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029-KO
평가: +9+x

일련번호: SCP-1029-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1029-KO는 현재 법적으로 재단의 위장 기업이 소유 중이다. 변칙성이 발견된 시점에서 이미 개체가 안전한 캠핑 관광지라고 소문이 났기에, 관리인은 SCP-1029-KO의 변칙성이 일어나는 장소로 외지인이 가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 SCP-1029-KO에 상주하도록 하는 관리인은 개체의 변칙성에 익숙할 뿐 아니라 재단의 조치에 순응적인 현재 관리인 그대로 유지한다.

사건 1029-KO 이후, 대상의 변칙성에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점이 있다. 이에 따라 SCP-1029-KO에 대한 경비와 입도 허가 자체를 더 엄격하게 진행하도록 하고, 방문하는 이들이 하루 이상 머물지 않도록 한다. 이보다 더한 보안 조치를 취하고자 SCP-1029-KO의 위험성을 증명하려는 움직임도 현재 확인되고 있다.

설명: SCP-1029-KO는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위치한 사승봉도이다. SCP-1029-KO의 중심부에는 해당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는 회색을 띈 모래구덩이가 있다. 이 모래는 약한 자성을 띄는 점 외에는 비변칙적인 모래와 동일하다.

이 구역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인간의 뼈가 모래에서 솟아나오는 형태로 발견된다. 이 뼈가 모래 밑에 묻혀있다가 드러난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뼈의 주인이나 그 사인 또한 회수한 뼈를 통해서 알아낼 수 없었다.

이외에도 사망자의 소지품으로 보이는 물체가 뼈와 함께 발견되고는 한다. 다음은 현재까지 입수한 3개의 물품이다.

  • 군번줄. 적혀있는 성함이나 군번과 일치하는 인원이 군에 복무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 소총. 1950년대 미군이 주로 사용하였던 종류이다.
  • 구명조끼. 적혀있는 함선명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SCP-1029-KO는 추가되었다는 기록 없이 재단의 전산망에 등록되어 있었다. 2주 전에 있었던 정기 전산망 검사에서 해당 이상을 발견하였으며, 곧 그 현상 장체가 SCP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그 기록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짐에 따라 섬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을 현재와 같이 수정하였다. 이후 사건 1029-KO를 확인한 결과, 재단 전산망에 등록된 변칙성도 SCP-1029-KO에 의한 것이라 추정된다. 이러한 변칙성이 항밈이나 존재역학과 연관이 있는지는 현재 연구 중이다.

부록: 사건 1029-KO

205█년 ██월 ██일, 2020년대에 흔히 사용되던 녹화 장치가 뼈와 함께 SCP-1029-KO에서 발견되었다. 그 녹화장치에는 재단의 요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SCP-1029-KO를 조사하는 도중에 고립된 상황이 찍혀 있었다. 이들의 이름과 외형을 통해 재단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관련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영상 내에서의 SCP-1029-KO의 모습은 실제 SCP-1029-KO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변칙성 자체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거나, 재단이 인지할 수 없는 류의 변칙성이라고 추정이 되기 때문에, SCP-1029-KO의 경계도를 소폭 상승시켰다.

아래는 해당 녹화기기에서 찾아낸 영상이다. 당시 사용되던 기기의 용량을 훨씬 넘어선 촬영 시간이 주목할 만하다.

알림: 영상 내에서 서로를 구분하는 인칭은 각자의 인물들이 서로를 부르는 이름에서 가져왔음을 밝힘.

(배 위에서 영상이 시작된다. 영상 자체는 일인칭 시점으로, 배를 모는 한 명과 배 옆에 기대어 있는 한 명이 보인다. 배를 모는 한 명은 마른 체형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며, 배에 기댄 한 명은 건장한 체격에 수염이 많고, 30대 중반으로 보인다.)

청룡1: 무늬 형님, 앞으로 얼마나 남았수?

무늬2: 거의 다 왔다. 저기 안개 너머에 보이는 섬이다. 막내야, 방향 잘 잡고 있지?

막내: 네, 걱정하지 마세요.

청룡: 막내가 재단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했지?

막내: 이제 막 두 달 정도 됐어요.

청룡: 재단도 참 인력난이 아닌가 싶어요. 겨우 두 달 난 새내기를 이렇게 위험한 임무에 투입시키고 말이야.

