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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599-KO: 하늘에서 내려온 외계인 하는 말
작가:LR0725,
TimidChild
이 글은 삼천리 강원 경연 투고작입니다.이미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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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599-KO를 촬영한 사진
특수 격리 절차: 제57K기지 천문학부를 비롯한 재단의 천문 관련 부서는 SCP-1599-KO 현상이 발생하는지 주의깊게 관찰한다. SCP-1599-KO 현상을 미리 포착하는 데 성공하면 비행체의 궤도를 분석해 인근 주민을 대피시키거나 떨어지는 물체를 회수할 준비를 한다.
SCP-1599-KO 현상이 발생한 후에는 신속히 재단 요원이 출동해 목격자의 기억을 소거하고 관찰 기록을 삭제한다. 만약 정보를 완전히 말소하기 어렵다면 비변칙 천문 현상으로 위장한다. SCP-1599-KO에서 등장한 UFO가 투하한 물건을 회수하는 데에 성공하면 근처 재단 기지로 운반해 그 정체나 용도를 분석한다.
설명: SCP-1599-KO는 지구상에 반복해서 출현하는 미확인비행물체(UFO)와, 그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일련의 현상을 지칭한다. 기록된 가장 오래된 SCP-1599-KO 사례는 광해군 원년(16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후 불규칙하게 등장하다가 20세기에 들어서 목격담이 증가했다.1 각 사례마다 등장하는 UFO가 동일 개체인지는 불명이다. 애초에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재단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례가 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SCP-1599-KO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UFO는 고속으로 이동하다가 특유의 행동을 한 후 지체없이 사라지기에 자세히 관찰한 기록은 적다. 다만 모든 기록에서 공통으로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접시 모양, 혹은 뒤집은 세숫대야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빛을 낸다고 묘사한다.
SCP-1599-KO의 진행 과정은 주로 다음과 같다.
- 상공 수 킬로미터~십수 킬로미터 지점에 상술한 외형의 UFO가 갑작스레 나타난다. 등장하기 전까지는 레이더나 기타 장치가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데, 스텔스 기능이 있거나 초고속으로 이동하다가 감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 출현한 후 대상은 가만히 머무르지 않고 일정 시간 (짧으면 십수 분, 길면 1~2시간까지도) 근방을 돌아다닌다. 대상은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급격한 방향 전환 및 속도, 인간의 것이라기엔 부자연스러운 이동 동선 등을 보인다. 이때 이동하는 방향에 따라 기체 좌측 혹은 우측에서 작게 발광한다.
- 배회 도중 인적이 별로 없으며 어둡고 조용한 곳을 찾으면 대상은 속도를 줄이다가 기체에서 불빛을 깜빡이며 정지한다.
- 대상은 잠시 그 장소에 머무르며 이때 기체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분리되어 날아간다. 해당 물체는 얼마 후 추진을 멈추고 추락하는데, 대부분의 물체는 지면에 충돌하는 충격으로 파괴되거나 폭발하여 식별 불가능하다. 파괴되지 않은 물체를 회수하는 데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으나, 대부분 심하게 손상되어 불안정한 상태의 외계 물체였으며 재질은 다양했다. 자세한 사항은 부록 1의 사건 3을 참고하라.
- 위 행동을 끝내면 대상은 지체없이 빠르게 가속해 자리를 떠나 소멸한다.
SCP-1599-KO에서 나타나는 UFO를 조종하는 독립체가 있는지, 있다면 그 정체나 의도는 무엇인지는 불명이다. 현재까지 많은 민간인이 SCP-1599-KO 현상을 목격했고, UFO가 투하하는 물체에 충돌하거나 여파에 휘말려 재산 피해를 입거나 사람이 부상을 입은 사례 또한 여럿 보고되었다. 불규칙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방식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SCP-1599-KO 발생 빈도와 그에 따른 피해 보고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UFO가 투하하는 물체의 규모와 개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인화성 물질 등 위험한 물체가 자주 떨어지고 있다.
SCP-1599-KO가 외계인이 정찰/폭격을 목적으로 날려보낸 비행체라는 가설이 있으나, 정찰이 목적이라면 어째서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지, 본격적인 공중 폭격이 목적이라면 어째서 규모가 상당히 작은지가 의문이다. 그러나, 일종의 선발대일 수도 있다는 점과 외계 문명 출신이라면 사고 방식이나 전략 전술이 지구의 것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이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부록 1: SCP-1599-KO 발생 사례
아래에는 주목할 만한 SCP-1599-KO 사례를 정리해 놓았다.
