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31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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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317-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1317-KO는 제145K기지 영안실 13번 시신보관소에 안치한다. 실험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해당 보관소를 열람하는 것은 금지된다.

SCP-1317-KO에 관한 모든 외부 기록은 제거하며, 대외적으로는 일반적인 살인 사건으로 표기한다. SCP-1317-KO와 관련된 모든 인물은 기억 소거를 시행한다.

설명: SCP-1317-KO는 내부의 뼈와 장기 등이 모두 제거된 시신 한 구이다. 해당 시신의 DNA 검사를 통해 알아낸 결과, 해당 시신의 주인은 38세 남성 변일수 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SCP-1317-KO는 부패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느리긴 하나 외부에 자란 체모 또한 재생된다. 새로 자란 체모의 성분은 이전과 같다. SCP-1317-KO의 척추 부근에 크게 찢어진 부분이 존재하며, 이 구멍의 크기는 사용자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

해당 구멍을 통해 SCP-1317-KO를 착용할 시 대상을 관찰하는 이에게 강한 인지재해를 일으킨다. 해당 변칙성에 영향을 받은 이는 대상을 SCP-1317-KO의 주인, 변일수로 인식하게 된다. 착용자의 목소리 또한 기존 인물의 목소리와 동일해지며, 기존 인물의 기억 또한 착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SCP-1317-KO는 한 살인 사건에 의하여 제조된 것으로 확인된다. SCP-1317-KO의 주인인 변일수는 가정이 있음에도 다른 가정의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으며, 이를 알게된 해당 여성의 남편은 대상을 살해 후 시신의 가죽을 제외한 모든 장기와 뼈 등을 제거하였다. 이후 그는 해당 시체를 착용하여 변일수의 삶을 대신 살아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씻기 위해 벗은 SCP-1317-KO를 변일수의 아내가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하게 되며 재단에게 발각되었다.

다음 부록은 사건 이후 대상이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이다.

부록:


[기록 시작]

경찰: 이름과 나이를 말씀해 주세요.

배채호: 저는 변일수, 올해로 38세입니다.

경찰: 신원 조사 결과 배채호라 뜨는데요. 올해로 34세, 배채호 씨.

배채호: …제 예전 이름입니다.

경찰: 알겠습니다, 배채호 씨. 왜 변일수를 죽였는지 말씀해 주시죠.

배채호: 저는 여느 때와 같이 퇴근 이후 아내를 보러 집에 갔습니다. 아내와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정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죠. 그날은 야근이 비교적 빨리 끝나서 일찍 집에 들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 좋습니다. 계속 말씀해 주시죠.

배채호: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습니다. 현관에 보지 못한 신발 한 켤레가 있는 걸 보고 순간 불안감이 머리끝까지 뻗친 저는 급히 안방까지 뛰어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 문틈 사이로는 제 아내와 처음 보는 남성이 서로 끌어안으며 신음과 교성을 내뱉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에게는 그리 쌀쌀맞던 아내가 다른 남성 앞에서는 헐벗은 채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니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리는 듯했습니다.

경찰: 그 남자가 변일수 씨인 건가요.

배채호: 네. 순간 저는 아내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순간 당황하더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저에게 화를 내더라고요. 왜 이리 빨리 왔냐고, 내 행복한 시간 망치지 말라고 말이죠. 남자 또한 절 보고 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다시 입기 시작했고요.

배채호: 그 남자는 옷을 다 입더니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고 나가려 하더군요. 너무 황당해 아내와의 말싸움을 멈추고 그를 따라가 붙잡았습니다. 행동이 얼마나 빠르던지 아파트 밖으로 벗어나 사라지려 하는 걸 겨우 따라가 붙잡았죠.

경찰: 그가 뭐라던가요.

배채호: 내 아내에게 뭐 하는 짓이냐 했더니 제 아내에게 필요한 사랑을 주었다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이 뭔지 알아요? 그런 삶을 살지 말고 나처럼 삶을 살래요.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서 아내가 바람 피는 거라고. 얼굴도 가꾸고 옷도 제대로 입으라고. 기왕이면 명품으로. 그러면서 자기가 부럽냐고 절 한심한 눈으로 봤습니다. 너가 없는 걸 내가 다 가지고 있으니 부러울 만도 하다면서요. 그리곤 제 손을 뿌리치며 그대로 다시 걸어갔습니다.

