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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SCP-1611-KO - 드리워진 눈알 수프 영속성
저자:
dmddo
Krill swarm - Public domain
Animation of diel migration - Public domain
The dark and the light of Rosh Hanikra - CC BY-SA 3.0
제50K기지 로고: by
Navla - CC BY-SA 3.0

채집된 SCP-1611-KO 개체들.
특수 격리 절차: SCP-1611-KO는 행정상 제50K기지 관할이지만 재단의 자산이나 장막 정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방치된다. 해안선의 각 관측소들이 발견한 해양 초상현상을 분류할 때 제50K기지가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개입하여 대상을 빠르게 동정할 수 있도록 한다. 격리 외적으로는 대상을 지속적으로 채집하여 잠재된 위험성을 검사한다.
설명: SCP-1611-KO는 동해 LoI-3831 일대의 변칙적인 태평양난바다곤쟁이(North Pacific krill, Euphausia pacifica(Hansen, 1911)) 개체군이다. 대상의 변칙성은 강력한 생물발광 능력에서 출발한다. 각 개체가 복부를 수축하여 추진할 때 겹눈으로부터 발산되는 미상의 에테르 복사가 외골격을 타고 흐르며 무리 단위로 정렬된다. 아라드장의 대규모 형성은 대상의 비변칙적인 루시페린 발광포의 조도를 약 5,000lx까지 매우 강력하게 증폭시킨다. 보통의 난바다곤쟁이가 생물발광을 소통과 구애, 특히 은신2에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게도 이렇게 강력한 발광은 포식자의 이목을 빠르게 집중시키기에 개체의 생존에 불리하다.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된 일주 수직 이동.
SCP-1611-KO는 많은 동물에게 잡아먹힌다. 주야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이동3은 관찰자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자극으로 작용하며 이에 제50K기지 직원들은 대부분 공포감을 진술하지만 야생의 포식자들은 단순히 먹이의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듯싶다. 다양한 물고기와 두족류가 밝게 빛나는 대상의 수직 이동 경로를 보다 능동적으로 추적하며 이는 등가시치과Zoarcidae에게서 특히 도드라졌다. 이렇게 대량의 생물량을 편리하게 공급하는 것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오히려 전혀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데, 이는 생물량이 문제시되지 않게 하는 연유이기도 하다.
SCP-1611-KO는 잘 소화되지 않는다. 대상의 생물발광은 포식자의 소화기에서도 가까운 피부로 투과되어 여전히 빛난다. 발광의 유지는 소화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변칙적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빛나게 된 포식자는 역으로 사냥감이 되기 쉬워져 또 다른 고차 소비자에게 곧바로 잡아먹힌다. 고차 소비자에서도 역시 생물발광은 유지되기 때문에 먹이사슬 전체가 가속되며 이것이 바로 전술한 생물량이 문제시되지 않는 연유이며 또 다른 문제다. 이것은 극도로 천천히 소진되는 에테르 복사 때문에 생태계에 항구적인 영향을 끼치고, 또한 LoI-383의 초상생태계와 관계한다.
동해는 용승이 지속적으로 발생,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하게 생산되어 난바다곤쟁이가 연중 산란하는 곳이다. 또한 LoI-383도 차원관문을 통하여 폭발적으로 에테르 에너지를 공급하기에 번식지로 삼아 회유하는 초상생물이 많다. 그런데 SCP-1611-KO는 개체수가 증대되기는 고사하고 교접기Thelycum에 정포를 보관한 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대상의 개체수는 실제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변칙성은 고차 소비자에게 차례로 승계된다. 대상의 변칙성이 어디서 종결되는가 하는 문제는 대상을 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최상위 포식자에 있다. 먹이를 고열로 조리하는 인간의 습성은 대상의 변칙성을 쉽게 무력화하기에,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에서 인간을 제하면 상어 등의 대형 육식어류나 고래와 기각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 정도가 남는데, 주목할 점은 이것들에게서 변칙성이 승계된 실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2041년 9월에 뒤집혔다.
부록: SCP-1611-KO에 얽힌 일련의 사건과 담론 기록을 아래에 정리하였다.
