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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목: SCP-1465-KO - 먼 후일
작가:Migueludeom
2025 즉흥경연의 주제 '해후'을 사용한 글입니다. 또한 교과목 앤솔로지 과학과 생명과학 부분 투고작이기도 합니다.
일련번호: SCP-1465-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465-KO의 발생 사례를 재단 웹크롤러를 통해 추적, 감시한다. SCP-1465-KO를 겪은 인물들은 최소 6개월 이상 재단 현장 요원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설명: SCP-1465-KO는 특정 요건을 충족한 인간(Homo sapiens)에게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이다. SCP-1465-KO 과정을 겪은 인물(이하 SCP-1465-KO-1)은 후술할 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SCP-1465-KO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 자연적으로 가슴 부위, 흉강(胸腔)이 절개된다.
- 복장뼈 및 갈비뼈 일부가 절단된다.
- 횡격막이 절개된다.
- 심장이 적출된다.
- 폐가 적출된다.
- 절개된 곳 주변의 피부가 건조되면서, 과정 이후에도 흉강을 외부에 노출한다.
상기한 단계 중 적출과 절개는 식별 불가능한 물리력에 의해 진행된다. 재단 검사 결과, 적출된 단면은 전문 의료 장비에 의해 절단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적출되거나 절개된 장기 및 골격은 과정을 겪는 인물의 주변에 버려지며, 평균적인 요건의 유기물이 부패하는 것보다 빠르게 부패한다. 또한 외부에 신체 내부가 노출되었음에도, SCP-1465-KO-1은 추가적인 감염이나 질환에서 자유로우며, SCP-1465-KO 과정에서 촉발된 피해를 보지 않는다. 또한 이전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며, 고강도의 운동 역시 가능하다.
SCP-1465-KO 과정은 SCP-1465-KO-1에게 사망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SCP-1465-KO-1이 타 요인으로 인해 사망할 시, 그 사체는 SCP-1465-KO 과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SCP-1465-KO 과정은 항밈적으로 간주되며, 주변인에 의해 인지되지 않는다. 또한 SCP-1465-KO-1 역시 과정이 발생하기 전과 정확히 같은 외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지된다. 때문에 SCP-1465-KO-1은 변칙성이 개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SCP-1465-KO-1은 SCP-1465-KO 현상으로 인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SCP-1465-KO 과정 자체가 지닌 항밈성으로 인해 고통의 정확한 근원을 알지 못하며, 정신적인 문제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SCP-1465-KO-1은 원 상태로 복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소요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며, 최소 30분에서 최대 15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재단이 확보하지 못한 SCP-1465-KO 발생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이 기간은 갱신될 수 있다. 복구 과정은 소실한 장기와 골격이 재생성되는 것을 포함하며, 이전 SCP-1465-KO-1 개체들은 SCP-1465-KO 과정과 동일하게 해당 과정을 감지하지 못한다.
현재 전 세계에 SCP-1465-KO-1 인구는 약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SCP-1465-KO의 발생 요건과 복구 요건이 규명되지 않았으므로, 재단에서 효율적으로 SCP-1465-KO-1 인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CP-1465-KO는 19██년 재단 밈학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밈학부 연구원이었던 이██ 박사가 SCP-1465-KO 과정을 겪었고, 이를 타 연구원들이 발견하고 확보하였다. 당시 해당 과정은 일종의 타입 그레이 변칙성으로 추측되었으나, 재단 외부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서 다른 층위의 변칙성임이 밝혀졌다.
부록 1465-KO-1: 사례 연구
SCP-1465-KO 연구팀은 SCP-1465-KO-1 1개체를 표본으로 삼아 심층 연구를 진행하였다. 개체는 재단 연구 인원인 정명일 연구원으로, 현재 19K격리구역 역사학부에서 근무 중이다. 연구 기간은 202█년 11월 12일부터 202█년 3월 30일까지 소요되었다.
면담 기록: SCP-1465-KO
면담자: 김성래 연구원
피면담자: SCP-1465-KO-1-a(역사학부 정명일 연구원)
[기록 시작]
김성래 연구원: 우리 사이니까 하는 말인데, 정 연구원이 이런 곳에서 보자고 할 줄 몰랐어.
