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51-KO
평가: +11+x

일련번호: SCP-151-KO

등급: 케테르

특수 격리 절차: 현재 SCP-151-KO는 격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만일 SCP-151-KO가 격리될 경우, SCP-151-KO는 제21K기지 고위험개체격리동의 제2호 표준인간형격리실에 격리한다. SCP-151-KO의 신체적 특성상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인 점검과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SCP-151-KO 내부에 장착된 무기들의 무장해제 또한 개체의 동의하에 진행하도록 한다.

SCP-151-KO의 행방은 재단 외무부에서 현재 추적 중이다.

SCP-151-KO-1은 현재 제21K기지 제5사물형격리실 사물함 내부에 보관 중이다. SCP-151-KO가 격리될 시, 윤리위원회와 상부 회의를 통해 당사자에게 반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설명: SCP-151-KO는 인간 여성인 변칙개체로, 신체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나 실제 연령은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체의 양 팔과 다리 부분의 근섬유는 모두 강철로 대체되어있으며, 내부에는 방추형의 투척단검이 들어차있다. SCP-151-KO의 복부 또한 강철로 이루어졌으며, 내장 대신 사지에 내장된 것과 같은 형태의 투척단검이 들어있다.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순환계나 소화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생명활동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런 변칙적인 특성에 따라 SCP-151-KO는 식사 행위가 불필요하다.

SCP-151-KO의 육체적 개조가 근섬유 단위로까지 이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SCP-151-KO의 움직임에는 어떠한 장애가 없다. 이를 통해 SCP-151-KO는 평균적인 인간보다 5배 이상의 근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신체에 내장된 투척단검은 사지에서 사출할 수 있으며, 복부에 위치한 투척단검은 예비용으로 추정된다.

SCP-151-KO의 왼눈도 변칙적인 기계공학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해당 의안 (이하 SCP-151-KO-1)은 탈부착이 가능하며, 빠져나왔을 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자율적인 이동에는 짧은 거리의 공간도약 또한 포함된다. SCP-151-KO-1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녹화 기능으로, 홍채 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기록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된 자율이동과 결합되어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율 방어 기능으로, SCP-151-KO-1이 자체적으로 주변의 위험 상황을 분석하여 스스로가 파괴될만한 위협을 파악할 경우 공간 도약 변칙성으로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위 공간 도약 변칙성을 사용함과 동시에 사방으로 탄환을 발사함으로써 위협적인 대상을 무력화하는 기능도 탑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 이 탄환의 형태는 SCP-151-KO가 사용하는 투척단검을 5mm 길이로 줄인 것이다. 현재 SCP-151-KO-1은 재단이 확보하여 격리 중이다.

서류상 SCP-151-KO는 1960년대 생으로 나타나며, 정치범의 자녀로서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수용소에서 보냈다. 1970년대 중반에 국가보위성 이상교화국으로부터 차출되어 왼눈에 개조를 받고 공작원 신분으로 남하하였다. 그러나 그 변칙적인 첩보 방식이 오히려 중앙정보부 제10국의 주의를 끌게 되면서 몇 개월 이후 비밀리에 체포되었다. SCP-151-KO는 이에 따라 중앙정보부 제10국으로 전향하여, 약 4~5년의 기간 동안 이중첩자로 활동하였다. 1980년 초, 변칙적 강화군인 양산 목적에 따른 실험체로서 SCP-151-KO가 선발되었으며, 가장 원시적인 개조 방식인 강철 섬유를 이식받기로 하였다. 그러나 개조가 마무리된 1981년에 피어슨 각서 체결과 함께 중앙정보부 제10국이 해체되었으며, 해당 소식을 들은 SCP-151-KO가 시설을 파괴하고 탈출하였다는 정보를 마지막으로 공식 문서에서 SCP-151-KO의 소속을 확신할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재단은 피어슨 각서 체결을 통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SCP-151-KO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당시 지역사령부와 윤리위원회에서는 해당 개체를 SCP로 구별할 것인지, 재단의 인원으로서 인도받을 것인지에 대해 숙의했으나, SCP-151-KO의 탈출이 확인한 이후 SCP로 잠정 지정되었다. 재단 외무부의 조사 결과 SCP-151-KO의 소재가 몇 번 확인되긴 했으나, 개체의 신체능력으로 번번이 재단 인력들을 돌파하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록 1: SCP-151-KO 확보 시도 기록

