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418-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현 SCP-1418-KO의 영향을 받는 유일한 인물인 것으로 보이는 제141K기지 기상연구과 유현민 연구원에게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만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SCP-1418-KO의 대상자가 확인될 경우 이에 대비하도록 한다. 현재까지는 기상연구과 내에서만 해당 영향이 확인되었다.
설명: SCP-1418-KO는 제141K기지의 기상연구과 신하루 연구원과 관련된 주변인들에게 발생하는 일련의 정신적, 심리적 변화 현상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하 부록을 참고하라.
부록: 07/12
이경엽 연구원 장례 절차 방금 다 끝났습니다
역시 여름 장례식은 좀 힘드네요
발인이랑 웬만한 절차는 다 됐고, 이제 내일쯤이면 업무로 복귀할 예정이에요
최우진 학과장
이틀 정도는 더 쉬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닙니다. 계속 감상에 빠져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최우진 학과장
네가 그렇다면야 뭐
우리 부서가 뭐 그렇게까지 바쁜 부서는 아니니까 언제든지 쉬어도 괜찮아
둘이 어떤 사이였는지 다들 알고 있으니까
임수환 연구원
그래 별로 눈치 안 봐도 돼
다들 고마워요
내일 아침시간쯤에 출근할게요
최우진 학과장
그렇게나 일찍?
임치경 연구원
원래 오전근무는 유현민 연구원이랑 이경엽 연구원이 하던 거잖아
아
임수환 연구원
눈치 챙겨
아무래도 빈자리가 생겼다 보니까 제가 그 애 것까지 같이 해두려고요
인사부에서 인력 충원을 당장 해줄 것 같지도 않고
최우진 학과장
아니야 안 그래도 돼
현민이랑 내가 좀 더 하면 되지
그래도
임치경 연구원
학과장님 현민이
최우진 학과장
응?
임수환 연구원
유현민 연구원 지금 의료부에 있습니다
지난주에 입원해서
최우진 학과장
아 그래 맞다 그랬지
미안하다 내가 최근 며칠간 인사부에 관련 자료 제출하고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고 경위서랑 재직자 사망보고서 같은 건 나도 처음 만져보는 서식이라
임수환 연구원
오전 업무는 치경이랑 제가 같이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최우진 학과장
그래 고맙다
내일 직원 기숙사로 돌아갈게요
부록: 07/13
[문이 열리는 소리]
임수환 연구원: 어, 왔네.
신하루 연구원: 네.
임치경 연구원: 형, NWP(수치 예보 모델) 출력 다 됐어.
임수환 연구원: 아 그래, 그거 말인데 분석은 점심 먹고 나서 해도 될까?
임치경 연구원: 어.
임수환 연구원: 넌 점심 먹으러 같이 안 갈 거야?
임치경 연구원: 난 입맛 없어.
임수환 연구원: 너는?
신하루 연구원: 저는 점심 먹고 왔답니다.
임수환 연구원: 그럼 나만 갔다온다.
[문 닫히는 소리]
[정적, 컴퓨터의 쿨링 팬 소리]
임치경 연구원: … 하루 씨.
신하루 연구원: 네?
임치경 연구원: 경엽 씨 일… 정말 괜찮은 것 맞아요?
신하루 연구원: … 뭐라고요?
임치경 연구원: … 저는 안 괜찮거든요. 저희가 그렇게 사람 많은 부서가 아니다 보니까 그렇기도 하고… 원래 사람 적은 부서는 사람들끼리 더 끈끈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서 생각하다 보니까 저보다도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하루 씨가 제일 심할 것 같아서-
신하루 연구원: 치경 씨.
임치경 연구원: 예?
신하루 연구원: 자, 남자친구는 죽었어요. 그나저나 일이나 합시다.
임치경 연구원: … 네.
부록: 07/23
[구둣발 소리]
임수환 연구원: 어, 뭐야 이미 와 있네?
임치경 연구원: 어, 형. 지금 막 커피 타려던 참인데.
[임치경 연구원이 커피포트를 집어든다.]
[임수환 연구원이 의자에 앉는다.]
임수환 연구원: 근데 하루는?
임치경 연구원: 어, 응- 어?
임수환 연구원: 오늘 안 보이는 것 같던데?
