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
SCP-1610-KO: 명동 사변
저자:Langston77
2025년 부서 경연
무속학부의 무속의반대말은유속ㅋㅋㅋ 팀 작품파일명: akita.jpg
저자:Langston77
라이선스: CC BY-SA 3.0
출처: 자체 제작
SCP-1610-KO, 20██년 4월 4일 낮에 촬영됨.
특수 격리 절차: SCP-1610-KO의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건물 1층에 가게로 위장한 관측소를 설치한다. 관측소 근무 인원은 기적으로 1층이 아닌 다른 층을 순찰한다. SCP-1610-KO-A가 건물 외부로 이탈함을 막고자 계단과 각 층을 연결하는 장소에 기적학적 조작을 거친 금줄을 두르고 신통력 감지기를 설치한다. 개체군의 정서 에너지가 지나치게 축적될 조짐이 나타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내부 공간에 들어갈 때에는 MYEONGDU 바이저를 착용하고, 각 개체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하며 신중하게 행동한다. 이들이 인원의 신체에 빙의하지 못하도록 방령복을 함께 착용할 것이 권장된다. 이들을 자극할 만한 공구, 건실기계, 작업복 등은 되도록 가져가지 않는다.
소유자가 SCP-1610-KO의 철거 또는 매각 의사를 밝히면 재단의 위장 법인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건물 인수를 시도한다. 건물이 있는 지역이 명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2지구(이하 ‘명동재개발2지구’)로 지정되었으므로, 건물이 철거되기 전에 SCP-1610-KO-A 개체군의 이주 장소와 방법을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SCP-1610-KO-A의 난동에 따른 일련의 사건과 무속학부 및 기동특무부대의 대응은 허위 테러 협박, 우연적인 화재, 건물 노후화로 인한 사고로 위장한다. 사건에 관한 음모론이 퍼지면 대중의 시선을 돌려 이를 상쇄할 방안을 진행하여야 한다.
설명: SCP-1610-KO는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에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벽돌구조 건물이다. 1961년 2월 10일에 준공되고 2002년 6월 5일에 현 소유자인 엄██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토지 면적은 25.10 m2, 연면적은 91.97 m2이다. 과거에는 서점, 양복점, 꽃집, 식당, 여행사가 입주하여 있었지만, 건물 노후화와 재개발 구역 지정 등의 영향으로 모두 폐업하였다. 지금은 재단이 운영하는 의류 매장만이 1층에 입주하여 있다.
건물 왼쪽 외벽에 설치된 문을 통하여 계단으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1층을 제외한 다른 층은 비어 있고, 오랫동안 방치된 까닭에 각 층에서 쓰레기 더미와 버려진 집기(什器)가 다수 발견된다. 각 층의 내부 구조와 잔존 물품은 과거 입주 업소의 성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 2층: 식당 ‘동서골뱅이’(2011년 폐업)가 입주하였던 층. 식탁, 의자, 계산대, 냉장고 등이 남아 있음. 내부에는 가동되지 않는 환풍기와 주방 설비가 있음. 구석에 쓰레기로 가득한 포대 더미가 쌓여 있음. 층 전체에서 비린내와 음식물이 부패하는 냄새가 남.
- 3층: 양복점 ‘노벨양복점’(2007년 폐업)과 서점 ‘하늘책방’(2012년 폐업)이 잇따라 입주하였던 층. 뒤이어 입주한 하늘책방이 남겨진 마네킹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 흔적이 나타남. 몇몇 책장의 선반이 무너져 내렸음. 오랫동안 통풍이 되지 않아 균사가 확산하며 대부분 도서가 심하게 훼손되었음.
- 4층: 여행사 ‘아키타 성지순례 본부’1(2006년 폐업)가 입주하였던 층. 일반적인 사무실 집기 외에도 장식품, 서적, 지도, 성상(聖像) 등이 버려져 있음. 전체 층 중에서 관리 상태가 가장 나쁨.
천장에 설치된 조명은 파손되었거나 전류가 공급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창문을 열거나 전등을 켜 실내를 밝혀도 내부의 관측자는 맨눈으로 1~2 m 범위 내의 물체만 뚜렷하게 인식하고, 그 외의 영역은 흐릿하게 알아보거나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후술할 신격 독립체가 관측자의 귀기인지력에 영향을 미쳐 감각을 저해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SCP-1610-KO 내부에는 최소 60위(位)2, 최대 100위의 신격 독립체(SCP-1610-KO-A)가 무리를 이루어 머물고 있다. SCP-1610-KO-A는 대체로 오래된 물품에 빙의하여 사람의 형상을 띠고 신통력을 보유한 존재로, 한국 민속 전승에 등장하는 '도깨비'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대부분 개체는 SCP-1610-KO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명동 일대에 머물다가 터전을 잃고 SCP-1610-KO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개체의 외형은 성별, 나이, 체격 면에서 다양하지만, 모두 자신의 성씨가 김(金) 씨라고 주장한다. 일부 개체는 장기간 집단생활로 독립성을 잃고 통합된 자아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SCP-1610-KO-A-1은 이 개체군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는 존재로, 건물 4층에 버려진 조선 후기 양식의 백자(白磁)에 빙의하며 젊은 여성의 모습을 띤다. SCP-1610-KO-A-1은 개체군을 통솔하고 내부 질서를 유지하며 그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한다. SCP-1610-KO-A는 전반적으로 우두머리의 권위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 규율을 반복하여 위반한 개체는 SCP-1610-KO-A-1의 판단으로 무리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 이러한 자발적인 질서 유지 때문에 다수의 신격 독립체가 밀집하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SCP-1610-KO의 변칙성이 오랫동안 재단과 다른 요주의 단체에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CP-1610-KO-A는 사람의 형상을 띠면서도 그 가치관은 사람과 상당히 다르기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더불어 자신의 옛 터전이 인간 때문에 사라졌다고 생각하여 대체로 사람을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으나, SCP-1610-KO-A-1의 명령에 따라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다만, 일부 개체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켜 물체를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어 건물 내부로 들어간 사람이 공포를 느끼게 하려고 한다. SCP-1610-KO-A-1은 중립적인 성향을 띠어 격리 절차 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때 개체군의 대표로서 자주 나선다.
부록 1610-KO/A: 최초 탐사 기록
2017년 서울특별시 심령 독립체 대량 유출 사건 이후 서울특별시 중구 일대에서 잔존 심령 독립체를 수색하던 중에 응축된 높은 정서 에너지가 SCP-1610-KO에서 감지되었다. 건물 외부에서 측정하여 정서 에너지의 증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속도가 유의미한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사태 해소를 위하여 기동특무부대 무호-17(“도시 한가운데”)이 탐사에 파견되었다.
이후 무호-17 탐사조의 제안에 따라 이루어진 협상에서 SCP-1610-KO-A-1이 격리 절차 이행에 일정 수준 협조할 것을 동의하였다. 건물 1층에 입주한 의류 매장의 소유권은 재단이 인수하였고, 보안업체 직원이나 경찰관으로 위장한 재단 인원이 SCP-1610-KO-A와 소통하며 이들의 정서 에너지가 누적되어 주변 지역에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SCP-1610-KO-A 개체를 구분하고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신자: ten.pics|nuyhgnaj#ten.pics|nuyhgnaj
수신자: ten.pics|revirnahnimi#ten.pics|revirnahnimi
제목: [SCP-1610-KO] 관련 회의에 참석해 주셨으면 바랍니다.
첨부: 07/10 SCP-1610-KO 정기 점검 보고서.pdf
박사님, 장윤현입니다. 제21K기지로 전근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박사님도 그동안 무탈하게 지내셨기를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SCP-1610-KO를 둘러싼 상황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틀 전인 10일 밤에 건물 상태 점검 차원에서 진입한 무호-17 대원의 말로는 예전에 비하여 저들, 즉 도깨비들의 반응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우두머리 되는 A-1은 모습조차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 뿐이었답니다.