서론: SCP-151-KO가 탈주한지 5년이 지난 이후, 개체가 강원도 산지 일부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었다. 재단 외무부가 이를 파악한 직후 교섭 요원 1명을 자주 나타나는 산으로 파견하였다. 동시에 무장병력을 산 주변에 배치시켜 교섭 요원이 공격받거나 교섭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다음 기록은 교섭 요원으로 파견된 시무 요원이 챙겨간 캠코더를 통해 기록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

<기록 시작>

영상은 SCP-151-KO가 등산로를 벗어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시무 요원은 나무 뒤에 숨어가면서 SCP-151-KO를 미행한다. 약 10분 동안 숲 속을 나아가는 SCP-151-KO의 뒷모습만이 비춰진다. 숲 속 깊숙이 들어왔을 때, 갑자기 SCP-151-KO가 몸을 돌려 시무 요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시무 요원이 나무 뒤에 몸을 숨기자, 그 나무에 금속성의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비슷한 음성이 몇 번 더 들리더니, SCP-151-KO가 소리친다.

SCP-151-KO: 거기 있는 거 다 보여. 빨리 안 나오면 나무 째로 베어버린다.

시무 요원이 나무 뒤에서 조심스레 나온다.

시무 요원: 서류에서 봤을 때보다 남한말을 잘하시네요?

SCP-151-KO: 내래 이래봬도 남파 간첩이었어. 이정도 쯤이야. 하지만 감탄하려고 여기 온 거는 아닐 테고. 누군지 예상은 가는데, 뭣 때문에 왔어?

시무 요원: 예, SCP 재단에서 왔습니다. 그냥 얘기 좀 하려고 왔습니다. 당신을 지금까지 찾고 있었으니까요.

SCP-151-KO: 너희를 얼마나 믿어야 하지?

시무 요원: 네?

SCP-151-KO: 너희를 믿어도 되겠냐고. 내 문서 봤으면 내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 텐데?

시무 요원: 음, 그게…

SCP-151-KO: 북에 있을 땐 감방에서 살다가 눈 하나 뽑고 나서야 풀려났어. 남에서도 모지게 지내다가 내 팔다리를 내 손으로 결딴내야 끝이 났지. 너희들을 내가 얼마나 믿어야 하지? 너희도 날 가두고 고문하고 이용하지 않으리란 확신을 내가 할 수 있겠어?

시무 요원: 비윤리적인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드릴 수 있습니다. 격리하는 며칠간 만 약간의 실험과 승인 몇 개만 거치면 다른 요원들과 같은 지위를 가질 수도…

SCP-151-KO가 웃는다.

SCP-151-KO: 며칠? 며칠? 어디서 순진한 간나새끼가 왔구만 기래. 암약하는 기관의 기만을 그대로 믿는 거야? 실험? 이번엔 눈이 아니라 팔 다리도 떼 드려야 하나? 격리? 며칠? 결국 정확한 기간은 모른다는 거네. 지위? 처음에는 그런 권리 따위 나한테 주어지지 않나봐?

침묵

SCP-151-KO: 다 이런 식이지. 어디서든 나 같은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못해서 안달이야. 남는 거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이 한 주먹 밖에 없군.

SCP-151-KO가 시무 요원에게 돌진하여 몸으로 받아버린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시무 요원이 그대로 날아가 나무와 부딪친다. 캠코더가 흔들리는 동안 날아온 방향에서 투척단검 몇 개가 날아온다. 무언가 박히는 소리와 함께 시무 요원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추후 조사 결과 시무 요원의 오른팔과 옷자락이 단검에 관통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무 요원: 주변에 저희 요원들이 깔려있습니다! 도망갈 곳은 없어요! 지금 이래봤자 당신을 향한 대우만 안 좋아질 뿐입니다!

SCP-151-KO: 그건 네가 곱게 자라서 그런 거다 애송이.

SCP-151-KO가 멀어져간다.

