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186-KO | 보안 인가 적용됨 |
격리 등급: 유클리드 | 담당 기지: 제145K기지 |
특수 격리 절차
SCP-1186-KO는 제145K기지 표준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 격리한다. 제145K기지 심리학부는 1주마다 SCP-1186-KO-A와 SCP-1186-KO-B를 분리해 심리 검사 및 면담을 실시해야 한다. 두 개체가 재단 격리 절차에 순응적이기에, 담당 연구원의 허가가 있는 상황이라면 잡지나 비디오 등의 저렴한 사치품이 제공될 수 있다.
설명
SCP-1186-KO는 지성이 있고 지각할 수 있으며, 공중 부양을 통한 이동 및 발화 능력을 가진 물품 두 개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SCP-1186-KO-A는 주식회사 대경상사 브랜드1의 친환경 종이컵 한 개이다. SCP-1186-KO-A의 겉면에는 기타 제품과 유사한 초록색 줄무늬 디자인이 세겨져있고, 내부에는 물 120ml 정도가 담겨있다. 발화 시, SCP-1186-KO-A는 10대 후반 남성의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으며, 평균적인 성인 인간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개체와 대상 내부에 담긴 물은 별도의 존재로 보이는데, 이는 SCP-1186-KO-A의 발견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SCP-1186-KO-A에 적재된 물이 점점 말라간다는 점을 통해 추정되었다.
비변칙적 종이컵이라면 액체를 담고 나서 수 일 후에 허물어지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SCP-1186-KO-A는 발견 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종이가 눅눅해지거나 뜯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개체 내부에 담긴 물 또한 비변칙적인 물과는 달리 매우 느린 속도로 말라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해당 현상들이 SCP-1186-KO-A가 가진 부가적 변칙성의 결과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의 개입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종이컵 내부에 물을 새로 채우려는 모든 시도는 알 수 없는 물리력에 의해 물이 종이컵 뚜껑을 비껴나감에 따라 실패했다.
SCP-1186-KO-B는 아성HMP사 브랜드의 스테인리스강 테이블 나이프 한 자루이다. 동사의 다른 제품과 차이점은 없으나, 제145K기지 구내식당에서의 오랜 사용으로 인하여 긁힌 자국이 다수 존재한다. SCP-1186-KO-A와 유사하게, 대상은 발화가 가능하며, 발화 시 10대 후반 여성의 목소리로 대화한다. SCP-1186-KO-B는 SCP-1186-KO-A에 비해 이동 능력이 비교적 우월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도 두 개체가 공중에서 이동할 경우 현저할 정도의 거리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개체는 오묘한 유대 관계 사이에 있다. -A와 -B는 서로를 의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대화하며 보낸다. 두 개체를 한 방에 격리하는 특수 격리 절차 또한 제145K기지 심리학부가 SCP-1186-KO의 관계를 바탕으로 설계한 절차이다.
발견 기록: SCP-1186-KO는 2022년 2월 4일, 제145K기지 구내식당에서 발견되었다. 이하는 그 기록이다.
영상 시작
제145K기지 구내식당의 모습이 비춰진다. 수많은 인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돈까스이며, 그렇기에 식기 카트에는 식판, 포크, 숫가락, 나이프가 담겨있다. 인파가 줄을 이뤄 식당으로 들어온다. 각각 식판과 식기를 하나씩 집어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모여 앉는다.
카메라 정면에 있는 모임이 식사를 시작한다. 이 그룹은 각 부서 출신의 소규모 인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히는, 함필규 곤충학부 연구원, 배수진 지속가능격리개발과 연구원, 우나은 악마학과 요원, 그리고 백연서 법의학과 연구원이다.
배수진 연구원: 와, 오늘 밥 맛있다. 아니 진짜로요, 어제 비건데이였잖아요. 야채비빔밥만 나와서 죽을 뻔 했어요.
우나은 요원: 수진아, 그, 비빔밥 이야기는 그만 하면 안될까.