막내: 위험한 일인가요?

청룡: 아무것도 모르는 변칙 개체를 처음 만나는 일이 위험하지 그러면.

무늬: 애 겁주지 마라. 그래도 위험성이 평소보다는 낮으니까 전문 요원이 아닌 우리가 가는 거지.

청룡: 에헤이, 그래도 놀려 먹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무늬: 속없는 놈.

(영상이 반바퀴 돌아 배 앞전을 비춘다. 멀리 너머에서 SCP-1029-KO가 보인다.)

무늬: 준비하자.

(중략. 이후로는 섬에 도착하는 과정, 섬 관리인과의 형식적인 대화, SCP-1029-KO 중심의 회색 모래가 쌓인 지점으로 가는 과정, 대상의 변칙성을 일부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캠코더는 막내에게로 넘어간다. 무늬는 수염이 드문드문 나있고 날렵한 몸매의 30대 남성으로 보인다.)

청룡: 뭐, 이정도면 민간이 통제까지는 안 가도 되겠죠?

무늬: 별 일이 없다면야, 그렇지. 막내는 어떤 거 같냐?

(침묵)

청룡: 막내야!

막내: 네! 네네!

청룡: 얘가 첫 작전이라 그런지 넋을 다 놓고 있네.

막내: 죄, 죄송합니다! 근데 하늘이…

청룡: 하늘? 흠, 그렇게 이상한 건 없는데.

막내: 먹구름 질감이 좀 이상합니다. 저렇게까지 빛이 없는 구름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청룡: 먹구름이 원래 빛이 없지 않나?

무늬: 일단 돌아가자.

청룡: 그럽시다.

막내: 저, 그게…

무늬: 네 말 안 믿는거 아니다.

청룡: 엣, 아녔어요?

무늬: 난 안 보인다. 먹구름.

막내: 네?

(캠코더 화면이 위쪽으로 올라간다. 하늘에는 먹구름 없이 파랗다.)

무늬: 빨리 돌아가서 보고해야지.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니까. 민간인 통제까지 가야겠구만.

(세 인원들이 숲을 빠져나간다.)

무늬: 용, 배 어디다가 정박해놨지.

청룡: 에, 저기 관리인 컨테이너 앞에 있는 바위 쪽인디, 어?

(배가 없다.)

(무늬와 청룡이 조용히 서서 배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청룡: 아니 분명 저따 갔다 놨는디?

막내: 관리인이 옮겨 놓은 거 아닐까요?

청룡: 이 사람이 남의 배를 함부로 움직여?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 겠구만.

무늬: 일단 진정해라, 좋게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청룡이 관리인 컨테이너로 달려가 문을 크게 두드린다.)

청룡: 아저씨!! 아저씨 나와봐요!!

무늬: 하여간 저 놈 성격만 급해선-

(청룡이 컨테이너 문을 발로 찬다. 문이 저항없이 활짝 열리면서 벽과 충돌음을 낸다. 청룡은 그 자리에서 굳는다. 이내 무늬와 막내도 그 자리에 도착한다.)

(컨테이너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늬: 이건 뭔, 사람 산 흔적도 없어?

청룡: 배 가지고 튀었네! 배 가지고 튀었어!

무늬: 일단 배가 나간 흔적부터 찾는 게 먼저다. 막내야, 캠코더 끄지 말고 계속 수색한다.

막내: 알, 알겠습니다!

(이후 30분간 세 사람이 해안선을 돌면서 배를 찾다가 처음 위치로 돌아온다.)

청룡: 염병할! 가지고 튄 게 틀림없어! 뭔가 섬에 묶인 속박이나 이런 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형님?

무늬: 젠장, 일단 재단하고 통신을 시도해보자.

청룡: 여기서도 터지긴 한데요?

무늬: 노력해봐야지… 막내? 지금 뭐하니?

막내: 하늘이 너무 흐려요, 선배님…

(침묵)

무늬: 캠코더 꺼라. 배터리 아껴야겠다.

(캠코더가 꺼진다.)

(캠코더가 켜지면, 한밤중이다. 모닥불이 유일한 광원으로 무늬와 청룡을 얼굴을 비추고 있다. 잠시 뒤, 캠코더가 바닥에 내려놓고 막내도 화면에 들어온다. 세 사람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웅크려 앉아있다.)