2041년 9월 16일, 제50K기지 해양관측부가 부분적으로 발광하는 흑범고래Pseudorca crassidens 한 개체를 보고하였으며 이를 SCP-1611-KO에 영향을 받은 최상위 포식자로 판단, 주시하였다. 그러나 익일에 해당 개체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해저 모니터링 체계를 전수조사하여 곧 이를 LoI-383의 차원관문에 직접 흡수된 것이라 결론지었다. 그동안 대상의 군집과 이를 섭식한 고차 소비자들의 발광하는 일주 수직 이동은 제50K기지 인원들에게 위압적인 공포감을 야기시켰으며 대상을 섭식한 일부 물고기가 제50K기지의 창문을 두드리는 이상 행동까지 보여 공포감으로 인한 업무의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따라서 흑범고래가 차원관문에 흡수되었다는 사실도 극비에 부쳐졌어야 하였으나 대처하기 이전에 해양관측부의 인원들을 중심으로 불완전한 소문이 기지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현재 해양관측부의 인원들 중 일부는 대상에게서 어떤 메시지를 추출4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지된다.
[기록-1611ko/50k1]
서문: SCP-1611-KO는 직원들에게 상당한 공포감을 축적시켰다. 이에 제50K기지의 연구이사관보인 라포티아 박사가 직원 휴게실에서 공개 브리핑을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라포티아 박사
— 여러분, 확정된 사실은, SCP-1611-KO를 섭식한 최종 포식… — 네, 최상위 포식자죠. 정말 고맙네요, 이사관님. (헛기침) SCP-1611-KO를 섭식한 최상위 포식자, 그러니까 상어, 고래 같은 거대한 생물들이 대상을 섭식한 증거를 극도로 찾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네, 이건 사실이죠.
— …그리고, 최근에 밝혀진 사실, 그러니까… 현재 기지 전반에 퍼진 소문인 LoI-383의 자연적이고도 일방적인 형태의 차원관문이 직접 개입, SCP-1611-KO를 섭식해서 발광하는 흑범고래 하나를 흡수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맞습니다.
군중이 크게 동요한다.
라포티아 박사
— 네, 이상한 상황은 맞습니다. 그… 아, 이사관님, 꼭 하셔야겠습니까. …네, 네! 물론 됩니다! 되죠.
정가온 이사관
— 자, 자… 기지 이사관의 권한으로 명하노니 — ! 모두 조용! 조용!
군중의 소음이 잦아든다.
라포티아 박사
— 네. …이사관님, 다 놀았으면 비켜 주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어쨌든, 현재 사실은 현재 기지에 퍼진 음모론의 주축… 외계의 어떤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가 우리들을 잡아먹으려 하고, 1611-KO를 그 장기말이자 낚싯바늘로써 사용한다는 추측… 그 가설과 상통한다는, …상통하는 면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LoI-383의 자연적이고도 일방적인 형태의 차원관문은 외계의 물질을 유입시키고,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변칙성의 가장 근본적인 근원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그것이 우리 물질을 빼앗아 간다? 물론 찾아보기 힘든, 아주, 아주 이례적인 일이죠. 그러나 전례가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생물들이 차원관문에 이끌려 가는 모습,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드리운 낚싯바늘이 물고기를 거두어 가는 모습과 결부시키기 쉬울 테죠.
— 그리고 지금도… 아, 커튼 걷지 마세요!
누군가에 의하여 커튼이 걷어지면서 어둑하던 휴게실이 급작스럽게 밝아진다. 창밖에는 극도로 밝게 빛나는 물고기 7마리가 가까이서 유영 중이고, 멀리서도 미상의 빛이 희미하게 명멸하고 있다. 물고기들은 후에 벌레문치Lycodes tanakae로 동정되었다. 군중이 돌아서서 창밖을 보더니 술렁이기 시작한다.
라포티아 박사
— SCP-1611-KO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요. 에테르 에너지를 오래도록 체내에 보관하는 것은 충분히, 충분히 어떤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초상생물은 더하면 더했지 덜 영향을 받지는 않겠죠. LoI-383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명백한 사실이죠…
— 물론… 물론, 먹이사슬의 흐름을 빠르게 시각화하는 변칙존재의 최상위 포식자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자신을 해할 정도면 안 돼요. 기지 전반에 비이성적인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억측이고 오해라는 겁니다. 거기! 유사우연성분 없으니까 녹음 좀 그만합시다! (나지막하게) …붐마이크는 또 어디서 난 거야?