임치경 연구원: 음, 하루 씨면 아마 인사부에서 개인적으로 뭐 좀 하고 있을 걸. 우리 부서 일은 대부분 학과장님이 해놨는데 하루 씨가 해야 되는 게 좀 있어가지고. 연락망이나 계좌 같은 거-
임수환 연구원: 계좌?
임치경 연구원: 공동명의로 되어있는 게 있는 것 같던데. 부서나 프로젝트에 쓸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쓰는 거. 그리고 연락망에도 추가 번호에 경엽 씨 번호가 같이 적혀있었고.
임수환 연구원: 그렇구나.
[임수환 연구원이 테이블에 팔을 놓고 턱을 괸다.]
[임치경 연구원은 커피를 담은 종이컵을 들고 의자에 앉는다.]
임수환 연구원: 후우…
임치경 연구원: 왜 이렇게 얼굴이 죽상이야?
임수환 연구원: 아침잠이 많아서 그래. 하루이틀은 되겠는데 오전 근무 계속 하려니까 밤낮이 바뀌어서 계속 졸린다.
임치경 연구원: 다른 사람한테 조금 부탁해 봐.
임수환 연구원: 우리 부서 사람 없는 거 알잖아. 다른 사람이면 남은 사람 학과장님밖에 없는데 요사이 수습하느라 고생하신 거 생각하면 좀 그렇고. 현민이 퇴원할 때까지만 좀 힘들어도 버텨야지.
임치경 연구원: 그래도 그 상황에 현민이는 별로 안 다쳤으니까 다행이긴 해. 그래서 좀 있으면 아마 퇴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임수환 연구원: 그런가…
[임치경 연구원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 임수환 연구원은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린다.]
임수환 연구원: …근데 넌 그거 어떻게 아냐?
임치경 연구원: 응? 저번에 학과장님이랑 다같이 의료부 가서 봤잖아. 그리고 나도 그때 거기 있었고-
임수환 연구원: 아니, 그거 말고.
임치경 연구원: 뭐가?
임수환 연구원: 니가 그 사람 개인계좌를 어떻게 알아?
임치경 연구원: 저번에 자료분석실에 그냥 앉아있을 때 우연히 봤지. 책상 위에 그냥 통장 놓여 있던데.
임수환 연구원: 그래?
임치경 연구원: 어.
임수환 연구원: …그렇구나.
[임수환 연구원이 가볍게 탁상을 두드리다가 크게 하품을 한다.]
임치경 연구원: 커피 한 잔 끓여줄까?
임수환 연구원: 아니, 됐어. 난 카페인 안 맞아.
[임치경 연구원이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임치경 연구원: 사람이 아침에 커피를 먹어야 기운이 나지.
임수환 연구원: 넌 요즘 오전근무 하는 거 괜찮아?
임치경 연구원: 물론 괜찮지. 나는 다르게 에너지가 많으니까.
임수환 연구원: 그렇구나…
임치경 연구원: …사실 요즘에 이상한 기분이 들긴 해.
임수환 연구원: 뭐가?
임치경 연구원: 왜인진 모르겠는데 가끔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는 거 같을 때가 있어.
임수환 연구원: 그거 카페인 중독이다.
임치경 연구원: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임수환 연구원: 아니면 심부전일걸.
임치경 연구원: 그리고 또 일하는 중에 가끔 손가락이 떨리는 거 같은 느낌이-
임수환 연구원: 진짜 카페인 중독이라니까?
임치경 연구원: 아닐걸… 아마?
[휴대전화 벨소리]
임치경 연구원: 어, 전화 왔다.
임수환 연구원: 내 건 줄 알았네.
임치경 연구원: 여보세요. 네. 네네. 당연히 되죠. 제가 알아서 해둘게요. 네. 푹 쉬고 내일 봐요.
임수환 연구원: 누군데?
임치경 연구원: 하루 씨인데 오늘은 오전에 일 못 할 것 같다는데. 그래서 내가 약간 대신 해 둔다고 했어.
임수환 연구원: 네가? 어떻게 할 건데?
임치경 연구원: SCiPnet 계정은 저번에도 알려준 적 있어서 그걸로 하면 돼.
임수환 연구원: 그래, 그럼 슬슬 열 시인데 다시 일하러 가자. 남의 몫까지 하려면 더 많이 해야지.
