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488-KO

SCP-1488-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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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488-KO 보안 인가 적용됨
격리 등급: 케테르 담당 부서: 다수.

특수 격리 절차

SCP-1488-KO는 현재 제145K기지 생물변칙보관실에 격리한다. SCP-1488-KO를 대상으로 한 성분 조사가 시행될 예정이나, 현재의 상황을 고려함에 따라 부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SCP-1488-KO-1은 제145K기지 내 표준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 보관한다.

제145K기지를 필두로 요구되는 모든 기지들은 SCP-1488-KO-1의 증언 및 수집된 자료를 동원해 Öß급 "다중 우주 융합"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제145K기지 및 관련 자원들은 해당 임무를 위해 우선 동원될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긴급 문서 2026H3AL 및 상부 공지사항을 참고한다.

설명

SCP-1488-KO는 약 2미터 크기의 누에나방Bombyx mori 번데기 고치다. SCP-1488-KO는 전라북도 내장산 ██.███, ██.███에서 발견되었으며, 현재 제145K기지 생물변칙보관실 특수저장고에 보존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누에나방 번데기 고치의 크기가 대략 3-4cm이므로, SCP-1488-KO의 크기는 변칙성이 개입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SCP-1488-KO-1은 최초 발견 당시 SCP-1488-KO에서 출현한 변칙적 누에나방이다. SCP-1488-KO와 유사한 특성으로, 일반적인 누에나방과 달리 SCP-1488-KO-1은 2m 이상의 크기다. SCP-1488-KO-1은 불명의 방법으로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또한 눈 주위를 둘러싼 모양의 검은 털이 자라나 있다.

모든 면담에서, SCP-1488-KO-1은 자신을 “함필규”로 지칭한다. 이는 SCP-1488-KO-1의 의식이 제145K기지 곤충학부에 소속된 함필규 연구원과 동일한 정체성에 기반한 까닭으로 보인다. 차원학부 연구진은 SCP-1488-KO-1과 곤충학부 함필규 연구원이 범차원적 근연 관계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발견 기록

SCP-1488-KO는 2026년 ██월 ██일, 전라북도 내장산 인근에서 발생한 거대 유성체 낙하 사건을 통해 확보되었다. 제57K기지 천문학부는 지구 궤도에서 8.1 광케스퍼의 지구외기적술 흔적을 포착했다. 천문학부는 이내 해당 흔적이 성인 남성 크기의 유성체가 스스로를 물질화하면서 일어난 반발임을 분석했다. 제57K기지는 미리내.aic 및 제32월면구역의 협조를 통해 해당 유성체의 경로를 조정하려 했으나, 유성체는 변칙적인 내구력을 보이며 대기권을 돌파하며 내장산 내부 좌표 ██.███, ██.███에 추락했다. 사건을 통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제145K기지 행정부는 충돌과 함께 즉시 임시조사팀을 편성, 천문변칙, 기적학 및 외부차원 생물 대응 경험이 있는 인원들로 긴급대응반을 구성했다. 제145K기지 내에는 천문변칙 대응 전문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제57K기지 소속 미리내.aic를 가능한 빠르게 기지 소속 인공 소체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인력 지원을 진행하였다.

이에 따라 악마학과 소속 인공병기 I-I3LL이 차출되었다. 해당 소체에 귀기공학적 집단무의식 연결 과정을 통해 제57K기지 인공지능징집병의 의식 패킷을 전송받았다. 이후 I-I3LL과 곤충학부 요원, 기지 현장 요원 일부로 구성된 긴급대응반이 내장산 내부로 진입했다. 긴급대응반은 탐사 시작 30분경 SCP-1488-KO를 발견했고, 신속하게 제145K기지로 운반, 초동 격리 조치를 수행했다. 민간에는 “산사태 방재 공사”라는 내용의 역정보를 살포했다.

제145K기지 곤충학부와 제57K기지 천문학부 및 차원학부 연구진은 긴급대응반과 함께 SCP-1488-KO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하는 해당 조사 중 SCP-1488-KO-1이 출현한 순간을 다루고 있다.

서론: 상동. 발생 시간은 새벽 5시 27분.

구성원:

이외 인원은 화상 참가로 진행.


<기록 시작>

제145K기지 내 생물변칙보관실 특수저장고. 제145K기지 지하 3층에 위치한 이곳에서, 격리실 내부에 SCP-1488-KO가 놓여 있다. 연구 인원이 격리실 내부로 진입한다. 곤충학부 인원들과 악마학과 I-I3LL 및 미리내.aic로 이루어져 있다. 전부 방호구를 착용 중이다.

함필규 연구원

— I-I3LL, 미리내.aic, 수고 많았어요. 흔적 뒤쫓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예지 너도 그렇고. 탐사조가 고생 많았습니다.

I-I3LL
— 별 일 아닙니다.

미리내.aic
(I-I3LL을 통해 발화) 헤헤, 일상인걸요!

박예지 요원
— 읏… 가, 감사합니다.

함필규 연구원과 채유진 연구원을 필두로, 연구 인원들은 SCP-1488-KO 저장고 주위로 산개한다. 보관실 내부에 설치된 통신 장치를 통해, 외부에 위치한 연구 인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받고 있다.

함필규 연구원
(약한 신음) 머리가 슬슬 아프네.

채유진 연구원
— 자다 깨서 그런 거 아니고요?

함필규 연구원
— 응, 그런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지하 3층에 오고 나서부터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어. 지금은 어쩐지 더 심해진 것 같고.

채유진 연구원
— 이상하네, 생물학적 공격 요소는 없다고 나오는데.

함필규 연구원
— 그러게, 어딘가… (SCP-1488-KO로 시선을 던지며) 그나저나 누에나방이라…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3가 천천히 SCP-1488-KO 저장고로 접근한다.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3은 불안함을 표하고 있다.

SCP-1884-KO-3
— 예지, 이거 뭔가 이상해. 속이 느글거리는 느낌이야.

박예지 요원
— 으, 응… 왠지 나도 그래.

두 인원 좌측에 서 있던 I-I3LL이 고개를 내려 박예지 요원을 바라본다.

I-I3LL
— 탐사 때도 보호복 착용으로 시간이 지연되었는데, 혹시 현황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원합니까?

SCP-1884-KO-3
— 예지가 바보야!? 입을 때는 입는다고!

박예지 요원
— 으으… 아까 3호한테 확인받았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미리내.aic
— 그나저나 엄청… 크네요. 이렇게 큰 나방 번데기는 처음 봐요.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3 역시 미리내.aic와 I-I3LL를 따라 저장고로 시선을 옮긴다. 저장고 내에 SCP-1488-KO가 놓여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그 순간, SCP-1488-KO가 꿈틀거린다.

SCP-1884-KO-3
— 으, 으악!!

모든 인원들이 SCP-1488-KO를 주시한다. 박예지 요원이 즉시 SCP-1884-KO-3와 함께 후방으로 물러나고, I-I3LL 역시 물러난다.

함필규 연구원
(신음 섞인 목소리로) 으윽! 으… 우화하려나 봐.

함필규 연구원이 발화와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는다.

채유진 연구원
— 선배, 정신 차려요!

그리고 SCP-1488-KO에 금이 발생한다. 금이 점차 벌어지면서, 흰 색상의 성체 누에나방(이하 SCP-1488-KO-1)이 SCP-1488-KO에서 빠져나온다. 통상의 누에나방이 우화를 거치는 속도보다 수백 배는 빠른 속도다.

SCP-1488-KO-1
— 그를 찾아야 한다!

저장고 외부로 음성이 울려퍼진다.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80데시벨을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낸다. 해당 음성은 당시 제145K기지 1층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하다.

SCP-1488-KO-1
— 위험하다! 위험하다! 그를 찾아야 한다!

인원들은 즉시 비상사태를 대비한다. 채유진 연구원과 I-I3LL은 탈진한 함필규 연구원을 생물변칙보관실에 설치된 방호벽 뒤로 옮긴다.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 구성체들은 경계태세를 취한다.

SCP-1884-KO-3
— 목소리 엄청 커! 게다가… 엥?

SCP-1884-KO 구성체들이 경계태세를 해제하고, 당황스러움을 표시하며 비행한다. 박예지 요원이 덩달아 당황한다.

박예지 요원
— 얘, 얘들아! 왜 그래?

SCP-1884-KO-3
— 예지, 그, 그게…

SCP-1884-KO-3이 말을 더듬는 동시에, SCP-1488-KO-1의 외침이 잦아든다. 경미한 두통을 앓는 것처럼, SCP-1488-KO-1이 통증을 표시하며 더듬이를 쓰다듬는다.

SCP-1488-KO-1
— 그를… (약한 신음) 머리야.

SCP-1488-KO-1이 발화를 멈추고 비행을 시도했다가, 천장에 가볍게 부딪히고 벽면에 착지한다.

SCP-1488-KO-1
— 여기가 어디야?

함필규 연구원이 채유진 연구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장고 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거부하고 저장고로 가까이 다가간다.

SCP-1884-KO-3
— 저 이상한 나방한테 필규 냄새가 나!

박예지 요원
— …뭐, 뭐라고!?

함필규 연구원이 SCP-1488-KO-1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강화유리로 이루어진 저장고 벽면에 함필규 연구원의 얼굴이 비친다.

유리 벽면 너머에는 눈 주위로 검은 털이 자라난 SCP-1488-KO-1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함필규 연구원
— …넌 어떤 존재인 거야?

SCP-1488-KO-1
— 내가 맞게 찾아왔군.

함필규 연구원
— 이게 무슨…

SCP-1488-KO-1
— 반갑다, 함필규. 내 이름은 함필규, 인간학부 연구원이자 사단법인 SCP의 선임연구원이야.

함필규 연구원
— …뭐?

<기록 종료>

면담 기록: SCP-1488-KO-1

이하의 기록은 SCP-1488-KO-1과 임시조사팀이 수행한 면담 기록이다.

서론: 상동. 상기 기록 이후 30분 뒤 시행됨.

구성원:

  • 제57K기지 천문학부 미리내.aic (원격 참가)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곤충학부 함필규 연구원
  • 곤충학부 채유진 연구원

이외 인원은 화상 참가로 진행.


<기록 시작>

함필규 연구원
— 그래… SCP-1488-KO-1.

SCP-1488-KO-1
— 그 이름으로 들으니 신기하네. 그래, 함필규. 듣고 있어.

함필규 연구원
— 우리 차원으로 온 이유가 궁금한데.

SCP-1488-KO-1
— 아, 그렇지. 잘 짚어줬어. 이 차원의 박예지는 어디 있어?

함필규 연구원
— 뭐, 박예지?

생물변칙보관실 한 구석에 서 있던 박예지 요원이 화들짝 놀란다.

박예지 요원
— 으, 읏, 느, 네?