사건 1: 문헌으로 확인 가능한 최초의 SCP-1599-KO 사례
날짜: 1609년 9월 22일
장소: 한반도 강원도 일대
사건 설명: 1609년 광해 원년에 강원도 상공에 미확인비행물체와 연관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강원도 각지에서 이 현상을 목격한 사례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었으며, 다른 SCP-1599-KO 현상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초로 기록된 SCP-1599-KO 현상으로 추정된다. 재단 역정보부 측에서 조선왕조실록 내용을 일부 수정해 일반적인 별똥별의 움직임과 닮게 바꿨으며, 이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본 기록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양양부(襄陽府)에서는 8월 25일 미시(未時) 즈음에 날씨가 화창하더니 난데없이 하늘에 커다란 물건이 나타났습니다. 이 물체는 빠르기는 화살만큼 빠르고, 왼쪽으로 가는가 하더니 오른쪽으로 가고, 앞으로 가는가 하더니 바로 몸을 꺾어 뒤로 움직이기도 하니 그 거동이 매우 요사스러웠습니다. 형태는 세숫대야처럼 생겼는데 위로 갈수록 뾰족해졌고, 색깔은 회백색인데 군데군데서 붉고 푸른 빛깔이 깜빡거렸습니다.
한참을 제멋대로 떠돌더니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를 향해 날아가서 멈추었다가, 물체가 두 조각으로 나뉘었습니다. 작은 조각은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하다가 갑자기 폭발했고, 한편 큰 조각은 작은 조각이 터지는 것을 지켜본 후 그대로 빠르게 승천해 사라졌습니다. 폭발에 휘말려 근처에서 산을 지나가던 사람과 물체를 쫓아가던 구경꾼 몇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사건 2: 영상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던 SCP-1599-KO 사례
날짜: 2013년 10월 7일
위치: 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사건 설명: 강릉시 상공에서 녹색으로 발광하는 물체가 출현하였다. 당시 밤하늘을 촬영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다가 우연히 이를 목격한 민간인에 따르면, 근처의 별빛과 색이 크게 다른 물체가 타원형 궤적을 그리면서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돌연 백색으로 빛나는 또 다른 작은 물체가 발광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추락했다. 이후 황색으로 변하여 1분 정도 정지해 있던 발광체는 그 색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면서 급가속하여 북서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진술은 촬영된 영상과도 부합하므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되었다. 따라서 정체불명의 발광체 출현을 이상 징후 목록에 등록하였다.
땅에 추락한 물체는 지면과 충돌한 즉시 폭발했으며, 그 여파로 3인 이상이 부상을 입고 근처 다리가 손상되어 인근 교통이 마비되었다. 후속 조치로 영상 기록을 회수한 뒤, 목격자에게는 B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고 석방하였다. 이 사건은 본디 이상 징후 목록에 등재된 이후로 재단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상 징후 목록을 열람하던 연구원이 SCP-1599-KO와의 관련성을 지적하면서 EE-1599-KO로 지정, 본 목록에 병합되었다.
사건 3: 비행체가 투하한 물체를 회수한 사례
날짜: 2023년 5월 13일
위치: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사건 설명: 속초시 대포동 상공에서 타원형의 물체2가 출현하였다. 당시 인근에서 일하고 있던 목격자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물체는 빠르게 비행하다가 노란 빛을 내며 정지하였고, 30초 정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다가 녹색 빛을 내면서 빠르게 남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비행체가 사라지기 직전 자신의 근처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나자, 목격자는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목격자는 금속으로 된 듯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인근 경찰에 신고하였고, 이 소식이 속초경찰서까지 전해지면서 재단이 사건 발생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재단은 즉시 "우주선 잔해와 같은 우주쓰레기가 낙하하였다"라는 역정보를 적용하였고, 목격자와 면담을 진행하여 상기한 정보를 얻은 뒤 목격자에게는 B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였다. 목격자가 발견한 물체를 조사한 결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이 크게 파손된 채로 여럿 뒤섞여 있었다. 기계 장치들이 낙하 전부터 부서져 있었는지, 혹은 낙하의 여파로 인해 파괴되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발견된 기계 장치 중 특기할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빨간 버튼이 두 개 달린 금속제 원통. 버튼 두 개를 동시에 누르면 플라즈마로 이루어진 1.5m 정도 길이의 검신이 나타나, 소위 '광선검' 같은 형태로 변한다. 그러나 파손된 탓인지 출력이 약하여 검신이 이따금 점멸하며, 절삭력 역시 목판을 자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금속판. 작동법을 알아내지 못하여 용도는 불명이다.