부록: CameraVideo_3XhWa9dp3XhWsPsPhWJRqY
[촬영 시기 불명. 이경엽과 신하루가 함께 걸어가고 있음.]
이경엽 연구원: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니까 그래도 좋지?
신하루 연구원: 응.
이경엽 연구원: 단지 내에도 산책로는 있지만 역시 밖이 훨씬 편하네.
신하루 연구원: 바깥 공기가 느낌이 다른 것 같아.
[부스럭대는 소리(불명)]
이경엽 연구원: 점심은 뭐 먹을 거야?
신하루 연구원: 음… 아무거나?
이경엽 연구원: 오랜만에 나왔는데 맛있는 것 좀 먹자. 특별한 거.
신하루 연구원: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이경엽 연구원: 날도 더운데 냉면은 어때?
신하루 연구원: 그거 괜찮은 것 같네.
이경엽 연구원: 이 근처에 냉면집 하나 있지?
신하루 연구원: 저번에 봤던 데 거기?
이경엽 연구원: 응, 거기 골목에 있던 데.
신하루 연구원: 그러면 거기 한 번 가 보자- 어?
이경엽 연구원: 왜 그래?
[카메라가 아래쪽으로 움직인다. 신하루 연구원의 다리 옆에 작은 흰색 개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신하루 연구원: 아까부터 이 녀석이 계속 붙어서 따라오는 것 같아.
이경엽 연구원: 그래?
[이경엽 연구원이 숙여 앉아 강아지와 얼굴을 마주 본다.]
이경엽 연구원: 어디 보자, 귀여운 강아지네.
신하루 연구원: 어린 새끼 같은데?
이경엽 연구원: 목줄이나 목걸이 같은 건 없는데.
[신하루 연구원이 앞쪽으로 몇 걸음 더 움직인다.]
신하루 연구원: 이거 봐봐, 나 계속 따라오고 있어.
이경엽 연구원: 너 간택당한 것 같은데?
신하루 연구원: 정말?
[신하루 연구원이 잠깐 고민한다.]
신하루 연구원: 근데 우리 직원 기숙사에서 개 키울 수 있나?
이경엽 연구원: 안 될 걸.
신하루 연구원: …그럼 연구동에서는?
이경엽 연구원: 더 안 되지.
신하루 연구원: 그럼 못 데려가잖아.
이경엽 연구원: 음…
[이경엽 연구원이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꺼낸다.]
이경엽 연구원: 그건 어떄?
신하루 연구원: 뭐가?
이경엽 연구원: 직원 아파트. 우리 기지 퇴직자들한테 싸게 주던 아파트 있잖아.
신하루 연구원: 아 그래! 거기에 우리 부모님 사시는데 한 번 물어볼까?
이경엽 연구원: 방법이 아마 그거 말곤 없을 걸.
신하루 연구원: 전화 한 번 해 봐야겠다.
[영상 끝]
부록: 07/25
부록: 08/14
[임수환 연구원이 의자에 기댄 채 책을 얼굴 위에 얹어놓고 쉬고 있다.]
임수환 연구원: 하…
[임수환 연구원이 손가락을 움찔거린다.]
임수환 연구원: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 이러면 안 되는데…
[문 열리는 소리]
신하루 연구원: 뭐 해요?
임수환 연구원: 어, 어?!
[임수환 연구원이 깜짝 놀라 거의 의자에서 넘어질 뻔 한다.]
임수환 연구원: 그냥, 좀, 어. 딱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신하루 연구원: 그러면 슬슬 일하자구요.
임수환 연구원: 어, 그래야지.
신하루 연구원: 자고 있던 거에요?
임수환 연구원: 아냐, 그냥 생각할 게 좀 많아서.
[신하루 연구원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임수환 연구원은 이제 막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임수환 연구원: 후우…
[임수환 연구원이 컴퓨터가 완전히 켜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신하루 연구원: …저기…
임수환 연구원: 음?
신하루 연구원: 치경 씨 일 때문에 그래요?
임수환 연구원: 아니야. 그건…
신하루 연구원: …미안해요.
임수환 연구원: 그거 때문이 아니야. 그냥 일이나 하자. 한 명 더 없는데 우리가 더 힘내야지.
신하루 연구원: …
임수환 연구원: 일이나 하자니까.
신하루 연구원: 네.
부록: ??/??
이건 무언가 이상하다.