발광하는 벌레문치들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군중이 크게 동요한다.
라포티아 박사
— 아뇨, 아닙니다, 이사관님. …안 도와줘도 된다니까!
미끈한 금속성 고음. 순간 휴게실 내부가 빛으로 가득 차더니 이내 시점이 창문 쪽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창밖에서 민첩하게 꺾이는 나뭇가지 모양 빛기둥이 나타나고 벌레문치들이 이에 천천히 끌려간다. 빛기둥이 멀어지면서 명멸하던 차원관문으로부터 위로, 즉 제50K기지까지 최소 800m를 쭉 뻗친 구조가 보인다. 가느다란 기둥의 갈래가 제각기로 꺾여서 수척한 네발동물의 섬세한 부속지를 연상시킨다.
제50K기지의 해저협곡 모니터링 체계로 촬영된 해당 차원관문의 전체 모습. 빛기둥은 담지 못하였다.
라포티아 박사
— 아…?
휴게실의 모두가 경악한다. 직원들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록 종료]
후문: SCP-1611-KO에 대한 공포감을 진정시키려고 진행한 브리핑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공포감을 각인시키는 사태를 낳았다.
SCP-1611-KO의 변칙성은 최종적으로 차원관문에 흡수되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태의 충격 이후 제50K기지에 직접적으로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지 주변을 유영하는 고차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었기에 공포스러운 인식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기록-1611ko/50k2]
서문: 기지에 장기간 긴장이 유지되자 정가온 이사관은 라포티아 박사에게 SCP-1611-KO를 효과적으로 확보·격리·보호하고 기지 인원들에게 각인된 정서를 파훼할 방안을 촉구하였다.
[기록 시작]
정가온 이사관
— 솔직히 말하자, 너도… 솔직히 외계의 존재가 우리를 잡아먹을까 무서웠지?
라포티아 박사
— …이거 녹화 중인가요.
정가온 이사관
— 헉.
라포티아 박사
— 뭐, 상관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코웃음) 왜 무섭습니까. 이게…
정가온 이사관
— 엉?
라포티아 박사
— 가설은 그럴듯했습니다. 변칙성을 먹이사슬의 다음, 다음으로… 다음으로 가면, 거기는 어딜까? …뭐가 있을까?
정가온 이사관
— …오늘 왜 이렇게 폼 잡냐?
라포티아 박사
— 그래서, 저도 저만의 가설을 세웠죠.
정가온 이사관
— 어떤 가설?
라포티아 박사
—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설에 내용은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된다면, 가설도 필요가 없고, 그 현상 자체로 사실인 거겠죠.
라포티아 박사가 회의실 원탁을 반 바퀴 돌아 회의실 입구까지 걸어간다.
정가온 이사관
— 음?
라포티아 박사
— 됐습니다. (손을 올리며) 일단, …일단 불을 끄죠.
라포티아 박사가 입구 옆의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회의실이 완전히 어두워진다.
정가온 이사관
— 나는 어두운 거 싫은데…
라포티아 박사의 가죽 코트 사이에서 이상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정가온 이사관
— 아, 너… 설마.
라포티아 박사
—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러십니까. (품에서 빛나는 비커를 빼들고 바라보며) SCP-1611-KO입니다. 거의 잡아먹혔지만… 군집 자체도 기지를 맴돌더군요. …보고되지는 않은 사항입니다. 어차피 보고해도 저한테 하겠지만, 어쨌든.
— 원래는 채집하면 시간이 지나서… 스트레스인지 뭔지 빛을 잃었었는데, 바로 옆에서 채집하니까, 이렇게 발광을 유지합니다. 사실은, 그 특징 덕분에… 특수 격리 절차를 손쉽게 유지하고, 문서에 사진을 넣을 수도 있었죠. 1611-KO의 생물발광이 아직 제대로 된 인식재해 검사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아십니까?
정가온 이사관
— 몰랐지 뭐…
라포티아 박사가 더듬거리며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빛나는 비커에 가까이 대니 유리 스포이트임이 식별된다.