이때 더 문제가 되었던 점은 그들 중 하나가 대원의 신체에 빙의하여 제21K기지로 들어오려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감지기 덕분에 사전에 그 존재를 발견하여 곧바로 구금할 수 있었지만, 좀처럼 대원 몸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만간 SCP-1610-KO에서 대규모 소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다들 고심하는 중입니다. 실제로 건물 외부에서 정서 에너지를 측정한 결과가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박사님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현재 건물 내부를 장악한 신격체들의 한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명동 일대를 봉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도깨비 한 개체의 신통력은 여느 신격체 중에서 약한 편에 속하지만, 그들이 수십 개체끼리 모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하루빨리 저들이 품은 한의 원인과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에, 박사님께서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내일 2시에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주셨으면 바랍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는 메일에 첨부해 놓겠습니다. 오랜만에 드리는 연락이 이렇게 업무 관련인 점,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부록 1610-KO/B: SCP-1610-KO-A-24의 이탈
20██년 7월 10일 SCP-1610-KO-A-24가 건물 상태를 점검하던 무호-17 소속 김채서 대원의 신체에 빙의하여 정체를 감춘 후 제21K기지로 진입하였다. 기지 입구에 설치된 신통력 감지기가 경보음을 울리자 대상은 도주하기 시작하였지만, 곧바로 체포되었다. 신문 끝에 자신의 정체를 인정한 SCP-1610-KO-24는 재단 측에 SCP-1610-KO의 현 상황을 알리겠다고 진술하였다. 처음에는 그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당시 점검에 참여한 다른 대원들과 무속학부에서는 대상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았다.
당시 명동재개발2지구의 철거 집행에 관하여 구 정부와 상인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주변 지역에서 농성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졌기에 며칠 동안의 조사 결과, 재단은 대상의 진술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날 SCP-1610-KO 외부에서 측정한 그 정서 에너지값이 최근 측정 결과보다 크게 증가하여 위험 기준치에 가까웠던 점도 고려되었다.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태에 대비하여 신격 독립체의 한을 해소할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리라 여겨져 무속학부 강신학과와 진혼학과가 본 사안 대응에 협력하기로 결정하였다.
날짜: 20██/07/12
참석자:
- 무속학부 강신학과: 류강완 박사, 장윤현 연구원
- 무속학부 진혼학과: 한강인 박사(화상 참석), 신현아 연구원
- 기동특무부대 무호-17 소속 김채서 대원, 염규열 대원
한강인 박사: 아아. 화면 잘 보이나요? 다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반가운 얼굴도 저기 보이고.
장윤현 연구원: 오랜만입니다, 박사님. 갑자기 오게 해 드려서 죄송하네요.
류강완 박사: 한 박사, 잘 지냈나 보구먼. 자, 주인공이 빠지면 섭섭하지. 김채서 씨… 아니지. 뭐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
김채서 대원: 그, 그냥 그렇게 불러 주세요. 어차피 저, 이름도 없고… 제 성씨가 김씨인 것밖에 몰라서…
염규열 대원: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그렇게 하죠. 다른 이름이나 일련번호로 부르려니, 그건 그거대로 어색하고.
한강인 박사: 좋아요. 반가워요, 채서 양. 걱정이 많아 보이는데,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요?
김채서 대원: 그게… 음… 큰어르신이 크게 화나신 것 같아요. 그 건물에서 모두가 따르는 분요.
장윤현 연구원: SCP-1610-KO-A-1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A-24의 주장에 따르면, 대략 3주 전에 의문의 손님이 건물을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마침 격리 설비 점검 때문에 잠시 모든 시스템이 무력화되었을 짧은 시간 안에 말입니다. 손님과 A-1이 독대했는데, 다른 곳에서 대화를 엿듣던 A-24는 A-1이 상대에게 화를 내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아마 다른 개체도 아는 사실이겠지만, 일종의 함구령이 내려졌던 모양입니다.
한강인 박사: 손님의 정체, 방문 목적, 대화 내용 등 모든 것이?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고?
류강완 박사: 안타깝게도. 이들의 단합력은 우리가 예상하던 수준 그 이상이었어. 처음에는 A… 채서 씨도 입을 다물기로 했다더군. 아무래도 무리 중에서 어린 편에 속하니, 우두머리의 명령에 더 따라야 했을 수밖에.
염규열 대원: 그 후로 저들의 태도가 크게 바뀐 것이 사실입니다. 직접 언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저희를 경계하는 분위가 확연했죠. 분명 그 손님 되는 자가 A-1를 비롯한 도깨비 전체에게 이간질을 한 게 틀림없습니다.
신현아 연구원: 아무리 감지 시스템이 잠시 작동하지 않았더라도, 항시 작동하는 예비 시스템마저 감지하지 못한 존재라면 그에 관한 두 가지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피하고자 한다. 둘째, 그의 목적은 우리 또는 인간 사회를 훼방하는 것이다. 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존재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힘을 보유한 신적 존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채서 대원: 무서웠어요… 큰어르신이 그렇게 노한 표정을 지은 것도, 다른 가족들이 수군대면서 이따금 소리 지른 것도.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자의 말이 옳았다'… 날이 흐를수록 그런 말이 더 많아지고, 거세졌어요.
한강인 박사: 혹시 그 손님에 관하여 기억 나는 것은 없나요?
김채서 대원: 하나… 아니, 둘이었어요! 들린 목소리가 세 종류였거든요. 큰어르신 목소리를 제외하면 하나는 남자, 다른 하나는 여자였어요. 마치 큰어르신을 설득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귀에 거슬리는 높은 억양으로… 자신의 심정을 느껴 보라고… 언제까지 이러고만 살겠냐고…
한강인 박사: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 안 가 너희 도깨비들을 배반할 것이라고 경고했구나?
김채서 대원: [침묵] 네. 맞아요. 재단은 믿을 존재가 못 된다고, 건물 주변이나 한번 둘러보라고 말하더라구요. 요즈음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서로 싸우는 것 같기도 해서… 다들 불안해하긴 했어요.
장윤현 연구원: 전형적인 불안 심리 조성이죠. 특히 이미 터전을 잃은 경험을 가진 대부분 개체에게는 더욱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힘든 방랑의 시기를 거치고 겨우 정착한 이에게 다시금 그 경험을 떠올리게 한 셈이니… 그 두 놈은 예전부터 명동 일대 재개발을 둘러싼 상황의 흐름을 파악하고 도깨비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울분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매우 계획적인 음모입니다.
한강인 박사: [한숨] 이런 사례는 처음이네요. 비슷한 처지의 존재가 도깨비를 부추겨 소란을 유도할 속셈인 듯한데, 하필이면 그자들이 그냥 잡귀가 아니라 이전에 우리가 이름을 들어보았을지도 모를 신적 존재라니. 다행히 현재 격리 상태는 양호하다는군요.
염규열 대원: 을호-3과 무호-17이 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A-24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겠죠.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진압할 계획입니다.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만 바랍니다.
신현아 연구원: 채서 씨, 아직도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까? 당신의 부재가 도깨비들에게 더 큰 불안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요?
김채서 대원: 지금 돌아가면 저를 엄청 혼낼 거예요. 차라리 여기 사람들이랑 같이 건물로 돌아가면 안 돼요? 그러면 어른들도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고 마음을 풀지도 몰라요.
한강인 박사: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 이미 채서 씨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죠. 머뭇거릴 틈이 없습니다. 얼른 1610-KO에 가서 말로 해결할 수 있을 때 말로 해결해 봅시다. 현아는 필요한 물건 챙겨서 비상시에 진혼 의식을 취할 준비를 마치도록 해. 이쪽이나 저쪽이나 희생은 없어야겠지만, 모든 일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니.
신현아 연구원: 네, 박사님.
장윤현 연구원: 저희도 서둘러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오늘내일 중으로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면 좋겠네요.
