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tormbreath
해럴드 워듀Harold Wodiew는 꽤나 평온한 삶을 살았다. 물론 위스콘신에 있는 슬로스스핏의 재단에서 일했을 때에 비하면 말이다. 해럴드는 그 작은 구역의 선임 기록 보관 담당자였으며, 재단이 계륵으로 여기는 비변칙적 개체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문서들을 보관했었다.
해럴드에게 'ARDX-19'에서 보낸 편지가 왔다. 글을 읽으며, 해럴드는 그 편지가 재단이 재단이라 불리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가장 오래된 구역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편지에는 최신화된 내용이 있었다. 그 구역이 너무나도 오래되었고, 방치된 상태였으며, 모든 것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것이었다.
구 기지에서부터 배달한 첫 번째 짐이 막 제87기지에 도착했다. 큰 목재 상자와 그 안에 담긴 파일들이었다. 배달부가 기록 보관소의 문까지 배달하였는데, 해럴드는 상자의 측면부에 찍힌 도장을 읽자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SCP-001 |
해럴드는 배달부를 쳐다보았다. 배달부는 그저 웃고는 말할 뿐이었다. "못 들으셨나봐요? SCP-001이 죽었다던데."
개체 번호 지정: SCP-001-COG
일자: 1904년 1월 12일
개요: 임의의 번호가 붙은 격리 개체를 재지정하겠다는 관리자와 감독관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86243AR-001으로 지정되어 있던 변칙 개체가 SCP-001-COG로 재분류되었다.
원래 재단은 모든 개체에 있어 재단에 격리된 순서를 나타내는 숫자를 붙였다. 새로이 SCP-001-COG가 된 개체는 재단에 첫 번째로 격리되었기 때문에, -001이라는 숫자가 지정되었다. 하지만, 숫자를 붙인다는 이러한 체계가 잠재적 위험요소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에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체계라고 판단되었다.
감독관 위원회는 SCP-001 자리를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식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하나의 변칙 개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재단에 격리되어 있는 개체들 중 가장 위험하거나,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나, 혹은 가장 중요한 변칙 개체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말이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SCP-001은 수많은 더미 파일 함께 알 수 없는 개수의 실제 파일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관리자 측에서 SCP-001-COG를 다른 SCP-001 파일 사이에 두는 것으로 해당 개체가 실제 파일과 더미 파일의 역할을 동시에 해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SCP-001-COG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또한 정확하기도 하기 때문에 SCP-001 자리에 위치하여도 의심을 키우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우리가 단순히 우리의 기원을 드러내기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통해 속임수가 필요한 SCP-001의 위치에 놓인 실로 중요한 변칙 개체들을 거짓이라고 착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체 등급 지정: SCP-001-COG
일자: 1912년 4월 21일
개요: 재단의 분류 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SCP-001-COG의 등급이 '유클리드(Euclid)'로 지정되었다. 이는 SCP-001이 드물게 격리 탈출을 시도한다는 점, 그리고 해당 개체의 평범한 위험 등급에 의한 분류 결과이다.
개체 분류 시스템은 재단 감독 하에 변칙 개체들에 대하여 간단한 메트릭스나 기술어들을 배정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는 의의는 격리 파기 시에 변칙 개체가 가지는 위험 등급에 대해 소통하는 간단한 방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부는 이러한 방식이 지나치게 환원적이라며 해당 체계를 반대하였으나, 분류 위원회는 위험보다 이득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독자 중 새로운 개체 등급 시스템을 관심 있게 확인한 이들 중 특정 인물들은 해당 내용이 놀라울 수 있는데, 그들은 '케테르(Keter)' 등급의 이름이 SCP-001-COG에 의한 첫 번째 사망자인 허먼 케테르 박사에서 따온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케테르 박사는 생전에 재단에서 최고 등급의 박사들 중 한명이었기에, 재단의 운영 시행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에 그의 이름을 따서 짓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허나, 케테르 박사를 사살한 SCP-001-COG는 케테르 등급의 변칙 개체가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SCP-001-COG 사건 기록: 격리 파기
일자: 1932년 6월 15일
보고자: 경사, 빈센트 조던
개요: 당일, SCP-001-COG가 공간이동을 위한 미세 특이성을 자신의 주위에 만들어내는 것으로 격리를 파기하였다. 해당 개체는 격리실으로부터 50피트 거리의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고, ADRX-19의 복도를 돌아다니고자 하였다. 과거에 3,000피트까지 측정되었던 SCP-001-COG의 다른 공간 이동 거리보다 상당히 짧은 거리를 이동했다는 정보는 주목할 만 하다.
격리 파기 이후, SCP-001-COG는 ADRX-19의 밝은 빛에 의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해당 조명은 재단 전반에 걸쳐 모든 기지와 본부의 외관을 개조하고 장식하고자 한 시도의 일부로 최근에 설치되었으나, 우연하게도 SCP-001-COG의 탈출 시도를 막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SCP-001-COG는 감광성이며 빛에 피해를 입었기에 극심한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SCP-001-COG가 연구원 무리를 마주치고 공격하였다. 처음으로는 미세 특이성을 활용하여, 다량의 방사선을 만들어내 모든 연구원을 오염시켰다. 한 연구원(헨리에타 클라크Henrietta Clark)에게는 발톱을 이용하여 공격하기도 하였다.
상황 발생 직후에 재단 경비가 도착하였으며, 경고사격을 통해 SCP-001-COG를 연구원으로부터 쫓아냈다. 경비 인원들은 고강도 플래시를 이용하여 해당 개체를 격리실로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었다.
헨리에타 클라크 박사는 병가 처리되었으며 사건에 연루된 다른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완전 회복 후 복귀할 예정이다.