함필규 연구원과 SCP-1488-KO-1이 동시에 박예지 요원을 응시하자,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정적.

박예지 요원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신음, 비명)

박예지 요원이 생물변칙보관실 출구로 갑작스럽게 뛰쳐나가려다가, 발이 꼬여서 넘어진다.

SCP-1884-KO-3
— 예지! 괜찮아?

SCP-1488-KO-1
— 쟨 인간일 때도 저렇구나.

함필규 연구원
— 인간…? 그럼, 네 우주에서는… 아니, 아니지. 일단, 왜 박예지 요원을 찾으러 온 거지?

SCP-1488-KO-1
(한숨) 도움을 청하러 왔어.

함필규 연구원
— 하필 박예지에게? 그것도 우리 차원의? (박예지 요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부정적 의미는 아니야.

SCP-1884-KO-3가 무어라 항의하려고 하다가 박예지 요원에게 제지당한다.

SCP-1488-KO-1
— 왜냐하면 문제 대상도— 박예지거든.

함필규 연구원
— 맥락을 더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SCP-1488-KO-1은 대답 대신 주둥이에서 흰 연무를 방출한다. 인원들이 지켜보는 사이에, SCP-1488-KO-1은 다리로 어루만지다 연무를 저장고 중앙으로 던진다.

연무가 저장고 내부로 확장되다가, 약 2분 뒤 연무 내부에서 이미지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SCP-1488-KO-1
— 설명하려면 형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하는 거야. 제145K지소 소장님이 워낙 신기술-프레젠테이션에 열광하셔서, 이런 잡기에는 능하단 말이지.

연무가 어느 정도 투명화되면서 연무에서 발한 이미지가 명료해진다. 이미지는 함필규 연구원의 형상을 하고 있다. 형상은 늘어나면서, 다양한 버전의 함필규 연구원을 나타낸다.

SCP-1488-KO-1
— 이건 우리들이다.

함필규 연구원의 형상은 다양하다. 특정 개체들은 GOC 조직원, 이상사례조사국 군복, 혼돈의 반란 전투복을 각각 착용하고 있다. 어떤 개체는 인간이 아니며, 때로는 인간형 SCP용 일상복을 착용한 개체도 존재한다.

함필규 연구원
— 이게 다… 나라고?

SCP-1488-KO-1
— 이름이 함필규가 아닐 수는 있지만, 모두 우리의 인생 궤적과 생각, 의식,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

SCP-1884-KO-3
— 저건 필규… 언니야!?

SCP-1884-KO-3이 형상 중 신체적인 특징이 여성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가리킨다.

SCP-1488-KO-1
— 응, 우리는 성별은 다양하니까. 거의 모든 버전의 함필규가 있지.

SCP-1488-KO-1
— 나도 암컷이다.

정적. 모두가 SCP-1488-KO-1을 응시한다.

SCP-1488-KO-1
— 이 우주에는 농담이라는 개념이 없어?

함필규 연구원
— …본론으로 돌아가지.

이미지는 박예지 요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박예지 요원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서린다.

SCP-1884-KO-3
— 예지잖아!

박예지 요원
— 에, 엥!?

SCP-1488-KO-1
— 저건 타임라인 E-5b0b112v의 박예지다. 그리고 이 존재가 모든 문제를 일으켰어.

SCP-1488-KO-1이 더듬이를 움직이자, 연무가 일렁이더니 또 다른 함필규 연구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눈가에 큰 흉터가 있고 사설 경호업체 인원의 복장을 하고 있다.

SCP-1488-KO-1
— 저건 타임라인 E-5b0b112v의 함필규였어. 우리 의회에서는 행동대장이었지. 어느 날 그와의 교신이 끊겼어. 내가 직접 가서 동태를 확인했더니, 죽었더군. 그리고 그 사실을 파악하는 동시에 타임라인 전체가 불안정해져서, 탈출한 이후에는 아예 그 우주에는 접근할 수 없게 되었어.

함필규 연구원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SCP-1488-KO-1
— 말했듯, 그 우주의 박예지가 문제였지.

연무가 일렁이면서 다양한 존재가 형성되었다가 사라진다.

SCP-1488-KO-1
— 우리들 함필규가 거의 모든 우주에서 관측되듯이, 박예지라는 존재 또한 많은 우주에서 보이는 개체야. 물론 우주의 수는 무한하니, 박예지가 비존재하는 우주도 많겠지만… 여하튼, 거의 함필규만큼이나 자주 보이는 개체가 박예지이기에, 자연스레 우리가 정보를 수집하면 박예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마련이야.

다시금 SCP-1488-KO-1가 지목한 박예지 요원의 형상이 나타난다.

SCP-1488-KO-1
— 그 우주에 접근이 막히기 전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해당 우주의 박예지는 물리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해. 특히 시간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하더군.

이미지가 일부 변이하면서 재단 시간변칙부 표준 실험실과 유사한 형태의 공간이 형성된다. SCP-1488-KO-1이 지목한 박예지 요원이 해당 공간에 서 있다.

SCP-1488-KO-1
— 타임라인 E-5b0b112v의 박예지는 시간을 개변하려고 시도했어. 우리가 입수한 기록을 보면, 연구를 통해 박예지는 독자적인 힘으로 시간선을 관측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추정되더군.

화상으로 참여한 차원학부 연구진이 정보를 제공한다. 시간변칙부 합동으로 연구하던 다중우주 관련 프로젝트에서, SCP-1488-KO-1이 묘사하는 시간선으로 추측되는 것이 특정되었다는 정보다.

함필규 연구원
— 그 동기는 모르고?

SCP-1488-KO-1
— 많은 시간선에서 그렇지만, 저곳에서의 박예지 역시 외부 활동이 많지는 않았어. 그의 연구는 지극히 개인적이었고, 일부만이 인터넷에 공개되었지.

이미지가 다시 변이한다. 이미지 속 배경은 이전 이미지와 다르게 지극히 혼란스럽다. 재단 인원들이 어디론가 도주하고 있는데, 이내 이미지에 묘사되지 않은 쪽에서 날아온 물체에 타격당해 사망한다. 사망한 인원들은 SCP 재단 유아청소년부 복장을 하고 있다.

SCP-1488-KO-1
— 그래서 우린 너무 늦게 알았어.

이미지가 다시 변하면서, 시신 사이에 서 있는 박예지 요원의 모습을 비춘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예지 요원의 형상은 이따금 비틀리는데, 수상기 화면의 글리치가 구현된 것과 유사하다.

박예지 요원이 끌어안은 사람을 놓자, 상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목에 물어뜯긴 상처가 있다. 상대는 이후 제37K기지 최성한 부이사관으로 확인된다.

입가에 피가 묻은 박예지 요원이 고개를 들어올린다. 청록학교 교복과 유사한 복장을 하고 있다. 박예지 요원이 밝게 웃는다. 이미지가 사그라든다.

박예지 요원
— 저, 저게… 도대체 무슨…

함필규 연구원
—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SCP-1488-KO-1
— 키메라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어. 키메라 시간선, 융합우주… 뭐라고 부르든, 확실한 건 저 우주의 박예지가 모종의 방법으로 다른 시간선을 끌어와서 자기 시간선에 합쳐버렸다는 거야.

함필규 연구원
— 그런 게 가능하다고?

SCP-1488-KO-1
— 이론상으로는 가능했지. 그리고 그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설명이야.

함필규 연구원
— 일단, 알겠어. 하지만 여전히 왜 하필 우리 예지인데?

SCP-1488-KO-1
— 문제의 타임라인 E-5b0b112v 박예지는 멈추지 않았어. 저 사건 이후로도 몇 개의 시간선을 더 잡아먹었지.

SCP-1488-KO-1이 자세를 고쳐 박예지 요원을 응시한다.

SCP-1488-KO-1
— 지금 추세를 보면, 다음이 너희야.

<기록 종료>

조사 기록: 1488-KO-1

위 면담 이후 재단은 SCP-1488-KO-1의 증언을 면밀히 검증하였다. 시간변칙부 및 멀티 U 부서 연구진은 기존 연구의 일환으로 유지하던 타 시간선의 SCP 재단과 연락을 취했고, SCP-1488-KO-1의 증언이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을 평가했다.

2026년 ██월, 면담 후 약 8일이 지난 시점부터 기준차원 곳곳에서 변칙 현상(이하 현상 1488-KO)이 발생했다. 현상 1488-KO는 "틈"으로 묘사할 수 있는 형태의 이미지가 공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약 10분에서 2시간가량까지 지속되었다가 자연 소멸했다. 해당 현상은 점차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최초 발생 주기에서 10배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현상 1488-KO의 발현이 SCP-1488-KO-1의 증언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타 시간선과의 소통을 통해 실제로 최근 멸실한 시간선이 존재한다는 증언이 확보되었다. 이하는 임시로 개최된 다중우주 재단 연맹에서 공유된 내용의 발췌다.

…이에 따라, 최근 SCP-4800과 전혀 다른 양상의 평행 시간선 병합 사태가 발발한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의 시간선 3체는 각각 E-5b0b112v, E-6b120b34f, E-5s012b33g로, 그 중 E-5b0b112v가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E-5b0b112v에서 자체적으로 타 시간선을 흡수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주요 요인에 대해서는, 귀 시간선에 도달했다는 개체가 증언한 바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범차원 독립체가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다면, 시간선 자체에 영향을 주는 일은 이론상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기에.

그리고 그 인물이 지금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역시 해당 시간선에 대한 관측이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시간을 들여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해당 시간선의 재단과 광자 통신을 통해 연결을 시도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시간선에서는 SCP-1488-KO-1의 주장을 주요 프로젝트로 채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TF(이하 TF 1488-KO)가 결성되었다. SCP-1488-KO-1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인물을 SCP-1488-KO-a로 지정한다.

이하는 시간변칙부, 멀티 U 부서가 SCP-1488-KO-1의 증언을 통해 파악한 타 시간선의 현황이다. 초점 인물은 작금의 사태를 반영하여, 박예지 요원으로 선정되었다.