류강완 박사: 아, 그렇지. 염규열 씨, 점검 끝나고 기지로 복귀할 때 채서 씨한테 이상한 낌새 못 느꼈습니까? 도깨비가 사람한테 빙의한 사례가 워낙 드물어서요. 이번 기회에 알아가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염규열 대원: 어… 아니요, 그다지 눈치챌 만한 점은 없었습니다. 돌아오면서 말이 없기도 했고, 넌지시 말을 걸어도 그냥 웃거나 짧게 대답하기만 했죠. 호칭 면에서도 문제없었고요.
김채서 대원: 어떻게든 재단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체를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몸에 있으면서 원래 주인의 기억도 얼핏 볼 수 있어서 그걸 참고하며 흉내를 낸 거예요. [침묵] 나중에 꼭 사과할게요…
장윤현 연구원: [한숨] 다음부터는 개인 방령복 착용 여부를 좀 철저하게 확인해 봐야겠네요.
한강인 박사: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좋습니다. 사태 수습이 급선무이니 필요하다면 갖가지 수단을 이용하기까지 해 봐야죠. 그리고 류 박사님은 나중에 저랑 이야기 좀 나누겠나요?
류강완 박사: 뭐, 그러지. 이제 각자 할 일을 하러 가 봅시다. 해산!
SCP-1610-KO-A-24의 주장을 신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기동특무부대 을호-3, 기동특무부대 무호-17 등 신격 독립체의 진압 및 무력화에 특화된 부대 인원을 SCP-1610-KO 주변에 파견하여 대기하게 하고, 진술 내역에서 언급된 '손님'으로 의심되는 자를 색출하고자 재단이나 다른 요주의 단체와 관련되었거나 접촉한 적이 있는 한반도 내 신적 존재의 혐의 및 현장 부재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SCP-1610-KO-A-1의 행적이나 다른 신적 독립체와의 연관성도 함께 조사되기 시작하였다.
한 박사도 그 아이가 의심되나?
— 의심하지 않아요, 류 박사님. 확신하죠.
무엇을?
— 그 아이는 A-24가 아니라는 것을.
역시나. 자네의 눈초리를 피할 사람 하나 없구먼. 설령 귀신일지라도 말이야.
— 윤현이가 보내 준 보고서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거기에는 지난 수차례의 정기 점검 동안 교류한 도깨비들의 생활상이나 성격이나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 좁은 건물에 수십 개체가 뒤엉켜 사는데도 다들 나름 즐겁게 지내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고요.
다들 한을 흥으로 겨우 억눌렀던 것이었겠지. 웃으면 그나마 불행이 가시니까. 결국 한과 흥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니.
— 네. 게다가 A-24는 유독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닌 존재로 보고서에 묘사됐습니다. 다른 개체의 사랑을 받은 덕분이었겠죠. 구사하는 어휘도 단순하고, 어른에게서 간간이 들은 사투리를 섞어 쓰고, 남을 자기 멋대로 부르고 다니는… 평범한 어린이다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말을 참 조리 있게도 하더군.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전하듯이. 그건 마치… 아이 흉내를 내는 어른 같았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기는 또 어렵지. 기지로 오는 동안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수상해. 낯선 상황에 처한 아이라면 불안한 기색을 내보이기 마련이지. 지금 김채서 대원 몸에 깃든 존재는 매우 태연한 듯해.
— 어떤 계획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겠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할지 미리 머릿속 대본에 정리해 둔 겁니다. 저희가 SCP-1610-KO에 대하여 특정한 행동을 취하길 바랐을 텝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우리가 굳이 휘둘릴 필요가 있나? 이미 방비책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저들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군.
— 아니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따라 줘야죠. 그 베일에 싸인 신적 존재가 A-1에게 접근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이번에 도깨비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이 그동안 쌓인 한이 해소될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필요하니까요. 물론 그 감정 정화가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지 않게끔 각 부대 지휘관에게 말을 전하여 충분히 대비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에 진행하는 작전이라도 명동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죠. 조금만 기다렸다가 바로 돌입하면 됩니다.
A-24, 아니, 정체는 모르겠지만 지금 김 대원 몸에 있는 '무언가'도 같이 격리했으면 좋겠군. 진짜 A-24는 지금쯤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 계획 때문에 어린 도깨비를 죽일 놈이었다면 직접 나서도 되었을 텐데요. 아마 그 여자와 같이 있었다는 남자가 데려갔으리라 여겨집니다. 이왕이면 박사님 말대로 그놈도 잡아내고 싶지만, 우선은 SCP-1610-KO 격리 유지가 급선무니 어쩔 수 없죠.
후우, 맞는 말이네. 좋아. 이러나저러나 언젠가 터질 문제였으니. 어쨌거나 그렇게 양기가 넘치는 곳에 도깨비로 가득한 건물이 있다는 게 참 놀라워. 아, 그래. 한 박사, 자네가 생각하기에 지금 김 대원 몸에 있는 존재는 무엇일 것 같나?
— 손님이 두 명이었다고 했죠? 이런 큰 음모를 꾸밀 만큼 악하면서도 늘 짝지어 다니는 남녀 한 쌍이라면 후보가 몇 없기는 한데… 음, 강한 힘을 보유했다는 점을 반영하여 전승을 거슬러 올라가 신화까지 살펴본다면…
아, 잠깐만. 미안하네, 덕희한테서 전화가 왔군.
뭐?
— 무슨 일이죠?
음… 알겠어. 바로 현장으로 가지. 조금만 버텨 주게. 한 박사, 아무래도 사단이 난 것 같군.
—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더 커지고 말았군요. 결국 물리적 수단까지 써야 하나…
아니. 전혀 다른 문제야.
이놈들이 명동을 뒤집어엎고 있어. 이 불금 밤의 명동을.
부록 1610-KO/C: 사건 발생 및 수습 정황
20██년 7월 12일 오후 7시 35분경, SCP-1610-KO가 진동하기 시작하고 SCP-1610-KO-A 개체군이 낸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와 함께 창문과 간판이 파손되었다. 그 후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가동, 명동1가동, 명동2가동 일대에서 SCP-1610-KO-A가 일으킨 소란에 관한 수많은 신고가 경찰 당국에 접수되었다. 오후 7시 43분경, 사태를 파악한 현장 대기 인원이 무속학부에 연락하고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명동 일대는 금요일 밤을 맞아 유동 인구가 크게 증가한 까닭에 재단은 국가초상방재원의 협조를 구한 후, 오후 7시 49분경 AIC를 이용하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동의 모 상점에 폭탄을 설치하였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여 사건 종료 후 수습에 대비할 수 있었다. 오후 7시 55분부터 대원과 요원들은 경찰관, 구급대원, 소방관으로 위장하고 SCP-1610-KO-A 개체의 위치 확인 및 확보, 역정보 유포, 민간인 기억소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재단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동안 국가초상방재원이 명동 일대에 설치된 CCTV 기록을 확인한 결과, SCP-1610-KO에 가장 가까운 기기가 사건이 발생한 오후 7시 40분경에 파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손되기 전에 데이터베이스로 송신한 영상 기록에서 사건의 원인과 관련된 유의미한 상황이 발견되었다. 실제 영상 기록은 최종 사건 보고서에 첨부되었다.
[기록 시작, 20██/07/12 19:24:08]
[CCTV 화면이 SCP-1610-KO 앞 거리를 비춘다. 상인들의 농성 천막이 바람에 흔들린다. 기동특무부대 을호-3 대원들이 경찰관으로 위장하고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행인 몇 명이 거리를 지나간다.]
[명동성당 후문 방면에서 작업복 차림의 남성 3명이 걸어온다. 담배나 캔 음료를 들고 SCP-1610-KO 앞을 서성이며 대화를 나눈다. 을호-3 대원이 이들을 제지하려고 다가간다.]
[대원이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일행 중 1명이 담배꽁초를 SCP-1610-KO 왼쪽의 잔디밭에 몰래 버린다. 불씨가 마른 잡초에 옮겨붙어 연기가 피어오른다.]