<기록 종료>

비고: SCP-151-KO는 이후 투입된 무장요원들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였다. 과정에서 사망자는 없었으나, 대부분의 요원들이 한 곳 이상의 골절상이나 칼날에 따른 관통상을 입었다. 이후로도 위치가 파악되는 대로 인원을 파견하였으나, 확보에는 모두 실패하였다.

부록 2: 사건기록 2017-151-KO
2017년 12월 10일, 경상남도 마산에 위치한 한 폐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이 장소는 중앙정보부 제10국의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진행 중이라 추정되는 단체가 소유하고 있어 재단이 주시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후 재단이 현장통제에 들어갔으며, 남아있는 잔해들을 통해 실제로 해당 단체가 중앙정보부 제10국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CP-151-KO-1이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이 시점부터 서류상으로만 확인되던 SCP-151-KO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확인되었다.

아래의 내용은 SCP-151-KO-1 내부에 녹화되어 있던 영상이다. 아래 내용으로 파악한 결과, 모종의 방식으로 해당 부지를 알게된 SCP-151-KO가 현장을 급습한 뒤 부지 지하에 매설되어 있던 자폭용 폭탄을 기폭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 시작>

영상은 SCP-151-KO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된다. 장소는 SCP-151-KO-1이 발견된 공장의 복도로 추정되며, 바닥에는 얼굴이나 몸통이 뭉게졌거나, 투척단검이 박혀있는 시체들이 널려있다. 이외에도 칼을 든 양복을 입은 사람 몇 명이 SCP-151-KO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SCP-151-KO는 잠시 비틀거리지만 곧 자세를 회복하고 대치 중인 사람들에게 돌진한다. 제일 앞에서 피묻은 칼을 휘두르던 사람의 복부가 SCP-151-KO의 주먹에 관통당함과 동시에, 그 시신을 발로 차면서 한 번에 상대 무리에게 날린다. 나머지 인원의 대오가 시신에 부딪치면서 흐트러지자, SCP-151-KO가 오른팔을 휘두르면서 투척단검을 날린다. 단검은 전방에 있던 약 6명의 인원들의 머리와 목에 꽂힌다. 이 인원들이 쓰러지는 타이밍에 맞춰, SCP-151-KO가 다시 몸을 날린다.

약 5분 동안, 팔다리로 몸통을 뚫거나, 머리를 으스러뜨리거나, 투척단검을 던지는 등의 방식으로 SCP-151-KO가 상대를 일방적으로 살해한다. SCP-151-KO는 그러는 동안 SCP-151-KO-1이 장착된 눈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 가끔씩 가린다.

그렇게 복도 끝으로 나아가던 중, 복도 맨 끝에 위치한 방에서 약 1m 길이의 태도를 든 거한이 나온다. 거한은 SCP-151-KO를 향해 태도를 휘드르고, SCP-151-KO는 양팔로 태도를 막으나 힘에서 밀린 듯 뒤로 미끄러진다. 거한이 태도를 횡으로 휘두르며 SCP-151-KO의 복부를 노리지만,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SCP-151-KO가 위치를 지킨다. 거한이 잠시 당황한 표정을 비친 틈을 타, SCP-151-KO가 주먹으로 상대의 손을 치면서 일시적으로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손을 간결하게 휘둘러 머리를 향해 단검을 발사한다. 그러나 거한은 바로 손을 바로 쥐면서 태도를 휘둘러 단검을 튕겨낸다. SCP-151-KO 그러한 검의 움직임을 자세를 낮추면서 피한다. 상대가 태도를 아래로 내리치자, SCP-151-KO가 팔로 공격을 막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상대가 근접해서 붙자, 거한은 SCP-151-KO의 발을 밟는다. SCP-151-KO는 고통을 느낀 것 같지는 않으나, 전진이 그 순간부터 막힌다. 두 사람이 한동안 그러한 대치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 순간, SCP-151-KO가 밟히지 않은 발을 휘둘러서 투척단검 하나를 발사한다. 해당 단검은 거한의 복부에 꽂힌다. 상대의 자세가 순간 흐트러지면서 SCP-151-KO는 팔로 막고 있던 태도를 밀어내고 거한의 몸통과 머리에 주먹질한다. 상대가 뒤로 넘어간 이후에도 거한의 몸통 위에 올라타 공격을 계속한다.