시간선 일련번호 시간선 설명 초점 인물 비고
E-5b0b112v SCP-1488-KO 사태의 근원지.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 전멸. 인류 문명 절멸, 혹은 절멸 위기. SCP-1488-KO-a, 이전 SCP 재단 시간변칙부 연구원 박예지 키메라 시간선
E-6b120b34f 사태 이전 기준,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가 존재하며, 몇 가지 근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기준차원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SCP-1488-KO 사태 이후 상동. SCP 재단 유아청소년부 산하 청록학교 학생 박예지 멸실, 키메라 시간선에 흡수
E-5s012b33g 사태 이전 기준,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가 존재하며, 몇 가지 근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기준차원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SCP-1488-KO 사태 이후 상동. SCP 재단 제37K기지 이사관이자 Nx-50("지하")의 4대 황제 박예지 멸실, 키메라 시간선에 흡수
E-7q415h33w 기준차원과 약 3세기 가량 이전 사회상을 유지하고 있는 시간선. SCP 재단 설립 이전 단계의 정상성 유지 단체들이 존재. 반남 박씨 가문의 규수 박예지 존재
E-4w412m23j 기준차원과 거의 유사한 시간선으로,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가 존재한다. 다만 이 우주에서는 스리포틀랜즈에서 진행하는 "초상올림픽"이라는 이름의 변칙적 종합 스포츠 행사가 존재한다. 화염 사격 프로 선수 박예지 존재
E-9y213l27d SCP-008이 변이를 일으켜 전세계적인 판데믹으로 발전한 사건이 존재하는 시간선.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는 상당수 쇠퇴했으며, 자연스럽게 장막 역시 파괴되었다. 현재 해당 판데믹은 약 10년 이상 진행 중이다. 서울 제3지구 조합장 박예지 존재
E-2w111k53j 기준차원과 약 2세기 가량 이전 사회상을 유지하고 있는 시간선. SCP 재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준차원에 존재하는 SCP나 인원, 단체가 미 서부개척시대 사회상에 걸맞는 방식으로 변형되어 존재한다. 한국계 이민자 엘레나 박 존재
E-3b119s27x 변형된 도라노몬 사건1 이후 다이쇼 천황이 CK급 재구축 사태와 백래시를 겪고 신격연산장치로 변모하면서, "천황기관"으로 군림하는 시간선. 의체와 오토마톤 기술이 발달되어 있다.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경성 소재 오토마톤 공방 장인 박예지 존재
E-1v138e17c 어느 시점부터 지구가 얼어붙기 시작한 시간선.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는 궤멸되거나 축소되었으며, 초상 기술은 오히려 발전하였다. 제145K관측소 요원 박예지 존재
E-4d125f89g SCP 재단 등 정상성 유지 단체가 존재하며, 몇 가지 근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기준차원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유아청소년부 격리전문가 박예지 존재

이하의 기록은 별지 참조.

회의 기록 1488-KO-1

이하의 회의록은 제145K기지 주관으로, SCP-1488-KO-1과 TF 1488-KO간에 발생한 대책 논의를 담고 있다.

서론: 상동.

구성원:

  • 제57K기지 천문학부 미리내.aic (원격 참가)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악마학과 우나은 요원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곤충학부 함필규 연구원
  • 곤충학부 채유진 연구원
  • 멀티-U 부서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통계예언학과 안예정 과장
  • 차원학부 손기정 연구원

이외 인원은 화상 참가로 진행.


<기록 시작>

논의 참가자들이 회의실 내부로 진입한다. 회의실에는 SCP-1488-KO-1과 곤충학부 연구진이 자리하고 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반갑습니다, SCP-1488-KO-1.

손기정 연구원
— …와, 진짜 크네.

SCP-1488-KO-1
— 반갑습니다, 모두. 특히 제 말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감사를 표합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SCP-1488-KO-1
— 빠를수록 좋습니다. 박예지, 그러니까… SCP-1488-KO-a가 타 시간선을 병합하기로 작정하면, 그 일을 완수해 내는데 2주일이 걸리지 않아요. 지금 이미 상당수 준비를 해놨을 겁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현상 1488-KO의 발현이 그 증거겠군.

함필규 연구원
— 로베르 팀장님, SCP-1488-KO-a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저희 측 계산에 따르면, SCP-1488-KO-a는 적어도 5개 이상의 다중우주를 융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부 상대위치상 SCP-1488-KO-a의 시간선, E-5b0b112v에 가까웠던 시간선들입니다.

함필규 연구원
— 그리고 그다음으로 가까운 게 저희고요.

뱅상 로베르 제1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예정 통계예언학과장이 발언한다.

안예정 과장
— 통계예언학이라는 학문은 상당히 난해한 면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분류할 수 있는 유파가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SCP-1488-KO-a라는 인물이 타 시간선을 합병하는 방식도 이에 합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얼굴을 찌푸림) 에, 엣취!

I-I3LL
— 예언이 가능하다 들었는데, 자기 감기는 예언 못 한 겁니까?

안예정 과장
— 갑자기 새벽에 끌려 나와서 광주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저 자식이—

안예정 과장이 팔을 위협적으로 흔드나, I-I3LL은 미동하지 않는다. 우나은 요원과 채유진 연구원이 안예정 과장을 말리고, 다시 발언이 이어진다.

안예정 과장
— 아무튼, 예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자기실현적 예언, 다른 하나가 보여주는 예언입니다. 전자는 예언으로서 기능하는 즉시 무언가의 운명을 고정시키는 것이고, 후자는 그런 것 없이 어떤 요인이 어떤 결과를 나오게 할 것임을 보여주는 예언인 것이지요.

안예정 과장이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을 넘긴다. 다음 장에는 양상논리 관련 도면이 즐비해 있다.

안예정 과장
— 저희는 비밀리에 멀티 U 부서와 함께 가능세계를 바탕으로 한 예언 체계를 연구 중이었습니다. 보여주는 예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예언 p가 실제로 들어맞기 위해서는 그 예언이 우리 세계 내부에 존재하는 명제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예언 p는 특정한 세계 w에서 참인 것이지, 세계를 떠나 참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채유진 연구원
— 그렇다면, 어떤 예언 p가 다른 시간선에서는 완전히 틀린 예언이 될 수 있는 것이군요. 그 예언이 아무리 강한 것이라고 할지라도요.

안예정 과장
— 네. (주위를 둘러보며) 운명이란 참 묘한 것이기에, 여러 가능성이 겹친 모양새로 우리 앞에 나타나곤 하죠. 통계예언학과의 역할은 그 가능성을 뜯어보고, 재조립하면서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예언가의 입에서 재구성되는지 연구하는 것입니다. 가능세계라는 논리학적 개념은 예언이 예언으로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주요한 도구였고요. 그런데…

안예정 과장이 프레젠테이션 다음 장을 넘긴다. 다음 장에는 박예지 요원의 증명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3이 화들짝 놀란다.

안예정 과장
— 이 범차원적 범죄자가—

박예지 요원
— 흐, 흐에.

SCP-1884-KO-3
— 예지는 범차원적 범죄자 아니야!

함필규 연구원
— 흠흠.

안예정 과장
— 아, 선량한 박예지 요원의 얼굴을 한, 이 범차원적 범죄자의 수법이 이와 같다는 사실을 여기서 드러내는 바입니다.

우나은 요원
— 정확히 어떤 방식인 건가요?

안예정 과장
— 그건 로베르 팀장님께서 SCP-1488-KO-a 자체 정보와 함께 설명해 주실 겁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이 발언을 시작한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다중우주 재단 연맹의 조사와 SCP-1488-KO-1이 제공한 문서를 수합했습니다. 이를 통해 SCP-1488-KO-a의 인적사항과 행적을 조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SCP-1488-KO-1.

SCP-1488-KO-1이 더듬이를 움직여 인사한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SCP-1488-KO-a는 우리 시간선의 박예지 요원과 유사한 특징이 있지만, 삶의 궤적은 현저히 달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그 우주의 SCP 재단에 일찍이 합류하여, 시간변칙부 연구원으로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쪽 기록을 보면, 평범한 연구자일 뿐이라고 적어뒀더군요. 다만 우울증과 자기혐오 심리가 강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 재단 표준 심리검사 기록에 남아있었습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SCP-1488-KO-a의 재단 이전 삶에 대해서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가 자신의 소위 "운명"을 바꾸고 싶어 했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여겨집니다. 지금 보시는 자료는 흡수된 시간선에서 브레드베리-베케트 검사로 검출된 지표입니다.

안예정 과장
— 운명은 결국 가능성-확률값을 통해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다만 그 값을 상수화하기에는 너무나 불규칙적이라, 그 모든 불확실성을 포함하여 카오스 상태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통례이지요.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만일 그 가능성-확률값을 가져온다면, 타인의 운명을 빼앗는 것도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우나은 요원
— 그, 그런 게 진짜 가능한가요?

안예정 과장
— 생판 타인이라면 불가능하죠. 카오스 상태에서는 초기 오차가 점차 거대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소급하면 그 혈연까지도 다른 존재의 운명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이식할 수 있겠어요?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하지만 자기 자신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겁니다. 특히, 시간선에서의 사소한 차이가 다른 미래를 창출해 낸 경우라면.

함필규 연구원
— …그래서 다른 우주의 가능성-확률값을 빼앗은 것이다?

SCP-1488-KO-1
— 처음 그 우주의 박예지 — SCP-1488-KO-a가 이식을 시도한 두 시간선은 E-5b0b112v와 몇 가지 요소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SCP-1488-KO-a 역시 이 시간선은 자신의 삶에서 아주 사소한 차이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게 분명하고요.

SCP-1488-KO-1
— 다만 그 판단이 아주 큰 비극을 낳은 것 역시 분명합니다.

채유진 연구원
— 그러니까, 박예지 요원의 운명을 빼앗기 위해 우리 우주를 침탈하겠다는 거군요.

박예지 요원
— …힉.

I-I3LL
— 그럼 박예지 요원을 먼저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SCP-1884-KO-3
— 뭐가 어째!?

SCP-1884-KO-3가 격노하여 I-I3LL에게 달려드나, 우나은 요원과 채유진 연구원에 의해 제지당한다.

SCP-1884-KO-3
— 예지한테 무슨 헛소리야, 이 깡통아!

SCP-1488-KO-1
— 둘 다 진정하세요. (I-I3LL에게) 우리 우주의 박예지 요원은 아주 능률 좋은 모기에요. 그리고 이 우주에서도 그럴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런 인물을 희생시키지 않는 건 재단 전체의 공익을 위한 것이겠지요.

I-I3LL
— 수긍, 이해했습니다.

SCP-1884-KO-3
— 예지가 그쪽에서는 모기야…?

함필규 연구원
— 맞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그런 선택을 해선 안 되는 거지.

SCP-1488-KO-1
— 그리고 SCP-1488-KO-a가 네게 집착하기 때문에,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예지야.

회의실 내 모든 인물의 시선이 박예지 요원으로 향한다.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박예지 요원
— 읏, 으흑, 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여전히 의아한 부분입니디만, 여전히 박예지 요원의 투입이 불가피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SCP-1488-KO-1.

SCP-1488-KO-1
— 지금까지 범차원 독립체가 이런 범차원적인 사고를 친 것이, 모든 다리로 다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같은 존재들이 나서서 막는 것을 통례로 했지요. (웃음) 하지만 고작 그 이유뿐만은 아닙니다. 그때 제가 이곳의 함필규와 진행했던 면담에 참여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다 녹취록은 들으셨겠죠.

우나은 요원
— 네.

