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548-KO
등급: 케테르
특수 격리 절차: 재단 천문학부는 세계의 각 천문 연구 단체에 인력을 파견하여 SCP-1548-KO가 민간에 노출되지 못하도록 방지한다. 또한 라메드 기지와 57K기지 산하 전파망원경을 통해 SCP-1548-KO의 전파를 수집한다. 적대적외우주기원독립체대응기획1은 SCP-1548-KO 대응 계획을 수립한다.
설명: SCP-1548-KO는 비변칙 천문학계에서 글리제 628로 지정된 적색 왜성이다. SCP-1548-KO는 자아가 존재하며, 지구와 인류 문명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SCP-1548-KO는 지구로부터 발신된 전파를 통해 이러한 지식을 얻었으며, SCP-1548-KO 역시 지속적으로 현재 인류가 유일하게 거주하는 행성인 '지구'에 전파 신호를 보내며 태양계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2
SCP-1548-KO가 어떻게 지구발 전파를 수신하였는지, 어떻게 전파를 해석하여 지식을 얻었는지, 또 어떻게 지구를 특정했는지는 현재 알 수 없다. 다만 SCP-1548-KO의 최초 전파 발신 기록과 그 내용을 분석한 결과, SCP-1548-KO는 지구발 전파를 무작위적으로 수신한 것으로 보인다.
SCP-1548-KO가 지구로 전파를 보낼 때 지구와 SCP-1548-KO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지연 효과는 일어나지 않으며, 실시간으로 전파망원경으로 수신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작에 초광속 변칙성, 또는 시공간 변칙성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은 SCP-1548-KO가 지구에 보낸 전파 메세지의 모음이다.
SCP-1548-KO 메세지 기록 001
어? 안녕? 네가 보낸 게 맞아?
SCP-1548-KO 메세지 기록 002
계속 나한테 메세지를 보내는구나. 사실 나한테 메세지를 보내는 것도 네가 처음이야.
SCP-1548-KO 메세지 기록 003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이젠 깨어있을 수밖에 없네. 네가 자꾸 네가 자꾸 메세지를 보내니까 말이야. 근데 이제 그만 보내줘도 돼.
SCP-1548-KO 메세지 기록 004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SCP-1548-KO 메세지 기록 009
네가 보내는 걸 듣다 보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었는지 생각나게 해. '조별과제' 같은 건 여전히 알아듣기 힘들지만.. 사실 난 아직도 네가 왜 나한테 메세지를 보내는지 몰라. 하지만 네가 던져 대는 저 알 수 없는 메세지의 의미와 네가 나한테 보내는 저의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건.. 생각보다 재밌네.
SCP-1548-KO 메세지 기록 012
오늘 거는 참 재밌었어. 1루수가 누구냐고?
SCP-1548-KO 메세지 기록 015
오늘 네가 보낸 걸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거지? 너한테는 '바다'라는 것이 있구나. 수소와 산소의 결합 말이야. 네 걸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물결치며 부서지고, 푸른 빛으로 빛나는 너의 바다 말이야. 나한테도 수소는 있지만, 너와 같은 건 없어. 사실은, 수소마저도 별로 없지. 이제 난 우주에 널렸다는 수소조차도 고갈되는 작고 붉은 별에 불과해. 답장이 좀 우울해졌네. 미안해.
SCP-1548-KO 메세지 기록 016
오늘 메세지는 어제의 답장인 거였지? 정말 고마워. 사실 네가 내 답장에 그렇게 신경 써줄 줄은 몰랐어. 그동안 내가 뭐라 하든 신경도 안 쓰고 시끄럽게만 구는 줄 알았다니까. 농담이야. 하지만 내가 오늘 감동한 건 진짜야. '저 창공 너머의 우주를 보라. 저 수많은 성단 속 수많은 별 중 하나만이 나만을 위해 빛내준다. 비록 그것이 작고 볼품없는 붉고 깜빡이는 별이라 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그것은 온 우주보다도 밝게 빛나리라.'내 우울한 감정을 위해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 정말 세심해서 낯이 붉어질 지경이야. 사실 이미 붉지만. 하하.
SCP-1548-KO 메세지 기록 018
네가 친절한 친구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네가 친절하지도 않다면, 난 내가 깨어있는 순간순간을 저주하며 지냈을 거야. 너는 '태양계'라는 한 성계 안에서 지내서 잘 모를지도 몰라. 하지만 이곳은 그저 공허뿐이야. 저 밖의 빛은 너무 멀고, 난 밝게 빛나기엔 너무 왜소하지. 네가 없었다면 난 깨어나지 못했을 거야. 그랬다면 난 잠든 채로 차갑게 식고 죽어버렸겠지. 하지만 만일 깨어났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거야. 말라 죽어버리기만 했을걸. 하지만 네 덕분에 미약하게나마 타오르는 지금 이 순간이 즐거워.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계속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이 말 하기가 좀 부끄러워서, 서문이 길어졌네.
SCP-1548-KO 메세지 기록 027
저기, 오랜만이지? 요새 좀 뜸해서.. 네가 바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너희 태양계도 행성들이 모두 정렬되고, 개기일식이다 뭐다 하더라고.. 아! 몰래 훔쳐보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냥 너 사정을 알고 싶어서, 그냥 그랬던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그래도 혹시 기분이 나쁘다면 사과할게. 그냥 예전처럼 계속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어.