잘못된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내 안에서부터 무언가 잘못된 것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날에는 내 차를 몰고 바닷가 쪽으로 같이 갔었다. 물놀이를 하려고 갔었던 건 아니고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어서였다. 물을 만지는 것보다도 물을 보는 것이 더 근사했었다. 그 때 나눴던 대화가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함께 웃었던 것만은 기억난다. 그리고
이건 누가 쓴 거지?
자국 남아서 지워지지도 않네.
부록: CameraVideo_iOqYa9qY3XeFJRdp3XqY
[촬영 시기 불명. 직원 기숙사 내부.]
이경엽 연구원: 뭘 이렇게 많이 가지고 왔어?
신하루 연구원: 요즘 식사도 제대로 안 챙기잖아. 그러다 한 번씩 먹으면 또 라면이고. 진짜 몸 안에 음식 말고 커피밖에 안 들어 있을 거라니까.
이경엽 연구원: 라면이 편하긴 하잖아.
신하루 연구원: 그러다 진짜 죽는다. 나한테 죽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직접 왔지.
이경엽 연구원: 근데 너 요리 원래 잘 했어? 내가 너 요리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신하루 연구원: 엄마한테 배워서 약간은 알지.
이경엽 연구원: 할 줄 아는 거 뭐 뭐 있어?
신하루 연구원: 파스타랑 볶음밥이랑 또, 죽도 해봤고. 그리고…
이경엽 연구원: 오, 언제 나중에 입원하면 죽 좀 하나 끓여 주라-
신하루 연구원: 왜 나중에 입원할 일이 있을 거라는 게 전제인데? 입원할 일이 없어야지.
이경엽 연구원: 죽 한 번 먹어보고 싶으니까 그렇지. 죽은 보통 때는 잘 안 먹잖아.
신하루 연구원: 그런 건 나중에 해줄 테니까, 지금은 볶음밥이나 하나 해줄게.
이경엽 연구원: 무슨 볶음밥인데?
신하루 연구원: 새우 볶음밥.
이경엽 연구원: 내가 도울 거 있어?
신하루 연구원: 아니. 그냥 앉아 있어. 요리 자주 하지도 않잖아.
이경엽 연구원: 나도 시키면 재료 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신하루 연구원: 내가 알아서 할게.
부록: 08/19
임수환 연구원: 아, 계셨습니까.
최우진 학과장: 그래.
[임수환 연구원이 커피포트를 빼들어 컵에 붓는다.]
임수환 연구원: 어째 얼굴이 전보다 더 초췌해지신 것 같습니다.
최우진 학과장: 요새… 바쁜 일들이 좀 있었으니까, 그렇지.
임수환 연구원: 커피 한 잔 타 드릴까요?
최우진 학과장: 응.
[임수환 연구원이 컵을 하나 더 꺼내 인스턴트 커피를 붓는다.]
최우진 학과장: 너는 어때?
임수환 연구원: 네?
최우진 학과장: 너는 건강 좀 괜찮아?
임수환 연구원: 아, 저는 괜찮습니다.
최우진 학과장: 별다른 증상 같은 건 없고?
임수환 연구원: 그냥 가끔 손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이 답니다.
최우진 학과장: 음, 그건 카페인 중독 아니야?
임수환 연구원: 아닙니다.
최우진 학과장: 아무튼 건강 조심하고, 사람이 줄어서 일이 늘었으니까…
임수환 연구원: 저도 아마 계속 일하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최우진 학과장: 부서 충원 신청하긴 했는데 절차상에 뭔가 일이 좀 있는지 오래 걸린단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좀 버텨 줘.
임수환 연구원: 네.
[최우진 학과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임수환 연구원도 커피를 마신다.]
임수환 연구원: 학과장님.
최우진 학과장: 응?
임수환 연구원: 저… 혹시 나중에 상담 같은 거 한 번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최우진 학과장: 상담?
임수환 연구원: 네.
최우진 학과장: 뭔가 이례적이네.
임수환 연구원: 네?
최우진 학과장: 너는 전부터 일 잘하고 멘탈 강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임수환 연구원: 에이, 아닙니다.
최우진 학과장: 아무튼, 나는 지금은 상담 같은 거 해주기는 힘들 것 같고… 나중에 상태가 좀 나아지면 해 줄게.
임수환 연구원: 알겠습니다.