청룡: 막내부터 시작하자.

막내: 이름은, 유만희입니다. 사회에서는 외국 나가서 용병일 하다가 왔어요. 어쩌다가 회사가 재단이랑 엮였는데, 거기서 그대로 들어왔네요. 지금은 위험하지 않다는 일부터 조금씩 익혀나가는 중입니다.

청룡: 이청룡이여. 이름도 청룡이고 별명도 청룡이지. 재단에서 위험하지 않는 변칙개체를 확인하고 확보하는 일을 맡은 초도격리요원이여. 무늬 형님만큼은 아니지만 일할 만큼은 일한 베테랑이지.

무늬: 성문희. 이름 따라서 무늬라고 불러도 상관 없다. 마찬가지로 초도격리요원이고, 여기서 제일 연장자인 데다가 경험도 많은 편이다. 현재 우리는 섬에 고립되어 있다. 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잡혔던 신호는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며, 배는 사라진 상태이다. 먼저 배에 있었던 선주민이 타고 나간 것으로 추정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이 기록을 남겨둔다. 우리가 남기는 이 기록이 재단이 변칙성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3

청룡: 먹을 게 부족한 섬은 아니어서 다행이여.

무늬: 해안가에는 물고기도 잡을 수 있을 거고, 뱀이 있는 흔적도 있으니까 뱀을 먹어도 될 거다.

막내: 두 분은 꽤, 침착하시네요?

청룡: 뭐 아무리 위험하지 않는 개체를 맡는다고는 하지만, 워낙에 예측할 수 없는게 변칙잉께. 아예 재단과 연락이 끊기고 조난당한 건 지금이 처음이긴 한디, 죽을 뻔한 일이 아주 없다고는 못하지.

무늬: 내가 이 나이 먹기 전까지는 위험한 개체 격리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조난 정도야… 정신만 차리면 산다.

막내: 네 알겠습니다.

청룡: 하이고 애가 축 처졌네. 괜찮다. 애초에 다른 섬이랑 멀리 떨어진 섬도 아니니깐. 뭣하면 뗏목 만들어서 나가면 되겠제.

막내: 아뇨,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이름이랑 이렇게 남기는게, 저희가 죽더라도 재단에 남길 수 있는 걸 남기기 위해서니까요.

(숙연한 침묵이 감돈다.)

청룡: 녹화 끌까요, 형님?

막내: 아, 아 죄송합니다. 분위기를 흐릴 생각은 아니였어요. 오히려 제 죽음이 이렇게 고요하게 찾아와서 얼이 빠졌을 뿐이에요.

무늬: 불안한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마라.

청룡: 그래도 용병이라고 했응께. 죽는 게 두렵지는 않은 모양이구만. 우리도 마찬가지 아녀요, 무늬 형님?

무늬: (피식 웃는다.) 그래, 지금 여기서 다들 조용하게 목숨을 걸었다 이거지. (허리춤에서 힙플라스크를 꺼낸다.) 한 잔씩 마시고 내일은 섬을 다시 한 번 탐사한다. 변칙성의 근원에 대한 걸 찾을지도 모르고, 관리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뭣하면 나가는 방법을 찾아서 나가면 되는 거고. (힙플라스크를 막내에게 건넨다.)

막내: 아, 감사합니다. (힙플라스크를 받아서 마시고 청룡에게 넘긴다.) 선배님도…

청룡: 그려그려. (힙플라스크를 받아서 마시고 무늬에게 넘긴다.)

무늬: 캠코더 배터리는 얼마나 남았지? (힙플라스크를 받아서 마신다.)

막내: 세 시간 정도는 남아있습니다.

무늬: 배터리를 아껴놓는게 나을까?

청룡: 냅둬유 그냥. 이 작은 섬에서 조사할 게 얼마나 된다고.

무늬: 흠, 그런가?

(잠시간 침묵)

막내: 밤은 길긴 한데, 일찍 잠드실 겁니까?

청룡: 심심하면 옛날 얘기라도 해달라는 말처럼 들린다잉.

막내: 아니, 뭐, 저야 사람 죽이는 이야기밖에 없으니깐. 선배님들은 사람 살리는 어떤 일을 해주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무늬와 청룡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한바탕 웃는다.)