손기정 연구원
— 그럼요.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그렇습니다, 그 면담에서 언급해 둔 게 있었던 건가요?

SCP-1488-KO-1
— 그 시간선, E-5b0b112v에 방문했던 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 SCP-1488-KO-a의 심리 검사 결과도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죠.

SCP-1488-KO-1
— 우리… 함필규가, 끊임없이 이선학을 잃듯이 말입니다. (잠시 침묵) 그들, 박예지는 끊임없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무너지고 지쳐서 스스로 지은 방벽 안에 들어갈지라도, 곧 다시 일어나서 세상 밖으로 덤벼드는 존재가 박예지입니다. 제가 조사한 모든 박예지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SCP-1488-KO-1이 자리에서 날아올라 박예지 요원의 근처에 착지한다. 박예지 요원은 다소 놀라지만, 조용히 SCP-1488-KO-1의 발화를 경청한다.

SCP-1488-KO-1
— 그런데 그 아인, 그런 존재가 아니었어.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다시 무너져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해버린 아이였어. 그런 아이가 스스로를 혐오하고 무너뜨리게 된 것도 난 이해할 수 있었어. 게다가 그 아이에게는…

박예지 요원
— …혹시 그 예지에게는… 1호, 2호, 3호가…?

SCP-1488-KO-1
— 응, 그 아이에게는 아무도 없었어.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SCP-1488-KO-1
—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른 박예지가 가보길 바라는 겁니다. 적어도 제압 팀에 박예지 요원이 함께하길 바라요. 그 외로운 아이에게, 그런 방법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잠시 회의실에는 침묵이 깔린다. 약 5분 뒤, 뱅상 로베르 제1팀장이 안예정 과장, 함필규 연구원과 눈빛을 교환한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SCP-1488-KO-a 확보 작전 중 제145K기지에서는 우나은 요원과 I-I3LL이 우선 차출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앞선 두 인원은 이차원 진입 경력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나은 요원
— 보통… 악마로 득시글한 곳이긴 했는데요, 많이 가보긴 했습니다.

I-I3LL
— 문제 없습니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상세 타격 계획은 차원학부 연구진과 함께 설계한 뒤 공유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예지 요원?

박예지 요원
— 네, 네!

뱅상 로베르 제1팀장
— 이번 확보 작전에 보조 전력으로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박예지 요원의 의사를 더 존중하고 싶군요. 잘 생각해 보길 바라요.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잠시 창백해졌다가, 눈을 부릅뜬다. SCP-1884-KO-3이 박예지 요원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SCP-1884-KO-3은 신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예지 요원
— 네, 꼭 갈게요.

<기록 종료>

사건 기록: 1488-KO-a-1

서론: 해당 기록은 임시 확보팀 1488-KO가, E-5b0b112v에 진입하여 SCP-1488-KO-a를 확보 시도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 협의대로 악마학과 I-I3LL과 우나은 요원,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이 차출되었다. 또한 차원 간 도약 경험이 풍부한 기동특무부대 병호-11 부대원이 확보팀에 편성되었다.

구성원: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악마학과 우나은 요원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기동특무부대 병호-11("밤의 심장")
    • 병11 부대장 이시록
    • 병11 알파 윤강민
    • 병11 베타 정귀주
    • 병11 감마 장민
    • 병11 델타 김이중
    • 병11 엡실론 나윤후

<기록 시작>

임시 확보팀 1488-KO 팀원들은 전부 집결지 인근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SCP-1488-KO-1과 곤충학부, 악마학과, 차원학부 인원들이 좌측에 배치되어 원격 지시를 준비한다. SCP-1884-KO-3, 박예지 요원과 우나은 요원이 재단 방호구를 착용한다.

I-I3LL
— 이젠 잘 입는 것 같습니다.

I-I3LL이 박예지 요원을 응시한다. 박예지 요원이 흠칫 놀라지만, 이내 비교적 차분하게 대답한다.

박예지 요원
— …여, 연습했거든요.

우나은 요원이 방호구를 모두 입고 바닥에 앉는다. 우나은 요원은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I-I3LL에게 말을 건다.

우나은 요원
— 언제 끝나는 거래?

I-I3LL
— 도착지가 키메라 시간선이 되어 있어, 적절한 때에 진입해야 한다고 아까 설명을 듣지 않았습니까. 인간의 인내심은 원래 그 모양입니까?

우나은 요원
— 이 자식이 꼭 말을 해도.

우나은 요원이 고개를 돌려 박예지 요원에게 시선을 옮긴다. 박예지 요원이 흠칫 놀란다.

우나은 요원
—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지난 번 이후로 처음이잖아요.

박예지 요원
— 으으… 맞아요, 그땐 죄송했어요.

우나은 요원
— 뭘요,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요.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박예지 요원
— 읏, 네, 어떤… 거요?

우나은 요원
(조심스럽게) 왜 참여한다고 하신 거예요?

박예지 요원
— 네?

우나은 요원
— 사실 그 나방이… 실례, SCP-1488-KO-1이 박예지 요원이 꼭 가줬으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굳이 갈 필요는 없었지 않았나 싶어서요. 위험한 작전이 될 텐데요.

박예지 요원의 등 뒤에서 SCP-1884-KO 개체들이 날아오른다.

SCP-1884-KO-3
— 예지는 강해! 이런 부분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구!

박예지 요원
— 하하… 그게요, 어쩐지…

박예지 요원이 고개를 돌려 MTF 병호-11 부대원들과 SCP-1488-KO-1이 다중우주 간 통로를 생성하기 위해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박예지 요원
— 만일 그 사람… SCP-1488-KO-a가 저라면, 또 다른 저라면, 어쩐지 불쌍했거든요.

우나은 요원
— 불쌍해요?

박예지 요원
— 나방 함필규 선배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 아이는 제일 중요한 게 없다는 뜻이라서요. 그래서 가서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우리의 일이—

그 순간, 다중우주 간 통로가 생성된다. SCP-1488-KO-1이 큰 소리로 외친다.

SCP-1488-KO-1
— 안정화 성공! 지금 진입해야 합니다. 임시 확보팀은 진입 대기해주십시오!

임시 확보팀원 전원이 다중우주 간 통로 앞에 도열한다. MTF 병호-11 부대원들이 먼저 투입되고, 이후 우나은 요원, I-I3LL,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 개체들이 진입한다.

이후의 기록은 각 인원들에게 부착된 시점 카메라 기록을 재구성한 것이다.

박예지 요원의 시점으로, 다중우주 간 통로에 진입하고 난 뒤 시야가 암전한다. 암전된 시야는 약 10초 후 다시 밝아지며, 주변 풍경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박예지 요원
— 허… 허억.

박예지 요원의 시점에서, 주변 풍경은 혼잡하다. 약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어렴풋이 서울특별시청과 그 주변 거리의 형상이 보이나, 폭격을 당한 듯 온전하지 못한 형상이다. 박예지 요원과 임시 확보팀이 착지한 곳 주변은 평지이며,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마구잡이로 자라나 있다.

우나은 요원
— 예지 씨!

박예지 요원
— 네, 네! 다… 도착한 건가요?

우나은 요원
— 네, 그쪽 모기들은요?

SCP-1884-KO-3
— 우리도 전부 도착했다고!

박예지 요원의 등 뒤에서 SCP-1884-KO 개체들이 나타난다. SCP-1884-KO-3이 박예지 요원에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을 건다.

SCP-1884-KO-3
— 예지, 그렇지만… 뭔가 여긴 안 좋아. 예지의 기운이 너무 가득해. 게다가 마치…

SCP-1884-KO-3이 일순간 몸을 떤다.

SCP-1884-KO-3
— 예지가 보고 있어.

우나은 요원
— 뭐?

박예지 요원
— …아마 이곳의 제가 눈치챘나 봐요.

I-I3LL
— 그럼 속도를 내야 합니다.

우나은 요원과 박예지 요원, I-I3LL는 주변을 조사하는 병호-11 부대원들과 합류한다. 모든 임시 확보팀은 조심스럽게 대열을 정비하여 이동하기 시작한다.

SCP-1488-KO-1
(교신) 아아, 들립니까. 연결 상태 확인 바랍니다.

우나은 요원
— 연결 상태 양호합니다. 현재 임시 확보팀 SCP-1488-KO-a 예상 위치로 이동 준비 끝.

병11 부대장
— 예상 위치 확인 바랍니다.

SCP-1488-KO-1
— 제가 그곳에서 탈출한 이후로도 시간선이 이후로도 더 합쳐졌을 겁니다. 그래서 SCP-1488-KO-a의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할 수 없겠지만… 기존 시간선에서 박예지는 제21K기지 시간변칙부 소속이었습니다. 제21K기지 부근을 수색해 보세요. 병합된 시간선에서의 박예지 소속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최초로 융합된 두 가지 시간선에서, 한 명은 Nx-50 ("지하")의 황제였고, 다른 한 명은 청록학교의 학생이었으니까요.

병11 부대장
— 다 위치가 떨어져 있는 곳이잖아.

우나은 요원
— 그러게요, Nx-50은 인천, 청록학교는 남양주.

I-I3LL
— 그렇다면 지리적 특성이 상반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박예지 요원
— 그리고 우리에겐 1호, 2호, 3호도 있으니까요! 헤헤… 제 기운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추적할 수 있을 거예요.

SCP-1884-KO-3
— 맡겨만 두라고! 예지 찾는 건 우리 전문이야.

우나은 요원
— 좋은 판단이네요. (교신으로) SCP-1884-KO 개체들의 인도를 통해 일단 이동하겠음.

교신에는 응답이 없다.

우나은 요원
— …뭐야, 사령부?

교신에 응답이 돌아오지 않자, 우나은 요원은 다른 인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지속적으로 교신을 이어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인원이 그 시점에 교신이 작동하지 않음을 인지한다. 병11 엡실론과 감마가 다중우주 간 통로가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방으로 접근한다.

우나은 요원
— …이건, 아무래도.

병11 부대장
— 예, 악의가 느껴지네요.

병11 알파
— 칸트 계수기가 계속 요동치고 있습니다.

병11 엡실론과 감마가 돌아온다.

병11 엡실론
— 통로는 보이지도 않았고,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 주위가 완전히 박살 나 있었습니다. 땅이 뒤집어져 있더군요.

병11 부대장
— SCP-1488-KO-a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린 여기서 못 나갈 것 같군. 이동하자.

임시 확보팀은 SCP-1884-KO 개체들을 선두에 배치한 상태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박예지 요원의 시점으로, 주변 풍경은 점차 이질적으로 변해간다. 기본적인 형태는 대한민국 도시로 추측되나, 그 사이에 망가진 전함들이 도로에 즐비하다. 확보팀은 점차 도심 안쪽으로 진입하며, 기존에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 인근까지 도달한다.