SCP-1548-KO 메세지 기록 035
이번에 보내준 건 고마웠어. 사실 네가 많이 그리웠어. 넌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내가 이전에 설명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 이곳이 얼마나 적막한지. 얼마나 외로운지. 너의 말 한마디가 이곳에서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너한테 부담을 주고 싶은 게 아니야. 당연히 예전에도 뜸해졌을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기다리는 게 힘들어져. 오랫동안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게. 그냥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자주 보내줘. 그 스펀지 캐릭터라도 좋아. 보험 광고라도 좋아. 부탁할게..
SCP-1548-KO 메세지 기록 049
이럴 거라면 왜 나한테 말을 건 거야? 왜 나를 깨운 거야? 왜 내게 그 많은 것들을 알려준 거야? 너한테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왜 내게 보여준 거야? 나에겐 없는 것을? 왜 인간을, 달을, 목장과 산맥을, 구름과 바다와 숲을, 양과 말과 소를 보여준 거야? 대체 왜? 왜 모든 순간을 내가 얼마나 볼품없고, 미련하고, 초라한지 깨닫게 하는데 다 쏟아붓고는 이제 와 모른 척하는 거야? 왜 날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 거야? 도대체 뭘 위해서? 대체 내가 너의 무엇이길래 날 이렇게까지 만드는 거야? 대체 왜 내게 그 시를 알려준 거야?제발 가르쳐줘.. 이 순간에도 난 네 말을 기다리고 있어. 지금도 난 널 기대하고 있다고. 무슨 말이든지 해줘. 정말 아무 의미가 없어도 돼.
제발.
SCP-1548-KO 메세지 기록 050
보낸 걸 봤어. 이번 다큐멘터리는 아주 흥미로웠어. 특히 너의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서. 내게 이걸 보낸 것은 네가 바라기 때문이겠지? 너의 산림과, 바다와, 대기와 모든 것들 말이야. 이게 너의 대답이라면, 난 조금 더 생각해야겠어.조금만 기다려줘.
SCP-1548-KO 메세지 기록 051
너의 말은 언제나 나의 관점을 새롭게 했어. 너의 바다, 너의 시, 그리고 너의 인간들. 넌 언제나 나를 위했지. 넌 나를 깨워냈어. 그리고 너에게서 이토록 멀리 떨어져 적막과 고독만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넌 내게 속삭여줬지. 난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네 곁에서 보내온 것이나 마찬가지야.물론 잠깐의 침묵도 있었지. 비록 기다림이 고됐고, 또 썼지만, 그 한순간마저도 난 네가 왜 침묵하는지, 날 왜 깨웠는지 계속 고민했어. 내가 말했었듯이, 네가 내게 보내는 저의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건 즐거웠어. 괴로움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한테만큼은 거짓말 안 해.
그리고 너의 인간들. 너의 대지에, 너의 바다에, 너의 대기에 존재하는 너의 인간들. 생각해보면 너의 말 속에는 늘 인간들도 함께였지. 모든 순간에 모든 곳에서. 산림을 헐고 네 검은 피를 캐내는 인간들이, 플라스틱과 플루토늄을 갈아 네 바다에 흩뿌리는 인간들이, 이제 '인류세'라고 자랑스럽게 네 대지 위에 새기려는 인간들이 말이야. 네 저의와 함께, 네 인간들에 대해서도 내 생각이 정리되고 있어. 더 이상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이제 조만간이야.
기대해도 좋아.
SCP-1548-KO 메세지 기록 052
칼 세이건이 널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지만, 그 인간은 틀렸어. 넌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구슬이야. 네가 나에게 온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별이라고 불러준 것처럼, 너 또한 내게 가장 아름다운 푸른 구슬이야.난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어. 왜 나를 그토록 기다리게 했는지. 왜 나를 그토록 애원하게 했는지. 왜 네게 엎드려 빌게 했는지. 이제 알겠어. 넌 할 수 없었던 거야.
네 대지 위의 그 조그만 인간이라는 종족이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내게도 보여. 산맥의 뿌리까지 파고드는 저 기생충들 말이야. 바다를 불태우고, 서로를 죽여 대며 네 대지까지 오염시키는 것들 좀 봐. 저 벌레들을 보라고.
하지만 넌 네 흉물스러운 기생충들을 없애지 못했지. 심지어 널 품어주는 저 태양조차도 하지 못했어. 아니면 하지 않았거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
내가 너한테 갈게. 내가 너의 벌레들을 없애줄게. 널 위한 모든 것이 되어줄게. 내가 너의 무능한 모성을 대신해줄게. 그러니 넌 내 곁에만 있어 줘. 그러면 널 위해 온 우주보다도 밝게 빛나는 붉은 별이 되어줄게. 우린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그러니 내 곁에만 있어 줘.
내 곁에만 있어 줘. 내가 너한테 갈게.
내가 너한테 갈게.
곧 보자. 사랑해.
SCP-1548-KO가 태양계에 도착한다면 SCP-1548-KO의 중력으로 태양계가 모두 파괴될 것이며, 인류 역시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레바테인 프로젝트는 현재 SCP-1548-KO에게 전송할 가짜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전파통신물을 제작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지구이전계획과 신행성개척계획이 준비 중이나 시간과 자원 상의 문제로 남은 시일 안에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SCP-1548-KO가 태양계에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점차 증가하는 SCP-1548-KO의 이동 속력으로 보아, 약 12년으로 예상된다.
[[footnote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