SCP-151-KO가 상대의 머리를 완전히 분쇄한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맨 끝에 위치한 문을 바라본다. 문 위에 플라스틱 판넬로 "통제실"이라 적혀있다. SCP-151-KO가 눈에서 SCP-151-KO-1을 꺼내고, 문을 향해 던진다. SCP-151-KO-1이 공간도약으로 통제실 내부로 들어간다. 내부에 위치한 9개의 모니터와 계기판이 화면에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총성이 들리면서, SCP-151-KO-1의 비상 시스템이 작동한다. SCP-151-KO-1이 계기판 위로 순간이동하면서 내장된 칼날을 발사한다. 통제실 입구 근처에 있던 인원 한 명의 몸에 칼날 두 개가 박힌 것이 SCP-151-KO-1의 카메라에 잡힌다. 총성이 들린 직후, SCP-151-KO도 문을 부수고 들어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단검을 마구잡이로 발사한다. 칼날에 맞고 비틀거리던 인원이 다량의 단검도 몸에 박히면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통제실 안으로 들어온 SCP-151-KO가 계기판으로 다가와 SCP-151-KO-1을 살핀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이 때부터 SCP-151-KO-1이 녹화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SCP-151-KO가 왼눈이 있던 자리를 쓰다듬는다. 여기서 왼눈에 최근에 생긴 듯한 얕은 상처가 보인다.

SCP-151-KO가 계기판 앞 의자에 팔짱을 끼고 앉는다. SCP-151-KO-1을 보는 눈은 찌푸려져 있다. 그 자세 그대로 한참을 있다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SCP-151-KO: 내 이름은 연(蓮). 이 연. 리 연이라고 하는데 북에서 썼던 성씨 따위 버렸다. 누가 이걸 발견할지는 모르겠으니 아는 사람은 알아두라고. 젠장, 이러고 있으니 괜히 감상적으로 되는군. 지금 날 촬영하고 있는 거는 내 눈이고, 내 사지의 근육은 금속으로 되어있다. 일반적이라면 남들의 부러움이나 질투를 받을 것 같지만… 글쎄… 반쯤은 내가 원해서 받은 게 아니라서.

지금 이렇게 남기는 건, 아까도 말했지만 괜히 감상적으로 되서다. 원래는 깨끗하게 다 지우고 떠나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까 내 눈이 언제부터 녹화 중이더라고. 아마 사시미로 이걸 그은 놈 덕분이겠지. 난 이 일을 마지막으로 이 녀석과 헤어지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 마지막을 기록 중이란 말이지, 마치 직감이라도 한 것 마냥. 마치, 날 배웅해주는 것처럼. 그래서, 그래서 내 과거를 여기에 흔적으로 남겨두고 가려고 해. 누군가는 내가 예전에 누구였는지 알아준다면, 이 자식이 해주는 배웅이 의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북한 태생이기는 하지만 조국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첫 기억이 국가에 반하는 놈들을 잡아 처놓은 곳이었으니. 거기는… (몸을 떤다) 지옥이었지. 이 왼눈은 인체실험에 참여하면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다길래, 살아남기 위해서 받은 거다. 내 몸 하나를 버리면 이 지옥에서 꺼내준다는데 마다할 수가 없었고. 이제보면 참 지긋지긋한 인연이야. 이와 반대로 이 금속 사지는 남한에서 받은 거다. 대충 프락치 활동 중이었는데, 확실히 남한 정보단체는 급조한 스파이보다는 유능하더라고. 그렇게 또 콘크리트 정육면체에 갇혀있다가, 거기 높은 양반들 눈에 들려고 약간 무리한 결과였다. 수술이 막 끝났을 때, 이 충성심을 보증해줄 조직 자체가 없어졌지만 말이야.

그래도 난생 처음 느끼는 자유는 꽤나 달콤했어. 오래가진 않았지만. 이 철심들은 단순히 힘을 세게 해주는 게 아니더라고. 이 놈들은 내 노화를 늦춰줘.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아주 오래 갈 족쇄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언젠가는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지독하게 비참하더군. 그래서 그딴 양반의 말을 믿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여기를 결딴냈으니 뭐든 좋은 걸지도.