세종대왕 동상이 존재했던 자리에는 옥좌를 형상화한 하단부만 남아 있고, 세종대왕을 형상화한 부분은 사라져 있다.

우나은 요원
— …이거, 지네인가?

우나은 요원의 시점으로, 지네 사체가 들어온다. 자세히 응시하면 이는 사체의 일부 파편으로, 그 크기는 일반적인 빌딩의 5층 높이 정도다. 이 사체 파편은 광화문광장을 가로질러 인사동 방면으로 길게 뻗어 있다.

우나은 요원
— 대체 원래 크기는 얼마나 되었던 거지? 산맥이라도 되는 것 같네.

임시 확보팀은 계속 이동한다. 광화문 광장을 절반쯤 지났을 때, 병호-11 알파의 시점에서 광장 가장자리에 쌓인 인간 시신들이 들어온다.

병11 알파
— …대단한데.

알파의 시점에서, 시신들은 GOC 극동지부 소속 전투복을 입고 있다. 시신 하나는 안에서부터 폭발한 듯, 내장 파편이 주변에 흩어져 있고 복부는 개복되어 있다.

병11 베타
— 꼭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쌓아둔 것 같아요.

병11 알파
— 저기 봐. 아마 네 말이 맞을 거야.

베타의 시점에서, 시신 무더기 옆에 무언가 떨어져 있다. 베타가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그곳으로 이동한다. 떨어져 있는 것은 초상과학 1 교과서이다. 빈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병11 베타
— …여길 당장 떠나라. 하.

시신 하나가 경련한다. 베타가 흠칫 놀라며 시신을 조준한다. 시신은 약 20초간 경련하다가, 이내 구강에서 무언가 빠져나오면서 경련을 멈춘다. 빠져나온 것은 기계 생물체로, 추후 판독되기로 Nx-50 제7군현 봉제군에서 서식하는 기계 생물체 중 한 종류로 추정되었다.

병11 베타
— 놀랐네. 역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 순간, 베타가 무언가에 의해 충격을 받고 광장 바깥의 무너진 건물 잔해로 튕겨 나간다. 우나은 요원의 시점에서, 튕겨 나간 베타에게 무언가가 달려드는 것이 보인다. 베타의 비명이 녹음된다. 알파와 감마, 엡실론이 즉시 격발하지만 베타를 덮친 변칙 개체에게는 유효한 타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변칙 개체가 베타를 짓밟으면서, 큰 파열음과 함께 베타의 몸이 축 늘어진다. 병11 베타는 이 시점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변칙 개체가 고개를 들어 나머지 임시 확보팀을 응시한다. 이끼가 낀 사자탈로 인식되는 해당 개체는, 추후 판독되기로 Nx-50 제6군현 녹야현에서 서식하는 '늪사자'로 추정되었다. 이 개체는 베타의 시신을 물고 사라진다.

병11 알파
— …썅.

병11 부대장
— 우선 이동한다. 다른 개체들이 총소리를 들었을 거야.

임시 확보팀은 다시 이동한다. 확보팀은 경복궁을 마주 본 기준에서의 오른쪽, 즉 인사동 방면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지네 사체 파편을 바리케이드로 두고, 인원들은 약 10분 간 이동한다.

병11 부대장
— 잠깐, 모두 정지. 약 5미터 거리 앞에 인영 발견.

임시 확보팀은 모두 전투태세를 갖춘 뒤 은엄폐한다. 부대장의 발화 직후, 박예지 요원의 시점에서 임시 확보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한 무리의 인영이 나타난다. 해당 개체들의 자세한 외양은 알아볼 수 없다.

박예지 요원
— 으, 으윽, 갑자기 머리가…!

병11 부대장
— 알파, 좌익을 맡아라. 감마와 엡실론이 우익을 맡고, 델타가 나와 함께 공격에 응사한다.

SCP-1884-KO-3
— …예지 냄새가 나. 나방 필규가 말했던 그 예지일지도 몰라!

우나은 요원
— …그래.

박예지 요원
— …으읏. 왜, 왜 두통이…

SCP-1884-KO-3
— 저, 점점 다가오고 있어!

병11 알파, 베타가 좌측으로 향하고, 동시에 병11 감마, 엡실론이 우측으로 자세를 낮춘 채 자리를 잡는다. 병11 부대장이 재단 표준형 돌격소총을 장전한다. 우나은, I-I3LL이 각기 무장을 점검한다. SCP-1884-KO-3이 큰 소리로 외친다.

SCP-1884-KO-3
— 예지가 왔다!

병11 부대장이 발포 명령을 내리기 직전, 개체들 사이에서 큰 외침이 들려온다.

???
— 쏘, 쏘지 마세요!

???
— 으, 으악!! 사, 사람이다! 처음 보는… 윽…!!

SCP-1884-KO-3이 일순간 정지하더니,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내려와 박예지 요원의 머리에 착지한다.

SCP-1884-KO-3
— 예, 예지! 저, 저기…

박예지 요원
— 으으… 저기… 왜?

SCP-1884-KO-3
— 예지가 있어.

박예지 요원
— 서, 설마 그 악한 박예지!

SCP-1884-KO-3
— 그… 그게, 예지가… 엄청 많아!

박예지 요원
— 뭐?

박예지 요원이 바리케이드로 이용하던 지네 사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당황한 표정의 병호-11 부대원들과 우나은 요원, I-I3LL 옆을 지나쳐 앞으로 달려가면, 박예지 요원 시점에서 접근하던 인영의 형체가 드러난다.

4명 정도의 박예지 요원이 박예지 요원 앞에 서 있다. 어깨에 활을 메고 조선 후기 한복을 입은 박예지 요원, 권총을 파지한 채 "2023년도 초상올림픽" 출전 복장을 하고 있는 박예지 요원, 지속가능격리개발과 활동복을 입은 박예지 요원, 보라색 방한복을 입고 있는 박예지 요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예지 요원, 아니 박예지 요원들이 비명을 지른다.

박예지 요원
— 흐아악!!

<기록 종료>

사건 기록 1488-KO-a-2

서론: 상동. 위 기록 후 약 5분 뒤 이어지는 사건 기록을 담았다.

구성원: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악마학과 우나은 요원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기동특무부대 병호-11("밤의 심장")
    • 병11 부대장 이시록
    • 병11 알파 윤강민
    • 병11 감마 장민
    • 병11 델타 김이중
    • 병11 엡실론 나윤후

<기록 시작>

임시 확보팀은 박예지 요원 무리와 소통을 시도하였고, 각자 공격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뒤 대화를 재개하였다. 이후 타 시간선의 박예지 요원을 편의상 이차원 상응체Extra-dimensional Counterpart (EDC)로 지칭, 각 EDC에 임시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칭한다.

SCP-1884-KO-3
— 백사십 퍼센트 친숙한 얼굴!!

박예지 EDC-a
— 저, 저 아해가 우리 문아(蚊兒) 삼남매와 비슷하구나!

박예지 요원
— 저, 저… 잠깐 제 말을 들어주… 주시겠어요!

박예지 EDC들이 모두 박예지 요원에게 시선을 옮긴다.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지지만, 빠르게 회복한다.

박예지 요원
— 우와, 내 얼굴에는 긴장이 안 되네.

SCP-1884-KO-3
— 그거, 예지가 거울 보고 대화 연습해서 그런 거 아니야?

박예지 요원
— 조, 조용히 해!

박예지 EDC-b
— 괘, 괜찮아… 나도 집에서 그랬어.

박예지 EDC-c
— 나도!

박예지 요원이 긴장이 풀린 듯한 미소를 짓는다. 다른 박예지 EDC들 역시 그렇다. 그러나 우나은 요원이 권총을 내린 채 천천히 다가오자, 다시금 분위기가 긴장된다.

박예지 EDC-b
— 힉!

박예지 EDC-a
— 히이익!

우나은 요원
— …내가 뭐 잘못… 아니다, 예지 씨, 이야기 끝나면 불러주세요.

우나은 요원이 돌아가고, 박예지 요원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박예지 요원
— 우,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아니 하, 할게. 저, 저는, 아니, 나는… 박예지야. 골목길 유저고, 광릉왕모기인 1호, 2호, 3호랑 같이 지내. SCP 재단 곤충학부 요원이기도 하고. 골목길에서 활동하다가 잡혀들어온 거긴 하지만, 헤… 헤헤.

잠시 박예지 사이에서 침묵이 흐른다. 박예지 요원과 박예지 EDC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침묵을 지킨다. 약 15초 뒤, 박예지 EDC-a가 마지못해 입을 연다.

박예지 EDC-a
— 소, 소녀는 바, 반남 박문의 박가 예지로, 아버지 되시는 분께서는 호를 연암이라 하옵니, 아니, 하, 하오. 예로부터 작은 미물에 관심이 많아 그 생태를 공부하였소이다. 규중에서 자라나 친우가 저, 적었기에… 이에 친우가 될 아해를 만들게 되었소. 이름 붙이기를 모기아해라, 곧 문아(蚊兒)라 부르게 되었다오. 하여 그대의 저 아이가 많이 친숙하오.

박예지 EDC-b
— 나, 나도 친구들이 있어. 우리도 너처럼 모기 아이들인데, 1호, 2호, 3호야. 우리는 다 같이 화염 사격술 프로 선수로 뛰고 있어.

박예지 요원
— 화염…사격술?

박예지 EDC-b
응, 그게 뭐냐면 어떤 변칙적 방법으로든 화염 그러니까 불을 만들어내서 과녁에 정확하게 명중시켜야 하는 거란 말이야 양궁이랑 비슷한데 화살이 아니라 불을 명중시켜서 과녁을 그러니까 고득점 과녁을 아주 정밀히 불태우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인데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으면 실격 내지 실점을 맞거든—

정적.

박예지 EDC-b
— 읏, 으읏, 으읏, 으으으으읏…

박예지 요원
— 괜찮아, 나, 나도 많이 그래…

박예지 EDC-a
— 소, 소녀도…

박예지 EDC-c
— 나, 나도. 나는 지속가능격리개발과 소속 요원인 박예지야. 난… 골목길에서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여름에 친환경 모기 방제를 해보겠다고, 조악한 밈을 살포했다가 재단에 붙들려 갔지. 어쩌다 신성하고도 고귀하고도 아름다우신 임찬미 학과장의 눈에 들어서 거기서 일하는 중이야.

박예지 요원
— 어, 어어… 그럼, 넌 1호, 2호, 3호가 없어?

박예지 EDC-c
— 너희처럼, 모기로 된 아이들은 아닌데… 에, 우리는 신성하고도 고귀하고도 아름다우신 임찬미 학과장님이랑 같이 만든 아이들이 있어. 인조인간 아이들인데 각각 1호, 2호, 3호라고 이름 붙였거든.

박예지 EDC-b
— 인조…인간?