라포티아 박사
— (스포이트로 SCP-1611-KO들을 빨아올리며) 이제…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시겠죠.
빛나는 스포이트를 들어올리자 비커가 거의 반절이 비워진다. 라포티아 박사가 스포이트를 더 위로 들어올리더니 고개도 쳐든다.
정가온 이사관
— 너… 지금… 뭣 — 뭘 하는…
라포티아 박사가 스포이트를 입으로 가져가 끝을 빨아댄다. 끝부분에서 뿍뿍거리는 소리가 나고 공기주머니로 공기방울이 올라가서 빛이 계속 흔들린다. 꿀꺽거리는 소리가 연신 나더니 곧 스포이트도 어두워진다.
라포티아 박사
— (정가온 이사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바닷물 맛입니다. 궁금하신 것 같아서.
라포티아 박사가 푸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코트 사이에서, 즉 복부에서부터 빛이 나고 이내 전신으로 퍼진다. 손가락부터 발목까지 전부 빛이 퍼지더니 점점 밝아진다. 특히 동공이 매우 밝게 빛난다. 이러한 증상은 빛이 소화기를 투과한다는 기존 설명으로 해명할 수 없다.
정가온 이사관
— 감당할 수 있겠냐.
라포티아 박사
— 물론입니다. 물로 먹었으니까. (웃음)
라포티아 박사가 비틀거리다가 원탁에 올려놓았던 비커를 손으로 친다. 비커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면서 내용물도 쏟아진다. 라포티아 박사가 계속 밝아지면서 월등하게 밝은 백색광의 두 눈만을 분명히 식별할 수 있다.
정가온 이사관
—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거, 이건 아닌 것 같아. 너, 너! 당장 현실성 챔버로 들어가. 빨리! …명령이야.
쿵 하는 굉음. 회의실이 심하게 흔들린다. 라포티아 박사가 넘어진다. 이때 제어실은 제50K기지 A동 전체의 수평이 순간 실조된 것을 보고하였다. 쓰러진 라포티아 박사가 일어서려는 듯하다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사지를 힘없이, 그러나 섬세하게 꺾어댄다. 이내 천장에 닿은 라포티아 박사가 물리적으로 폭발한다. 부위가 땅으로 내려오기 전에 타오르는 종이의 그것처럼 흩날려 사라진다.
정가온 이사관이 숨을 몰아쉬고 있다. 회의실이 완전히 어두워서 위치를 식별할 수 없다.
[기록 종료]
후문: 제50K기지의 연구이사관보인 라포티아 박사가 SCP-1611-KO를 먹고 사망하였다.
10월 15일 발생한 라포티아 박사의 죽음은 제50K기지에 큰 충격을 줌과 동시에 SCP-1611-KO에 대한 공포감을 재확산시켰다. 제50K기지는 연구이사관보 대행으로 담수생물학과의 학과장인 민국희 박사를 위임하였다. 라포티아 박사가 사망하였지만 장례 절차는 일시적으로 유보되었는데, 처음에는 기지에 연속적인 혼란을 초래하거니와 별다른 연고도 없다는 지역사령부의 회피성 사유였지만 이후 드러난 몇 가지 수상한 정황이 라포티아 박사의 장례를 무기한으로 유보시켰다. 정가온 이사관은 입장 표명을 거부하였다.
첫 번째 의심 정황은 우선 사망 시점부터 SCP-1611-KO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제50K기지 주변부를 항상 유영하던 발광하는 생물들이 사라졌으며, 플랑크톤을 경사 채집하였을 때도 정포가 붙은 보통의 태평양난바다곤쟁이만이 확인되었다. 두 번째 의심 정황은 사망 시점부터 시작된 기지 내 초상현상의 빈발이다. 다수의 직원이 시야 구석의 어둠으로부터 일렁이는 푸른빛을 목격하였으며, 일부는 심지어 라포티아 박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증언하였다. 또한 라포티아 박사의 컴퓨터 알람시계가 매번 그 알람을 해제하여도 계속해서 울린다거나, 라포티아 박사의 이메일 주소에 맥락 없는 스팸 메일이 폭증하는 등 전자상에서도 직접적인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것들은 SCP-1611-KO의 기존 변칙성과는 여러모로 동떨어져 있다. 결정적으로 민국희 연구이사관보 대행의 행정 업무가 고도로 교란되고 커피 주문이 매번 취소된 시점에서부터 직원들이 라포티아 박사의 생사 유무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해양관측부의 인원들은 유사우연성분 추출을 위하여 의심 정황의 전체 데이터를 요청하였다. 이는 에테르생물학부에 의하여 수집 및 제공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결과가 산출되었다고 한다.