[남성 일행과 대원이 급하게 불씨를 끄려고 시도한다. SCP-1610-KO가 천천히 옆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을호-3과 무호-17이 SCP-1610-KO의 변화를 인지하고 원인을 확인하려는 동시에 행인들을 대피시키려고 한다. 잔디밭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른다.]
[SCP-1610-KO가 강하게 옆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건물에 부착된 간판이 흔들리고 창문에 금이 간다. 전 부대에 작전 투입 명령이 하달된다.]
[남성 일행이 명동성당 후문 방면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자 SCP-1610-KO의 모든 창문이 깨지고, 집단이 동시에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 또는 노성(怒聲)이 들린다. SCP-1610-KO의 흔들림이 잦아들지만, 건물 주변의 조명이 깜빡이고 맨홀 뚜껑이 덜컹거린다. CCTV 화면에 노이즈가 심하게 낀다.]
[여성의 웃음소리와 함께 CCTV 영상이 끊긴다.]
[기록 종료, 20██/07/12 19:38:40]
SCP-1610-KO-A가 건물 내에서 이탈하고 명동 일대로 흩어진 후 난동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무속학부와 을호-3, 무호-17은 각 개체를 제압하여 확보하고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 과정에 투입된 인원들의 교신 기록, 개인 녹화 기록, 민간인이 촬영한 사진 및 영상 등을 바탕으로 하여 사건 종료에 당시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 중 하나이다.
촬영자: 무속학부 강신학과 윤덕희 요원
비고: 영상에 나오는 요원들은 경찰관으로 위장하고 현장에 투입되었다. 윤덕희 요원과 강소윤 요원은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명동9가길 방면으로 명동7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기록 시작]
윤덕희 요원: 실례합니다, 경찰입니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강소윤 요원: 으아, 거리가 하나같이 난장판이네. 노점이란 노점은 싹 다 넘어졌거나 부서졌고… 언니, 예전에도 이런 일 있었어?
윤덕희 요원: 글쎄, 지금 옛날 기억 더듬기에는 여유가 없어서. (제복 주머니에서 개량 부적 '3H1FH' 3장을 꺼내고) 일단 이거 가지고 있어.
강소윤 요원: 스티커? 홍대 전봇대에 붙어 있을 법한 물건이네. 어라, 이거 삼두일족응(三頭一足鷹)이잖아.
윤덕희 요원: 티 나지 않게 개량한 부적이야. 모에화를 좀 했지. 원래 부적은 사람들 눈길을 끌어 붙이기 어렵지만, 이렇게 꾸미고 그 안에 주문을 투명하게 새겨 넣으면 행여 인스타에 올라와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 어떤 건물에 도깨비가 여럿 들어가 있으면 입구에 이 스티커를 붙여. 그럼 그 놈들은 건물 밖으로 함부로 나오지 못해서 안에서 얼른 잡아내면 돼.
강소윤 요원: 그런 건 좀 알려 주고 현장으로 보내지… (이마를 부여잡고) 아재요, 우리 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언니. 그 지도 다시 한번 보여줘. 명동을 너무 오랜만에 왔어.
윤덕희 요원: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자, 흔히 우리가 '명동'이라고 하면 을지로입구역이랑 명동역 사이의 번화가를 가리키지? 거기서 1610-KO랑 명동성당이 있는 동쪽은 오히려 상황이 괜찮대. 문제는 서쪽이야. 영화관, 식당, 호텔, 백화점까지 있어서 여길 통제 못 하면 끝장이야.
강소윤 요원: 아까 듣기로는 무호-17이 그쪽에 쫙 깔렸다더라. 뒷수습은 누가 할련지.
윤덕희 요원: 급한 일 먼저 해결하고 생각할 일이지. 일단 올리브영 매장부터 살펴야 해. 유동 인구가 끔찍하게 많은 곳이니까. 매장 관계자한테는 폭탄 테러 신고가 있었다고 둘러대고.
강소윤 요원: 인터넷 폐인들도 이럴 때는 도움이 다 되네. 하아.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드네. 언니, 조심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윤덕희 요원: [웃음] 조심할게.
[한 일식당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며 나온다. 식당 안에서 뿌연 연기가 솟구친다.]
강소윤 요원: 한 놈 포착. 아니, 두 놈이다. 안쪽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는데.
윤덕희 요원: 바이저랑 마스크 여기 있어. 얼른 끝내고 나오자.
[두 요원이 MYEONGDU 바이저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당 내부로 진입한다. 윤덕희 요원이 식당 정문 옆에 3H1FH 1장을 붙인다. ]
강소윤 요원: 저 녀석들 부엌에서 뭐 하는 거야?
SCP-1610-KO-A-16: (전골 냄비를 머리에 쓰고) 뭐야, 너희? 이제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 썩 꺼져. 우리가 원래 이 동네 주인이었다구.
강소윤 요원: 하이고, 말로는 안 통한다.
윤덕희 요원: 두 분, 저희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알겠지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SCP-1610-KO-A-31: 웃기지 마. 너희가 먼저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으면서 우리더러 다시 자기들을 믿어달라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식탁 위의 어묵 조각을 주워 먹으며) 음, 맛있네. 사람 음식 먹는 것도 오랜만이다야.
윤덕희 요원: 그때 그자가 퍼뜨린 소문은 거짓말과— 소윤아, 뭐해?
강소윤 요원: 씨름 좋아하지? 나랑 한 판 붙고 지는 놈이 잡히는 거야. 어때?
SCP-1610-KO-A-16: 씨름이라, 좋다! 덤벼 봐. 꼬맹이가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봐 보자. 셋 하면—
강소윤 요원: 그런 거 없어!
[강소윤 요원이 SCP-1610-KO-A-16에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붙잡고 다리를 건다. 대상은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요원의 어깨를 급하게 붙잡지만, 얼마 안 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넘어진다. 몸이 식탁과 부딪혀 수저와 접시가 떨어지며 소리를 낸다.]
SCP-1610-KO-A-16: 악! 내 허리!
강소윤 요원: 지금이야, 언니!
윤덕희 요원: 너는 왜 맨날 몸부터 나가!
[윤덕희 요원이 SCP-1610-KO-A-16의 손목과 발목에 금줄을 묶으려고 한다. SCP-1610-KO-A-31은 강소윤 요원에게 달려들어 그의 양 손목을 붙잡는다. 강소윤 요원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거린다.]
강소윤 요원: 으극, 힘이 꽤 세다?
SCP-1610-KO-A-31: 내가 씨름 챔피온이나 먹은 놈이거든!
강소윤 요원: 챔피언 좋아하네!
[SCP-1610-KO-A-31이 다리를 걸려고 하자 강소윤 요원이 당황해하며 옆으로 넘어지려고 한다. 이에 윤덕희 요원이 양은 냄비에 담긴 오뎅탕 국물을 SCP-1610-KO-A-31의 몸에 뿌린다. A-31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하는 사이에 강소윤 요원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넘어뜨린 후 배 위에 올라타 제압한다.]
강소윤 요원: 한판이다, 이 자식아. 어우, 멸치 육수 냄새.
윤덕희 요원: 소윤아, 괜찮아? 자꾸 멋대로 움직이지 말라니까!
강소윤 요원: 그동안 배울 기술이 나름 있는데, 써먹지 못하면 아깝잖아? 뭐 어때, 제압하는 데 성공하면 됐지. [웃음]
윤덕희 요원: 하여간…
[윤덕희 요원이 두 개체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상부에 보고한다. 그동안 강소윤 요원이 두 개체와 욕설 및 비문이 섞인 짧은 말싸움을 벌이다가 윤덕희 요원에게 제지된다.]
SCP-1610-KO-A-31: 원래 우리 땅인 곳에서 노는 것도 함부로 못 해? 이거 안 놔?
강소윤 요원: 노는 데도 선이 있어! 얌전히 있으쇼, 얌전히! (윤덕희 요원에게) 자꾸 우리한테 뭐라고 하네. 우리한테 한이라도 품은 거야, 뭐야?