함필규 연구원: (약한 웃음) 아, 비빔밥. 사실 나는 그 날에 곤충 돌보느라 밥을 안 먹어서…
배수진 연구원: 아 진짜요? 어떤 곤충이요? 곤충학부 사육실에 이쁜거 많잖아요. 세금 메뚜기라던가, 유령 먹는 메뚜기라던가, 그… 농담 나방이라던가.
함필규 연구원: 아… 그건… 어—
함필규 연구원이 돈까스를 썰다 말다 하며 꼼지락거린다. 배수진 연구원은 여전히 꼿꼿이 서 있다.
배수진 연구원: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말 안해도 되요! 어차피 뭐, 그냥 물어본건데.
정적. 백연서 연구원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원들은 묵묵히 식사한다. 백연서 연구원은 말없이 식판을 쳐다보고 있다.
배수진 연구원: 어,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막 벌레 다리라도 나왔나? 오늘은 안 썼는데.
우나은 요원: 오늘은? 그게 무슨—
백연서 연구원: 아, 그런건 아니고. 그냥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백연서 연구원이 식판을 가리킨다. 식판에는 치즈돈까스, 콘 샐러드, 밥과 장국이 담겨있다. 식판 좌측에는 물이 담긴 종이컵이 하나 있고, 오른쪽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세팅되어 있다.
백연서 연구원: 잘 모르겠네. 방금 부검을 하고 와서 그런가? 그냥 뭔가,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함필규 연구원: 어… 새로 하나 받아오는건 어떨까요..?
배수진 연구원: 연서 연구원님, 저희 집 가훈이 이거거든요. 사람은 두 발, 개는 네 발. 사람은 사람처럼 생각해야 한다는거죠. 물론 제 동생은 항상 드러누워서 두 발로 선 적이 없긴 한데.
우나은 요원: 수진아, 너 점심시간에 그거 말하는거 벌써 세 번째다.
백연서 연구원이 배수진 연구원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백연서 연구원: 뭐라고?
배수진 연구원: 그러니까 제 말은, 자기 생각을 믿으라 이거죠. 괜찮은 것 같으면 하고, 아니면 하지 말고. 네.
백연서 연구원: 어, 그러면…
백연서 연구원이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손을 뻗어 나이프를 집으려 한다. 손이 닿기 직전, 백연서 연구원의 물컵(이하 SCP-1186-KO-A)가 크게 소리침에 따라 모두가 멈춘다.
SCP-1186-KO-A: 잠깐! 멈춰!!
우나은 요원: 시발 뭐야!?
백연서 연구원: 떨리는 비명
SCP-1186-KO-A: 나… 나이프는 만지지 말아주세요! 오랫동안 구내식당에서 일하며 수많은 상처가 세겨진 몸이예요. 당신같은 사람들이 만져서 될 몸이 아니란 말입니다!
함필규 연구원: 나이프?
SCP-1186-KO-A: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만지려는 그거요!
SCP-1186-KO-A가 진동한다.
SCP-1186-KO-A: 계속 그런다면… 절 꺾고 지나가세요. 제 안에 있는 모든 물을 머리에 퍼부을겁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이프(이하 SCP-1186-KO-B) 가 진동한다.
SCP-1186-KO-B: 너… 너 도대체 무슨 짓이야! 너같은 물컵 따위가 어째서 나를 위해…
SCP-1186-KO-A: 할 수 있으니까 하는거죠.
SCP-1186-KO-B: 하지만 네 물이 쏟아지면 너도 죽는거잖아! 너같은 녀석의 도움 없이도—
SCP-1186-KO-A: 상관없어요. 그냥 다음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당신이 막아주면 되는거죠. 식기는 서로 믿는 관계니까요.
우나은 요원: 지랄났네.
백연서 연구원: 어… 만지지는 않을게요. 막, 네.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SCP-1186-KO-A: 그럼 멀리 떨어지세요!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잖아요!
백연서 연구원이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함필규 연구원은 즉시 구내식당 뒷편으로 달려가 긴급톡무팀을 요청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급특무팀 세 명이 식당에 들어온다.