최우진 학과장: 응. 그래 수고하고.
[임수환 연구원이 종이컵에 조금 남아 있는 커피를 다 마시고는 자리를 떠난다. 최우진 학과장은 몸을 추스른다.]
부록: 09/01
[해가 막 진 오후. 신하루 연구원이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켠다. 소리에 임수환 연구원이 옆을 돌아본다.]
임수환 연구원: 일 다 끝났어?
신하루 연구원: 아, 네.
임수환 연구원: 그렇구만.
[임수환 연구원은 컴퓨터를 끈 뒤 신하루 연구원 쪽으로 다가간다.]
임수환 연구원: 그, 있잖아.
신하루 연구원: 네?
임수환 연구원: 오늘 저녁은 식당에 먹으러 갈래?
신하루 연구원: 식당이요?
임수환 연구원: 응.
신하루 연구원: 그러죠 뭐.
임수환 연구원: 알겠어, 그러면 나 지갑이랑 핸드폰 좀 챙기고.
신하루 연구원: 근데 학과장님은 안 오신대요?
임수환 연구원: 학과장님은 안 먹으시는 것 같던데. 요즘 바쁘셔가지고 힘드신 것 같더라.
신하루 연구원: 요즘 얼굴색이 좀 안 좋으신 것 같던데요.
임수환 연구원: 그러게나 말이다. 이따가 정문 앞에서 보자.
부록: 09/14
현 아저씨
하루야
네?
현 아저씨
유현민 연구원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한다
정말요?
현 아저씨
이제 듣고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됐대
아직 눈은 잘 안 보이긴 하다는데
그 정도까지 회복된 거라도 다행이죠
저 여기서 사람 더 잃으면 정말 못 버텨요
현 아저씨
그래 그리고 이제 병문안 갈 수 있다
오
다음에 같이 병문안 가실래요?
현 아저씨
내가 병문안을?
나는 부서 사람도 아니고 연관도 없잖아
저랑 연관 있으시잖아요
그게 상관 있는 거죠
현민이도 전에 봐서 저 도와주시는 거 알고 있을 걸요
현 아저씨
그래 그럼 알겠다
되는 시간 정확히 나오면 알려줄게
네 감사합니다
부록: ??/??
오늘의 날씨는 맑지 않고 흐렸다. 마침 기지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인데 어떻게 딱 맞춰 비가 내리는지 나는 그야말로 꼼짝없이 정문 앞에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 옆에서는 하루가 똑같이 서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서는 안 되는데 가지게 되어버렸다.
이미 힘든 상황에 문제를 더 늘려 줄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하루가 그렇게 말했었다. "왜 사람들은 비를 나쁜 상징으로 여기는 걸까?" 나는 비를 맞은 하루를 보고는 감기 걸리겠다고 들어가자고 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난 비가 좋은데." "나도." "너도?" "우산이 있었다면 더 좋아했겠지. 머리 다 젖었네. 들어가서 말리자."
그만!
부록: CameraVideo_PThWkEhWci3XhWeChWfXUC
[촬영 시기 불명. 카페 내부. 사람이 약간 있으나 분위기는 웅성거리지는 않다.]
이경엽 연구원: 여기 괜찮을 것 같지?
신하루 연구원: 응.
[음료가 나온다]
이경엽 연구원: 감사합니다.
신하루 연구원: 오, 왔다.
[이경엽 연구원이 음료를 마신다. 신하루 연구원은 음료를 마시다 말고 창문을 쳐다본다.]
이경엽 연구원: 자리 잘 잡은 것 같지?
신하루 연구원: 응.
[이경엽 연구원도 창문을 본다.]
신하루 연구원: 바다가 맑네.
이경엽 연구원: 그러게.
신하루 연구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경엽 연구원: 응?
신하루 연구원: 나중에 바다 여행 가고 싶지 않아?
이경엽 연구원: 물놀이 좋아해?
신하루 연구원: 난 그런데, 너는?
이경엽 연구원: 글쎄?
신하루 연구원: 별로야?
이경엽 연구원: 말하자면 긴데.
신하루 연구원: 시간이야 많지. 마지막으로 바다나 강 같은 데 놀러 가 본 적이 언젠데?
이경엽 연구원: 아마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일걸.
신하루 연구원: 왜? 물 안 좋아해?