윤덕희 요원: 그럴지도 모르지. 본부에 연락했으니 이송 인원이 곧 올 거야. 우린 나가자. 연기가 뿌연 덕분에 바깥 사람들에게 기억소거제 투여할 시간은 덜었네.
강소윤 요원: 그래. 하, 갑자기 오뎅탕이 먹고 싶어— (입구로 걸어가다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이에게 돌아서며) 으익, 뭐야?
윤덕희 요원: 어르신, 괜찮… (SCP-1610-KO-A-1의 얼굴을 알아보고) 아. 여기 있었네요! 세상에, 몰골이 그게 뭐예요?
[SCP-1610-KO-A-1이 가쁜 숨을 내쉬며 두 요원 앞에 서 있다. 항상 쓰고 있던 모자는 보이지 않고, 매듭이 풀려 고름이 흘러내린 두루마기에 긁힌 자국과 얼룩이 있다. 고무신 한 짝 벗겨지고 없어졌다.]
SCP-1610-KO-A-1: 재단… 여러분.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여러분을 너무 늦게 찾아냈군요, 제가.
강소윤 요원: 그쪽이 김백? 여태껏 우리를 찾아다닌 거요?
SCP-1610-KO-A-1: 염치없습니다. 막아내지 못했어요. 그자들이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저렇게 날뛸 이들이 아니건만… 저의 불찰입니다. 차마 도와 달라는 말도 못 드리겠습니다.
강소윤 요원: 아니, 아니. 참회는 그만두고 본론부터 이야기해요. 도깨비들이 난동을 피우는 이유를 안다면 말해 주고.
SCP-1610-KO-A-1: 몇 주 전의 일입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저희를 깔보는 듯한 자세로 갑자기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더군요. 새벽녘에 그들이 나타난지라 재단에서는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다. 그자들도 당신들의 존재를 아는 눈치였습니다.
윤덕희 요원: 저희라면 재단 전체요, 아니면 무속학부만인가요?
SCP-1610-KO-A-1: 그건…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후자였을 텝니다. '재단 나부랭이' 같은 말까지 입에 담으면서 우리가 하찮은 놈들한테 고개를 숙였다는 둥 되도 않는 이야기를… 당신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대놓고 드러나더군요. 저는… [한숨] 죄송합니다. 몸에 힘이… 규향(奎香)이, 규향이 못 봤습니까? 다들 규향이를 찾습니다.
윤덕희 요원: 규향이? 누구를 말하는 거죠?
SCP-1610-KO-A-1: 우리 식구의 막내 되는 아이입니다. 당신들을 유독 따랐죠. 규향이가 사라지자 모두 당신들이 규향이를 잡아갔다고 수군대더군요. 워낙 인간들에게 시달린 이들이라 몇몇은 당신들을 눈엣가시로 여겼을 테죠. 그 의심과 분노가 터져 나와 이번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러니 얼른 찾아야 합니다. 모두에게 알려 주세요.
[SCP-1610-KO-1이 균형을 잃고 몸을 흔들리며 똑바로 서지 못한다. 건물 벽에 기대고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는다.]
강소윤 요원: 이봐, 이봐요! 아오, 왜 아까부터 말에 맥락이 없어?
윤덕희 요원: 진정해, 소윤아. 김백 씨, 우선 1610-KO 쪽으로 가서 나머지 이야기를 하죠. 거기서 진정을 취하자고요.
SCP-1610-KO-A-1: 저는 그 건물에서… 나고 자란 몸입니다. 규향이랑 다른 식구들은 괜찮겠지만… 참 미련하게도 집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이렇게 되더군요… 죄송합니다…
윤덕희 요원: (SCP-1610-KO-A-1을 부축하고) 소윤아, 이 사람 왼쪽 어깨 잡아! 그 규향이란 아이, 분명 A-24를 말하는 걸 거야. 서로 만나 오해를 풀면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겠지. 본부에 연락도 해 둬!
강소윤 요원: 오케이!
[기록 종료]
오후 8시 4분경, SCP-1610-KO-A-1이 SCP-1610-KO 내부로 이송되었다. 몇 분 후에 기력을 되찾은 SCP-1610-KO-A-1은 2주 전인 6월 29일 새벽 격리 설비가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에 건물에 나타난 신격 독립체 2위가 SCP-1610-KO-A 개체군을 선동하였다고 밝히었다. 각각 남녀의 외모를 띤 두 독립체는 인간, 특히 재단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것을 설파하였다. SCP-1610-KO-A-1이 이들을 쫓아내었지만, 재단은 이들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하였다. 그 후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 개체군 내에서는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명동 일대의 재개발과 유동 인구 증가로 터전을 잃은 개체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SCP-1610-KO가 철거될 것이라는 음모론이 퍼졌고, 재단이 자신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였다. 7월 10일 SCP-1610-KO-A-24(김규향)이 건물 내에서 사라지고 주변 건물 철거에 참여한 인부가 담배꽁초를 버린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이러한 믿음을 사실로 여기고 난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무속학부는 명동 일대를 봉쇄하는 현 방안으로는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SCP-1610-KO-A-1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개체군을 선동한 두 독립체의 정체를 정확하게 밝히고자 하였다.
장소: SCP-1610-KO 4층
참석자:
- 무속학부 강신학과: 강소윤 요원, 윤덕희 요원
- 무속학부 진혼학과: 신현아 연구원
- 기동특무부대 무호-17 소속 김채서 대원, 차재연 대원, 마요셉 대원
- SCP-1610-KO-A-1(김백)
[기록 시작]
강소윤 요원: (소파에 앉으며) 아이고. 김백 씨, 정신도 차리셨는데, 뭐, 좋은 생각 없어요? 일이 더 커지면 우리도 더는 손 못 써요. [한숨] 장윤현 이 자식은 바쁘다고 못 오고, 망할. 아재는 아직도 안 오고 뭐 한데?
윤덕희 요원: 논의할 사항이 한둘이 아닌가 봐. 도시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대형 사건인 만큼, 그쪽에서도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야.
차재연 대원: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현재 눈스퀘어부터 명동역 사이의 명동 남서부 지역은 통제 완료되었습니다. 확보된 개체 모두 하나같이 이성을 잃은 상태더군요. 마치 무언가에 오랫동안 굶주린 듯이. 빙의당하거나 부상을 입은 대원은 없지만, 그들이 노후화된 건물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자칫 화재나 균열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명동성당 내에서 이상한 형체가 목격되었다는 보고도 방금 전해졌습니다.
마요셉 대원: 성당까지? 에혀, 야단났네.
SCP-1610-KO-A-1: 소윤 양,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규향이를 데리고 식구들에게 제가 직접 호소하죠. 재단이 규향이를 보호해 주었다, 우리 모두 무사하다, 그리고… 항상 참고 견디기만 강요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마음이 바뀔 겁니다.
차재연 대원: 그만큼 개체들이 당신을 신뢰한다는 말입니까?
SCP-1610-KO-A-1: 그랬었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미안한 생각만 듭니다. 항상 저의 입장에서만 말했어요. 건물 밖은 위험하니 늘 안에만 있어야 한다면서. 그 바깥이 저들의 집이자 터전이었을 텐데, 다들 불만이 많았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저에게 항의한 식구가 한 명 없었다는 점에서 제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집니다.
윤덕희 요원: 좋아요. 두 분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모든 개체가 진정되고 건물로 돌아온다는 데 걸어 봅시다. 그와 더불어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제시해야겠어요. 21K기지에 저 많은 개체를 한꺼번에 격리하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게 해야 한다면 보다 넓은 기지로…
강소윤 요원: 언니는 천성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렇게까지 우리가 양보할 필요는 없잖아? 차라리 어느 오지에 있는 폐건물을 가지고 격리 구역을 하나 만드는 건 어때? 그럴싸한 이유만 하나 만들면 출입할 사람도 별로 없는 오지.