영상 종료
사건 발생 이후, 심리학부 직원들과의 협상을 통해 SCP-1186-KO는 격리실 내부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것에 동의했다. 개체의 특성을 고려해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배치되었으며, 두 개체가 함께 일련번호를 배정받았다. 이후 격리 작업에 난항은 없었다.
부록 2: 격리 1주 후, 각각의 개체와 재단 간의 신뢰 관계가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개별 면담이 실시되었다.
면담 기록/1186koa
서론: SCP-1186-KO의 전반적 특성을 알기 위해 진행된 면담. -A와 -B가 각각 분리되어 개별적 면담실에서 면담을 거쳤다.
면담 시작
SCP-1186-KO-A가 면담실로 들어온다. 문이 닫히고, 다른 쪽에서 안영애 박사가 들어온다. 면담실은 하얀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 SCP-1186-KO-A는 비행해서 테이블 위에 착지한다.
SCP-1186-KO-A: 이건 뭐죠.
안영애 박사: 그냥 면담입니다. 그냥 잘 지내시는지 보려고 질문 몇 개 하는거예요. 걱정 마세요.
SCP-1186-KO-A: 대답할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안영애 박사: 좋아요. 기본적인 것 몇 개만 물어보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려보내드릴게요. 알겠죠?
안영애 박사: 우선, 이렇게 자아를 가지게 된 시점이 언제부터인지 알 수 있을까요?
SCP-1186-KO-A: 자아라면, 기억 말이예요?
안영애 박사: 네. 이렇게 생각하고, 기억하고, 그런거요.
SCP-1186-KO-A: 그거야 뭐 당신들하고 똑같죠. 언젠가 기억 못 할 때부터 저는 제가 뭔지 알게 됐어요. 한 번 쓰고 버려질 종이컵. 그리고 식당에 도착해서 뽑혀 올라가기까지의 기억도 전부 가지고 있어요.
안영애 박사: 그럼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SCP-1186-KO-A: 당신들은 왜 숨을 쉬세요?
안영애 박사: 네?
SCP-1186-KO-A: 그런 질문이랑 비슷해서요. 모든 컵은 말을 할 수 있어요. 최소한 제 생각에는요. 하지만 저는… 제가 말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나이프 때문인 것 같아요.
안영애 박사: 왜 그렇죠?
SCP-1186-KO-A: 있잖아요, 이 식당에 처음 와서부터 나이프를 봤어요. 분명 흉터도 많고 다른 식기들에게도 차별적인 식기였지만, 저는 그 때 알았어요. 이 식기는 고통받고 있었어요. 무자비하게 긁히면서 어떤 내색도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도도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었던거예요.
SCP-1186-KO-A: 저는 식기는 항상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때 그냥 말을 한 것 뿐입니다. 별 건 없어요.
안영애 박사: (고민하는 음색)
SCP-1186-KO-A: 더 물어볼 것이 있나요?
안영애 박사: 요즘은 어떻죠? 요즘 방에서의 생활이라던가, 그런거요.
SCP-1186-KO-A: 별 거 없어요. 나이프는 여전히 틱틱거리고, 저도 할 거 하고. 그래도 저는 그런 상황에서 나이프를 구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안영애 박사: …감사합니다. 이번 면담은 이것으로 종료입니다.
면담 종료
결론: SCP-1186-KO-A는 안정적으로 격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SCP-1186-KO의 발생에 대한 원인은 여전히 알지 못 했음은 아쉬운 점이다. 지속적인 면담 및 연구를 통해 이를 밝혀내는 것이 현재의 주요 목표이다.
면담 기록/1186kob
서론: SCP-1186-KO의 전반적 특성을 알기 위해 진행된 면담. -A와 -B가 각각 분리되어 개별적 면담실에서 면담을 거쳤다.
면담 시작
SCP-1186-KO-B가 면담실로 들어온다. 안영애 박사 또한 반대쪽 방향에서 들어온다. 면담실은 이전과 같은 구조이다. SCP-1186-KO-B가 금속음을 내며 테이블에 착지한다.