[김성래 연구원과 정명일 연구원은 기지 외곽 산책로에 서 있다. 기지 인원 전용으로, 제19K격리구역 시설 외곽을 따라 구보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는 설비다.]
정명일 연구원: 그냥 뭐… 뛰기 좋지 않습니까.
[두 인원은 천천히 조깅하기 시작한다.]
김 연구원: 오늘로… 22주째지? 5개월하고 보름이 되었네.
정 연구원: 그리 됐습니까… 김 연구원님도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김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특수 처리된 정 연구원의 화상은 흉부 쪽이 비정상적으로 꺼져 있다.]
정 연구원: 그럴 줄 알았습니다.
김 연구원: 조깅은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정 연구원: 한… 5개월 전부터요. 아니, 6개월은 다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김 연구원: 요새 기분은 좀 어때?
정 연구원: 요새는… 좀 놀랍다? 그런 느낌입니다. 이렇게 별 생각이 안 들 줄은 몰랐거든요.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한다.]
정 연구원: SCP-1465-KO 과정 때문에도 놀랐고, 사실은 그전부터 별로 상태가 안 좋기는 했으니까요.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던데, 정말 그런 듯합니다. 절대 적응 못 할 줄 알았으니 말입니다.
김 연구원: 파도 소리가 참 좋네 여기는.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한다. 파도 소리가 녹음된다.]
정 연구원: [잠시 침묵] 저는 여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김 연구원: [잠시 침묵] 나도 그럴 것 같아.
정 연구원: 처음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기상하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뭐라도 하려고 했죠. 점심까지는 바쁘게 움직이고, 점심 먹고 난 뒤에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산책을 했고요. 오후가 되면…
[파도 소리가 녹음된다.]
정 연구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무슨 핑계라도 대고 돌아다녔습니다. 작업을 돕는다든지, 뭘 옮긴다든지. 마땅한 수가 없으면 담배도 안 피우는데 담배 피우는 곳에 가서 멍하니 서 있었고요.
김 연구원: 그러다 조깅도 한 거고?
정 연구원: 그렇죠, 원래는 그냥 헬스장에서 운동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의 휴식조차 버티기 힘들어서 그냥 나가버렸어요. 결국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이런 조깅, 러닝. 이런 게 그나마 낫던데요.
김 연구원: 힘들 때였으니까.
정 연구원: 우스운 일이죠. 이 나이 먹고.
김 연구원: 그런 게 어떻게 계획대로 다 돼?
정 연구원: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되는 건데, 아는데, 그것만은 이뤄질 줄 알았죠.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 계획을 망친 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저였고요.
[두 인원은 조용히 조깅을 이어 나간다. 새 소리가 녹음된다.]
김 연구원: 이런 데에도 새가 있네.
정 연구원: 제가 스트레스를 왜 받았을까요 도대체?
김 연구원: 그거야 네 사수랑 네가 안 맞았으니까.
정 연구원: 그렇다고 제 사수도 아닌, 그 사람에게 그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일 필요도 없었는데요.
김 연구원: 지나간 일이잖아.
정 연구원: 그런가요.
[새 소리가 녹음된다.]
김 연구원: 여기 참 좋다.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네.
정 연구원: 꼭 저는, 제가 여기서 해야 할 남은 일이라고는, 그때를 헤집고 돌이켜 보면서 제가 뭘 잘못했는지, 왜 그렇게 그 사람을 아프게 했는지 반성하고 곱씹어야 하는 것만 같았어요. 이런 고통이 지나가면 그 사람이 돌아올 줄 알았어요.
김 연구원: 돌아는 왔고?
정 연구원: 아니죠.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나간다.]
김 연구원: 넌 왜 그랬던 것 같은데? 연애할 때.
[정 연구원은 잠시 침묵한다.]
정 연구원: 좋았던 기억이 너무 많은데, 그만큼 불안한 게 너무 많아서였어요. 좋았던 기억이라도 없으면, 이 마음이라도 크지 않았더라면 불안도 크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게 크니까 불안도 커지더라고요. 더욱이 이런… [잠시 침묵] 이런 섬에 갇혀 있으니까요.
[정 연구원은 잠시 침묵한다.]
정 연구원: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도 가득 했었고. [잠시 침묵] 저도 압니다, 다 핑계인 거.
김 연구원: 조금만 기다렸으면 나갈 수 있었잖아. 근무지도 바뀌니까.
