 양식에서 탈피하려 시도했다. 이후 정상예술계가 개념미술을 위시한 현대미술을 발전시킴과 같이 변칙예술계는 훨씬 표현의 폭이 넓은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GoI-00001 운동은 그 중 일부였고 '정보'를 매개체로써 이용한 것이다. 정상성 유지기관에 의해 예술계 중 기적학적 - 현실조정적 - 기타 다양한 변칙적 예술이 예술(art)에서 변칙예술(anart)이 된 후로 그 생각이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GoI-004 ("뱀의 손") 등의 집단은 변칙예술이라는 명칭 역시 예술의 이상성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치 독일의 퇴폐미술의 재발명이라 주장한다. 그 논란의 여지와는 상관없이 다수의 변칙예술가들이 정상성에 대항하려 시도해 장막 정책과 인류 공동체를 위협한 것은 확실하다. GoI-00001 역시 그 일부로 정상성과 결부되는 실존을 파괴하고 비실존과 융합, 이것이 구별되지 아니하는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상세한 기록은 아래 서류를 참조하라.
존재학부.
비실존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실존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허나 재단 이론, 특히 존재학부 이론의 경우에는 이 비실존(non-existence)은 무(無)와 다르다 구분한다. 이 '무'와는 달리 비실존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없거나 물리적으로 실존하지 않거나 개념이 결손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무엇과 상호작용은 한다는 것이 각 학파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02년 재단 연구부에서 쏟아져나오던 변칙 가설들 중 자바 스크림(Java Scream)이 작성한 '존재학개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허나 이 정의는 상술했듯 엄밀하지 못하다. 비실존의 정의를 통일하지 못하고 여전히 인과성-정체성 존재학과, 초월개념 존재학과, 정보유물 존재학과가 대립하고 있음을 상술하였다. 심지어 그 유형에 들어맞지 아니하는 "비실존"도 존재하기에 이것이 단순히 수없이 많고도 다양한 SCP를 비실존이라는 틀로 규명하는 행위라는 가설도 있다. 초중기 고생물학계에서 새로운 분류군을 규정하는 대신 기존 분류군에 끼워맞추었듯이 말이다.
이와는 달리 정상성 파기를 목적으로 한 무허가는 실존, 비실존, 무를 통합하고자 했다. SCP-1620-KO에서 그러했듯 픽션은 정보라는 점 이외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픽션— 그것이 작품이든 뜬소문이든, 충분히 다수의 공동체에서 전파되면 이는 단순히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수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사실상 존재하는 것과 동등하게 취급된다.
정상사회 내에서는 이것으로 종료되지만 초상사회의 다양한 이론(아키바종교학 등)에 따르면 인류의 감정은 전체적으로 현실조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정되어 왔다. 집단적 감정이 현실에 상응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SCP-1620-KO가 다룬 픽션 정보도, 기타 무허가가 제작했던 여러 뜬소문이나 보르헤스적 변칙성도, "실존"하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추정컨대 이것까지가 무허가 운동이 바라는 바였던 것이다.
이렇듯 GoI-00001은 SCP-1620-KO 이외에도 다수의 행적을 남겼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정상성의 위협이 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SCP-269-KO나 다른 수없는 비실존 독립체들이 남긴 흔적에서 자신을 '무허가'라 칭하는 경우가 있었다. 누적된 GoI-00001의 활동 결과 실제로 이들이 현실화시키려 했던 정보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던 것인지, 이들이 외부에 소재하여 왔던 비실존 독립체의 출현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4 그러나 이러한 점을 의도하여 GoI-00001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비실존 개체들의 집합 '무허가'를 새로이 GoI-000-KO로 지정하였다.
GoI-00001의 (활동은 그만두었지만) 생존한 예술가들과 GoI-000-KO의 비인간적 개체군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기한 바와 같이, 심지어 재단이 확보된 SCP-1620-KO가 서술하는 비현실적 정보라 하더라도 어떤 원인으로 인해 그 주체— 종교, 인물, 생물종이 GoI-000-KO와도 같은 형태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것이 GoI-00001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단이 변칙개체를 격리하기 위해 민간에 유포하는 커버스토리(검열, 역정보)라 하더라도 이론상 실체적인 현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사실 또한 시사한다.
아래는 GoI-00001 회원들이 남긴 대체적 메모나 비망록을 은밀히 입수한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GoI-000-KO를 암시하는지는 알 수 없다.
작성자: PoI-29101
작성 언어: 프랑스어
환영한다. '무허가'의 당신이여.
세상은 우리를 망상벽 환자로 볼 것이다. 그것은 정상성이 실존한다는 개념으로 인함이다. 허나 재단과 AOI5가 눈을 가린 이들에게는 심지어 유령조차도 실존하지 않는다. 진실이 가려진 정상성에서 실존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거짓과 진실의 벽을 깨고 나와야 한다. 거짓에 대한 메타픽션적 대답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픽션'보다도 '메타'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상상해낸 것을 최대한 현실로 만들어 진실이라고 믿기는 것을 보강하거나 길항하면서 실로 골계스러운 정상성을 붕괴시킨다.
믿지 마라. 그것은 당신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진실이나 실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모든 것을 한 꺼풀 벗기는 순간 우리는 패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허가되지 않은 것의 집합이다.
존재학부는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정보 조작 운동과 GoI-000-KO에 대한 조사를 지속하고, SCP-1620-KO의 격리를 엄중히 유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록에서 묘사된 비실존 국가, 문명, 독립체, 존재들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지 혹은 어떤 형태를 띄게 되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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