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011-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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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011-KO

일련번호: SCP-1011-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1011-KO는 10정씩 소분하여 제12K기지의 보안 금고에 보관함으로서 격리한다. 해당 금고의 내부는 20% 이하의 습도를 유지하여야 하며, 관련된 실험 시에는 정철민 담당 연구원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설명: SCP-1011-KO는 GOI-390(이하 (유)골드베이커-라인츠)에서 개발, 유통하는 알약이다. 대상은 세로 21.3mm, 가로 7mm가량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권장 용법은 50ml 이상의 물과 함께 대상 1정을 복용하는 것이다.

SCP-1011-KO의 복용 시, 복용자에게 점진적인 수면이 유도된다. 해당 수면 기작은 독실아민 등의 통상적 화학 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강제성이 없어 중화제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이후, 복용자는 약 6시간가량의 수면을 경험하게 되며, 해당 수면 중 외부 자극의 이유로 인해 기상하게 될 경우 SCP-1011-KO의 변칙성은 발현하지 않는다. SCP-1011-KO의 섭취로 인한 수면 중, 세타파가 비정상적으로 촉진되어 수면 중 REM 수면 기간이 통상적인 수면 뇌파 주기에 비해 약 30% 더 길어지게 되며, 이를 통해 복용자는 통상 수면에 비해 더 길고 일관성 있는 꿈을 꾸게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수면에 대한 기상 이후, 만성적 우울증, 위기 상황으로 인한 긴장, 총체적 불안감 등을 이유로 복용자에 대해 세로토닌1 분비의 장기적인 비정상 감소 또는 순간적인 코르티솔2 분비의 증가 기작이 과작용하여 해당 내분비 물질들의 혈중 농도가 임계치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시점에서 복용자는 현실에서 소멸한다. 소멸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며, 발현 시점에서 대상의 부상 및 생사 여부와는 관계없이 발생한다. 특기할 만한 점으로, 소멸 현상 이후 복용자의 비존재성은 인과적으로 완전히 합리화되어 별도의 초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해당 복용자에 대한 기록물과 기억이 수정되며, 결론적으로 해당 인물의 실존 여부와 일생 중의 행위에 따른 결과가 부정 및 왜곡된다.

부록
면담 기록 1011-KO

개요: SCP-1011-KO의 판촉을 위해 제73기지에 방문한 (유)골드베이커-라인츠 소속 보험 설계사와의 면담. 해당 면담에서 SCP-1011-KO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되었다.

면담자: 루이스 카델 교섭관

피면담자: 바렌츠 "요크" 스티블랜드 수석 보험 설계사


면담자: 오, 스티블랜드씨. 다시 보니 반갑군. 비록 저번 방문 이후로… 2주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이번엔 무슨 업무로 오셨는지?

피면담자: (웃음) 반가운 환대에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저희 골드베이커-라인츠 최고의 우량 고객님께 어울리는 '완벽한' 보험을 추천드리러 왔죠.

면담자: 지금까지는 선생이 가지고 온 모든 보험을 '완벽'하다고 소개받았습니다만.. 가격 면에서도 모두 '완벽'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피면담자: 뭐, 골드베이커-라인츠가 설계한, 나아가 저 바렌츠 스티블랜드가 추천한 상품들에는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나중가면 제값을 할 겁니다. 각설하고, 오늘 추천드릴 상품은.. 바로 이겁니다. (가방에서 SCP-1011-KO를 꺼낸다.)

면담자: 이건.. 알약이 아닌가? 스티블랜드 선생, 이젠 약팔이도 하나?

피면담자: 단기 현물 상품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보험이라는 것은 열댓 장의 서류와 만년필을 통해 체결되는 것이 보통이긴 합니다만, 근본적인 골조는 자본과 신뢰의 교환이니까요. 문제는 없습니다.

면담자: 그래서 이… 단기 현물 상품을 우리한테 판매하겠다는 겐가?