정 연구원: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절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나간다.]
[파도 소리와 새 소리가 동시에 녹음된다.]
정 연구원: 두 달차까지는 이런 자책이 심했습니다. 내가 그때 그런 말만 안 했으면, 그때 내가 그런 주제를 꺼내지만 않았으면, 아니… 그냥 그때, 나 피곤하고 힘들어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그러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했으면.
김 연구원: 지나간 일이잖아.
정 연구원: 저도 지금은 납득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는 그게 안 됐어요.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바람에 흔들려, 나뭇잎 소리가 녹음된다.]
김 연구원: 나도 좀 조깅이나, 러닝 좀 해봐야겠어.
정 연구원: 추천합니다, 심폐지구력이 꽤 좋아져요. 체력이 절로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김 연구원: 너는 참, 지금 심장도 폐도 없는 놈이 심폐지구력이라니…
[두 인원의 웃음소리가 녹음된다.]
김 연구원: 지금은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다니 다행인 걸.
정 연구원: 그렇습니다,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처음보다야 훨씬 나아졌고… 아무렴 6개월이잖습니까. 이젠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정 연구원: 참 웃기는 가정이기는 합니다만.
김 연구원: 뭔데?
정 연구원: 제가 SCP-1465-KO 과정을 겪는다는 걸 안 게 5개월 반 전이지 않습니까. 사실 제가 SCP-1465-KO-1로 변한 게 딱 그 시점 아니었을까요?
[바람 소리가 녹음된다.]
정 연구원: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말입니다. 그만하고 싶다고, 지친다는 말을 그 사람이 할 때. 그때 저는 가슴이 벗겨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갈비뼈가 박살 나고, 심장이 뜯겨나가고, 폐가 뜯겨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정 연구원이 웃음을 흘린다.]
정 연구원: 그냥 가정입니다, 가정. 그냥… 이게 트리거일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김 연구원: 심리적인 게 트리거일지도 모른다고.
정 연구원: 네.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나간다.]
정 연구원: 그런데요, 성래 형, 제가 제일 힘든 건.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정 연구원: 내가 그렇게 아픈 것만큼이나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그 사람도 아팠겠다 싶어서. 그 정도의 아픔을 내가 줬구나 싶어서… 그런 게 힘든 거에요.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정 연구원: 아마 그건 앞으로도 계속 미안하겠죠. 제 과제가 될 테고. 그렇지만 그 사람은 이미 제 손을 떠났으니까.
김 연구원: 그럼, 당연하지.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바람 소리가 녹음된다. 파도 소리가 새 소리와 함께 겹쳐 녹음된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 연구원: 오, 거의 다 왔다.
정 연구원: 그렇네요.
김 연구원: 다시 만나면 어떨 것 같아?
정 연구원: 그 사람이랑 해후하면 어떨 것 같냐고요?
김 연구원: 응.
정 연구원: 글쎄요, 저는 행복하겠죠? 다시 우리가 그렸던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하겠죠. 그렇지만…
[두 인원은 말없이 조깅을 이어 나간다.]
정 연구원: 예전 같을 수는 없겠죠. 그리고……
[정 연구원이 잠시 침묵한다.]
정 연구원: 이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 사람이 정한 경계를 침범하고 싶지 않아요. 이미 그 경계는 여러 번 시험해 봤고, 마지막 기억까지 추하게 기억되고 싶진 않습니다.
김 연구원: 응, 그냥 해본 이야기야.
정 연구원: 그래도, 참 다행인 건 말입니다.
[두 인원은 처음 출발한 곳에 도달한다.]
정 연구원: 사랑스러운 기억들은 여전히 남길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사람이랑, 그 사람 강아지랑, 저랑 셋이 누워 있던 때. 그 안온 속에서 그 사람이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하던 그 순간도. 내 얼굴을 만지면서 에센스를 발라주던 그런 기억도.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면 눈이 땡그래져서 놀라던 그런 모습도.
[바람 소리가 녹음된다. 파도 소리가 녹음된다. 정 연구원의 목소리는 떨리나, 끊기지 않는다.]
[정 연구원이 조용히 웃음을 흘린다.]
[특수 처리된 화상에서, 정 연구원의 흉부가 점차 복구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김 연구원: 너…
정 연구원: 아, 이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록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