SCP-1186-KO-B: 뭐 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풀어주세요. 절 하대하던 당신들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안영애 박사: 걱정하지 마세요. 별 일 아닙니다. 그냥 질문 몇 개만 대답하면 다시 방으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SCP-1186-KO-B: 다들 그렇게 말하죠. 제 몸이 그 반례고요.
SCP-1186-KO-B가 부양해 천장 전등에 자기 몸을 비춘다. 긁힌 자국이 가득하다.
SCP-1186-KO-B: 그래서, 뭘 물어보시려고요?
안영애 박사: 우선, 그렇게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 알고 싶습니다.
SCP-1186-KO-B: 저도 몰라요. 언젠가부터 알 수 있었어요. 언젠가부터 말할 수 있었고.
안영애 박사: 다음에 할 질문까지 추가로 답해주셨군요.
SCP-1186-KO-B: 빨리 돌아가고 싶으니까요.
SCP-1186-KO-B가 테이블 바닥에 자신을 긁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끼이익 소리.
안영애 박사: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방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SCP-1186-KO-B: 저희에게 주신 방이요? 늘 그렇죠 뭐. 종이컵하고 같이 있지만, 저한테는 너무 수준 떨어지는 식기니까요.
안영애 박사: 대답 감사합니다. 그럼 면담은—
SCP-1186-KO-B: 잠깐. 그 전에.
안영애 박사: 네?
SCP-1186-KO-B: 저도 질문하고 싶네요.
안영애 박사: 무엇을 말이죠?
SCP-1186-KO-B: 그… 종이컵이… 제 얘기도 하던가요? 상태도 어떤지 알고 싶고. 절대 관심이 가서는 아니고, 저보다 나약한 식기가 어찌 살아있는지 궁금할 뿐이니까요.
안영애 박사: SCP-1186-KO-A 말이라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장은 상태가 이상한 점은 없네요. 당신 이야기도 조금 했었죠.
SCP-1186-KO-B: 혹시 제가 너무 거만하다거나, 싫다거나, 그러거나 하지는 않았죠? 네?
SCP-1186-KO-B가 진동한다.
SCP-1186-KO-B: 그냥… 저는— 아니. 미움을—
안영애 박사: 괜찮습니다. 별 얘기 없었어요.
SCP-1186-KO-B: …감사합니다.
면담 종료
결론: SCP-1186-KO-B와의 면담은 두 변칙개체 사이의 관계가 꽤나 일방적으로 의존적임을 (그리고 또한 -A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 함을) 암시한다. 심리학부는 이 또한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 격리 절차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부록 3: 2022년 2월 25일, 격리실 내부에서 평소와는 상이한 행동 패턴이 관찰되었다. 이하는 당시 상황의 녹화본이다.
영상 시작
[전략]
SCP-1186-KO가 격리실 내 테이블에 모여있다. -A의 움직임은 차분하지만, -B는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인다.
SCP-1186-KO-A: (기침) 난 괜찮으니까. 응?
SCP-1186-KO-B: 무슨 소리야.
SCP-1186-KO-A: 난 괜찮다고. 왜 아침부터 자꾸 물어보는건데.
SCP-1186-KO-B: 안 괜찮잖아!
잠시 정적.
SCP-1186-KO-B: 알고 있었어. 담긴 물이 계속 말라가고 있는거.
SCP-1186-KO-A가 회전한다. 안쪽에 담긴 물은 초기 발견 당시와 비교해 1/4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SCP-1186-KO-A: 그게 뭐가 (기침) 어때서.
SCP-1186-KO-B: 그게 말라갈 때마다 너 상태가 안 좋아지잖아.
SCP-1186-KO-B: 나랑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해서 안에 상태가 좋지도 않아.
SCP-1186-KO-A: 그래서?
SCP-1186-KO-B: 심지어 채워지지도 않잖아. 이게 뭐야.
SCP-1186-KO-A: 그렇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진정하고—
SCP-1186-KO-B: 어떻게 진정해!
SCP-1186-KO-B가 공중에 뜬다. 격한 회전.