피면담자: 엄밀히 말하면.. 네. 그렇습니다. 보장 범위부터 설명드리자면, 총체적 불행에 따른 직접적인 우울감, 외부 위험으로 인한 생명 및 신체 손상, 보험 작용으로 인한 부수 피해가 전액 보장되고요, 또 보험 작용의 오류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이율 3%의 누적 특약 조항이 적용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거래가 4,999$ 일시불 구매로 끝난다는 거죠. 보험료 인상? 오를 수가 없습니다! 만기 환급금? 귀찮게 뭘 그런 걸 계산합니까. 그래서 단기죠.

면담자: 좋아, 좋군. 지금까지 가입했던 다른 1,000달러짜리 보험 수십 개마냥 위험할 때 도와준다는 것 아닌가. 뭐, 기꺼이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구먼.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지, 그래서 이 알약은 뭔가?

피면담자: 바로 그겁니다! 사실, 오늘의 황홀한 기적은 전부 저 자그마한 젤라틴 캡슐 안에 담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녁을 든든히 드시고 잠드시기 직전에 충분한 물과 같이 삼키세요. 그리고, 푹 주무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꿈을 꾸실 겁니다.

면담자: 정식으로 FDA 승인을 받았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몸에 나쁘지 않으면 좋겠는데.

피면담자: 물론이죠! 절대적으로 안전한 제품이니,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임상시험을 위해 저희 회사의 자산이 얼마나 쓰였는지 아시면 꽤 놀라실걸요? 고객님의 구매 의사를 확신시켜 드리기 위함이지만, 그래도 무례한 질문을 하나 여쭙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여, 죽고 싶을 만큼, 또는 차라리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나았겠다고 생각할 만큼 괴롭거나 무서우셨던 경험이 있으셨는지요?

면담자: 무례하기도 무례하지만, 유치하기까지 하군. 여기는 초상세계에서 제일가는 조직이고, 담이 그 멘치로 작은 사람은 절대 오래 일할 수 없는 곳이지. 뭐, SCP들이 단체로 탈출하는 걸 본다면 당연히 무섭겠지만.

피면담자: 좋습니다. 그걸로 하죠. 무례하고 유치한 김에 더욱 무례하고 유치한 한 가지 가정을 더 해보겠습니다. 별 괴상한 괴물들이 뛰쳐나와서 직원분들의 팔, 다리, 영혼까지 골고루 찢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 괴물들이, 이제는 고객님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겁니다. 3초 후에는 고객님이었던 고깃덩어리밖에 남지 않겠죠. 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온몸의 통각 신경들이 울부짖어 태어난 것을 저주하게 될 겁니다. 이 약은, 그 바로 3초 전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고객님을 "사라지게" 만들 겁니다.

면담자: 사라진다고? 먹은 사람을 그냥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린다는 겐가?

피면담자: 고객님뿐 아니라, 고객님이 이뤄왔던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이 이뤘던 것으로 수정되고, 사람들의 고객님에 대한 기억도 사라집니다. 말 그대로, 존재했던 적이 없어지는 거죠. 뉴턴이 이 약을 먹었었다면 미분은 확실히 라이프니츠가 발명한 것이 되었겠군요.

면담자: 이보시오 스티블랜드 선생. 지금까지는 자네들 연합과의 우호를 위해서라도 자네 회사가 별 시잘때기 없는 보험을 팔았을 때도 눈을 감고 가입했지만, 그래도 자살약을 5,000$에 구매할 정도로 재단의 예산이 흘러넘치는 것은 아니오. 선생이 오늘 가져온 것이 이것뿐이라면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군.

피면담자: 오, 카델 고객님. 이야기의 절정은 아직 말씀드리지도 않았으니, 벌써 그런 악담을 하시기에는 섣부르십니다. 아까 좋은 꿈을 꾸실 거라고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실 테지요? 어쩌면 오스틴에서 번듯한 집과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얻고 성공한 커리어맨의 삶을 구가하고 계신 꿈일 수도 있을 겁니다.

면담자: 사라지면서 좋은 꿈이라도 꾼다는 겐가?