박예지 EDC-c
— 응… 인간을 재활용했어. (침묵) 어, 어쩔 수 없었어! 유능한 D계급들이었단 말이야…

정적.

박예지 EDC-c
— 임찬미 학과장님이랑 나의 결실, 흐, 흐헤헤…

박예지 EDC-a와 EDC-b가 급히 박예지 요원 쪽으로 몸을 피한다.

박예지 EDC-d
— 너, 너희 세상은 다 괜찮은 거지? 그냥 평범한 수준…인 거지?

박예지 요원
— …아까 쟤 말고는 다 괜찮은 것 같아.

박예지 EDC-c
— 나, 난 괜찮거든!

박예지 EDC-d
— 우리 세상은, 언제부턴가 얼음으로 뒤덮였어. 세상이 모두 얼어붙었고, 자연히 장막도 무너졌고… 우린 살아남으려고 기지와 기지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어. 나도 너희 대부분처럼 광릉왕모기 세 마리인 1호, 2호, 3호와 함께 하고 있지. 곤충학부 생존자들이랑 같이 하루하루 이겨내는 중이었어.

박예지 요원
— 너흰… 여길 어떻게 온 거야?

박예지 EDC들은 서로를 응시하다가, 같은 답변을 제시한다. "함필규"라는 존재가 자신들의 시간선으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박예지 요원
— 우리도… 함필규가 찾아왔어. 너희는 그 함필규가 나방은 아니었지?

박예지 EDC-a
— 소, 소녀… 아니, 내겐 불승의 모습을 한 이가 찾아왔소. 그리고 저 운동을 업으로 하는 규수에게는 신체를 기계로 대체한 자가, 인간을 개조했다고 말하는 규수에게는 함필규 '이사관'이, 옷을 두꺼이 입은 규수에게는 '팡글로스'라고 자칭했다는 함필규가 찾아왔다고 하더이다.

박예지 EDC-b
— 그리고 다른 애들은 또 각자 다른 함필규가 찾아간 모양이고.

박예지 요원
— 다, 다른 애들?

박예지 EDC-d
— 우리 말고도 스무 명 정도 더 있어. 우리도 처음에 마주치고는 엄청 놀랐지… 다른 애들은 각자 갈라져서 한 번에 들이치려고 하고 있어.

박예지 EDC-b
— 우리도, 그 박예지가 도사리고 있는 곳에 숨어 들어갈 수 있는 다른 통로를 찾으려고 하던 중이었어.

박예지 EDC-a
— 그대도 함께 하지 않겠소? 한 사람의 힘이 더 필요한 실정인데. 듣자하니 그 박예지는 아주 강대한 힘을 지닌 모양이오. 멋모르고 대면하겠다 나선 몇 사람의 다른 박예지가 모두 흡수당했다지 뭐요.

박예지 요원이 잠시 침묵한다. 박예지 요원의 시점으로, 뒤를 돌아 임시 확보팀을 바라보면 거기 팀원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박예지 요원을 기다리고 있다.

SCP-1884-KO-3
— 예지?

박예지 요원
— 응, 3호야.

SCP-1884-KO-3
— 예지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자.

박예지 요원
— 3호…

SCP-1884-KO-3
— 예지, 나 있잖아, 예지가 이 확보 작전에 같이 가겠다고 말했을 때 놀랐다? 예지가 전에 없이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거든.

박예지 요원
— 지, 진짜…? 그랬나…

SCP-1884-KO-3
— 1호도, 2호도, 나도 예지가 원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예지도 우릴 믿는 예지를 믿어 봐.

박예지 요원은 잠시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내 어깨에 착지한 SCP-1884-KO-3을 쓰다듬고, 뒤를 돌아 임시 확보팀에게 시선을 던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박예지 요원이 외친다.

박예지 요원
— 여, 여러분!!

우나은 요원
— 부자되세요…

우나은 요원
— 아, 아니, 죄송합니다. 정신 놓고 있어서.

I-I3LL
— 적진에서도 여유로운 모습 보기 좋습니다.

우나은 요원
— 저 깡통 언젠가 고물상에 팔아버리겠어.

박예지 요원
— SCP-1488-KO-1의 무리가 가능한 모든 우주의 저 자신을 불러온 것 같아요! 이, 이 박예지들은 연합해서 SCP-1488-KO-a에게 맞서볼 생각이라고 해요. 우, 우리도 여기 협력하지 않겠어요?

박예지 요원이 눈을 질끈 감고 외치자, 잠시 침묵이 잇따른다. 박예지 요원이 휘청거리지만, SCP-1884-KO 개체들이 부축한다. 임시 확보팀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병11 알파
— 글쎄, 만일 문제의 SCP-1488-KO-a가 분신 능력 같은 게 있어서, 위장시켜서 보낸 거면 어떡합니까. 이 공간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요.

병11 감마
— 함필규 연구원의 분신이 나방인 게 사실이라는데, 저 애들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잖아요. 더욱이 박예지 요원의 분신이라면 괜찮은 전력이 될 것 같은데요.

숙고 끝에 병호-11 부대장이 팔로 크게 O 표시를 보낸다.

병11 부대장
— 평소라면 미확인 개체들과 협업해서는 안 되지만, 여기서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그 사람들 계획이나 좀 들어봅시다!

<기록 종료>

사건 기록 1488-KO-a-3

서론: 위 기록 후 약 30분 간 임시 확보팀은 박예지 EDC 집단과 전술 토의를 진행했다. 임시 확보팀은 박예지 EDC 4인과 함께 박예지 EDC 집결지로 향했고, 해당 부지에서 확보 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구성원: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악마학과 우나은 요원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기동특무부대 병호-11("밤의 심장")
    • 병11 부대장 이시록
    • 병11 알파 윤강민
    • 병11 감마 장민
    • 병11 델타 김이중
    • 병11 엡실론 나윤후

부지에는 약 20명 정도의 박예지 EDC가 집결해 있다. 제145K기지 이사관으로 자신을 소개한 박예지 EDC-e가 집단의 지도자로 나서서 발언을 중재하고 있다. 박예지 EDC 집단은 각각 4~5인 정도의 박예지 EDC를 한 조로 묶어 돌입하기로 결의한다. 임시 확보팀은 당초 합의한 바와 같이, 그 중 한 조와 함께 움직이기로 한다.

박예지 EDC-e
— 그래도 여러분이 와줘서 다행입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우리끼리는…

박예지 EDC-e가 주위를 둘러본다.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의 박예지 EDC가 조금 더 많다. 박예지 EDC-e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싼다.

우나은 요원
— 우리처럼 집단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은 없나요?

박예지 EDC-e
— 많았어요. 당장 저도 제145K기지 산하 기특대와 함께 이곳에 왔습니다. 그렇지만 다… 이곳의 변칙 개체에 당했어요. 꼭 나만 살려두려는 것 같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필요가 없다는 듯이…

박예지 EDC-a
— 이 사람 역시 이금위 패란종사관 김 모와 보전원 참봉 이 모 두 분과 함께 이곳에 왔는데, 오자마자 기괴한 물괴들이 그 둘을 참살하였소. 참 다정한 분들이었는데… 시신도 채 구하지 못하였소.

박예지 요원
— 어쩌면… 그게 이곳 박예지의 의도일지도 몰라요.

우나은 요원
— 예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박예지 요원
— 제가 함필규 선배, 그러니까 SCP-1488-KO-1에게 들은 설명대로라면, 이곳의 박예지는 상당히… 외로운 상태일 거에요.

박예지 요원
— SCP-1488-KO-1은 이곳의 박예지가 1호, 2호, 3호도 없고, 정말 외롭게… 고독하게 지냈었다고 말했어요. 어쩌면 저 박예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자기가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 자기가… 다른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무수히 생각하고 또 고통스러워 했을 거예요.

박예지 요원
— 만일 그렇다면, 이 박예지, SCP-1488-KO-a는 적어도 다른 박예지는 쉽게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 할 테니까요. 다른 박예지가 어떤 상태인지 자기가 직접 보고 싶어 할 테니까…

우나은 요원
— 만약…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면요?

박예지 요원
— …힉.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창백해지지만, 이내 다시 호흡을 고르고 대답한다.

박예지 요원
— 그렇지만… 괜찮아요. 저도… 아니, 저희도 꼭 그 아이랑 대면해야 해요. 그렇게 쉽게 죽이진 못할 거예요.

임시 확보팀은 박예지 EDC-a, EDC-b, EDC-c, EDC-d, EDC-e와 함께 행동하기로 한다. 확보팀과 박예지 EDC 집단은 SCP-1488-KO-a의 위치 구역으로 이동한다. 해당 개체의 위치는 기준차원에서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인근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간선 간 융합으로 인해 주변 지리가 극심하게 변형된 상태이다.

I-I3LL의 시점에서, 가까워지는 SCP-1488-KO-a 위치 구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거대한 건물이다. 추후 판독되기에 이는 Nx-50의 제5군현 태오령군에 위치한 구도성과 유사한 형태인데, 그 부속건물은 청록학교 본관 양식을 닮아 있다.

병11 부대장
— 진입해 볼까요. 알파, 나와 함께 선두에 선다. 중앙에 박예지 요원… 분들이 들어가고, I-I3LL이 같이 경계 태세 갖추고 진입합시다. 후방에 우나은 요원과 감마, 델타, 엡실론을 배치하겠습니다.

임시 확보팀은 천천히 건물에 가까이 간다. SCP-1884-KO 개체들이 SCP-1488-KO-a의 기척이 구도성과 유사한 형태의 건물에서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확보팀이 천천히 후문을 찾는 동안, SCP-1884-KO 개체들은 건물 주위를 선회하면서 위험을 탐지한다.

박예지 EDC 한 조가 정문에 도달하는 장면이 SCP-1884-KO 개체들에게 식별된다. 이 정보는 곧바로 확보팀에게 전달되고, 그와 동시에 병호-11 부대장이 건물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문을 찾는다. 임시 확보팀은 해당 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한다.

그리고 그 즉시, 임시 확보팀은 모두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박예지 요원
— 으윽… 아, 안 돼!

우나은 요원
— …하, 씨발.

임시 확보팀이 전투 태세에 다시 돌입한 순간, 확보팀의 시야에는 건물 내부가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건물의 중앙부로 공간 전이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는 인간의 혈액이 이곳저곳 튀어 있다.

SCP-1488-KO-a가 내부에 서 있다. 개체의 앞에는 박예지 EDC 한 개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개체가 피 묻은 손으로 박예지 EDC 개체의 머리를 쓰다듬자, 개체는 이내 앞으로 고꾸라진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SCP-1884-KO-3
— 예…예지가, 예지를…

박예지 EDC-b
— 저, 저 괴물…

SCP-1488-KO-a가 빙그레 웃으며 후방으로 걸어간다. 그들이 위치한 구역의 반대편에는 Nx-50의 통치권자가 사용하는 옥좌가 놓여 있다. 기준차원에서는 제37K기지 이사관, 이태진이 사용하는 옥좌로 알려진 것이다.