23 수조를 청소하십시오.
이사관 직속 명령으로, 제23해수탱크는 청소되기 위하여 즉시 내부 구조물이 치워졌다. 익일인 10월 23일 새벽 4시에 섬광이 일더니 미상의 존재자가 제23해수탱크 내부에 생겨났다. 존재자는 이내 라포티아 박사와 태평양난바다곤쟁이 1m3당 900여 마리로 밝혀졌다.
[기록-1611ko/50k3]
서문: 라포티아 박사의 귀환이 확인된 직후 정가온 이사관은 면담을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라포티아 박사
— 안녕하셨습니까, 이사관님.
정가온 이사관
— 씨발, 퍽이나.
라포티아 박사
— (코웃음) 왜 이러십니까. 그래도 연구이사관보 자리가 비니까 기지 운영이 여간 힘든 게 아니죠? 그래도 이렇게 바로 대행을 바로 — 위임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정가온 이사관
— …예상한 거야?
라포티아 박사
— 아, 뭐, 대충은 말입니다. 어차피 외계가 잡아먹으려 드는 건 확정이고… 그런데 그걸 과연 먹이사슬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한 하위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
정가온 이사관
— 알겠다. SCP-1611-KO는 외계의 낚싯바늘이잖아? 하위 개념에 미끼를 드리우는… 먹이사슬은 단지 자연적으로 존재했던 계층 구조였던 것뿐이고. 너는… 너는 그러니까, 기지라는 상위 개념에 잡아먹힌 거지? 잠시만, 그러면 난바다곤쟁이, 굳이 크릴일 필요가 없네? 식물성 플랑크톤… 어쩌면 그것보다 더 작은 입자의 —
라포티아 박사
— 네,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그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사라진 크릴 형태의 SCP-1611-KO도, 어쩌면 우리 곁에서 더 작은 형태로 여전히 존재할 수도 있죠.
정가온 이사관
— 근데, 넌… 너는 상위 개념에게 잡아먹혔잖아. 어떻게…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되돌아온 건데.
라포티아 박사
— (코웃음) 그건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정가온 이사관
— 왜지?
라포티아 박사
—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러면 일단 불을… 아, (도로 앉으며) 이사관님이 더 가깝습니다.
정가온 이사관이 일어나서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회의실이 어둡지만 라포티아 박사의 가죽 코트가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다.
라포티아 박사
— (코트 한쪽을 잡아 자랑해 보이며) 이건… 전리품. 멋지지 않습니까? 에테르 복사가 아주, 아주 느리게 소진돼서… 최소, 120년 동안 빛날 겁니다.
정가온 이사관
— 애매 — 하게 폼 잡는 건 여전하다? 뭐, 멋지네. 근데 어쩌라고.
라포티아 박사
— (웃음) 그건 제가, 언제나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는 …모두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이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역할을 다한 겁니다. 간단하게 말입니다.
정적.
라포티아 박사
— 이사관님, 저 없었을 때, 저 정말 안 그리우셨어요?…
미끈한 금속성 고음.
[기록 종료]
후문: N/A
환경이 맞지 않은 탓에 제23해수탱크의 태평양난바다곤쟁이들은 곧 모두 폐사하였으며, 사체 몇 병을 보존액에 액침하여 보존시켰다. 기록에서 언급되었듯이, 태평양난바다곤쟁이가 SCP-1611-KO의 실체가 아닐 가능성을 감안하여 대상의 등급을 무효로 재지정하는 사안은 유보되었다. 해양관측부가 지금까지 비밀리에 수집하였던 대상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을 승인받아 실행하였으나, 모든 암호키에 완전하게 무작위였다.
조사는 중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