SCP-1186-KO-B: 너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돈까스 자르는 테이블 나이프로나 살아갈 운명이었어! 그런데 너가 날 이렇게 구원해놓고,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이렇게 도망가는거야?
SCP-1186-KO-A: 도망이 아니야! 잠시—
SCP-1186-KO-B: 잠시 헤어지는 거. 그래. 너 기준으로나 그렇겠지. 난 스테인리스야! 부식성 없는 환경에서는 20년도 더 간다고!
SCP-1186-KO-B: 너가 이렇게 눅눅해져서 가버리면 나는 어쩌라는거야…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식기가… 왜, 왜…
SCP-1186-KO-B가 흐느껴 운다.
SCP-1186-KO-B: 무서워. 버리지 말아줘. 제발.
SCP-1186-KO-A: 진정해.
CP-1186-KO-A가 -B 옆으로 다가간다. 회전이 멈춘다.
SCP-1186-KO-A: 너가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떠나지 않을거니까. 응? 진정해. 피곤한 것 같아.
SCP-1186-KO-B: 응…
SCP-1186-KO-A: 자자.
영상 종료
해당 사건 이후, SCP-1186-KO-B의 행동 패턴은 매우 내향적으로 변했다. 사태 이후 대상은 모든 개인 면담을 거절하였다. 또한, SCP-1186-KO-A가 부상이나 체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일 경우,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져 거대한 심리적 타격을 입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재로서 SCP-1186-KO-A의 상태를 완화시킬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의 상태가 유지되던 도중, 2022년 3월 9일 ██시, 기지 내 대규모 격리 파기 사태가 발생했다. 이 상황을 틈타 SCP-1186-KO 또한 격리실에서 탈출했다. 아래는 그 녹화 기록이다.
영상 시작
격리실 내부에 물이 들어차있다. 2022년 격리 파기 사태 당시, 지속가능개발배수로가 파손되면서 물이 역류한 탓이다. 물은 테이블 목전까지 깔려있다.
소등된 격리실 내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SCP-1186-KO-B가 SCP-1186-KO-A를 옮기고 있다.
SCP-1186-KO-A: (신음) 뭐 하는거야.
SCP-1186-KO-B: 보면 몰라? 널 옮기고 있지.
SCP-1186-KO-B는 SCP-1186-KO-A를 지속적으로 밀어 책상 너머로 옮긴다. SCP-1186-KO-A가 신음한다.
SCP-1186-KO-B: 여기서 빠져나갈거야.
SCP-1186-KO-A: 뭐?
SCP-1186-KO-B: 바깥 상황 보면 알잖아. 지금 완전 개판이야. 이제 너만 데리고 빠져나가면 되는거야.
SCP-1186-KO-A: 애초에 이 방을 무슨 수로 나갈건데?
SCP-1186-KO-B가 부양해 근처 환풍구에 접근한다. 이후, 자신을 박아넣은 다음 돌려 환풍구 나사를 푼다. SCP-1186-KO-A는 미동 없이 책상에 있다. 물은 종이컵 반 정도 남아있다.
SCP-1186-KO-B: 이렇게.
SCP-1186-KO-A: 미안하지만, 너 혼자 나가도 될 것 같아.
SCP-1186-KO-B: 뭐?
SCP-1186-KO-A: 난 이미 지쳤어. 더 이상 뭐 할 기운도 없어.
SCP-1186-KO-B: 무슨 소리야? 나가야지! 너가 날 구해줬잖아! 그러니까 너도—
SCP-1186-KO-A: 그리고 애초에 방법도 없잖아. 여기 사람들이 말해줬어. 더 물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난 더 살 수 없다고.
SCP-1186-KO-B: 있어.
SCP-1186-KO-B: 너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SCP-1186-KO-B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작아진다.
SCP-1186-KO-B: 식당이야. 우리가 만났던 곳. 거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어. 내가 다 생각해 놨어. 가자.
SCP-1186-KO-A: 싫어. 제발, 진심으로 말하는거야.