- 물이 분사되는 알 수 없는 재질의 관.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물이 분사되며, 그 수압은 10mm 두께 철판을 뚫을 정도였다.
- 끈적거리는 커다란 덩어리. 안에는 금속제 큐브가 박혀 있었다. 끈끈이 트랩 같은 용도로 쓰인다고 추정되나 정확한 사용법은 알 수 없었다.
그간 낙하한 기계 장치들이 모두 무기일 가능성이 새로이 제기되었다.
추가 기록: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뒤, 회수했던 물품에 회수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새길 수 있었는지는 불명이다. 몇 주 뒤 해석이 완료되었으며, 해석된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추적 중. 미승인 행위 지속 시 강경하게 대응할 것. 즉각 해당 행위를 중단하라.
'미승인 행위'가 무엇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외계 생물체의 침략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의견이 여럿 제기되었다.
사건 4: 외계 생물체를 발견한 특이 사례
날짜: 2027/10/15
위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사건 설명: 위 사건 당시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수신하긴 하였으나, "미승인 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기에 재단은 해당 요구에 따를 수 없었다. 대신 재단은 SCP-1599-KO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기로 했으며, 천문학부에 추가 예산을 할당하고 각종 신규 감시 및 관찰 장비를 제작하였다. UFO 개체들은 재단의 행동을 눈치챘는지 더 짧은 시간 동안 서둘러 이동하고, 인적이나 시선이 더더욱 적은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점점 불빛을 내지 않아 감시에 어려움이 생겼으며 비행 빈도 또한 늘어났다.
추가 자원을 할당했음에도 SCP-1599-KO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었으나, 2027년 10월 15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SCP-1599-KO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1시 즈음에 영월군 상동읍 상공에 UFO 두 기가 서로 수 초 간격을 두고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출현했다. 양쪽 다 빛을 내지 않았기에 두 기체는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뒤늦게 상대방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두 기체 모두 당황한 듯 방향을 급히 꺾었으나, 둘 중 한 기체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했다. 비행체 중 하나는 한참을 비틀거리다가 평소처럼 물체를 투하하고 사라졌으나, 다른 하나는 그대로 추진력을 잃고 추락했다. 추락 도중 생물체 하나가 기체 내부에서 낙하산으로 보이는 물건을 메고 탈출했으며, 기체는 땅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회수할 잔해 중 유의미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 기체에서 탈출한 개체는 재단 요원이 즉시 출동해 회수했다. 회수 당시 대상은 기절한 상태였으며 출동한 요원이 직접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부록 2: 면담 기록
상술한 비행체 추락 사건에서 회수한 외계인 개체를 재단 의료 시설로 이송하였다. 제57K기지 천문학부 산하 우주생물학부의 도움을 받아 소생 처치에 성공하였으며, 개체는 며칠 만에 의식을 회복하였다. 개체는 PoI-1599-KO로 지정되었으며, 개체가 보유하고 있던 기계 장치를 통해 대화에 성공하였다. 개체와 치료 과정에서 가장 우호적으로 소통했던 우주생물학부 소속 연구원이 면담에 투입되었다.
PoI-1599-KO 면담 기록
면담자: 천문학부 이나유 연구원
면담 대상: PoI-1599-KO
일시: 2027/11/10
기록 시작
이나유 연구원: 안녕하세요, PoI-1599-KO.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PoI-1599-KO: 괜찮기는 한데, 그 이상한 호칭 좀 어떻게 할 수 없나? 무슨 우주 쓰레기 식별 번호 같단 말이야.
이나유 연구원: 이게 저희 내부 방침이라서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 대신 최대한 그 명칭으로는 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PoI-1599-KO: 그래. 다 죽어가다가 구해진 마당에 이러쿵 저러쿵 요구하는 것도 웃기긴 하네. 그래서, 용건은 뭐야? 그냥 몸 괜찮냐 하나 물어보려고 온 건 아닐 테고.
이나유 연구원: 어쩌다가 여기로 추락하게 되신 건지, 그리고 애초에 왜 지구에 오신 건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는데요.