무늬: 우리를 너무 영웅으로 생각하진 마라. 재단이 영웅은 아니니까.

막내: 들어올 때 듣기는 했지만…

청룡: 무늬 형님, 막내에게 그 얘기 해줄까요?

무늬: 그 우리가 처음으로 맡았던 일 말이냐? 이게 문서에 들어간다면 인가 등급 문제가 좀 있을 텐데.

청룡: 크으, 역시 아직도 기억하시는구만. 어지간하면 재단이 알아서 검열하것죠.

무늬: 하, 그런가. 그럼 간단하게 얘기해볼까. 얘기한 다음에 캠코더 끄고 자면 되겠다.

[데이터 말소]4

막내: 우와, 영화 같네요.

청룡: 그제? 그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도 영화 같구만.

막내: 그것도 그렇네요. 마침 하늘도 흑백영화 같은 색깔이고요.

무늬: 지금 밤하늘이 보이나?

(막내는 대답하지 않는다.)

청룡: 막내야?

막내: 아, 아 죄송합니다. 파도 소리가 좀 크게 들리네요.

(무늬와 청룡이 막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늬: 잠이나 자자. 캠코더 끄고.

청룡: 막내 먼저 누워라. 캠코더는 내가 끌테니.

(청룡이 캠코더를 향해 다가온다.)

(캠코더가 켜지면 화면이 격하게 흔들린다. SCP-1029-KO의 숲 속을 나아가고 있는 청룡과 무늬가 보인다. 이로 보아 캠코더는 막내가 들고 있는 듯하다. 막내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청룡: 막내 니 괜찮나?

막내: 네, 숙취인가 봐요.

무늬: 어제 술을 마시면 얼마나 마셨다고. 그렇다고 혼자 둘 수도 없고.

막내: 전 괜찮습니다. 파도 소리 때문에 머리가 좀 어지러울 뿐이에요.

청룡: 현재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은 있을 것 같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갑시다.

막내: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바로 따라가겠습니다.

(약 1분 간 이어지던 화면은 갑자기 멈춘다. 막내가 가만히 서있는 동안 청룡과 무늬는 앞으로 나아가 사라진다. 막내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진다. 약 3분 간 떨리기만 하던 화면은 막내가 팔을 축 늘어뜨린 것처럼 아래로 내려가 저 멀리 뒤쪽 해변가를 비춘다. 파도 소리는 희미하게 들린다.)

막내: 폭포?

(희미한 파도 소리만이 들린다.)

막내: 담수가 있나? 물, 물을 마시면 더 나아질지도…

(캠코더가 툭 떨어진다. 충격으로 그대로 영상이 꺼진다.)

(화면이 커지면 걱정된 표정의 청룡과 무늬가 보인다.)

청룡: 이 자식 이것만 두고 어디 갔을까요?

무늬: 아니야, 여기 흙 묻은 거 봐라. 어디 둔 게 아니라 어디 떨구고 간 거다.

청룡: 누구에게 잡혀갔을 가능성도?

무늬: 없지는 않지. 우린 이 섬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 아까 본 것처럼.

청룡: 관리인이 아직 여기에 있다던가?

무늬: 그럴 수도.

청룡: 그럼 배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겠구만유. 막내만 찾고 배를 한 번 찾아봐야겄어요.

(무늬가 캠코더를 손에 낀다. 옆구리에 팔을 얹고 선 청룡의 모습이 비춰진다.)

청룡: 무늬 형님, 아까 그건 찍을 겁니까?

무늬: 그 배? 그건 나중에 찍자. 지금 당장은 막내를 찾아야하니까.

(캠코더가 꺼진다.)

(캠코더가 켜지면 모닥불 앞에서 짜증난 듯이 머리를 긁고 있는 무늬가 보인다. 청룡은 캠코더를 들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청룡: 무늬 형님. 하루 마무리는 해야지 않겄소.

(침묵)

청룡: 막내 못 찾은 거 얘기만 해도 되니까 뭐라 얘기해 보요.

무늬: 재단 요원 유만희, 섬 수색 도중 실종되었다. 현재 수색을 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청룡: 무늬 형님.

무늬: (한숨)

청룡: 형님도 알잖수. 이 작은 섬은 두 명으로 충분하다는 걸.