이경엽 연구원: …물은 만지는 것도 좋지만 물을 보는 것도 근사하지 않아? 지금 이렇게 있는 것처럼 말야. 파란 바다를 보면서 느긋하게 쉬는 것처럼.
신하루 연구원: 난 수영하는 게 좋은데.
이경엽 연구원: 난 수영 못 해.
신하루 연구원: 언제 한 번 같이 가자. 내가 알려줄게.
이경엽 연구원: 그래, 나중에 언제 기회가 되면…
신하루 연구원: 왜 그렇게 대답이 애매해?
이경엽 연구원: 언제 시간이 다시 날지 잘 모르니까. 나중에 때가 오겠지.
[신하루 연구원이 이경엽 연구원을 쳐다본다.]
이경엽 연구원: 표정 그렇게 하지 마. 내가 여기 있는 한 어쨌든 여유로운 시간은 금방 다시 오겠지. 아마도. 우리 둘이 날짜를 맞추는 게 문제일 뿐이니까.
[신하루 연구원이 표정을 풀고 웃는다.]
이경엽 연구원: 그래, 그러니까 더 예쁘네.
부록: 09/16 - 1
[의료부 본관동 1층 로비]
박현 조사관: 어. 왔구나.
신하루 연구원: 어디로 가면 돼요?
박현 조사관: 9층에 있대. 엘레베이터 타자.
신하루 연구원: 네.
[박현 조사관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두 사람은 엘레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박현 조사관이 가볍게 발로 바닥을 두드린다.]
신하루 연구원: 근데 아저씨.
박현 조사관: 응?
신하루 연구원: 여기 와 본 적 있으세요?
박현 조사관: 왜?
신하루 연구원: 뭐가 어디 있는지 다 아시고 알아서 가시는 것 같아서요. 표지 같은 것도 안 보시고 잘 가시길래 길이 익숙하신 것 같아가지고…
박현 조사관: 아니, 뭐. 일 때문에 가끔 오긴 했지.
신하루 연구원: 그래요?
박현 조사관: 그리고.. 전에 여기서 한 번 입원했던 적도 있어.
신하루 연구원: 정말요? 언젠데요?
박현 조사관: 아마 너 태어나기도 전일걸. 너희 부모님 결혼하시기도 전에. 그 때 좀 아팠거든. 너희 아부지가 그 때 병문안도 왔었고.
신하루 연구원: 처음 듣는 얘기라서 되게 신기해요.
박현 조사관: 안 말해줬다고?
신하루 연구원: 부모님이 옛날 얘기는 거의 안 해주셨거든요.
박현 조사관: 음… 대강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네.
신하루 연구원: 왜요?
박현 조사관: 걔는 정보부 소속이었잖아. 그러니까 꺼낼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지.
신하루 연구원: 아…
박현 조사관: 옛날 생각 나긴 한다. 그 때 진짜 친했었는데.
신하루 연구원: 아빠는 병문안 오셨을 때 어떠셨어요?
박현 조사관: 완전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지. 그 때 어땠냐면-
[띵-]
신하루 연구원: 아. 엘레베이터 왔다.
부록: ??/??
그냥 차라리 모든 것을 스스로 끝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 최우진
뭐라고?
부록: 09/16 - 2
유현민 연구원: 오랜만에 깬 것 같은데, 눈이 흐려가지고 잘 안 보이네.
박현 조사관: 내가 입원했던 때랑 비슷한 상태구만. 눈 쓰지 마라. 그 시기에는 좀 쉬어줘야 돼. 그래야 빨리 시력이 돌아와.
유현민 연구원: 네.
신하루 연구원: …그래서, 좀 전에 했던 얘기 다시 해 봐.
유현민 연구원: 또?
신하루 연구원: 아직도 안 믿겨서 그래.
유현민 연구원: 그러면 나한테 뭐라도 질문해 봐. 그러면 내가 맞춰볼게.
신하루 연구원: 우리 예전에 데려온 강아지 이름 뭐였어?
유현민 연구원: 경엽이. 네가 내 이름 갖다가 붙였잖아.
신하루 연구원: 내가 전에 기숙사 방 가서 해준 거.
유현민 연구원: 새우볶음밥. 그거 맛있었어.
신하루 연구원: 그- 그러면, 전에 카페 갔었을 떄-
유현민 연구원: 난 물 못 들어가. 수영 못 하거든. 물 만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신하루 연구원: …그랬지.