마요셉 대원: 대충 의견이 좁혀진 것 같으니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할까요? (김채서 대원에게) 야, 너, 그… 아니다. 너 지금 김채서가 아니었지. 그래서 너희 대장이랑 겨우 상봉했는데, 기분은 어때? 불안감이 좀 가셔?
김채서 대원: 아, 네… 어느 정도…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요셉 대원: 잘못했다고 해. 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상대가 뭐라고 못하지.
김채서 대원: 음… 저, 어르신. 죄송해요. 제가 함부로 나가 버려서. 무서웠어요. 어른들이 소리 지르면서 날뛰는 것이… 이 사실을 재단 사람들한테 얼른 알려야 할 것 같아서…
SCP-1610-KO-A-1: [침묵]
김채서 대원: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눈물을 소매로 닦고) 나쁜 짓을 했어요. 다시는 속상하지 않게 해 드릴게요.
윤덕희 요원: 나 어릴 적 생각나네.
강소윤 요원: 언니도 혼날 때는 저렇게 서럽게 울었구나. 흐음.
윤덕희 요원: 딴소리 그만해. 그나저나 저분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둡—
SCP-1610-KO-A-1: 너 누구야?
[김채서 대원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SCP-1610-KO-A-1을 바라본다.]
차재연 대원: 음?
김채서 대원: 저… 저는 김가… 규향이요. 저도 식구 중 하나인데… 기억 안 나세요?
SCP-1610-KO-A-1: 기억나지. 못할 수가 있나? 그러니까 네가 누구냐고 묻는다.
강소윤 요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김백 씨, 지금 무슨 말을…
윤덕희 요원: 소윤아, 잠깐만.
SCP-1610-KO-A-1: 규향이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너는 모르겠지. 진짜 그 아이가 아니니까.
차재연 대원: (작은 목소리로) 요셉. 준비해.
마요셉 대원: [침묵] 이게… 어떻게 된…
[계단에 있던 신현아 연구원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신현아 연구원: 죄송합니다, 여러분. 과장님과의 통화가 다소 길어졌네요. 여러분?
[김채서 대원이 계속 SCP-1610-KO-A-1을 바라본다.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는다. SCP-1610-KO-1이 김채서 대원을 응시한다.]
신현아 연구원: (윤덕희 요원에게) 우려했던 상황이 벌써 일어난 건가요?
윤덕희 요원: 우려? 그쪽은 알고 있었어요?
신현아 연구원: 방금 한 박사님이 류 박사님과… (윤덕희 요원에게 귓속말을 하고) 그래서 지금 상황이…
김채서 대원: 하.
[김채서 대원이 소리 없이 웃는다. 그를 제외한 대원들이 장비를 조용히 손으로 쥔다. SCP-1610-KO-A-1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SCP-1610-KO-A-1: 규향이는 어디에 있지?
김채서 대원: 멍청한 놈. 빠르게 알아챘어야지. 그것이 네 놈의 패착이다.
SCP-1610-KO-A-1: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김채서 대원: [크게 웃음] 꼴이 우습구먼. 그 빌어먹을 순박한 성품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야. 꽤 볼만했어.
차재연 대원: 요셉, 쏴!
[마요셉 대원이 비살상 삼인탄(三寅彈)이 장전된 화기를 몇 발 발사하여 김채서 대원의 다리를 맞춘다. 김채서 대원은 이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요셉 대원: 하, 씨발. [헛웃음] 얼마나 험한 놈인 거냐, 너.
강소윤 요원: 내가 할게요!
김채서 대원: 우둔한 인간 놈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 모르나?
SCP-1610-KO-A-1: 어디 있냐고!
[김채서 대원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차재연 대원과 윤덕희 요원이 대원의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다. 다리에 멍이 나 있지 않다.]
강소윤 요원: 하, 이 새끼. 빨리도 토꼈네.
차재연 대원: 어지간한 잡귀가 깃든 사람에게 비살상 삼인탄을 쏘면 최소한 멍이 나기 십상이다. 그런데 다리에 찰과상 하나 없다니…
신현아 연구원: 방금 전에 달아난 독립체가 이번 사건의 원인인 그 신격 독립체입니다. 서둘러 확인하고 이야기를 전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강소윤 요원: 그놈이 계속 우리를 속이고 다녔다는 거예요? 기지 안까지 들어와 놓고서는? [한숨] 개자식, 잡히면 내가 족친다. 김백 씨, 그놈의 정체에 관하여 짐작되는 점 없어요?
신현아 연구원: 한 박사님이 류 박사님과 논의한 끝에 추정되는 인물을 추려내긴 했습니다.
윤덕희 요원: 누구죠?
신현아 연구원: 한국 신화에는 부부 신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요. 악한 존재라면 더욱 드물고요. 재단이 그 존재와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후보를 빠르게 추려낼 수 있어요. 신화학과 사람들의 도움이 컸죠.
[신현아 연구원이 서류를 몇 장 넘기고 말을 이어간다.]
신현아 연구원: 과양생이와 과양각시. 여기서 둘이 나타날 줄은 몰랐네요.
윤덕희 요원: 그놈들이 이승을 떠돌아요? 용케 사라지지도 않았네.
차재연 대원: 그만큼 누군가를 향하는 악의가 상당하다는 뜻이겠죠. 그 대상이야 분명 저희이겠지만. 문제는 진짜 A-24가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SCP-1610-KO-A-1: 등잔 밑이 어둡다… 등잔 밑이… 설마?
강소윤 요원: 오, 드디어 한 건 하나?
SCP-1610-KO-A-1: 바로 이 주변에 있으면서 저희가 잘 가려고 하지 않는 공간에 규향이가 있다는 말 같습니다. 식구들이 규향이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게 말이죠. 그렇다면 한 곳뿐입니다.
[SCP-1610-KO-A-1이 창문 바깥의 명동성당 본당을 가리킨다.]
SCP-1610-KO-A-1: 명동성당.
[기록 종료]
명동성당의 개방 시간이 오후 8시까지였기에 신현아 연구원이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재단이 조치를 취하여 소수의 인원에 한하여 성당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강소윤 요원 등은 도깨비들의 난동을 해결하고자 SCP-1610-KO-A-1의 도움을 받아 A-24를 찾아내고 도깨비들을 설득하기로 하였다. 또한 김채서 대원의 몸에서 벗어나고 도주한 '과양각시'를 구속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추적하는 데 실패하자 난동 수습이 우선시되었다. 의식을 잃었던 김채서 대원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고 상태가 호전되었고, '과양각시'에게 빙의된 동안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였다.
촬영자: 무속학부 강신학과 윤덕희 요원
비고: 윤덕희 요원과 차재연 대원이 SCP-1610-KO-A-1의 몸에 소형 마이크를 달았다. 이 마이크로 전달된 그들의 목소리는 명동의 다른 지역에 있는 요원 및 기동특무부대 대원의 무전기로 방송되어 수많은 개체를 동시에 진정시킬 수 있었다. 나머지 인원은 명동 각지로 흩어져 SCP-1610-KO-A 개체를 제압하고 이탈을 막는 데 투입되었다.
[기록 시작]
차재연 대원: 조명은 아직 켜져 있습니다. 현재 감지되기로는… 4위… 5위… 5위의 신격 독립체가 내부에 존재합니다. 그 안에 A-24가 포함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SCP-1610-KO-A-1: 과양생이, 과양각시는 실로 악한 이들입니다. 저는 물론이거니와, 당신들에게도 함부로 해하려고 들 수 있습니다. 건물 안의 식구들을 최대한 달려보려고 노력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윤덕희 요원: 에이, 괜찮아요. 우리의 목표는 A-24, 규향 양을 찾아내는 거예요. 거기에만 집중하자구요.
[SCP-1610-KO-A-1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세 사람은 계단을 올라 명동성당 본당 앞에 선다. 예배당 내부의 조명이 밝혀져 있다.]