여긴… 내 사지를 만든 녀석들의 후신 조직이라고나 할까? 중정이 국정원된지가 꽤 됐는데, 정말로 남아있을 줄이야. 아마 과거의 자기네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이겠지. 아니면 20년도 넘게 지났으니 모두가 잊고 새로 시작해도 되는 줄 알았던 사람이거나.

(코웃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나.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침묵

SCP-151-KO: 그래,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예전에 무산된 프로젝트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을 거거든.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려고 했지. 역시나… 날 양산하려고 했어. 다른 사람의 팔과 다리도 강철로 만들려고 했더라고. 또 다른 내가 수술대에 묶여서 면역반응을 체크하고, 실패작들은 마치 도구라도 되는 양 질질 끌려서 나가는 꼴은…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더라고.

그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구나. 그 모든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까짓 대의가 뭐고, 힘이 뭐고, 국가가 뭐길래… 사람이 사람 취급 안하는 꼴을 이 나이 먹어서까지 봐야 하냐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거야… 아무것도…

침묵, 동시에 SCP-151-KO가 손을 쥐었다 편다

SCP-151-KO: 내게 힘이 있다는 것 빼곤. 빌어먹을 과거의 잔재물들 따위, 모조리 으스려뜨려줄 악력이 이젠 나에게 있지. 주먹을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개조되지 않은 손톱이 무감각하게 손바닥을 누를 때 그런 새로운 깨달음이 내게 왔어. 지금 이것이 나의 과거를 모조리 불살라버릴 기회가 될 거라고.

그래서 모두 갈아엎은 거야. 모든 사람들과 모든 프로젝트들을 파괴했지. 모조리. 마지막엔, 이 시설의 첫 번째로 설치된 장치이자, 이 모든 게 떳떳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인 자폭장치를 가동할 거고. 물론 나의 가장 옛 흔적인 이 눈과도 작별이지.

잘못하면 죽을 거야, 맞아, 잘못하면. 살아남는다고 해도 남아있는 비수가 거의 없어서 잔당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꽃잎이 진 연꽃도 언젠가는 다시 꽃이 필 테니깐. 내 삶은 늘 그랬지. 언제나 날 조종하려는 더 높은 실 아래에서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내왔잖아. 처음엔 끌려다닐 뿐이라고 자조했는데, 후련해진 마음으로 생각하니 내 열망이 더욱 커서 이렇게 다 부수고 남아있는 거 아닌가 싶어. 그렇게 보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깐.

그러니까 내 새로운 삶을 위한 팔다리를 남겨두곤, 모두 떠나보낼래.

SCP-151-KO가 잠시 계기판을 조작한다. 잠시 뒤, 시설 전체에서 붉은색 경고등이 점멸함과 동시에 경고음이 크게 울린다.

SCP-151-KO: 음 됐다.

SCP-151-KO가 관리실을 빠져나가다가 잠시 뒤를 보고 화면을 똑바로 쳐다본다.

SCP-151-KO: 수고했다. 개같은 애미나이.

<기록 종료>

부록 3: 국가초상방재원장 면담 기록

서론: 2017-151-KO 사건 이전의 SCP-151-KO의 행적을 조사하던 재단 외무부는, 당시 신설되었던 국가초상방재원이 SCP-151-KO와 접촉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마산 폐공장에 대한 정보를 SCP-151-KO에게 전달한 것은 국가초상방재원이라 유추된다. 이와 더불어 이후 SCP-151-KO의 행적이 모호한 것에 대해 국가초상방재원이 SCP-151-KO를 포섭하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아래 내용은 위 내용에 관련하여 국가초상방재원장과 면담한 내용이다.

<기록 시작>

재단 외무부 4등급 요원 지윤: 녹화 시작되었으니, 다시 한 번 면담에 응해주셔서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조직들 정리하는 데 많이 바쁘실텐데 말이죠.

국가초상방재원장 류민화: 아뇨, 별 일 아닙니다. 저희로선 서로서로 최대한 돕고 사는 게 좋은 거니까요.