유현민 연구원: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신하루 연구원: 표정이 보여?
유현민 연구원: 아니, 근데 딱 봐도 무슨 표정 짓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신하루 연구원: …그건 그렇고, 뭐가 왜, 뭐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거야?
유현민 연구원: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신하루 연구원: …하아…
유현민 연구원: …잠시만. 근데 일"들" 이라고?
신하루 연구원: 아.
유현민 연구원: 혹시 이런 일이 더 있었어?
신하루 연구원: 그… 확실한지는 내가 확신하진 못하겠는데…
[신하루 연구원이 유현민 연구원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한다.]
유현민 연구원: 음, 맞는 것 같은데.
신하루 연구원: …
유현민 연구원: 내가 이런 분야를 잘 아는 건 아니라서 정확하게 설명은 못 하겠는데, 내 경우엔 처음엔 뭔가 "섞이는"? 뭐랄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다가… 갑자기 한쪽이 사라졌어.
박현 조사관: 아마 유현민 연구원이 의식을 잃을 즈음인 것 같은데, 내 생각엔.
유현민 연구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잠깐 정적.]
유현민 연구원: …그래서 치경이랑 수환이를 잃고… 음. 잠시만, 근데 그러면 학과장님은?
신하루 연구원: 어?
유현민 연구원: 다들 비슷한 경과를 밟는다고 치면 그 둘처럼 학과장님도 위험한 상태이신 거 아니야?
신하루 연구원: 음, 그리고 보니 요즘 들어서 최근에 진짜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긴 하셨는데. 난 그냥 요즘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 줄로만 알고…
유현민 연구원: 그것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
신하루 연구원: 잠시만. 그러면 빨리 학과장님한테 가봐야 되나?
유현민 연구원: 아무래도.
박현 조사관: 나도 가보마.
[박현 조사관이 먼저 병실 밖으로 나간다.]
유현민 연구원: 나도 갈게.
신하루 연구원: 뭐, 너도??
유현민 연구원: 나도 움직일 수는 있어. 대강 윤곽이랑 색감으로 공간 파악은 돼.
신하루 연구원: 하지만-
[유현민 연구원이 병상에서 내려와선 눈을 가리던 붕대를 들어올린다.]
유현민 연구원: 내가 간다면 가는 거야.
부록: CameraVideo_3XhWsPhWJRqY3X8ka9
신하루 연구원: 앉아!
[강아지가 앉는 자세를 취한다.]
신하루 연구원: 경엽이 잘한다!
이경엽 연구원: 허.
신하루 연구원: 경엽이 엎드려!
[강아지가 엎드리는 자세를 한다.]
신하루 연구원: 잘했어!
이경엽 연구원: 그 강아지 이름은 진짜 익숙해질 수가 없네.
신하루 연구원: 난 부를 때마다 재밌어.
이경엽 연구원: 참 나.
신하루 연구원: 경엽아!
[강아지가 달려와서 신하루 연구원의 품에 안긴다.]
이경엽 연구원: 근데 너 보고서 써야 되는 거 약간 좀 쌓여있지 않아?
신하루 연구원: 아… 그렇긴 한데.
이경엽 연구원: 빨리 해 두는 게 나을 걸.
신하루 연구원: 아, 강아지가 나 대신 보고서도 좀 써 줬으면 좋겠다. 강아지는 보고서 못 쓰나…
이경엽 연구원: 그러면 돌고래는 벌써 자기들 나름대로 우주계획을 출범했을걸.
신하루 연구원: 아으, 귀찮아.
[신하루 연구원이 책상 위에 앉자 강아지가 따라와 책상 위에 앉는다.]
신하루 연구원: 경엽아, 그만… 나 보고서 써야 돼…
[신하루 연구원이 강아지를 붙잡아 바닥에 내려놓지만 다시 책상 위로 올라온다.]
신하루 연구원: 그래, 그러면 네가 보고서 함 써 봐.
[신하루 연구원이 강아지의 앞발에 연필을 쥐어 준다. 그러나 강아지는 이면지에 선을 아무렇게나 긋다가 연필을 놓친다.]
이경엽 연구원: 역시나 강아지가 보고서는 못 쓰지.