배채호: 저는 순간, 순간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주워서 그를 내리쳤습니다. 무엇이 손에 들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군요. 그저 그의 정신 나간 물음에 차마 대답도 하지 못한 채로 울부짖으며 그를 내려치고 또 내려쳤습니다.

경찰: 그를 죽였군요.

배채호: 네. 다시 정신줄을 붙잡았을 때 제 앞에 놓여있는 것이라곤 흩뿌려진 피와 싸늘한 시체, 그리고 피가 묻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던 것들뿐이었습니다.

경찰: 그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였죠?

배채호: 일단 그 시체를 끌고 폐공장으로 갔습니다. 흩뿌려진 피는 근처 공중화장실에서 물을 퍼와 뿌려 지우고요. 제 삼촌이 정육점 일을 하셔서 고기 손질하는 법을 배웠기에 시체 처리는 수월했습니다.

배채호: 그런데 시체를 처리하면서 자꾸 그 남자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런 삶을 살지 말고 자신처럼 삶을 살라는 말이요. 저는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의 제 삶은 아주 형편없는 삶임에 반해 그이는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관리된 외모에 명품 옷까지. 그 말을 계속 곱씹다 보니 저도 머리가 어떻게 됐던 건지 그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경찰: 그게 무슨 말이죠?

배채호: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저는 시체를 손질한 뒤 그의 가죽을 그대로 벗겨 뒤집어썼습니다.

경찰: 네?

배채호: 말 그대로입니다. 그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그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배채호: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가죽을 뒤집어쓰자마자 그가 살았던 기억이 전부 제 머릿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목소리도 그와 똑같아지고요. 물론 그의 재수 없는 말투는 따라 하기 쉽지 않더군요.(웃음)

경찰: 아니, 남들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던가요? 변장을 아무리 잘해도 사람 가죽을 뒤집어쓴 거면 바로 알아볼 텐데요.

배채호: 네. 그렇더군요. 그리고 저는 변장 같은 거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시체 가죽을 뒤집어쓴 게 다였어요. 그럼에도 사람들을 오히려 저를 변일수로 보더라고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죠.

배채호: 저는 그렇게 이전의 가정을 버린 채 변일수의 삶을 살았습니다. 제 예상대로 그는 꽤나 멋진 삶을 살더라고요. 대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는 처지인 데다가 고급 아파트에서 아들 딸 하나씩 있는 멋진 가정을 만들고 살더라고요. 아내도 예쁘고 말이죠. 저였다면 그런 가족을 챙기느라 불륜을 꿈도 못 꿨을 텐데요. 오히려 대체 이런 가족을 두고 왜 제 아내와 바람을 폈는지 모를 정도로 멋진 가정이었어요. 저는 그를 대신해 그의 삶을 살았습니다.

경찰: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지금, 당신이 피해자를 무참히 죽인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로 그인 척 흉내 내며 살았다는 거죠? 그게 정상적으로 보이십니까?

배채호: 물론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그의 삶을 잘 수행해 나갔어요. 알고 보니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 그닥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더군요. 저한테 그리 말한 것 치곤 자기 아내에게도 쌀쌀맞게 대했고요.

배채호: 저는 제 가족들에게 잘해줬습니다. 쉬는 날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이 없을 때는 아내와 오붓한 사랑을 나눴죠. 직장에 가서 제 부하직원들에게 친절히 대했습니다. 이전의 저처럼 윽박지르고 갑질하지 않고 말이죠.

배채호: 사람들은 모두 저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저는 저를 대신해 멋진 삶을 살았고 멋진 가정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정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라 생각되네요.

경찰: 지금 굉장히 큰 착각을 하시고 계신 것 같은데, 당신은 살인범이지 당신이 죽인 피해자가 아니에요. 당신은 변일수 씨를 살해했습니다. 변일수 씨는 당신에 의해 죽었어요.

배채호: 아뇨, 제가 죽인 건 저가 아니라 배채호입니다. 저는 그날 그를 죽였어요.

배채호: 저는 변일수입니다. 이제 그만 나가도 될까요? 제 딸과 아들이 곧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거든요. 배고파할 텐데 어서 집에 들어가 밥을 먹여야 해서요.

[기록 종료]


비고: 이후 배채호는 재단에 인계되었으며 기억 소거 이후 D계급으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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