지윤 요원: 좋습니다, 그럼 빠르게 용건만 말하죠. (SCP-151-KO의 사진을 꺼낸다.) 이 분 누군지 아시지요?

류민화 원장: 흠.

지윤 요원: 방재원 요원들이 직접 접촉하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대답해주시죠.

류민화 원장: 역시 재단의 정보력은 제법이군요. (어깨를 으쓱하며) 이번엔 저희가 빨랐지만.

지윤 요원: 어떤 목적에서 만났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류민화 원장: 저희가 출범하면서 약간의 골칫거리가 좀 남아있었거든요. 무얼 말하고 계신지는 아시겠죠? 과거의 유산… 유산이라는 단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군요. 아무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저희로서는 뒤를 보고 있는 사람은 방해가 되니까요. 다만 아까 얘기하셨듯이, 저희가 당장은 조직들 정리하느라 바쁜 타이밍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대신 복수할만한 동기가 충분한 연 씨를 찾아낸 거죠.

지윤 요원: 어떻게 찾아낸 건지 여쭤도 될지요?

류민화 원장: 재단이 정보력이 뛰어난 단체라고 해도 결국은 세계적인 조직, 한국만을 한정한 디테일한 정보는 저희가 조금 우위일 겁니다. 연 씨가 사용하는 칼은 맞춤 제작해야하는 칼이고, 한국에서 그런 장인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 중정을 위해 일했던 사람은 더 손에 꼽을 테고요. 연 씨의 칼날은 언젠가 다시 채워야 하니, 지속적으로 연락하리라 예상하고 그렇게 지휘를 내렸습니다.

지윤 요원: 그런 식으로 찾으셨군요…

류민화 원장: 생각보다 더 쉬웠어요. 아예 그 장인 집에서 얹혀살고 있었으니. 그 장인 분은 칼 만드는 일은 접었는지,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있었지만요. 농기구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 빼고는 평범한 농부였으니, 찾기 힘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지윤 요원: 지금도 거기 있을까요?

류민화 원장: 아마 아닐 겁니다. 연 씨가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자신의 과거를 모두 불사르겠다고.

지윤 요원: 그 공장에서 회수한 눈에 그런 어투로 녹화가 되어있기는 했습니다.

류민화 원장: 결국 그 눈도 두고 갔군요. 연 씨는 그 세력을 도륙내는 게 자신의 과거를 잘라내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제 그 칼들은 새로 채울 필요없는 거겠지요. 연 씨는 더 이상 칼날을 쏘아내는 연꽃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이미 한 번 추적당한 집 따위 미련 없이 나왔을 겁니다. 아마 그 장인 분도 더 이상 엮이기 싫으니 자리를 옮겼을 가능성이 크고요.

지윤 요원: 한 발 늦었다, 이군요.

류민화 원장: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하시죠. 물어볼 건 그게 다인가요?

지윤 요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지금 SCP-151-KO, 아니 연 씨를 포섭하실 계획이 있습니까? 이미 했다거나?

류민화 원장: (웃음)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겠죠.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칙대응기구의 수장으로서, 이 나라에 존재하는 변칙 인간 중 한 명이라도 우호적으로 돌려놓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특히 연 씨 같은 경우에는, 북에 있다가 남으로 전향한 사람, 그리고 중정 제10국에 의해 반강제적인 개조를 받은 피해자입니다. 여러모로 저희가 확보하는 게 이득인 사람입니다.

지윤 요원: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건…

류민화 원장: 예, 실패했습니다. 연 씨는 온전한 자유를 원하더군요. 북의 간첩도 아니고, 중정 10국 소속도, 국가초상방재원 소속도 아니고, 뿌리가 강철인 연꽃도 아닌, 그저 이 땅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이 연으로요.

지윤 요원: 그럼 저희가 추적해서 격리하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류민화 원장: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확신할 수 있는 건, 쉽지는 않다는 거겠죠.

지윤 요원: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군요.

류민화 원장: 저희 모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겠지요.

(침묵)

지윤 요원: 오늘 면담 감사했습니다.

류민화 원장: 조심히 들어가세요. 얘기하셨듯 꽤나 바쁘기 때문에 배웅은 따로 없을 것 같네요.

<기록 종료>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