SCP-001-COG 사건 기록: 무효화
일자: 1961년 8월 17일
보고자: 경사, 빈센트 조던 주니어
개요: 당일 아침, ADRX-19에 격리되어 있는 모든 변칙 개체들의 정기 검사에서 SCP-001이 움직이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무장한 경비들이 해당 격리실에 입장한 이후에도 어떠한 적대적인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변칙 개체에 대한 진료를 통해 해당 개체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고 있으며 심장 박동이 멈추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CP-001의 생명 활동에 대해 확인된 내용은 거의 없으나, 해당 개체에게는 맥박이 있으며 호흡을 해야 한다고 확인된 바 있다.
이것으로 노령의 SCP-001이 사망하였다. 지난 10년간, SCP-001은 최초로 확보되었을 때에 비하면 약해지고 느려졌으며, 난폭한 행위와 격리 파기 시도 수가 명백히 줄어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SCP-001은 단순히 자연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SCP-001에 대한 부검은 1961년 8월 19일에 예정되었다.
재단 전체 업데이트: ADRX-19 폐쇄
일자: 1980년 6월 1일
개요: ADRX-19는 재단의 첫 번째 격리 전담 구역이었으며, 해당 구역의 유산은 여전히 재단의 운영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단의 주요 격리 구역(제19기지)의 이름은 ADRX-19에 경의를 표하며 해당 구역에서 작업을 진행했던 인원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현재 모든 재단 기지에서 시행중인 운영과 건축 디자인의 다수가 ADRX-19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재단의 운영과 디자인은 사실상 아주 많고 광범위하지만, ADRX-19는 우리에게 친숙한 '재단 스타일'을 진정 처음으로 가졌던 재단의 첫 번째 건물이었다.
허나 ADRX-19가 노후화되고, 재단이 ADRX-19라는 뿌리에서 벗어날 시기가 도래하였다. 1970년으로부터, 재단은 단계적으로 ADRX-19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격리를 위한 변칙 개체들이 ADRX-19로 발송되지 않게 되었으며, ADRX-19로 가야 할 변칙 개체들은 ADRX-19의 계승 구역인 제19기지를 포함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1973년부로, ADRX-19의 모든 케테르 등급의 개체들은 더 적합한 다른 구역으로 이전되었다. 또한 1977년부로, 모든 유클리드 등급의 개체들이 이전되었다. 그리고 현재, 안전 등급과 무효화 등급의 남아있는 개체들이 다른 기지로 이전되기 시작하였다. 기록물과 저등급 보안 개체들은 적합한 곳으로 발송될 것이다.
ADRX-19의 건물은 모든 개체들이 이전되고, 해당 건물의 인원들이 새로운 구역으로 이동하면 철거할 예정이다.
상급감시사령부는 ADRX-19의 모든 직원들에게 지난 90년 동안의 칭찬받아 마땅한 근무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ADRX-19 직원들의 헌신에 찬사를.
해럴드는 상자 속에서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됐을, 사람이 아닌 존재의 이상한 뼈만을 찾을 수 있었다. 해럴드가 받은 파일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구식이었다. 마치 수십년 전에 작성된 이후 최신화되지 않았던 것처럼.
해럴드는 여기저기에서 SCP-001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설을 짤막하게 들었던 적이 있다. 재단과 윤리위원회의 가장 큰 실패라든지, 전반적으로 재단에게 끔찍한 비밀들이라든지, 혹은 끔찍한 괴물이라는 소문 말이다. "SCP-666이 뭔지 알아? SCP-013은? SCP-1000은? SCP-001은?" 그런 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들려온다.
해럴드는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재단이 상자에 던져버린 첫 번째 무언가일 뿐이라니. SCP-001에 대해 중요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이제 와서는.
해럴드는 SCP-001의 유해를 담고 있는 상자를 창고 행거 뒤로 옮겨놓고선 어떻게 재단이 옮겨졌는지에 대해 중얼거렸다. 그가 받은 문서는 SCP-001이 재단의 초기 판단의 일부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예를 들어 케테르는 신비주의(Kabbalah)가 아니라 독일 박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것처럼.
독일 사람이면 케테르가 아니라 케터라고 발음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SCP-001의 뼈를 받은지 몇 주가 지났을 무렵, 해럴드는 여전히 SCP-001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SCP-001의 영향성과, 그 대우 사이에서 무언가 괴리감이 들었다. 해럴드는 언제나 SCP-001은 재단Foundation이 설립foundation된 이유라고 추측해왔었다. 이렇게 별 볼일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
어느 늦은 밤, 시간이 다 되어서 기록 보관소의 문을 닫기 직전에 해럴드는 습한 복도를 걸어 내려가 유해를 담고 있는 상자를 찾았다. 해럴드는 크로우바를 이용하여 상자를 소리 나게 열고 유해를 치웠다.
재단은 SCP-001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않았다. 그저 방사능을 뿜어내는 악마로만 알고 있었다. SCP-001은 재단이 정체와 유래를 알아내기 전에 죽었다. SCP-001이 죽을 때마저 재단은 그닥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해럴드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SCP-001은 중요해야만 한다는 단순한 직감이 들었을 뿐이었다. 이유따윈 없었다. 그저 SCP-001에 대한 소문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문들 중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명쾌한 답변을 내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SCP-001이 다른 개체들과 달라야 하는 이유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해럴드는 두개골을 들어, 검사를 해 보기도 하고 돌려 보기도 했다. 과거에 SCP-001에 무언가가 있는지 살펴 보기도 했던 것처럼. 그리고 실패했던 것처럼, 지금도 실패한다.
아아, 불쌍한 SCP-001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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