PoI-1599-KO: 역시 그런 걸 묻는 건가. 좀 쪽팔리는데… 꼭 말해야 되나?
이나유 연구원: 물론 강제는 아니지만,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PoI-1599-KO: 대단한 건 아닌데. 그, 너희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집에 처치 곤란한 물건이 잔뜩 쌓이면 어떡할 거 같아?
이나유 연구원: 네? 그야… 누구한테 팔아 치우든, 아니면 내다 버리겠죠?
PoI-1599-KO: 별반 다르지 않네. 그래. 사는 데에 공간이 없으니까 갖다 치워야 될 거 아니야? 그런데 요즘 규제니 뭐니, 쓰레기 버리는 것조차 쉽지가 않아. 그래서 결국은 뭐 좀 버리자고 멀리까지 다니는 거지.
이나유 연구원: 그러면, 지금까지 여기 떨어졌던 것들이 전부…
PoI-1599-KO: 쓰레기라는 거지, 대단한 건 없어.
이나유 연구원: 그, 그렇지만. 끈적거리는 덩어리랑 의미를 알 수 없는 쇠판 같은 것도 있었는걸요? 그 외에도 빛이 나오는 검이나 수압 절단기 같은 것들은 그냥 쓰레기라기에는 너무 위험한 물건들 아닌가요?
PoI-1599-KO: 으응? 그것들 왠지 내가 버렸던 거 같은데… 도마랑 부엌칼 아니야?
이나유 연구원: 예에?
PoI-1599-KO: 어엉?
[침묵이 10초가량 이어진다.]
이나유 연구원: 그 금속판이 도마였다고요? 금속판에는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도마라고 하기에는…
PoI-1599-KO: 그야 그게 그 도마 만든 회사 로고거든. 거기 도마가 제일 오래 가더라고, 그 도마도 아마 내 기억에 300년 정도 썼던 거 같은데. 이야, 한때는 내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날아다녔거든. 300년 동안 내가 봤던 우리 은하 유명인사들만 해도…
[PoI-1599-KO는 이후 10분 동안 자신이 일하던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이나유 연구원은 웃으며 맞장구를 치다가도 점점 지친 표정을 짓지만, PoI-1599-KO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이나유 연구원: ……그,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검은요? 주방에서 뭔가를 썰기에는 너무 길지 않나 싶은데요.
PoI-1599-KO: 검은 무슨, 그냥 부엌칼이라니까. 우주에서 유영하는 식재료가 얼마나 큰데. 단번에 썰어버리려면 그 정도는 돼야지. 지난번에는 요리하다가 [표기 불가]3의 촉수에 휘감겨서 바닥에 메다꽂힌 적도 있는데, 그 칼로 어떻게든 머리를 마구 내려찍어서 살았지. 뭐, 결국 그때 날이 완전 맛이 가서 같이 갖다 버리긴 했어.
이나유 연구원: 그 정도면 요리고 뭐고 아니지 않나요?
PoI-1599-KO: 주방은 전쟁터지.
이나유 연구원: [머리를 짚는다.] 이제는 다른 의미에서 무서운데, 나머지 물건들은 어디 쓰는 건가요?
PoI-1599-KO: 뭐였더라. …끈적거리는 덩어리? 그건 그냥 심심할 때마다 씹었던 것들 뱉고 나서 뭉쳐 놓은 건데… 친구가 집에 왔다가 그걸 보더니 질겁하면서 갖다 버리라 해서.
이나유 연구원: ……제가 만지면서 조사했던 그게, 씹고 뱉은 껌 덩어리 같은 거였다고요?
PoI-1599-KO: …그랬냐? 미안하다.
이나유 연구원: [잠시 멍해진 상태로 있다가, 고개를 연신 좌우로 흔든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까지 말씀을 안 해주셨는데, 수압 절단기 같은 그건 뭡니까? 그건 철판도 자를 정도여서 무기로 충분히 쓰일 법한데요.
PoI-1599-KO: [눈을 연신 꿈뻑이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딴청을 피운다.] 아니, 그, 뭐냐. 수압이 좀 세야 깨끗이 씻기더라고.
이나유 연구원: 무엇이 말입니까?