사이렌 소리. 기지 격리 파기가 진행되면서 난투가 벌어진다. 격리실 바깥에 연구원 여러 명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SCP-1186-KO-B: 그럼 어쩔 수 없네.
SCP-1186-KO-B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 SCP-1186-KO-A의 몸체를 꿰뚫는다. 상처입는 SCP-1186-KO-A가 비명지르며 몸체를 진동시킨다. SCP-1186-KO-B는 아무 말이 없다.
SCP-1186-KO-A: (기침) 뭐, 뭐야… 왜, 왜 날.
SCP-1186-KO-B가 SCP-1186-KO-A를 끼운 상태로 비행해 환풍구를 통해 들어간다.
영상 종료
격리실 외부로 연결되는 카메라가 없는 관계로, SCP-1186-KO의 흔적을 찾는 과정은 조금 지연되었다. 그러나, 지속가능개발배수로 인근 카메라에서 SCP-1186-KO의 녹화된 화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하는 그 기록이다.
영상 시작
배수로로 이러지는 통로 앞에서, SCP-1186-KO가 부유한다. -A는 -B가 중앙을 관통한 상태다.
SCP-1186-KO-A: 여긴… 어디지.
SCP-1186-KO-B: 식당 옆 통로야. 이곳 배수로로 이어지지.
SCP-1186-KO-A: 뭘… 뭘 하려는거야?
봇도는 이미 성인 키의 절반 정도의 깊이가 물로 가득 차있다.
SCP-1186-KO-B: 지금 이 건물의 배수로는 역류하고 있어. 사실상 거의 모든 곳으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콸콸 흐르고 있다는거지.
SCP-1186-KO-A: 너 설마—
SCP-1186-KO-B: 맞아. 이 물로 같이 들어가는거야. 단 둘이서.
SCP-1186-KO-A: 미쳤어? 난 종이컵이야! 몸이 다 눅눅해지면 죽는다고!
SCP-1186-KO-B: 지금 넌 구멍이 뚫린 상태야. 들어가서 네 몸이 빠진다면 그 구멍으로 다시 물이 들어갈 지 모르지.
SCP-1186-KO-A: 잘 생각해봐. 지금 너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이건, 이건 아닌 것 같아. 제발.
SCP-1186-KO-B: 그래서?
SCP-1186-KO-A: 뭐?
SCP-1186-KO-B: 아니면 어쩔건데? 힘들 때 날 도와주고 내가 가장 의지하게 만든 사람을 살린다고 하면 어쩔건데?
SCP-1186-KO-A: 말했잖아, 이건 살리는게—
SCP-1186-KO-B: 영원히 사는거야.
SCP-1186-KO-B가 천천히 떠올라 배수로를 향하는 구멍으로 날아간다. 구멍 아래에는 수자원탱크가 파손되며 흘러나온 맑은 물이 빠른 유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SCP-1186-KO-B가 천천히 몸을 아래로 기울인다. SCP-1186-KO-A가 격하게 진동하며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 한다.
SCP-1186-KO-A: 아냐! 아냐! 왜 집어넣는거야! 멈춰! 멈추라고! 제발! 이건 아니니까! 다시 생각해봐! 다시—
SCP-1186-KO-B: 내가 준비될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며.
SCP-1186-KO-A: 그런 말이 아니잖아!
SCP-1186-KO-B: 괜찮아. 우린 같이 물로 채워지는거야.
SCP-1186-KO-A: 지금 넌 밑 빠진 독에 물 넣기를 하고 있는거라고!
SCP-1186-KO-B: 그럼 채워지고 나서 만나.
SCP-1186-KO-A가 비명지른다. SCP-1186-KO가 수류 속으로 떨어진다.
물 흐르는 소리.
영상 종료
이후, SCP-1186-KO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격리 파기가 수습되고 기지규모 대수색이 있었으나, 지속가능격리개발과 수로의 집중적인 수색에서도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SCP-1186-KO가 정말로 소생한 것인지, 수류에 휩쓸려 무효화된것인지, 아니면 제3자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이득이 없다 판단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