옥좌의 우편에는 시간변칙부 표준 실험실이 자리하고 있다. 각종 기계들이 즐비한 가운데, 중앙에 시간변칙부에서 사용하는 인과율 분기점 스캐너Causal Branching Scanner와 유사한 기계가 식별된다.

SCP-1488-KO-a의 복장은 혼잡하다. 청록학교 교복을 입고, 재단 연구원 가운을 그 위에 걸쳤다. 머리에는 Nx-50의 황제가 사용하는 제관을 쓰고 있다. 한 손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보검이 들려 있다.

SCP-1488-KO-a
— 용케 왔네.

박예지 요원
— 넌…

SCP-1488-KO-a가 피식 웃는다.

병11 부대장
— 변칙개체 식별, 확보 실시한다.

병호-11 대원들이 총기를 견착하고 SCP-1488-KO-a에게 접근한다.

병11 부대장
— 얌전히 격리에 응해, 아가씨. 그렇지 않으면—

SCP-1488-KO-a가 제관을 옥좌에 내려놓는다. 개체는 이후 등을 돌려 부대원들에게 접근한다.

병11 부대장
— 거기 멈춰!

SCP-1488-KO-a는 멈추지 않는다. 지속적인 접근 끝에, 병11 알파가 경고성 사격을 실시한다. 총격음이 울리고, 동시에 시야에서 SCP-1488-KO-a가 사라진다.

병11 알파
— 이게 무슨—

알파의 시점에서, SCP-1488-KO-a의 형상은 감지되지 않는다. 급하게 두리번거리나, 개체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 옥좌로 눈을 돌렸을 때, 그곳에서 SCP-1488-KO-a가 나타난다. 형상이 경미하게 바뀌었으나, 알파는 알아보지 못한다. 알파가 다시 경고성 사격을 실시하기 전에, 눈을 감는다.

알파가 경추 골절로 사망한다.



우나은 요원과 병11 감마, 델타, 엡실론이 사격한다. 병11 부대장이 급히 알파에게 접근하지만, 알파의 시신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부대장이 SCP-1488-KO-a에게 총구를 겨냥하는 그때, 개체가 보검2을 발도하여 병호-11 부대장의 손목을 자른다.

병11 부대장
— 으, 으아악!!

SCP-1488-KO-a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탄의 궤적을 변형시켜 저편으로 날려 보낸다. 이내 몸을 회전시켜 병호-11 부대장의 복부를 걷어차고, 병호-11 엡실론의 목에 검을 찌르고 물러난다.

병호-11 엡실론이 목을 움켜쥐고 쓰러지자, 델타가 비명을 지르며 개체에게 돌진한다. 개체는 달려드는 델타를 몸을 돌려 피하고, 델타의 오금을 걷어차 무릎을 꿇게 한다.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델타의 방호구가 박살난다. 개체는 두 번 주먹을 날려 델타의 목과 복부에 타격을 입힌다.

SCP-1488-KO-a
— 아, 재밌어라.

SCP-1488-KO-a는 이내 고개를 돌려 우나은 요원을 응시한다. 우나은 요원이 권총을 조준하자, 개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둘 사이를,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 개체들이 막아선다.

박예지 요원
— 당장 그만둬!

SCP-1488-KO-a
— 왔네, 프라임 박예지.

박예지 요원
— 프, 프라임?

SCP-1488-KO-a
— 하하하! 농담이야. 너라면 네가 프라임이라는 소리에 좀 우쭐해 할 것 같아서.

SCP-1884-KO-3
— 읏, 예지, 이 예지… 우리 예지를 너무 잘 알아!

박예지 요원
— 조, 조용히 해. (SCP-1488-KO-a에게) 그만둬, 분명히 후회하게 될 짓이야.

SCP-1488-KO-a
— 왜? 네 생각대로 내가 안 움직여서? 나는 분명 다른 선택을 한 나를 궁금해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박예지?

박예지 요원
— 으… 윽.

SCP-1488-KO-a
— 네가 누구라고 날 동정해?

박예지 요원
— 너한테는 아직… 안 왔을 뿐일 걸 믿으니까.

SCP-1488-KO-a
— 누가, 네 그 일이삼호가?

SCP-1488-KO-a가 박예지 요원과 SCP-1884-KO 개체들에게 무언가를 던진다. SCP-1884-KO-3이 비명을 지른다.

SCP-1884-KO 개체들의 시신이다.

박예지 요원
—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박예지 요원의 얼굴이 붉어진다. 눈물이 고이지만, SCP-1488-KO-a를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반면 SCP-1488-KO-a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손가락에 묻은 피를 빤다.

SCP-1488-KO-a
— 너희들은 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내가 아직 중요한 지점을 못 겪어서 그렇다고. 내가 아직 어떤 지점을 통과하지 못해서, 아직 인생이 시궁창이란 거라고.

SCP-1488-KO-a가 웃음을 거둔다.

SCP-1488-KO-a
— 박예지들의 오만함이란. 너희들은 그렇겠지. 너희들은 다 벗어났으니까,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그나마 사람 대접을 받으니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지.

SCP-1488-KO-a
— 내가 무슨 마음으로 너희를 봤는지 알아? 만나는 박예지마다 다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헛소리를 하더군. 나는 너희가 산 세월 이상으로 기다리고 버텨왔는데도, 아직 너희가 말하는 좋은 시절의 편린조차 겪어보질 못했어!

SCP-1488-KO-a
— 그래서, 직접 그 지점을 만든 거야. 흠… 그렇게 만든 지점에 사은품처럼 딸려오기에, 가져보긴 했는데 말이지. 재미는 없더라고. 그래서 죽였어.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던 병호-11 델타의 복부가 폭발하면서, 사방에 황금올리브 치킨 조각과 싸이버거 파편이 흩어진다. 델타가 경련하면서 음식물을 배출하다가, 이내 사망한다.

박예지 요원
— …넌 미쳤어. 죄 없는 다른 우주의 1호, 2호, 3호를 죽이고, 다른 우주의 너 자신이 가진 운명을 훔친 게…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SCP-1488-KO-a
— 하하하! 박예지는 원래 미쳤어. 친구가 없다고 친구를 만드는 게 정상 같니?

그 순간, 화살이 날아와 SCP-1488-KO-a의 어깨에 박힌다. 개체는 신음을 흘리는 동시에, 박예지 요원이 SCP-1884-KO 개체들에게 손짓을 한다.

박예지 요원
— 합동, 광릉작열포!!

SCP-1884-KO 개체들의 합동 공격으로 인해, SCP-1488-KO-a가 부딪혀 벽면으로 날아간다. 박예지 요원이 고개를 돌려보면, 박예지 EDC-a가 활을 잡고 떨고 있다.

박예지 요원
— 예, 예지야.

박예지 EDC-a
— …감히 내 문아들을 죽였다니, 내 참을 수가 없었소.

박예지 EDC-b
— 가자, 이때 몰아쳐야 해!

I-I3LL
— 동의합니다.

박예지 EDC-a가 활을 쏘는 동시에, SCP-1488-KO-a가 몸을 돌려 피한다. 개체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몸을 일으킨다. 활을 맞은 어깨에는 어느새 화살이 사라져 있지만, 상처만이 남아 있다.

SCP-1488-KO-a
— …해보자 이거지?

SCP-1488-KO-a가 손짓한다. 약 1분 안팎으로, 갖가지 변칙 개체들이 생성되어 임시 확보팀에게 돌진한다. Nx-50 출신 인간형 개체인 "용" 10여 개체가 달려든다. 이들은 청록학교 교복을 입고 있으며, 자의식이 부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1884-KO-3
— 홀리 빔!

SCP-1884-KO-3의 공격으로 절반 이상의 "용"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다. 박예지 EDC-b가 사망한 병호-11 부대원들의 총기를 주워 응사하기 시작한다.

SCP-1488-KO-a가 다시 손짓하면, 열두 개의 불투명한 검 형체가 허공에 나타난다. 개체가 다시 이 형체들을 인간형으로 변형시키고, 각자 소지한 검을 들고 임시 확보팀 쪽으로 돌진하게 한다. 이와 동시에, Nx-50 제5군현 태오령군에 주로 자리잡고 있다고 알려진 '멜서시스트' 집단 일부를 소환하여 앞선 적대 세력에 합류하게 만든다.

우나은 요원
— 진짜 더럽게 많네, 썅!

박예지 EDC-b는 차례로 멜서시스트 인원을 쏘아 맞힌다. 약 5분 동안, 박예지 EDC-b는 약 15명의 적대 세력을 무력화한다.

박예지 EDC-e
— 뭐, 뭐야, 왜 이렇게 잘…?

박예지 EDC-b
— 우린, 아이고 어깨야, 덕질하는 건 잘하니까.

I-I3LL은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접근해 오는 멜서시스트 인원의 경동맥을 끊는다. 난잡하게 공격이 들어오나, I-I3LL의 몸체에 막혀 유효타를 입히지 못한다. I-I3LL이 잡아 내던지는 적대 세력의 몸에, 이윽고 우나은 요원의 총탄이 박힌다. 우나은 요원의 사격을 막기 위해 인간형 개체가 검으로 방어하지만, 유효 사격을 허용하고 만다.

박예지 EDC-c
— 칼질하는 애들 조심해! 으악!

박예지 EDC-c가 권총으로 응사하면서 외친다. 검을 다루는 인간형 중 일부가 해당 EDC에게 접근하자, EDC-c는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인간형의 속도가 더 빠르다. EDC-c의 복장이 검에 의해 찢기고 만다.

찢어진 부분은 지속가능격리개발과의 로고다.

박예지 EDC-c
— 이… 이… 이 지속가능격리개발의 개도 모르는 놈들이!!

박예지 EDC-c는 격노 상태에 돌입, 주머니에서 "임찬미 부서장의 사랑을 담은 에너지 바!"라고 적힌 물품을 인간형들을 향해 던진다.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유럽인 외양의 플랑베르주를 든 인간형이 물품을 반으로 가른다.

그 즉시 가까이에 있던 모든 인간형들이 물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지하고 있었던 검만이 바닥에 떨어진다.

박예지 EDC-c
— 하하, 꼴 좋다! 이 개 같은 놈들! 맛이 어떠냐!

박예지 EDC-d
— 저, 저게 뭐야?

박예지 EDC-c
— 우리 신성하고도 고귀하고도 아름다우신 임찬미 학과장님이 나 먹으라고 주신 거! 영혼이 쏙 빠질 정도로 맛있다고 했지!

박예지 EDC-d
— 어… 응.