PoI-1599-KO: …내 입으로 굳이 그것까지 말해야 되겠냐! 비데라고 그거! 가뜩이나 요즘 밑이 잘 씻기지도 않아서 수압 센 걸로 맞췄더니 이런 말도 안되는 오해나 받고. 정작 그 비데는 옆 행성 사는 쇳덩어리 놈들 용 비데를 우리 건 줄 알고 잘못 사서 제대로 쓰지도 못했단 말이야. 한 번 써봤더니 그대로 내 엉덩이가……. 아.
[다시 한 번 침묵이 맴돈다. 이전의 침묵보다도 길게 이어진다.]
이나유 연구원: 그런데, 하필 지구에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죠? 화성이나 목성이나, 근처에 다른 행성들도 많을 텐데.
PoI-1599-KO: 그야 뭐, 생명체가 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면 의심을 사니까 들키기 더 쉬울 거 아니야.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쓰레기가 있으면 걔네가 다 알아채고 잡으러 올 텐데.
이나유 연구원: 아니,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사는 곳에 멋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건 인간적으로… 아니 인간이 아니구나. 하여간 좀 양심 없는 짓 아닐까요?
PoI-1599-KO: 내가 내 물건 처리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우주는 어차피 넓잖아. 그리고 내가 체포만 안 당하면 그만이지 뭐.
(이나유 연구원은 무전으로 "혹시 위험할 수 있으니 대상을 너무 자극하지 말라"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나유 연구원: …우선은 알겠습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PoI-1599-KO: 별말씀을. 그나저나 이제 내 몸 상태도 괜찮아진 것 같은데 슬슬 돌아갈 수 있을까?
이나유 연구원: 죄송하지만 타고 오셨던 기체는 완전히 박살나서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돌아가실 방법이 따로 있는 건가요?
PoI-1599-KO: 그거야 쉽지. [품에서 또 다른 기계 장치를 꺼낸다.] 원래는 그놈들이 엿들을 수도 있으니 좀 꺼려지긴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겠네.
이나유 연구원: 그건 뭔가요?
PoI-1599-KO: 구조 요청용 장치라 해야 되나. [꺼냈던 장치의 버튼을 누른다.] 이걸 이렇게 누르면 내 동료가 금방 찾으러 올 거야.
[PoI-1599-KO 주변으로 밝은 백색광이 내려온다. 헬리콥터나 항공기에서 탐조등을 조사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PoI-1599-KO: 이렇게 빨리 온다고? 아니 잠시만, 이건……
[PoI-1599-KO가 빛을 따라 점차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나유 연구원은 가지고 있던 무전기를 신속히 꺼내 지원을 요청한다.]
PoI-1599-KO: 잠시만. 뭔가 이상한데. 설마……? 이봐! 이거 좀 풀어줘!
이나유 연구원: 무슨 일이시죠? 동료가 온 게 아닌 건가요? [밖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이나유 연구원이 급히 달려가 문을 개방한다.] 보안 인원 분들 들어오세요! PoI 격리 파기 위험 사태입니다!
PoI-1599-KO: 젠장, 내 친구가 온 거면 직접 내려와서 데려갔겠지! 이거 설마— 아아, 안돼!
[PoI-1599-KO가 더욱 강한 빛에 휩싸이더니 이내 계속 상승하다가 기지 천장에 부딪히고는, 천장을 부수며 계속 날아가 위를 향해 사라진다. 커다랗게 뚫린 구멍에서 잔해가 우수수 떨어진다. PoI-1599-KO가 사라진 자리에는 번역용 기계 장치와 구조 요청용 장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보안 인원이 뒤늦게 진입하여 수색 작업을 하지만, 어떠한 흔적도 찾아내지 못한다.]
기록 종료
기지 외부의 감시 카메라에는 PoI-1599-KO가 기지 천장을 통과한 직후 사라지는 모습이 촬영되었다. 감시 카메라의 영상에 재단의 원거리 열화상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투명한 원반형 비행체가 PoI-1599-KO를 빨아들이고는 빠르게 비행하여 사라지는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비행체의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SCP-1599-KO에 해당하는 사건인지 여부 역시 확신할 수 없다.
부록 3: 메시지 수신 기록
PoI-1599-KO의 면담이 종료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57K기지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수신했다. 내용은 PoI-1599-KO가 가지고 있던 번역용 기계 장치를 이용하여 빠르게 해석할 수 있었다.
상습 쓰레기 무단투기범 체포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정 조치하겠습니다.
재단이 한 추가 대응은 아직 없다. 이후 SCP-1599-KO 사건은 재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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