윤덕희 요원: 성당 관계자들에게 둘러대며 말한 이야기가 먹혀야 할 텐데. 자, 들어가죠. 재연 씨가 선두에 서고, 우리 둘이 재연 씨를 엄호하며 주위를 살핍니다. 규향 양만 찾아내고 바로 빠져나오는 거예요.
[본당 정문이 닫혀 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차재연 대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연다. 중앙 복도 양쪽에 설치된 조명이 밝게 빛난다. 그러나 문이 일행 뒤에서 닫히자마자 내부 조명이 모두 꺼진다.]
차재연 대원: 저들이 눈치챘군요. 바이저를 착용하세요.
SCP-1610-KO-A-1: (다급하게) 잠깐만, 두 분! 저기 앞을 보십시오. 길 끝에 누가 서 있습니다. 보이기로서니 사람 같지만, 사람이나 도깨비는 아닙니다.
윤덕희 요원: 제대(祭臺) 앞에 있는 형상 말인가요? 바이저로도 잘 안 보이는데,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는 거잖아.
차재연 대원: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의 형상이 움직임 없이 미끄러지면서 윤덕희 요원 일행에게 다가온다. 차재연 대원이 화기의 총구를 대상에게 겨냥한다.]
형상: 무척이나 화려하지 않아? 몇 주 전에 찾아간 네 허름한 집보다 훨씬 커다란걸.
[형상이 윤덕희 요원 일행과 거리를 두고 멈춰 선다.]
형상: 간만에 한 바깥 나들이는 즐거웠나?
차재연 대원: (형상을 계속 응시하며) 김규향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형상: 아, 그 꼬마 아가씨. 우리 각시랑 세 아들 낳고 즐거이 살던 옛날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아이던걸. 자네는 그런 아이를 그 좁은 곳에 가두고 길렀던 건가?
SCP-1610-KO-A-1: 그 입 다물어. 네 놈 속셈은 몰라도, 이런 난장판을 일으킨 자가 할 말은 아니지.
형상: [웃음] 책임을 부정하는군.
SCP-1610-KO-A-1: 달라질 거야. 네가 우리 식구를 현혹하여 벌어진 일이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욕망이 터져 나온 점도 주된 이유였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거야. 과오를 뉘우치지 못하고 또다시 범한 너와 달리.
형상: [침묵] 하. 너야말로 지금 너의 비좁은 낙원이 영원하리라 생각하지 않나?
윤덕희 요원: 입 다물고 말해. 이 짓을 벌인 이유가 뭐야? 처음부터 우리를 골탕 먹일 셈이었냐? 재단의 존재는 언제 인지한 거지?
형상: 우리는 오랫동안 너희를 주시해 왔지. 꽤 많은 신들과 조우했더군. 흥미로웠어. 인간과 신이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새삼 놀라웠다. 세상이 바뀐 것이 체감되었지.
윤덕희 요원: 그 점에 불만이 잘도 많았겠네.
형상: 하. 하하. [발작적 웃음] 어쩜 생각이 그렇게나 단순하지? 예나 지금이나 너희 애송이들은 상황을 항상 밝게만 보고 앉아 있군.
차재연 대원: 절호의 기회였다, 이거로군. 지금처럼 인간과 신이 가까이 지내는 시기가 예전에는 별로 없었으니. 다시 세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꿈꾸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네.
SCP-1610-KO-A-1: 그럼 우리는 그저 저들의 음모에 이용당한 것… [한숨] 그럴 수가.
형상: 그 순해 빠진 성격… 마음에 안 들었어. 나는 너를 몇 년 전부터 지켜봤어. 우리에 갇힌 짐승이 야생성을 잃고 창살에 익숙해진 꼬라지였지. [웃음] 물론 모든 이가 너와 같이 생각하진 않아 다행이었고. 다들 너처럼 무조건 인간에게 고개 숙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SCP-1610-KO-A-1: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나는… (혼란스러워하며 몸을 비틀거리고) 이럴 때가 아닙니다. 빨리 규향이를 찾아야…
윤덕희 요원: (귓속말) 신호가 새로 감지됐어요. 제단 뒤예요. 문제는 저놈을 어떻게 뚫고 가는지인데…
차재연 대원: 제가 주의를 끌겠습니다. 두 사람은 저쪽으로 곧장 달려가십시오. (허리춤에서 부적을 꺼내고 윤덕희 요원에게 건네고) 몸조심하십시오.
형상: 얄팍한 수나 부리는군!
[형상이 SCP-1610-KO-A-1에게 빠르게 달려든다. A-1은 이를 간신히 피하고, 성당 내부가 가볍게 흔들린다. 차재연 대원이 화기의 삼인탄을 형상에 여러 발 발사하지만, 형상이 다소 흐릿해지는 것 외에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윤덕희 요원: 김백 씨, 달려요! 달려!
[SCP-1610-KO-A-1이 중앙 복도를 달리며 제대를 향한다. 복도 양쪽의 의자에서 SCP-1610-KO-A 개체가 나타나 A-1에게 달려든다.]
SCP-1610-KO-A-42: 대장… 돌아가자… 원래 우리의 터전으로… 그 건물은 이제 질렸어…
차재연 대원: 제기랄, 이거나 먹어! (형상을 향하여 신격 독립체 퇴치 분말을 분사하고) 어, 어디로 갔지?
SCP-1610-KO-A-1: 다들 정신 차려! 여기서 정신을 잃어선 안 돼!
차재연 대원: 놈이 모습을 감췄습니다. 분명 이 앞에… 으윽!
[차재연 대원이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윤덕희 요원이 그의 상태를 살핀다.]
윤덕희 요원: 재연 씨, 재연 씨! 어느 틈에 재연 씨 몸에 들어서려고 한 거지?
차재연 대원: 저,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이 방령복이… 놈을 여기에 가둬 놓아서…
SCP-1610-KO-A-1: (SCP-1610-KO-A 개체들을 밀쳐내려고 시도하며) 이 팔 놓으십시오! 여기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윤덕희 요원: 저쪽에 있는 성수(聖水)를 써요! 소금물이라서 힘을 빼낼 수 있을 거예요!
SCP-1610-KO-A-1: (망설이다가) 잠깐만…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SCP-1610-KO-A-1이 성당 입구의 성수대에 담긴 성수를 공중으로 띄우고 SCP-1610-KO-A 개체에게 뿌린다. 잠시 무력화된 이들을 의자 위에 조심스럽게 옮긴다. SCP-1610-KO-A-1의 체력이 다한 것이 그 모습에서 드러난다]
윤덕희 요원: (차재연 대원의 허리를 두드리며) 재연 씨, 정신 차려요!
[SCP-1610-KO-A-1이 제대에 다가서자 차재연 대원의 몸이 앞으로 쓰러진다. 성당 내부 조명이 빠르게 깜박인다. 십자고상(十字苦像)과 제단 위의 물품들이 흔들린다.]
차재연 대원: (변조된 목소리로) 생각보다… 머리를 쓸 줄 아는 놈들이군… 그래봤자…
[형상에 빙의된 차재연 대원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SCP-1610-KO-A-1을 향하여 화기를 겨눈다.]
차재연 대원: (변조된 목소리로) 지장님 손바닥 안이지.
[차재연 대원이 발사한 삼인탄이 SCP-1610-KO-A-1의 오른팔에 명중하고, A-1이 의자에 몸을 기대어 쓰러진다.]
SCP-1610-KO-A-1: [고통을 참는 신음] 이거… 총에 맞는 감각이… 이런 느낌입니까?
윤덕희 요원: 그 총 놓아! (부적을 차재연 대원의 이마에 붙이고) 재연 씨 몸에서 나가, 이 썩을 놈아!
차재연 대원: (변조된 목소리로) 부적인가? 하, 퍽 재밌군… 다음에는 더 재밌겠어…
[차재연 대원이 다시 쓰러지고 가쁜 숨을 내쉰다. 성당 내부 조명이 원래대로 밝아진다. 차 대원의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한 윤덕희 요원이 SCP-1610-KO-A-1에게 다가간다.]