피면담자: 예시를 하나 들어보죠. 성공한 커리어맨 루이스 카델씨는 악몽을 꾸다 놀라 잠에서 깨어나지만, 머잖아 고작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겠죠. 그리고 아침밥을 준비하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어젯밤에 꿨던 꿈은 정말 이상하고 생생했었단 말이지. 괴물들이 가득한 곳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꿈이라니, 심지어 거기서 찢겨 죽을 뻔하기도 했고 말이야. 물론 꿈이니 죽기 전에 깨긴 했지만.. 정말 무서웠어.' 밥을 다 드신 뒤에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을 때 즈음에는.. 모조리 까먹겠죠. 꿈은 원래 기억에 오래 남지는 못하는 법이니까요. 장미는 붉고, 제비꽂은 파랗듯이, 남은 삶은 설탕처럼 달콤할 겁니다.

면담자: 의식보존형 가상 현실을 말하는 겐가? 그런 거라면, 우리도 이미 몇 개 가지고 있다네. 그래도 저 작은 알약을 매개로 하는 기술은 놀랍군. 관련한 기술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면,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지.

피면담자: 가상 현실 따위가 아닙니다. 현실이죠. 현실이라는 꿈에서 깨서, 꿈이라는 현실을 꾸는 겁니다.

면담자: 그러니까… 선생은 지금 이 모든 현실이 단지 꿈일 뿐이었다고 주장하는 겐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역사, 삶, 죽음들을? 골드베이커씨가 「매트릭스」라도 감명 깊게 봤나 보군.

피면담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기는 당연히 현실이죠. 저희가 고작 꿈속의 종이 쪼가리를 얻고자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닐 리가 없잖습니까. 단지, 이 조그마한 기적으로 꿈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드리고 싶었습니다.

면담자: 그 알약 따위로 현실 조작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완전히는 모르겠다만.. 이제야 흥미가 제법 돋는구먼그래. 진심으로 말이야. 그거, 위험한 점은 없는가?

피면담자: 면책조항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공포감을 유발하는 시청각물의 자의적 경험으로 인한 비의사적 작용 및 작용 이후 시점부터의 정신적, 신체적 괴리감 및 부적응감에 관련된 피해는 배상이 불가합니다. 또 작용 이후 현실 및 본인에 대한 불만족감은 꿈이라는 매개의 특성상 무작위성의 배제가 어려우므로 보장 및 원복 요청 청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오니 이 점 반드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면담자: 그렇다면, 꿈에서 깼을 때 훨씬 더 절망적인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게 아닌가, 알다시피 우리는 가끔… 악몽을 꾸곤 하니까 말이야.

피면담자: 흠, 이건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네요. 제가 아름다운 꿈으로 예시를 들어드리긴 했지만, 반전될 현실이 끔찍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달콤한 꿈이라고 불리는 걸 꾸게 해주는 성분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꿈 안에서의 나와 현실의 내가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꿈속에서의 나는 내가 하지 못할 일을 하고, 현실에서라면 일어날 리 없는 일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해해 버리기도 하죠. 그게 정말 나일까요? 그러니까, 걔네들은 별로 끔찍하다고 생각 안 할 수도 있죠. 아닐 수도 있고요.

면담자: 잘 알겠군. 계약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해 보도록 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하겠네. 현실에서 사라진 이후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건가?

피면담자: 모르죠, 골드베이커-라인츠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깨어난 현실 속에서 다시 이 상품을 판매하는 저를 찾아 이 현실을 꾼 후에 꿈에서 깨면 하룻밤 사이에 돌아와 있을지도요. 이 샘플은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실험 좋아하시잖아요.

면담자: 고맙네.

피면담자: 저희야말로, 골드베이커-라인츠의 보험에 가입해 주실 것에 대해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고: 피면담자가 샘플로 제공한 SCP-1011-KO 2정을 D계급 인원에게 복용시킨 후 부정적 자극을 위해 SCP-████과 대면시킨 결과, 면담 중 서술된 인과 소멸 현상 및 대상 위상 반전 현상이 확인되었다. 이후 재단은 SCP-1011-KO에 대한 연구 및 유포 방지를 위해 (유)골드베이커-라인츠에 대한 협의적 압류를 통하여 개당 ██$에 SCP-1011-KO의 총 비축 생산분 및 향후 생산 물량을 확보하였으며, 현재 43개의 SCP-1011-KO가 격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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