(침묵)

무늬: 변칙성 발생 지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50년 전에 쓰이던 연식의 미국 군함인데, 해당 변칙성을 일으키는 회색 모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녹이나 이런 부분이 있는 대신 풍화 작용이 일어난 흔적이 더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만지기만 해도 그대로 바스라질 정도로 군함은 약해진 상태였다. 또 할 얘기 있나?

청룡: 헐 넘버요.

무늬: 헐 넘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번호다. 이 정도 연식이라면 전쟁에도 참여했을 법 한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섬은 이상하다. 존재 자체가 비틀어진 기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청룡: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 더 찾아보면 되겄지요.

무늬: 그래, 그러자.

청룡: 오늘 밤도 먹구름이구만.

(캠코더가 꺼진다.)

(캠코더가 켜진다. 무늬의 얼굴이 보인다. 본인이 직접 들고 있는 듯 움직임이 조금 불안정하다. 청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늬: 청룡이는… 막내를 찾으러 갔다. 어제 말했듯이 돌아다니는 데에 무리가 될 정도로 큰 섬은 아니니까. 그래서 혼자서 변칙성을 조금 더 조사하러 왔다. 따로따로 움직이는게 더 위험하기는 하지만, 손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지. 근데 이건… 정말 환장할 노릇이군.

(캠코더가 반대편을 비춘다. 풍화되어가는 군함이랑 모터 보트 하나가 보인다. 군함은 상륙정으로, 땅에 똑바로 서있는 모습이다. 지난 영상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녹이 슨 흔적은 없되, 주기적으로 눈에 띄게 바스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좌현과 우현에 구멍이 뚫려있고, 스크류는 이미 쓸려버렸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 넘버는 선명하게 보인다. 이후 미 국방부를 통해 조회한 결과 해당 헐 넘버로 선박이 제작된 정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터 보트는 군함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세 요원이 타고 온 배와 동일하다. 이 배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풍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이 배들의 바닥은 회색 가루가 쌓여있다. 부분적으로 흰색이 보인다. 이는 모터보트로부터 풍화된 가루로 추정된다.)

무늬: 어제만 해도 없었는데. 그제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게 갑자기 여기서 나타나고 지랄이야… (큰 한숨) 구조되면 이 부분 관련해서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해야할 것 같다. 역시 여기는 심상치가 않다.

(갑자기 크게 푸드덕소리가 들리더니 새 떼가 숲에서 날아올라 해변가를 향해 날아간다. 영상 자체로 종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대부분 검은색을 띄고 있는 게 확인된다.)

무늬: 청룡이?

(무늬가 뛰기 시작한다.)

무늬: 청룡이!

(중략. 무늬가 뛰어가면서 청룡을 찾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청룡은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가에서 발견된다. 이미 머리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나와 사망한 상태이다. 직접적인 흉기는 보이지 않는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무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캠코더를 뒤편을 돌린다.)

(저 멀리서 인간 형상이 보인다. 무늬는 형상을 향해 줌인한다. 옷의 외곽선이나 체격으로 보면 막내와 유사해보인다.)

(무늬는 형상을 향해 걸어간다. 형상은 움직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갈수록 흐려진다. 마침내 형체가 있던 자리에 도착하면, 보았던 형체는 이미 사라져 있다. 거칠어진 무늬의 숨소리가 들린다. 무늬가 카메라로 형태가 서있었던 자리의 바닥을 잡는다.)

(뱀허물이 떨어져 있다.)

(아무 말 없이 캠코더가 꺼진다.)

(캠코더가 켜지면, 앉은 채로 해변가를 바라보는 무늬의 뒷모습이 보인다. 영상을 기준으로 캠코더를 켠 사람이 누군지는 파악할 수가 없다.)

(무늬는 움직이지 않는다. 파도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온다.)

(이후 6시간 동안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캠코더의 배터리가 버티는 시간과 캠코더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에 비해서 많은 시간의 영상이 찍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무늬: 갑시다.

(무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캠코더를 향해 걸어간다. 그러나 캠코더를 줍지는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무늬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이후 6시간 동안 해변가만이 녹화된다. 점점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회색 안개가 짙게 껴간다.)

(하늘과 주변이 완전히 회색이 되었다.)

(누군가가 캠코더를 줍는다. 그리고 그대로 캠코더가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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