박예지 EDC-d는 이내 몸을 돌려 남아 있는 인간형 개체와 멜서시스트 인원에게 사격한다. 그러나 그 순간, 박예지 EDC-d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진다.

박예지 EDC-d
— 아, 안 돼.

박예지 EDC-d가 신음을 흘리다가, 다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 어느샌가 나타난 SCP-1488-KO-a가, 박예지 EDC-d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박예지 EDC-a가 활을 날리지만, SCP-1488-KO-a는 손짓 한 번으로 화살을 부러뜨린다.

박예지 요원
— …안 돼.

박예지 EDC-d
— …1호, 2호, 3호, 내가… 미안…해…

일순간, 박예지 EDC-d의 안면에서 빛이 발하다가, 이내 박예지 EDC-d가 소실한다. SCP-1488-KO-a는 남은 보라색 방한복을 어깨에 걸치고, 박예지 요원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다.

박예지 요원
— 개새끼가…!

SCP-1488-KO-a에게 달려가려던 박예지 요원을, 우나은 요원이 막아세운다.

우나은 요원
— 예지 씨! 진정해요. 이대로 가다간 모두 흡수되는 수밖에 없어요.

박예지 EDC-e
— 맞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해.

멜서시스트 집단과 인간형 개체들이 천천히 임시 확보팀 쪽으로 접근한다. 병호-11 감마, 박예지 EDC-a와 EDC-b가 응사하지만, 수가 점차 불어난다.

박예지 EDC-b
— 왜 이리… 많아!

박예지 요원은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I-I3LL이 전면에서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인간형 개체의 공격에, I-I3LL의 왼쪽 다리가 꺾여 무릎을 꿇는다.

박예지 요원
— 으, 으으…

침음을 흘리던 박예지 요원의 시야에, 옥좌 좌측의 연구 기구가 들어온다.

박예지 요원
— 이, 이사관 예지.

박예지 EDC-e
— 응, 어, 어 왜?

박예지 요원
— 네가 가진 권한, 얼마나 강한 거야?

<기록 종료>

문서 기록 1488-KO-a

[ EMERGENCY OVERRIDE: SITE-DIRECTOR LEVEL 4 ]
SYSTEM: Terminal Access Granted.
PATH: /ROOT/DEPT_TEMPORAL/ARCHIVE/TAD/
STATUS: CRITICAL ERROR - 인과율 불안정 수치 임계점 도달.

■** 연구 기록 검색 결과: 다중 시간선 관측 / 가능성-확률값 전이 / EDC 간 융합 연구**

.
.
.

[ !! SYSTEM WARNING !! ]
외부 타격에 의한 단말기 파손 감지.
데이터 전송 강제 종료 5초 전…
• 5… [인과율 왜곡 발생]
• 4… [적대적 파손 행위 감지]
• 3… [데이터 추출 완료: '원본 시간선 고유 코드' 확보]
• 2… [반밈적 방벽 붕괴 중]
• 1… CONNECTION LOST.

사건 기록 1488-KO-a-4

서론: 상동.

구성원:

  • 악마학과 인공병기 I-I3LL
  • 악마학과 우나은 요원
  • 곤충학부 박예지 요원
  • 기동특무부대 병호-11("밤의 심장")
    • 병11 감마 장민
  • 박예지 EDC-a
  • 박예지 EDC-b
  • 박예지 EDC-c
  • 박예지 EDC-e

시점 카메라 재작동. 박예지 요원의 시점으로, SCP-1488-KO-a가 들어온다. 사방에는 쓰러진 Nx-50 개체들과 검, 병호-11 부대원들의 시신이 즐비하다. 한쪽 벽면에는 우나은 요원이 기절한 상태로 쓰러져 있고, 그 옆을 I-I3LL이 지키고 있다. I-I3LL의 왼쪽 다리는 완전히 분쇄되어 있다.

박예지 EDC-a, EDC-b와 EDC-c는 박예지 요원의 뒤에서 박예지 EDC-e를 보호하고 있다. 박예지 EDC-e의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으나, 의식이 남아있다.

SCP-1488-KO-a
— 꼴이 장난이 아니네. 이젠 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저 바보 같은 악마학과 놈들도 움직이진 못하겠지.

박예지 요원
— 네가 할 말이야? 아, 하긴 넌… 네가 불러낸 것들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셨으니, 해도 되려나.

SCP-1488-KO-a
— 하하하! 이제는 그 지옥의 아가리를 개방하는 거야?

SCP-1488-KO-a
— 여태껏 너희만 날 분석했으니, 이제 나도 너희 심리분석이나 해볼까? 박예지 네 입이 험한 건 이미 알고 있었어. 아니, 모를 수가 없지. 골목길에서 허구한 날 하던 게 키보드 배틀 아니야?

박예지 요원
— 뭐 대단한 거 알아냈다고, 하아, 그렇게 우쭐해하는 거야?

박예지 요원의 시야가 살짝 흔들린다. 그제서야, 박예지 요원의 허벅지가 축축한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투 중 부상이다.

SCP-1488-KO-a
— 그 모든 험한 말들을 정말 해주고 싶었던 건 네 자신 아니야?

SCP-1488-KO-a
— 방안에 틀어박혀서, 고작 한다는 건 인터넷 정보 쪼가리들이랑 기싸움하고, 나보다는 너희가 더 더럽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얻었던 게 네 본질이니까.

SCP-1488-KO-a
— 그런데, 여기 봐. 지금 네 꼴을 보라고. 그 방에서 나왔다고, 이제 세상이 장밋빛이라고 착각하면서 네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겼지. 꼭 옛날의 널 본다는 듯 시혜적인 태도로, 나를 구원해보려고 온 네가 지금 무슨 꼴로 여기 서 있는지 보란 말이야!

SCP-1488-KO-a가 빙긋 웃는다.

SCP-1488-KO-a
— 하나 추리해 볼까? 그 벌레가 너한테 뭐라고 말했을지?

SCP-1488-KO-a
— 그 벌레는 내가 처음으로 흡수한 두 시간선이 내 시간선과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했을 거야.

박예지 요원이 힘겹게 SCP-1488-KO-a를 노려본다. SCP-1488-KO-a의 미소가 커진다.

SCP-1488-KO-a
— 나랑 제일 가까운 건 너였어, 프라임 박예지.

박예지 요원
— 뭐?

SCP-1488-KO-a
— 왜냐하면, 우린 정말 똑같았으니까. 나도 한때 변칙생물학에 관심을 가졌고, 골목길에 매진했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처음 시간선을 관측하면서 나와 가장 가까운 다중우주인 너희 우주를 보게 되었어.

SCP-1488-KO-a
—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분노했던 순간이었지.

SCP-1488-KO-a
— 내 손으로, 내가 사랑하던 것마저 버려가면서 살아갈 길을 구했어. 변칙생물학에 등을 돌리고 시간변칙학에 몰두했어. 자리를 잡아서 간신히 이 세상에 한 자리를 잡았는데, 너는.

SCP-1488-KO-a가 보검을 뽑아 박예지 요원에게 겨눈다.

SCP-1488-KO-a
— 우스운 소극 하나로 재단에 합류해서 널 인간 취급해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더군. 나는 이 모든 걸 겪고도 시궁창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혹사당하고 있었는데!

SCP-1488-KO-a
— 그래서 나와 멀리 떨어진 시간선 두 개를 동시에 융합했어. 너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어서. 아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SCP-1488-KO-a가 미소짓는다.

SCP-1488-KO-a
— 이젠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박예지 요원
—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었든, 어떤 삶을 살게 되었든, 그건 유감이야. 네 말대로라면, 나도 너와 같은 길을 조금이나마 걸었으니까.

박예지 요원
— 나도 내가 싫었어. 만일 세 친구가 내게 없었으면, 그 싫음이 계속되었을 거야. 나도 알아, 이 친구들이 내게 온 것도, 재단에 합류한 것도 네 말대로 대단할 것 하나 없는 우연이고 우스운 이야기라는 걸.

박예지 요원
— 그렇지만 인생이란 건…

박예지 요원이 발치에 떨어진 플랑베르주를 집어 들어, 빠르게 SCP-1488-KO-a의 보검을 올려친다. 당황한 SCP-1488-KO-a의 표정이 박예지 요원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 눈동자에 박예지 요원이 웃으며 외치는 얼굴이 비친다.

박예지 요원
— 대부분 어이없는 코미디거든! I-I3LL 씨, 빨리 와요!

다음 순간, 몇 가지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 I-I3LL이 상반신을 분리하는 동시에 상체에 부착된 추진기로 박예지 EDC 무리에 도달한다. SCP-1488-KO-a가 손짓으로 적대 세력을 소환하려고 시도하나, 박예지 요원이 플랑베르주로 공세를 펼치면서 이를 방어하는데 주력한다. 박예지 EDC-e가 I-I3LL에게 원본 시간선 코드가 담긴 단말기를 건네고 기절한다.

SCP-1488-KO-a
—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모두 집어삼켜 주마!

SCP-1884-KO-3
— 버러지한테 버러지라니! 홀리 빔!

SCP-1884-KO-3의 공격을 맞고, SCP-1488-KO-a의 진격 궤도가 비틀린다. SCP-1488-KO-a가 SCP-1884-KO-3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 즉시 SCP-1884-KO-1이 화염을 방사하여 SCP-1488-KO-a의 주의를 끈다. 동시에 박예지 EDC-a가 화살을 날려 SCP-1488-KO-a를 노리고, 후방에서는 박예지 EDC-b가 SCP-1488-KO-a를 저격한다.

SCP-1488-KO-a의 공격이 분산되면서, 점차 약화되기 시작한다.

I-I3LL은 귀기공학적 집단무의식 연결 과정을 통해 인과율 분기점 스캐너에 스스로를 연결한다. 해당 기계는 SCP-1488-KO-a의 개조를 통해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으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는 타 시간선에서의 EDC가 가진 가능성-확률값 전이 기능이 있었다. I-I3LL은 접속 즉시 원본 시간선 코드를 스캐너에 입력하였고, 융합 상태의 기존 시간선에서 원본 시간선을 추출하기 시작한다.

SCP-1488-KO-a
— 안돼! 안돼! 안—

박예지 요원
— 이얍!!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박예지 요원의 플랑베르주가 SCP-1488-KO-a의 황금보검을 강하게 쳐,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칼을 놓친 SCP-1488-KO-a는 다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고 하나,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시간선 추출이 본격화된다.

박예지 요원
— …인생에, 만약이란 건 없어.

박예지 요원이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둘러본다. 건물에서 먼지가 떨어지더니, 이내 이곳저곳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박예지 요원이 황급하게 SCP-1884-KO-3에게 손짓을 한다.

박예지 요원
— 사, 3호야! 모두 축복 걸어줘!

건물이 붕괴한다. 시점 카메라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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