SCP-1610-KO-A-1: [웃음] 내가… 발이 좀 느렸네요… 미안합니다.
윤덕희 요원: 김백 씨, 저 좀 봐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요. (탄에 맞은 그의 오른팔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 주변이 빠르게 썩어가고 있어요. 다시 강조하지만, 정신 잃어서는 절대 안 돼요. 얼른 총알을 안에서 빼내든 해야…
SCP-1610-KO-A-1: 저는 괜찮아요. 가서 규향이를 찾아 주세요. 차마 그 아이를… 볼 면목이 없어요. [침묵] 모든 일은 다 제 탓이었다고 이야기 해 줘요. 저를 잊고 새 삶을 살게 해 주면…
윤덕희 요원: (목소리를 높이고) 되도 않는 유언 남기지 말고 당신 살길 먼저 찾고 직접 그 아이 앞에서 말하라고요! 이미 오랫동안 스스로 희생해 왔는데, 또 여기서 희생이나 하려고요? 언제까지 그럴 건데요?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새 삶이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SCP-1610-KO-A-1: [침묵] 그렇죠… 하지만…
윤덕희 요원: 어른이라면 책임을 져야죠. 그렇게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식구 앞에서 스스로 말할 줄 아는 어른. 당신이 그 식구를 이끄는 사람이자 어른이었잖아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른 식구를 위해서라도.
SCP-1610-KO-A-1: 그렇군요… [침묵] 염치없지만, 저를 좀 부축해 주겠어요? 온몸에 힘이 없네요, 하하…
윤덕희 요원: [웃음] 오늘만 벌써 두번째네요.
[SCP-1610-KO-A-1이 윤덕희 요원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고 제대로 천천히 걸어간다. A-1의 오른팔이 이미 검게 물들었고 어깨까지 물들기 시작한다.]
SCP-1610-KO-A-1: 규향아. 거기 있니?
[제대 옆의 독서대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둘이 독서대 뒤쪽으로 돌아서 가자 바닥에 웅크려 누워 있는 SCP-1610-KO-A-24가 나타난다. A-24가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SCP-1610-KO-A-24: 어라… 여기가 어디지? 어, 선생님! 괜찮으세요? 어딘가가 아파 보여요.
SCP-1610-KO-A-1: 나는… 아… 미안하구나. 나는 괜찮단다. 피곤했지?
[SCP-1610-KO-A-1이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린다. A-24가 그의 품에 안긴다. A-24는 아직 A-1의 정확한 상태를 알지 못한다.]
SCP-1610-KO-A-24: 무서운 꿈을 꿨어요… 어른들이 마구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구… 무서워서 어딘가에 숨어 있었어요. 그러고 깜빡 잠에 든 것 같은데, 여기는 어디에요?
SCP-1610-KO-A-1: 걱정하지 마렴. 네가 잠든 사이에 참 많은 사건이 있었단다. 오늘처럼 무척 피곤해질 날은 더 없을 거야. 하지만 가끔은 밖에 나와 즐겁게 노는 것도 좋은 것 같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야.
SCP-1610-KO-24: 네! 선생님이랑 놀러 다니면 어디든 좋아요! 여기 명동은 볼거리도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또…
SCP-1610-KO-A-1: [웃음] 보고 싶은 것이 무척이나 많았구나.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우리 모두… 영원히 그 건물 안에만 머물 수만은 없지, 그래…
윤덕희 요원: (무전기에) 소윤아, 그쪽 상황은 어때? 정리됐어? 다행이다. 이쪽으로 의료팀 좀 데려와 줘. 환자가 둘이나 있어. 얼른!
SCP-1610-KO-1: (SCP-1610-KO-A-24를 껴안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모두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기록 종료]
이후에 도착한 의료 팀이 SCP-1610-KO-A-1의 상처에서 삼인탄을 제거하고 탄의 효과가 더 퍼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대상의 오른팔과 오른쪽 어깨는 반영구적인 피해를 입어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였다. 김채서 대원과 차재연 대원은 추후에 방령복을 올바르게 착용한 사실이 입증되어 징계를 받지 않았고, 무구학과에서 현행 방령복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SCP-1610-KO-A 개체군은 A-1과 A-24의 설명을 듣고 저항을 중지하고 자발적으로 건물로 복귀하였다. SCP-1610-KO-A-1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예방책으로 SCP-1610-KO-A 개체를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외부에 나오게 하여 욕구를 해소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관한 현실적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주한 두 신격 독립체의 행방은 여전히 추적되고 있다.
사흘 후가 손 없는 날이라서 그날에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죠?
— 그래. 다행히 도깨비 녀석들이 우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줘서 다행이지. 마침 기지 근처의 인적 드문 건물이 있어서 민간인에게 노출될 일도 덜할 테고. 여차하면 발 디디면 죽는다 뭐한다 하는 흉가에 관한 소문이나 퍼뜨리면 되고.
그럼 그 건물은… 철거되는 건가요? SCP-1610-KO 말이에요.
— 철거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안 그래도 중구청이랑 명동 상인 사이에서 재개발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거든. 해결되려면 몇 년은 걸릴 거야. 요즈음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재개발이 완전히 진행되면 SCP-1610-KO-A 같은 존재가 또 생길 수도 있겠네요. 터전을 잃는 문제는 비단 사람뿐이 아니라 신령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니까요.
— 지금이야 전국의 도시화율이 90%를 넘기지만, 50%도 못 넘길 때 새마을 운동 같은 촌락 현대화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신령이 쫓겨났는지 몰라. 그렇게 원한이 생기고 오랫동안 묵은 귀신이 악령이 되는 거고.
그 화살이 우리에게 향할 수 있다는 거죠?
— 응? 뭐, 그럴 수도 있겠지. … 덕희 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과장님. 저번에 달아난 그 두 녀석 말이에요.
— 과양생이 커플?
아무래도 이번 일은 발단에 불과한 것 같아요. 몇 달 전 스토커 사건처럼. 감지기나 방령복 따위를 쉽게 무력화하는 놈들이 쉽게 물러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그냥 후퇴한 것이 아니었던 거예요.
— … 최근 발생한 악령 출몰 건수를 한 번 살펴봐야겠군. 이따가 구천이를 불러와 줘.
별일이야? 자기가 성질 죽이고 그렇게 쉽게 물러선 건 처음 보네.
— 굳이 힘쓸 필요 없었으니까 그랬지. 그 도깨비 놈, 순해 빠진 주제에 끈기는 있던걸. 왜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나 몰라.
그래도 오랜만에 몸 쓰니까 재미있지 않았어? 재단에서 이번 명동 사태는 겨우 수습한 것 같더라. 겨우 이 정도에 쩔쩔매는 것도 같더만.
—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더 강하게 나서야 저들이 겁을 먹고 자지러지지. 지장 말대로 저쪽에서는 아직 우리를 모르는 눈치인가 봐. 웃기지 않아?
그러게. … 그 규향이라는 아이, 꽤나 귀여웠지?
— 무슨 이야기야?
아니, 그냥. 옛날 생각 나서.
— … 우리 아이들 생각 나는 것이라면 그 사단을 일으킨 새끼들을 먼저 떠올려야지. 가증스러운 놈들.
끝까지 함께할 거지?
— 당연하지. 당신이나 나나 분이 풀리려면 멀었어. 아주 크게 재미를 봐야 풀리든 말든 하겠지.
후후, 그 생각은 언제나 똑같네. 그래서 자기가 마음에 들어. 아, 여드렛도는 요즈음 소식이 없네.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람?
— 그쪽은 신경 꺼도 잘할 거야. 목도령 그놈이 허둥지둥대지만 않기를 바라자고. 자기, 우리 약속 장소 여기 맞지?
응, 벌써 와 있네.
— 우리 왔어. 네 말대로 재미있는 놈들이더라, 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