[이경엽 연구원이 강아지를 안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부록: 09/16 - 3
박현 조사관: 여기가 학과장실인가?
신하루 연구원: 네. 여기가 학과장님 사무실이에요.
박현 조사관: 자, 그러면…
[박현 조사관이 심호흡을 한다.]
박현 조사관: 학과장님, 안에 계십니까?
[대답이 없자 박현이 노크를 하고 들어가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유현민 연구원: 문이 잠겼는데요.
신하루 연구원: 보통 안에 계시면 문을 열어두실 텐데…
박현 조사관: 혹시 학과장실 열쇠 어디 있는지 알아?
신하루 연구원: 저희는 몰라요.
박현 조사관: 하… 문을 부숴야 하나?
유현민 연구원: 잠시만.
신하루 연구원: 응?
유현민 연구원: 내가 잘못 보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바닥이 약간 색깔이 다르지 않아?
박현 조사관: 뭐?
[박현 조사관과 신하루 연구원이 바닥을 쳐다본다. 색이 옅지만 붉은빛의 쓸린 자국 흔적이 문 앞에서부터 복도를 따라 쭉 이어져 있다.]
신하루 연구원: 이건…
[박현 조사관이 한 발 먼저 흔적을 따라가고 두 사람이 따라간다.]
박현 조사관: 여기서 끊겼는데… 여긴…
신하루 연구원: 여긴 공구실이잖아. 수리장비 있는 곳.
[박현 조사관이 문을 붙잡는다.]
신하루 연구원: 여긴 들어가려면 출입카드를 찍어야 되는데. 잠깐만요, 아마 제 지갑에 들어있던 것 같은-
[박현 조사관이 문을 가볍게 연다.]
박현 조사관: 열려 있는데?
신하루 연구원: 예?
[일행은 공구실 내부로 들어간다. 불은 꺼져 있다.]
신하루 연구원: 여기 어디에 스위치가 있었는데.
박현 조사관: 여깄다.
[박현 조사관이 벽을 손으로 더듬에 스위치를 찾아 누른다.]
박현 조사관: 어.
[불이 켜지자 공구함들 사이에 쓰러져 있는 최우진 학과장이 보인다. 박현 조사관과 신하루 연구원은 달려가서 학과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신하루 연구원: 피가…!
박현 조사관: 외상이 크잖아. 빨리 의료부로 데려가야 돼!
[신하루 연구원의 도움으로 박현 조사관은 최우진 학과장을 등에 업는다. 일행은 빠르게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부록: 09/17
[중환자실. 병상에 유현민 연구원이 아니라 최우진 학과장이 앉아 있다.]
의료부 직원: 일단 급한 문제는 해결하긴 했습니다. 긴급한 출혈이나 파열 등은 막았는데…
박현 조사관: 그나마 다행이군요.
의료부 직원: 생명을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계속 지켜보면서 치료를 이어나가면-
신하루 연구원: 저기…
유현민 연구원: 응?
신하루 연구원: 학과장님이 언제쯤 깨어나실 수 있을까?
유현민 연구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신하루 연구원: 그건 그런데…
유현민 연구원: …근데 나- 아니, 현민이는 얼마동안 그렇게 있었는데?
신하루 연구원: 두 달, 아니, 세 달인가? 그 정도.
유현민 연구원: 그러면 학과장님도 최소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신하루 연구원: 그렇구나…
유현민 연구원: 근데 있잖아.
신하루 연구원: 응?
유현민 연구원: 지금까지 이런 일은 기상연구과 사람들한테만 일어난 거야?
신하루 연구원: 응. 임치경, 임수환, 학과장님, 그리고 현민이까지. 다른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
유현민 연구원: 그렇구나.
신하루 연구원: 후우…
유현민 연구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신하루 연구원: 뭐가?
유현민 연구원: 이제 뭐 할 거야?
신하루 연구원: 글쎄. 우리 둘밖에 안 남았는데 기상연구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유현민 연구원: 아닐 것 같은데.
신하루 연구원: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그건 인사부에서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유현민 연구원: 인사부… 아 그래. 보고는 해서 올려야 되는데. 보고서는 내가 쓸게.
신하루 연구원: 그건 나도 도와줄게.
유현민 연구원: 고마워.
박현 조사관: 이제 슬슬 다들 가자.
유현민 연구원: 예.
신하루 연구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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